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고 읽는 한강 작가의 작품.

나는 당신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은 연인이었을까요.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어리석지 않았으나 내가 어리석었으므로, 그 어리석음이 사랑까지 어리석은 것으로 만든 걸까요. 나는 그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어리석은 속성이 내 어리석음을 일깨워 마침내 모든 것을 부숴버린 걸까요. - P44

그녀는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뱉는다. 자신의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열세 시간 동안 어머니는 눈과 입을 반쯤 벌린 채 느린 숨을 쉬었다. 십여 년 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난 오빠 부부는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태평양을 건너오는 중이었다. 쉬지 않고 그녀는 어머니의 귀에 속삭였다. 의식을 잃은 것 같아도 청각만은 살아 있으니 뭐든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호스피스의 충고 때문이었다. - P145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 입술이 있다는 건.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잠길 수 있다는 건. - P161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
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비비는 겹날개처럼.
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
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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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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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08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내가 소설을 주로 읽는 이유는 간접체험 때문이다.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흥미가 많아서, 과거를 살아볼수 있는 고전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외국 소설을 좋아한다. 뉴스로 접할 수있는 이야기나 인문학, 역사 분야는 아직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공감이라는 부분은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의 우선순위에서 약간 밀린다. 하지만 '앤드류 포터'의 <사라진 것들>은 달랐다. '간접체험' 보다는 '공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앤드류 포터'는 15편의 단편을 통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로부터 '사라진 것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인상적인 작품들과 감상평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어린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는 어딘지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더 이상 예전처럼 웃고 놀 수 없는, 가족이 생기면서 책임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래서 뭔가가 변화되고 위화감을 느끼는 40대 남자의 이야기인 <오스틴>.

우리가 잃버버린 청춘,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달라진 걸까?

[마치 그들은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그동안 나만 다른 곳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으며 늙어간 것 같았다.] P.9 (오스틴)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빠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나',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 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 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P.58 (넝쿨식물)


하지만 연인이었던 그녀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그냥 저냥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갑작스럽게 죽게되고, 몇년 후 그런 그녀가 나에게 남긴 그림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 후 그녀를 추억하는 이야기인 <넝쿨식물>.

왜 나는 나를 떠나간 그녀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 없었던 걸까? 왜 그렇게 담담하게 보냈던 걸까? 다시는 만날수 없는 그녀를 떠올리면서,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리고 내게서는 무엇을 원했을까? 라이어널에게서 원했던 것과 같은 것일까? 마야와 나는 우리 인생의 두 해에 가까운 나날을 밤마다 나란히 누워 함께 잤는데 지금도 나는 내가 마야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궁금하다. 혹은 마야가 나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P.65 (넝쿨식물)




40대에 접어든 나는, 첼리스트인 아내 '내털리'에게 어지럼증과 균형감감 이상이라는 증상과 신경질스러운 모습을 보게 되고, 그녀의 이런 증상이 파킨스병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 몸은 더이상 건강할 수 없고, 삶도 과거와는 같을 수 없으며, 불길한 미래가 안오기만을 바래야만 하는 이야기인 <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허약해 지는 건 몸 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갑자기 나에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가끔씩 떠오른다.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 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 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P.92 (첼로)




언제나 함께일것만 같았던, 영원한 관계일 것만 같았던 친구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오랜 세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더이상 필요가 없어지고, 불편해지는 시기가 오게 된다. 그런 시기가 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고, 말하기는 더 쉽지 않겠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한 진실...돌아보니 너무 많이 와버려서, 이제는 친구들 없이 나를 그릴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에 대한 이야기인 <라인벡>.

나는 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모든 청춘을 쏟았던 걸까? 그래도 그 시절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전히 나를 위로하긴 하지만...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라인벡)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직장을 잃었지만, 나에 대한 의심보다는 친구의 모함에 의해 직장을 잃었다고, 그래서 나를 누구보다도 챙겨주는 그 친구의 선의를 의심하고 질투하고 상처주는 이야기인 <실루엣>.

나이가 들수록 실패와 잘못의 원인을 타인과 주위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나의 부족을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걸까? 아님 나를 탓하기에는 내가 너무 가여워서 그런걸까?

[대화는 한참을 그런 식으로ㅡ어색하게 띄엄띄엄ㅡ뚜렷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계속되었다. 분명 폴과 개릿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예컨대 내가 심리학과에서 일하던 시절, 폴의 연구 주제, 개릿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예민하 게 반응할 거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 없이는, 애초에 오래전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런 주제들 없이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P.178 (실루엣)




우울을증 겪고 있는 아내, 그리고 세탁실에 생겨난 벌집... 아내는 가끔 따로 지내고 싶다며 나와 아이를 남겨 두고 다른 숙소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멀어져 가는 아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아이는 엄마의 존재를 그리워하면서도 원망한다. 떨어져 지낼수록 가족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그리고 결국 폭발한다. 가족의 갈등과 함께 (은유적으로) 늘어나는 벌에 대한 이야기인 <벌>.

도대체 그렇게 가까웠던 마음은 무엇때문에 멀어지는걸까? 한 사람을 안다는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P.230 (벌)





그래도 역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표제작인 <사라진 것들> 이었다. 주인공인 '나'와, 부인인 '타냐'에게는 최근에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오래된 친구인 '대니얼'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죠슈아 국립공원에서 실종된 것이다. '대니얼'에게는 '앙투아네트'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대니얼'의 짐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대니얼'의 집으로 간다. 아내에게도 함께 가자고 하였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의 여자친구인 '앙투아네트'와 기묘한 이틀을 보낸다.

과거 '대니얼'의 연인이었을 거라 추측되는 '타냐', 최근에 나는 '타냐'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대니얼'이 실종되고 나서는 그 위기가 더 커짐을 느낀다. 나는 나의 상실과, '타냐'의 상실, 그리고 '앙투아네트'의 상실 사이에서 뭔가 다름을 느낀다. 오래된 친구의 상실과 함께 찾아온 불안감과 기묘함.

도대체 나에게 '사라진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친구? 아내? 마음? 아니면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마침내 눈을 뜨고 앙투아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있었다.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고, 그래서 나는 그녀도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P.325 (사라진 것들)






쓰다보니 주저리 주저리 글이 길어졌는데...<사라진 것들>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40대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들' 이라고 하고 싶다.

이제 어느정도 삶을 경험한 나이가 되고보니, 얻는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아졌고, 희망보다는 후회가 늘었으며, 몸은 더이상 건강하지 않다는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사라진 것들>을 읽는 내내 나의 지나간 청춘과 내게서 사라져 버린 것들을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수도 없는, 그저 추억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뭐 그렇다고 지금이 나쁜건 절대 아니지만...)

이래서 책을 끊을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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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17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어제 잠깐 리뷰 쓰다가 임시저장 해둔 상태인데.. ㅎㅎ 새파랑님이 잘 요약해주셨네요!^^

새파랑 2024-02-17 17:04   좋아요 1 | URL
앗 ㅋ 밀린 리뷰나 써보자고 해서 썼는데,

책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 먼가 급하게 쓴다고 두서없이 썼습니다...

청아 2024-02-18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린 책이 많아서 엄두를 못 내는
소설인데 평이 다 좋네요.^^

새파랑님이 책을 끊으면 안되죠 술도요ㅎㅎ

새파랑 2024-02-18 18:1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오후부터 각잡고 조셉콘래드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ㅋ 재미있네요~!!

당분간 주말은 술 안마시는걸로 하고 있습니다ㅋ

페넬로페 2024-02-2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간접체험과 공감을 다 할 수 있는 소설을 원하는데 새파랑님께서는 간접 체험이 우선이시군요 ㅎㅎ
이 책 좋다는 평이 넘 많네요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4-02-21 10:05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좋습니다. 2024년 올해의 책~!! 페넬로페님은 이 책 완전 좋아하실거 같아요~!!
 

사랑의 디테일을 알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


다른 존재가 우리의 내부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존재를 따라 살지 않을 수 없다. 내 안에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순간 사랑은 문득 당신 속으로 들어오고, 그러면 당신은 도리 없이 사랑을 품은 자가 된다. 사랑과 함께 사랑을 따라 사는 자가 된다. 사랑이 시키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 P15

현재의 무지는 앞으로의 앞의 과정을 위한 동기로 작용한다. 누구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알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에 알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야 한다. - P63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 P63

아무것도 더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람으로 충만한데도 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허전한가. 왜 외로운가 가득 차기 전보다 더 비어 있는 것 같고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가. 공허한가 - P75

네가 어떤 대상에게 예배 드린다는 걸 알고서, 나 역시 그 대상에게 예배를 드리는 건, 바로 그 안에서 너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 - P314

사랑이 최고의 선이고 유일한 원동력이기
때문에, 사랑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바뀔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변신도 용납된다. 사랑을 위해 한 것이라면 어떤 비순수도 비순수가 아니고 어떤 배반도 배반이 아니다. 모든 규범을 부정하는 상황윤리주의자들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동기에 의해 행해진 행동은 선이라고, 그것만이 선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 P319

행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행복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를 동경하고, 그렇지만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행복한 상태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각하지 못한다. 행복해도 행복한 걸 모르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은 걸 모른다. 그러면서도 행복을 갈구하는 것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의 풍문을 통해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간절하지만,
간절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하지 못한다. - P376

그녀를 만지는 것이 단순한 사랑의 표현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자기를 살아 있게 하는 존재인 사랑에게 닿으려는 안타까운 몸짓이라는 것을. 사랑으로부터 내쳐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을. - P507

만지지 않을 때 그는 불안해했다. 만지면서는 안타까워했다. 불안한 것보다는 안타까운 쪽이 나았다. 불안은 정신을 위협하지만 안타까움은 감각을 고양시킨다. 불안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지만 안타까울 때 사람은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서 안타까움을 제공한 대상에, 그것이 관념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몰두한다. 불안한 사람의 불안은 대상과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자신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른다. 안타까운 사람의 안타까움은, 대상과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만일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한다면, 그 무슨 일이 무엇일지 모를 수 없다. 자신도 모를 수 없고 다른 사람도 모를 수 없다. - P509

이성에게 어필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든 질투에 빠질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편파적이지 않다. 나이, 용모, 경제력, 건강, 사회적 위치와 평판 같은 조건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이런 사람을 질투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오셀로‘는 알려준다. - P578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경쟁자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다. 자기가
확보하지 못한 연인과의 어떤 동질성의 흔적이 경쟁자에게서 발견될 때 그는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자기가 발견한 것을 부정하려 하고,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혼란과 모순의 감정 속에서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이 언짢은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 이 비난의 과정에서 이 질투자는 한사코 부정하길 바라지만 부정되지 않는 두 사람의 동질성을 불가피하게 전제해야 한다. - P607

그러나 당신이 만나기 전의, 당신이 알지 못하는 과거의 그 사람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책임도 권한도 없다. 당신은 받아들이든지 받아들이지 않든지 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당신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그 스토리에 참여해서 그것을
이어가거나 말거나 해야 한다. 질투는 불가능한 옵션이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형성된 세계인 그 사람의 과거를 질투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합리적이고 무엇보다 불가능하다. - P627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자기는
물론 연인(사랑하는 ‘사람‘)의 파멸조차 감내하는 극한의 이기심을 사랑은 요구한다. 그, 또는
그녀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이 이기적인 것이다. - P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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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2-1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승우는 저의 패이버릿 작가입니다. 훗.

새파랑 2024-02-16 16:57   좋아요 0 | URL
역시 소설천재 이부장님~!! 이 책 너무 디테일해서 어지러웠습니다 ㅋ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이 없었다. 책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읽을 수 있는 거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물리적 시간이 없지는 않았는데, 중요한건 역시 정신적 시간이었다. 뭔가에 쫓기면서 급하게 살다보니 책을 볼 생각이 안들었다. 그래도 좀 읽기는 읽었다....


1월에 읽은 책을 간략히 정히하자면,


N24001 감정교육 1 : 귀스타프 플로베르
N24002 감정교육 2 : 귀스타프 플로베르

<보바리부인>, <세가지 이야기> 에 이어서 내가 읽은 플로베르의 세번째 작품인데, 기대가 너무 컸는지  많이 아쉬웠다. 뭔가 불필요하게 분량만 길었다. 좀 더 짧게 한권으로 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시기의 대의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위선적인 인물들과, 이러한 혼란속에서 위선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 ‘프레드릭‘의 이야기인데, 어느 것 하나에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당시 시대를 잘 그린것 같긴한데...도대체 ‘프레드릭‘은 왜 ‘아르노 부인‘에게 그렇게 집착한 걸까?


명작이라고 하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24년 첫 책부터 힘들었다.




N24003 가벼운 마음 : 크리스티앙 보뱅

24년 첫 책의 선택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고른 책은 보뱅이었다. 역시 보뱅이었다. 감탄 그자체였다. 처음에는 늑대가 나오고 서커스단이 나오고 집시가 나오길래 무슨 상징인가? 이랬는데, 아니었다. 진짜였다. 그냥 이야기 자체가 순수 그 자체였다. 보뱅은 에세이만 잘 쓰는게 아니었다. 소설도 완벽했다. 소설도 에세이처럼 착했다. 너무 착해서 나같은 사람(?)이 이런 깨끗한 책을 읽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나도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사실 무엇이 되느냐는 중요 하지 않으며, 나를 기쁘게 하는 걸로 충분하다. 내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삶이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내가 그것을 잊으려는 찰나에 나를 만나러 온다. 그러니 무엇하러 인생을 걱정하겠는가?]  P.162




N24004 상실 : 조앤 디디온

아 그러나 <상실> 이라는 어두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마음은 다시 ‘무거운 마음‘이 되었다. 작가인 ‘조앤 디디온‘이 남편을 급작스럽게 잃고 경험하고 느낀 회고록 성격의 작품인 <상실>은 그냥 우울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비애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간접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알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떠할지는 생각하지 않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죽음이 급작스레 닥친다면 충격을 받으리라고 예상은 하지만,이 충격이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뜨리리라는 건 모른다. 탈진하고 슬픔에 잠기고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되리라고는 예상한다. 우리는 실제로 미쳐 버릴 것으로는 예상치 않는다]  P.249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 이렇게 해볼걸, 원하는 걸 더 해줄걸, 못다해준 것들을 후회한다. 사람과 사람은 결국 상실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상실의 시기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하루 하루를 소중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 미래를 위해야지 하면서 미루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금이니까.




N24005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역시 최은영 작가였다. 한국의 윌리엄 트레버, 한국의 앤드류 포터라고 칭하고 싶다. 확실히 최은영 작가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끌린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겉으로는 나약해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약자이지만, 결코 약하지는 않은 인물들의 모습에서 잔인한 현실과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년>이 가장 좋았다. 누군가에게 친해지고, 자상하고 싶었지만 타인 앞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던 미숙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었다. 왜 타인을 그렇게 의식했던걸까? 왜 타인이 잘못됐다고 말해지 못했을까? 지금은 안그럴수 있을 것 같다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었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P. 123. 일년




N24006 빌라 아말리아 : 파스칼 키냐르

어렵지만 계속 찾아서 읽게되는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느날 주인공 ˝안˝이 지금까지의 나와 주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이다. 내가 늘상 하는 말로만 새롭게 태어나는게 아니라, 진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남편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집도 팔고 고향도 떠나고.


책을 읽다보면, 어 그럴듯한데? 어 나도 가능할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다만 돈이 없을뿐...) 다른 분들의 평가처럼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치고 서사가 확실하여 이해하기 쉬웠다. 올해는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완독을 목표로~!!

[만일 운명이란 것이, 자신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장소에서 생겨난 충동이라면, 그래서 한 존재를 사로잡고, 그 존재가 충동의 본성을 한순간도 깨닫지 못하면서 그것을 따르게 되는 것이라면, 그녀에겐 운명이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나는 결연히 그곳으로 달 려간다. 어떤 것이 내게 결여된 그곳에서 내가 헤매고 싶어지리라는 느낌이 든다.˝] P.123




N24007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 메리 올리버

24년 ‘마음산책‘ 북클럽을 가입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받은 책이 메리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이었다.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 책상위에 놓고 조금씩 읽다보니 다 읽었다. 작년에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읽었던 터라 그녀의 작품이 참 좋다는 건 알았는데, 이 작품도 좋았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잠깐씩 느낄수 있는 자연, 그리고 그런 자연을 바라보는 ˝메리 올리버˝의 애정어린 시선이 위안이 되었다. 


시라는 장르가 어렵고 특히 외국시는 우리나라의 시에 비해 더 어렵지만, 그럼에도 ˝메리 올리버˝의 시는 괜찮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소설은 중간에 멈추면서 읽기 힘든데, 시는 쉬엄쉬엄 읽으면서 생각할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중국의 옛 시인 이태백은
밤에 배를 타고 나가 술 마시고 꿈꾸고 노래하다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었다지.
글쎄, 우리도 대개는 어느 순간, 그렇게 필사적이 되지.
달은 안 그렇지만.]  P.31.이태백과 달


2월부터는 리뷰도 쓰고 북플도 부지런히 하고 그래야겠다.


Ps. 오늘 아침에 다읽은 ‘앤드류 포터‘의 <사라진 것들>은 정말 완벽한 작품이었다...!!! 이작품은 리뷰를 꼭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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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04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읽었는데요?! <사라진 것들> 리뷰 궁금해집니다.

새파랑 2024-02-04 21:12   좋아요 2 | URL
역시 잠자냥님이 괜히 추천하신게 아닌거 같습니다. <사라진것들>은 40대 이상이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인듯 합니다~! 완전 좋아서 두번 읽었습니다...

저번주에는 윌~금 다 술이여서 평일에 책을 하나도 못읽음...

자목련 2024-02-05 11:40   좋아요 1 | URL
<사라진 것들> 완전 좋아요!
새파랑 님의 리뷰도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4-02-05 12:46   좋아요 0 | URL
앗 ㅋ 그런데 진짜 너무 좋았습니다~ 올해의 책이라 확신합니다~!!

페넬로페 2024-02-04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베르가 제일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감정교육이라고 들었는데 새파랑님께서는 아쉬움이 많으시군요.
그 시대 작가들이 다 장황하고 지루하게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독서 많이 하셨네요^^

새파랑 2024-02-04 21:41   좋아요 1 | URL
제가 약간 귀족?부르주아? 이야기를 안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 재미도 없고 잘 읽히지도 않고 시간은 없고 3중고였습니다 ㅡㅡ

없는 시간 쪼개서 북플을 좀 줄이고 책을 읽었습니다 ㅎㅎ

은오 2024-02-04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같은 사람(?)이 이런 깨끗한 책을 읽어도 되는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공감되는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좋죠? ㅠㅠ 저도 그런 마음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라진 것들> 완벽한 작품이라는 말씀에 공감하고요!! ㅠㅠㅠ
최은영 작가 책은 저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감정교육 보고 궁금해졌는데 새파랑님은 지루한 책도 무조건 완독하시나요? 1,2권 다 합치면 700페이진데 결국 다 읽으신게 신기합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4-02-04 22:37   좋아요 2 | URL
은오님의 1픽 <가벼운 마음>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보뱅 ㅜㅜ 따라갈수 없는 순수함...

그런데 은오님이 <사라진 것들> 이해하시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신거 같은데....

전 일단 고르면 그냥 읽습니다. 다만 잘 안읽힐 경우 시간이 엄청 걸릴뿐 ㅡㅡ

잠자냥 2024-02-04 23:10   좋아요 2 | URL
은바오 애늙은이라… 알라딘 늙은이들하고도 잘 노는 거 보면…

새파랑 2024-02-04 23:43   좋아요 2 | URL
사랑의 힘은 세대를 뛰어넘기도 하죠...

은오 2024-02-05 14:27   좋아요 2 | URL
“전 일단 고르면 그냥 읽습니다” 이게 너무 멋있어요. 헐ㅠㅋㅋㅋㅋ
<사라진 것들>은 분명 나중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좋더라고요?! ㅠㅠ 전 인물들간의 관계 미묘한 상황과 감정묘사 위주로 감탄하며 읽었어요. ㅋㅋㅋㅋ
솔직히 알라딘 언니들이랑 새파랑님이랑 노는건 그냥 재밌읍니다ㅋ

잠자냥 2024-02-05 14:41   좋아요 2 | URL
술파랑 버전 ˝전 일단 따면 그냥 마십니다~!!˝

은오 2024-02-05 14:42   좋아요 1 | URL
전 일단 사랑하면 그냥 사랑합니다~!!

새파랑 2024-02-06 07:15   좋아요 1 | URL
직진녀 은오님 ㅋ 어제도 야근후 술.... 은오님 애늙은이 맞으신듯 ㅋㅋㅋ

어제는 그래도 북플을 못했지만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었습니다~!!

물감 2024-02-0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2월은 좀 여유가 생기시는 건가요ㅋㅋㅋ 부지런히 독서하시길요.

새파랑 2024-02-04 23:44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 ㅋ 이제 정신 차리고 책좀 읽으려고 합니다~!!

scott 2024-02-04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4년 새파랑님 책탑 2024권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4-02-04 23:45   좋아요 1 | URL
그건 좀 힘들거 같고...

올해는 작년에 사두고 못읽은책 너무 좋았던 책 재독

을 목표로 ^^

독서괭 2024-02-05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 그래도 많이 읽으셨네요!!
<가벼운 마음><사라진 것들> 저도 참 좋았습니다~~ 어렵다는 파스칼 키냐르도 전작하실 새파랑님 화이팅!!

새파랑 2024-02-05 12:48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과 오랜만에 코드가 맞았군요~!! 왠지 두작품 극과극 느낌이 있긴 하지만 ㅎㅎ 키냐르 괜찮습니다. 역시 프랑스~!!!

거리의화가 2024-02-05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도 새파랑님 역시 집중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시는 것 같아요^^
시라는 장르가 저도 어렵지만 하나씩 음미하다보면 바쁜 하루에 여유를 주기도 하더군요.
<사라진 것들>은 모두 좋다고 하는 작품인 듯합니다! 이번 달 독서도 응원하며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새파랑 2024-02-05 12:50   좋아요 1 | URL
화가님 <사라진 것들>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ㅋ 앉은 자리에서 다 읽으실 겁니다.

하루종일 책만 읽을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ㅜㅜ

그레이스 2024-02-0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교육!
플로베르의 다른 작품을 읽기위해서는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던데,,, 보바리부인은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이예요.

새파랑님 바쁘신데도 많이 읽으셨네요

새파랑 2024-02-05 12:52   좋아요 1 | URL
아 <감정교육>이 그런 작품이었군요~ 제가 이해를 잘 못했겠지만, 좀 장황한 면이 있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비추합니다....

그레이스님 앞에서 많이 읽었다고 하기에는 좀 창피합니다 ㅡㅡ

은하수 2024-02-05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읽힌다는 말씀에 완전 공감입니다^^
그에 비해선 많이 읽으셨는데요
지루한 책도 끝까지 읽으신다니 더 대단~~~

파스칼 키냐르와 <사라진 것들>은 꼭 읽어야겠어요!
머그컵~~~ 귀엽네요
북적이 저거이 은근 독서욕구를 끌어당긴다니까요
저도 4년째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새파랑 2024-02-05 12:54   좋아요 0 | URL
<감정교육> 읽으면서 이거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해설이라도 먼저 읽을걸 하는 생각도 하고..

북적북적에 기록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저는 3년째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2-0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루 책 요즘 서재에서 사진 안 올라온 페이퍼가 없는 거 같은데 진짜 부자되겠어 ㅋㅋㅋ이미 부자인가…저도 읽고 싶네요…분홍색 책등만 보는 중…

새파랑 2024-02-05 12:56   좋아요 1 | URL
중고 나오려면 오래 걸리니 이번기회에 장만하시는게 어떠신가요 ㅋ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엽서도 부록으로 주던데 완전 예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4-02-06 20:1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ㅋㅋ저 2월 2일 페이퍼 중고책들 사이에 이거 하나는 새책 샀다고 인증샷도 올렸잖아요 ㅋㅋㅋ파곰탕면만 깊이 보시고…야속하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2-07 13:58   좋아요 1 | URL
앗 맞다 봤는데...
제가 미쳤나봅니다 ㅡㅡ
유일한 새책 1권~!!

자목련 2024-02-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세 권!
모두 좋았던 책이라 이 페이퍼가 더 좋아집니다^^

새파랑 2024-02-05 12:57   좋아요 0 | URL
어떤 세권인지 알거 같습니다~! 자목련님 취향하고 제 취향하고 비슷한거 같아요~!!!

저도 세권 다 별 다섯입니다~!!!

coolcat329 2024-02-05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뱅의 책을 저도 읽어봐야 하는데 늘 생각뿐입니다. 정신적 여유가 없어도 저에 비하면 많이 읽으셨어요. 어렵지만 자꾸 찾게 되는 작가, 파스칼 키냐르도 궁금해집니다.
<사라진 것들>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을지 그냥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니

새파랑 2024-02-05 12:59   좋아요 1 | URL
보뱅은 진짜 좋습니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반면 <사라진 것들>은 완전 내 이야기 같고... ㅋ

저도 키냐르 몇권 안읽었지만 읽다보면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coolcat329 2024-02-05 14:39   좋아요 1 | URL
<사라진 것들> 살 생각 없었는데 새파랑님이 자기 이야기라고 해서 땡투 구매했어요. ㅋㅋ

새파랑 2024-02-05 15:12   좋아요 0 | URL
오호 감사합니다 ^^ 실망하시지 않을거에요~!!

희선 2024-02-06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마지막 달과 새해 첫달은 정신 없었는데도 책 많이 보셨네요 크리스티앙 보뱅은 여전히 좋아하시는군요 앞으로 읽을 책 더 있겠지요 2024년엔 파스칼 키냐르를 읽으실 거군요 새파랑 님 이월엔 시간도 있고 마음에도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4-02-06 07:16   좋아요 1 | URL
희선님도 2월은 여유롭고 행복한 한달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보뱅은 그저 좋습니다 ^^
 

이렇게 공감이 되는 단편들이라니 ㅜㅜ 최근 읽은 단편중 가장 최고였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 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 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 P58

그리고 내게서는 무엇을 원했을까? 라이어널에게서 원했 던 것과 같은 것일까? 마야와 나는 우리 인생의 두 해에 가까운 나날을 밤마다 나란히 누워 함께 잤는데 지금도 나는 내가 마야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궁금하다. 혹은 마야가 나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 P65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 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 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 P92

어쨌든 예전에는 우리가 젊음의 어떤 절정 에 도달했다는 감각, 우리가 여전히 젊다는 게 아니라 아직 은 그런 척할 수 있다는 더 젊은 자아로 슬쩍 되돌아가 다시대학 시절의 그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건 속임수이자 가장 놀이였고, 우리는 그 놀이를 자주는 아니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을 만큼은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 P111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 트리트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ㅡ난방장치가 늘 고장났다-그날이 언제였는 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 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 P126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대화는 한참을 그런 식으로ㅡ어색하게 띄엄띄엄ㅡ뚜렷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계속되었다. 분명 폴과 개릿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예컨대 내가 심리학과에서 일하던 시절, 폴의 연구 주제, 개릿이 이룬 업적을 비롯해 내가 예민하 게 반응할 거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 없이는, 애초에 오래전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런 주제들 없이는,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 P178

그때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세탁실 벽 주위를 느린 동작으로 선회하며 아마도 그 숫자를 점점 불려가고 있을 그들이. - P230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 P287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졌다고 생각해?"

"아니. 그냥 기대가 낮아진 것뿐이야.‘ - P288

마침내 눈을 뜨고 앙투아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있었다.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고, 그래서 나는 그녀도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한 이틀을 함께 보냈다고, 그리고 내가 떠난 뒤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 P325

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 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 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 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 있었다. 내 휴대전화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는 미치의 문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친구? 연한 파란색 문자칸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너 어디로 간 거야?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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