˝두려움이야말로 장난의 가장 큰 매력인 법이다.˝
러시아의 국민 소설가이자 시인인 ˝푸쉬킨˝, 개인적으로 이름만 들어봤지 작년까지는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올해에 <벨낀 이야기>, <대위의 딸>, <스페이드 여왕> 세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 좋았다. 나에게 ˝푸쉬킨˝하면 딱 두가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 이고 하나는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결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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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에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만다.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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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시를 쓰는 ˝푸쉬킨˝이었지만, 1937년에 그는 자신의 아내와 염문을 뿌리던 남성과의 결투에서 큰 총상을 입고나서 37세라는 이른 나이에 죽는다. 영화같은 삶을 살다가 영화같은 죽음을 맞이한 ˝푸쉬킨˝이었지만, 그는 뛰어난 작품을 통해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결코 죽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의 마지막 스무번째로 읽은 <벨낀 이야기>에는 ‘마지막 한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 아가씨-시골 처녀‘ 등 총 다섯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올해 초에 ‘녹색광선‘에서 출판한 <눈보라(벨낀 이야기와 동일한 구성임)>를 이미 읽었었기 때문에 이번이 재독인데, 다시 읽어도 역시 좋았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눈보라‘와 ‘역참지기‘가 좋았었다고 리뷰를 남겼는데, 재독을 했을 때는 ‘마지막 한발‘이 가장 강렬하게 읽혔다. ˝푸쉬킨˝의 작품들을 읽고 난 후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알게 되어서 인지 ‘마지막 한발‘은 마치 그의 죽음에 대한 복선과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한발‘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아무 일도 없었기에 군인들은 매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카드 놀이를 하며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무리 중 군인이 아닌 사람이 딱 한명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실비오˝로, 퇴역군인인 그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작은 마을에 마치 도망친것 처럼 살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는 항상 권총사격 연습을 하였고, 그의 사격 솜씨는 신기에 가까웠다. 어느날 새로온 중위가 ˝실비오˝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고, 다른 군인들은 ˝실비오˝가 그 중위에게 결투를 신청할 거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실비오˝는 결투를 신청하지 않고, 중위와 화해한다. 화자인 ˝나˝는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실비오˝의 명예롭지 않은 행동에 실망한다. 엄청난 사격 솜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로 인해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완전히 체면을 잃고 말았다. 용기야말로 모든 악행을 정당화시켜 주는 최고의 인간 미덕이라 여기는 젊은이들에게서 용기의 부족은 그 무엇보다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P.23
이후 ˝나˝는 ˝실비오˝로부터 중위와 결투를 하지 않은 이유를 듣게 된다. 이유는 ˝실비오˝가 과거에 당한 치욕 때문이었는데, 그는 다른곳에서 살고있는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한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래서 매일 사격연습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실비오˝는 자신의 원수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에게 원한을 되갚기 위해 원수가 사는 곳으로 떠난다. 과연 ˝실비오˝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벨낀 이야기>에 수록된 다섯 단편은 서로 연관되거나 이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단편 마다 각각의 독특한 특색이 있다. 뭔가 골라먹는 재미가 느껴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아직 ˝푸쉬킨˝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첫 작품으로 <벨낀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과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군사 서적이나 소설들이었다. 그는 기꺼이 책들을 빌려주었지만 돌려달라고 재촉하는 법이 없었다. 그 대신 자신도 빌려 간 책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법이 없었다.] P.20
PS. 드디어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20권을 완독했다. 종합페이퍼도 한번 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