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이야기 창비세계문학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석영중 옮김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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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점에 올라간 사람이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을때, 인생의 끝이 점점 보이기 시작할때, 어떤 기분이 들까?

단편의 황제인 체호프의 단편집 <지루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지금까지 체호프의 작품은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 딱 1권 읽어 보았는데 정말 좋았었다.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지 계속 생각했는데, 주말에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수록된 세작품을 살펴보니 모두 읽어보지는 않아서 바로 구매했다. 이게 바로 책과의 운명적인 만남인가 했다.

이 책에는 <지루한 이야기>, <검은 옷의 수도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특색있고 너무 좋았다. 왜 체호프, 체호프 하는지 완전 공감이 갔다.


<지루한 이야기>

의과대학 교수인 "니꼴라이"는 직업적인 면에서 모든 걸 성취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도 있다. 하지만 이 남자 삶에 있어서 불행해 보이고 모든것에 불만이 많아 보이며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왜?

사랑스러운 가족은 그의 명성보다는 경제적인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제는 그를 감정적으로 소외 시킨다. 게다가 그 역시 가족에게 실망을 느끼고 가족으로터 소외받는 길을 택한다. 또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짜증을 느끼며, 만사에 무관심을 느끼게 된다. 왜?

[전반적으로 내 영혼 속에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이상 램프도 책들도 마룻바닥 위의 그림자도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참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거칠게 아파트에서 끌어낸다.] 57페이지


그 이유는, 인생의 정점에 있었던 "니꼴라이"는 이제 내려올 일만 남은 인생이 되었고, 그저 삶의 피날레만을 망치지 않기 위해 기다려야만 하였으며, 게다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봤을 때 남아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인생의 모든 걸 이루었지만, 60여년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인생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지루한 이야기>는 이런 상황에 처한 1인칭 주인공 "니꼴라이"의 삶의 결말 부분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제 지루함만 느껴야 하는 인생이 되었기에 단편의 제목이 '지루한 이야기' 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은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다만 인생의 피날레를 기다리는 인생이 지루할 뿐이다.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조차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도 나중에는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삶의 피날레 순간이 다가오면 인생에 대한 답을 얻을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살아 나가야 할 뿐.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무거운 작품.




<검은 옷의 수도사>

혹시 살면서 헛것을 본 적이 있나요? 이 단편은 주인공인 박사 "꼬브린"이 신경쇠약에 걸리게 되고, 이 때문에 '검은 옷의 수도사'를 보게 되는 정신질환을 갖게 되고, 결국 비참힌 결말을 맞는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의 후견인의 딸인 "따냐"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고 그녀와 결혼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전에 우연히 들었던 것 같은 전설인 '검은 수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따냐"에게 갑자기 이야기 하게 되고, 이후 이상하게도 그의 눈앞에 '검은 수도사'가 계속 나타나며 그는 '검은 수도사'를 전설이 아닌 사실로 믿게 된다. 그리고 '검은 수도사'는 어느 순간 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환멸하게 된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은 행복의 댓가로 삶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했다.] 163페이지


그의 정신질환은 점점 심해지게 되고, 점점 예민해지고 과격해지게 되며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장인어른과 "따냐"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점점 키워가게 된다. 결국 그의 가정은 파탄이 나고 "따냐"는 그를 증오하게 되며, 그 역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갑작스럽게 환영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급박하게 전개되며 왜 그가 갑자기 정신질환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망상에 빠진 사람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묘사와 정신질환에 따른 불행한 인새의 표현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왜 미쳐야만 했던걸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내가 생각하는 가장 체호프 적인 작품으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란 어떤건지, 왜 어떤 감정은 그렇게 쉽게 변하면서 어떤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지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가정이 있음에도 바람기가 가득한 남자 "구로프"는 러시아의 휴양지인 '얄따'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안나"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 그는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안나"는 잠시 기분전환을 위해 휴양지인 "얄따"에 방문한 것이었고, 이곳에서 근 역시 "구로프"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하지만 휴양지에서의 밀애는 오래 가지 못하고 그들의 만남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한달만에 끝난다.

그러나 "구로프"가 지금까지 만난 여인들과 다르게 순수함을 가지고 있던 "안나"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었고, 이러한 이유로 "구로프"는 기존에 만났던 여인들과는 다르게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으며 어디에 있든 무엇을 보든 "안나"를 떠올리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안나는 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어디든 그를 쫓아다녔다. 눈을 감으면 그녀가 살아 숨쉬는 듯 보였는데, 그 모습은 실제의 그녀보다 더 아름답고 더 젊고 더 다정했다.
그녀는 저녁마다 책장에서, 벽난로에서, 방구석에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의 숨소리와 옷자락이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거리에서는 여자들을 눈길로 뒤쫓으며 혹시라도 그녀와 닮은 여인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185페이지


결국 그는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로 무작정 찾아가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녀 역시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계속 지쳐 있었고, 그녀를 찾아온 "구로프"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그 결말은 알 수 없지만 그 둘의 사랑은 금방 끝나지는 않겠지만 위험하고 어려운 사랑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그는 조금만 더 견디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롭고 아름다운 삶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분명하게 깨달았다. 종착지까지는 아직도 멀었으며 가장 어렵고 복잡한 일은 이제 방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198페이지


단순하게 보면 불륜이야기지만 체호프는 어떻게 그와 그녀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너무 공감이 되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두번 읽었다.



세 단편 모두 나에게는 감탄을 주는 작품이었다. 어떤 작품은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어떤 작품은 자기애에 대한 과도한 망상에 대해, 어떤 작품은 과도한 감정에 휩쓸린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지루한 이야기> 단편집은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제목만 지루한 이야기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 체호프의 단편은 많은 감정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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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14 19: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에서 체선생님으로 가시는 겁니까 ㅎㅎ 사랑이 움직이다니요!!! ㅎㅎㅎ 저도 살포시 찜 !

새파랑 2021-07-14 20:06   좋아요 5 | URL
하루키랑 도선생님은 고정픽입니다 😊

레삭매냐 2021-07-14 19: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친구 브랜던이도 체홉은
아주 인정하는가 봅니다.

개데부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데, 읽어야 할 책들이
사방에서 쌔리 보고 있어서리...

새파랑 2021-07-14 20:07   좋아요 6 | URL
여기 있는 작품 다 좋더라구요. 저도 오랫동안 쌔리보는 애들이 아직 많은데 최근에 산 체호프 희곡 읽고 있어요 😐

coolcat329 2021-07-14 19:4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야 할 책이 ㅠㅜ 다행히 돈은 안 나가네요. 있거든요. 😅😅

새파랑 2021-07-14 20:09   좋아요 6 | URL
언제나 읽어야할 책이 넘쳐 나는게 문제인거 같아요. 근데 행복한 고민인듯 합니다😊

미미 2021-07-14 19: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제목 재밌어요!ㅋㅋㅋㅋ‘지루한 이야기‘ 줄거리가 김영하 팟케스트에서 들은 체호프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네요. 체호프 단편집이 어딘가 있었는데 읽어봐야겠습니당. ㅡ책/작가와도 인연과 운명이 있다고 믿는 미미🤭

새파랑 2021-07-14 20:13   좋아요 5 | URL
팟케스트에 공포랑 입맞춤이 있더라구요 ^^ 공포는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에도 있어요. 곧 운명처럼 선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근데 미미님 하도 책이 많이 쌓여있어서 못찾으실거 같음...

반유행열반인 2021-07-14 20: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진짜 겸손해요. 진짜진짜 재밌는- 따위 제목 붙이는 현대 작가들과 출판사들은 반성하라 ㅋㅋㅋ

새파랑 2021-07-14 20:58   좋아요 5 | URL
열반인님 댓글보고 ‘재미있는‘으로 상품검색해 봤어요 ^^ 생각해보니 책제목을 <지루한 이야기>단편 제목으로 선정한 청비는 대단한거 같아요 😊

붕붕툐툐 2021-07-14 20: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작가 전문가 새파랑님, 이번엔 체호프군요~ 저도 대학 때 체호프 책을 꽤 읽었었는데 그래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제목 너무 친숙한데, 내용을 읽어봐도 생각이 나질 않네요. 이럼 안 읽은 거겠죠?ㅎㅎㅎㅎ
새파랑님의 러시아 작가 질주 응원합니다!!ㅎㅎ

새파랑 2021-07-14 21:00   좋아요 6 | URL
희곡 전문가 툐툐님이 저에게 러시아 작가 전문가라 해주시니 영광이네요😄 역시 대학때부터 탁윌한 독서가셨군요~!!

scott 2021-07-14 20: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삶의 피날레 순간이 다가오면 인생에 대한 답을 얻을수 있을까? ]
오늘의 밑줄 쫘악!✍
이책은 제목과 커버 색깔때문에 읽고 싶은 욕망을 가라앉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새파랑님의 리뷰는 항시 러시아 문학💥납니다.

새파랑 2021-07-14 21:02   좋아요 6 | URL
이 책의 색깔은 좀 그렇지만 창비 문학 시리즈 매력있는거 같아요 😊 역시 문학은 러시아! 천연자윈도 러시아! 보드카도 러시아!

페넬로페 2021-07-14 2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체선생님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부끄러운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단편들 넘 좋을것 같아요^^이 무궁무진한 러시아작가들을 어이할까요~~어서 만나야할텐데 ㅠㅠ
새파랑님은 이렇게 잘 읽으시니 책을 마구마구 사셔도 됩니다^^팍팝👍👍

새파랑 2021-07-14 22:23   좋아요 4 | URL
저도 이제 두권째 인걸요 ^^ 저는 이책도 좋은데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을 먼저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 저도 이번달은 이제 책 구매 참는중 😔

희선 2021-07-14 23: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과 단편 제목인 지루한 이야기와 다르게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였군요 나이를 먹고 자기 삶을 돌아봤을 때 좋은 게 더 많으면 좋을 텐데, 지루한 이야기에 나온 사람은 그런 게 없었군요 남은 삶이 지루하다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제목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이 소설은 어디에나 들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두 사람이 그걸로 끝나지 않는군요 여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 앞으로 조금 힘들겠습니다 그런 일 잘 넘어갈지...


희선

새파랑 2021-07-15 07:06   좋아요 6 | URL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들이었어요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표제작인 책이 몇 권 있더라구요. 완전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라 대만족 했습니다 😊

초딩 2021-07-15 0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한 이야기
검은 옷의 수도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모두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렵다는 단편인데
전혀 단퍈 같지 않았어요
카프카처럼 단절로 맺음하지도 않고요 ㅎㅎㅎ

새파랑 2021-07-15 09:21   좋아요 5 | URL
이 책읽으니 체호프 다른 단편도 다 읽고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완전 좋았습니다 ^^

하나의책장 2021-07-16 0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루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짤막하게 들려주신 단편들 다 읽어보니 바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요😍

새파랑 2021-07-16 06:37   좋아요 2 | URL
정말 좋았어요~!! 책 많이 읽으시는 하나님도 좋아하실거 같아요 😊 교훈보다는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집입니다~!!

scott 2021-08-06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새파랑 2021-08-06 15:58   좋아요 2 | URL
앗 결과가 나왔군요. 역시 스콧님 엄청 빠르네요. 완전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1-08-06 15: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엇 읽은 것 같은데 좋아요를 안 눌렀었나봐요. 좋아요 누르고, 당선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8-06 16:0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 책이 당선작이라니 좋네요. 역시 책이 좋으니 된거 같아요 😊

mini74 2021-08-06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1-08-06 16: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전 리뷰 많이 썼더고 주는듯 🙄

미미 2021-08-06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엄지척)ㅎㅎ♥

새파랑 2021-08-06 16:04   좋아요 2 | URL
아 ㅋ 2관왕은 아닌거 같은데 ㅎㅎ 항상 끌어주는 미미님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1-08-06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저 적립금 빨리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새파랑 2021-08-06 16:12   좋아요 3 | URL
앗! 이래서 적립금은 함부로 걸면 안되는군요 🙄

알라딘은 적립금 이전이 가능하게 해달라!
(다소 소극적...)

그레이스 2021-08-06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8-06 17:0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8월의 즐거운 선물이네요 😊

물감 2021-08-06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당선 축하요 ㅎㅎ

새파랑 2021-08-07 09:07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이 책 너무 좋았어요 😊

페넬로페 2021-08-06 1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번 읽고 싶은 책을 산더미같이 알려주시는 새파랑님의 당선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8-07 09:08   좋아요 1 | URL
저는 북플 보고 매번 읽고 싶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이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

초딩 2021-08-06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8-07 09:08   좋아요 1 | URL
멋진 초딩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8-07 09:09   좋아요 1 | URL
화사한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1-08-07 0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댓글을 쓰면서 좋아요를 안 눌렀다니... 지금 눌렀습니다 일부러 안 누른 거 아니고 잊어버린 거예요 가끔 그럴 때가 있네요 재미있게 읽고 쓰신 거여서 기쁘겠습니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희선

새파랑 2021-08-07 09:11   좋아요 3 | URL
전 재미있어도, 없어도 리뷰를 쓰는거 같아요. ㅎㅎ 재미있게 읽고 쓴 리뷰여서 더 뿌듯하네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8-07 0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번 주말도 도선생님과 함께 하시나요?^^

새파랑 2021-08-07 09:12   좋아요 3 | URL
북홀릭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번주말은 도선생님은 잠깐 내려놓으려구요 ^^

하나의책장 2021-08-14 0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8-14 07: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역시 라고 해주셔서 부끄럽네요 ㅎㅎ
 

역시 체호프의 단편은 대단하다. 감성적인 글과 여운있는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한다. 너무 좋은 책~!!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하찮은 행복의 댓가로 삶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에 남는건 무엇일까?)
- P163

발코니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검은 옷의 수도사가 그에게 소곤소곤 알려주었다. 그는 천재이며 허약한 육신이 균형을 상실해서 더이상 천재를 위한 껍질이 되어줄 수 없기에,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 P165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요컨데 여성과의 모든 교제는 처음에는 인생을 다채롭고 유쾌하게 해주는 일종의 가볍고 신나는 모험이 될 수 있지만 신사들, 특히 굼뜨고 우유부단한 모스끄바 신사들에게는 예외 없이 극도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결국에 가서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여성과 새로 만날 때면 이 경험은 어쩐 일인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그는 다시 생의 의욕으로 넘쳐 모든 것을 단순하고 재미있게만 여겼다.

(사랑의 고통은 새로운 만남으로 인해 사라진다.)
- P171

"당신 생각 할거에요. 추억속에 간직할께요"  그녀가 말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저를 나쁘게 기억하지 마세요. 우린 이제 영원히 헤어져요. 그래야만 해요.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만나지 말았어야 할 만남은 없다.)
- P182

안나는 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어디든 그를 쫓아다녔다. 눈을 감으면 그녀가 살아 숨쉬는 듯 보였는데, 그 모습은 실제의 그녀보다 더 아름답고 더 젊고 더 다정했다.

그녀는 저녁마다 책장에서, 벽난로에서, 방구석에서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의 숨소리와 옷자락이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거리에서는 여자들을 눈길로 뒤쫓으며 혹시라도 그녀와 닮은 여인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사랑에 빠지면 나타나는 현상.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기분.) - P185

지금 자신에게 그녀보다 더 가깝고 더 소중하고 더 중요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을 그는 분명히 깨달았다. - P189

그 순간 불현듯 그날 저녁 역에서 안나를 배웅할 때 모든 게 끝났다고, 그리고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던 일이 기억났다. 하지만 끝이라는 데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하는지!

(관계를 끝내는데 까지는 먼 길을 가야한다.) - P191

"너무 괴로웠어요. 언제나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 생각만으로 살았어요. 잊고 싶었어요. 정말로 잊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체 왜 오셨나요?"

(괴로워서 잊고 싶은 마음이란~) - P192

그에게는 두개의 삶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고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삶, 다른 하나는 비밀스럽게 흘러가는 삶.

(나에게도 그런 두개의 삶이 있는 것 같다.) - P194

그녀는 도대체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는 것일까? 그는 여자들에게 어제나 그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였고, 여자들은 그에게서 그가 아닌 다른 사람, 그들이 자기네 인생에서애타게 찾아 헤매던 어떤 사람, 그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 사람을 사랑했다. 그들은 나중에 자기네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들 중 단 한사람도 그와 함께 하는 동안 행복해하지 않았다. - P196

그는 조금만 더 견디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롭고 아름다운 삶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분명하게 깨달았다. 종착지까지는 아직도 멀었으며 가장 어렵고 복잡한 일은 이제 방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둘의 사랑으 미래는 어려움만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시작이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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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14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루한 이야기>에서 ˝아빠는 바닐라 맛이야.˝ 이 대사를 잊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7-14 15:42   좋아요 2 | URL
바닐라가 최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나봐요. 전 피스타치오~!! 예전에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딸이었는데 나이 들어서는 감정이 변했다는게 안타깝더라구요 ㅜㅜ

잠자냥 2021-07-14 15:26   좋아요 2 | URL
네, 그런 인생의 모순을, 쓰디쓴 진실을 이 아이스크림 하나로 표현했다는 게 정말 체호프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1-07-14 15:54   좋아요 2 | URL
전 오늘부터 체호프의 작품세계로 빠져들어야 할거 같아요 😄
 

늦은 퇴근으로 뒤늦은 읽기 시작. 일단 지금까지 읽은 문장을 정리해야 겠다.

<지루한 이야기>

글쓰기가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단편 쓰기의 어려움?) - P12

밥줄과 기타 사소한 걱정거리로 생기를 잃은 표정과 빚더미와 궁핍에 관한 끊임없는 생각으로 어두워진 눈빛, 오로지 지출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고 오로지 물가 하락에만 미소 지을 수 있는 이 여자, 이 늙고 뚱뚱하고 굼뜬 여자가 언젠가 그토록 날씬했던 바랴,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바랴란 말인가?

(현실적으로 변한 아내에 대해 권태를 느끼는 이남자.) - P15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연구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문헌을 읽고 읽은 것은 훌륭하게 기억하는데, 이것 하나만 가지고 본다면 그는 사람이 아닌 황금덩어리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점에서는 짐 나르는 말, 아니면 이른바 학술적인 멍텅구리다.

(왠지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 P23

연극은 자기 자신 안에서 모든 예술을 통합하는 하나의 힘이며 연극배우는 그 힘의 전도사들이다. 그 어떤 예술도 그 어떤 학문도 독자적으로는 무대만큼 강력하고 진실하게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중간급 정도밖에 안되는 배우가 그 나라의 가장 위대한 학자나 예술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극과 배우의 힘? 희곡의 대가 체호프의 의견이 아닐까 싶다.) - P41

전반적으로 내 영혼 속에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이상 램프도 책들도 마룻바닥 위의 그림자도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참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거칠게 아파트에서 끌어낸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란 저런 거겠지. 답답한 기분.) - P57

오늘날 우리는 서로를 경멸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런 권리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리고 까쨔의 의견이 옳다면, 어쨌거나 아내와 리자가 그녀를 미워할 권리를 갖는 것만큼 까쨔는 그들을 경멸할 권리를 갖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상대방이 미워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 P61

<검은 옷의 수도사>

그는 왠지 여름 동안 이 작고 여리고 수다스러운 존재에게 끌려 마음을 뺏시고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117

그녀의 슬픔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그녀가 겪는 고통은 심각한 것이기에 더욱더 애처롭게 여겨졌다.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에도 이 존재는 하루 종일, 아니 어쩜 평생 동안 불행할 수도 있겠구나! - P135

"나는 내 전 존재를 압도할 사랑을 윈해. 그리고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밖에 없어, 따냐. 나는 행복해!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야!"

(이 행복은 어떻게 될까?) - P142

"저는 벌써 오래전에 눈치 챘어요. 아빠도 눈치채셨구요.당신은 혼자서 중얼거리고 공연히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잠도 안자고요. 오 하느님, 저희를 좀 살려주세요." - P151

그래, 나 미쳤었어. 과대망상증이 있었어. 하지만 그때는 즐거웠고 건강했고 행복했어. 나는 재미있고 창조적인 인간이었지. 지금 나는 좀 더 합리적이고 좀 더 튼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대신 그냥 보통 사람이 되었어. 평범한 놈이 되었어. 사는게 지겨워. 아, 당신들 하한테 정말로 잔인했어. 그래, 나는 허깨비를 보았어. 하지만 그게 누구한테 해가 되었나? 대답해봐. 수도사가 누구한테 해를 끼쳤냐고?

(정신병의 무서움?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과대망상이란...)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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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13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보니 아무래도 찜이 맞네요ㅋㅋㅋ저도 오늘은 이제야 본격읽기 시작ㅠ

새파랑 2021-07-13 22:59   좋아요 2 | URL
이 책에 단편 세 작품이 실려있는데 이제 <지루한 이야기> 하나 읽었어요 ㅜㅜ 제가 다 읽고 찜 안찜을 알려드릴께요 😊
미미님 아까 많이 읽으신거 같은데 ㅎㅎ 오늘 책 주문을 많이 하셔서 안읽으셔도 될거 같아요. 완전 부러워요. 독서 기계 여왕 맞음 👍👍

scott 2021-07-14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이 올려주신 체호프의 밑줄 쫘악!
희곡의 등장 인물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들{즐거웠고 건강했고 행복했어/사는게 지겨워]
허깨비 같은 환상을 쫒는 이들인데,,,,
대수롭지도 않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작품으로 탄생시킨
체호프 대작가중에 작가!

새파랑 2021-07-14 00:42   좋아요 2 | URL
^^ 오늘은 두번째 작품까지 읽었어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이따 새벽에 읽어야 겠어요 😊 체호프 대작가중에 작가라는 말에 왼전 동의 합니다. 북플 장인 스콧님 👍

희선 2021-07-14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톤 체호프는 이름만 알고 책은 못 봤어요 아주 안 본 것도 아니예요 희곡만 있는 책 긴 건 빼고 짧은 건 다 보기는 했어요 희곡 재미있는 것도 있었어요 언젠가 체호프 희곡도 보시겠군요


희선

새파랑 2021-07-14 00:52   좋아요 2 | URL
안톤 체호프는 단편도 잘 쓰고 희곡도 잘 쓰는 뛰어난 작가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이제 두번째 작품 읽는거에요 ^^ 희선님의 예지력처럼 곧 체호프 희곡 읽을 계획이었는데 깜짝 놀랐네요. 어떻게 아셨지 🙁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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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의 삶을 쥐락펴락 하는 상급자가 있는데, 나는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싫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무시하고 나의 신념에 따라 살아간다. 그런데 상급자가 이를 알아차리고 나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주위로부터 소외당하고 내가 가진 것을 하나 둘 잃어가게 되며, 그 집단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오랫동안 지내온 이곳을 떠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그 상급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서 나중에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고. 하지만 이후 만나자는 연락은 오지 않는다. 주위 상황을 봐도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기만 하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 걸가? 그냥 떠날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남기 위해 상급자의 기약없는 연락을 기다릴 것인가?

이 희곡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이정도로 설명 할 수 있겠다.
(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설명이다 ㅠㅠ)


희곡 주 1회 읽기의 일환으로 선택한 이번주 작품은 "후안 마요르가"의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예편지>이다. 이책은 북플의 또다른 희곡 전문가이신 "미미"님의 리뷰로 읽게 된 작품으로, 지지난주에 내가 읽은 <맨 끝줄 소년>의 저자인 "후안 마요르가"의 또다른 희곡 작품이다.

이 희곡에는 총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1. 불가코프 : 스탈린에 의해 공연과 출판이 금지된 희곡 작가. 현실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
2. 불가코바 : 불가코프의 부인. 현실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
3. 스탈린 : 실제 등장하지는 않지만 불가코바가 빙의해 연기하기도 하고, 불가코프의 망상으로 등장한다.

"불가코프"는 스탈린 치하의 권력에 의해 본인이 쓴 희곡과 출판을 통제당하는데, 창작의 자유를 돌려달라고, 그렇지 않다면 소련에서 추방해 달라고 청원하는 편지를 스탈린에게 보낸다. 오히려 이때까지는 러시아를 떠나고 싶어한다.

기다리던 스탈린으로부터 답장은 오지 않고, 아내인 "불가코바"는 본인이 스탈린으로 빙의하여 스탈린의 입장에서 "불가코프"의 편지와 그의 행동을 비판하게 되고, 남편인 "불가코프"는 이에 격분한다.

그런데 갑자기 "스탈린"에게서 전화가 오고, 스탈린은 그에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만남을 제안하는 와중에 전화가 끈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은 채... 그런데 이 전화를 계기로 "불가코프"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게 된다. 러시아에서 작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왜냐? 최고 권력자인 스탈린에게 전화가 왔으니까 ㅎㅎ

그는 스탈린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계속 편지를 쓰게 되고, 답장이 없자 스탈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떻게 편지를 써야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심하게 고민하게 된다.

[불가코프 : 그냥 편지일 뿐이라고? 나는 이처럼 중요한 걸 써 본 적이 없어. 내 희곡들, 소설들...이런 편지에 비하면 그것들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스탈린에게 쓰는 편지와 비교한다면 내가 써 온 모든 게 아이들 장난인 거야.] 33페이지

이렇게 과도한 '자기 검열'을 통해 그는 점점 미쳐가고, 부인인 "불가코바"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남편을 데리고 러시아를 떠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불가코바 : 당신을 높이 평가한다고요? 스탈린의 사람들이 모스크바 구석구석에서 당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며 다니는지 알기나 해요? 도시 전체가, 모든 사람들이 내가 악마 그 자체랑 결혼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고요. 이게 시틀린의 작품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밟는 땅에 침을 뱉는 거, 당신은 스탈린한테 빚진 거예요.] 56페이지


과연 그들은 창작의 자유와 삶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스탈린에게 편지>는 러시아 작가인 "볼가코프"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후안 마요르가가 희곡으로 만든 작품이다. 설마 저게 실제일 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수 도 있는데, 실제로 자신의 작품이 통제를 당한 "불가코프"는 정부에 편지를 보내 출판의 자유를 호소했고, "스탈린"은 "불가코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스크바 극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었다고 한다.

"불가코프"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지속하였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며, 내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작품인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멋진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책도 찾아 읽어야 겠다.

전체적으로 <맨 끝줄 소년> 와 비슷한 느낌의 읽는 재미가 있지만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어느정도의 상상력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연극으로 보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연기하기엔 상당히 어려울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고향인 러시아에서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불가코프"의 처절한 노력도, 현실을 파악하고 러시아를 탈출하기 위한 "불가코바"의 현실적인 노력도 모두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신념을 굽히면서 까지 타인에게 잘보이기 위한 '자기검열'은 결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기검열'은 "불가코프"와 같이 마지막에 가서는 주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결말을 가져올 테니 말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다른 읽을 책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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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2 22: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찜! !

새파랑 2021-07-12 22:20   좋아요 5 | URL
앗 너무 부끄럽군요 ☺
저는 오늘 1등을 목표로~!!

scott 2021-07-13 00:48   좋아요 4 | URL
상급자의 기약없는 .....카톡!
21세기에는 밀려드는 카톡 !지시 사항들 ㅎㅎㅎ
새파랑님 담번 희곡은

안톤 체홉의 🌸 «🌸 «•동산!┙

새파랑 2021-07-13 06:16   좋아요 3 | URL
다음 주 희곡이 이렇게 정해지는 군요 ^^

오거서 2021-07-12 22:1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이 상급자한테 시달리는 줄 알고 글에 읽게 되었어요.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7-12 22:22   좋아요 6 | URL
아 제가 글을 좀 이상하게 쓴거 같군요. 걱정 감사합니다~!! 사실 직장에서 제가 상급자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어서 😊

미미 2021-07-12 2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너무 재밌었는데 별 🌟 4개를 주셔서 조금 아쉽지만 리뷰는 🌟 5개 수준인데요?😊
그리고 저 전혀 희곡 전문가 아닌데 말이죠. 진짜 전문가이신 폴스타프님과 잠자냥님이 보심 큰일납니다😭 저는 희곡 입문생으로ㅋㅋ✌

새파랑 2021-07-12 22:43   좋아요 6 | URL
재미는 🌟 6개 인데, 가격 때문에 🌟 4개 입니다. ㅎㅎ 읽다보니 저번달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이 떠오르더라구요. 역시 러시아는 무서운 나라 😔

이제 미미님은 희곡 마니아 탑 5 죠~!!

페넬로페 2021-07-12 23:08   좋아요 5 | URL
저도 책 분량과 가격때문에 별 4개 줄것 같아요~~

새파랑 2021-07-12 23:26   좋아요 5 | URL
가격도 중요하죠~! 왠지 책값이 1만 2천원 정도면 300페이지는 넘이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기분이 들어요😑

scott 2021-07-13 00:48   좋아요 5 | URL
지만지 가격 사악 합니다
그나마 교*에서나 10퍼센트 할인 ㅜ.ㅜ

새파랑 2021-07-13 06:21   좋아요 5 | URL
지만지 책은 월초에 알라딘 할인쿠폰 주면 구매하는걸로 😉

페넬로페 2021-07-12 23: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희곡 전반부 읽고 있는데,
저는 워낙에 하는 일이 많아 책을 쭈욱죽 읽어내지를 못하네요 ㅠㅠ
초반부 읽은 느낌은 아직 잘 모르겠다 입니다~~
새파랑님의 [그럼에도~~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장 너무 좋네요.
실천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살도록 계속 노력중인지 자기검열 한 번 들어가겠습니다^^
앗, 그리고 저는 스탈린보다 이 리뷰의 젤 마지막 문장이 더 무서워요😂😅😄😊😜

새파랑 2021-07-12 23:28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벌써 절반 넘게 읽으신 작품이군요~!! (시작이 반이니까요~) 역시 👍 그리고 제가 마지막 문장을 이상하게 썼군요.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저렇게 썼는데...무서워 하시면 안됩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7-13 11:56   좋아요 4 | URL
마지막 문장, 무섭다에 완전 동감이요. 저도 딱 그리 느꼈걸랑요. 무서븐 새파랑님. 더 읽겠다니. ㅋ

새파랑 2021-07-13 12:05   좋아요 3 | URL
^^ 사실 말만 그렇지 많이 못읽었어요 ㅎㅎ

희선 2021-07-13 00: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다 보고 시간이 남아서 다른 책을 본다고요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바로 보고 싶기도 하겠습니다 희곡이 실제와는 다르다 해도, 실제 불가코프는 글을 편하게 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고 썼군요


희선

새파랑 2021-07-13 06:57   좋아요 6 | URL
보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요 😊 언론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글을 쓴다는건 힘들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나아진 세상 같아요~!!

mini74 2021-07-1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탈린 의외의 미담이네요. ㅎㅎㅎ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스탈린이 추방이나 사형도 아니고 왜? ㅎㅎ 진짜 가격은 사악한 거 같아요.ㅠㅠ 저는 이 책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놨는데 ㅠㅠ 매번 도서관애서 읽고 나선 결국 사게 되는 악순환 ㅎㅎㅎ

새파랑 2021-07-13 17:58   좋아요 3 | URL
스탈린도 알고보면 정이 많은 남자일지도 모릅니다~! 볼가코프의 연극작품을 많이 봤다고 나오던데 진짜일지도 🤔

서니데이 2021-07-13 2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이름이 후안이라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라틴계 같은 느낌인데, 나오는 사람들은 스탈린과 냉전시기의 사람들 이름이네요. 작품 속의 내용이 실제 경험담에서 시작된다니 흥미롭습니다. 내용 소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새파랑님, 더운 날씨 시원한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7-13 22:00   좋아요 3 | URL
작가의 국적은 스페인 인데 내용은 볼가코프라는 러시아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거더라구요 😊 즐거운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

레삭매냐 2021-07-14 19: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스탈린 악당 !!!

새파랑 2021-07-14 20:04   좋아요 2 | URL
악당이 무조건 맞죠 ㅋ 근데 스탈린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
 

어제 책을 거의 못읽어서 오늘은 꼭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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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인상깊은 문장들만~! 다른 단편은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종류의 사랑이라. 내가 말하는 종류의 사랑은 사람을 잡으려 드는 것은 아니야."

"난 에드나 그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데 타인의 상황을 판단한다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요?" - P206

"난 절대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없어. 내 말은. 누구도 그가 무엇 때문에 죽었느니 모른다는 애기야. 난 자살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 그렇지만 그들이 정말 왜 자살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애기야."

- P211

"전처를 생명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를 혐오해. 그래, 이건 어떻게 설명하지? 그 사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알고 싶어. 누군가 애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에드라는 자가 있지. 그래, 다시 에드 애기로 돌아가는 거야. 그는 테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죽이려 했고, 결국 자살했어."
- P215

"바로 내일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상대, 그러니까 다른 한쪽은 한동안 슬퍼하다가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곧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그러면 이 모든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모든 사랑이 그냥 추억이 되겠지. 어쩌면 추억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어."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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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1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갠춘합니다. 오늘 못 읽어도
내일 왕창 읽으시면 되니깐요.

새파랑 2021-07-11 16:39   좋아요 2 | URL
내일은 또 어떤 책이 등장할지 몰라서 읽을수 있을때 많이 읽으려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