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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두번째 이야기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1부(전체 책으로 보면 3권)를 읽었다. 아직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 2부(전체 책으로 보면 4권)가 남아있지만, 중간 정리 차원에서 간단히 리뷰를 남겨본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는 1부 ˝스완 부인의 주변˝과 2부 ˝고장의 이름ㅡ고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읽은 부분은 1부인 ˝스완 부인의 주변˝ 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장의 이름ㅡ이름˝ 이었는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장의 이름ㅡ고장˝이라고 하니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스완 부인의 주변> 이야기는 역시 따로 문단의 구분은 되어있지 않고 만연체의 긴 문장들로 쓰여져 있지만, 자의적으로 크게 구분해 보자면
1. 마르셀의 집을 배경으로, 외교관인 ˝노루푸아˝와의 가족식사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
2. 나의 첫사랑인 스완의 딸 ˝질베르트˝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
3. 스완의 부인인 ˝오데트˝와 친해지는 이야기
4. 나의 문학적 스승이자 작가인 ˝베르고트˝를 만난 이야기
네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1번 이야기의 경우 사건은 단 하나, 외교관인 ˝노르푸아˝와의 가족식사 이지만, 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되고 묘사되는 부분이 1페이지부터 100페이지 까지 계속 진행된다. 식사를 네시간 동안 한게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마르셀˝은 아버지가 바라는 외교관이 아닌 내가 원하는, 그리고 ˝질베르트˝와 함께 할 수 있는(결국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되고...
2번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마르셀˝의 짝사랑에 관한 내용으로, 2권윽 <스완네 집 쪽으로 2>가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나와 ˝질베르트˝의 사랑이야기이다.
다만 전자가 결국 어렵게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후자는 우연히 재회 하였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차이가 있지만...
˝마르셀˝과 ˝질베르트˝의 이야기는 연인관계에 있어서 어느 한쪽이 더 많이 좋아할 경우 그 사랑이 결국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그렇게 그리던 그녀와 가까워졌지만, 너무 잦은 만남을 통해 오해와 구속이 생겨나게 되고, 사소한 오해로 약간 멀어진 사이가 되고 난 후, 나는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거나 다가오기를 바리게 되지만, 상대방은 멀리 서있고, 이러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 이다.
특히 사랑때문에 계속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마르셀˝의 심리 변화가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짝사랑의 아픔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정말 공감하면서 읽을 것이다.
3번 이야기는 스완의 부인인 ˝오데트˝에 관한 이야기로, 잦은 ˝스완네 집˝ 방문을 통해 ˝마르셀˝은 그녀와 친해지게 되고, 그녀의 주변인물을 통해 숨겨진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며, 그녀가 어떻게 화류계의 여성에서 많은 추종자와 인맥을 가진 여성으로 면모하게 되는지를 관찰하게 된다.
특이한 점이 ˝마르셀˝은 이 책에서 ˝질베르트˝의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오데트˝에 대해서는 정말 상세히 묘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르셀˝은 오히려 ˝오데트˝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더 느낀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남성들이 선망하고, 모든 여성들이 경계하는 ˝오데트˝는 도대체 어떤 외모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4번 이야기는 ˝마르셀˝이 평소 존경하는 작가인 ˝베르고트˝를 만난 이야기로, ˝마르셀˝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본인이 상상하던 이미지와 달라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만든 작품은 그 작가의 외형과는 별개인 ‘창조의 산물‘이며, 자신을 투명하게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예술의 창조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 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227 페이지
이러한 문장을 통해 ‘프루스트‘는 자신의 경험을 투명하게 바라본 후 이를 창조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썼다는걸 알 수 있다.
아직 2부가 남아있어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보면 향후 ˝마르셀˝이 작가적인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지금까지 나는 단지 3권의 ˝잃.시.찾˝을 읽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 1>이 제일 읽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는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2권부터는 잘 읽히니 아직 안읽으신 분은 겁먹을 필요 없을거라 생각하며, 차라리 1권을 안읽고 2권부터 시작해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4권을 바로 읽어야 하나, 쉬었다 읽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이 드는 금요일이다. 4권을 읽고 난 후에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리뷰를 종합해서 써봐야 겠다.
질베르트로부터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만나서 애기해" 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우리 마음이 갈라진 후부터"라는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마침내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감정은 어느 때보다고 더 깊어졌어"라는 그녀의 답을 듣고 싶은 소망에, "삶은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지우지는 못할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삶이 실제로 변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감정의 추억만을 간직하게 될 거 라는 관념 속에 살게 되었다.
마치 신경증자가 병자인 척하다가 마침내 정말 병자가 되는 것처럼.....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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