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읽기 시작~! 동명 제목의 노래가 있는건가 궁금하다★★

이 책은 유쾌하게 읽히는데,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하게 한다.



누가 두려워하랴,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이름때문에 등장한 버지니아 울프.. 난 두렵지않고 좋아한다..) - P19

사회적 적대감은......유머 감각의 상실에서 가장 심오하게 드러난다네. 단일 체제는 그 어느 것이든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했지. 역사를 읽어 봐. 난 역사를 좀 알거든.

(농담, 심오함...) - P62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현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둘 중 하나를 하게 되거든...나처럼 과거를 들여다 보거나......아니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작업하지. 뭔가를 바꾸려면.....

(이 말의 의미가 왠지 와닿았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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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22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신 것이 중요합니닷! ㅋㅋㅋㅋ
원래 제목은...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아기 돼지 3형제 있잖아요, 그 영화의 원래 제목인 ˝Who‘s afraid of Big Bad Wolf?˝ 덩치 큰 불량 늑대를 누가 무서워해? 였는데, 디즈니 측에서 제목을 가져다 쓰는 거에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저작권자가 싫다니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Big bad wolf를 Virginia Wolff로 바꿨다고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작품에 한 번도 안 나오잖아요. ㅋㅋㅋㅋ
울프 팬들께선 좀 실망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시포요.

새파랑 2021-06-22 21:30   좋아요 2 | URL
노래는 계속 부르던데 ㅋ 아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 군요 😮 이 책 언어유희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대가에게도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혹평을 받은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매번 좋은 작품을 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럼 도선생님의 작품에도 그런게 있을까? 일단 이 작품에 들어있는 소설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사전 정보없이 읽어서 그러한 사실을 몰랐었는데, 읽고 보니 내가 이상한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뻬쩨르부르그 연대기>에는 총 2개의 단편(쁘로하르친 씨,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과 1개의 산문(뻬제르부르그 연대기), 1개의 중편(여주인)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들은 도선생님의 데뷔작인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이후에 쓰여진 작품들로, 앞의 두 작품의 성공과 대비되게 많은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뻬제르부르그 연대기‘는 소설이 아닌 산문이어서 제외)

<쁘로히르친 씨>는 직장을 잃을까봐 두려워 하며 전전긍긍 하다가  결국 미쳐버리는 이야기 이다. 그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자신만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 행복을 상상하지 못하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단편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분신>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자기 복제같지만 단편으로 축소해서 인지 그만큼의 완성도와 공감을 불러오지는 않았다. 다만 이 문장만큼은 너무 좋았다.

[만약 그가 고통을 겪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니라 그에게 상상력이 없기 때문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다.] 11페이지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은 두 남자가 만나지는 않고, 편지만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오해가 커져서 결국에는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서간체의 형식은 <가난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뭔가 유쾌하고 풍자적인 이야기 같으면서도 서간체이다 보니 왠지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되었다. 확실한건 사람은 편지나 메세지로만 주고 받으면 오해가 생긴다는 거다. 이는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뻬제르부르그 연대기>는 도선생님의 생활공간인 뻬제르부르그라는 도시의 특징에 대해 쓴 글로, 소설이 아닌 산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뻬제르부르그의 계절, 기후, 거리, 사람들에 대한 도선생님의 느낌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다. 우울하고 회색빛이 감도는 것 같은 도시의 분위기가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그럼에도 가보고 싶은 도시 뻬제르부르그.


<여주인>은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편 소설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몽상가인 ˝오르디노프˝가 ˝까쩨리나˝라는 한 여인을 우연히 마주친 후 사랑에 빠지게 되어 그녀와 그녀의 남편 ˝무린˝(노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면서 그의 사랑과, 그녀의 태도, 무린의 행동은 어느게 진실이고 어느게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결국 ˝오르디노프˝는 그 집에서 나오게 되고 , ˝까제리나˝ 부부는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읽다보면 정말 막연하고 모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은 이후에 쓰여지는 <백야>를 연상하게 하는데, <백야> 만큼의 감정의 전달과 공감은 주지를 못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었고 영혼의 고통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오르디노프는 왜, 그녀의 삶이 자신의 삶으로 변했고, 그녀의 고통이 왜 자신의 고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02페이지

이 문장처럼 이야기는 두서가 없지만 ˝오르디노프˝의 감정은 이해가 되었다.



이 네개의 작품들은 도선생님이 시베리아를 가기 전에 쓰여진 초기 작품으로,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지만, 도선생님을 좋아한다면 그의 초기 작품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남은 도선생님의 작품은 6작품에 8권이다. 유명한 작품은 대부분 읽어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만 남았는데, 작품이 쓰여진 시대 순으로 읽으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아저씨의 꿈>을 읽을 예정이다. 이 작품은 도선생님의 시베리아 생활 이후 쓰여진 첫 작품이라 하는데, 어떻게 쓰여졌을지 기대가 된다.

끝으로 이 책의 역자인 ˝이항제˝님이 쓰신 해설중에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왠지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갔다~!!

[초기 작품뿐만 아니라 도스도예프스키 작품 전체의 심원한 내용과 난해한 문체는 우리들의 안이한 책읽기와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나 끈기를 가지고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독파하고 나면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은 물론 러시아 문학과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자신도 모리게 확장,심화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안이한 책읽기와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도선생님의 글은 그래서 그렇게 읽기 힘든건가?


그리고 요즘 유행인 Voila를 한번 해봤는데, 직접 찍어보니 머리가 이상해서 저장된 사진으로 ㅎㅎ 뭔가 비슷한거 같은데 다르다. 이런 이미지는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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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2 09: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 리뷰 엔딩요정은 새파랑님의 르네쌍슈 배우상 이쉼 도끼 선생 이 단편집 초기작이라는 것도 있지만 번역도 많이 아쉽습니다 새파랑님 리뷰가 더 빛납니다 ♡

새파랑 2021-06-22 11:03   좋아요 5 | URL
전 책을 읽는데 내용이 어렵더라구요 ㅜㅜ 애정없이 읽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1-06-22 09: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뻐라^^~♡
열린책들은 꽂아놓으면 예뻐요
책이어서 더 예쁜지도...ㅋ
밑에 새파랑님 사진은 못봤어요
이뻐라 해놓고 급당황해서 말이 길어지고 있네요 ㅋㅋ
북플님들은 외모도 다 훌륭하신가봐요...

새파랑 2021-06-22 11:03   좋아요 4 | URL
ㅋ 감사합니다. 열린책들 표지가 화려해서 모아놓으면 예뻐보이더라구요^^

잠자냥 2021-06-22 09: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다 모아놓으니까 책 참 예쁘네요. 전 도 선생님 책은 민음사, 문동, 열린책들 막 섞여 있어서 다 모아놓으면 저렇게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아요... 저 중에 제가 갖고 있는 책이랑 몇 권 겹쳐서 반갑습니다.

새파랑 2021-06-22 11:04   좋아요 4 | URL
저도 다 섞여있는데 열린책들로 모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미 2021-06-22 09: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18세기 사진은 새파랑님 이탈리안같구요!
20세기는 7막7장 홍정욱 닮으신것 같은데요?ㅋㅋㅋㅋ🤭
배우상에 저도 한 표!
열린책들은 표지 글씨체도 예쁘고 책 사이즈도 좀 아담하니 들고 읽기에 좋더라구요. 저 문장 저도 가져갑니다~(음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라.. 멋짐!🤔)

새파랑 2021-06-22 11:07   좋아요 4 | URL
미미님 글보고 궁금해서 해봤는데 😐 너무 느끼하게 나오는거 같더라구요 ㅎㅎ 요즘은 서점가면 열린책들 코너로 먼저 발걸음이 가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1-06-22 10: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늘은 도선생님 얘기는 나중에~~
일단 제가 상상한 새파랑님의 이미지랑 앱의 이미지랑 넘 비슷한 것 같아요.
훤칠하고 선하게 생긴 사람이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읽고 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가 있겠습니까?
로쟈도 연상되네요^^
암튼 good**
도선생님의 작품을 읽는게 쉽지는 않은데 꾸준하게 읽으시는 모습이 참 대단합니다.
저렇게 책 모으니 무슨 전리품같기도 한데
저런 전리품은 평화의 상징이라 좋네요^^


새파랑 2021-06-22 11:09   좋아요 4 | URL
ㅋ 아닌것 같지만 칭찬 감사합니다 😀 나중에 도선생님 책 단체사진도 찍어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1-06-22 14: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뻬제르부르그 도시에 대한 산문이 관심이 가네요. 참 가보고 싶은 도시거든요.

독서하는데 있어서 끈기와 적극적인 자세 이 두가지 저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은 더 이것을 필요로 하는듯 싶네요.

사진보니 참으로 ‘바른 시민‘같은 이미지십니다. ㅎㅎ

새파랑 2021-06-22 14:43   좋아요 5 | URL
끈기와 적극적인 자세는 맞는거 같아요. 예전에는 읽다말고 했는데, 그래도 북플을 해서 동기부여가 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실제는 절대 바르지 않습니다 ㅎㅎ

mini74 2021-06-22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범죄가 난무하는 소설을 읽기엔 너무 차분한 인상에 훈남 !! 이시잖아요 ㅎㅎㅎ 글보다 얼굴에 먼저 눈이 ㅎㅎㅎ 아. 열린책들 사고 싶어지네요. *^^*

새파랑 2021-06-22 18:09   좋아요 4 | URL
저건 제가 완전 아닙니다 ㅎㅎ 미니님께 오해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 전 범죄소설도 좋아하는데 애틋한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

붕붕툐툐 2021-06-22 21: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왠지 새파랑님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이미지이신 거 같아요. 가문 좋은 집안에서 바르게 자란 청년 느낌이랄까? 도선생 책 한 권 더 읽으심을 축하드립니다. 이젠 빨리 읽으시는 게 놀랍지도 않네요~ㅎㅎ

새파랑 2021-06-22 22:25   좋아요 1 | URL
가문좋은 집안이라니 ㅎㅎ 바른건 절대 아닙니다 ㅡㅡ 요새 독서 시간이 줄어서 그렇게 많이 못읽는거 같아요. 이제 다시 열독 해야할거 같아요 ^^

han22598 2021-06-23 0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왜 전 새파랑님이 여자라고 생각했던거죠????????????? 그래서 저 사진은 누구야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6-23 07:31   좋아요 0 | URL
제가 han22598님께 오해?를 드린거 같아요 ㅎㅎ 프로필사진을 바꿔봐야 할거 같아요~!

희선 2021-06-24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가여도 아주 잘 쓰지 않은 것도 있겠지요 초기 작품이어서 그런 게 보이기도 하는가 싶네요 그래도 새파랑 님이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다 만나면 아주 많이 달라지겠네요 지금까지 재미있게 보셨으니 남은 것도 재미있게 보시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06-24 07:31   좋아요 0 | URL
모든 작품이 다 좋을수는 없는거 같아요 ^^
 

어제 옮겨놓지 못한 밑줄긋기 문장들~!


그는 울적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슬픔에 빠져 들었다. 그는 자신의 전 생애에 대해서,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활동에 대해서, 심지어는 자신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새로운 생각이 그의 평온을 여지없이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홀로 고독하게 살아왔다는 것과,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며 그 역시,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 P142

그때, 그의 바짝 마른 입술에 그녀의 뜨겁고 긴 입맞춤이 쏟아졌고, 그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에 휩싸였다. 그는 힘없이 신음소리를 내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P166

그는 그녀의 말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에게 들려준 모든 이야기는 아직도 그위 귓가에서 마치 음악처럼 맴돌았고, 그의 가슴은 그런 회상을 할 때마다, 공허하고 힘겨운 타격을 받는 듯했다. 바로 이 순간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머릿속에는 꿈속에서 보았던 모든 것이 퍼뜩 스쳐 갔다. - P191

눈물일랑은 언젠가 혼자 남겨졌을 때를 위해서, 아무도 없을 때를 위해서, 가장 암울한 날, 그리고 가장 고통스로운 때를 위해서 남겨 둬요...그래, 당신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요? - P195

내 말을 잘 들어요. 나에게 기끔을 주는 사람이여, 마음을 굳게 먹어요. 지금껏 나를 사랑한 것처럼 나를 사랑해선 안돼요, 그러면, 훨씬 나아질 거예요. 마음도 더 편해지고, 즐거워지고, 흉악한 자신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거에요. 사랑하는 여동생이 생기는 거에요. - P196

그리고 언젠가 내가 또다시 험악한 암흑의 고통 속에 빠지게 되면, 나를 위로해 주세요.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금처럼 당신에게 올 수도 있고, 밤새 당신 곁에 이렇게 같이 앉아 있을 수도 있게 말이에요, 그렇게 해주실 거죠? 나에게 당신의 마음을 열어 주실 거죠? - P197

그녀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었고 영혼의 고통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오르디노프는 왜, 그녀의 삶이 자신의 삶으로 변했고, 그녀의 고통이 왜 자신의 고통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P204

새것이 필요한 법이죠. 말하자면 한순간으로 모든 삶을 살 수는 없는 법이죠. 소녀적 마음이 아직 가슴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해도 따라 갈 수는 없죠.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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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어느 계단의 이야기 - 희곡 대산세계문학총서 9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지음, 김보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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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장님들과 같은 어둠속에 있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어둠의 장님들이다.˝

희곡 좋아하시나요? 저는 희곡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희곡을 좋아하게 될거 같아요.

이 책은 스페인 희곡 작가 ˝안토니오 부예로 바예흐˝의 희곡  <타오르는 어둠속에서>, <어는 계단의 이야기> 두 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일단 두 편의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다. 희곡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읽어도 완전 잘 읽히고, 이해가 되는걸 보면 이 책은 희곡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모여있는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곳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인지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과 같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그나시오˝라는 한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이 학교는 전과 달라지게 된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자신의 실명을 큰 장애로 인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불가능한 현실을 바꾸고 싶어한다. 즉 당연하게도 앞을 보고싶어한다!

기존에 있던 학생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걸 장애라고 인식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그의 등장으로 인해 일부 학생들은 그의 말과 행동 때문에 내적 혼란을 겪게 되고, 학생들과 선생님은 현재를 지키려는 집단과 현재를 불만으로 인식하는 집단으로 구분되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전개된다.

이 작품은 장님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장님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서는 장님일 뿐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제한된 세계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꿀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을 직면하기 보다는 거기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꼭 불행한 현실을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는 것만이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던져주는 좋은 작품이다.



<어느 계단의 이야기>는 한 연립주택의 네개의 호실과 이 방들이 연결된 어느 복도와 계단을 배경으로, 1919년의 1막, 10년 후인 1929년의 2막, 20년 후인 1949년의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스폐인판 하위호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엮여 있지만 일단 사랑이야기만을 중심으로 풀어보면,

1막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페르난도˝와 ˝카르미나˝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둘의 주위에 페르난도의 친구이자 카르미나를 좋아하는 ˝우르바노˝, 페르난도를 좋아하는 돈많은 집의 딸 ˝엘비라˝가 등장한다. 정리하자면

1. 페르난도 : 잘생김. 카르미나를 좋아함
2. 카르미나 : 페르난도를 좋아함
3. 우르바노 : 페르난도 친구, 카르미나를 몰래 좋아함
4. 엘비라 : 돈 많은 집안. 페르난도를 대놓고 좋아함


하지만 2막에서는, 사랑보다는 돈을 택한 ˝페르난도˝는 ˝엘비라˝와 결혼하고, 둘은 아들을 갔게 된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잘생겼지만, 게으르고 무능했으며, 사랑없는 결혼을 한 그 둘은 애정이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페르난도˝에 버려진 ˝카르미나˝는 결국 ˝우리바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1. 페르난도 : 엘비나와 결혼, 그러나 불행함
2. 엘비라 : 페르나도와 결혼, 남편을 무시함
3. 카르미나 : 우르바노와 결혼, 페르난도를 약간 못잊는것 같음
4. 우르바노 : 카르미나와 결혼, 페르난도를 증오함


마지막  3막에서는 두 부부의 아들과 딸인 ˝아들  페르난도˝는 ˝딸 카르미나˝가 1막의 그 둘 부모와 같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부모들은 둘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만나지 말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아들  페르난도˝는 ˝딸 카르미나˝에게 1막에서 그의 아버지인 ˝페르난도˝가 ˝카르미나˝에게 했던 사랑고백을 똑같이 한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얼마나 행복할까!˝ 179페이지]

부모와 같은 사랑의 운명을 그 자녀들은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그 판단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맞기고 있다.이번에는 꼭 사랑을 선택해서 운명에 맞서길 바래본다.



만약 <타오르는 어둠속에서>, <어는 계단의 이야기> 두 작품의 내용이 소설로 쓰였다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희곡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과 함축적인 대사가 너무 잘 어울려서 이야기의 절정을 극대화한다. 

특히 맹인이라는 특수 상황과, 계단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희곡말고는 답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희곡 특유의 엿듣고 엿보는 상황 연출은 극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희곡이 이렇게 재미있는 장르였다는걸 알게 해준 작품. 앞으로 주 1회는 희곡을 한편씩 읽도록 해야겠다. 이 책을 소개해준 ˝잠자냥˝님께 깊은 경의와 존경과 땡쓰투를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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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0 10: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자리 예약 찜!

새파랑 2021-06-20 11:29   좋아요 6 | URL
앗 저같은 초보의 글에 1등은 의미가 없는데😅 저는 무한한 존경심을 드리겠습니다~!!

scott 2021-06-20 13:03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의 후쿠송같은 제목!
희곡 ! 좋아 하세요
네!네!
브람스보다 좋아 합니돵 ㅎㅎㅎㅎ

올려주신 스토리 라인을 보니
1. 페르난도 : 엘비나와 결혼, 그러나 불행함
2. 엘비라 : 페르나도와 결혼, 남편을 무시함
3. 카르미나 : 우르바노와 결혼, 페르난도를 약간 못잊는것 같음
4. 우르바노 : 카르미나와 결혼, 페르난도를 증오함

결혼-불행-서로 증오 하는 사이들 ㅎㅎㅎ
모닝드라마 스토리인것 같지만
주고 받는 대사들이 현실감이 넘칠것 같습니다. ^ㅅ^

새파랑 2021-06-20 13:41   좋아요 4 | URL
브람스보다 좋다니 너무 영광이군요😄 저건 그냥 제가 단순히 요약한거고 다른 이야기들도 들어 있어요 ㅎㅎ 앞으로는 리뷰제목을 신경써야 겠어요^^

그레이스 2021-06-20 10: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예 ㅋㅋㅋㅋ
좋아하기로 했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6-20 11:30   좋아요 6 | URL
이 작품 완전 재미있어요. 글이 그림처럼 머리에 그려집니다^^

미미 2021-06-20 10: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소개해준 잠자냥님 아닌가요? 짜라투스트라님?
얇아서 주 1회도 괜찮을 듯 하네요.^^ 새파랑님 더 바빠지실예정ㅋㅋㅋ

새파랑 2021-06-20 11:33   좋아요 6 | URL
희곡 마니야 6위 잠자냥님 소개입니다 ㅎㅎ 저번에 희곡마니아 7위였는데 한계단 올라가셨더라구요^^ 희곡은 금방 읽힌다는 좋은점이 있어요 ㅎㅎ

scott 2021-06-20 13:03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
북플계 소믈리에로!!

새파랑 2021-06-20 13:42   좋아요 5 | URL
저는 그냥 북플계의 소(Cow)일 뿐이에요 😌

파이버 2021-06-20 11:3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까마득한 옛날 수능 봤을 때 이후로 희곡은 읽어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시니 궁금해지네요~ 저는 두 번째 이야기에 더 구미가 당깁니다

새파랑 2021-06-20 12:03   좋아요 7 | URL
저는 예전에 셰익스피어 읽고 아 어렵군...하고 안앍었는데 최근에 희곡 작품 몇개 읽으니 너무좋더라요. 이 책의 두 작품다 좋더라구요. 첫번째 작품은 특히 날카롭고 서늘한 기분이 들어요 😀

초딩 2021-06-20 12: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접하고 정말 극이 이렇게 재미있고 술슬 읽히는 구나를 알게 되었었어요.
새파랑님의 문장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첫 문장부터 매료됩니다 :-)

새파랑 2021-06-20 12:14   좋아요 7 | URL
전 초딩님처럼 종합된 페이퍼를 잘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ㅜㅜ 전 예전에 셰익스피어 작품 읽는데 어려웠었는데, 이제 다시 읽으면 잘 읽힐까요? ㅎㅎㅈ혹시 이 작품 안읽으셨다면 추천드려요~!!

페넬로페 2021-06-20 12:1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제 새파랑님께서 우리들을 희곡의 세계에 빠뜨리시네요. 이때까지 제가 읽은 희곡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 것들이었는데 쉽게 읽힌다니 일단 반가워요~
저도 조금씩 관심 갖겠습니다^^

새파랑 2021-06-20 12:25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 이 작품 읽으시면 분명 좋아하실거라 확!신! 합니다 ㅎㅎ 저 페넬로페님이 추천해주신 ˝프랑켄슈타인˝ 도착해서 다음주에 읽을려구요. 서로 책 추천해서 읽는거 너무 좋아요😀

잠자냥 2021-06-20 12: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별 다섯 개로 마음에 드셨다니 뿌듯합니다!

새파랑 2021-06-20 12:42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희곡 페이퍼에 있는 책 다 읽을 겁니다 ^^

dollC 2021-06-20 13:1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자냥님께 땡쓰투한 새파랑님께 땡쓰투를 보내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많이 알게 되네요. 장바구니에 책 마를 날이 없어요😄

새파랑 2021-06-20 13:38   좋아요 6 | URL
북플은 서로 책이 돌고 도는 개미천국 같아요 ^^ 타인은 천국임 ㅎㅎ 저도 장바구니가 마를 날이 앖더라구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6-20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고나니 저도 희곡이 좋아지려 합니다 *^^*

새파랑 2021-06-20 15:09   좋아요 4 | URL
저도 낚시 성공인가요? ^^

황금모자 2021-06-20 15: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들 희곡 많이 읽으셔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연극도 많이 보러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문창과에서 희곡 창작 배우고 나서 희곡 많이 읽기 시작했어요ㅋ 그래서 아직도 분석하면서 읽는 버릇이 있어요ㅋ
희곡은 서술자가 없는 만큼 인물의 개성을 더 뚜렷하게 설정해야 갈등이 잘 드러나서
인물들의 입장이 납득이 잘 되는 게 매력이죠ㅋ

새파랑 2021-06-20 16:14   좋아요 5 | URL
와 황금모자님이 진정 희곡 전문가 시군요~!! 아 정말 그런거 같아요. 짧은 순간에 임팩트를 줘야해서 그런지 인물들 특성이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제가 글로 설명은 못했지만 이런 느낌을 황금모자님이 단번에 표현해 주시는군요😄 황금모자님의 희곡 추천을 기대합니다~!!

서니데이 2021-06-20 16: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책 소개가 그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합니다.
둘 중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소개가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6-20 16:30   좋아요 4 | URL
타오르는 어둠속이라는게 눈이 보이지 않는걸 의미하더라구요 ㅋ읽어보고 싶게 한다니 너무 기분이 좋네요. 남은 주말 잘보내세요 ^^

syo 2021-06-20 17: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파랑님의 책소개가 점점 충실해지네요... 저는 오히려 이거 봤으니 책 안 봐도 되겠구나 싶어진다는....
핑계쩔었네욬ㅋㅋㅋㅋㅋㅠㅠㅠ

새파랑 2021-06-20 18:42   좋아요 3 | URL
역시 syo님이 안읽으신 책은 정말 신간뿐일듯 합니다 ㅎㅎ 잘쓰려고 나름 노력중인데, 그래도 어렵네요ㅡㅡ

syo 2021-06-21 14:36   좋아요 1 | URL
파랑님 잘 쓰신다고 칭찬하시는 분들이 저렇게 많은데요 뭘 ㅎㅎㅎㅎㅎ 😆 거기다 노력까지 얹으시다니, 욕심꾸러기....

새파랑 2021-06-21 15:19   좋아요 0 | URL
글 정말 잘쓰시는 syo님이 칭찬해주시니 기쁘군요 😆 왜 진작 북플안했는지 ㅋ 너무 좋네요~!!

coolcat329 2021-06-20 2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여기 댓글 분위기가 활기차네요~👍
저도 이 책 갖고 있는데 읽고 싶어 집니당~ 일주일에 희곡 1개 화이팅!


새파랑 2021-06-20 22:49   좋아요 1 | URL
쿨캣님도 희곡 많이 보시는거 같던데요? ㅎㅎ 전 일단 희곡 2편 준비했습니다 ^^

붕붕툐툐 2021-06-20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캬하~ 이거슨 나비효과처럼, 결국 우리 모두 희곡을 읽고 있었다로 끝나는 스토리~ㅎㅎ 저도 기대가 너무 되는군요! 새파랑님의 일주일 1희곡도 기대해 보겠습니당!!^^

새파랑 2021-06-20 22:50   좋아요 2 | URL
희곡의 전문가 툐툐님의 희곡 추천이 전 너무 기대됩니다 ^^

희선 2021-06-21 0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하지만, 그 사람들만 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넓게 봐야 하는데 자신이 있는 곳에 갇힐 때가 더 많지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즐겁게 사는 것도 괜찮고... 어떤 거든 있을 수 있다 여기고 자신만 옳다고 여기지 않기, 그런 게 좋을 텐데... 희곡이니 장소는 여기저기가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것도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6-21 08:05   좋아요 2 | URL
이 작품도 그걸 말하려고 하는거 같았어요. 앞이 안보이는 사람들이 연기하는 연극을 직접보면 글로보는 것 보다 더 실감이 날거 같아요~언젠가 이 연극 꼭 보고싶네요^^
 

두 작품 모두 너무 좋다. 실제 연극으로도 꼭 보고 싶다~!!

그럼 내가 충고 하나 할게. 네가 안 맏을지 몰라도 우리는 항상 남의 도움이 필요해. 너 혼자서 투쟁하다 보면 결국 너는 지치게 될걸. - P116

얼마나 더 있어야 당신과 내가 한 마음이 될까?

영원히 못할 거에요.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 수 있었나를 생각하면...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와 결혼했어?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러길 원했잖아요.

그래. 다른 일들을 잊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그리고 당신의 더 많은 관심을 기대했었어. 더 많은...

더 많은 고마움이겠죠. - P170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얼마나 행복할까!"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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