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시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나태주 시인님의 시는 가끔 생각이 나서 찾아 읽는다. 나태주 시인님은 정말 착하실 거 같다 ㅎㅎ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나태주 시인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가 "내가 너를" 이다^^ )
- P110

<안부>

오래
보고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거의 외우는 시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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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05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6-05 22: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06-06 0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태주 시인 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 <풀꽃>이겠지요 뭐든 오래 잘 보면 다 좋게 보일 듯합니다 정말 그말대로예요


희선

새파랑 2021-06-06 08:29   좋아요 2 | URL
저도 <풀꽃>완전 좋아합니다. 저는 나태주 시인의 이런 감성이 너무 좋더라구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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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두번째 이야기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1부(전체 책으로 보면 3권)를 읽었다. 아직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  2부(전체 책으로 보면 4권)가 남아있지만, 중간 정리 차원에서 간단히 리뷰를 남겨본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1부 ˝스완 부인의 주변˝과 2부 ˝고장의 이름ㅡ고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읽은 부분은 1부인 ˝스완 부인의 주변˝ 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장의 이름ㅡ이름˝ 이었는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장의 이름ㅡ고장˝이라고 하니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스완 부인의 주변> 이야기는 역시 따로 문단의 구분은 되어있지 않고 만연체의 긴 문장들로 쓰여져 있지만, 자의적으로 크게 구분해 보자면

1. 마르셀의 집을 배경으로, 외교관인 ˝노루푸아˝와의 가족식사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

2. 나의 첫사랑인 스완의 딸 ˝질베르트˝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

3. 스완의 부인인 ˝오데트˝와 친해지는 이야기

4. 나의 문학적 스승이자 작가인 ˝베르고트˝를 만난 이야기

네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1번 이야기의 경우 사건은 단 하나, 외교관인 ˝노르푸아˝와의 가족식사 이지만, 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되고 묘사되는 부분이 1페이지부터 100페이지 까지 계속 진행된다. 식사를 네시간 동안 한게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마르셀˝은 아버지가 바라는 외교관이 아닌 내가 원하는, 그리고 ˝질베르트˝와 함께 할 수 있는(결국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되고...

2번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마르셀˝의 짝사랑에 관한 내용으로, 2권윽 <스완네 집 쪽으로 2>가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나와 ˝질베르트˝의 사랑이야기이다.

다만 전자가 결국 어렵게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후자는 우연히 재회 하였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차이가 있지만...

˝마르셀˝과 ˝질베르트˝의 이야기는 연인관계에 있어서 어느 한쪽이 더 많이 좋아할 경우 그 사랑이 결국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그렇게 그리던 그녀와 가까워졌지만, 너무 잦은 만남을 통해 오해와 구속이 생겨나게 되고, 사소한 오해로 약간 멀어진 사이가 되고 난 후, 나는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거나 다가오기를 바리게 되지만, 상대방은 멀리 서있고, 이러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 이다.

특히 사랑때문에 계속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마르셀˝의 심리 변화가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짝사랑의 아픔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정말 공감하면서 읽을 것이다.

3번 이야기는 스완의 부인인 ˝오데트˝에 관한 이야기로, 잦은 ˝스완네 집˝ 방문을 통해 ˝마르셀˝은 그녀와 친해지게 되고, 그녀의 주변인물을 통해 숨겨진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며, 그녀가 어떻게 화류계의 여성에서 많은 추종자와 인맥을 가진 여성으로 면모하게 되는지를 관찰하게 된다.

특이한 점이 ˝마르셀˝은 이 책에서 ˝질베르트˝의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오데트˝에 대해서는 정말 상세히 묘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르셀˝은 오히려 ˝오데트˝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더 느낀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남성들이 선망하고, 모든 여성들이 경계하는 ˝오데트˝는 도대체 어떤 외모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4번 이야기는 ˝마르셀˝이 평소 존경하는 작가인 ˝베르고트˝를 만난 이야기로, ˝마르셀˝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본인이 상상하던 이미지와 달라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만든 작품은 그 작가의 외형과는 별개인 ‘창조의 산물‘이며, 자신을 투명하게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예술의 창조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 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227 페이지

이러한 문장을 통해 ‘프루스트‘는 자신의 경험을 투명하게 바라본 후 이를 창조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썼다는걸 알 수 있다.

아직 2부가 남아있어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보면 향후 ˝마르셀˝이 작가적인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지금까지 나는 단지 3권의 ˝잃.시.찾˝을 읽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 1>이 제일 읽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는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2권부터는 잘 읽히니 아직 안읽으신 분은 겁먹을 필요 없을거라 생각하며, 차라리 1권을 안읽고 2권부터 시작해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4권을 바로 읽어야 하나, 쉬었다 읽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이 드는 금요일이다. 4권을 읽고 난 후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리뷰를 종합해서 써봐야 겠다.

질베르트로부터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만나서 애기해" 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우리 마음이 갈라진 후부터"라는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마침내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감정은 어느 때보다고 더 깊어졌어"라는 그녀의 답을 듣고 싶은 소망에, "삶은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지우지는 못할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삶이 실제로 변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감정의 추억만을 간직하게 될 거 라는 관념 속에 살게 되었다.

마치 신경증자가 병자인 척하다가 마침내 정말 병자가 되는 것처럼.....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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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6-04 14: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떠나 점점 잃.사.찾에 빠져드는 새파랑님이 느껴져요~~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정리도 좋구요^^
1권만 지나면 확실히 빠져들수 있군요
그럼 저도 희망을 갖겠습니다~~

새파랑 2021-06-04 17:24   좋아요 5 | URL
확실히 2권 부터는 괜찮습니다^^ 1권 안보셔도 이해하는데 문제 없어요
(거꾸로 읽는 분도 계심 ㅎㅎ)

바람돌이 2021-06-04 15: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화이팅!
여기에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겠군요. 마의 1권 벽을 넘으면 결국 그 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기다린다는 말씀이죠? ^^
하지만 아직은 저에게 용기가 생길락 말락만 하네요. 앞에로도 계속된 리뷰를 통해 용기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제가 넘어갈지...... ^^

새파랑 2021-06-04 17:26   좋아요 5 | URL
근데 적응되니까 읽는 재미가 있어요.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고, 러시아 애들처럼 이름이 어렵지도 않더라구요 ㅎㅎ

미미 2021-06-04 15: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중독성이 있는 소설이죠?ㅋㅋㅋㅋ(다 읽은 척;)
만화는 얇고 함축적인듯 한데 도서관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까지만 있어서 아쉬웠어요. 앞쪽은 계속 소제목도 순수하네요. ^^* 저는 소돔과 고모라ㅋㅋㅋㅋ

새파랑 2021-06-04 17:28   좋아요 6 | URL
진짜 읽을수록 재미있어요 ㅋ 한번 잡으면 놓기가 힘들더라구요. 단락도 안 나누어져 있어 시간 안보고 계속 읽게됨 ^^
뒷부분에 소제목이 갇힌 여인? 인가도 있는것 같고 주인공이 커가면서 뭔가 사악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ㅎㅎ

2021-06-0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4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6-04 19: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짱! 쉬엄 쉬엄 읽으세요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뭔가 힘이 납니다. 2권부터는 괜찮다는 말씀이죠 ㅎㅎ

새파랑 2021-06-04 19:45   좋아요 4 | URL
완전 쉬엄쉬엄 읽고 있어요 ㅋ 빨리 안읽어짐ㅡㅡ 미니님 2권 빨리 시작하세요^^

그레이스 2021-06-04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찿사 대열에 참가해얄것 같아요
북플님들 잃찿사 열기때문에...

새파랑 2021-06-04 20:5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의 참가가 너무 기대되네요 ^^

scott 2021-06-05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독서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알라딘 플친들로 하여금 장바구니에 주섬 주섬 담게 만든다.]
민음사! 새파랑님 리딩 속도 포기 한듯
번역가님이 하루에 원문 세장씩만 번역 한다고 합니다 (◞‸◟;)

새파랑 2021-06-05 07:18   좋아요 1 | URL
책읽어보니까 이런 문장의 번역은 정말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번역하시면서도 이게 맞아? 이러실듯 ^^

희선 2021-06-05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1권을 어떻게든 보면 2권부터는 좀 쉽군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이 책이 죽 있는 걸 보고 한번 볼까 하고 1권 빌려와서 봤는데, 앞으로 안 나가서 그만뒀습니다 저는 두꺼운 책 긴 책 좋아하기는 하는데 요새는 그런 걸 별로 못 보는군요 다음 권 읽고 싶은 마음과 좀 나중에 볼까 하는 두 가지 마음이 들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6-05 07:21   좋아요 2 | URL
희선님 2권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전 오늘도 읽을까 나중에 읽을까 고민중이에요ㅎㅎ ㅡㅡ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다. 감정을 잔득 끌어와서 쓴 글이라는게 느껴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견딜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하는 이의 부재가 짧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어느 날엔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곧 이루어질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유예되는 이런 만남에 대한 나날의 몽상이, 질투가 따르는 만남에 비해 어느 정도는 덜 고통시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본다는 소식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나날이 미루는 것은 우리의 이별이 야기하는 그 견딜 수 없는 불안의 끝이 아니라, 어떤 돌파구도 없는 감동이 재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완전 공감되는 문장이다. 이런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 P300

난 스완네 집 근처에서,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질베르트를 황혼 속에서 얼핏 본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결연한 걸음걸이로 어떤 남자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는데 남자의 얼굴은 식별이 되지 않았다.


(오해일지, 복선일지 모를 장면...) - P331

내 고통은 조금씩 변할 것이었다. 나는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오늘은 이런 감정, 다음 날에는 저런 감정을 보통은 질베르트에 관계된 희망이나 두려움에 따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사랑한다면 느끼는 감정들의 원인들.) - P348

질베르트로부터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만나서 애기해" 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우리 마음이 갈라진 후부터"라는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마침내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감정은 어느 때보다고 더 깊어졌어"라는 그녀의 답을 듣고 싶은 소망에, "삶은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지우지는 못할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삶이 실제로 변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감정의 추억만을 간직하게 될 거 라는 관념 속에 살게 되었다.

마치 신경증자가 병자인 척하다가 마침내 정말 병자가 되는 것처럼.

(완전 최고의 문장이다.......)
- P357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설계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사람을 맞아들일 준비가 될 때면, 그 사람은 오지 않고 우리에게 죽은 존재가 되지만, 우리는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안에 갇혀 산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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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 다 읽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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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얼마 안남았는 정말 좋다. 이런 문장들,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는 걸까...







우리 누구나자신의 말이나 동작이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보이는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까 봐 두려워서, 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추억이 그들이 사는 동안 차지하게 될 부분을 지나치게 큰 비율로 확대하면서, 우리는 우리 말이나 태도의 부차적인 부분들이 거의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눈 사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한다.

(타인에게 기억되는 건 쉽지 않다.) - P96

아버지는 두가지 무서운 의혹을 내 마음속에 심어 넣었다 첫번째는 내 삶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게다가 뒤이어 올 삶도 지나온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의혹이었다. 두번째는 내가 ‘시간‘ 밖에 있지 않고 소설 속 인물처럼 시간의 법칙에 종속되나는 점이었다.

(아버지 완전 현명하시네...) - P104

삶의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려고 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힌다. 페이지 첫 머리에서 우리는 희망으로 가득한 연인과 해어졌지만, 다음페이지 끝에 가면 양로원 안뜰에서 일상의 산책을 힘겹게 마치고 과거를 망각한 채 사람들이 건네는 말에 겨우 대답하는 여든 살 연인과 만난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다른 삶의 체험.) - P104

내 마음이 내 마음을 채워 주지 못하는 주변 세계의 쇄신을 열망한다면, 그건 바로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질베르트의 마음도 나보다 더 변할 이유가 없다는 걸 말해 준다고 그떄 나는 중얼거렸다. 이 새로운 우정도 옛 우정과 같다고 느꼈다. 마치 새로운 세월이 하나의 고랑에 의해 다른 세월에서 분리되지 못하든, 우리 욕망이 그 세월을 붙잡거나 변경할 수 없어 몰래 다른 이름으로 덮은 데 불과하다.

(이런 글을 쓴다는게 놀랍다.) - P114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저 탐색하고 불안해하며 요구가 많은 태도, 다음날 만남에 대한 희망을 줄지 혹은 빼앗가 갈지 모르는 말에 대한 기다림, 그 말이 말해질때가지 동시에 또는 번갈아 나타나는 기쁨과 절망의 상상, 이 모든 것은 살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 주의를 지나치게 동요하게 만들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선명한 이미지도 포착할 수 없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 P117

그러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편지를 생각했고, 편지는 내 몽상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코사 멘탈레‘가 되었으며, 그래서 오 분마다 다시 읽고 어느새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내 행복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엄청나다.) - P134

우리가 여러 대조적인 삶과 상황에서 사랑과 관계되는 사건에 대한 최선의 태도는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건들은 피할 수 없는 뜻밖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법칙이 아니라 오히려 마법의 법칙에 지배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 P135

그러나 어느 날인가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오면, 아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오면, 그때 그는 오랫동안 모욕받았던 자존심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의 무관심을, 드디어 진짜 무관심을 가차 없이 보여 주리라 맹세했건만, 이제 그 복수를 아마 위험 없이 실행할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그 일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던 욕망도 사랑과 함께 사라졌다.

(이게 바로 체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177

우리가 사귀었던 사람들, 예기치 않았던 첫 순간에 대한 추억, 우리가 들었던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의식의 통로를 가로막기 위해 저기 있으며, 또 상상력의 출구보다 기억의 출구를 더 많이 지배하여 우리 미래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보다는 회고적으로 우리 과거 쪽에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참조하지 않고는 더 이상 과거를 그려볼 수 조차 없었다.

(미래보다는 과거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 P198

모든 위대한 작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작가들이 쓰는 문장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그러하듯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 아름다움은 그들이 생각하는 외적 대상에, 또 그들이 아직 표현하지 않은 대상에 관계되므로 창조이다. - P221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 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천재란 사물을 반영하는 능력에서 나오지 반영된 광경의 내적인 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작가의 정의에 완전 공감한다. 여기서 설명하는게 프루스트 자신이라 할 수 있다.) - P227

"그렇지만 이런 사랑이 위험한 것은 여인의 순종이 한순간 남자의 질투를 진정시키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질투를 더 까다롭게 만든다는 거죠. 정부를 더 잘 감시하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환히 비추고 죄수처럼 살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일은 대게 비극으로 끝나는 법이죠."

(갇힌 여인을 암시하는 문장) - P244

"좋은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친구 스완이라네"

"그렇다네 창녀와 결혼한 남자가 아닌가. 그의 아내와 만남을 원치 않는 부인네들이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한 남자들의 뱀을 쉰 마리나 날마다 삼켜야 하는 모욕을 감수하고 있다네. 뱀들이 그의 입을 비트는 게 보이네, 어느 날 그가 집에 돌아고거든 한번 주목해서 보게나 누가 집에 있는지 보려고 눈썹을 찌푸리는 걸 볼 수 있을 테니."

(스완의 아픔? 그런데 스완과 스완 부이 앞에서는 잘하면서 뒤에서 그렇게 험담하는 것은 왜일까.) - P256

그런데 내가 열기 속에 기다렸던 내일은 광대한 외부 세계에 속하는 하루가 아니었다. 내일이라는 날이 지나가면 내 게으름과 내 내면의 방해물에 맞선 고통스러운 투쟁이 이십사 시간 더 연장될 뿐이었다.

(투쟁의 연장...오늘과 똑같은 내일은 정말 싫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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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03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시작하셨나요.
사진 속에서 샤프로 그은 것 같은 연한 밑줄 자국을 보면서,
중요한 부분에 줄을 그었던 수험서 같았어요.
새파랑님, 좋은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03 22:50   좋아요 2 | URL
수험생처럼 책읽는게 저의 특징입니다 ^^

scott 2021-06-04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옹의 이책은 어떤 구절은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문 처럼 읽혀질떄가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늘 소망하는 이런 기적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

새파랑님 서재방에 야간 독서등 켜놓음
⋆ ☄︎.
·˚ * 🔭

새파랑 2021-06-04 07:50   좋아요 2 | URL
새벽 독서등으로 썼습니다^^ 이 책은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좋은거 같아요. 3권 너무 좋았어요 ㅜㅜ

초딩 2021-06-04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앗ㅜㅜ 제 눈에 먼저 들어온건 스테들러 펜이요... 전 파란색이랑 그리고 좀 더 간지나는 검은색 이렇게 쓰고 있어요 ㅎㅎㅎ :-)

새파랑 2021-06-04 17:31   좋아요 2 | URL
저는 샤프나 연필을 씁니다 ㅋ 다 읽고 맘에 안들면 지우고 알라딘에 팔려고 ^^

초딩 2021-06-04 18:18   좋아요 0 | URL
아 스테들러 팬 홀더 중에 파란색인 아이요~ 그리고 거기 무슨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검은색이 있고요 ㅎㅎㅎ
심은 연필 파란색 빨간색 이렇게 쓰고요 :-)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 모든 결과를 만들어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삶 자체로 인해 더욱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서 실현된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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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02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밑줄치기로만 봐서는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인듯! ㅋㅋㅋㅋ프루스트 이런 격언스타일도 좋죠ㅋㅋㅋ

새파랑 2021-06-03 00:08   좋아요 3 | URL
밥먹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안끝나고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