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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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선생?"
"꼭 한번 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한명의 여자."11p
 
기욤뮈소의 글 속에는 언제나 평생을 통틀어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연인이 (부부가) 있다. 그 사랑이 너무나 숭고하고 아름다워서 읽는 사람이 다 가슴이 시릴 정도다. 아쉬운 것은 그 엄청나게 빛나는 사랑에 걸림돌이 있다는 것. 삶과 죽음 혹은 그에 버금가는 문제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지곤 한다.
 
현실과 환상 세계를 오가며 사랑을 갈망하는 이야기. 책 한권의 길이가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기욤뮈소의 책은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60세의 의사 엘리엇은 캄보디아 구호활동을 나섰다가 귀환해야할 시점에서 세살도 안된 어린 아기의 입술 기형(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진 기형으로 평생 유동식만 먹어야하고 말도 못할)을 보고, 귀향을 늦추고 아기를 수술해주기로 결심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아이의 얼굴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아이의 할아버지였던 마을의 촌장이 다가와 아주 묘한 말을 걸었다.
 
30년전에 죽은.. 그렇지만, 평생을 잊지 못하는 사랑 일리나.
그녀를 보고 싶다는 마음 속 비밀을 털어놓았던 엘리엇. 그러자 노인은 알약 열개가 든 병을 내주었다.
 
알약을 먹고 잠이 들자, 엘리엇은 30년 전의 자기 자신 앞에 서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실 앞에 두 엘리엇 모두 놀라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 엘리엇은 현재의 물건을 가져갈 수도 있고, 과거의 사람과 말을 할 수도 있다. 즉,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두 엘리엇 모두 신중을 기하고나서야 비로소 사실로 인정하게 되었다.
 
현재의 엘리엇은 성공한 외과의사로 일리나가 죽고 난 후 10년이 지나 어느 여의사와의 하룻밤을 통해 딸 앤지를 얻게 되었다. 여자 의사가 자녀양육을 포기해서, 혼자서 앤지를 캐워온 엘리엇은 삶의 방향을 잃고 살아오다가 앤지를 통해 비로소 또 하나의 삶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평생을 담배를 피워오다보니 그는 현재 폐암 말기. 더이상 손쓸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다시 과거의 엘리엇. 그는 수의사인 사랑하는 연인 일리나와 각자의 일을 위해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삶을 선택해 살고 있다. 그리고 가끔 만나는 그 꿀맛같은 행복에 아쉬워하지만, 결혼해 같이 살고 아이를 낳는 일은 두렵다. 병원에서 아픈 아이를 보고 오열하는 부모들을 보며 더욱 그 생각이 굳어지고, 그 밑바탕에는 가정 폭력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그는 사랑하는 일리나와의 아기도 생각하기 힘들었다. 자신 가정의 상처가 있었기에..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엘리엇은 나비효과의 파장을 생각하니 과거의 일을 되돌리기가 무서워졌다. 게다가 너무나 사랑하는 일리나를 구하고 같이 살고 싶었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타인과의 사이에서 난 딸 앤지는 미래에 없는 사람이 된다.
 
일리나를 살리려면 앤지를 포기해야만했다. 절대로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175p
 
현재의 엘리엇이 고민하는 사이, 과거의 엘리엇은 보지도 않은 딸 앤지에 대한 애정이 없기에 현재의 엘리엇을 선택한다. 다른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다른 아이? 자네는 딸을 낳아보지 않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나에게 다른 아이는 앤지와 같을 수 없어. 나는 오로지 앤지만을 원한다네. 그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아! 앤지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네." 190p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들을 낳기 전에는 말이다.
아이란 또 낳을 수 있지만, 부모, 그리고 남편은 단 한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또다른 아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의 나에게는 안방에서 예쁘게 잠들어있는 우리 아들만이 진정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오로지 앤지만을 원한다는 엘리엇의 절규를 나는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너무나 사랑하는 두 여인 사이에서 고뇌해야하는 엘리엇의 고민이 너무나 가슴시리게 아팠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알약을 준다면..?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하고 묻는 다면..?
책을 읽으며 잠깐 아주 잠깐 고민해봤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와 남편과의 행복이 있으니, 예전에 생각했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게 해서 나의 현재가 바뀐다면.. 지금의 아이를 만날 수가 없다면.. 이라고 가정해보기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지금 이대로 행복하게 살겠어요. -러브캣
 
알약 열 알의 과거여행이 가져다준 현재의 놀라운 변화.
일리나와 앤지,30살의 엘리엇과 60살의 엘리엇, 그리고 엘리엇과 일리나의 절친한 친구였던 매트 그들이 그물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시공간의 실타래를 기욤뮈소님이 어떻게 놀랍게 풀어내는 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만이 얻게 되는 해답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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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심리테스트 세트 - 전5권 마법의 심리테스트
나카지마 마스미 지음, 이희정 외 옮김 / 이젠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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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라..

학창 시절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심리테스트를 무척이나 좋아라했다. 대부분은 외워서 할 정도의 아주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미래를 점쳐보거나 간단히 심리를 테스트 하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심리테스트에 열을 올렸던 때가 있던게 기억난다. 오죽 좋아했으면, 별자리 심리테스트였나? 그런 관련된 책을 산 적도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만화 그림이 빼곡한, 마치 만화 잡지의 부록 같은 그런 책이었다. 그때가 중학교때던가 그래서, 유치한 그림이 다소 창피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맞춰보는 건 여전히 재미난 경험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전갈자리에 태어난 사람은 사행심리가 높아서, 잡지를 보아도 별자리 운세를 먼저 살펴보고 친구들과 그런거 맞춰보기를좋아한다더니만,정말 내가 그러는 것 같았다. 사실 내 주위 전갈자리 친구 몇몇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다보니 그 말이 맞는게아닌가 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났을텐데 하는생각이 드는 그런 책을 만났다. 사실 보다보니, 지금 친구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해봐도 재미날 그런 책인 것 같다. 사실 엄마도 어디 모임이나 세미나 등에 다녀오셔서 간단한 심리테스트 이야기를 듣고 오시면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질문해보시면서 재미를 느끼시곤 하시니, 심리테스트를 즐기는데 나이는 따로 상관이 없는 듯도 하다.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드는 핸디북 "마법의 심리테스트"

이 책은 총 다섯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각을 독립적으로 읽어도 재미난 그런 책이다. 나는 이중에서 행복에 관련된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해피니스 편을 골라들었다.

 

간단한 그림으로 되어 있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잡지에서 보는 볼펜을 들고 적어내려가며 점수를 매겨 결과를 찾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방법도 다양하고 결과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재미로만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라 카툰을 통해 저자의 적절한 조언까지 곁들여진다.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마법의 조언은 행복지수가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 마법의 어드바이스였다.

 


 

왜냐하면 열등감은 우월감의 뒷면이기 때문이지.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니까.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는 법이거든.

당신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것,

재능과 매력이 당신 안에 깃들었다는 뜻이니까..

 82p


 

 

심리테스트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되면서 초조한 감정도 든다. 정답이라는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듣고 싶은 혹은 되고 싶은 그런 희망 답안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민끝에 선택한 결정이 정말 나의 성격이나 성향을 보여줄때 흠칫 놀라게 되는 건 심리테스트 연구가들의 고된 노력에 의한 산물이 아닐까도 싶고..나의 숨겨진 이면이나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덮어두고 모른체 했던 그런 성격들이 수면위로 떠오를때면, 이럴땐 이렇게 대응해봐야겠구나 하는 유연성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알고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사실 학창시절이든 직장 생활을 할때던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영원한 인생의 벗인 반려자를 만나는 일이었고, 또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영원히 우정을 지속할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이 책에서는 1장 내가 아는 나, 남이 아는 나, 2장 영원한 친구를 찾는 심리테스트, 3장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하여, 4장 행복한 자아찾기를 위한 심리테스트로 분류되어 있어서 자기에게 맞는 것을 금방 찾아서 시험해보기 좋게 잘 나와 있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겨서 심리테스트가 그 전보다는 덜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웬걸.

오랜만에 해보는 이 책의 심리테스트들은..내일은 누구에게 테스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쏠쏠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친정에 들고 가볼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해봐도 좋겠지.

이야기를 풀어놔야 하는데 갑자기 어색해지는 그런 자리에서 가방에서 쏙 꺼내서 심리테스트를 해본다면..(상대방이 완전히 초면이라 나에 대해 어색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도 웃음이 날테고. 그래도 너무 초면에는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삼가는게 좋겠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그런 책이 바로 이 마법의 심리 테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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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심리테스트 5 - 해피니스 마법의 심리테스트 5
나카지마 마스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이젠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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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라..

학창 시절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심리테스트를 무척이나 좋아라했다. 대부분은 외워서 할 정도의 아주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미래를 점쳐보거나 간단히 심리를 테스트 하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심리테스트에 열을 올렸던 때가 있던게 기억난다. 오죽 좋아했으면, 별자리 심리테스트였나? 그런 관련된 책을 산 적도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만화 그림이 빼곡한, 마치 만화 잡지의 부록 같은 그런 책이었다. 그때가 중학교때던가 그래서, 유치한 그림이 다소 창피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맞춰보는 건 여전히 재미난 경험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전갈자리에 태어난 사람은 사행심리가 높아서, 잡지를 보아도 별자리 운세를 먼저 살펴보고 친구들과 그런거 맞춰보기를좋아한다더니만,정말 내가 그러는 것 같았다. 사실 내 주위 전갈자리 친구 몇몇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다보니 그 말이 맞는게아닌가 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났을텐데 하는생각이 드는 그런 책을 만났다. 사실 보다보니, 지금 친구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해봐도 재미날 그런 책인 것 같다. 사실 엄마도 어디 모임이나 세미나 등에 다녀오셔서 간단한 심리테스트 이야기를 듣고 오시면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질문해보시면서 재미를 느끼시곤 하시니, 심리테스트를 즐기는데 나이는 따로 상관이 없는 듯도 하다.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드는 핸디북 "마법의 심리테스트"

이 책은 총 다섯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각을 독립적으로 읽어도 재미난 그런 책이다. 나는 이중에서 행복에 관련된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해피니스 편을 골라들었다.

 

간단한 그림으로 되어 있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잡지에서 보는 볼펜을 들고 적어내려가며 점수를 매겨 결과를 찾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방법도 다양하고 결과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재미로만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라 카툰을 통해 저자의 적절한 조언까지 곁들여진다.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마법의 조언은 행복지수가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 마법의 어드바이스였다.

 


 

왜냐하면 열등감은 우월감의 뒷면이기 때문이지.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니까.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는 법이거든.

당신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것,

재능과 매력이 당신 안에 깃들었다는 뜻이니까..

 82p



 

 

심리테스트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되면서 초조한 감정도 든다. 정답이라는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듣고 싶은 혹은 되고 싶은 그런 희망 답안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민끝에 선택한 결정이 정말 나의 성격이나 성향을 보여줄때 흠칫 놀라게 되는 건 심리테스트 연구가들의 고된 노력에 의한 산물이 아닐까도 싶고..나의 숨겨진 이면이나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덮어두고 모른체 했던 그런 성격들이 수면위로 떠오를때면, 이럴땐 이렇게 대응해봐야겠구나 하는 유연성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알고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사실 학창시절이든 직장 생활을 할때던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영원한 인생의 벗인 반려자를 만나는 일이었고, 또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영원히 우정을 지속할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이 책에서는 1장 내가 아는 나, 남이 아는 나, 2장 영원한 친구를 찾는 심리테스트, 3장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하여, 4장 행복한 자아찾기를 위한 심리테스트로 분류되어 있어서 자기에게 맞는 것을 금방 찾아서 시험해보기 좋게 잘 나와 있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겨서 심리테스트가 그 전보다는 덜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웬걸.

오랜만에 해보는 이 책의 심리테스트들은..내일은 누구에게 테스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쏠쏠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친정에 들고 가볼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해봐도 좋겠지.

이야기를 풀어놔야 하는데 갑자기 어색해지는 그런 자리에서 가방에서 쏙 꺼내서 심리테스트를 해본다면..(상대방이 완전히 초면이라 나에 대해 어색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도 웃음이 날테고. 그래도 너무 초면에는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삼가는게 좋겠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그런 책이 바로 이 마법의 심리 테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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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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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이번 여름 방학때 조용한 섬쪽을 여행하고 싶으시다 하셨고, 동생은 섬보다는 깨끗한 숙소가 있는 곳엘 다녀오고 싶어했다. 동해와 남해쪽을 비교해보시다가 동해쪽은 폭염이 심하다 해서, 남해쪽으로 결심을 굳히시고, 아기가 있는 나를 제외한 친정 식구 네분이 여행을 다녀오셨다. 바로 얼마 전에..어쩌다보니 아빠의 여행이 "남도 섬길 여행"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저자처럼 도보여행을 하신 것은 아니셨지만..

 

사실 남도 섬길여행이라는 이 책을 읽기 전이라 여행 다녀오신 후에 책을 드렸더니 (나도 그전에는 이 책이 있는지도 몰랐기에..) 아, 여행 가기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하며 아쉬워하셨다. 그리고, 이미 다녀온 곳들을 회상해보며 더욱 재미나게 읽으셨다. 다녀온 후라 아쉽긴 하지만, 이 에세이도 참 재미있다 하시면서..

 

 친정 식구들의 2박 3일의 여행동안, 따라가지 못했던 나는 심심하기도 했지만, 어린 아기와 함께 하루종일 차를 타는 일정이 힘들 것 같아서 어른들끼리 편하게 다녀오시는게 나을 것 같았다. 따라가진 못했지만, 대신에 이렇게 상세한 도보여행 책이 있으니 여행을 다녀온양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현실 여건이 안된다면, 나중을 기약하며 이렇게 여행기로 만족하는 것도 괜찮은 자기만족 같다.

 

진도,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노화도, 보길도.. 그녀가 발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도보 여정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이야기들.

 

소치 허련 선생이 낙향하여 그림을 그렸다는 운림 산방이 있는 진도. 그 곳에서 직원 이재권씨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타고, 그가 직접 덖은 녹차 맛도 보고.. 그리고 어느 집에서는 맘씨 착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숙식을 모두 해결하고, 괜찮다는 이에게 돈을 쥐어주고 나오기도 하고..처음 들른 절에서 염치 좋게 밥까지 얻어 먹고..

 

나라면 혼자 여행길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만 할텐데..유혜준님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듯 하였다.

 

먹어보니 된장에 박은 풋고추와 깍두기 두가지만 놓고도 맛있다고 드셨다는 스님들의 말이 맞다. 정말 맛있었다. 풋고추에 된장 간이 적당히 배어 아삭하면서도 상큼했던 것이다. 된장에 감자와 호박순을 넣어 끓인 국도 한 그릇 퍼주신다. 맛있네.

75p

 

정말 소박한 밥상이었을텐데, 글쓴이의 맛깔난 묘사에 나까지 침이 살짝 고인다.

관광지로만 정해진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보 여행을 하다보니, 숙소와 식당이 없는 일반 마을에도 들르게 되어 그녀의 숙식 해결방법은 여러 이야기를 낳는다.

 

같이 배를 탄 할머니의 집에 민박하게 되어 겪은 여러 이야기들도 있고, 남편과의 두번째 진도 도보여행이자 결혼기념일 여행에서, 부부를 한시간 이상이나 따라온 깜순이라는 유기견을 그네들이 묵은 펜션의 주인장에게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키워주겠다 하신이야기, 그리고 성탄 이브라 마을 교회 예배에 따라가 상까지 받은 이야기.

 

가보지 못한 남도의 아름다운 섬과 관광지 이야기는 기본이고, 그 외에 정말 여행을 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관광지, 그것도 정해진 숙소와 맛집을 전전하며 오는 나의 평범한 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들이었기에..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던 것 같다.

 

 


 

요즘은 지도를 구하기가 참으로 쉽다. 여행지 지도가 필요하면 미리 그 자치단체에 신청을 하면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어디든 마찬가지다.

면사무소나 시청, 군청에 가도 되고, 경찰서에 가도 된다.

여행을 할때 그 지역의 지도가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

 174p

 



 

실제로 아버지께서도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곳에 가시면 군청부터 들러서 지도를 확보하셨다 하셨다. 가족들도 그렇게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와, 정말 편리하다고 세상 좋아졌다 생각했단다. 작가의 글을 보며 아버지의 여행이 자꾸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아기와 나를 두고 다녀오신 여행이라 괜찮다 생각하고 싶어도 사실 내심 서운했었는데, 찍어오신 사진들을 보았고, 또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마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기분이 참 묘하면서도 반가웠던 것이다.

 

걷고 또 걷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세상사를 듣는 이야기.

어느 가게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듣다가 주인에게 라면을 끓여달라 했더니 생수한병까지 해서 1500원만 받는 넉넉한 인신부터 시작해서..

걷다보니 경찰이 차를 세워 말을 건네기도 한다. 도보여행이라는 말에 태워줄뻔했다며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빗줄기가 거세지니 되돌아와 그녀가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준다고 하였다. 참 정겨운 사람들.

 


 

약간 이지러진 모양의 달은 밝게 빛났다. 쏟아지는 달빛이 펜션 마당을 가득 채웠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고, 더불어 파도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들려왔다.

참으로 평화로운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름다운 밤이에요, 하는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섬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201p

 



 

멋진 풍경과 여행지의 이야기가 더 와닿을 법한데 , 이 책에서 내 눈에 자꾸 들어오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내 리뷰에도 자꾸만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기는 것 같다. 민박집, 식당이 없어서 동네 사람들의 집에서 묵기도 하였는데, 돈도 안 받으시고 마음 가득 사랑만 담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녀 기억에 남듯, 내 기억에도 각인되나 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길 위에서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돌아서는 걸음을 더디게 하는 사람이 있다. 할머니가 그런 분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언제고 꼭 다시 오겠다는 기약은 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간밤에 하신 이야기가 기억나서다. 어떤 청년을 재워준 적이 있는데, 군대 가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오겠다고 햇는데 제대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오지 않았단다.

267p

 

난 이런 여행기가 좋아. 이렇게 쓰여진 책이 좋다니까.. 얼마전 읽었던 굿모닝 말레이시아를 읽고 나서 아버지께서 하셨던 그 드문 칭찬을.. 이 책을 읽으시고 또 하시었다. 여행기는 자고로 이런 책이 좋더라. 아, 정말 아쉽다. 여행 가기전에 읽었더라면 이렇게 찾아다녔으면 좋았을텐데..하시며 말이다.

 

물론 깔끔한 숙소, 아니 이왕이면 비싸더라도 안락한 숙소를 선호하고, 고된 여정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호하는 여동생이라면 손사래를 쳤을 일이었겠지만, 저자를 따라 동네 아낙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청하는 따뜻한 이 여행기가 아버지 마음에 들어왔듯, 내 마음에도 깊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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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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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경험해 온 이 세상이 추악하고 병들었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생활과 비교하면 진실로 성스럽고 때묻지 않은 느낌마저 받았다. ... 나의 태도가 소위 '먹물'에 속함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23p

 

서울대 출신의 30대 후반 소심쟁이 아저씨와 중학교 중퇴의 18세의 가출한 세 소녀들과의 동거 이야기. 믿기 힘든 이 모든 이야기가 대부분 실화라 이야기하는 자칭 먹물이라는 작가분의 이야기.

어느 날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기 위해 집밖에 나섰다가 짙은 화장의 앳된 소녀들이 말을 걸어왔다.

배고파 그러니 먹을 것 좀 달라는 이야기. 그래서 저자인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주겠다 하자, 정말로 아이들은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곳이 없다 고민하는 걸 듣고, 10년을 혼자 살았던 자신의 자취방을 기꺼이 내줄 생각까지 하였다.

 

정말 담대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녀들도 본인도 또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걱정을 했을 것이다. 어린 소녀들과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와의 동거가 과연 불순하지 않은 의도로 가능하겠냐는 생각말이다. 소녀들 역시 같이 자자고 하면, 그럴 각오까지 한채 따라왔다고 나중에 작가는 듣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어린 소녀들에게 정말 휴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자신도 가난한 형편이었을지언정 말이다.

 

아무도 내가 나쁜 짓 안했다는 걸 믿어주지 않을거야.

너희도 안 믿을 걸. 너희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믿겠어? 51p

 

소녀들에게 훈계도 해보고, 나름 조언도 해주고 하여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선 공부나 제대로 된 알바를 구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막연하게 네일아트, 미용사,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뿐. 현실은 게임과 채팅 그리고 조건 만남과 연애 등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평온함 뿐이다. 조미료 없는 가정식과 시끄럽지 않은 잠자리가 내가 줄 수 있는 평온함의 전부며 최선이다. 52p

 

처음에 세 소녀를 며칠만 재워줘야지 했던 것이 점점 눌러앉아서 꽤 오래 묵더니, 다시 나갔다가 마치 여관처럼 드나드는 통에 그를 질리게 하고 말았다. 게다가 남자로서의 본능을 누르고 어리지만, 젊은 여성들을 대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나 개인의 무력감을 느꼈다. 만약 내가 '나'를 버릴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초월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을 거다. 일종의 '자기희생'이다. 하지만, '자기희생'이란 개념까지 마음 속에서 없애지 못하는 이상, 그 말에서 느껴지는 한올의 만족감이 싫지 않은 이상 다시 지금의 고민은 되풀이되고, 무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74p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듯, 착한 우리의 작가 역시 선입견이 없을 순 없었겠다. 가출하고, 조건 만남까지 할 정도니 모든 것에 되바라졌을 줄 알았던 소녀들은 의외로 순진하고, 그리고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

 

짙은 아이라인, 떡칠한 화장, 낡은 옷차림 하나하나가 유미, 은비, 나영이로 보인다. 철모르는 아이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지금의 생활이 어떤 회한으로 올지 모르는 아이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가 생까고 있는 아이들. 101.102p

 

나중에 혼자가 되어 갈 곳이 없어 다시 먹물 아저씨를 찾아 온 나영이와 본의아니게 둘이서만 몇달을 지내게 되었는데.. 세 소녀들이 똘똘 뭉쳤을 때와 달리 혼자 있을때는 오히려 아저씨의 훈계도 고분고분히 들었다. 집으로 연락해보라는 말에 (두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와 방황중이었던 것.) 아버지와 연락을 하였다며 집에 갔다가,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쫓겨나는 ..갈곳없는 아이들, 시설에서도 짧은 시간동안만 머무를 수가 있고, 거리로 내몰린 소녀들은 배움의 기회도 없고, 그저 쉽게 몸을 내어주고 후회많을 그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을 생까고있었다는 먹물의 지적. 그 지적에 방관자로써의 나 또한 갑자기 소름이 끼쳐버렸다.

이렇고 저렇고 말을 하지 말고, 그녀들에게 관심이라도 둘줄 알았던가? 조언이나 훈계를 해주라고 하지만, 요즘 10대들이 워낙에 무서운 까닭에 어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집단 폭력등으로 대응한대서 그저 모르는 척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쨌거나 그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소녀들에게 잠시라도, 아니 몇달이라도 휴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썼다. 그리고 진실로 그녀들은 잠깐이라도 그녀들을 이용하려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가정"비슷한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어린 소녀들이 가출을 해서 겪어야 하는 무서운 일들을 자신들끼리 주고 받는것을 여과하지 않고, 욕설과 함께 그대로 실어낸 책.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어떻게 그녀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안타까웠던 책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사랑이 그네들에겐 가족의 사랑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보면서..

끝까지 소녀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가의 착한 바램대로 더 늦기 전에 그녀들의 꿈을 찾아 되돌아오기를..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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