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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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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는 장편도 좋고 단편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단편이 더 좋았다. 짧은 문장 속에 숨겨져있는 트레버만의 감성을 찾아보자. 설명할 수 없는건 설명할 수 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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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5-09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만나고 싶군요. 리뷰로 자주 봤던 작가인데 평이 좋네요.^^


새파랑 2022-05-09 15:44   좋아요 2 | URL
꼭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
 

너무 좋다.




솔로몬 씨가 망각을, 망각 속에 매몰된 이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살다가 아무 흔적 없이 죽어간 이들을, 과거에 누군가로 살다가 이제는 무와 먼지가 되어버린 존재들을 견딜 수 없어 했다는 사실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 P33

"그렇소. 모두 유명한 사람들을 추억한다오.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 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따라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거칠고 불쾌하고 참기 힘든 거요. 내 보잘것없는 능력으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오." - P35

그가 보기에 솔로몬 왕은 신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신이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그를 대행하고 있었다. 솔로몬 씨의 관점에서 그런 일은 당연히 신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자신이 대신해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 - P51

"젊고 아름다웠던 때의 습관, 상대의 마음에 들려는 습관 같은거 말이야.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지만 그것만큼은 놓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 P64

나는 지독히 바보스러운 미소를 띤 채 젊은 처녀처럼 무릎을 붙이고 거기 앉아 있었다. 그녀가 나를 통해 자신의 꿈을 꾸고 있 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녀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봉사자의 일 중에서 꿈꾸는 것을 도와주는 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기 때문이다. - P67

내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기위해서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일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고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 P68

"나는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 P70

불멸(Immortel) 죽음의 노예가 되지 않는

이 단어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해준다. 그 말이 거기, 사전 안에 있는 걸 확인하면 마음이 놓인다. 나는 그런 상태를 마드무아젤 코라에게, 그리고 솔로몬 씨에게 주고 싶다. 솔로몬 씨의 여든 다섯 번째 생일에는 사전을 하나 선물해야겠다. - P76

"마음을 어리석지 않게 먹을 수도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어리석지 않다는 건 마음이란 게 아예 없다는 뜻이니까요." - P80

세상에는 수많은 불행들이 있고 그것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이 추억을 언급하는 것이 여러분에겐 놀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든 인간의 삶이란 시작되고 끝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삶에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83

"내가 그 여자에게 데이트하자고 했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럴 필요가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북극 같을 테니까."
"북극?"
"그런 게 없다면 세상은 빙산과 공허뿐인, 영하 백 도의 얼음땅이 될 거라고." - P98

지혜Sagesse 신적이고 인간적인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지식.

"인간이 알 수 있는 한 가장 완벽한 지식"

"지식과 부합하는 높은 단계의 평화, 현명한 행동, 품위" - P101

타인의 불행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더군요. - P131

사랑Amour (회화) 풀이 잘 묻을 수 있도록 새 캔버스에 일으키는 보풀

사랑 Amour (석고 작업) 석고를 만지고 난 다음 손가락에 남는 미끈거림 같은 것

사랑Amour 자신보다 상대방의 안녕을 원하고, 그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경향

사랑Amour 어떤 가치에 대한 사심 없고 깊은 집착 - P190

그런데 어느 순간 이젠 너무 늦었다는 자각, 삶이 결코 우 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거야. 마드무아젤 코라의 경우처럼 말이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지.......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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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송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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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65

˝아름다움에 무슨 내용이 필요한가! 순수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무의미하고 무도덕적인 것이다.˝


내면의 바탕이 고독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잠깐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평소에는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니까 말이다. 오히려 내면을 숨기기 위해, 내면을 극복하기 위해 지나치게 활달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그런 사람이 떠올랐다. 다지이 오사무 역시 밝게 써보자고 마음먹고 글을 썼지만 고독을 숨길 수 없었던 작품집이 <달려라 메로스>가 아닐까 한다. <인간실격>, <사양> 처럼 완전 어둡지는 않고, 오히려 <만년>, <쓰가루>와 가까운, 좀 밝은 고독이 작품속에 골고루 담겨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작품에서 자전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는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귀향>, <동경팔경>, <후지산 백경>, <고향> 역시 자전적인 느낌이 대단히 강한 작품들이다.

[나는 십 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쓸쓸한 땅이었다. 동토의 느낌조차 들었다. 매년 지하 깊숙한 곳까지 얼기 때문에 흙은 부풀어올라 황량해진다. 집도, 나무도, 흙도 바랜 느낌이다. 길은 하얗게 메말라 있어 걸어도 발바닥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 너무 메마른 느낌이다.]  P.34 귀향



특히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과 작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자신의 문제로 인한 가족에게의 피해, 가족에게의 경제적인 의존 때문인지 가족에 대한 부채의식이 대단히 크다. 그래서 작품속에어 자신의 열등성을 자주 보이는데 이 단편집에도 그런 부분이 많다.

[많은 육친들 가운데 나 혼자만이 비열하고 가난한 근성을 지닌, 열등하고 보기 흉한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혼자서 쓴웃음을 지었다.]  P.36  귀향





자전적인 이야기 이외에도 <유다의 고백>, <달려라 메로스>처럼 성서나 신화를 모티프로 해서 다자이 오사무가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은 왠지 그답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고 좋았다. 특히 표제작인 <달려라 메로스>에서 죽음을 무릎쓰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메로스, 그러면서도 한순간 갈등에 휩싸이기도 하는 메로스를 보면서 나약하지만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싶어했던 다자이 오사무가 느껴지기도 했다.

[누가 있어 나의 이 진심 어린 사랑을 제대로 이해해줄 것인가. 아니,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내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지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기 위한 얄팍한 사랑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사겠지. 그러나 이 순수한 사랑의 욕심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P.105 유다의 고백

[˝그러니까 달리는 것이다. 믿고 있으니까 달리는 거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도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P.234  달려라 메로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여학생으로 빙의하여 써내려간 <여학생> 이란 작품이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여성으로 태어났더라면 이런 감성이었을까? 겉으로는 발랄하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많은,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남들과 다른 엉뚱함을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 밝아서 더 슬프게 느껴졌다.

[여자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웃음 한 번이면 충분하다. 정말 놀랍도록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P.171  여학생

[물끄러미 꽃을 바라보며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꽃을 사랑할 수 있다니 인간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75  여학생




어떤 작가의 대단한 작품을 읽고나면 ˝와,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고 감탄을 하는데, 또 어떤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을 읽고나면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하는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다자이 오사무는 후자에 딱 맞는 작가다. 저렇게 예민해서, 저렇게 약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대작가의 걱정을 한다는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만...)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다.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꺼려지지만 나에게는 너무 좋았던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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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8 1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밝게 써보자 맘먹었지만 고독을 숨길 수 없었단 새파랑님 글 읽으니 급 관심이 생깁니다 ~~ 다자이 오사무가 써내려가는 여학생이야기라니 그것도 관심가고요. 새파랑님 잘 읽었어요 *^^*

새파랑 2022-05-08 19:59   좋아요 4 | URL
밝은듯 하면서도 슬픈 느낌이 나는 책이었어요 ㅋ 이 책 전체 보다는 도서관에서 <여학생>만 읽어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5-08 1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민음북클럽 에디션으로 며칠전 받았습니다 ^^

새파랑 2022-05-08 20:00   좋아요 4 | URL
신기하게 제가 읽으려고 하니 북클럽 에디션에 달려라 메로스가 있더라구요 ㅋ 전 이번에 북클럽 패쓰했습니다 😅

청아 2022-05-08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다의 고백>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있던 책에서 추가로 담겨있어서 본것 같아요. 그의 글에는 열등한 인간의 고뇌가 밑바닥까지 잘 드러난것 같아 저도 좋더군요.단편모음이라니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2-05-08 21:31   좋아요 4 | URL
아 인간실격 뒷부분에 있었군요 ㅋ 전 처음 읽었는데 좋았어요 ㅋ 뭔가 뻔한거 같으면서도 색다른 느낌이 들더라구요 ^^ 고뇌하면 다자이 오사무~!! ㅋ

페넬로페 2022-05-09 2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메로스가 사람 이름이군요.
뭘까 하고 궁금했거든요~~
사양보다 밝고 단편이라 작가의 또다른 글의 취향을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새파랑님은 전 세계 소설을 섭렵하십니다^^

새파랑 2022-05-09 21:41   좋아요 3 | URL
무슨 신화? 에 나온다는데 전 처음들어봤습니다 😅 전세계까지는 아니고 아주아주 좁은 국가들 책만 읽고 있어요 ㅋ
 

이제 읽어야 한다 😅


순간 이젠 너무 늦었다는 자각.
삶이 결코 우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 거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는 거지.

불멸, 이 단어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그 말이 거기, 사전 안에 있는 걸 확인하면
마음이 놓인다.

‘돕는다‘는 솔로몬 왕이 쓰기 좋아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도움이니까. 내가 지금 아무 설명 없이 솔로몬 왕"이라고 말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앞으로 알게 될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잖은가. - P15

사람이 뭔가를 줄곧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것을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게 되는 법이므로 그의 뇌리에 문득 그런 계획이 떠올랐으리라. 알다시피 사랑이란, 때때로, 정말이지 사람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가. - P21

내 사랑, 내 사랑, 우린 낮이나 밤이나 네 생각만 해. 얼른 돌아와줘. 무엇보다도 옷 잘 챙겨 입어. 플란넬 벨트 하는 거 잊지 말고. 당신의 마리. - P32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의지할 수 없는 절대 고독에 휩싸일 때처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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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08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가끔 로맹가리로 나온 것과 에밀 아자르로 나온책들이 구분이 잘 가지 않아요.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8 18:59   좋아요 1 | URL
저도 잘은 모르지만 에밀 아자르로 나온게 네권인거 같아요 ㅋ 제가 이 책을 완독하면 에밀 아자르의 네권은 다 읽은게 될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