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으로 만나다 - 왜 쓰는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엮음 / 삼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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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60명이 내놓은 180편의 시, 소설가와 평론가가 말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 이 구성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한국 시의 현재를 볼 수 있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한국작가회의 40주년을 맞아 행사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책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시낭독회 행사도 열렸다고 하니, 책 자체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도가 높은 책이 된 것이다.

 

신구新舊를 아우르는 가능한 최대로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에게 1.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2.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3.낭독하기에 좋은 시, 그렇게 세 편을 보내주십사 부탁하여 순서대로 수록하고, 젊은 소설가 젊은 평론가들에게 '왜 쓰는가?' 질문을 공히 던져,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들여다보고 발표된 소설이 그 평론에서 자신의 사후를 확인하는 시간의 방식 대신 소설가와 평론가가 동시에 서로를 들여다 보는 공간의 방식을 선택, 그 답변들을 섞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4쪽)

 

이 책이 어떤 식으로 구성된 것인지 알고 보면 더욱 의미가 있다. 유명한 시인부터 약간은 생소한 작가까지, 한 권의 책에 포괄적으로 어우러져 담겨 있다. 시인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과 대중이 사랑한 시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일반 독자로서 시인의 대표작은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대중이 사랑한 시에서 익숙함을 느끼게 되니, 시인 자신도 그 괴리감을 느끼리라 생각된다. 2014년 현재, 활동하는 시인들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한 권에서 압축해서 만나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책을 매개로 그 해의 대표적인 문학 흐름을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편 소설가, 평론가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 아래 모였다. 얇은 구성의 책이지만, 글을 음미하게 되는 속도는 전혀 다른 책이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꽤나 오래 머뭇거려지고, 내 안에 남는 글귀 또한 다양한 책이었다. 지금 현재 한국 문학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고뇌를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이들의 글을 바라보며 현재 문학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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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
우간린 지음, 임대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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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초년생, 그때의 나는 논어를 읽고 싶었다. 빈 강의실에서 때로는 혼자, 때로는 친구와 함께 논어를 읽고 해석했다. 햇살이 쏟아지는 강의실 한 구석에서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한 것은 논어를 읽는다는 성취감이었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처럼 학문에 뜻을 둔 것(志于學)은 좀 늦었지만, 적어도 마흔이 되면 미혹되지는 않을(不惑)  줄 알았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런 삶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몸소 느끼게 된다. 이제는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게 되리라(知天命)는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그때 나는 상당 부분 공감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많다.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공자가 왜 이런 말씀을 하신걸까 의문이 든 문장도 종종 있었다. 내가 좀더 적극적인 학생으로 내 궁금증을 해소해줄 멘토를 찾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소극적으로 강의만 듣는 학생이 아니라, 수업 후에라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며 의문을 해결하도록 노력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저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일 뿐이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분명 내 성정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는 제목보다는 소재의 독창성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라는 표지의 글에서 공자를 새로이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멘토로 공자를 직접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만에 다시 공자의 가르침을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의 내가 선택했던 방법인 원전강독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이용한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그저 오랜 세월 책 속에서 딱딱한 문장으로만 존재하던 공자의 가르침이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재탄생된다. 공자는 생생하게 내 앞에 살아 움직이는 스승으로 존재한다.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시대에도 걸맞는 가르침을 전달해주는 느낌이다. 지금 현재, 이들과 함께 사회적 이슈를 생각해본다. 주변 사람들의 방식에 의문을 가져본다. 그러면서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된다.

 

급작스럽게 어떤 상황에 처해질 때, 남의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으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때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 상황에 직접 처하지 않으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은 해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 던져질 때 이런 의문을 갖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이 책은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으로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준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일 때 이들의 답변에 어떤 헛점이 있는지, 왜 스승님은 이런 질문을 하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또한 자공의 마음이 되어 그같은 상황에 대해 해석해본다.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좀더 생각하고, 좀더 깨어있기를 원하지만, 때로는 무의미하게 그냥 끌려다니며 살아가는 것도 인생이다. 이 책은 그런 삶에 도끼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내 생각의 틀을 깨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삶에도 현장감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등대가 되고, 생각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게 되는 책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독특한 방식으로 읽어보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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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
김환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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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힘든 시대다. 너도나도 소통과 공감을 외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자기 얘기만 하고, 자신의 고통만이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인 듯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이야기한다. "공감의 중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정작 공감을 실천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다. 사랑하라고 외치는 이는 많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7쪽_지은이의 말)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다만 일상생활에서 공감을 구현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고 그것을 몸에 밸 때까지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내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 나에게 닥친 문제,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는 공감 연습을 할 기회를 점점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이다. 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꾸준히 연습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생활 속에서 공감을 실천할 수 있음을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공감 연습의 필요성과 공감 연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환. 심리상담 분야를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은 정통파 심리상담 전문가이자 공감 대화 전문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경험했던 일을 보게 되니 속이 후련하다. 가족과의 문제 중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생각만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해할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일상 속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 책에서는 공감을 일상 대화에 적용해 공감적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중시한다. 부부, 자녀, 형제, 동료, 친구 사이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한다. 가까워서 소홀히 하기 쉬운 가족은 물론 친구와 동료 사이에서도 공감 연습을 하기를 권한다.

 

 

다른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특히 나의 시선을 끈 것은 Part 2 제대로 공감하기였다.

 

"의사 소통이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_조지 버나드 쇼

 

이 책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공감하기 위한 방법을 짚어준다. 공감했으면 공감받는 느낌을 전하고, 공감한 바를 명료하게 전달하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특히 공감적 대화의 기본은 선택적 경청이라는 것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때로는 대화하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죄다 들어야하나 생각될 때가 있다. 관심없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모든 말과 행동에 주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경청의 관건은 특별히 중요한 부분을 찾아내 듣는 선택적 경청이다." 경청을 어떻게 해야할지,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조언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일상 속 상황을 떠올리며 삶의 방향을 잡아본다.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한 만큼 배려해줄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관찰을 실천하라."

_테레사 수녀

 

이 책을 읽고 보니, 일상 속 연습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이 책 자체에도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가깝다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 연습을 통해 함께 행복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제대로 공감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표지의 말이 강하게 마음 속에 들어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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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티타임
노시은 지음 / 마카롱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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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마시는 시간,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나에게 티타임은 분위기를 마시고 시간을 즐기는 의식같은 것이다. 보글보글 끓는 물을 찻잔에 붓고 우려내는 시간동안 기다리고, 또다시 적당히 식을 때까지 시간을 보낸 후에야 그 맛을 느끼게 된다. 차 한 잔을 떠올리는 시간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 『언제라도 티타임』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차를 맛보는 시간, 세상 이야기를 함께 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인쇄가 잘못된 줄 알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1부와 2부가 거꾸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읽다보니 1부부터 제대로 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책을 거꾸로 들어 2부를 읽어나갔다. 좀더 친절하게 책날개에 '여기가 앞면입니다' 혹은 '2부는 책을 거꾸로 들고 읽어주세요.'라는 안내가 있었으면 당황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시도가 신선하기는 했는데, 책을 순서대로 들추는 입장에서는 조금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을 제외하면, 차를 마시는 따뜻한 시간을 떠올리게 되어 좋은 책이었다. 1부에서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시작으로 말차, 모로칸 민트 티, 용정차, 얼그레이 등을 다룬다. 간단한 에세이를 들려주며 그 차에 얽힌 개인 경험을 이야기하고, 뒤에는 Tea story와 그 차를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물을 끓인 다음에 팔팔 끓는 물에 바로 우리는 게 나은지, 잠시 식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게 나은지 헷갈린다면, 이 책에서 차에 관한 지식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국가 공인 국제 티 마스터, 티 큐레이터인데, '세상의 모든 차를 맛보는 그날까지 여행을 계속할 생각이다'라는 자기 소개가 인상적이다.

 

 

 

2부에서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그곳에서 있었던 티타임에 대한 글을 담았다. 차에 중점을 두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에피소드를 묶어냈기에 이 책을 읽으며 간접 여행을 체험하고 머릿속에 차 한 잔을 떠올려보게 된다. 상상 속의 차는 어떤 맛일까, 내가 생각하는 그 맛이 맞을까? 되도록 많은 차 맛을 보긴 했지만, 기억에 희미한 것도 많기에 애써 떠올려보지만 생각같지가 않다. 이 책을 보며 잊고 있던 차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생생하게 떠오르는 때에는 나도 모르게 환호를 하게 된다.

 

의외인 것은 저자가 인도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이었다. 그곳에 가서 짜이를 직접 맛본다면 곧바로 중독될텐데, 일회용 도자기 잔에 맛보게 되는 짜이 맛이 일품인데, 왜 아직 그곳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까워진다. 다르질링의 차밭과 그곳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직접 경험해보라고 강권하고 싶다. 아마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리라 짐작된다.

 

이 책으로 다양한 차를 맛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상상 속에서, 그리움의 시간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기억조차 희미한 맛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도 한다. 내일은 믹스커피대신 홍차를 우려내 밀크티를 만들어먹어야겠다. 추억을 되살리는 차 한 잔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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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 박정희 vs 마오쩌둥 - 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박형기 지음 / 알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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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라는 표지의 글에 숨이 턱 막힌다. "그래도 박정희 시대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거야."라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울분을 꾹 삼킨 채 말없이 앉아있는 시간을 떠올린다. 사실 내가 할 말은 없다. 나는 그 시절을 살지 않았고, 그래서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넌 그때를 몰라. 네가 뭘 알겠어?"라는 답변이 올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동안 산업화 세력은 박정희를 미화해 왔고, 산업화 세력으로부터 탄압을 던 민주화 세력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업적을 애써 무시해왔다. 이에 따라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진영 논리의 틀에 갇혀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국제적 시각으로 박정희를 재평가해 보는 것이 박정희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중립적 서술을 하려 노력했고, 한국의 시각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 힘썼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11쪽)

 

 

생각해보니 박정희에 대해 너무 모르기는 모른다. 정치분야에 애써 관심을 멀리하게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에 대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듣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은 2013년의 일이었는데, 이처럼 놀랄 일이 지금 현재 진행중인 셈이구나.

2013년 11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일. 박정희의 고향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남유진 구미 시장은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5쪽)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박정희가 반신반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 책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박정희 각각의 집권 과정, 집권 후 독재화 과정 등 테마별로 나누어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을 함께 아우르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하는 식의 구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와 시선을 끌었다. 그들의 권력유형은 어떤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지, 이 책에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술해놓아서 도움이 되었다. 한 명 한 명 따로 따로 흘러간 역사를 오랜 시간 투자해서 정리하지 않으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넓은 시각으로 독재자로 알려진 사람들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역사를 한 권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 지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위한 초석이 된다.

 

아무래도 정치적 인물의 역사에 대한 책이기에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과거를 알지 못하고 어찌 미래를 꿈꾸겠는가. 알기에 버거워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지난 시간일 것이다. 박정희는 혈서를 써가면서까지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협력했고,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정권을 잡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유신이라는 제2의 쿠데타를 일으켰다. 낱낱이 밝히며 들려주는 이 책에 가슴 한 켠이 무겁게 드리워진다. 경제발전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정당성이 없는 집권과정, 민족의 자존심도 바닥으로 내리 깔아버린 모습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하는 것일까.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지만, 이렇게도 아쉬워지는 것은 왜일까?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잘 살게 해준 덩샤오핑보다, 굶주리게 했지만 체면을 살려준 마오쩌둥을 압도적으로 더 좋아한다. 그들 말대로 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331쪽_에필로그)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시절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고, 그래야 앞으로의 미래가 과거와 현재보다는 사람이 살만한 시절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접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포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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