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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습관이다 - 생각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는 사람들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펼치면 티베트 속담이 보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불안한 마음이 걱정을 만들고, 한 고비 넘기면 다른 걱정이 자라나는 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가벼운 걱정부터 심각하고 중대한 걱정까지, 일상에 다양한 걱정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면 이 세상에 문제 아닌 것이 없고,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걱정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때로는 큰 일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사소한 걱정에 땅이 꺼지듯 한숨을 내뱉을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이 세상에 꼭 해야만 하는 어마어마한 중대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평양감사도 싫다면 안하는 것이고, 나를 상해가면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이론 일뿐. 감정이 항상 이성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자신의 문제로 닥쳤을 때에는 달라진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에는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나 싶다가도 자신의 문제로 닥쳐왔을 때에는 휘둘리게 된다.
사실 우리 생활에서 크고 작은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누구나 어느 정도의 걱정을 하고,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것이 사람 살이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점점 불어나서 커다란 짐이 되어 현실을 짓누르고 있다면, 곁가지 쳐내고 꾹꾹 압축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책 『걱정도 습관이다』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잔걱정을 정리해보고 멘탈 강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걱정 많은 나'가 '멘탈 강한 나'로 재탄생하기까지 필요한 네 가지 단계가 담겨있다.
1단계 나란 사람 이해하기, 2단계 일상 속의 작은 노력, 3단계 마침내 결단 그리고 결정, 4단계 더 단단한 나를 향해 한 걸음.
이 책을 읽으면서 주변인을 떠올리거나,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내 안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당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송대리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송대리처럼 극단적으로 거절을 못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통쾌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꽤나 많았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다양한 예시와 함께 나름의 해결 방법도 제시해주니 공감도가 높았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펑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앞에 말한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 다룬 것부터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우아하고 기분 좋게 거절하는 법까지 알려주니, 금상첨화! 괜히 께름칙한 느낌으로 제대로 거절을 하지 못하는 나의 어설픈 착한 콤플렉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스트레스를 키우던 나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느낌이다. 속이 후련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씩 길이 보인다.
습관화된 걱정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습관화된 걱정이라도 관리할 수 있다'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주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순간 '이제 걱정 끝!'이라고, 모든 걱정거리가 훌훌 날아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는 한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걱정'일테니 말이다.
인생의 문제란 이렇게 아무리 해결했다고 생각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자라나 있다. 새 휴지를 걸어놓고 안심했지만 이내 휴지가 떨어지듯이 많이 자란 손톱 발톱을 깎고 시원해했는데 어느 순간 손톱 발톱이 길게 자라나 있듯이, 그렇게 인생의 걱정거리도 끊임없이 자라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에서 나쁜 점을 줄이고 좋은 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140쪽)
습관화된 걱정을 관리하는 법은 '하루 10분, 생각 집중 시간 갖기'이다. 저자는 수많은 색깔의 생각들이 합쳐져 뒹구는 머릿속을 오로지 고민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은 의외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루에 10분가량 온전히 고민만 하는 시간을 가진 후 곧바로 그 고민을 지우는 명상에 돌입한다. 생각이 마음처럼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복잡해질 때에는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평범함, 그 안의 다름만으로 충분하다'는 글을 보며, 무언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조금 느슨하게 해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의 평범함을 비하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평범함 속에서 나만의 다름을 조용히 발견하는 것이다. 자아 존중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234쪽)
이 책에서 마음에 든 부분은 이렇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데에 있었다.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다그치며 걱정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