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감정은 아마도 감동일텐데 그것을 묘사하려 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감정은 그냥 혼란이었는지도 모른다. - P166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드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 P242

새로운것을 하나씩 알게 될때마다 그애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며, 현실적일수록 더 믿기 힘들었다. - P254

간단했다. 내 책을 읽었다면 그애는 진실을 안 것이다.

나는 그애 아버지였다.

그애는 내 아들이었다.

그러자 아이작과 내가 둘다 살아서 서로의 존재를 알았던 시간이 잠시나마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23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없는 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P340

살고싶은 마음이 절박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그녀.
진실을 말하자면, 그녀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작별인사를 했을 때 그것은 영원한 작별이었다.
그렇긴하지만.
나는 고의로 잊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본다. 하지만 그랬다는 건 사실이다. - P342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녀를 보았다. 가슴이 지시를 내릴 때 머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그녀는 내 기억과 달라 보였다. 그렇긴 하지만 같았다. 눈, 그 눈을 보고 그녀를 알아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천사는 바로 이렇게 오는구나. 그녀가 나를 사랑했던 나이에 멈춰진 모습으로. - P360

나는 말했다.
"제 이름은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모든 소녀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사다 지로의 인간미 넘치는 7개의 단편집. 뭔가 감상평을 잘 써보고 싶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함을 느낀다. 마지막에 실린 해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중한 걸 버려야 했던 사람들이 아주 먼 훗날 다시 만났을때의 감정이란 이런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탓을 하지 마라. 남 탓도 하지 마라, 부모 탓도 하지 마라. - P138

"의지할 데라고는 너밖에 없다."
간절한 이 한마디가 새하얀 입김이 되는 추운 겨울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지. - P143

아무도 사주지 않는 꽃을
안고 저 처녀 울면서 간다
가여워요, 달님
왜 이 세상의 행복은
아아
모두 고개를 돌리는 걸까 - P144

모든 걸 잊어야만 했다. 한 가지를 잊기 위해 모든 것을 잊으려고 했다. 과거는 시간이 밀어내 흘려보내 주었지만 시간의 힘으로도 도저히 흘려보낼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한 가지였다. - P180

어머니는 모든 기억을 지워 없애려고 했건만 이 아이는 작은 기억을 소중히 키워온 것이다. - P182

헤어진 연인의 나이를 헤아리면서 밤마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해후를 꿈꿔왔다. 그녀의 낙은 그것뿐이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사람이야 하는 착각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졌다. 그만큼 실망도 커졌다. - P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절판이어서 못보고 있다가 알라딘 중고매장 가보니 있어서 구매~! (책 3권 팔고 5권을 사고...)
인섹트와 쓰키시마 모정 단편 2개 읽었는데, 밑줄긋기 보다는 한편 한편이 다 안타까워서 인상깊었다.

도쿄에 올라왔을 때는 도시의 토박이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바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려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곳에서 말하는 바보는 사랑의 말과 같다는 것을.. - P77

역시 세상에는,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 따위 있을리가 없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플에서 평이 좋고 서점에서 김연수 작가님 추천 멘트 보고 구매한 📚. 제목은 다소 그랬지만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구매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빨라서 아껴두었다가(방치?) 오늘 읽기 시작~! 절반 정도 읽었는데 지금까지는 정말 재미있다. ★★★★★
(알라딘 서재가 있다는걸 오늘에서야 알았다ㅡㅡ 스마트폰으로만 해서... 북플이 있다는 것도 3개월...)

그후로 우리는 그날에 대해 한 번도 애기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대해, 우리가 공유했다 상실한 꿈에 대해, 일어났거나 일어나지 않은 그 모든 일에 대해 한번도 애기하지 않은 것처럼. - P16

모든 것을 지어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그러면 그 무엇도 믿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 P18

넌 언제쯤이면 세상 모든 것을 표현할 말들이 제각기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까? - P23

마침내 그가 두마디 말을 겨우 내뱉었다.

나랑 가자. 아래쪽 거리에서 아이들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랑 가자. 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녀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세번을 그는 청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 그녀가 말했다. 제발.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그는 평생 가장 힘들었던 일을 했다. 모자를 집어들고 그곳에서 걸어나온 것이다.

(이 문장들이 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근간이 되는 것 같다) - P26

안나카레니나의 녹음테이프 상자를 바라봤다. 그렇긴 하지만 하루이틀 후, 내가 할일을 하고 있는데 위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무 엇비슷하고"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목소리가 들려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고싶어졌다.) - P41

내가 어땠냐고 묻자 엄마는 오랑우탄과 이야기를 해도 그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표현 너무 좋다....) - P74

삶은 아름다워. 그가 썼다.
여원한 농담이기도 하고. 내가 거기에 갈겨썼다.

나는 울었을 수도 있다. 무슨 차이가 있나. - P122

넌 어떤데? 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또 가장 슬프니?

물론 그렇지

왜?

그 무엇도 나를 더 행복하게, 더 슬프게 하지는 못하니까, 너 말고는...

(과거를 회상하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키 다시 읽기 5번째 작품 끝.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예전에 밑줄 친 문장을 다시 보니 즐거웠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현재를 방황하는 인물들... 결국 과거를 극복한 사람은 현실로 돌아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라진다는 이야기. 하루키 장편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우물에 들어가고 지하로 들어가고 양사나이 그런거 없이ㅋ) 우울한 작품(유머코드가 적다)이라 생각한다.

(제목을 바꿀 수 있는지 몰랐다ㅎ)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 - P230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줄 알았어"
"그렇지만 아마도 한동안 오지 못할 거라 메모를 남겨두었잖아"
"한동안 이라는 건 말이지, 기다리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겐 길이를 헤아릴 수 없는 말이야"
"그리고 아마도 라는 건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말이야"
- P259

중간은 없어. 왜냐하면 거기에는 중간적인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중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중간도 존재하지 않지.

개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개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갑자기 우울한 분위기 반전 ㅎ) - P261

국경의 남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의 서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