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다자이오사무의 순한맛 단편 버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절대로 거짓말을 써서는 안 된다. - P10

나는 십 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쓸쓸한 땅이었다. 동토의 느낌조차 들었다. 매년 지하 깊숙한 곳까지 얼기 때문에 흙은 부풀어올라 황량해진다. 집도, 나무도, 흙도 바랜 느낌이다. 길은 하얗게 메말라 있어 걸어도 발바닥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 너무 메마른 느낌이다. - P34

많은 육친들 가운데 나 혼자만이 비열하고 가난한 근성을 지닌, 열등하고 보기 흉한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혼자서 쓴웃음을 지었다. - P36

기타 씨는 쓸쓸하게 웃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내 탓이다. 나의 악덕이 기타 씨의 수명을 적어도 십 년은 단축시킨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나 혼자만 변함없이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 P40

"사랑이라는 것은 (…) 아름다운 것을 꿈꾸면서 지저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 P49

죽을 것 같은 반성과 자조와 공포 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나는 제멋대로 유서라고 칭한 일련의 작품에 빠져 있었다. 완성된다 해도 그것은 풋내기의 우쭐한 감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 감상에 목숨을 걸었다. - P58

이제 육체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내 초조함을 없애기 위해 진통제가 필요했다. 나에게는 외로움을 견딜 힘이 없었다. - P65

나는 지금 현세의 이 기쁨만을 믿습니다. 다음 세상의 심판 따윈 조금도 무섭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어째서 보수도 바라지 않는 나의 순수한 애정을 받아주지 않는 걸까요. - P94

누가 있어 나의 이 진심 어린 사랑을 제대로 이해해줄 것인가. 아니,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내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지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기 위한 얄팍한 사랑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사겠지. 그러나 이 순수한 사랑의 욕심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05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것은 한 인간이 열심히 살아가는 데 대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성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가씨는 정말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 P144

아침은 나에게 늘상 지독한 회색빛 허무다. 그래서 아침이면 나는 항상 염세적이다. 한순간에 수많은 후회가 가슴을 가득 채워 날 몸부림치게 만든다. 아침은 심술궂다. - P154

항상 안경이 싫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나는 아름다운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 들여다보고 있으면 좀더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눈만 있다면 코가 없어도, 입이 숨어버려도 아무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 P156

외출하기 전에 엄마에게 근로 봉사를 할 겸 집 앞의 풀이라도 뽑고 학교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같은 풀인데도 어째서 이렇게 뽑아버리고 싶은 풀과 그냥 남겨두고 싶은 풀이 있는 걸까. 귀여운 풀과 그렇지 않은 풀은 겉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여운 풀과 밉살스런 풀은 정확히 나뉜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하지 않는가. - P163

만약 책이란 것이 없었다면 인생 경험도 없는 나는 이럴 때 그저 울상만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책에 적힌 것들에 의지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책에 동화되어 그것을 신뢰하고 여기에 내 생활을 접목시킨다. 그리고 다른 책을 읽으면 이번엔 새로운 책에 맞춰 나는 180도 변해버린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 나의 것으로 다시 만들어내는 이 교활한 재능은 내 유일한 특기이다. - P165

여자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웃음 한 번이면 충분하다. 정말 놀랍도록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 P171

물끄러미 꽃을 바라보며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꽃을 사랑할 수 있다니 인간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75

아름다움에 무슨 내용이 필요한가! 순수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무의미하고 무도덕적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코코가 좋다. - P191

아무도 우리들의 괴로움을 알아주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이 괴로움과 외로움은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남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어른이 될 때까지 이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홍역 같은 것인가. - P208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는 말이 얼핏 생각난다. 행복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이가 더는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버렸다. 바로 다음날 멋진 행복의 소식이 빈집을 찾아왔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다.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행복은. - P210

처형을 당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나 대신 인질로 잡혀 있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왕의 간사하고 사악한 마음이 잘못됐다는걸 깨우쳐주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고 나면 나는 처형 당해도 상관없다. 지금까지간직해온 명예를 지켜라. 안녕! 내 고향이여. - P225


"그러니까 달리는 것이다. 믿고 있으니까 달리는 거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도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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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04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월에도 메로스 처럼
독서 일지
쭈욱~~
🏃‍♂️🏃‍♂️🏃‍♂️🏃‍♂️🏃‍♂️🏃‍♂️🏃‍♂️🏃‍♂️🏃‍♂️🏃‍♂️🏃‍♂️

새파랑 2022-05-05 00:33   좋아요 3 | URL
메로스처럼 죽어라 달려야할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5-05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최근 출간된 책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새파랑님,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2-05-05 21:58   좋아요 2 | URL
다자이 오사무로 중고책 검색하다가 이 책이 최상급으로 있어서 구매했어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

서니데이 2022-05-07 01:02   좋아요 2 | URL
중고책으로 구매하셨군요.
어쩌면 오래된 책들은 품절이나 절판 되어서 중고책으로 사야 할 거예요.
상태가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5-07 07:13   좋아요 2 | URL
저는 왠지 새것같은 중고가 새책보다는 더 좋더라구요 ㅋ 가격도 그렇고 누군가가 한번 봤었다는게 좋더라구요 ^^

mini74 2022-05-07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려라 새파랑님으로 보고 들어온 ㅎㅎㅎㅎ 새파랑님 ~ 필사도 꾸준히 하시고 👍

새파랑 2022-05-07 13:02   좋아요 1 | URL
요새 좀 나태해져서 밀리고 있습니다 ㅋ 일욜날에 좀 몰아써야 할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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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64

<앙드레 지드는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쓰인 작품은 일독이 아니라 재독하라˝고 말했다. 포크너는 어려워서 세 번을 읽어도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호소에 ˝그러면 네 번 읽을 것”을 권했다. 그는 또 ˝순수한 음악으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나의 재능은 언어에 있기 때문에 엉성한 언어로 표현하려 애써야 한다”고 패리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가 소리와 분노를 음악으로 썼다면 어쩌면 버르토크나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와 비슷했을 것 같다.>



왠지 독서 슬럼프에 빠질거 같아서 일단 읽다가 멈췄다 ㅎㅎ 나는 다섯번은 읽어야 할거 같다.



ps. 압살롬, 압살롬이 왜 두권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 작품도 두번 읽어야 하나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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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04 1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리와 분노> 읽다 말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5-04 13:26   좋아요 3 | URL
집중해서 읽기가 안되더라구요 ㅋ 몇일을 가방안에 가지고 다녔는데 포기했습니다 ㅜㅜ

청아 2022-05-04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압살롬은 왜 두권인거죠?!!ㅋㅋ
<소리와 분노>기억해 둬야겠네요
피해야할 책으로😅
저도 이제 안되는건 덮고 흥미로운 책들 위주로 읽을꺼예요ㅋ

새파랑 2022-05-04 14:26   좋아요 2 | URL
해설을 봐도 극찬이고 너무 유명한 책이어서 다시 맘잡고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ㅋ 율리시스 읽은 미미님은 충분히 <소리와 분노> 읽으실 수 있을거 같아요~!!

건수하 2022-05-04 15:38   좋아요 3 | URL
으아 율리시스도 읽으셨어요 미미님?! 역시 대단하신 분~~

새파랑 2022-05-04 15:55   좋아요 3 | URL
유명한책중 미미님이 안보신건 거의 없습니다 ^^

청아 2022-05-04 16:10   좋아요 2 | URL
수하님 저 그냥 읽기만 했어요ㅋㅋㅋ이해못함요🥲

새파랑님이 안보신 책이 없죠! 저는 많아요ㅋㅋㅋ😁

건수하 2022-05-04 16:14   좋아요 3 | URL
읽기도 힘든 두께 아닙니까 ㅎㅎㅎ

두 분이 계시나 아무 책이나 막 여쭤봐도 되어서 좋네요~

막시무스 2022-05-04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3년전 좌절을 맛 본 책입니다! 왠지 동지의식이 느껴지네요!ㅎ

새파랑 2022-05-04 14:31   좋아요 3 | URL
막시무스님도 그러셨군요 ㅋ <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는 괘안턴데 이 책은 그냥 ....
나중에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5-04 14: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반전이 있었군요
저도 힘들게 읽었어요^^
읽고 나서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월리엄 포크너 단편집,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책, 혹시 읽으셨나요?
안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새파랑 2022-05-04 15:57   좋아요 4 | URL
아직 안샀는데 일단 다른 포크너 책을 읽어보고 사겠습니다 ㅋ 역시 독서 천재 페넬로페님이십니다 ^^

파이버 2022-05-04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 어려우면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으라니 너무 정석적인 대답이라 얄밉고 슬프네요...ㅎㅎㅎ

새파랑 2022-05-04 17:16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ㅜㅜ 뭔가 농락당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ㅋ 다 저의 부족입니다~!!

blanca 2022-05-04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는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 책은 악명이 높더라고요. 다섯 번...두렵네요. 그래도 영문학사에서 포크너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필독서처럼 불리더라고요.

새파랑 2022-05-04 17:17   좋아요 2 | URL
어렵긴하지만 도전하고싶은 기분이 듭니다 ㅋ 담옌 좀 더 집중해서 읽기로 ^^

mini74 2022-05-04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읽다가 반납한 책 입니다 ㅎㅎㅎ 저만 그런게 아니라 행복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5-04 17:19   좋아요 3 | URL
미니님이 반납할 정도시라니 제가 이상한건 아니었군요^^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5-04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앙드레 지드의 말 맞는듯요

새파랑 2022-05-04 18:04   좋아요 3 | URL
책잘알 앙드레 지드군요 ㅋ 이 책 일부러 어렵게 쓴책 맞는듯 합니다 ^^

Kletos 2022-05-04 17: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

새파랑 2022-05-04 18:05   좋아요 3 | URL
kletos님도 힘드셨군요 ㅋ 제가 이상한게 아니라니 위안이 됩니다 ^^ 오늘은 좀 쉬운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ㅋ

잠자냥 2022-05-04 1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약간 골드문트 님이 번역 문장 문제도 지적하신 적 있어요. 전 그래서 문장 탓하기로….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5-04 20:24   좋아요 2 | URL
아 그런가요? ㅋ 전 읽다가 시점이 너무 바껴서 햇갈리더라구요 ㅋ 그냥 글만 읽고 있었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5-04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크너 안읽었는데 바로 접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05-04 20:25   좋아요 3 | URL
접으시면 안됩니다 ㅋ 한번 읽어보세요. 명작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희선 2022-05-05 0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번 세번 읽어도 모르겠다는 말에 네번 읽어라 했군요 네번 읽어도 모르면... 잠시 쉬는군요 다음에 읽으면 좀 괜찮을지...


희선

새파랑 2022-05-05 07:08   좋아요 1 | URL
이해가 안되면 이해가 될때까지? ㅋ 재독 넘어가면 잘 보이니까 괜찮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5-05 0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같은 고통을 다섯번 겪어야 한다는 말로 들리네요. 5번이면 무슨 수련도 아니고 자기 학대에 가까워질듯요. ㅎㅎ

새파랑 2022-05-05 07:08   좋아요 1 | URL
책이 주는 학대는 기꺼이 즐겨야 합니다 ^^ 담달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ㅋ

coolcat329 2022-05-07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단하셨다니 굉장히 어렵군요. 근데 두껍기까지...고생하셨습니다 😅

새파랑 2022-05-07 12:40   좋아요 2 | URL
제가 이 책 읽을때 좀 바빠서 그런걸수도 있어요 ㅋ 담에 다시 해보겠습니다 ^^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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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이야기. 마르케스의 작품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다. <백년의 고독> 보다는 좀 가볍게 읽힐수도 있지만... 마르케스는 정말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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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03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모옴의 <인생의 베일 >추천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5-04 07:15   좋아요 2 | URL
저 인생의 베일 읽었어요 ^^ 그걸로 리뷰도 당첨됨 ㅋ 생각해보니 좀 비슷한 느낌도 있네요 😆

mini74 2022-05-04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기속 이야기들이며 다 좋아요 ~~ *^^*

새파랑 2022-05-04 18:19   좋아요 1 | URL
포크너 보다는 마르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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