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보뱅의 작품에 비해는 별로였다. 그래도 보뱅이니까 문장은 좋았다.
쉰다섯 살, 우린 최대한 얼굴을 숨긴다. 어머니의 시선을 받을 수 없는 우리는 하느님의 시선만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다 죽음을 맞는다. 뒤이어 처음 온 아이가, 꿀벌이 윙윙대는 풀밭 위를 항해하는 우리의 관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의 죽음을 바라보는 낯선 이가 늘 있게 마련이다. 무사태평인 이 목격자 덕에 우리의 마지막 순간은 주일 나들이 복장을 한 평화로운 사건이 된다. 수수께끼처럼 이어지는 소박한 날 들에 끼어드는 하나의 사건. - P13
나중에 에밀리는 천사의 난폭함을 보이며 털어놓게 된다. 자신은 한 번도 어머니를 가져 본 적이 없다고, 어머니란 ‘우리가 불안에 사로잡힐 때 의지하게 되는 분‘이 아니겠냐고. 어머니란 무엇인가에 대한 완벽한 정의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려면 결핍보다 나은 것이 없다. - P17
헝클어진 태양 같은 민들레를 귀걸이로 삼던 이가 생기 없는 안락한 삶 속으로 멀어져 갈지언정 민들 레의 영광은 남는다. 내리치는 가을비에 시달리는 꽃, 일상의 굶주림에 속박당한 암소들에게 뜯어 먹히는 꽃. 그럼에도 이 꽃들은, 그 비와 암소들을 이야기하며 사랑하기도 하는 언어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말은 불멸의 태양이다. - P59
에밀리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안다. 우린 한 줌의 사람들밖에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이 한줌의 사람들 역시, 죽음의 무구한 숨결이 불어오면 민들레 갓털처럼 흩어지리라는 것. 그것 말고도, 글은 부활의 천사임을 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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