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윌리엄 트레버 지음, 정영목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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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53

"그러나 돌이켜보면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만 같다."


최근에 바빠서 책을 별로 못읽었다. 일단 시간도 없긴 했지만 마음이 급해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리뷰를 안남기면 밀릴거 같아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덮어두고 리뷰를 먼저 쓴다.


내가 최근에 읽은 작품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인 <비 온 후> 다. 내가 읽은 트레버의 다섯번째 작품이자 두번째 단편집인 <비 온 후>는 일단 너무 좋다. 다른 분들의 평을 보면 번역 문제로 의견이 갈리긴 하던데, 내가 느꼈을때는 트레버의 글쓰기 자체가 원래 그런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트레버의 글쓰기는 어딘지 불투명하다. 명확하지 않고, 어떤 문장은 한번 읽으면 그문장을 바로 이해할 수 없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두번 이상 읽어야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요 포인트를 너무 담담하고 짧게 표현하고 지나가며, 등장인물의 감정표현은 너무 담담하다. 그래서인지 읽기가 싶지 않지만, 읽고나면 묘하게도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이게 트레버 작품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비 온 뒤>에는 표제작을 포함해서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든 작품이 다 좋고 다루는 소재와 상황도 한결같이 평범하지 않다.



1. 가장 인상깊은 단편은 <조율사의 아내들> 이었다. 주인공인 피아노 조율사에게는 젊은 시절에 두명의 여인이 있었다. 아름답지 않은 "바이얼릿"과 아름다운 "벨" 중에 그는 "바이얼릿"과 결혼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조율사는 노인이 되고, "바이얼릿"은 죽는데, 그녀가 죽고 얼마 후 그는 "벨"과 결혼한다. 그런데 "벨"은 그녀의 젊은 시절을 모두 버리고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실망감에 젖은 삶은 오래전에 벨의 일부가 되었고, 조카들이 보기에 그것은 그녀의 전부였다.]  P.16



그런데 이후 놀라운 상황이 묘사된다. 피아노 조율사는 맹인이었던 것이고,  그의 첫번째 부인인 "바이얼릿"은 그의 눈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보는 현실의 모습이 그가 마음속으로 그리는 현실의 모습이었고, 그는 오직 아내를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조율사의 마음의 눈은 이제 "바이얼릿"에서 "벨"을 통해 보는걸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첫번째 아내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남편의 팔을 잡아주었던 여자, 피아노를 살살 달래 되살아나게 하는 남편을 여러 집으로 방으로 안내한 여자가 여전히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성가신 유령, 불확실하게 존재하는 어떤 용서 없는 망령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일부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안에 남겨진 것 같았다.]  P.23



게다가 첫번째 아내와 두번째 아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었고, 피아노 조율사는 두번째 아내인 "벨"이 들려주는 주변의 모습에 모순과 변화를 느낀다. 조율사는 자신이 알고 지내던 세상이 왠지 파괴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를 말하지는 못하고 받아들인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의 말이 이기는 거니까. 하지만 더 괴로운 사람은 두번째 부인인 "벨"일 것이다. 그녀는 "바이얼릿"이 남겨둔 흔적과 계속 싸워야 하니까. 누군가의 대체가 된다는 것은 기쁘면서도 고통스러운 것이다.

[결국 피아노가 있는 집마다 그 나름의 모순이 생겨났다. 벨이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고, 그런 주장에 따라 피해를 입거나 파괴당하는 뭔가가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늘 이기는 법이니 결국에는 벨이 이길 터였다. 그 또한 공정해 보였으니, 바이얼릿은 처음에 이겨 더 나은 시절을 누렸기 때문이다.]  P.27






2. 두번째 작품인 <우정> 역시 특이한 작품이었다. 둘도 없이 너무나 친한 친구사이였던 "프란체스카"와 "마지", "마지"는 "프란체스카"가 남편인 "필립"과 불화를 겪는 걸 알게 되고,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친구에게 과거의 연인인 "세바스찬"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프란체스카"는 "세바스찬"에게 연락을 하고 밀회에 빠진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이따금씩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외로운 마지막 몇 주 동안은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그랬다. 사랑은 그냥 그런 광기다.]  P.47

[설명할 수 없는 탈선과 복귀는 마치 자신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휴가를 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지만, 도무지 이해는 할 수 없었다. 한바탕 광기의 분출은 결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니까.]  P.47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해 "프란체스카"의 외도를 남편인 "필립"은 눈치채고, 그녀가 자신을 속였음을, 침묵으로 거짓말을 했음을 알고 분노한다. 하지만 아내를 사랑했던 "필립"은 그녀를 용서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동요시켰던 친구인 "마지"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고, "필립"은 "프란체스카"에게 "마지"와 절교를 요구한다.

[아내를 용서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모욕을 당한 남편, 그렇게 상처 입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남편이 어떻게 배신한 친구까지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P.53



그저 친구의 행복을 위해 가볍게 던졌던 마지"의 말은 결국 관계의 종말로 이어진다. "마지"는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프란체스카"를 이해하고 그녀와의 우정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이제 더이상 만날 수 없게된 "프란체스카"를 위해 "마지"는 마지막 거짓말을 남긴다. 그런데 사랑과 우정 중 더 중요한건 사랑일 수 밖에 없는걸까?

["곧 다시 뵙겠습니다. 시칠리아 출신 여종업원이 소리쳤고 결국 그들은 나가려고 일어섰다. "그래요." 마지는 여종업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친구까지 대신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라트로타 바깥의 보도에서  11월의 차가운 바람 속에 잠시 서 있다가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멀어져갔다.]  P.54






3. <약간의 볼일>은 아일랜드에 교황이 직접 방문한 틈을 타서 빈 집을 터는 도둑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여러 빈집을 털던 도둑들은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간 마지막 집에서 한 노인과 마주치게 된다. 도둑들은 노인을 묶어두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 도둑질한 돈으로 밤을 즐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들을 목격한 노인이 신경쓰여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도둑질한 것이 아닌, 노인을 살려놓고 나온것을 후회하게 된다.

[하루가 끝났다. 저지른 실수의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짐승이 공포나 결의를 느끼듯이 노인의 수치, 노인이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느끼고 있었다. 속으로 각자 그 집에 남기고 온 위험이 그들을 따라잡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계산했다. 그날 아침에 온 길을 다시 걸었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배짱이 후천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P.118






4. <과부들>은 자고 일어나보니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캐서린"에 대한 이야기 이다. 그녀는 남편을 너무 사랑했고, 남편 역시 그녀를 사랑했다고 단 한치의 의심 없이 믿고 살았다.

[만일 남는 쪽이 되었다면 그는 추억을 간직했을 것이다. "남은 게 뭐든." 그는 늙어가면서 캐서린을 일깨웠다. "그건 그저 당분간일 거야." 그리고 그 당분간 남은 한 명은 전에 다른 사람의 영역이었던 곳에서 이럭저럭해나갈 터였다.]  P.144



그런데 남편이 죽고나서 그녀는 오랫동안 남편과 거래를 해 온 장식업자 "리리"를 만나는데, "리리"는 남편이 자신에게 빚진 돈이 있음을 어렵게 알린다. 하지만 "캐서린"은 남편이 "리리"에게 돈을 준 상황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고, "리리"가 남편이 죽은 틈을 타서 거짓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남편이 돈을 갚았다는 영수증이 집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과 평소"리리"가 정직하다는 사실 때문에 왠지 모를 의문을 느낀다. 남편과의 추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캐서린"은 "리리"에게 돈을 갚으려고 한다. 과연 "캐서린"이 알고 있었던 남편의 모습은 진실이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언제까지 그녀의 마음을 괴롭게 할까?

[캐서린은 혹시라도 어떤 식으로든 남편의 기억이 변색될까봐 돈을 내려는 것이었다.]  P.165






5. <길버트의 어머니>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아들이라 의심하지만 결코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혼란을 다루고 있다.

[그녀는 잠들고 싶지 않았다. 잠든다는 것은 깬다는 뜻이고, 그러면 현실이 다시 귀신처럼 따라붙기 시작하는 순간이 올 것이었기 때문이다.]  P.190






6. <감자장수>는 성직자와의 하룻밤으로 임신을 한 조카 "엘리"에 대한 이야기로, 애비없는 애를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삼촌은 감자장수인 "멀리비"에게 돈을 주고 그녀를 결혼시킨다. 여전히 성직자를 사랑하는 "엘리"에게 "멀리비"는 호적상의 남편일 뿐이었다. 아이는 커갈수록 점점 성직자의 겉모습을 닮아가고, 그녀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진실이라는걸 꼭 말해야만 하는 걸까?

[아이는 아이다운 순진무구함으로 그녀를 보며 마주 웃었고, 그녀는 지금보다는 덜 분명하고 덜 선명하지만 그 이목구비가 처음 농가에 나타났을 때를 기억했고, 10년이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했다. 아이는 지금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절대 모를 터였다. 자신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을 절대 모를 터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고 엄숙한 속죄로써 구세주의 피와 살을 주리라는 사실을 절대 모를 터였다.]  P.205




........


이렇게 리뷰를 쓰다가는 모든 단편들에 대해 써야 할거 같아서 이쯤에서 멈춰야 겠다. 결론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좋다는 점이다. 처음 트레버의 문체에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익숙해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트레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이 책 뒤에 있는 윌리엄 트레버에 대한 찬사를 몇가지 옮겨보면,

["그의 글은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그의 글을 읽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길을 잃었을 것이다."  줌파 라히리 ]

["나는 이디스 워튼, 존 치버, 앨리스 먼로, 그리고 윌리엄 트레버를, 항상, 언제나 윌리엄 트레버를 읽고 또 읽는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영어권 국가에서 트레버보다 더 뛰어난 단편작가는 없다.〈월스트리트 저널〉]



인데, 이런 평을 듣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것 자체가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내가 안읽은 윌리엄 트레버의 국내 번역 작품으로 <그의 옛 연인>과 <트레버 단편집>이 남았다. 뿌듯하면서도 왠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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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2-04-09 1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을 읽었을 때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는 여운이 남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어요. 그 이후로 다른 카버의 소설을 안 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 왠지 트레버의 소설을 읽을 때도 카버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생길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4-09 11:20   좋아요 3 | URL
트레버의 책은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더라구요. 안그러면 확 지나가버리는 ㅋ 일부러 작가가 의도한거란 생각이 듭니다. 내 책은 집중해서 읽어라 같은? ㅋ cyrus님은 이런 스타일 좋아하실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4-09 11:23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랬어요^^

mini74 2022-04-09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율사의 아내들 넘 궁금해요. 이 분 문장도 좋고 ㅎㅎ 새파랑님의 불투명이란 말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요. 주말 평온하게 즐겁게 보내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4-09 11:29   좋아요 2 | URL
첫번째 실린 조율사의 아내들 부터 완전 좋더라구요 ㅋ 마치 시를 읽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2-04-09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을 cyrus님께서 딱 맞춰 해주셨어요.
여러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면 제가 겪고 있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들인데
읽고 나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과 여러 인생의 단면을 보는것 같아 넘 좋더라고요.
집에 트레버 단편집이 있는데 그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2-04-09 11:31   좋아요 3 | URL
현대 문학인가? 그 두꺼운 단편집이겠죠? 저도 읽으려고 구매는 했는데 다다음 달에나 읽어야 할거 같아요. 제가 불투명(?)해서 그런지 트레버는 딱 좋더라구요 ㅋ 트레버 단편집 같이 읽으시죠 ^^

coolcat329 2022-04-09 1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레버는 독자는 물론이고 작가들이 앞 다투어 사랑하는 작가네요.
아! 저도 집에 트레버 몇 권 있는데 급!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5월엔 트레버로~^^

새파랑 2022-04-09 11:44   좋아요 3 | URL
저에게 단편 투톱은 체호프와 트레버 입니다 ㅋ 4월엔 트레버로 하시죠 ^^

미미 2022-04-09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도중에 반납했는데 첫번째 이야기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도 번역은 문제가 없는것 같고 트레버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와 다른 이야기들도 다 솔깃합니다. 다시 꼭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4-09 18:39   좋아요 2 | URL
트레버 글 읽는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ㅋ 첫번째 이야기는 저는 왠지 공감이 되더라구요 ㅎㅎ 전 이런 어두운(?)게 취향인가 봅니다 ^^ 언젠가 꼭 다시 읽어보세요~!

서니데이 2022-04-09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래버는 직접적인 설명 보다는 간접적인 묘사에 가깝게 인물의 내면과 사건을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그러한 서술방식을 좋아하는 분도 계실 것 같고, 낯설게 느끼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4-09 18:40   좋아요 4 | URL
상당히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가 맞는거 같아요 ㅋ 저렇게 하고 어떻게 살지? 이런 기분? 😅 서니데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4-10 0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트레버의 글에는 여운이 있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새파랑 2022-04-10 09:16   좋아요 4 | URL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문제인거 같아요 ㅋ 작품들의 분위기가 다 비슷한거 같아도 감성은 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

희선 2022-04-12 0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전히 트레버 소설은 《펠리시아의 여정》밖에 못 봤군요 단편을 많이 썼는데...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말도 있더군요 <조율사의 아내들> 남편이 눈이 보이지 않았군요 사람에 따라 보는 건 다르기도 한데... 죽은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4-12 19:19   좋아요 1 | URL
트레버는 단편도 좋더라구요~!! 죽은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 이런 꼬리표가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엄청 부담이더라구요 ㅜㅜ 희선님 역시 대단합니다~!!
 

N22052

˝소설들에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가득한데!˝



지금까지 체호프의 책은 다섯권을 읽었고, 이정도면 많이 읽었다고 생각을 해서 한때는 이젠 체호프 책은 더이상 안사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안읽은 그의 작품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단편집에는 총 17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처음 읽은 그의 작품은 무려 11편이었다. 거의 처음 읽는 책 수준이었다.


물론 여기 수록된 작품 중 <6호 병동>, <검은 수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처럼 완성도가 높고 유명한 작품들은 다른 출판사 책에도 실려 있어서 이미 읽었지만 그 외의 다른 단편들도 역시 좋았다.


타 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과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종교, 가난, 농민에 대한 삶을 다룬 작품이 다소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대학생>은 복음서의 열두 사도 중 베드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나 현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이어지 있다는 체호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런 모든 공포가 예전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천 년이 지나도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P.203



<농부들>에서는 농노제가 없어져서 농부들은 자유롭게 되었지만, 이후 살아갈 방법을 몰랐던 농부들의 가난과 각종 무거운 세금 때문에 오히려 농노제 이전 시대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고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돈이 들기 때문에 가족들의 죽음을 기대하는 모습에서 가난이 주는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은 부농들만 걱정했다. 그들은 부유해질수록 하느님과 영혼의 구원을 잘 믿지 않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공포심이 들 때에만 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가난한 농부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노인과 노파의 얼굴에서는 자신들이 너무 오래 살았고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며 또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마리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늦지 않게 죽음이 찾아와 주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아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기뻐했다.]  P.285



<새로운 별장> 역시 부자 와 가난한 농부의 대비를 통해 농부들에 대한 연민과 풍자를 보여준다. 부자는 돈이 많음에도 이웃의 가난한 농부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다가가지만, 농부들은 그런 부자의 호의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부자 가족에게 하찮은 피해와 불안만을 계속 안겨준다. 결국 부자 가족은 시골을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농부들은 자신들은 착하고  온순하며, 자신들은 부자의 호의를 요구한 적도 없다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이해조차 못한다. 그런데 이런 어리석음을 단지 농부들의 무지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안개에 덮이듯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가축으로 인한 피해, 말 굴레, 펜치와 같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하찮은 그런 사소한 것들만 보인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인가? 별장의 새로운 주인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대체 왜 엔지니어하고는 잘지내지 못했을까?]  P.313



이 책에 수록된 처음 읽은 작품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문학 교사> 였다.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에 부잣집 딸인 ˝마샤˝의 개인 수업을 해주던 주인공 ˝니끼찐˝은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고, 결국 힘겨운 고백을 통해 그녀와 결혼한다. 많은 지참금을 가지고 온 그녀 덕분에 그는 안정적인 직업과 더불어 풍족하고 아늑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은 점점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 점점 자신이 가진 모든 행복을 시시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왜 어떤 사람들은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사람의 욕망이 어떻게 정점을 거쳐 시들어 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주위는 온통 저속함, 저속함뿐이다.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발효 크림이 담긴 단지들, 우유가 담긴 항아리들, 바퀴벌레들, 우둔한 여자들..…. 저속함보다 더 무섭고 모욕적이며 슬픈 것은 없다. 여기를 떠나야겠다. 오늘 당장 떠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난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P.242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역시 <자고 싶다> 였다. 어린 ˝바리까˝는 어느 가정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가난한 열세 살 소녀이자 그 집의 유모 였다. 아버지가 죽어도 가볼 수도 없고 아기를 돌보는 일에다가 온갖 집안일에 시달리던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음과 잠을 방해하는 것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그토록 원하던 잠을 잔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을 오직 그녀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웃으며 눈을 끔벅이며 초록색 반점을 손가락으로 으르며 바리까는 요람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아기 쪽으로 몸을 굽힌다. 아기를 질식시키고 서둘러 바닥에 눕는다. 이제는 잘 수 있다는 기쁨에 웃는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미 바리까는 곤하게 자고 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P.72




그의 작품은 우스꽝스러운 풍자 속에 진지한 의미를 숨겨두고 있고, 가끔 황당하고 갑작스럽게 글이 끝나지만 긴 여운을 준다. 역시 단편은 체호프다.



간결함은 재능의 자매다.… 요점이 있고 간결해야 잘 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잘 쓴 이야기를 읽는 일은 한 잔의 보드까를 마시는 것과 같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가이다.
<수전 손택>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 막심 고리끼>


Ps 1.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작품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었다. 몇번을 읽어도 좋다.

Ps 2. 내가 지금까지 읽은 체호프의 책은 여섯권인데, 또 읽어야 할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체호프의 모든 단편이 실린 전집세트가 출판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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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4-03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벚꽃을 집에서 보고 있자니 벚꽃동산이 제일먼저 눈에 띕니다ㅎ 체홉은 단편 몇편만 기억에 있는데 지금 표지를 보니 완전 새책보는것같고 그렇네요. 좋다시니 관심이 갑니다.

새파랑 2022-04-03 10:15   좋아요 2 | URL
벚꽃동산 아주 재미있는 희곡 집이에요 ㅋ 아름다운 벚꽃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집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페넬로페 2022-04-03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러시아 사회를 소재로 쓴 단편집이네요. 이 단편집도 좋을것 같아요.
인용한 문장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느껴집니다.
열린책들로 체호프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2-04-03 12:03   좋아요 3 | URL
토요일 하루종일 이 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ㅋ 단편에 대한 매력을 다시 느끼고 지금 트레버의 단편을 읽는데 트레버는 더 좋네요 ^^

미미 2022-04-03 1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고싶다>는 비슷한 영화도 있어요. 거기선 엄마가 자기 아이를 그렇게 하는데 내내 다른 사람이 범인인줄 알고 찾다가 막바지에 드러났어요. 누적된 피로로 순간적인 실수를ㅠ 실화가 아니라면 체호프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수 있겠네요.^^* 끝에 체호프 자화자찬 인가요?ㅎㅎ보드까 새파랑님 좋아하실듯 합니다.ㅎㅎ

새파랑 2022-04-03 13:08   좋아요 3 | URL
자뻑 체호프? 😅 체호프는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보드카도 좋고 체호프도 좋은데 최근 러시아는 좀 그렇습니다 😅 자고싶다 저 비슷한 영화가 있군요. 역시 영화광 미미님~!!
자고싶다는 그래도 유모 인데 영화는 좀 더 무섭군요 ㄷㄷㄷ

얄라알라 2022-05-08 17:22   좋아요 0 | URL
몇 줄 요약해주신 줄거리만 봐도 충격이면서 비긋이네요
<틸리?> 그 영화와고 교점이 있는 듯 하고요.

직접 읽어야 제맛일터인데 저는 새파랑님 미미님 댓글에 묻어서 요약판으로만 알고 지나가니 부끄럽습니다

cyrus 2022-04-03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호프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단편소설 편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겠죠? ㅎㅎㅎ

새파랑 2022-04-03 21:1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ㅋ 장편도 남겼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도 듭니다 ~!! 아직 안 읽은 작품을 더 찾아봐야 겠어요 ^^

희선 2022-04-03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책 여러 권 보셨는데, 여기에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 있었네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읽을 때마다 좋으셨군요 자고 싶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건 그 아이 잘못만은 아니겠습니다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2-04-04 09:23   좋아요 2 | URL
<자고싶다>는 체호프가 너무 담담하게 그려서 비극이 더 실감났습니다 ㅋ 아직 읽을 작품이 더 있다는건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2-05-0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체호프 소설에서 읽지 않은 게 열한편 담겨서 좋았던 책이군요 아직 읽을 책이 더 있겠습니다 두껍게 나온 희곡 있는데 그건 어떠세요


희선

새파랑 2022-05-07 08:40   좋아요 1 | URL
요번달은 책을 별로 못읽어서 안될거 같았는데 그래도 되서 기쁘군요. 이젠 책만 사면 될거 같아요 ㅋ

체호프 희곡은 열린책들 <벚꽃동산>에 있는 작품들만 읽었는데 제가 두껍게 나온 희곡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

미미 2022-05-07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체호프에 프루스트! 클라스가 다른 새파랑님👍
다시 읽어도 좋은 작품이 진짜 인생책ㅎㅎ
인생책이 많은 새파랑님 앞으로도 리뷰 기대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7 12:53   좋아요 1 | URL
읽은 작품의 작가님 명성 덕분에 당선되기 입니다 ^^ 미니님도 걱정없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독서괭 2022-05-07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이번달에 별로 못 읽었다는 말씀은 순전히 새파랑님 기준인 것 같고 ㅎㅎㅎ 평균은 훌쩍 넘으십니다.

새파랑 2022-05-07 12:55   좋아요 1 | URL
독서는 자기 만족 아니겠습니까 ㅋ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읽고싶은 책이 쌓여서 큰일이에요 ㅜㅜ

호두파이 2022-05-07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홉, 단편으로 예전에 만났던 기억만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ㅎㅎ

새파랑 2022-05-07 14: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호두파이님 꼭 다시 읽어보세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5-07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7 17:5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토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5-08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5월 첫주 행복하게 보내시는 중이시죠?
축하드립니다요!

새파랑 2022-05-08 18:57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ㅋ 열심히 논다고 책도 별로 못읽었어요 😅

scott 2022-05-09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영광의 2관왕!

새파랑님 소설 읽기
책으로 나오면
👆등 예약 ^ㅅ^

새파랑 2022-05-09 17:10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권은 팔리겠군요~!!

thkang1001 2022-05-09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2-05-09 17:55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5-10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역시 이달의 2관왕~~
당근, 당연입니다
더 많이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5-10 07:26   좋아요 1 | URL
이번달에는 좀 힘들었는데 운좋게 됐습니다 😅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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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9

하루키 좋아하나요?

(봄날의 곰을 좋아하나요를 변형해 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두명의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난 "무라카미 하루키"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를 꼽겠다. 만약 한명의 작가를 꼭 꼽아야 한다면? 그건 불가능 하다. 그때는 차라리 "필립 로스"라고 해야겠다.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일단 가장 부담없이 아무 책이나 꼽아서 읽을 수 있는 작가는 "하루키"가 확실하다. 이번주에 멀리 갈 일이 있어서 가방속에 넣고 나갈 세권의 책을 골랐는데, 그 중 하나가 "하루키"의 <반딧불이>였다. 특별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루키"의 작품이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전까지 이 책을 두번은 읽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그럼 이번이 삼독인 작품이다.





<반딧불이>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역시 가장 좋은 단편은  표제작인 <반딧불이>이다. 이 단편은 "하루키"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노르웨이 숲>의 초창기 단편 버젼이다. <노르웨이 숲>과 아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단편만의 임팩트가 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을 말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투명했다. 그녀의 눈이 이렇게 투명하다는 것을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조금 신비한 느낌이 드는 독특한 투명감이었다. 마치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P.21



<반딧불이>에서 '반딧불이'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하루키"는 왜 갑자기 '반딧불이'를 등장시킨 걸까? 아마 결코 닿을 수 없는,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그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반딧불이'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이 편지를 몇백 번이나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한없이 슬퍼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내 눈을 말끄러미 바라볼 때 드는 느낌과도 같은, 어찌할 바 모르는 슬픔이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어디로 가져갈수도, 어디에다 넣어둘 수도 없었다. 그것은 바람처럼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 걸칠 수조차 없었다. 풍경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내 귀까지 닿지 않았다.]  P.42





그 다음으로 좋은 단편은 <헛간을 태우다> 이다. <헛간을 태우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과 동일한 제목인데, 내용은 다르다고 한다. 내가 아직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을 태우다>를 안읽어봐서 어떤면에서 다른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미국식 헛간과 일본식 헛간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아직 한편밖에 안읽어 봤는데(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이번 기회에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을 태우다>를 읽어봐야 겠다.

[그녀는 처음부터 나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기혼이었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이니 가정이니 수입이니 하는 것은 발 크기며 목소리 톤이며 손톱 모양과 같이 순수하게 선천적인 것이라고 믿는듯 했다. 요컨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P.51



<헛간을 태우다>를 다 읽고 나서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그녀의 남자친구)가 마지막으로 태운 헛간은 어느곳에 위치한 헛간이었을까? 그가 태운건 헛간이 아니라 여자친구인 그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위기가 왠지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다섯 개의 헛간 앞을 달린다. 우리집 근처의 헛간은 여전히 한 곳도 불타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헛간이 탔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또 12월이 오고, 겨울새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 밤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나는 불에 타 허물어지는 헛간을 생각한다.]  P.80





나머지 네편의 단편은 나에겐 재미있었지만, 위에 소개한 두 작품에 비해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하루키"의 필력과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작가가 '장님 버드나무'나 '코끼리 공장' 같은 것을 소재로 글을 쓸수 있을까? 이래서 "하루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호불호가 극명히 나눠지긴 하겠지만.


하루키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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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3-30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참 작품을 많이 썼네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하루키옹이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헛간을 태우다~~
두 작품 비교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3-30 06:17   좋아요 4 | URL
하루키 작품을 다 모으고 싶은데 너무 많아서 못모으겠어요. 출판사도 다양하고 ㅋ <헛간을 태우다> 요건 <버닝> 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도 하던데 전 아직 못봤어요 😅

희선 2022-03-30 0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작가가 많으니 한사람만 말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두사람도... 작가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건 작가도 좋아하는 걸지... 다른 단편은 봤는데 여기 실린 단편은 못 봤네요 하루키 상상력을 생각하고 보면 괜찮을 듯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3-30 06:19   좋아요 4 | URL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에요. 희선님은 일본문학 좋아하시니까 이 책도 분명 좋아하실거 같아요 ^^ 좋아하는 한가지만을 꼽는건 어렵습니다~!!

독서괭 2022-03-30 07: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하루키와 도스토예프스키는 제 느낌으로는 결이 많이 달라 보이는데, 이 둘을 꼽으시니 흥미롭습니다!
전 하루키는 소설 두 권 읽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이네요.

새파랑 2022-03-30 08:01   좋아요 5 | URL
갠적으로는 에세이 보다는 장편 소설을 추천합니다 ^^ 전 소설이 더 좋더라구요 ㅋ

거리의화가 2022-03-30 0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삼독한다는 건 역시 새파랑님께 의미있는 책이여서겠죠. 저는 하루키 책이 어렵더라구요. 오히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더 저에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주 날씨가 참 좋습니다^^ 좋은 날 책과 함께 하시는 길이 즐거울 듯해요. 저도 떠납니다^^ㅎㅎ

새파랑 2022-03-30 09:37   좋아요 4 | URL
도스토엡스키가 전 더 어렵던데 ㅋ 드디어 여행을 떠나시는군요 ^^ 책과 함께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3-30 0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저랑 취향이 같으시군요!
저도 하루키 도스토옙스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새파랑 2022-03-30 10:08   좋아요 4 | URL
역시 같은 취향이시군요 ^^ 일단 믿고 읽는 두 작가입니다~! 전 자매품 체호프, 필립 로스, 소세키도 있어요 😆

미미 2022-03-30 0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서 두 작품이 가장 좋았는데 반갑네요ㅋㅋㅋ게다가 삼독이시라니 역시 새파랑님은 진정한 하루키 마니아!!👍 발췌문 읽어보니 저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영화를 먼저 봤는데 역시 소설이 더 재밌어서 놀랐던거 같아요.^^*

새파랑 2022-03-30 10:11   좋아요 4 | URL
역시 미미님도 저랑 같은 취향 이시군요~!! 영화를 벌써 보셨군요 ㅋ 그때 유명했던거 같은데 전 볼 생각을 못했어요 😅

전 영화보단 소설파~!!

mini74 2022-03-30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네! 네 ! 하루키 무진장 좋아합니다 ㅎㅎㅎ 저도 헛간을 태우다 좋아해요. 근데 저는 하루키 에세이에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은근히 웃긴거 같아요 작가님 ㅋㅋ

새파랑 2022-03-30 11:05   좋아요 5 | URL
미니님은 역시 유머가 풍부하셔서 재미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군요 ㅋ 전 좀 비극적인걸 좋아해서 에세이보다는 소설? 😅

stella.K 2022-03-30 1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독자는 작가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둘을 서로 부딪혀 놓고 최후엔 다른 한 사람을 선택하는
간신배 같은 전략!
무덤에서 도 슨상님이 다시 일어나시지 않을까요?ㅋㅋㅋ
하루키는 저에겐 참 묘한 작가죠. 가까이 하기엔 넘 멀고
멀다고 하기엔 애매한. 한마디로 확 좋아할 수 없는 작가랍니다.ㅠ

새파랑 2022-03-30 12:01   좋아요 5 | URL
하루키도 호불호가 크더라구요 ㅋ 그래도 최근에 가장 많이 읽은게 필립 로스여서 차선책으로 선택했습니다 ^^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 큰일이에요 ㅎㅎ

라로 2022-03-30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을 쓰는 하루키를 제외하면 다 좋아해요. 하루키 소설은 제게 잘 안 맞더라구요. 매번 실패. 하지만 수필이나 음악 등등은 매우 좋습니다.^^

새파랑 2022-03-30 17:38   좋아요 3 | URL
저랑 반대시군요 ㅋ 전 하루키 소설파 입니다~!! 이번 LP책 읽는데 전 읽기 힘든거 같아요 ㅋ 팬심으로 꾸역꾸역 읽는 중입니다 😅

레삭매냐 2022-03-30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춘수쌤 팬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읽고
있답니다.

그래도 역시나 팬은 아니
라고 말하고 싶습니닷!!! ㅋㅋ

새파랑 2022-03-30 17:39   좋아요 3 | URL
책은 다 좋아하시는 레삭매냐님은 진정 책쟁이가 맞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3-31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라색 병, 노란색 뚜껑과 반딧불이 뭔가 색이 전하는 의미가 있을듯요^^

새파랑 2022-03-31 10:24   좋아요 2 | URL
뭔가 복분자(?) 병 같은 느낌이 드는데 ㅋ 하루키가 보라색을 좋아해서 그럴까요? 제가 한번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어나더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N22048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이런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인 "줄리언 반스"는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뭔가 재미 이상의 감동을 찾기에는 다소 어려웠지만, 과거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주인공인 "토니"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그리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토니"는 "앨릭스", "콜린", 그리고 문제의 전학생 "에이드리언"과 4인방으로 지냈다. "에이드리언"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다소 허세가 있고, 여자에게 관심은 많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수업시간에는 수업에 집중 못하는 일반적인 남학생의 모습.


하지만 전핵생인 "에이드리언"은 그들과는 약간 차원이 달랐다. 철학적이고 사상이 심오하며, 매사가 농담인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매사가 진지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에이드리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소 평범하게 대학을 가거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았지만, "에이드리언"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생때처럼 계속 함께 있지믄 못하지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우정을 이어간다.


'브리스톨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토니"에게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가 생긴다. 하지만 여자친구 경험이 별로 없는 그는 여자친구에게 미숙하기만 하다. 귀한 집안에서 자라고 다소 고급 취향을 가진 그녀는 왠지 모르게 "토니"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토니"가 막 "베로니카"에게 매달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그녀와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학의 어느 주말에 "베로니카"는 "토니"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고, "토니"는 그녀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들은 그를 소외시킨다. 그녀의 어머니는 "토니"에게 "베로니카 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마"라고 까지 한다.


이후 "토니"는 자신의 고향 친구들에게 "베로니카"를 소개시켜 준다. 이때 ""베로니카"는 자신의 오빠인 "잭"과 같은 '케임브릿지 대학'에 다니는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인다.


결국 젊은 연인이 대부분 그렇듯 그들은 나쁜 감정을 남긴 채 헤어진다. 헤어지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베로니카"와 데이트를 해도 되냐는 내용이었다. 몇주가 지나고 나서 그는 "에이드리언"에게 답장을 보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신중히 결정할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내 인생에서 영원히 내칠 거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썼던 것 같다. 다소 추억 보정이 들어간 편지 내용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토니"는 미국으로 넘어가 반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는 고향친구인 "앨릭스"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욕을 내맽는다. 그렇게 똑똑하고 고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의 자살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에이드리언"은 도대체  왜 자살한걸까? "토니"는 "에이들언"의 자살이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베로니카" 때문이라고 강한 추측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40여년이 지난 "토니"의 삶을 그리고 있다. "토니"는 친구의 자살과 첫번째 여자친구를 기억의 한편에 묻어둔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나이를 먹어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고, 부인이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지만 그래도 친구처럼 지낸다. 그리고 그렇게 노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토니"는 한통의 편지를 받고, 적은 금액이지만 유산상속도 받게 된다. "토니"에게 일부 상속을 남기고 죽은 사람은 놀랍게도 그의 첫 여자친구인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포드 여사"였다. 도대체 왜 그녀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상속을 한걸까?


"포드여사"가 상속한 물품중에는 놀랍게도 "에이드리언"의 일기장도 있었다. 왜 그녀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토니"는 그 일기장을 받을 수 없었다. "베로니카"가 일기장의 양도를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일기장의 내용이 궁금해선 "토니"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베로니카"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과연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일기장을 보면 "에이드리언"이 자살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만난 "베로니카"는 여전히 "토니"를 조롱한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토니"가 정확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엄연하게 증거로 남아있는,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두 사람에 대한 저주가 가득한 답장을 보여준다. "토니"가 보낸 편지 내용에 충격을 받고 "에이드리언"은 자살한 걸까?


이후 책은 결말부로 가면서 충격적인 사실과 반전을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얼마나 부정확한 건지, 내가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가 어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편견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되는지를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그래.']  P.233





"줄리언 반스"는 백오십 페이지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두고 이 작품은 삼백 페이지 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을 두번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가의 말에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책의 곳곳에 암시와 풍자가 들어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부분을 읽다보면 책의 앞부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가능해? 이런 의도였어?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개연성이 없지도 않았다.나름 반전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글을 잘쓰는 사람의 글쓰기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일의 결과에는 원인이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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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28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보고 새파랑님 원서로 읽으셨나?했습니다.ㅋㅋ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다 읽고 난뒤 저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까?‘했던거 같아요ㅋ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해요^^*

새파랑 2022-03-28 12:03   좋아요 4 | URL
저는 원서 읽을 능력이 안된다는 😅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ㅋ 전혀 예상치 못한 비밀이어서 놀랐어요 ㅋ 막장드라마? 😆

페넬로페 2022-03-28 17: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번 책 들면 거의 포기하지 않고 읽어내는데 이 책은 첫부분에서 넘기지를 못했어요.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읽기에 재미있고 비밀이 있다시니 끌리네요.
두 번을 읽어야하는 책이니 어려운게 당연할 수도 있겠어요^^

새파랑 2022-03-28 17:27   좋아요 4 | URL
역시 포기를 모르는 멋진 페넬로페님이군요~!! 제가 이 책을 여행가서 읽었는데 저도 아마 집이였다면 이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 ‘마지막에 비밀이 있어요 ^^

그레이스 2022-03-28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다르네요
반쯤 가려져있어서..
줄리언 반스의 이책은 특별한 절정이 없는듯
끝까지 읽어야 반전을 만나죠
사실 반전이라기에도 예측가능해서,,, 그럼에도 저는 이 책 좋았어요^^
제발 추측은 집어넣고 말좀하고 살자!는
메시지! ㅎㅎ

새파랑 2022-03-28 17:34   좋아요 4 | URL
저는 예측 못했던 반전이었어요 ㅋ 제가 좀 유교적인거 같아요 ^^ 그러게요. 말만했음 알았을텐데. 저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랬을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

mini74 2022-03-28 2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찌찌뽕 ㅎㅎ 저도 읽다가 잠시 손 놓은 책 ㅎㅎㅎ 근데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어!!! 재미있겠는데 하는 맘이 듭니다 ㅎㅎ

새파랑 2022-03-29 07:45   좋아요 3 | URL
저는 주인공처럼 둔해서 결말을 예측못했는데 날카로운 미니님은 충분히 하실거같아요 ^^

희선 2022-03-29 0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일이 일어난 곳에 있는 사람 기억도 저마다 조금 다르기도 하죠 자기한테 좋게 바꾸거나 안 좋게 바꾸는지... 자기 기억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거 생각해야겠네요 그것보다 정말 알고 싶은 건 말해야 한다는 거... 아니면 안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 듯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3-29 07:47   좋아요 3 | URL
기억이란 자기 편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한번의 편지가 저런 결말로 이어질거라 상상도 못했을거 같아요 ^^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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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7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 사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진짜 모습을 본다고 해도 떠나지 않을 사람.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 없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어쩌면 운명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 ˝나˝와 튀니지 출신의 아랍인 ˝칼라지˝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꿈과 좌절이 혼재된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명문 대학 ‘하버드‘ 인근 상점인 ‘카페 알제‘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당시 ˝나˝는 하버드 대학원 생으로, 1차 종합시험에서 떨어져서, 이제 1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은 학생일 뿐이었다. 만약 다음 종합시험에서도 떨어져야 한다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 좌절감과 외로움 속에서 ˝나˝는 ‘카페 알제‘에서 ˝칼라지˝를 만났다. 하버드 대학원생이자 미국의 영주권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칼라지˝는 택시 운전사에 영주권은 없는, 불법체류자의 신세였다. 여러모로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나˝는 그에게 끌렸다. 그리고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다. 왜 ˝나˝는 ˝칼라지˝에게 끌렸던 걸까?





1. ˝칼라지˝는 ˝나˝의 숨겨진 모습을 대변해주는 사람이었다.

‘하버드 대학원생‘이라는 신분, 그리고 반드시 졸업을 해야 했던 ˝나˝는 언제나 ˝나˝의 본래 모습을 숨겨야 했다. 교수들 앞에서, 학생들 앞에서 ˝나˝는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나˝의 전공인 영문학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가 좋아서 하는 측면도 있었고, ˝나˝에게는 졸업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낯선 타지에서 혼자서만 지내야 했던 ˝나˝에게, ˝칼리지˝는 나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평소 감정을 억누르고 답답하게 살던 ˝나˝와는 달리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칼리지˝의 모습은 숨겨놓았던 ˝나˝의 본래 모습을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칼라지˝에게 끌리게 되었다.

[나는 모두를 포용했지만 단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했지만 내 사랑은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그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케임브리지에 사는 거의 모든 주민과 말을 튼 반면, 나는 하버드 대학원에서 사 년째 공부했지만 그해 여름에는 거의 모든 날을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은 채 보냈다. 그는 기분이 상하거나 지루할 땐 발끈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폭발했지만 나는 그야말로 평정심의 화신이었다. 그는 모든 일에 대해 확고한 자기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나는 타협이란 이름과 평정심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일을 시작하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지만 나는 누가 조금만 얼굴을 붉혀도 아무것도 못 했다. 그는 누군가를 버리고 깨끗이 잊을 수 있었지만 나는 누군가를 버리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영원히 그에게 앙심을 품곤 했다. ]  P.72





2. ˝칼라지˝는 ˝나˝의 실패한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 ˝칼라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이 존재했다. 단순히 유대인과 아랍인의 관계 이상으로, ˝나˝는 미국 영주권이 있었지만, ˝칼라지˝는 불법 체류자였다. ˝칼라지˝는 언제 추방되더라도 이상할게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보면서 ˝나˝를 다잡을 수 있었다. 만약 종합시험에서 한번 더 떨어진다면 ˝나˝의 미래는 ˝칼라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는 날마다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나는 벼랑 밑을 내려다봐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게는 그 심연을 가릴 담장이나 생울타리가 항상 있었던 반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차이도 있었다. 그는 그 벼랑에서 물러서서 살아나올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벼랑과 나 사이에 그를 세워놓았다. 그는 내 가림막, 내 스승, 내 목소리였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삶이 그의 삶이 었는지도 모르겠다.]  P.96



그래서였는지 ˝나˝는 하버드 대학 관계자 앞에서 ˝칼라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꼭 그가 부끄러웠기 떄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그와의 만남이 ˝나˝의 신분상의 문제로 이어질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부끄러웠던 건 ˝나˝의이기적인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를 부끄러워했고, 그를 부끄러워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속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우리의 공통점이 열악한 경제 형편 말고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게,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저급한 카페에서 어울리기 좋아하는 극빈자 정체성뿐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P.303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라지˝는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칼라지˝는 아마 ˝나˝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든 부끄러움과 잘못까지도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나˝가 말하지 않더라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알아서 자리를 피했고, ˝나˝가 한동안 연락이 없더라도, ˝나˝가 필요에 의해서만 갑자기 연락하더라도 ˝칼라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칼라지의 그 멍한 표정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나를 못 본 척하지 않았다. 그를 못 본 척하는 내 모습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있었다.]  P.319



하지만 ˝나˝는 정작 ˝칼라지˝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나의 안위를 위해서 그를 진심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자주 ˝칼라지˝를 피했다. 2차 종합시험을 통과하고 이제 창창한 미래가 막 열리려고 할 때는 오히려 ˝칼라지˝가 내일이라도 당장 추방되기를 마음속으로 바란적도 있었다. 하지만 ˝칼라지˝는 그런 못난 ˝나˝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것은 눈물의 작별이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울고 싶지도 않았다. 포옹도 싫었고, 야단스러운 약속도 싫었고, 슬픔을 과장하는 피상적인 말도, 비참한 기분도 싫었다. 깨끗하고 태연하게 작별하고 싶었다. 나는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가식적인 인간이었다.]  P.372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매몰차게 ˝칼라지˝를 외롭게 떠나보낸 걸까?

[그가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옥신각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발견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끝까지 그를 찾고 싶어했다. 매사추세츠 대로를 달리고 있거나 브래틀 거리에 주차된 그의 택시를 보면 더 이상 대면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의문들이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  P.381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나의 아들이 하버드 대학생이 되고, 나는 아들게 함께 모교인 하버드를 방문한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시절의 흔적은 나를 추억속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칼라지˝는 잘 살고 있을까? ˝칼라지˝에게 있어서 ‘카페 알제‘, ‘하바드‘ 그리고 ˝나˝는 어떻게 추억될까?

[자네가 날 찾아내서 정말 다행이야. 난 잘 지내, 딸이 둘 있지. 좋은 추억을 갖고 있고, 사랑해..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P.390





<하바드 스퀘어>는 1인칭 주인공인 ˝나˝의 시각으로 글이 진행되어 독자에게는 오로지 ˝나˝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접적으로 드러난 ˝칼라지˝의 감정에 더 이입하여 책을 읽었다.


주인공인 ˝나˝가 바라본 ˝칼라지˝는 세 발자국 앞서 나가는 운명이었지만, ˝칼라지˝가 바라본 ˝나˝는 아마 닿을 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절대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칼라지˝는 아마 닮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될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동경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항상 ˝나˝의 부탁을 들어주고 옆에 있고 싶어했던, ˝나˝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려고 했던 ˝칼라지˝의 모습에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다. 눈치가 빠른 ˝칼라지˝는 ˝나˝가 함께 있길 꺼려하는 상황을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다. ˝나˝의 마음이 변했음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칼라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원망하는 말 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게 진짜 동경이고,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버드‘를 떠난 ˝칼라지˝가 다른 곳에서는 행복하길, 그리고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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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칼라지가 주인공에게 가진 동경과 사랑, 주인공이 그에게 가지는 미안한 불편함 … 넘 좋네요 새파랑님 ~ 새파랑님 리뷰 👍015B 노래 어울리고 넘 좋습니다. *^^*

새파랑 2022-03-27 22:47   좋아요 3 | URL
제가 올해 1분기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ㅋ 갠적으로는 <콜미바이유어네임> 보다는 이 책입니다 ㅋ 너무 쿨한 ˝칼라지˝의 마지막이 인상적이었어요~!!

singri 2022-03-27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 일단 리뷰만으로 천천히 읽고 싶을 책이네요.

새파랑 2022-03-27 23:03   좋아요 2 | URL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브로맨스? 😅 아마 읽으시면 좋아하실거라 확신합니다 ^^

레삭매냐 2022-03-27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드레 애시먼 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화자가 칼라지에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
럼을 소설에서 아주 잘 잡아냈
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소설이 <콜 미~>보다
더 좋았습니다.

역시 책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새파랑 2022-03-27 23:06   좋아요 4 | URL
레삭매냐님이 왜 천천히 아껴 읽으셨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ㅋ 이건 소설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안드레 애시먼 다른 책들을 더 찾아 읽어야할거 같아요 ^^

미미 2022-03-27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15B 노래가 소설과도 잘 어울리네요!ㅋㅋㅋ칼라지 너무 매력있었죠~♡ 칼라지가 눈물까지 보였는데ㅠ 다 읽고나서 마치 내 추억인듯한 착각에 빠지더라구요ㅋ^^*

새파랑 2022-03-27 23:08   좋아요 2 | URL
칼라지가 지원만 받았더라면 하버드 수석 입학 졸업 했을거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ㅋ <하버드 스퀘어>랑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으실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 요새 이작가님 덕분에 015B 음악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ㅋ

얄라알라 2022-03-27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플친님들께서 진작부터 리뷰 올려주시었던지라 줄거리를 대강 안다 생각했는데, 새파랑님의 ˝본격적˝ 분석 리뷰 접하니 작품이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새파랑님 말씀처럼 <하버드 스퀘어>랑 비슷한 경험, 소설 읽으면 더 확실히 ˝네. 있어요.˝할 수 있겠습니다

새파랑 2022-03-27 23:21   좋아요 3 | URL
제가 줄거리 요약이 좀 약해서(?) 나름 제 맘대로 써봤습니다 ㅋ 이 책은 다읽고 나서 24시간동안 다른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 사랑이야기는 아니고 친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너무 좋아요 ㅋ

페넬로페 2022-03-27 23: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칼라지가 느꼈을 외로움,, 섭섭함같은 감정들이 다시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읽은 책은 어떤 리뷰를 읽어도 좋습니다.
소설을 다시 읽는 느낌도 들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네요.
칼라지가 쿨한 만큼 그의 아픔이 더 컸으리라 생각되니 좀 쓸쓸하네요^^

새파랑 2022-03-28 08:5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리뷰가 너무 와닿았습니다~!! 저도 읽은 책 리뷰를 보면 너무 좋더라구요 ^^ 칼라지가 보여주는 밝은 모습이 그의 불안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ㅜㅜ

coolcat329 2022-03-28 0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리뷰는 꽤 읽어서 이젠 줄거리 거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파랑님 글 읽으니 칼라지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 생각도 드네요.
1분기 이 책이 가장 좋으셨다니 오 그정도이군요!

새파랑 2022-03-28 10:00   좋아요 4 | URL
1인칭 주인공 시점 책이어서 실제 칼라지의 마음이 저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ㅋ의외로 단순한 사람일지도? 😅 여러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쿨캣님께 강력 추천 합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윤종신 목소리가 들리지? 했더니 피처링했네요^^
015b는 유명한 노래밖에 모르긴 하는데 좋아해요. 분위기~♡

새파랑 2022-03-28 15:51   좋아요 2 | URL
요 노래는 21세기에 나와서 잘 모르실수도 있어요 ㅋ 저도 6집 이전까지만 즐겨듣는데 이 노래는 좋더라구요 ^^

희선 2022-03-29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칼라지처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군요 자신이 못하는 걸 다른 사람이 하면 부럽죠 칼라지는 ‘나’가 어떤 마음인지 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다니... 좋은 사람이네요 그러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저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는 원망할 것 같아요 ‘나’뿐 아니라 칼라지가 제 마음속에 다 있는 듯하네요 칼라지하고는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희선

새파랑 2022-03-29 12:19   좋아요 2 | URL
원망이 조금은 있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겉으로 티는 안낸 거겠죠? 저도 원망 반 체념 반 일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