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스타일링 - CEO를 움직이는 강진주의
강진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리스마'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강렬한 눈빛, 단호한 어투로 압도하는 힘이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나에게 부족한 '카리스마'를 키울 방법이 있는가 배워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알게 되는 '카리스마 스타일링'은 훨씬 더 큰 영향을 준다. 지금껏 내가 생각하던 '카리스마'보다 좀더 폭넓은 '나만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카리스마'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카리스마의 정의는 '세다'가 아닌 '매력적이다'라는 뜻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을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는가 고민하는 것이 이미지 컨설팅인 셈이다.

우리는 누구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카리스마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지위와 필요에 의해 '가져야 하는' 카리스마인 경우도 있다. (37쪽)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내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나다워지는 방법을 고민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저 마음에 드는 옷이나 가방을 구입했고, 눈에 띄는 것을 이용했을 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을 볼 때에도 어떤 이미지를 보이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보며 '이미지는 좋고 나쁜 것으로 나눠지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하게 된다. 나에게 맞는 이미지 연출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또한 다른 사람의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이미지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다.

라인이 다른 옷을 입거나 컬러 사용의 변화로도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후천적 카리스마를 만드는 것은 다방면에서의 이미지 컨설팅이 필요하다. (65쪽)

 

 

지금까지 살이 좀더 빠지면 더 예뻐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든지, 좋은 옷을 입으면 좀더 카리스마가 생길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점이 떠오른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카리스마는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자신만의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도록 만들어내어 후천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롤모델을 만들어 부지런히 연습해야한다. 표정과 눈빛을 비롯하여 스타일이나 옷감까지 세세하게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저자는 이야기한다. '스스로 만족하고, 자신의 일에 방해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거나 찾을 필요가 없다.(55쪽)'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의미 있었다. 마음에 오래 남는 '이미지'에 대한 말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 나쁜 이미지는 없다. 마찬가지로 좋은 이미지도 없다. 필요한 이미지와 보완해야 할 이미지만이 있을 뿐이다. (116쪽)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이분법적인 잣대로 '좋다' '나쁘다'로 나누던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없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세상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네 인생은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과정이니까. 이미지에 대한 것도 필요에 따라 보완하며 채워가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이론적인 면을 넘어서서 실천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옷이나 아이템에 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게 된다. 정리되지 않은 옷장에 눈길이 간다. 그러고 나면 이 책 속의 말이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여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입을 옷이 없어!"

그러고 나서 옷장을 연다. 그러면 분명 방금 전까지는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옷장에는 빈틈없이 옷들이 들어차 있다. 대체 저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것들은 뭔가 싶다. 그래서 과감히 정리하려고 꺼내보면 어딘가 좀 아쉽다. 이 옷은 이럴 때 요긴할 것 같고, 이것은 디테일이 마음에 들고, 저것은 왠지 버렸다가는 꿈에 나타날 것같고……. 이유도 다양하고 핑계도 가지각색이다. (206쪽)

옷장을 열었다가 다시 닫아 놓고는 책을 계속 읽어본다. 이 책에서는 남자의 경우와 여자의 경우로 나누어 어떻게 하면 이미지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할지 짚어준다.

'10년 전의 추억이 담긴 옷, 싼값에 일단 사둔 옷, 찾다보니 왜 이런 게 있나 싶은 옷, 비싸서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옷 등등 당신이 지난 2년동안 입지 않은 옷이 있다면, 20년이 지난 뒤에도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감해져라. 자신의 카리스마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에 집중하자.'(212쪽)

 

 

사회 생활을 하려면 이미지 점검은 필수다.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를 알아야 비즈니스에서 성공한다!'는 저자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자신만의 이미지 스타일링을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전체적인 큰 틀을 잡아본다. 중간 중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한 팁을 알려주어 도움이 된다. 역시 카리스마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케이스별로 팁을 제시해주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직장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는 사람, 승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사람 등 실질적인 상황에서 강진주 소장이 주는 팁이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꾸준한 노력으로 빛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만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비법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차를 타는 당신에게 - 마음을 다잡는 특별한 이야기들
서주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차를 타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을 보면, 고단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직장인이 연상된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고단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새롭게 시작하는 당신께 들려줄 5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상의 시간이 모여 세월의 더께로 켜켜이 쌓이면 그 자체로 힘이 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이니, 오늘의 시간 또한 언젠가는 인생의 한 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에는 너무 아픈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위로나 공감, 따끔한 충고와 독설도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온전히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머리말 中)

저자의 의도대로 응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 책이다. 영차영차 힘을 내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민다. 의미 없는 일상을 반복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새벽 첫차를 타고 직장으로, 또는 학교로 출발하겠다는 마음가짐처럼 새로운 용기를 가진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에 점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첫차를 타고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어본다.

 

이 책 속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매일 첫차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일본의 조치 대학 와타나베 교수는 저서를 통해 친구 스기모토(가명) 씨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는데, 스기모토 씨는 사회 초년생 시절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소박한 목표 하나를 정했다고 한다. 바로 '매일 첫차로 출근한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첫차를 타고 출근하며 독서도 하고 번역도 하며 세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사용한 것이다. 커다란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지만, 작지만 소중한 습관의 힘을 느끼게 된다. '첫차는 당신이 승차하든 안 하든, 오늘도 그 자리 그 시각에 출발합니다.'(29쪽)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힘을 주는 이야기의 모음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며, 기운을 북돋워준다.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메모앱 '에버노트'를 만든 필 리빈의 이야기도, 위키피디아의 창업자 지미 웨일스의 일화에서도, 위로받게 된다. 경쟁과 피로에 지친 일상에서 작은 이야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러면 이 책 속 '새로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글을 보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35세가 넘으면 어떤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줄줄이 달린 댓글을 보면 힘이 될 것이다.

 

어떤 때에 들춰서 읽을 책인지 분류하여 간직하게 된다. 남들이 잠든 조용한 밤에 읽기 좋은 책, 조금 읽다보면 잠이 오기 때문에 수면용 책,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발견하게 되어 감성을 일깨우고 싶을 때 펼쳐들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틈틈이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차 한 잔 하는 시간에 잠깐, 누군가 기다리는 시간에 잠깐, 집중이 잘 안되어 마음이 답답할 때 잠깐, 우울하고 기분이 축 처질때에 잠깐. 자투리 시간을 최고로 채우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펼쳐들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무언가 들뜬 기분이 된다. 힘을 얻는 듯한 느낌이다. 위로도 되고 편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2 - 죽기 전에 한번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그를 일컬어 방외지사라 한다.

 

방외지사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짐작한다. 두 권의 두꺼운 책에 그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았지만, 방외지사가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세속적 잣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모습이다.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것,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인생을 살아보는 듯 즐거워진다.

 

어찌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 완전히 초탈한 삶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궤도에서 이탈한 삶을 혹시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자는 보람을 느낀다.

2015년 1월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에서 청운 조용헌

 

이 책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2』에서는 12명의 방외지사를 만나볼 수 있다.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람은 대각심. 독버섯 달여 먹으며 '이 뭐꼬' 화두 40년으로 지내온 분이다. 저자는 한라산에 기인이 어디 없는가 물었더니, "절물에 가면 대각심이라는 여자 스님이 한 분 계시는데 아주 특이하다. 앉아서 천리를 보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160센티가 채 안 되는 작은 키에, 얼굴에 주름이 많아 눈이 매우 작아보이는 전형적인 제주 할망의 모습을 한 대각심은 제주의 여신선으로 불린다고 한다. 1957년부터 한라산에 살기 시작했고, 지금은 90대의 고령인 대각심은 제주도를 지키는 설문대할망의 현신일까? 글을 읽으면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뭐꼬?'

 

최치원 '사산비명'의 전문가 최영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불꽃처럼 살다가 홀연히 사라져 존재를 미궁 속에 가둔 전설적인 인물 최치원, 그의 삶과 사상의 단초는 '사산비명'안에 녹아있는데, 최영성 교수는 그 난해한 문장을 해석하는 일에 30년 세월을 바쳤다고 한다. 신라 말기의 최치원의 생몰연대에는 왜 물음표가 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한국의 학계에서 최치원 전문가는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있는 최영성 교수인데, 최치원의 사산비명 번역에 집중한 인물이다. 30년 세월의 노고를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도를 닦는 범휴 스님, 서체의 기운생동을 읽어내는 서예가 김성덕, 전국의 산하를 두 발로 걷는 낭인 신정일 등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내 마음 속에 있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오랜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해본다. '이런 삶도 괜찮겠네?' 그런 느낌이 드는 부분에서는 책 속에서 눈을 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사회라는 촘촘하고 억센 그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 구조조정과 조직생활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 월급쟁이들이 가슴속에 간직한 '살고 싶은 대로 유유자적 살고 싶다.'는 비원(悲願)을 자극한다. (책날개 中)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권과 2권을 통해 알게 되는 다양한 인생에 배울 점도 많고 느끼게 되는 것도 많다.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표지의 글이 마음에 와닿아서 실행에 옮겨지는 느낌이다. 개정증보판이 나온 이후인 지금이라도 이 책을 알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들을 방외지사(方外之士)라 했지만, 현대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그를 일컬어 방외지사라 한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내 하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 조용헌이 이야기한다. '1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불멸과 자유'. 이는 인류역사를 초월하여 영원한 문제의식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방외지사(方外之士)』의 증보판이다. 두 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자신만의 삶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누리고 있는 방외지사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에서는 13명의 방외지사를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첫 시작은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집에 돌아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세속을 벗어나 명산대천을 순례하는 도꾼들이 방외지사였지만, 지금은 아파트와 매달 나오는 월급, 그리고 조직을 벗어나 사는 사람이라면 가히 방외지사라 부를 수 있겠다.(24쪽)' 공무원 경력 20년을 채우면 그때부터 연금이 나오니, 먹고살 대안은 연금으로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인 그림 그리는 것을 하고 싶어서 귀거래사를 감행한 박태후 씨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이 방외지사를 꿈꾸며 실행할 수 있는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 같이 귀거래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동류와 후배들이 몇 명 있었지만, 막상 20년이 되었어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꿈과 현실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 생활이 미칠 것 같아서 지리산으로 들어온 시인 이원규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유서 깊고 전망 좋은 고택에서 새로운 삶을 누리게 된 강기욱 씨 일가의 이야기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정찬주 작가의 이불재도 마음에 담아보게 된다. 이불재는 자연의 평화로움, 시골생활의 느긋함, 문필가의 서권기 문자향이 어우러진 집이라 전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정 작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그곳 생활을 하고 있다. 생전에 이불재에 자주 오셨던 법정 스님은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의 세 가지 문구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그 세 가지 문구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외지사의 시간은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신화세계 탐구하는 성형외과의 김영균, 공자철학의 좌파적 해석자 주대환 등 어떤 연구를 하는가를 바라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듯 짐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의 부제에서 볼 수 있듯,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의 질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겠구나!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역시 조용헌의 입담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 받은 느낌이 이 책에서도 '역시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한 때는 빵을 정말 좋아했다. 하루 세 끼를 빵으로 채워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빵을 멀리하다보니 직접 먹게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빵을 보면 반갑다. 사실 그동안 맛있게 먹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빵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빵의 지구사라니! 그렇게 새로운 빵은 궁금했으면서도 빵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구나!'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알고 싶어졌다. 이 책 속에 빵의 과거와 현재가 쭉 나열되어 있을거라 생각하니 궁금했다. 빵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빵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니, 그것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빵에 대해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으로 이 책 『빵의 지구사』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빵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쌓기로 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며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 책 『빵의 지구사』에는 예측했던 것 이상의 정보가 있었다. 기대 이상이다. 단순히 빵과 관련된 역사적인 이야기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빵을 직접 만들어 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의 맨 뒤에 실린 레시피 '다양한 빵 요리법'은 특별함이었다. 막연히 상상만 하던 과거의 빵을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마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유물을 실생활에서 이용해보는 듯한 느낌이다. 역사가 살아 숨쉬며 재탄생된다. 제법 상세하게 그 방법이 나왔지만, 나는 못하겠다. 이럴 때에는 오븐이 없다는 핑계가 아주 유용하다. 이 레시피대로 직접 빵을 만드는 사람은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 자료도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사진과 함께 설명을 붙여놓아 책 읽는 내내 기분을 즐겁게 한다. 눈으로 다양한 빵을 먹는 듯한 느낌이고,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기분이다. 빵이라는 것을 소재로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연구를 엮어내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의 뒤에 보니, 『피자의 지구사』『치즈의 지구사』『초콜릿의 지구사』『아이스크림의 지구사』등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와있다. 빵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피자,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역사도 살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나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빵은 그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세상에는 엄청 다양한 종류의 빵이 있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할 다양한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같은 장소라도 과거의 빵과 현재의 빵은 다를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빵에도 과거의 맛과는 다른 역사가 있는 것이다. 윌리엄 루벨의 이야기를 통해 빵의 세계사를 먼저 훑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옛사람들이 먹은 빵은 어떤 감촉과 맛이었을지, 대략적으로 전달해준다. 직접 먹어볼 수는 없어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는 있다.

 

 

 

빵의 세계사를 훑어본 후에 '한국 빵의 역사는'이라는 특집이 나온다. 한국편은 감수자 주영하의 글이다. 1927년 7월 5일자에 '빵 제조법'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조선인이 처음 접한 '서양떡', 식민지 조선에서 빵의 확산 등 빵의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당연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의 빵과 이전의 빵은 달랐다. 또한 지금의 식생활과 옛 시절의 식생활은 달랐을 것이다. 그 시절에 어떤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었는지 이제야 궁금해진다. 그것은 이 책 『빵의 지구사』의 감수자인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를 읽으며 호기심을 채워보아야겠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실린 레시피가 이 책의 가치를 특별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감수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말처럼 진정 '빵 만드는 사람을 위한 역사책'이다. 빵을 좋아한다면 빵의 역사를 알아보자.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빵의 과거를 되살리는 레시피를 활용해보자. 이 책을 통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