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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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3


˝사람은 기억을 잃지 않는 한 꿈을 통해 죽은 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를 꿈으로만 보았던 사스케는 어떠했을까?˝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그런데 <슌킨 이야기> 처럼 눈이 먼 극단적인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귀족 집안의 딸인 슌킨은 9살 때 실명된다. 그리고 음악에 매진한다. 그녀의 옆에는 사스케라는 하인이 있고, 그는 그녀의 손이 된다. 하지만 눈이 먼 슌킨은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까다로웠으며, 귀족인 그녀는 하인인 사스케를 무시한다.

[이처럼 슌킨은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였지만 다른 고용인들에게는 심술궂게 행동하지 않았다. 유난히 사스케를 대할 때만 그녀의 심술이 심해졌는데 원래 그런 기질이 있는 데다 사스케만이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기에 그를 가장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스케 또한 고달프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는데, 필시 그녀의 유난스러운 심술을 응석으로 여기며 일종의 은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P.29



어느날 슌킨은 임신을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가 사스케와 똑같이 생겨서 사람들은 그의 자식임을 알게 되고, 그녀의 부모는 슌킨의 남편으로 사스케를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귀족인 그녀는 사스케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슌킨은 스무살 되던 해에 독립해서 집을 나가게 되고, 이때 사스케도 따라 간다. 남편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를 씻기고, 옷도 입히고, 그녀를 위한 모든 손이 되어 행동한다. 하지만 슌킨은 그를 단지 하인으로만 대하지, 어떠한 정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스케는 그녀를 사랑하고 극진히 모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슌킨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야밤에 침입하여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망가진 것에 대해 절망하고, 옆방에서 뒤늦게 온 사스케는 그녀의 고통을 목격한다. 사스케는 그녀에게 다시는 슌킨의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사스케는 그녀의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기억속에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맹인이 된다. 그런데 이를 오히려 기뻐하는 슌킨.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 극단에서 알게된 사랑.

[‘아아! 이것이 진정 스승님이 살고 계신 세상이구나! 이제 비로소 스승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P.98

[˝기특하게도 그런 결심을 해 주다니 내 마음이 기쁘구나. 대체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 지경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야 내 진심을 털어놓자면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 줄지라도 네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용하게 잘 헤아려 주었구나.˝] P.101



지금까지 육체적 관계는 있었지만 사제지간이라는 연유로, 신분차이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서로의 마음이 이제야 비로소 하나로 어우러지며, 함께 흘러가게 된다.

[신께서 다시 앞을 보게 해 주신다고 해도 거절했을 게야. 스승님과 나는 맹인이었기에 앞이 보이는 사람이 모르는 행복을 맛볼 수가 있었단다.] P.109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하여 얻게 된 사랑도 진정 사랑인걸까?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름다운 기억만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은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사랑.


Ps. 작년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를 읽었었는데, 뭐 이런 이상한 작가가 다있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슌킨이야기>를 읽고 생각이 바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추구하는 ‘구조적 아름다움‘이란 이런거구나라고 감탄했다. 그의 다른 작품도 다 읽어봐야겠다. 기다려라 다니자키 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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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6-14 1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다니자키 준이치로 긴장하세요! 금방 전작 당하실 기세입니다!ㅋㅋㅋ
정말 말 그대로 “맹목”적인 사랑이네요. 🤔

새파랑 2022-06-14 13:48   좋아요 3 | URL
제가 갑자기 바빠져서 급하게 점심시간에 작성한다고 리뷰가 좀 허접합니다 ㅋ 완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모나리자 2022-06-14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탄식했던 작품이라 합니다.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라고 했고 문학가 마사무네 하쿠초는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이라고 했다는군요.
저도 다니자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6-14 13:49   좋아요 3 | URL
오래살았더라면 노벨문학상도 가능했을거라든데 정말 과찬이 아닌거 같아요. 저 당장 다니자키 준이치로 전집 지르려고 합니다 ^^

청아 2022-06-14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제가 후기쓴 영화랑도 느낌이 비슷하네요. 자기 얼굴이 흉하다고 생각한 연인 때문에
남주가 자기 눈을찌른거요.
새파랑님 리뷰 전혀 허접하지 않아요!!^^

새파랑 2022-06-14 17:54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는 이 책이 집에 있습니다 ㅋ 미미님 댓글 보니까 미미님 영화 리뷰 생각나네요. 머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

혹시 그 영화가 <슌킨 이야기>를 참고한건지도 모르겠군요 ㅋ

허접하지 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yamoo 2022-06-14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준이치로의 소설...집에 몇 권 있는데 아직 한 권이 읽지 않았습니다. 어째 일본 소설들은 잘 읽지 않게 되네욤^^;;

구조적인 아름다움...미시마 유키오 만큼 미학적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하겠지요. 참고하겠습니다!ㅎ

새파랑 2022-06-14 17:56   좋아요 2 | URL
해설에 그렇게 써있더라구요 ㅋ 구조적인 아름다움 표현이 멋진거 같아요~!! 전 아직 미사미 유키오는 못읽어봤습니다. <금각사>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꼭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6-14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 끔찍한 사랑인데요. 저런 사랑도 있겠구나싶지만 현실에서는 으 싫어요. ㅎㅎ
그런데도 새파랑님이 이렇게 좋은 리뷰를 쓰신걸 보면 이 작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진짜 뛰어나다는건데 고민되네요. 앞으로 새파랑님의 다나카 준이치로 서평 열심히 기다려보겟습니다. ^^

새파랑 2022-06-15 06:42   좋아요 1 | URL
전 한 작가 책은 한달에 한편씩만~!! 잔혹한 구전 동화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ㅋ 아주 재미있게 읽혀요 ^^

mini74 2022-06-14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만 이랑 읽었는데 참 일본적이다란 생각했어요. 눈을 찌르는 사랑이라니! 그럼 밥은 누가하나는 현실적 생각이 ㅎㅎㅎ 새파랑님 리뷰가 넘 매력적이라서 읽고 싶어지네요. 스콧님이 세설 재미있다하셨는데 그것도 읽고 싶고 ㅎㅎ

새파랑 2022-06-15 06:44   좋아요 2 | URL
돈이 많아서 밥은 일하는 사람들이 ㅋㅋ 쏜살문고 전집 으로 사려고 했는데 세권이 읽은 책이어서 따로 구매해야겠어요 ㅋ 저 이번에 세실 구매했습니다 ~!@

scott 2022-06-15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준이치로옹 추리 소설도 썼고
에세이도 미쿡인들의 스테디 셀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노벨상 야스나리 옹이 아닌
준이치로옹이 받아야 했다고 했을 정도로!

금각사 추천 합니다 ^^

새파랑 2022-06-15 06:56   좋아요 3 | URL
역시 스콧님도 인정한 준이치로옹~!!! 제가 금각사도 구매해 보겠습니다~!! 오늘 알라딘에나 가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2-06-15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이네요~~
현실에서는 실행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 인데요~~
그럼 아이의 아빠는 사스케인건가요?
책을 읽어봐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어요^^

새파랑 2022-06-15 16:54   좋아요 4 | URL
슌킨은 계속 부정하지만 그런걸로 ㅋ 근데 애는 딴데로 보냅니다 ㅎㅎ 주종관계의 사랑느낌? 이 납니다~!!

레삭매냐 2022-06-15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하 맨 마지막 문장 킬포입니다.

눈을 감으면 어떤 감정은 더 선명
해진다. 멋지십니다.

새파랑 2022-06-15 16:54   좋아요 2 | URL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이 생각나서 거기 있는 문장을 모디파이 해봤습니다 ㅋ

하나의책장 2022-06-15 2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눈까지 멀게 하여.. 얻은 사랑은, 딱 소설과 드라마에서만 그렇구나 하지 막상 현실에서는.. 말그대로 노답일 것 같아요😅 새파랑님 리뷰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

새파랑 2022-06-16 11:46   좋아요 2 | URL
영화로 만들어도 대단히 재미있을거 같아요. 저는 준이치로의 책은 두권만 읽어봤는데 다 특이하고 재미있더라구요~!!

희선 2022-06-15 2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얼굴을 안 보려고 자기 눈까지 안 보이게 하다니, 이런 건 소설이나 영화에 있을 법하네요(비슷한 거 어디에서 봤는데, 하니 미미 님이 쓰신 영화 리뷰였군요) 실제로도 이런 사랑 있을지도 모르죠


희선

새파랑 2022-06-16 12:02   좋아요 2 | URL
자기 눈 찌르는 부분에서 오싹하더라구요. 그 아픔을 상상해봤거든요 😅 실제로는 없어야겠죠? ㅋ

잠자냥 2022-06-16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열쇠로 시작하셨다니, 아이쿠 저런! ㅋㅋㅋㅋ 문동에서 나온 <만/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와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설>, 그리고 <그늘에 대하여>라는 수필까지는 꼭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2-06-16 12:14   좋아요 2 | URL
<열쇠>가 문제였습니다~!! <세실>은 새책 같은 중고를 구매했고, 다른 책들도 읽어보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2-06-16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이 책 표지를 봅니다.
구조적 아름다움...👍

새파랑 2022-06-17 08:33   좋아요 2 | URL
요 책이 포함된 전집 표지들이 다 마음에 들더라구요 ㅋ 근데 좀 비싸다는 ㅜㅜ
 

엄청나게 좋다.






갈수록 흐려져 가는 기억을 상상으로 메워나가면서 사진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고귀한 여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 P14

"나는 단 한 번도 스승님의 얼굴을 보고 가엾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도리어 눈이 잘 보이는 우리가 스승님보다 더 비참하다. 스승님께서 그 기상과 기량으로 무엇이 아쉬워 다른 이의 동정을 구하겠는가? 오히려 ‘사스케가 불쌍해’라고 하시며 나를 가여워하셨다. 나나 너희는 눈, 코가 제대로 붙어 있는 것 말고는 무엇 하나 스승님께 미치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이야말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P24

이처럼 슌킨은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였지만 다른 고용인들에게는 심술궂게 행동하지 않았다. 유난히 사스케를 대할 때만 그녀의 심술이 심해졌는데 원래 그런 기질이 있는 데다 사스케만이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기에 그를 가장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스케 또한 고달프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는데, 필시 그녀의 유난스러운 심술을 응석으로 여기며 일종의 은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 P29

이때부터 사스케는 슌킨을 ‘스승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작은아씨‘라고 불러도 괜찮았지만 수업시간에는 반드시 ‘스승님‘이라고 부르게 하였다. 슌킨 역시 호칭을 붙이지 않고 ‘사스케‘라고 불렀는데, 이는 모두 검교 슌쇼가 제자를 대하는 모습을 흉내 낸 것으로 엄격하게 스승과 제자의 예를 갖추게 했다. - P39

오늘날 진정 그것이 사실인지 단정하기는 어렵겠으나 다만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소꿉놀이를 할 때 아이는 반드시 어른을 흉내 낸다는 점이다. 슌킨은 검교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여태껏 직접 매를 맞아 본 적은 없었지만 평소 스승 슌쇼의 독특한 방식을 보아 왔기에 어린 마음에 무릇 스승이란 그렇게 하는 거라고 수긍했을 것이다. 놀이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스승의 흉내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으니 그런 성향이 심해져 습관이 되었을 터다. - P44

"사스케, 너는 어찌 그리 기개가 없느냐. 사내자식이 참을성도 없어 툭하면 우는 주제에 그 소리가 너무 크니 도리어 내가 야단맞지 않느냐! 예술에 정진하고자 한다면 뼈와 살이 고통으로 아린다 한들 이를 악물고 참고 견뎌야 하느니라. 그게 불가능하다면 나는 스승을 그만둘 것이야!"

오히려 이리 쏘아붙이니 그 이후로 사스케는 괴로워도
절대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 P48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이라는 말인가! 그로부터 수십 일이 지나 사스케 역시 백내장을 앓았고, 순식간에 두 눈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점차 눈앞이 희미해져 물건의 형태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사스케는 손의 감각만으로 더듬거리며 슌킨 앞으로 가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스승님! 소인 사스케, 실명했사옵니다. 앞으로 평생 동안 스승님의 상처는 못 보게 되었사옵니다. 참으로 좋은시기에 실명하였나이다. 이는 필시 하늘의 뜻일 것이옵니다!"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슌킨은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 P92

"스승님! 저도 맹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평생 스승님의 얼굴을 뵐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P97

지금까지 육체적 관계는 있었지만 사제지간이라는 연유로 가로막혀 있던 서로의 마음이 이제야 비로소 하나로 어우러지며 함께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 P98

‘아아! 이것이 진정 스승님이 살고 계신 세상이구나! 이제 비로소 스승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 P98

사스케의 쇠약해진 시력으로는 방의 모양새는 물론이거니와 슌킨의 모습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붕대를 감은 그녀의 얼굴만은 희미하게 망막에 아로새겨졌다. 사스케에게는 그것이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 달 전 슌킨의 그 얼굴, 신비로운 하얀 살갗에 둥그스름한 그 형태가 마치 몽롱한 빛 속의 석가여래 모습처럼 떠올랐다. - P99

"기특하게도 그런 결심을 해 주다니 내 마음이 기쁘구나. 대체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 지경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야 내 진심을 털어놓자면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 줄지라도 네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용하게 잘 헤아려 주었구나." - P101

신께서 다시 앞을 보게 해 주신다고 해도 거절했을 게야. 스승님과 나는 맹인이었기에 앞이 보이는 사람이 모르는 행복을 맛볼 수가 있었단다. - P109

사람은 기억을 잃지않는 한 꿈을 통해 죽은 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를 꿈으로만 보았던 사스케는 어떠했을까?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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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6-14 1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년 6월에 원서로 읽었는데 엄청 좋았어요. 인용 문장 보니 새록새록합니다.
이런 사랑과 존경이 있을까 싶어요.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6-14 13:47   좋아요 3 | URL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ㅋ 역시 일본어 천재 모나리자님~!!!
즐거운 하루보내시길 바랍니다 ^^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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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2 '사랑, 이라고 쓰고 나니 그 다음을 쓸 수가 없었다.' 는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비에르에게 보내는 아이다의 편지로 이루어진 작품. 아이다가 겪는 모든 현실에는 사비에르가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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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6-14 1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서 리뷰쓰기가 힘드셨군요. 사랑이야기 좋아하시는 새파랑님의 마음을 울린 작품이라니 사랑에 둔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6-14 12:42   좋아요 4 | URL
사실은 너무 슬퍼서도 그렇지만 리뷰가 좀 밀려서 100자평으로 썼어요 😅 한번 더 읽고 나서 리뷰를 쓰겠습니다. 이 책 너무 좋네요 ㅜㅜ

청아 2022-06-14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쓸 수 없을 정도라니 더 궁금합니다ㅜㅜ

새파랑 2022-06-14 12:44   좋아요 3 | URL
이 책 완전 좋습니다. 제가 재독하고 리뷰를 다시 써보겠습니다~!! 저는 이런 편지 형식의 작품이 너무 좋더라구요. 다른 사람의 편지를 훔쳐보는 기분? 😅

거리의화가 2022-06-14 1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을 보니 진짜 내용이 궁금합니다. 이 책도 편지로 씌어진 소설이라 잘은 읽힐 것 같은데 아름다우면서 슬프다니~ 새파랑님의 심금을 울렸나봅니다ㅜㅜ

새파랑 2022-06-14 13:50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심금을 울렸습니다 ㅋ 제가 이런 감성적인 내용에 약하더라고요 ㅜㅜ 화가님도 좋으셨으면 합니다~!!

바람돌이 2022-06-14 2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ㅠㅠ 또 눈물이..... 새파랑님의 그 쓸 수없는 마음이 이해가 가요. 그들의 안타깝고도 절절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는 참 쉽지 않죠.

새파랑 2022-06-15 08:29   좋아요 2 | URL
이 책 좋아서 리뷰를 잘써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잡히더라구요 ㅜㅜ 바람돌이님도 울게한 책이군요~!! 정말 좋습니다 ㅋ

mini74 2022-06-14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먹먹하네요 ㅠㅠ

새파랑 2022-06-15 08:29   좋아요 4 | URL
이건 100자평 ㅋ 미니님 꼭 읽어보세요~!!!!!!!

그레이스 2022-06-16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함 써보세요.
저 너무 가슴이 아팠던 소설!

새파랑 2022-06-17 08:33   좋아요 2 | URL
좀 한가해지면 다시 읽고 써봐야 할거 같아요~!!!
 
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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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 소세키의 후기 3부작은 모두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 이 책을 읽고 나서 알면 알수록 더욱 알수 없는게 사람이고,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게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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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3 1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가 떠올라요 ㅎㅎ

새파랑 2022-06-13 14:17   좋아요 4 | URL
저 말도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 아직까지 잃어버린 <행인>을 못찾고 있습니다 ㅋ

alummii 2022-06-13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새끼 이분은..부를때마다 죄송스러워지는 작가님이군요^^;; 암튼 작품은 최고인걸로! 꼭 조만간 소새끼님의 세계로 입문데쓰

새파랑 2022-06-13 14:18   좋아요 5 | URL
그래도 ‘소‘라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 ㅋ 소세키는 어느작품이든 90점 이상 고퀄 작품이 가득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3 13: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 하면 소세끼죠~^^
이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셨군요! 마지막 문장 완전 공감합니다. 사람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몇 년을 살아도 옆사람 마음을 모르겠어요ㅋㅋ

새파랑 2022-06-13 14:21   좋아요 5 | URL
아 그런가요 😅 작년에는 도선생님, 올해는 소세키군요 ^^ 마음은 절대로 알수 없는거 같아요. 저도 마음 속 말을 완전히 까본적은 없는거 같고 😅

그레이스 2022-06-16 2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읽은 소세키!

새파랑 2022-06-17 08:41   좋아요 3 | URL
처음 읽은 책이 아주 좋은 책이었군요~!! 전 고양이로 읽어서인지 소세키의 다른 작품을 늦게 접했어요 ㅋ 고양이 제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ㅎㅎ

scott 2022-06-19 14: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알면 알수록 더욱 알수 없는게 사람이고,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게 마음]
요 문구는 노래 가사 같습니다!ㅎㅎ
백년전에 쓴 작품이
세기를 뛰어넘는다는 것!
불후의 명작 ^^

새파랑 2022-06-19 16:06   좋아요 2 | URL
어디서 들어본 말로 만든 표절(?) 문장이어서 그렇습니다 ㅋ 행인은 몇세기를 뛰어넘을 명작이 맞는거 같아요~!!
 

이책도 답이 없을만큼 좋다.


지금 사비에르와 아이다가 어디에 있든, 그들이 죽었든 살아 있든, 신께서 그들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며. - P13

그들이 당신을 잡아간 이후로 ‘최근에‘ 라는 단어의 뜻이 바뀌었어요. 오늘 밤은 그게 언제였는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최근에’ 라는 단어는 이제, 지나간 시간을 모두 포함해요. 그 말이 몇 주 전이나 그저께를 뜻할 때도 있었죠. 최근에 꿈을 하나 꿨어요. - P21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 P26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32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어요. 우리가 과거의 죄수들은 아니니까. 과거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할 수가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그 결과를 바꾸는 일이겠죠. 우리 함께 과거를 만들어 봐요. - P33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 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 P40

그들은 우리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다. 그들이 우리를 몰아넣은 침묵의 지대를 그들은 건널 수 없다. 그들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잘못된 비난들이 내는 소음이 있고, 우리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마지막 기획이 있다. - P49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 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 P27

자발적 용기는 젊은 시절에 시작되죠. 나이가 들며 생기는 건 인내예요. 세월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선물이죠. - P105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꽃 한 송이를 꺾어 주세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냥 무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 P152

왜 이렇게 고통이 많은 걸까요. 그녀가 물었어요. 온통 고통뿐이잖아요. 왜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서로를 갈기갈기 찢는 일을 멈추지 않잖아요. 말 좀 해주세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어쩌다가 우리는 단지 아파하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제가 배운 건 그거예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 P175

당신에게 보낼 글을 적고 있는 이 편지지를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목소리도 얼굴만큼이나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그 차이를 설명하기는 훨씬 더 어렵죠. 사람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당신의 목소리에는 기다림이 있어요. - P181

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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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12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존 버거의 책이네요. 존 버거의 책은 모조리 다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40쪽의 기대와 희망. 그런 거군요. 저는 어떤 미묘한 차이를 짚어낼 때 작가로서의 훌륭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새파랑 2022-06-13 06:35   좋아요 1 | URL
이 책 다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지? 고민입니다. 좋은 문장이 많고 너무 애절하더라구요 ㅜㅜ

청아 2022-06-1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네루다 오늘 새파랑님께 땡투구매했는데 쉼 없이 또 이렇게 ‘답이 없을만큼 좋은‘소설이라뇨😅 명품만 고르시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6-13 14:23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ㅋ 저도 이책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리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슌킨 이야기>를 다읽어 버렸습니다 ㅋ 근데 요것도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