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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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도

여느때와 같은 밤이었지.

다만 죽어간다는 것, 죽음 이외에는.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달라졌도다.

 

-에밀리 디킨슨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 중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189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옛날 집을 임대한 친구덕분에 모린 제닝스는 집을 둘러보며 과거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었고, 하인과 부자들의 대비된 그 시대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첫 소설인 "죽음 이외에는"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머독 형사는 뛰어난 영웅도 아니고, 오히려 그 자신도 복잡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삶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급차이가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더욱 열심히 그들의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보기 드문 형사로 탄생하였다.

 

 

소설은 어느 소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어여쁘고 앳된 소녀, 14~16세 정도로밖에 추정이 안되는 어느 소녀가 추운 겨울날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다. 직접적인 외상이나 살해의 흔적이 보이진 않았지만, 부검 결과 임신한 상태였고, 많은 아편을 강제로 주입받은 흔적이 나타났다. 그래서 너무 추웠던 그 밤 거리에서 동사를 한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신원을 알 수 없었던 가련한 소녀의 죽음.

머독 형사는 소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소녀가 어느 의사집의 하녀였음이 밝혀지고, 그녀의 살인 사건이 부유층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면서 상관의 압력이 은근히 작용하기 시작한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우리 서가 다른 경찰서보다 더 낫지는 못할망정 비슷하게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네. 빨리 사건을 해결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괜한 사람 심기는 긁지 말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

111p

 

소녀의 정체를 밝혀 내기 전에 소녀의 옷을 훔쳐갔던 사람들부터 알아내기 시작하는 머독.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의심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죽은 소녀 테레즈가 지냈던 로즈 저택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더욱 수상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  어린 소녀를 임신시키고, 죽음까지 이르게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 것인가?

 

머독은 난로 장식 위에 달아 놓은 검은 상장과 조문의 의미로 그림 둘레에 묶어 놓은 검은 리본을 보았다.

순간 분노가 솟구쳤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뭔가 숨기고 있다.

머독은 그 비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기다렸다.

255p

 

소녀를 어린 시절 자신의 친구에 이입시켜 너무나 예뻐했던 로즈 부인, 의사 남편이지만 부인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고 부인에게는 어쩐지 유난히 쩔쩔매는 남편 로즈 박사, 잘 생기고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수상한 의대생 아들 오언, 부인에게 사랑받는 테레즈를 질투했던 의뭉스러운 하녀 이디스, 그리고 자꾸 머독을 보면 당황하고 뭔가 많이 수상한 집사, 죽은 소녀 또래이자 어눌해보이고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마굿간지기 조, 사건 당일 방문했던 오언의 약혼녀 해리엇과 그녀의 아버지 셰프컷 의원.

 

  머독은 아편과 임신, 이 두가지가 왜 필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만 하는지 합당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테레즈를 유혹한 자를 모른다는건 마음에 거슬렸다. 마치 퍼즐 맞추기의 시작이나 비슷했다. 모서리 조각을 맞춰야 거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머독은 혼자 씩 웃었다. 그는 어떤 그림을 맞추려고 하는지 , 심지어 자기가 가진 조각들이 같은 그림을 맞추기 위한 조각들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232p

 

머독이 하나하나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드러나는 동안,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일부터 또 현재 진행중인 일까지 단편 단편 서술됨으로써 (그 일을 꾸미고 진행시킨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채.. ) 범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창녀, 도둑 등과 어울려 사는 가난한 서민들의 골목, 그리고 바로 그 옆에는 그와는 아주 대비되는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만 사는 골목.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부유층의 하녀로 일하던 소녀의 죽음이 가져온 파란.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드러난 많은 인간 군상들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은 아, 이래서 이런거구나 하고 새로이 짜여지는 퍼즐 조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종교적 갈등의 문제서부터 계층 간의 차이와 갈등이 드러나는 문제점까지 모두 포용하고 있는 그 시대의 문제점을 사건에 그대로 녹여낸 소설.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이 책을 시초로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가 총 7권까지 나오고,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제작되는 등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린 제닝스. 앤서니 상과 아서 앨리스 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첫 작품으로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준 그녀의 작품은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새로이 만나게 될 머독 시리즈를 기대해보면서 이 책과 모린제닝스와의 첫 만남이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죽음 이외에는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무서운 묘사는 드문 편이라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추리소설이 재미있으면서도 다른 책들에서 보이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자꾸만 머릿속에 각인되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 진정한 재미를 흐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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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탈것 - 베이비 퍼즐 그림책
김정애 그림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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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이 아이들 두뇌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집중력을 키우는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진작에 퍼즐 몇가지를 사서 들여놨었다. 너무 일찍 사서 그런지 아기가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사실 내가 보기에도 아직 어린 아기에게는 피스가 너무 많아서 그냥 완성된것을 흩어놓기에만 급급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짝없는 퍼졸을 만들고 나니 나중에 잘 맞출때 꺼내주자는 생각에 이미 몇개는 짝을 잃은 그 동물 퍼즐을 그냥 아기 손이 안 닿는 곳에 숨겨두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우리 아기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부릉부릉 탈것 아기 퍼즐 책을 발견했다.

사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기존 스티커북이나 보들북 동요 시리즈 등에 열광하는 아기를 보며 퍼즐도 아기 눈높이에 맞춰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준 퍼즐은 오래 갖고 놀라고 (아기 난이도는 생각도 않고 피스가 다소 많은 것으로 구입을 했는데..) 이 퍼즐 책은 2피스부터 시작하여 16피스의 퍼즐까지 순차적으로 다섯개의 퍼즐이 <책> 안에 들어 있는 구조였다. 따로 퍼즐판으로만 되어 있는 것을 보다가 책으로 된 것을 보는 것도 새로웠고, 아기 눈 높이에 맞는 단계, 게다가 요즘 우리 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기는 만 22개월) 굴착기 등의 자동차들이 가득 그려져 있는 책이어서 아들이 요즘 본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도착한 바로 그 날부터 말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이 책을 들고 와서 맨 뒤 페이지의 여러 차들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물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아기 특유의 외계어로 물음표를 그리는것이긴 하지만, 엄마 귀에는 다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서 들린다. 또 퍼즐을 늘어놓고, 자기도 맞추려고 애를 쓰고 퍼즐 조각이 맞아 들어가면 기뻐서 박수도 치고.. 그런 성취감을 느끼는 아들을 보며 엄마도 같이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언젠가부터 뭐 새로운 장난감이나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가족들에게 자랑하고싶어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해서.. 할머니에게 자랑하러 갈까? 했더니..갑자기 책을 보다 말고 전화기를 들어 통화하는 시늉까지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늑장부리기 일쑤인 아들이 이 책을 조용히 내 가방에 넣어서 짐을 꾸려도 아무 말없이 잘 따라나오는 걸 보니 정말로 할머니께 얼른 자랑하러 가고 싶었나보다.


외가에 가서도 이 책을 들고 식구들에게 모두 자랑하고, 어느 장난감 못지않게 재미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장난감이고 책이고 다 적당한 시기가 있는 것이니, 그것에 맞추어서 아들에게 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도 이 책을 보더니 그림이 너무 예쁘다고 조카가 좋아할만 하겠다며 칭찬해주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굴착기는 특별히 가장 아끼는 페이지로 이 페이지만 열면은 얼른 색연필을 찾아 그림을 그려달라고까지 한다.

정말 열혈 굴착기 매니아가 되어가고 있는 아들이다.

안 그래도 굴착기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각종 굴착기 책들을 사주고 있었는데, 주로 사진으로 된 책들이다 보니 이 책의 적당한 그림과 퍼즐이 더욱 마음에 들었나보다. 엄마인 나도 아기와 함께맞추는 퍼즐 시간이 재미나고 즐거웠으니.. 아기도 오랜만에 잘 놀아주는 엄마 덕에 신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퍼즐 밑에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이 그 그림을 보고 퍼즐 조각을 끼워넣으면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 옆에는 퍼즐과 비슷한 종류의 차들 그림이 나와 있어서 각종 차 이름을 알기에도 좋게 되어 있고, 맨 마지막 장에는 다양한 차들의 그림과 이름이 나와 있어서 아이들이 특히나 더 좋아하는 페이지가 되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차들과 비교하며 같은 차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그 차를 덥썩 집어 오는 아들. 차 이름 공부도 하고, 퍼즐도 재미나게 맞출수 있는 책.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번 빠진 퍼즐이 자꾸 쏟아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다른 퍼즐책들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겠지만 말이다.



아이의 완소 책이 되어버린 부릉부릉 탈것.

마음 같아서는 9월 여행때도 들고 가고 싶은 대박북이지만 퍼즐이다보니 멀리 가서 피스 몇개를 잃어버리고 오면 아들이 너무나 서운해할것같아서 이 책은 여행가기 전과 후에 더욱 즐기는 책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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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포 2
라파엘 아발로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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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적에 그저 재미로만 보던 영화들을 보면서 문득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떠했을까? 생각하며 아찔해졌던 기억이 나곤 한다. 각종 목숨이 걸린 시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소림사 영화라던지, 인디애나 존스 같은 모험 영화들을 보면서 나라면 제 시간 안에 아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거라며 패배자의 좌절을 미리 맛보곤 하였던 것이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을 무조건 어렵게만 여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제 시간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나도 모르게 패닉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림포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얻은 돌로부터 생겨난 지혜에 있기도 하지만,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본인의 바른 의지에 달려있기도 하다.

 

그림포라는 시골 소년이 우연히 철학자의 돌을 손에 넣은 후 돌로부터 영감을 얻어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혜를 갖게 되어 아무리 어려운 책도 척척 읽어내고, 배우지 않은 문자와 언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힘이 아닌 머리의 재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다른 많은 환타지나 무협소설들의 영웅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이룬다. 이 소설이 스페인의 변호사가 작가가 되어 쓴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인간의 지적인 재능을 높게 사는 일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힘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어느날 떠돌이 좀도둑 덜립과 같이 다니던 시골 소년 그림포는 기사의 시체를 발견하고 시체로부터 고귀한 보물들과 함께 정체모를 서신과 이상한 돌 하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시체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돌을 얻은 소년은 서신에 적혀 있는 처음 보는 글자들임에도 자연스럽게  읽어내리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 서신을 마저 전달하는 역할을 자신이 대신하는 것이 큰 모험이 될 것임을 짐작하면서도 마음과 돌이 행하라는 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먼저 수도원에 들어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우연한 계기로 그 곳의 리날도 수도사로부터 자신이 가진 신비한 돌에 대한 많은 정보와 세상의 많은 지식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고, 책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마치 다른 소설들, 특히 무협지 등의 소설에서는 우연히 어느 거사를 만나 신비한 힘과 새로운 무공을 전수받듯이.. 소년은 수도원에서 많은 학식을 쌓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단시간내에 말이다.

 

뛰어난 능력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소년이 얻게 된 그 철학자의 돌을 누구나 탐낼런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연금술사들이 탐내는 보물이기도 한 그 돌이 비금속을 고귀한 금으로도 바꿀수 있어 재물에 욕심이 많은 자도 노리는 것이라 하였으나 진정한 돌의 능력은 바로 뛰어난 지혜를 주는데 있었다. 돌을 지닌 많은 과거의 인물중에 뛰어난 현자들이 많았음을 예로 들어 그들의 능력이 바로 하늘에서 주신 것일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었다.

 

진정한 연금술사는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이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법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연금술사는 언제나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안에 살고 있는 훌륭하고 지혜로운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1권 145 p

 

그림포가 가진 이 돌을 노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소년은 신중해야했다. 그리고 좋은 이들을 만나 소년의 모험에 동행이 되어 준다. 사실 그들 역시 숨겨진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덜립은 처음부터 소년과 모험을 같이 할 운명이 아니었고, 수도원에서 공부를 마친 소년은 우연히(?) 기사 살리에티를 만나 그의 사환이 되어 목적지인 스트라스부르로 가기로 하였다.

 

프랑스 국왕과 교황이 템플 기사단의 도움을 얻고 나서는 그들의 재산이 탐이 나서 모든 템플 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 사형에 처하고, 그들의 재산을 압수하고 보물로 알려진 철학자의 돌과 현자의 비밀을 얻기 위해 전쟁도 서슴지 않고 많은 이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그림포 또한 자신의 돌을 숨기고, 돌의 정체와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원을 이루는 여덟개의 성 가운데 자리잡은 요새에 아홉 기사가 발견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아홉명의 기사와 아홉개의 난공불락의 성 !  

 1권 239p

 

소년과 살리에티, 그리고 그들의 모험이 이어지는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웨이에넬, 이 세 사람이 최종적인 모험단이 되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열쇠를 풀어나가는 이야기, 그 뒤에는 그들의 돌을 노리고, 비밀의 재물을 얻으려는 사악한 이들의 공격이 있기에 더욱 긴박하게 행보를 걸어야 했던 이들이었다.

 

이미 돌은 수중에 있었는데, 그림포가 알지 못했던 현자의 비밀이란 무엇이었을까? 책의 거의 말미에 드러난 그것은 책을 읽는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활을 잘 쏘는 재주가 있던 그림포긴 했지만, 무술이나 뛰어난 힘을 갖지 않고서도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였다.

 

돌에 얽힌 비밀과 하나하나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그림포의 활약, 그 중에서도 가장 감탄사가 나온 것은 바로 샤르트르를 맞췄을때의 일이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소년의 손에 쥐어지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그 철학자의 돌이 현세에도 어느 뛰어난 과학자나 철학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 건 아닌가? 유달리 뛰어난 선견지명을 지닌 과학자가 있으면 한번 의심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즐거운 상상도 해보았다.

 

우리에게는 이 철학자의 돌이 없지만, 적어도 상상을 하는 힘과 흥미를 갖고 노력할 수 있는 그 도전 정신은 남아 있다. 그림포처럼 우연히 얻은 돌로 천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다르다는 사명감으로,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전이 되어 노력을 하면 적어도 그림포처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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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족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 - World 100 100배 즐기기
아쿠아(한혜원, 박진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품절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여행을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기 두 돌이 되어가는 올해에는 꼭 가까운 어디라도 다녀오고픈 마음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비행 시간이 짧은 일본이 그 첫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중한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신랑이 도저히 도쿄에 가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여행은 못하겠다고 하여 (게다가 어린 아기와 함께 그렇게 돌아다니기는 더욱 무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 그러면 동남아 휴양지를 가서 푹 쉬다 오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급하게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사실 동남아 휴양지 하면 흔히 발리와 태국이 떠오르곤 했는데, 두 곳 모두 다녀오긴 했지만 발리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었고, 태국은 최근에 치안이 불안정해서 관광지로는 좋은 선택이 아닐듯 싶었다. 얼마전에 태국을 다녀오신 신랑의 교수님이 탱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실 정도였다니.. 절대 못갈 선택

그럼 어디를 갈 것인가, 필리핀, 말레이시다, 싱가폴.. 아무래도 그 중에서 가장 끌리는 곳이 말레이시아였다.



아기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배낭여행처럼 고단한 일정이나 숙소로 다닐 수는 없었다. 최고의 럭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기가 덜 피곤하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정말 이번 바캉스를 위해 절대적으로 도움을 얻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정말 분노의 검색질로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최고의 정보를 얻었노라 자신했겠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시간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에 그렇게 많이 매달려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하는 책 그것도 내가 여행안내서로 가장 좋아하는 100배 즐기기에서 정보를 얻기로 했는데, 말레이시아가 또 관광지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서 어디를 가야하나 막연하였다.


어쩐지 많이 들어본 랑카위와 코타키나발루 가운데서 고민을 하다가, 랑카위는 콸라룸푸르까지 6시간 비행후 다시 한시간 비행해서 들어가고, 코타키나발루는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다섯시간만에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아기와 하는 여행이니 당연히 후자쪽을 선택하고, 리조트 역시 이 책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수트라 하버 리조트의 마젤란으로 숙소를 정하였다.


책에 나온 아쿠아라는 유명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 아쿠아 인들이 추천한 제일 가보고 싶은 말레이시아 여행지도 코타키나발루였다~! 아, 내가 결정을 잘했구나.


책에서 어느 정도 아웃라인을 잡고서 검색을 들어가니 훨씬 시간이 단축되고 간편하였다. 무조건 검색에만 의존할때는 여기저기 삼천포로 빠질 때도 많았고, 또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큰 줄기를 정한 후에 검색을 해보니 내가 한 선택이 우리 가족을 위해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책속에서도 리조트 내에서만 쉬고 싶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강추하는 리조트라고 되어 있었고, 자유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강점인 것이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리조트가 있고, 또 시내까지도 차로 5분이면 나갈 수 있는데다 무료 셔틀 버스가 매 시간별로 시내 곳곳의 쇼핑센터에 데려다주는 곳이었다. 수영장도 총 5개나 되는 거대한 리조트 단지. 내가 찾던 그런 곳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막연히 정할때는 몰랐는데 여행에서 내가 최고로 중요하게 치는 맛집들도 정말 풍성하게 많은 곳이 말레이시아였다. 여러 문화가 합쳐져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되었고, 특히나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서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대부분 음식이 맛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도 대표 맛집 몇군데는 당연히 알아가야겠지? 내가 묵을 수트라 하버에서도 실크 가든이라는 레스토랑의 딤섬 부페가 무척 유명하다던데..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입모아 추천하는 곳도 그곳이었다.


사실 신랑과 아기의 컨디션만 좋다면, 책에 나온 맛집들을 고루고루 다 찾아다녀보고, 또 쇼핑센터에도 들러서 추천된대로 알리커피와 예쁘고 저렴한 구두들도 사고 싶은 마음인데.. 둘다 혹은 한명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정말 리조트에만 방콕하다가 올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책을 찾아서 여행 정보를 이렇게 쏠쏠히 얻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책이 있어도 인터넷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이제는 나의 검색 패턴도 좀더 실속있는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화려한 관광을 기대하기 보다 그저 편안한 휴식을 찾아 떠나는 이번 여행.

황홀하게 아름답다는 선셋을 구경하고, 아이와 처음으로 수영장에서도 놀아보고 (예전에는 호텔에서 머물면서도 엄마 아빠가 수영장을 이용하기가 싫어서 아기에게 물놀이를 시켜준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정말 맘먹고 계획하였다.) , 맛있다는 각종 음식들도 실컷 먹어보고..



그렇게 재미나게 다녀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어쩌면 이번 여행 후에 나는 또다시 말레이시아 여행을 꿈꾸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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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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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 메디치, 올리버 크롬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라나발로나 여왕, 카이저 빌헬름 2세, 블라디미르 레닌, 아돌프 히틀러, 요제프 스탈린, 베니토 무솔리니, 마오쩌둥, 이디아민 다다, 폴 포트. 363p

 

 이들 중 귀에 익은 사람이 몇사람이나 되는가? 또한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등의 이름을 듣고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폴레옹의 이름이 끼어 있는 것은 뜻밖이었다.

 

이들은 각자 자기 차례가 되면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었다. 도덕규범에 도전하는 자들, 문명의 나무를 흔드는 자들, 코퍼스 말레피쿠스의 선천적 신봉자들은 스스로 만든 강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코퍼스 말레피쿠스의 목적을 충족했다. 363p

 

게다가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이가 나폴레옹이었다 함은 정말 더욱 충격적이었다.

항상 나폴레옹하면 위대한 업적을 가진 위인으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절대적인 악을 희석해서 불완전하게 바꾸어야 사탄을 막을 수 있다. 나폴레옹과 아돌프 히틀러라는 두 명의 옛 적 그리스도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위대한 자'는 세계가 악마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 신이 특별히 계획한 존재들이다. 적그리스도들은 악마의 목적과 유사하게 행동하면서 그를 진정시키지만, 실제로는 악마가 안일하게 만족하는 상태에 머무르게 만든다.

 

우리는 아무것에나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것에 반대하지.

188p



 

노스트라다무스. 그의 무수한 예언을 미처 다 알지 못했기에 1999년에 막연히 듣게 된 그의 종말론은 무서우면서도 사실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그런 허상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해에 종말은 일어나지 않았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이야기는 다시 묻혀지는 듯 했다. 그때 반짝 접했던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기억에 크게 남는 이야기는 더이상 없었다. 과거의 이야기(그가 예언할 시기에는 미래의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맞췄다 한들..앞으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맞힐지를 몰랐기 때문에..

 

이 책은 세계적인 노스트라다무스 연구가인 마리오 리딩의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듯 긴박하게 풀어나가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가 모은 방대한 자료가 뒷받침되어 우리 눈앞에 정말 보이듯 펼쳐지는 것 같았다.

 


 

노스트라다무스는 100편의 사행시당 1세기씩 다루어 총 10세기를 예언하는 1000편의 사행시를 썼고, 그중 942편만이 남아있다. 나머지 58편은 행방불명이고, 오늘날까지 단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8p



 

그 행방불명된 예언이 이 책의 주된 골자이다. 아무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예언을 추적하는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가.

 

바벨이라는 이름의 집시가 사라진 예언시를 갖고 있다면서 내건 신문 광고를 보고, 두 명의 사람이 접근을 한다. 한명은 기형적으로 응고된 흉안을 지닌 에이커 베일이었고, 그 흉안을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았던 바벨은 본능적인 직감으로 그를 피해 다음의 손님을 만나러 간다. 그 한명은 애덤 사비르로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글을 쓰는 미국인 작가였다. 바벨은 애덤을 만나자마자 유리잔을 손으로 깨트리고, 피묻은 손으로 사비르의 손을 잡고, 사비르의 손 역시 피를 보게 한후에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사라진 바벨은 곧 살해되었다.

 

애덤 사비르는 바벨의 말대로 사모아, 크리스라는 두 단어만 기억한채 그를 범인으로 오해하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바벨의 여동생 욜라를 만나게 된다. 욜라와 알렉시, 그리고 사비르가 예언시를 찾아 추적을 하는 동안 정말 소름끼치게 무서운 에이커 베일이 그들 뒤를 쫓게 되었다. 에이커 베일의 냉혹함과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에이커 베일을 통해 드러나는 코퍼스 말레피쿠스의 정체. 그리고 예언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집시 부족들의 언어와 습관등에 대한 아주 자세한 묘사. 마리오 리딩은 집시에 대한 모든 전설과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을 하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해서도 무지했지만, 집시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하였기에 책속에 나오는 자세한 집시의 이야기는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저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랑인, 혹은 좀도둑들의 집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었고, 그들만의 문화 속에 녹아들었다고 하는 예언시의 존재는 그들을 더욱 신비한 존재로 부각시켜주는 듯 하였다.특히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미국인 작가 사비르의 변화는 집시들을 통해 평범한 인간, 가조 (집시가 집시 아닌 사람들을 낮추어 부르는말)가 집시와 제대로 융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또한 집시 여성임에도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는 욜라의 지혜도 놀라운 안목의 소유자임을 뒷받침해주었다. 소설의 재미를 높여줄 멋진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에이커 베일의 무서운 이야기들을 중화시켜주는 듯 하였다.

 사비르와 베일, 그리고 그를 쫓는 형사 칼크까지 사실은 삼자의 대결 구도였지만, 실제로 긴박한 대결 구도로 집중되는 건 사비르와 베일의 관계였다.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예언시, 그 시를 찾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고 쫓고 쫓기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재앙은 예고되었다.

물론, 그것을 막는 방법도!"

 

충격적인 진실을 담은채, 역사속으로 사라진 예언,

지금, 지키는 자와 파괴하는 자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된다.

 

이 책의 화려한 문구만큼이나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중간중간 잔인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그 다음 장에 대한 궁금증.. 특히나 마지막에서 예언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진행될 것이고, 공개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잔인한 장면도 참고 견디게 해주었다.

과장된 영웅은 없지만, 무서운 악인은 존재하는 소설, 하지만 그 무서운 악인이 어쩌면 실제로 있을 법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두려움이 커지는 그런 소설이었으나 정말 재미는 있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노스트라다무스의 남은 예언시를 찾아 마리오 리딩의 예언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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