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세키는 좋다.


만약 그것이 자신의 미래에 가로놓인 필연적인 운명이라면 언제까지고 현재의 광택을 유지하고픈 오노부는 언젠가 한번 슬픈 타격을 입어야 했다. 여자다움이 사라져버렸는데도 여전히 여자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젊은 그녀에게는 참으로 끔찍한 생존으로만 여겨졌다. - P179

"저 사람은 일본 여자가 다 자신한테 반해야 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잖아." - P185

결혼 전에는 천리안 이상으로 그의 성격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자신감은 결혼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환한 태양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것처럼 잘못 판단한 착각의 흔적으로서 이미 여기저기 더럽혀졌다. 필경 남편에 대한 자신의 직관은 오랜 세월의 경험에 의해 정정되고 보수되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진리에 드디어 고개를 숙였던 그녀는 고모부에게 선동되어 금세 우쭐거릴 만큼 어리지도 않았다. - P191

"아니, 꼭 쑥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야. 선입관이 있으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그 애의 생각이야. 그러니까 오노부가 공평하게 얻은 첫인상을 듣고 싶었던 거겠지." - P195

결혼해서 반년 넘게 살고 있는 지금, 쓰다에 대한 오노부의 생각은 변했다. 하지만 쓰다에 대한 쓰기코의 생각은 손톱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쓰기코는 어디까지나 오노부를 믿었다. 오노부도 이제 와서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 여자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선견지명으로 하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던 소수의 행운아로서 쓰기코 앞에 자신을 내세우고 있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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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5-15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표지의 동양화는 무슨 그림일까요...? 궁금해지네요~

새파랑 2022-05-15 17:48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ㅋ 쫌전에 다 읽었는데 미완성 작품이어어 완전 아쉬웠습니다 ㅜㅜ
 

너무 좋다.

이 육체는 언제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 아니, 지금 바로 이 육체안에 어떤 변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 P18

"정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정신세계도 전적으로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본 것이다." - P19

"그러니까 푸앵카레의 주장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이 우연, 우연, 하는 이른바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이네" - P19

하지만 사나흘 독서를 등한히 해온 탓에 앞뒤 맥락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해내려면 자연히 앞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그는 읽는 대신 그냥 페이지를 훌훌 넘기고 책의 두께만 괴로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생각이 절로 일었다. - P22

"러시아 소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을 거네. 사람이 아무리 미천해도, 또 아무리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때로는 그 사람의 입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만큼 고마운, 그리고 조금도 겉으로 꾸미지 않은 지고지순한 감정이 샘물처럼 흘러넘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거네. 자네는 그걸 허위라고 생각하나?" - P106

"요컨대 나 같은 사람은 평생 떠돌아다닐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일지도 모르지. 어떻게 해도 자리를 잡을 수가 없거든. 설사 자신이 정착할 마음이 있어도 세상이 정착하게 해주지 않으니까 잔혹한 거네. 도망자가 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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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13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자 푸앵카레가 언급되어 반갑네요. 소세키가 당시에 접하기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다방면으로 공부했나봐요^^*

새파랑 2022-05-13 22:04   좋아요 1 | URL
소세키 영국 유학생 출신이에요 ㅋ 가끔 나오는 유식(?)한 말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 이 책 벽돌책이어서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 ㅋ
 

주식에 너무 빠지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P133

오라, 슬픔이여!
감미로운 슬픔이여!
내 아기처럼 그대를 품에 안으리! - P153

상상력을 앞세우면 안 되네. 현재 속에 있어 봐. 이 시간을, 이 순간을, 이 시점을 잡아 봐.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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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5-13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식뿐만 아니라 무엇에도 너무 빠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자기 중심마저 빠지거든요.
하지만 젊은 한때 그 무엇에 빠져 보는 경험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5-13 22:06   좋아요 1 | URL
뭐든지 직접 경험을 해봐야 이게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체감이 되는거 같아요 ㅋ 요책도 리뷰 써야하는데 잠깐 미뤄뒀습니다 😅

파이버 2022-05-15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저 빼고 다들 주식하더라구요ㅎㅎ 작년의 주식 열풍이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은 느낌이에요
새파랑님 말씀대로 어떤 것이든 직접 해봐야 배우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5-15 17:47   좋아요 1 | URL
저도 할 정도면 전 국민이 다하는 거겠죠? ㅋ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면 일단 하고 후회하는걸로 ^^
 

오늘이 이렇게 끝났다 ㅜㅜ




"사람의 가치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 의해 정해진다는 말이요." - P21

그것은 윌헬름이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당시 일을 회상하자, 윌헬름은 자신이 베니스가 한 말 때문에 혼란에 빠졌던 동시에 상처도 받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생각했다. 왜 베니스는 그때부터 나를 낙오자 역할로 캐스팅하려고 했던 걸까? - P39

"잘 가거라, 청춘이여! 오, 잘 가거라, 경이로웠지만 어리석게 허송세월한 나날들이여! 나는 그때 얼마나 철없는 멍텅구리였던가. 지금도 그렇지만," - P52

정신적 보상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것이지. 사람들을 바로 지금 으로 데려와야 해. 현실 세계로, 현재 이 순간으로 말이야.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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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으로 조금씩 읽고 있다.

그는 덧문을 잡고 벚나무 쪽을 바라보았다. 매미가 붙어 있는지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달밤이 깊어져갔다. 깊은 밤이 자욱이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P29

그러자 문득 신고에게 산소리가 들렸다. - P29

밤이 되면 가마쿠라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곤 했기에, 순간 바닷소리인가도 의심했지만 역시 산소리였다. 아득한 바람 소리와 닮았지만 땅울림 같은 깊은 저력이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해서, 신고는 이명인가 싶어 머리를 흔들어보았다. 소리는 멎었다. - P30

소리가 멎은 뒤에야 비로소신고는 공포에 휩싸였다. 임종을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 생각하니 오한이 났다. - P31

"언젠가 어머님께 들은 적이 있어요. 어머님의 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산이 울리는 것을 들으셨다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요?"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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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1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몇 년 지나면 품절 또는 절판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2018년 책인데도 판매가 계속 되고 있네요.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2-05-12 07:08   좋아요 2 | URL
전 e북으로 읽고 있는데 매일 매일 조금씩만 읽어서 진도가 잘안나가네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