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을 나는 퇴근 후 시간과 함께 했다. 이 책도 역시 플친님의 맞춤형 추천으로 읽었다. 믿고 보는 추천책. 대만족~!

읽는 내내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닷가와 모래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좋아한다. 가보지는 못해도 상상은 할 수 있는 거니까.

이 책은 세명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인 마놀로는 빈민가에 사는 잘생긴(모든 여성의 호감을 받는다.) 청년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의도적으로 떼레사에게 접근을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계산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랑을 위한 삶의 태도로 변해간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이, 한 여름밤 같은 그의 사랑과 신분상승의 욕망은 허무하게도 끝이난다.

떼레사의 하인인 마루하는 마놀로를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진 여성으로,  마놀로는 한 파티장에서 마루하를 부르주아 계급으로 착각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그녀가 떼레사의 하녀임을 알게되고 나서 그녀를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마루하는 마놀로의 차가운 태도와 실체를 알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혼수상태의 기억속에서도 그를 생각한다.

여자주인공인 떼레사는 부르주아 계층의 진보적인 여대생으로, 프롤레타리아 계층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하녀인 마루하의 애인인 마놀로를 보고 흔들린 그녀는(마놀로가 잘생겼다고 한다...부럽다 ㅋ) 마루하가 쓰러지고 난 후, 마놀로를 노동자의 리더로 착각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잘생긴데다 그녀가 동경하는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자라면..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와 불가피하게 만날 수 없게 된 후 그들의 사랑은 끝난다. 역자의 해설을 빌리자면 떼레사는 이념적인 열정을 성적 욕망과 혼돈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이상화 한 것이었고, 현실을 차츰 깨닫게 되면서 그녀가 속한 세계로 결국 돌아가게 된다.

마루하가 의식을 잃고 나서 시작된 마놀라와 떼레사의 사랑은, 마루하가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순간부터 끝이 나게 된다.

그 둘의 사랑의 시작은 남여간의 성적 끌림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결국 계층간의 간극, 서로 바라는 이상향의 차이(정치적 요소와 신분상승의 욕망)로 이루어 지지는 못한다.  거짓과 착각으로 시작된 관계의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렇게 그녀에게 헌신한 마놀로는 몇년의 세월이 지난 후 담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떼레사 역시 자기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의 만남이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착각이든, 욕망이든, 서로에게 빠졌던 시기의 감정은 진심이었을 테니까.

책에서는 대학색 운동권의 모순,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 계층간의 시각차이, 신분차이 등의 정치사회적인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이런 요소들 보다는 3명의 주요 인물에 감정을 집중해서 읽었다. 마놀라는 이해가 가고, 떼레사는 사랑스럽지만 이해가 약간 안되었고, 마루하는 안타까웠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플래쉬백과 내적 독백으로 인해 가끔씩 어라? 하고 다시 읽게 되었다. 갑작스레 등장하다보니 햇갈렸다. 그, 그녀라는 단어가 섞여있다 보니 누구이야기지? 하는. 그래도 이런 흐름의 단절이 있어서 잠시 생각하면서(앞부분도 다시 보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보진 못한 낭만적인, 그러나 비극적인 여름날의 지중해와 모래사장을 생각하게 하는 책. 이와 어울리는 노래가 생각나서 들었다. 검정치마의 ‘하와이 검은 모래‘ (링크는 생락...좋은 리뷰 따라하기 ㅎㅎ)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알다시피 내 지은 죄가
오늘도 무겁네요
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
추억을 고이 덮은 채
무궁화가 한가득
태평양 저 멀리 피었네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보다시피 내 발은 아직
여기 묶여있어요
우리가 듣던 그 파도는
돌아오지 않아요
손잡고 걷던 밤바다
검은 모래 위엔
부서진 유리만 남았네
오 작년의 그늘이
나를 따라와요
드디어 내 그림자가
되려나 봐요
하지만 한 줌 햇살도
나는 못 가져가요
내 방은 작은 공기도
움직이지 않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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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3-25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다 내음을 상상하면서 읽으셨군요?ㅎ
작가 소개를 보니 지난한 삶을 살았네요.
작품 원작이 나온 게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당시 정치적 현실과 자신의 체험도 이야기 속에 들어있을 것 같아요. 위태로운 사랑은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그러면서 서로 성숙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새파랑님, 배경 그림이 자주 바뀌네요.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1-03-25 12:39   좋아요 2 | URL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해서요 ㅎㅎ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모나리자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1-03-25 1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
새파랑님의 리뷰가 점점 더 길고 깊어지네요 ㅎㅎ
떼레사라면 쿤데라옹의 참을수 없는 불멸속 그녀!가
떠오르는데
후안 마르세 떼레사는 장바구니속으로 !GO~@@@

새파랑 2021-03-25 12:41   좋아요 3 | URL
아 불멸에 떼레사가 나왔었나요? 기억이 가물가물.. 리뷰 쓰는데 재미를 느껴가고 있습니다 ^^

coolcat329 2021-03-25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참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신분상승 이야기는 늘 재밌죠 ㅋㅋ 이 책 저도 갖고 있는데 올해 꼭 읽는걸 목표로~~

새파랑 2021-03-25 12:42   좋아요 2 | URL
한번에 쭉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전 계속 띠엄띠엄 읽어서 ㅡㅡ)

청아 2021-03-25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르셀로나 바닷가는 어떤 모습일까요~일단 ‘하와이 검은모래‘ 들으러 갑니다!🤭

coolcat329 2021-03-25 12:29   좋아요 4 | URL
제가요...25년 전 아휴 나이 참...ㅠㅠ 바르셀로나 바닷가에 앉아 술을 마신 추억이 있지만, 기억이 안납니다. 다시는 못갈거 같은데 슬퍼지네요...

청아 2021-03-25 12:32   좋아요 3 | URL
여행가면 사진 찍고 이런 것보다 현지인처럼 그저 그곳을 느끼다 오는게 더 멋진것 같아요! 기억안남 어때요~25년전 바르셀로나에서 필름이 끊길정도로 술을 마신 그 추억.하.. 그거면 되죠♡

새파랑 2021-03-25 12:45   좋아요 2 | URL
갑자기 하와이 검은 모래 노래가 떠올라서 ㅋ (미미님 리뷰 따라해보기..) 하와이랑 바르셀로나는 다르겠지만^^

붕붕툐툐 2021-03-25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랑님 읽는 속도 진짜 대박~👍 전 초면인 책인데 정말 세상은 넓고 책은 다양하네요~!!

새파랑 2021-03-25 23:19   좋아요 1 | URL
저도 (당연하지만...) 초면인 책이였어요 ㅎㅎ
 

떼레사가 함께 했던 3일간의 시간이 끝났다. 언젠가는 다시 읽을께~ 마놀로의 시각에서 책을 읽었다.(너무 당연한건가? ㅋ) 그래서 안타깝지만 납득이 가는 결말~

난 너 같은 남자애들을 많이 알아. 너희는 지나치게 바보 같아. 우정을 오해하기도 하고 말이야. 화가 나는 이유는 어제까지 내가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는 거아.

(바보같은걸 알아도 바꿀수 없는 것이 있다.) - P340

내가 속할까? 정말 내가 거기에 속할까? 그리고 그는 정말 거기에 속할까? 내가 그와 이야기하는 걸 누가 본다면, 내가 속한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까?

(결국 그는 그곳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현실적이지만 슬픈 현실.) - P359

널 어디서 받더라, 기억이 나질 않아, 아름다운 추억이었지만 이젠 안녕, 하겠지. 한때 덧없는 열정으로 관계를 가졌지만, 알잖아, 인생은 그런 거라는 걸.

(알잖아, 인생이란 그런거라는 걸.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슬펐다.) - P412

그들은 사회적 노력의 결과물인 호화로운 삶을 사는 아이들이고, 비슷하게 노력하는 이들은 누릴 자격이 있으나, 떨리는 손을 뻗어 만지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자격은 있으나, 얻을수 없다...) - P412

나는 알고 있었어. 그리고 늘 의심해 왔어. 몬떼까르멜로는 내가 상상했던게 아니야. 마놀로의 형은 중고차 거래상이 아니라, 노동자 의식이 없는 정비공이었어. 베르나르도는 나 자신의 혁명적 환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며, 마놀로 역시..

(그녀가 가진 잘못된 환상이 그와의 사랑에 어는정도 계기가 되었지만, 진실을 알게될수록 멀어지겠지.) - P419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소홀하게 대하는가. 또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가.

(이건 진리라고 할 수 있다.) - P498

그에게 가장 굴욕적이고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언젠가 감옥에 가고 떼레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보다도, 아무도 심지어 그가 떼레사와 사랑스럽게 키스하는 걸 지켜본 사람들조차도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 역시 그랬을 가능성을 받아들이지도 믿지도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 P520

어둡고, 한없는 허무를 증오하는 애틋한 마음이여, 찬란했던 과거의 모든 흔적을 긁어모은다!
ㅡ보들레르

(.....)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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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3-25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정일 수 있는 여성의 호의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남자들이 참 많아요. ^^;;

새파랑 2021-03-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알 수 없으니 그런거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고 ㅋ
 

떼레사와 함께한 퇴근후 시간들~ 오늘도 늦게 읽기 시작해서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오늘 완독은 힘들거같다. 근데 완독하기 싫은 이유는 뭘까. 다 읽기 아까운 기분. 요새 읽는 책들은 다 너무 좋다. (추천받은 책은 검증받은 책? )


개와 조카들을 데리고 그녀가 비키니 차림으로 해번을 달릴 때면, 쎄라뜨 씨는 햇볕에 그을렸고 물에 젖어 반짜커리는 그녀의 피부에 감탄하곤 했다. 그때마다 그는 그녀의 육체가 지닌 신비로운 힘을 새삼 느꼈고, 동시에 인생에서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을 문뜩 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 P213

"내일 마루하를 보러 올 거니?"
"모르겠어...넌 매일 오니?"
"물론"
떼레사는 붕대가 감긴 마놀로의 손을 보며 또 물었다.
"아프니?"
"응, 이제 아프기 시작해"

(아프기 시작한다는건 미래를 암시하는거겠지..) - P235

잘 차려입은 그의 모습을 처음 본 떼레사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 그의 몸을 덮고 있는 눈부신 정장 사이에는 새로우면서도 묘한 관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서로 몰랐던 두가지 요소가 이제 막 협정을 맺은 것처럼, 그 관계는 심상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을 의미하면서 어떤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다. 사랑의 모험이 임박해 온 것이었다.

(사랑에 빠진 떼레사의 심리) - P240

이게 바로 밝고 유쾌한 떼레사의 진짜모습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거야.

(매력적인 떼레사.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 P247

그 질문은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확신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질문의 목적을 명쾌하게 이분법으로 정의. 멋진 문장이라 감탄) - P248

막역한 친구들과이 한없이 다정했던 우정은 세월이 지나면서 다 깨져버렸고, 그리움과 안타까움만 남아 있다고 했다. 이는 이 세상에서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어쩌면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절대 하지 못할 일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정말 공감가는 문장,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수 있을까?) - P261

내가 겪은 위험들 때문에 그녀는 날 사랑했다.
ㅡ오셀로ㅡ - P280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 진실만 말한 것도 아니었다.

(말해야 하지만 말하지 않은 진실은 거짓말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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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3-23 2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창비에서 출간된 책인가봐요. 잘 모르지만 표지 디자인 보고 생각했어요.
새파랑님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3-23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표지 디자인만 보고 아시네요? ㅋ 대단~!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21-03-23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창비 세계문학 디자인이 같은 건 아닌데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어쩌면^^ ;하고 생각했는데 맞았네요. 잘 모르는 책이지만 다 읽기 아깝다 하시니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1-03-24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ㅎㅎㅎㅎ

새파랑 2021-03-24 10:08   좋아요 2 | URL
너무 재미있습니다~감사합니다^^ 잠자냥님의 20년 6월 22일 리뷰에 있는 책 다 보려고 계획중입니다~

잠자냥 2021-03-24 10:32   좋아요 2 | URL
아 그 리뷰가 뭔가 해서 찾아봤습니다. ㅎㅎㅎ 거기 있는 작품들 다 추천합니다~!

새파랑 2021-03-24 12:11   좋아요 2 | URL
네ㅋ 거기 목록에 있는거 중에 가지고 있는게 2개(인생의 베일, 눈먼 암살자) 있더라구요 사놓고 쌓아놓기만한ㅜㅜ 그거 먼저 읽어야겠어요~ 일단 떼레사부터 ㅋ

청아 2021-03-24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글이 왜 저에게 안떴을까요? 새파랑님 페이지 들어와서야 봤어요! 아까워서 아껴 읽으실 정도라니요!! 😳

새파랑 2021-03-24 20:27   좋아요 1 | URL
이거 독보적 미션으로 밑줄긋기 하면 피드에 안뜨더라구요^^ 아까운것도 있지만 이번주는 시간이 없어서 ㅜㅜ
 

오늘 읽기를 늦게 시작해서 완독은 힘들고ㅜㅜ 일단 밑줄 그은 것 정리~! 스페인 감성 물씬★

그는 일찍이 목숨을 걸지 않고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주 오만하고 유용한 진실을 깨달았다.

(스페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하네..) - P102

그들은 환영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먼 나라로의 죄절된 여행, 그 여자애의 잠옷에서 빛나던 인공적인 달빛, 미래에 대한 거짓 약속, 감격, 이민이라는 미친 꿈, 비단의 감촉과 날카로운 통증만 남았다.

(깨어져 버린 꿈..) - P108

늘 그렇듯 그녀의 말에는 불안감과 상처받거나 외로움에 사무친 다정함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눈빛, 그녀의 미소 또는 목소리에 떠도는 좌절된 젊음, 맥빠진 분위기가 뒤섞여 빚어낸 결과였다.

(아직까지는 떼레사가 아닌 마루하와 함께한 오후다.) - P124

그녀의 모습은 새콤달콤한 첫 경험의 맛과 함께 그의 기억에 선연히 새겨졌다. 있었던 일 그대로가 아닌, 그가 기억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세월은 종종 우리가 어느 대목, 어느 순간에 실수를 했는지 기억하고 분석하기를 요구한다.

(맘에 들어온 문장이다.) - P127

그는 자신의 발밑에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땅을 걷는 듯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이런 결말을 경험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어둠의 세계로 어쩔 수 없이 되돌아 갈 운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되돌아갈 운명. 바뀔 수 없는 운명.) - P138

그리고 별장 주변을 배회하는 익명의 노동자인 그 청년과 그의 한가로운 삶이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 발전을 상징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직감했다.

(떼레사의 이런 생각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열쇠란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ㅋ)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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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3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 파에야!로 결정 새파랑님 독서량 속도 현재 만리장성 3등선정도 올라가고 있음 ^ㅎ^

새파랑 2021-03-23 12:18   좋아요 1 | URL
아직 갈길이 머네요 ㅋ 점심 맛있게 드세요^^

공쟝쟝 2021-03-25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밑줄 방식 좋아서, 저도 도입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댓글에라도 밝혀두겠사옵니다! ㅋㅋ

새파랑 2021-03-25 13:53   좋아요 1 | URL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공쟝쟝님 밑줄 잘 찾아봐야 겠네요~!
 

주말동안 읽은 책. 우선 많고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러시아적인 느낌으로 그린 작품이라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책의 소개 내용을 보니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비슷한 수준으로 니콜라이 레스코프를 언급하고 있어서인지 더 재미있을 것 같고.

게다가 동명의 영화는 히치콕의 폭풍의 언덕을 상상하게 한다니(영화는 보지 않았지만...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음울한 분위기...) 당장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읽고 나서 느낀점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급은 아닌듯 하지만, 상당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러시아 여성의 실제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 하는데, 완전 러시아적인 느낌이 들었다. 완전 자기주관이 강하고, 쎈 이미지? (과연 실제와 얼마나 유사한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러시아 맥베스 부인, 쌈닭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이 내용을 완전히 포괄한다. 저것보다 더 좋은 제목을 붙힐 수 없을듯 하다.

˝러시아 맥베스 부인˝은 주인공인 카테리나 리보브나가 경제적인 이유로 나이많은 부유한 상인의 집에 시집을 와서 무료하고 권태로운 생활을 하다가, 세르게이라는 망나니(?)와 사랑에 빠진 후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한 악행을 풀어내는 작품이다. 읽다보니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떠오르긴 했는데, 보바리 부인과는 다르게 약간 개연성이 없이 느껴졌고,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르게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매력있게 그려지지 않아서 인지도. 다만 마지막 결말은 좋았다.(스포일거 같아서 설명 생략~)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욕망에 눈을 뜬 그녀의 심리변화가 아주 잘 그려진다. 매우 섬득하게~!

˝쌈닭˝은 주인공인 돔나 플라토노브나의 험난한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여성 상인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와 만담하는 형식으로 그려낸다. 그녀는 인생을 사는동안 쌈닭처럼 주변사람들과 싸우면서 단순히 살아간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냉담하게, 계산적으로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녀도 결국 사랑에 빠진, 단순하지 않은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간단하게 묘사되어 있어 공감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요즘 러시아 작품을 자주 읽는데, 작품마다 묘사되는 러시아인의 특성들이 다 다양하고 매력이 넘친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러시아는 정말 열정의 나라다.(보드카 때문인가?) 한번쯤 읽어 볼 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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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22 1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대한 호기심부터 쭉 저랑 감상이 똑같아요ㅋㅋㅋ‘쌈닭‘은 형식이 참 독특한듯! 초반 적응 안되다가 그녀 나름의 막말?에 많이 웃고, 그렇게 독한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그리 나약해 지다니 통쾌하기도 안쓰럽기도 했어요.ㅋ😆

새파랑 2021-03-22 11:18   좋아요 2 | URL
이 책 고를때 미미님의 리뷰(음식관련된 표현? ㅋ) 가 결정적이었어요^^ 완전 공감~!

청아 2021-03-22 11:20   좋아요 2 | URL
아 정말 그때 너무 놀랐어요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22 23:55   좋아요 2 | URL
북플에서 긍정영행 뿜뿜 주시는 미미님~👍👍

coolcat329 2021-03-22 1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귀족 부인들만 보다가 억척 러시아 촌부들 너무 재미나죠?ㅋ
돔나 플라토노브나! 웃겨요~~

새파랑 2021-03-22 15:44   좋아요 3 | URL
아, 생각해보니 러시아 고전에는 항상 나오는 사교계 이야기가 없었네요 ㅋ 그래서 색다른게 느껴졌나봅니다~!(안나도 없고, 나타샤도 없고~!)

페넬로페 2021-03-22 14: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러시아는 어쩜 그리 작가도 많고 음악가, 심지어 발레까지 잘 하는지 엄청 부러워요^^
셰익스피어의 멕베스와 비교하며 읽으면 더 흥미로울것 같아요**

새파랑 2021-03-22 15:49   좋아요 5 | URL
역시 땅이 넓고 좀 추워야 사람이 열정적인 기질로 바뀌나 봅니다(제 생각~) 셰익스피어 맥베스는 4대비극 책으로 읽어봤는데 너무 오래되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그러면 읽을 책이 너무 많아지는데....)

붕붕툐툐 2021-03-22 2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에 저 책을 후딱 읽으셨다는 말이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1-03-23 00:09   좋아요 3 | URL
저 완전 느리게 책읽는데 ㅜㅜ (갑자기 앞부분 다시 읽고 ㅋ) 저 책은 생각보다 페이지가 얼마 안됩니다ㅋ 그래도 칭찬해주서 감사합니다 툐토님^^

scott 2021-03-23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맥베스 부인 추천 사알 짝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