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가 그에게 편지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편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와 가까워 졌다는 이상야릇하고 새로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두 사람이 서로 연락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절망감이 한층 더 깊어졌다. 살아숨쉬는 그 미소 대신에, 그 따뜻한 목소리 대신에 이 차가운 종이와 죽은 말 뿐이라니. - P119

"아, 이선 아저씨, 이제 시간이 됐어요"

"무슨 시간이 됐단 말이야?"

"기차를 놓치면 전 어디로 가요?"

"기차를 타면 어디로 갈 건데?"

"지금 우리가 서로 해어진다면 어디에 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선 아저씨, 썰매를 한번 더 태워 주세요"

(이 문장들에서 너무 안타까웠다.) - P149

전나무들이 어둠과 적막으로 그들을 둘러쌌다. 땅속의 관안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이런 느낌일 꺼야"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그 다음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행복했던 마지막 순간. 이 후로부터는 불행.)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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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에 읽으려고 급하게 산 책인데...정말 잘 골랐다. 좋다~!

또한 그의 외로움이 단순히 비극적이라고 생각되는 개인적인 곤경의 결과가 아니라 그 속에 하먼 가우가 넌지시 말한 것처럼 스탁필드의 허다한 겨울 추위가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P18

그는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자기 말고 또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이 애처러운 특권의 유일한 희생자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영혼이 똑같은 경이의 감정으로 떨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35

자기 감정을 표현해 그녀의 감정을 자극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은 이선으로 하여금 그 표정과 어조의 변화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다. - P47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에 이선은 두 사람이 어떠한 감정의 격발도 없이 오랜 세월을 함께 나눈 친밀한 사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며 자신들이 지금까지 늘 이렇게 밤을 지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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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08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1-03-08 10:01   좋아요 1 | URL
동의합니다~! 오늘 아침에 다 읽었는데(해설 빼고) 너무 감동했습니다^^ 전 순수의시대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이것밖에 안읽어 봤지만..) 여름도 읽으려고 합니다 ㅎ

잠자냥 2021-03-08 10:13   좋아요 1 | URL
정말 감동적이죠. ㅠㅠ 주르륵..... 김욱동 버전이라면 해설 읽는 것은 비추입니다. 특히 <여름>은 해설 읽으면 아니되옵니다. ㅋㅋㅋㅋㅋ 작품의 감동을 갉아먹습니다.

Falstaff 2021-03-08 12:28   좋아요 1 | URL
워튼은 몇 개 읽지 않았지만 해설은 무조건 패스해도, 아님, 패스하는 게 남는 겁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1-03-0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은 책에 넣기가 싫어지게 감동적입니다 ㅋ 보니까 김욱동 버전이어서 해설은 넘어가겠습니다 ㅎㅎ
 

아직 주말이 끝나지는 않았지만..주말에 읽은 책. 원래 계획은 행복의 나락, 스푸트니크의 연인들, 악령ㅡ하 3권 읽으려고 했지만(언제나 계획은 거창하다 ㅎ) 책을 회사에 놔두고 와서 실패.

결국 스콧피츠제럴드의 ˝행복의 나락˝과 예전에 사놓고 모셔놓기만 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읽었다.

특별한 의도없이 고른 작품인데, 두 소설 모두 사랑과 상실이라는 내용을 닮고 있다. 내 취향이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행복의 나락˝이 서구적인 배경에 남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면, ˝연인˝은 동양적인 배경에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두 책 모두 좋았지만, ˝행복의 나락˝이 내 취향과 감성에는 맞았다.

˝연인˝의 경우 문장이 아름답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이 잘 그려진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시점 이동, 소녀와 소녀 엄마의 이야기 혼재, 그,그녀라는 3인칭 호칭이 자주 나와서 좀 햇갈렸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노멀피플은 완전 공감했는데...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이해력이 짧은건지 ㅜㅜ). 오히려 중국인의 감정과 사랑에 많이 공감했고, 책의 마지막에 써있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했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연인 마지막 문장)

영화도 있다는데 보고싶고, 책도 다시읽어봐야겠다.


˝행복의 나락˝은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으로, 총 5작품이 실려있다. 이중 비행기 환승 세시간 전과 겨울 꿈은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또 읽어도 역시 좋았다. 행복의 나락이라는 단편이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에 실린 단편 모두가 행복의 나락을 보여주는 일관된 모음집이다. 모든 작품에서 피츠제럴드 특유의 (돈많은 남자의?) 우울함과 상실이 잘 그려져 있고, 이런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ㅎㅎ 피츠제럴드 작품이래봤자 위대한 개츠비와 단편 몇번 읽어본게 전부인데,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행복의나락 5작품 모두 좋지만 그중 ˝행복의 나락˝과 ˝겨울 꿈˝ 이 특히 좋았다.

˝오래전에, 내 안에 무언가 있었어. 그런데 이제 그것들은 사라졌지. 영원히 사라져 버렸어, 이젠 가 버렸어. 울 수가 없어. 아무렇지도 않아. 더 이상 그건 돌아오지 않아.˝(겨울 꿈 마지만 문장)

아직 주말이 안끝났으니 한권 더 읽어 봐야겠다 ㅋ 책 리뷰해주신 플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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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3-07 1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는 독서의 속도가 너무 빠르십니다. 감탄하고 있어요.
연인은 오래전 영화를 봤는데 아마 책의 일부분만을 담았을듯 해요^^
근데 영화에서는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자에 더 초점이 맞춰지더라구요 ㅎㅎ

새파랑 2021-03-07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님들에 비하면 느리죠 ㅎ 내실있는 독서가 되어야 하는데ㅜㅜ
연인 영화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ㅋ 페넬로페님처럼 리뷰를 잘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Amant 연인 (마르그리트 뒤린스) 읽기 끝


부인, 펠트 모자를 쓴 소녀. 그들은 둘 다 구역 내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똑같이 강가의 기나긴 거리를 바라다 본다. 둘 다 똑같이 고립되어 있다. 둘은 여왕 만큼이나 외롭다. 두 여자 불명예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 P107

"나는 너 같지는 않았어. 나는 너보다는 열심히 공부했어. 나는 아주 진지한 아이였지.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나이 들도록 그렇게 살다 보니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잊고 말았지만" - P111

출발. 언제나 똑같은 출발이었다. 언제나 바다를 향한 첫 번째 출발이었다. 육지와의 이별은 늘 고통과 절망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남자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 - P128

기적소리는 너무나 신비로우면서도 구슬퍼서 사람들을 울렸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로 헤어지는 사람들, 구경왔던 사람들, 또 거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왔던 사람들, 생각나는 이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슬프게 만들었다. - P130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했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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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읽을 시간이 안나서 뒤늦은 읽기 시작~!

식민지의 백인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열두 살짜리 백인 소녀도 마찬가지다. 3년전부터는 백인 남자들도 길에서 나를 알아봤다. 어머니의 남자친구들은 내게, 아내가 스포츠 클럽에 테니스를 치러 가는 시간에 차를 마시러 오지 않겠느냐고 상냥하게 물어보곤 했다.

(어느 시대에나 이상한 사람들은 많다 ㅋ) - P25

형체가 없는 바다, 비길 데조차 없는 그 바다.
이미 나룻배 위에서부터, 이런 시간이 오기 전부터 그 영상은 이 순간과 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P49

우리가 사랑을 나누고 났을 때 이내 그는 내가 뜨거운 여자이고 앞으로 사랑의 행위를 즐기게 될 것이며, 그를 배신하게 될 것이고, 그런 식으로 모든 남자를 배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 P54

처음부터 우리는 두사람이 공유하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해서는 결코 애기하지 않을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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