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익숙한 곳,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새장 속에서 벗어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새장을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새장 속에 있근 새의 마음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디스워튼의 ‘기쁨의 집‘은 내가 읽은 그녀의 5번째 작품이다.(순수의 시대, 이선 프롬, 여름, 올드뉴욕, 그리고 기쁨의 집) 일단 이 책은 두권으로 나눠진 약 600페이지나 되는 벽돌책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릴리˝의 행동이 너무 매력적이고 너무 안타까워서 술술 읽힌다.

이 책은 미국의 사교계에서 살아가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릴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릴리˝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교계를 경험하는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은 몰락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매력(아름다움과 사교성)을 이용하여 근근히 사교계에  머무른다.

미국의 사교계는 누가 얼마나 과소비를 하는지 과시하는 곳이며, 미혼 남녀에게는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기혼 남녀에게는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공개적인 만남을 허용하는 곳이다. 단, 불륜 등 추문에 휩싸이게 되면 추방당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재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러한 추문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 반대면 쉽게 버려진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릴리˝는 부자들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사랑이 없는 계산적 결혼에 망설이게 되고 이를 거부한다. 결국 돈많은 유부남들의 접근때문에 그녀는 의도하지 않게 추문에 휩싸이게 되고, 점점 사교계의 중심에서 멀어져 간다.

이러한 사교계라는 새장속에 사는 ˝릴리˝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두 인물이 있는데 바로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변호사 ˝셀던˝과 그를 유일하게 걱정하는 친구인 ˝패리쉬˝  이다. 둘은 그녀가 새장속에서 탈출하기를 원하지만, 그녀가 왜 사교계에 머물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그녀는 ˝셀던˝과의 사랑을 마음속에 품지만 사교계를 떠나서 가난한 그와 결혼하기를 망설인다.

「자신과 너무 판이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에서 진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솔직히 털어놓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150페이지

그렇다고 ˝릴리˝가 결코 계산적인 여자는 아니다. 그는 졸부(로스데일)나 유부남(트레너)의 경제적인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오해를 풀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곤경에 처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결국 새장의 끝으로 몰린 그녀는 마지막 수단을 이용하여 사교계에 복귀할 수 있음에도 새장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이야기는 끝난다.

그녀가 아예 부자랑 결혼해서 사교계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아님 좀 더 일찍 새장 밖으로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익숙함을 벗어나는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는 한다.

이 책은 19세기경 사치스러운 문화, 난잡한 이성관계, 계산적인 인간관계, 물질 만능주의 등 미국의 사교계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소위 벼락부자들의 유입때문에 미국 사교계는 더욱 타락하게 되는데 이 역시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현재도 그 시절과 크게 다를건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자연스럽게 ‘위대한 게츠비‘생각이 났다. ‘위대한 게츠비‘가 남성관점에서 본 사교계의 사치스러움이 부각된 작품 이라면, ‘기쁨의 집‘은 여성관점에서 본 사교계의 난잡함이 부각된 작품이다.  ‘위대한 게츠비‘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릴리˝와 ˝셀던˝의 계속되는 엇갈림을 보면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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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7 16: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기쁨의 집 리뷰 ! 이토록 심층적인 분석을 ! 여자 개츠비에 동감 ㅎㅎ 이시절 이디스 워튼 만큼 사교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 작가는 없었던것 같아요

새파랑 2021-05-07 16:18   좋아요 4 | URL
심층적인 분석까지는 아니지만 ㅎㅎ 이거 너무 책이 길어서 요약을 잘 못하겠어요 ㅜㅜ 덕분에 뉴욕 사교계 간접 체험 잘했습니다 ^^

Falstaff 2021-05-07 16: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쁨의 집>을 읽고 워낙 악평을 해놔서, 새파랑 님한테 괜히 무쟈게 미안해집니다. ㅠㅠ

새파랑 2021-05-07 16:27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 악평을 보진 못했는데 ㅎㅎ 한번 찾아어 읽어 봐야 겠네요 ^^

coolcat329 2021-05-07 18:35   좋아요 3 | URL
제가 폴스타프님 악평으로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랑 <기쁨의 집>을 봐도 못본척 하고 있는데요.ㅋㅋㅋ
순수는 읽어보려구요. 그래도 여성 최초 풀리처니까요~
새파랑님 리뷰보니 기쁨도 재미있을거 같네요~

근데 저렇게 한 작가의 작품 읽고 모아놓으니 멋져보이네요~~저도 그럴 날이 오길 꿈꿔봅니다.

새파랑 2021-05-07 18:52   좋아요 3 | URL
전 이 책보다는 ˝순수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전 너무 인상깊게 읽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7 16: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츠비 잼나게 못 읽은 1인. 넘 미쿡적이라. ㅋ 요약 넘 잘하신다니까요!!!! 언니네 이발관. 오랜만이에요. 잘 들을게요.^^

새파랑 2021-05-07 17:14   좋아요 4 | URL
개츠비도 호불호가 갈리더라구요 ㅋ 이책도 좀 미국적이에요 ㅎㅎ 저 언니네이발관 왕팬입니다 ^^

미미 2021-05-07 17: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한 작가의 작품 두루 읽어보시는 것 너무 훌륭합니다^^*
저도 이디스워튼 꼭 읽어볼께요!
그리고 유튭 올리실때 상단 동영상 누르시고 소스화면에 해당영상화면서 마우스 우측 눌러 소스코드복사 누른다음 동영상 창에 붙여넣으심 됩니당ㅋㅋ

새파랑 2021-05-07 17:31   좋아요 4 | URL
편협하게 읽기에요 ㅎㅎ 유투브는 잘 안해봐서ㅜㅜ 담번에 시도해 보겠습니다^^

mini74 2021-05-07 17: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개츠비의 여성판 이라니 더욱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1-05-07 17:33   좋아요 4 | URL
이것도 근데 약간 고구마 50개 정도 됩니다^^

페넬로페 2021-05-07 18: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게 무슨 일인지?(매번 그렇지만)
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어요.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기 힘든데 새파랑님은 진짜 대단하신것 같아요~~보통 사교계하면 유럽이 생각나는데 미국의 사교계는 어떨지 궁금해요^^

coolcat329 2021-05-07 18:53   좋아요 6 | URL
반갑습니다. 저도 같습니다...😓

새파랑 2021-05-07 18:55   좋아요 6 | URL
사교계 완전 막장이에요ㅎㅎ 만약 읽으신다면 ‘순수의 시대‘나 ‘이선 프롬‘ 추천드려요 ^^ 제가 그런 취향을 좋아해서 ㅎㅎ

페넬로페 2021-05-07 19:31   좋아요 6 | URL
저는 막장을 좋아하지 않아~~
순수의 시대와 이선 프롬을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5-08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츠비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안맞겠다는 생각도 잠시 드네요. ㅎㅎ 이디스 워튼은 언젠가는 저도 읽어봐야지 싶은데 개츠비를 안 좋아하는 제가 읽는다면 어떤 책이 첫 책으로 좋을까요?

잠자냥 2021-05-08 07:08   좋아요 2 | URL
ㅎㅎ <이선 프롬> 추천합니다. 전 만일 이디스 워튼 작품 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면 무조건 <이선 프롬>입니다!

새파랑 2021-05-08 08:25   좋아요 2 | URL
전 한권이면 ˝순수의 시대˝를 추천하고 싶어요 ^^
(일부러 다르게 추천해서 2권 읽으시게 하기 ㅎㅎ)

바람돌이 2021-05-08 14:56   좋아요 3 | URL
왠지 원플원에 말려든 느낌이... ㅎㅎ
하지만 이런 말려듬은 언제나 기분 좋은거죠. ㅎㅎ 마트에서도 무조건 원플원에 손이 먼저 가는게 당연하니까 이선프롬 순수의 시대 쏙 챙겨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scott 2021-06-04 2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१✌˚◡˚✌५

미미 2021-06-04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mini74 2021-06-04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주섬주섬 보관함에 담긴 책 결제하실 시간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6-04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1-06-04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ㅋ 이 글을 5월에 썼다는것도 까먹었는데 ㅎㅎ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6-04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1:3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6-04 2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금메달 5관왕보다 어렵다는 알라딘 2관왕...^^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2:22   좋아요 2 | URL
아 그런건가요? 부담이군요 ㅋ 감사합니다. 앞으로 성실하게 써야겠어요^^

초딩 2021-06-04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이이이임~
5월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6-04 23:43   좋아요 0 | URL
초딩님 정말 감사합니다 ^^
 
기쁨의 집 1 펭귄클래식 25
이디스 워튼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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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에 속하고 싶은 욕망과 가난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당시 사교계의 문제와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담겨있다. 과연 릴리의 선택과 운명은 어떻게 될까? 초반부가 약간 길지만 1권을 다 읽고 나면 2권을 안읽을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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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5 19: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 새파랑님 한번에 2권(3권?) 클리어하심요?
독서기계의 위엄^^👍

새파랑 2021-05-05 1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ㅋ 클릭이 잘못된거에요 ㅎㅎ 1권 읽고 2권 읽는중입니다. 기쁨의 집 2권짜리 책이어서 1권 읽고 100자평으로 한번 써봤어요^^

scott 2021-05-05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도 새파랑님의 초고속 속독체크 따라 가다가 오류 클릭으로 ^ㅅ^ 👍

새파랑 2021-05-05 20:59   좋아요 3 | URL
헉~이게 폰이 안좋아서 그런거 같아요 ㅋ 알라딘이 이것도 개선하겠죠? ^^

mini74 2021-05-05 2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이선프롬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찜 *^^* 새파랑님 별 다섯개는 ks마크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05-05 21:41   좋아요 2 | URL
이런 과찬에 감사합니다^^ 저도 이선프롬 너무 좋았어요~!!
 

어제부터 기쁨의 집 읽기 시작~! 시작부터 흥미롭네^^






신중한 그녀의 태도는 경솔한 모습만큼이나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셀던은 그 두가지 태도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계획의 일부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주인공 릴리 바트~ 계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 P44

바트 양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히 얼굴을 붉히는 기술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샐던이 가볍게 제안한 만큼, 자신도 가볍게 받아들이기로 마음 억은 것 같았다.

(너무 재미있든 표현. 위트있다.) - P47

어딘가 매어 있는 거 말이에요. 날마다 똑같은 일상 말이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지 않나요? 새로운 곳과 새로운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요?

(떠나고 싶다. 떠나자~~!) - P58

어째서 젊은 여자는 잠깐이라도 엇길로 나가면 그토록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걸까? 왜 단 한번이라도 본색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는 걸까?

(그 시대의 여성에 대한 억압은, 여성이 선택할수 없고 선택받는 것만을 가능하게 했다.) - P65

소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감추어진 보상 심리를 갖고 있는 법이딘. 게다가 바트 양은 내적인 허영심은 겉으로 보이는 겸손함과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만큼 분별력이 있는 여자였다.

(생각해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다. 허영심과 겸손함의 비례 관계~)

- P76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이, 어쩌면 그라이스 씨가 언젠가는 그녀에게 평생토록 지루함을 안겨 주는 영광을 베풀어 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 때문인 것이다.

(부자 남자에게 시집가서 평생 지루하게 사는게 영광이었던 시절?)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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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04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책 중에 전에 순수의 시대가 영화로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책도 책소개 읽고 왔는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내일은 어린이날이예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1-05-04 18:52   좋아요 2 | URL
전 순수의 시대 책으로만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ㅎㅎ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어느 글에선가 현대 영국 3대 남성작가로 ‘이언 매큐언‘이 언급된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읽어보리라 생각했는데, 북플에서 그의 작품 ‘체실 비치에서‘ 리뷰를 보고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점갔다가 눈에 들어와 바로 구매했다. 일단 표지가 파랑색과 민트색 혼합으로 첫눈에 합격했다.

이 책이 고구마 백만개라는 말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읽고 나서 진짜 왜 고구마 백만개 라는건지 이해가 확 왔다. 정확한 표현이다. 근데 고구마 백만개여도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딱 그 책이다. 고구마 백만개 이지만 읽고나서 감탄을 하게되는 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스물두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안타까운 첫사랑, 첫날밤 이야기와 비극‘ 이라 할 수 있다.

한창 청춘인 시절 첫만남에서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다소 불우한 집안에서 자란 ˝에드워드˝는 자신의 현재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다소 다혈질 적인, 역사학을 전공하고 락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반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플로렌스˝는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와 어머니의 엄격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소 우유부단한, 클래식을 전공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처녀이다.

이렇게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둘은 스물두살이란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체실비치‘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둘은 그때까지 성경험이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연예 시절 이를 참고 기다리지만, ˝플로렌스˝는 성행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결국 첫날밤에 둘의 첫경험은 실패하게 되고, ˝플로렌스˝는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녀를 찾으러 나간다.

체실 비치에서 만난 둘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잡아 주기를 원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말과 행동을 못하고, 결국 마음에 없는 심한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결국 그녀는 떠나고, 그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그렇게 둘은 해어지게 된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40년이 지난 후 ˝에드워드˝는 40년 전 ˝플로렌스˝가 그를 찾아오던 그 길위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뭔가 서투른 나이에, 너무 빨리 결혼하게 된 것이 이 비극의 시작이었을까? 서로 마음을 터놓았었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을까?

사실 첫날밤의 실패는 조그마한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었지,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하기에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3. 책에서만 배운 지식은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조차 믿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고 그녀를 지혜의 길로 인도할 길잡이는 수중의 문고판 안내서가 다였다.」

물론 첫날밤의 중요성(?)이 주된 이야기 이지만, 설마 이 책이 그것만을 말하고자 하는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200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2차세계대전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바탕으로, 22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심리와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사실대로 묘사하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잘 읽혔다. 다만 두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 고구마였지만..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항상 결론은 똑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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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3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고구마도 고구마 나름인듯해요. 표지가 정말 느낌 있네요! 저도 찜^^*

새파랑 2021-05-03 20:16   좋아요 1 | URL
전 이런 심리묘사를 좋아하는데, 읽다보면 속터지는 부분이 있어서 미미님한테 맞을지 걱정이 되긴 하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03 2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백만개~~
읽기 너무 힘들것 같은데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요~~
새파랑님께서 정리해주신 1,2,3번 백퍼 동감입니다^^
체실 비치의 어감이 낭만적인데요~~

새파랑 2021-05-03 20:17   좋아요 1 | URL
그렇죠. 현실에서도 정말 그렇다는ㅎㅎ 저도 체실 비치가 어디인지는 모르나 어감이 좋았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5-03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이야기의 탄생?인가 하는 책에서 보고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 ㅎㅎ 이언매큐언 딱 두 권 읽었는데 더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ㅎ

새파랑 2021-05-03 21:10   좋아요 2 | URL
다행이 고구마는 아니셨군요 ^^ 책이 너무 잘 읽혀서 특히 좋았습니다. 전 ‘칠드런 액트‘를 읽어보려 생각중입니다 ㅎㅎ

scott 2021-05-03 2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체실 비치가 영국 도싯에 있는 해변이에요
해변에 모래가 아닌 조약돌 좌르륵 깔려 있는데 폭이 좁은 해안선인데 바로 옆은 파도가 넘실~

새파랑 2021-05-03 21:12   좋아요 3 | URL
스콧님 글 보고 체실 비치 사진으로 찾아보고 옴^^ 우리나라의 몽돌해수욕장(?) 이랑 비슷한 걸까요? ㅎㅎ 생각해보니 책에서도 바다로 갈수록 조약돌 크기가 달라진다는 문장을 본 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1-05-03 21:52   좋아요 3 | URL
저도 거제 몽돌 해수욕장 생각했어요 ㅎㅎ

율별엠제이 2021-05-03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언매큐언 전작읽기 시도하려고 해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새파랑 2021-05-03 22:22   좋아요 2 | URL
저는 이번에 첨읽어 봤는데 좋았어요 ㅎㅎ 율별엠제이님 평이 좋은 책을 따라 읽어봐야 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5-03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불새> 생각나는 줄거리인 걸요. 저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는데요, 저 주인공들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했음 이혼을 열두 번도 했겠다 싶을 때 많았어요. 서로 다른 이들이 같이 사는 건 새파랑님 말대로 많은 인내와 이해가 필요하지요. 어찌 이리도 잘 아시나. ㅋ

새파랑 2021-05-04 06:30   좋아요 1 | URL
이책 주인공은 1박2일만에 이혼한다는 ㅎㅎ 그리고 제가 안다기 보다는 책에 비슷한 말이 나와있어요 ^^

서니데이 2021-05-03 2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억속의 표지와 다른 것 같아서 찾아보니까, 영화 한정판 양장본으로 나온 책 같아요.
이 디자인도 좋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5-04 06:32   좋아요 2 | URL
어제 몸이 안좋아서 빨리 잤다는 ㅜㅜ
예전에 보신 책이군요? 영화에서 이러한 심리묘사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 양장본 마음에 듭니다^^

희선 2021-05-04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는 건 정말 아닌 듯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겠지만, 서로를 잘 모르기도 하고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새파랑 2021-05-04 06:3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희선님 생각에 완전 공감합니다~!! 서로 더 알려고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실제 사는것도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mini74 2021-05-04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랑 어울리는 표지? ㅎㅎ 안타까운 이별은 있지만 억울한 이별은 없는 것 같아요. ( 전쟁 죽음 등 말고 ㅎㅎ)전 이 소설 읽으면서 나의 미카엘 생각도 났어요. 한 쪽의 인내로 이루어지는 사랑도 사랑은 아니더군요. 그냥 시대배경, 두 사람을 용기내지 못하게 하는 과거의 일들과 배경들이 안타까웠고 그 묘사들이 참 좋았어요 *^^*

새파랑 2021-05-04 10:00   좋아요 2 | URL
미니님 리뷰 보고 읽은 책~ 덕분에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책은 파랑색이 들어가야 좋다는 ^^

coolcat329 2021-05-04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갖고 있지만 역시나 읽지 않았습니다 😅 제가 갖고 있는 건 여자 혼자 넓은 길을 걸어가는 쓸쓸한 표지인데, 저렇게 남녀가 등 돌리고 있는 표지도 외로워 보입니다. 저도 조만간 읽어야 겠습니다.

새파랑 2021-05-04 12:21   좋아요 1 | URL
쿨캣님 책이 엄청 많으신거 같아요 ^^ 표지를 다시 보니 정말 외로워보이네요. 전 색깔만 봤는데 ㅎㅎ

레삭매냐 2021-05-0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턱턱, 절절하게 다가
오네요.

이제 영화도 볼 차례인데 책도
읽어야 하고 도통 시간이...

새파랑 2021-05-06 20:38   좋아요 0 | URL
ㅋ 이거 책 답답하지만 재미있었어요^^ 영화에서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네요
 

나에겐 고구마 백만개보다는, 완전 재미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위스키 더블을 마시며 노르망디 해전과 북아프리카 전투를 추억하고 세련된 군대 속어의 잔재나 나불대는 그들은 결코 미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제군들, 이제 퇴장하실 때가 됐소이다.

(지나간 영광에 언제까지 안주할 수는 없다.) - P36

자신이 성급했다고, 뭔가 중요한 것을 포기했다고, 사실은 자기 것이 아닌 뭔가를 줘버린 듯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섣부른 사랑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 P75

그는 여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충분히 다정스럽게 굴면서 터빌 히스의 집에서 떠날 날을 계속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는 이미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마음은 그곳을 향해...) - P95

몸에 감정을 숨길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유감스러운지,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 체면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의 감정이란 숨길 수 없지..) - P104

그는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늘 새롭게 굽이치는 파도나 물결과 같은 것임을 깨달아가고 있었고, 바로 지금 그런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 P150

그는 작년의 이런 기억들을, 시골집 엽서들을, 라임나무 아래에서의 산책을, 옥스퍼드에서 지낸 여름을 불러냈다. 자신의 슬픔을 배가시키려거나 그것에 탐닉하려는 감상적인 욕망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슬픔을 쫓아버리고 자신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였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 P159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방식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녀 자신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그에게 숨겼다. 그녀는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 P162

사랑에 빠진 상태도, 사랑이 식은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단지 이 거대한 나무에 기댄 채, 어스름 속에서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진정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 P168

"난 당신을 사랑했어. 하지만 당신이 그 사랑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어"

그들은 그가 사용한 시제의 함의가 그들에게 전달될 때 까지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미심쩍어하며 말했다.

"날 사랑했다고?"

(절대 과거형으로 하면 안될 말) - P178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사랑과 인내 겨우 두가지였는데....) - P197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마지막 그 순간 사랑을 잡지 못하고 평생 그리워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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