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을 나는 퇴근 후 시간과 함께 했다. 이 책도 역시 플친님의 맞춤형 추천으로 읽었다. 믿고 보는 추천책. 대만족~!
읽는 내내 스페인 바르셀로나 바닷가와 모래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좋아한다. 가보지는 못해도 상상은 할 수 있는 거니까.
이 책은 세명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인 마놀로는 빈민가에 사는 잘생긴(모든 여성의 호감을 받는다.) 청년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의도적으로 떼레사에게 접근을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계산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랑을 위한 삶의 태도로 변해간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이, 한 여름밤 같은 그의 사랑과 신분상승의 욕망은 허무하게도 끝이난다.
떼레사의 하인인 마루하는 마놀로를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진 여성으로, 마놀로는 한 파티장에서 마루하를 부르주아 계급으로 착각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그녀가 떼레사의 하녀임을 알게되고 나서 그녀를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마루하는 마놀로의 차가운 태도와 실체를 알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혼수상태의 기억속에서도 그를 생각한다.
여자주인공인 떼레사는 부르주아 계층의 진보적인 여대생으로, 프롤레타리아 계층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하녀인 마루하의 애인인 마놀로를 보고 흔들린 그녀는(마놀로가 잘생겼다고 한다...부럽다 ㅋ) 마루하가 쓰러지고 난 후, 마놀로를 노동자의 리더로 착각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잘생긴데다 그녀가 동경하는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자라면..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와 불가피하게 만날 수 없게 된 후 그들의 사랑은 끝난다. 역자의 해설을 빌리자면 떼레사는 이념적인 열정을 성적 욕망과 혼돈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이상화 한 것이었고, 현실을 차츰 깨닫게 되면서 그녀가 속한 세계로 결국 돌아가게 된다.
마루하가 의식을 잃고 나서 시작된 마놀라와 떼레사의 사랑은, 마루하가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순간부터 끝이 나게 된다.
그 둘의 사랑의 시작은 남여간의 성적 끌림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결국 계층간의 간극, 서로 바라는 이상향의 차이(정치적 요소와 신분상승의 욕망)로 이루어 지지는 못한다. 거짓과 착각으로 시작된 관계의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렇게 그녀에게 헌신한 마놀로는 몇년의 세월이 지난 후 담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떼레사 역시 자기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의 만남이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착각이든, 욕망이든, 서로에게 빠졌던 시기의 감정은 진심이었을 테니까.
책에서는 대학색 운동권의 모순,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 계층간의 시각차이, 신분차이 등의 정치사회적인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이런 요소들 보다는 3명의 주요 인물에 감정을 집중해서 읽었다. 마놀라는 이해가 가고, 떼레사는 사랑스럽지만 이해가 약간 안되었고, 마루하는 안타까웠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플래쉬백과 내적 독백으로 인해 가끔씩 어라? 하고 다시 읽게 되었다. 갑작스레 등장하다보니 햇갈렸다. 그, 그녀라는 단어가 섞여있다 보니 누구이야기지? 하는. 그래도 이런 흐름의 단절이 있어서 잠시 생각하면서(앞부분도 다시 보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보진 못한 낭만적인, 그러나 비극적인 여름날의 지중해와 모래사장을 생각하게 하는 책. 이와 어울리는 노래가 생각나서 들었다. 검정치마의 ‘하와이 검은 모래‘ (링크는 생락...좋은 리뷰 따라하기 ㅎㅎ)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알다시피 내 지은 죄가
오늘도 무겁네요
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
추억을 고이 덮은 채
무궁화가 한가득
태평양 저 멀리 피었네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보다시피 내 발은 아직
여기 묶여있어요
우리가 듣던 그 파도는
돌아오지 않아요
손잡고 걷던 밤바다
검은 모래 위엔
부서진 유리만 남았네
오 작년의 그늘이
나를 따라와요
드디어 내 그림자가
되려나 봐요
하지만 한 줌 햇살도
나는 못 가져가요
내 방은 작은 공기도
움직이지 않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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