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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 - 소돔과 고모라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비록 사랑도 어느 한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내 견해지만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은 전체의 4번째 이야기-1편에 해당하며, 제목은 구약성서 창세기전에 기록되어 있는 악과 타락을 상징하는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에 서 따온 <소돔과 고모라> 이다.
평소에 ‘소돔‘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냥 사악함을 나타낸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소돔과 고모라 모두 성적 타락 때문에 신에 의해 파괴된 도시인데, 이 책에서는 ˝소돔˝은 남성 동성애자를, ˝고모라˝는 여성 동성애자를 의미한다.
지난 3번째 이야기 까지는 그래도 소년과 소녀의 밝은 느낌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4번째 이야기 부터는 뭔가 분위기가 약간 침침한 기분이 든다.
<소돔과 고모라1>은 1부와 2부 1장, 2부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샤를뤼스˝와 이와 관련된 동성애(소돔)가 다루어지고,
2부 1장은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게르망트 대공집으로의 초대와 그곳에서 스완과의 만남,
2.스완의 부인인 오데트와 베르뒤랭 부인에 관한 이야기들
3.집에서의 알베르틴과의 만남
4. 벨베크의 두번째 방문과 그곳에서의 지난 할머니에 대한 추억의 회상
등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2부 2장에서는 ˝알베르틴˝과 이와 관련된 동성애(고모라)가 다루어진다.
<가장 좋았던 부분>
7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르셀˝이 ‘발베크‘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는 부분이었다. 평소에 연예와 사교생활(?) 등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할머니와 마지막을 보냈던 ‘발베크‘ 방문을 통해 되살아 난다.
[망자는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므로, 망자에게 가한 상처가 집요하게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 때 그 상처가 쉬지 않고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 아픔이 아무리 가혹한 것이라 할 지라도, 나는 온 힘을 다해 거기에 매달렸다. 그 아픔은 할머니에 대해 내가 가진 추억의 결과이며,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분명히 내 마음속에 현존하는 증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를 진정으로 고통에 의해서만 기억한다고 느꼈으며, 그리하여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고정시켜 놓은 그 못들이 더 단단하게 내 마음에 박히기를 희망했다.] 284페이지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이 떠난 후 시간이 흘러 매일 떠올리지는 않더라도 그 추억은 결코 사라진게 아니다. 특별한 장소 또는 잠시 생각하는 순간에 그 추억은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는 잃어버린 것을 추억하는 것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슬프하고 그리워할 수는 없다. 사람은 다시 그만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이 책에는 이에 대한 문장이 이렇게 쓰여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마도 그 괴로움에 비해 지나치게 작았는지, 나는 그렇게나 큰 고통을 견딜 힘이 없었고, 나의 주의력은 고통 전체가 다시 형성되려는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갔으며...] 323페이지
그렇게 ˝마르셀‘은 아픈 기억을 마음속에 접어두고 다시 연예와 사교 생활에 집중한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샤를뤼스˝와 ˝쥐피앵˝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부분과 ˝샤를뤼스˝가 남성을 관심있게 관찰하고 은근슬적 접근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샤를뤼스 씨는 쥐피앵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눈길에 어떤 말을 담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그 때문에 그 눈길은 평소에 그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과 지극히 다른 빛을 띠었다.] 22페이지
왠지 느끼한 눈길이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는데, 평소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샤를뤼스˝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쥐피앵˝에게 이와 반대되는 성향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그가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아픔이 암시되어 있다.
[저주를 받은 이 종족은 모든 피조물에게서 가장 큰 삶의 기쁨인 그들의 욕망이, 벌을 받아 마땅한 수치스럽고 고백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평생을 거짓말과 거짓 맹세 속에서 살아야 한다.] 39페이지
밝힐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소돔과 고모라˝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사실을 적은 이 문장은 저자인 ˝프루스트˝가 느꼈던 감정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2부 2장에 해당하는 마지막 부분으로, ‘고모라‘ 성향을 보이는 ˝알베르틴˝과 이를 의심하고 괴로워하는 ˝마르셀˝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뭔가 정상적인 연인이라 보기 힘들었던 둘의 관계는, ˝마르셀˝이 주변의 ‘소돔과 고모라‘를 목격하게 되면서 이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목격한 ˝알베르틴˝의 고모라적인 행동에 큰 충격과 의심을 갖게 된다. 결국 그는 ˝알베르틴˝에게 이를 직접 추궁하게 되고 ˝알베르틴˝은 이를 부정하며, 그는 다시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질투란 우리 주장의 신빙성보다는 그 주장을 말하는 강력한 어조에 의해 더 쉽게 제거되는 그런 병적인 의혹의 범주에 속하므로, 내 마음을 가장 진정시켜 준것은 바로 그 말이었다. 게다가 우리로 하여금 불신하게 하는 동시에 믿게 하고, 사랑하는 여인으 다른 어느 여인보다 빨리 의심하는 동시에 그녀가 부인하는 말을 더 쉽게 믿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속성이다.] 408페이지
하지만 이 사랑도 잠시일 뿐, 마음속에 자리잡은 그의 의심은 커져만 가고 그는 결국 ˝알베르틴˝의 취향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 끝~!
이 부분이 안타까웠던 이유는 통상 남여간의 연인 관계에서 질투는 통상 남자는 여자의 주변 남자에게, 여자는 남자의 주변 여자에게 느끼지만, ˝마르셀˝이 겪는 상황은 ˝알베르틴˝ 주변 여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그래서 ˝마르셀˝은 ˝알베르틴˝의 근처에 있는 여자 뿐만 아니라 새로 등장하는 여성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뭔가 너무 특이한 상황 같아서 안타까웠다. 여기저기 들이대지만 계속 실패하는 ˝마르셀˝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6권 리뷰를 안쓰고 쓰는 7권 리뷰여서 약간 찔리긴 하지만, 주말에 6권 리뷰(게르망트 쪽 1,2 종합 리뷰)를 써보도록 해야겠다. 8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완전 기대가 된다.
구약성서 상 ˝소돔과 고모라˝는 파괴된 도시인데, 그렇다면 <잃시찾>의 ‘소돔과 고모라‘ 들은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걸 암시하는 걸까? 라는 추측을 해본다. 답은 언젠가 나오게 될 13권에 들어있겠지~!
감성적인 이야기와 충격적인 이야기가 섞여있는 7권은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