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뿔(웅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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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친채 읽어내려가기도 한다. 바로 그 소설이 단편인지 장편인지도 생각지 않고, 그저 맞닥뜨리듯 읽다가, 어? 단편이었네? 이렇게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라 그 의외의 놀라움이 기쁨이나 아쉬움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단편 소설을 장편 소설 못지 않게 좋아하는 터라, 이 책 역시 짬짬이 쉬어 가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생각을 하였다. 게다가 한편 한편의 작품이 모두 수준급이어서 이 책이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만이 소리를 낸다.
하지만 팽팽함은 언제 끊어질 지 모를 불안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당신은 아내가 행복한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울이 끝나 가면서 발 밑에서 살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18.19p 칼
 
설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여러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아, 너무 쉽게 쓰여진 책 아닐까? 싶은 아쉬움이 들때도 있다. 그냥 허투로 결말을 내어버린다거나, 그냥 중언부언 말을 흐려 버리는 그런 글을 만날때의 난감함이랄까?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정말 공들여 썼다는 느낌. 그리고 작가의 내면의 깊이가 느껴진다는 그런 느낌이 진하게 배는 그런 책이었다. 띠지에 나왔듯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윤후명, 서영은님이 "흔들림 없는 문장 속에 등장한 부검의의 존재, 섬세한 묘사, 죽은 당신을 통해 발라낸 우리들의 실존, 여태껏 등단 않고 어떻게 있었을까? 라고 말했듯. 정말 어디 계시다가 이제 나타나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칼날에 부딪혀 여자의 눈을 찔렀다.
 여자는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순간 몸을 떨었다.
115p 코카스칵티를 위한 프롤로그
 
탄탄한 문장력, 그리고 유려한 글 솜씨.
책을 읽다가 좋은 표현이 나오면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살짝 책을 접곤 하는데, 이 책은 그렇게 접힌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고, 각 단편들마다 거의 매번 그런 접힌 부분들이 나오곤 했다. 그리고, 이런 글을 볼때마다 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려 파닥이는 은빛 갈치처럼.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처 난 영혼이 느껴져 나는 소름끼쳤다. 헤어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사랑이란 반드시 간격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더이상 다가갈 빈 공간이 없다는 것은. 너무 먼 단과 나처럼 대화도 섹스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먼 사이만큼이나 위험한 것이다. 너무 멀어서. 혹은 너무 가까워서 사랑은 가끔 참을 수 없이 슬프다.
153p 거울의 방
 
단순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만도 나는 이렇게 어렵단 생각이 들고, 뭔가 흡족하지 않은 표현들에 아쉬움이 가득하기만 한데.. 김규나 작가의 표현들을 보면, 정말 딱 떨어지는 그런 표현들이 너무나 많다.
 
실체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두려워지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운 그날 이후, 나는 많은 것들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들은 세상에 너무 많았다.
217p 테트리스2009
 
그녀의 나이가 43이라고 하셨던가? 여자 나이 마흔에 비로소 느끼게 되는 어느 경지가 있는 걸까?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표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소설속 여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은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는 동안은 이입된 감정으로 힘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실연을 겪고 있다거나, 아픈 사랑으로 상처받은 상황이라면, 다시 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책이 어쩌면 치료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하게 아기와 신랑과 살아가는 삶을 살다보니, 아픈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이 사실 힘들게 느껴졌다.
 
나 또한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아직도 순수한 사랑만을 꿈꾸고 지금의 이 사랑이 영원한 사랑이라 믿고 싶은 소녀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사랑이라는 그 이면에 숨겨진 칼날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 어리석은 당신. 당신이야말로 하늘이 정해준 나의 운명이었던 거예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나요.
206p 차가운 손
 
 
 어려서 읽었던 소공녀, 소공자가 아무리 해피엔딩이었어도 중간에 고난을 겪는 과정이 너무나 길었기에 읽는 내내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런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며 받았던 것 같다. 훌륭한 작가의 좋은 표현으로 술술 잘 읽히면서도 인상적인 그런 단편소설들이었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그녀들의 사랑과 삶 이야기가 내게는 또다른 칼이 되어 꽂히는 듯 했다.
 
아직 상처까지 감싸안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일까?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아이들 문학을 더 즐겁게 더 재미나게 읽는 것을 보면, 나의 미숙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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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의 강 살림 YA 시리즈
마쓰우라 히사키 지음, 박화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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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 그리고 또 그 아이의 아이도 이곳에서 강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살아가겠지?
늘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단 한순간도 같았던 적이 없는 저 강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강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어. 23.24p
 
일본 만화 하면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성인물이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내이웃 토토로, 추억은 방울방울 등의 여러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면서 천천히 그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발달한 문화다보니 다양한 장르로 발전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 만화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들 뿐 아니라 강의빛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이 소설의 원작 만화 또한 무척이나 감성적인 만화였다. 그 만화를 사정이 있어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앞 부분만 보았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나와 읽게 되니 앞 부분의 영상이 생각나면서 그때의 그 기분으로 다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개발이라는 이유로 생태계를 마구 파괴시키는 행위, 그 속에서 피해를 겪는 많은 집단 중에 곰쥐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타타는 곰쥐 가족의 장남 쥐이다.
엄마가 병으로 일찍 죽고, 아빠와 동생 칫치와 행복하게 살던 타타는 어느 날, 귀를 찢는 듯한 무서운 불도저 소리와 전기 톱 소리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리고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겠다던 아빠 또한 생존을 위해 가족을 데리고 새로운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와중에 무시무시한 시궁쥐 집단을 만나 위협을 느끼고, 그들을 피해 상류로 올라가려 하지만, 그들은 자꾸만 곰쥐 가족을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엄마처럼 하얀 빛을 띄어 유난히 적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 칫치, 아빠와 타타는 칫치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하지만, 여행 과정에서 맹금류에게 칫치가 잡혀먹힐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사실 영화 라따뚜이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다른 동물에 비해 쥐는 어쩐지 징그럽고 해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호감이 가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귀엽게 묘사된다 한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마리의 쥐만 생각해도 갑자기 식욕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귀여운 어린 아기 쥐들, 타타와 칫치를 생각하며 정을 붙이려 해도 처음에는 그 길다란 꼬리와 그들이 퍼뜨릴 세균 등이 생각나 혐오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칫치와 타타가 겪는 각종 어려움들, 그리고 인간때문에 생겨난 그들의 고충과 아빠와 떨어질뻔한 상황에서 아기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로써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가 나오는, 사람이 아닌 아기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만 읽어도 어쩐지 더욱 몰입이되고 공감이 되어 가슴이 시렸던 것이다.
 
특히나 집을 처음 떠날때 먼저 만났던 젊은 쥐 부부가 겪은 고난을 보며 마치 인간사의 슬픈 일을 보는 듯 가슴 한구석이 콱 막혀왔다. 시궁쥐에게 남편쥐가 찢기는 것을 보고, 두 아기쥐의 죽음까지 겪은 후에 젊은 엄마쥐가 넋을 잃은채 아기 쥐 한마리를 안고, 자장가를 구슬피 부르던 그 장면. 나까지 눈물이 나려 해서 참기가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그렌과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고, 게이치라는 마음 착한 소년의 집에 가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타네 가족은 고행스럽더라도 처음에 생각한 강 옆에서 살아갈 것을 고수하였다. 시궁쥐와 족제비 등, 그들을 공격하는 적이 많았어도 그들은 자유를 선택했고, 강에서 살아야할 운명이라는 생각을 고수하였다.
 

강은 결코 지치지 않아. 강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을때 기쁨을 느끼거든. 저길 봐!
타타는 물 위로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을 가리켰다.
205p
 
나약해 보이는 곰쥐 가족, 사람들에게 아니 지구라는 아주 큰 단위에서 바라볼때에 그저 한낱 미물에 불과할 아주 작은 생명체, 그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작가는 말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힘든 그 과정을 모두 견뎌내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 모험이 남아 있다고 귀뜸까지 해주었다.
 
미키마우스 말고도 귀여운 쥐가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알려준 책, 타타의 강을 읽으며 귀여운 칫치와 타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자꾸 그려보게 되었다. 또, 직접 읽고 만나봐야 할..그들의 모험 속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 암컷( 스스로 항상 강조하는) 강아지 타미, (아줌마가 아니라는)고양이 블루, 참새 가족, (현명하지만, 말 많고 지나치게 앞서가는) 두더지 아줌마와 귀여운 아가 두더쥐들, 시궁쥐지만 현명한 그렌과 그 친구들, 그리고 인간이지만, 다른 인간ㄷ르과 달리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보호하는 다나카 수의사 부부와 게이치 등 소년들.. 
 
재미있는 타타의 강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더 가슴벅찬 모험은 무엇이 될지..타타네 가족에게 불행한 일은 제발 없도록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졸였듯이 다음 이야기에서도 해피 엔딩이 되길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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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위트 뉴욕 - 혀끝에 맴도는 뉴욕의 백만 가지 맛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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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위트 뉴욕을 읽기 전에 처음에는 얼마 전에 읽은 도쿄 관련 책처럼 스위츠, 말 그대로 디저트에 대한 맛집만 수록된 책인 줄 알았다. 읽어보니 디저트 뿐 아니라 뉴욕의 유명한 맛집들을 모두 소개하는 책이다. 17편의 주요 맛집에 얽힌 저자의 에세이와 175개의 레스토랑을 따로 부록에 소개해낸 정성. 그리고 뉴욕 맛집이 수록된 뉴욕의 지도까지..

 

사실 나는 요리도 여행도 몹시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맛집 탐방이다.

용기가 없어 저자처럼 과감히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요리를 전공하기 위해 뉴욕까지 떠날 자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있는 선택을 한 그녀를 보며 한없이 부러운 마음은 들었다. 그냥 부러워만 하는 소시민. 그래도 그녀의 요리수업 외에 하루에 5끼를 소화해가며 1년 동안 치열하게 맛집을 찾아다니는 실험 정신과 맛있는 요리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앞으로 전공이 아닌 순수한 취미의 여행으로써의 뉴욕을 그리워하게끔 만들어주는데는 충분히 보탬이 되었다.

 

미국에 3년동안 파견근무를 다녀온 친구가 미국의 치즈케익은 너무 달아서 못 먹고, 웬만한 핫도그와 피자도 너무너무 짜서 못먹겠다 불평한 적이 있었다. 그런 친구가 잠시 한국에 다녀오는 사이에 먹은 그 음식들이 이번에는 너무 싱거워서 먹기 힘들었다며, 살다보니 적응되더라 하는 말을 전해준적이 있었다.

 

책속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달콤한 컵케이크로 너무너무 유명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한참 줄을 서서 컵케이크를 샀더니 한번 베어무니 머리가 띵할정도로 달아서 하나를 다 먹지 못했다는 말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띵할정도로 달콤한 맛이 오히려 그리워지더란 작가의 말에 친구가 떠올랐다.

단 것도 느끼한 것도 잘 먹는 나는 어쩐지 뉴욕에 잠깐 가 살다오더라도 살이 찌면 쪘지, 굶다 오지는 않겠단 생각과 더불어 말이다.

 

생각만 해도 달디단 그 맛, 사실 컵케이크라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머핀만 생각했는데, 그 위에 버터 크림이나 생크림등을 얹어 더 달콤한 맛이 나게 장식한 것이 컵케이크라 하였다. 그렇다면 여태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단 건데, 책을 읽고 나서 무수하게 맛있어 보이는 많은 다른 음식을 제외하고, 바로 그 달콤한 컵케이크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졌는데, 이 근처 제과점에서는 팔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섹스앤더시티의 여주인공들처럼 입주변에 크림을 묻혀 가며 한입 가득 베어물고 싶었는데 말이다.

 

어디를 놀러가든, 항상 가장 중요한 정보로 맛집을 챙기는 나로써는 뉴욕 여행을 위해서는 이 맛집 정보가 아주 꼼꼼히 실려 있는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에 대부분의 맛집이 모두 모여 있고, 사람들이 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맨해튼. 이 곳에 대한 책들을 자주 읽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뉴욕에 대한 환상을 자꾸 갖게 되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뉴욕 맛집 가이드 중에 가장 저명하게 알려진 자갓과 미슐랭을 많이 참고한 그녀

50여권에 달하는 한국, 일본, 미국의 뉴욕 레스토랑 관광서와 잡지를 읽고, 300여곳의 레스토랑 및 카페 방문을 통해 뉴욕을 맛보는데에 정신을 쏟았다. 그 소중한 순간이 담겨져 있는 이 책.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내 수첩은 더이상 진열대에 숱하게 진열되어 있던 새것이 아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뉴욕 맛집 여행서이다. 수첩에 빼곡히 적었던 레스토랑 리스트에는 <자갓>과 <미슐랭>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 가이드뿐 아니라 <New York> <Time Out>같은 주간지 정보도 있었다. 74p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대통령도 찾아와 먹은 집,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배경이 되기도 한 집, 2006년에는 <미슐랭> 3스타인 다니엘의 직원들이 회식을 했다 하여 더욱 화제가 된 집,  카츠 델리카트슨이라는 핫도그 가게.

 

 자갓의 넘버 1레스토랑인 그래머시 태번에서는 코스 식사에 대한 하나하나의 메뉴 품평이 자세히 나온다. 그냥 어떤 메뉴가 어떻게 나왔더라가 아니라 상세한 설명이 사진에 덧붙여져서 정말 내가 식사라도 하고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다. 게살은 집게발 부위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벗겨냈나 감탄할 정도로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한입 베어문 게살은 적당히 잘 익어 촉촉하고 쫄깃해 크리미한 순무 퓌레와 석류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통통거렸다. 51P 

 

 수많은 맛집 정보를 많은 서적을 통해 분석하고, 스스로 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서, 수첩에 그녀만의 기록으로 승화하여 한권, 아니부록까지 두권의 책으로 압축해낸 정성. 그 축약된 정보를 읽고 있자니,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저 내가 여행을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책 읽기와 인터넷 검색밖에 없는데 객관적인 정보를 이렇게 많이 검색해서 비교해볼 수는 없지 않았을까 싶으니 말이다.

 

뉴욕을 나누고픈 마음이 어우러져 나온 즐거운 마음이 깃들어진 책, 이 책을 통해 만난 뉴욕은 달콤하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나도 얼른 뉴욕에 가서 맛보고 싶은 몇집을 골라두고 나니 마음이 급해진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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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절판


대전 8경, 대전시가 뽑은 관광 명소 8곳 중에서 내가 아직 못 가본 곳은 계족산과 구봉산이었다. 최근 들어 대전의 명소가 계속 바뀌고 있지만, 꾸준히 명소에 들어 있는 곳이 바로 계족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한번도 못 가본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걷기사전이라는 이 전국을 아우르는 방대한 걷기 사전의 200여 길 중에 대전을 찾아보니 딱 한 군데, 바로 계족 산성 길만 나와 있었다. 아마도 그 길이 걷기로는 대전에서 가장 멋지다는 이야기 같은데..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200여가지의 길을 입맛대로 골라 걸을 수 있게 소개하고 있는 책, 대한민국 걷기 사전. 걷기여행을 비롯한 각종 여행계의 다크호스처럼 떠오르고 있는 터치아트의 책이기에 소중한 여행지침서가 되리라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하였다.

걷기여행 바람에 불을 붙인 격인 제주 올레길은 일주길이라는 테마에 담겨 있었고, 집근처에 있는 소중한 마을길도 테마에 담겨 있었다. 한때 유홍준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유행을 했듯, 역사 문화 답사길에서는 짧게나마 그 지역을 돌아보며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숭고한 걷기 여행을 만들어주었다. 걷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숲속길이 따로 있었고, 숲 만큼이나 아름답게 걸을 수 있는 바닷길과 섬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 6가지 분류의 맨 처음에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산길, 들길, 물길이 담겨 있었다.



사실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지만, 다른 내륙지방들은 차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살고 있는 지역, 예전에 여행다녀왔던 지역들을 찾아보며 걷기 여행의명소를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말 그대로 사전이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 읽어내려가는 여행기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을 원하는 정보대로 골라 쏙쏙 얻어내는 그런 걷기 사전이었던 것이다.



자박자박 걷기 좋은 등산로라는 경기 군포시 수리산은 보고 싶은 친구가 살고 있는 집 근처였다.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편지와 소포를 보낼때 주소를 적으며 익숙해진 그 곳. 그 곳에는 이런 명소가 있었구나. 친구 부부가 등산을 좋아했던 만큼 시간이 된다면 아마 수리산을 열심히 오르내리고 있겠지만, 우리 아기 못지않은 어린 아기가 있는 터라 아마 지금은 자중하고 있는지도.. 여행정보를 보면서 친구 이야기가 떠오르고,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학창시절의 추억들도 떠올랐다.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았던 아는 곳을 발견하는 기쁨 못지 않게, 모르는 별천지 신세계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컸다. 전남 무안군 회산백련지의 사진과 이야기는 한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무안이 자랑하는 최고의 절경, 회산 백련지는 눈을 의심케 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연밭이 감탄을 자아내는데, 특히 한여름 살짝 비가 내린 후 화사한 꽃이라도 피어나면 저절로 열두 폭 병풍 그림이 된다. 들판에 황금 물경이 출렁이는 10월 초나 회산백련지에 연꽃이 만개하는 8월의 영산강 둑길은 감동의 여정이다. 116p



상상만 해도 멋진 꽃들의 향연, 한송이 한송이 바라만 봐도 예쁠 연꽃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 광경은 인생을 통틀어 꼭 한번 봐야할 장소란 생각이 들었다. 무안! 제일 먼저 찜해두었다.


풍경을 그대로 느끼며 자박자박 걷는것도 좋아하지만, 멋진 풍경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동행이 있으면 더욱 행복한 걷기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을 좋아하는 ,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특성상 걷기 여행 또한 혼자가 아닌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될거라 믿는다. 싱글일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차가 없더라도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그 근처까지 가서 열심히 걸을 상상에 부풀었을텐데.. 지금은 가족들의 스케줄도 고려해야하고, 친구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것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주말 일정으로 가깝게 시작해도 좋을 각종 코스들.

소중한 정보가 가득한 이 책 한권으로 걷기 여행의 한 토대가 마련되는 듯 하다.

200곳이 정말 많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운 대전만 예로 들어도 한곳밖에 안나왔다 생각하니, 아마 2권에는 더 많은 명소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가고 싶은 명소들을 하나하나 마음의 갈피 속에 저장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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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Eats - 아빠가 들려주는 건강 밥상 이야기
권오중 글.요리, 박소영 요리 / 시드페이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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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먹어야 할 나이의 아이에게 몇 안되는 재료로 레시피 없이 매일 세끼를 직접 요리해 먹이고, 간식과 음료수까지 만드는 과정은 저희 부부에게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인지 혁준이는 건강을 찾아가고 있고 키도 많이 컸습니다.



제가 직접 체험해 효과를 보니 아토피, 과잉행동 증후군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와 부모에게도 저희 집의 식탁 혁명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부모 아닙니까?

몇 번의 실패를 거치고, 직접 해준 음식 중에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이 뭔지 조금만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유명 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을 갖게 될 겁니다.

13p





탤런트 권오중님이 남보다 일찍 결혼해서, 벌써 13살이나 된 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발벗고 나설 정도로 멋진 아버지인줄은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았다. 아이가 어디가 아팠던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2001년에 4살난 아들이 근육병일지 모른다는 말에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 근육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고, 대신 근육병 아이들을 위한 수익금 모금을 하는 등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고 기사가 실려 있었다.




tv를 통해 익숙한 탤런트지만, 가정에서는 정말 바른 가장이자 멋진 아버지란 사실을 이 책의 에세이와 아들을 위한 진심이 담긴 요리들, 그리고 아들과 짬짬이 찍은 행복한 사진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 뭐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나부터가 식품 첨가물의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두돌도 안된 아기에게 시판 쥬스와 시판 음식들을 먹이고 있다. 이유식을 할때만 해도 유기농을 고집해야지, 다양하게 해서 먹여봐야지했는데, 입이 짧은 아기다보니 더 안 먹게 되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먹는 것을 먹여야지 하면서 편리한 시판 쥬스 (말은 유기농이라고 씌여 있다.) 등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예전엔 안 먹던 수박도 잘 먹고 그러는데도 엄마가 게으른 탓에 수박 쥬스를 해주고 다른 과일 쥬스를 계속 만들어 대체해줄 생각은 못하고, 아기 쥬스, 아기 요구르트 등을 사서 하루에도 몇번씩 아기가 달라는대로 주곤 하였다.


권오중님의 아들 혁준이 또한 어려서 입이 짧은 탓에 인스턴트라도 잘 먹으면 기쁜 마음에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사주고 먹였다 한다. 그런 아들이 아픈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식습관에 있었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했던 부모는 식단을 자연주의 식단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정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책에는 아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실상 가장 노력한 이는 엄마였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의 보조 역할로 엄마가 밥을 하지 않는 날 등에 아이를 위한 식단을 짜곤 하였지만,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리고 우리 사회의 통념상 엄마가 주방의 메인이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그래도 다른 아빠들에 비해 권오중님의 노력은 정말 크면 컸지 작은 비중은 아니었다.



아빠가 요리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겐 기쁨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창작의 고통이 따른다. 아이가 기대하는 것은 엄마가 해주는 정석의 요리를 한 단계 뛰어 넘는 것일 테니까. 뭘로 놀라게 해줄까 고민을 하다 보면 늘 엉뚱한 곳에 답이 있었다. 80p


밀가루를 되도록 쓰지 않기 위해 튀김옷 용 빵가루에도 쌀식빵 말려 부순것을 쓰고, 케첩과 설탕도 유기농을 쓴다. 유기농 고춧가루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 자식만 먹지 말라 할 수 없어서 부모도 일반 고춧가루가 든 김치를 끊었다. 그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어서 아이 몰래 방에 숨어 나눠먹은 적도 있다고 하였다. 고심 끝에 베란다에 고추를 한 그루 심었는데, 그 정성에 감복하신 양가 부모님이 직접 텃밭에 무농약 고추 농사를 지으셔서, 정말 100% 유기농 고춧가루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였다. 몇달전에 읽은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에서 주인공보다 더 심하게 먹거리로만 유기농을 고집하여 실험한 어느 작가부부가 소금도 100% 순도 천일염을 구하지 못해서, 먼 바다까지 배 타고 나가서 바닷물을 받아 온 후에 그것을 말려서 소금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권오중님 가족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은 정성이었다.



자연식만 고집하다 보면 맛이 없을 것 같은데, 아이 입맛을 생각하다 보니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레시피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에게 고기 대신 다른 걸 먹이기 위해 해준다는 감자 게살 크로켓도 정성 가득한 메뉴였고, 내 아이를 닮아 귀여운 두부 강정 역시 매콤해보이는게 어른 입맛까지 돋궈줄 그런 메뉴였다. 무엇보다도 감동한 것은 바로 푸드 스타일. 아이 음식이라고 해서 그냥 밥과 반찬 이렇게 내놓는게 아니라 주먹밥 하나, 반찬 하나도 더욱 맛있어 보이게 데코하는 그 솜씨가 부러웠다. 물론 스타일리스트의 도움도 받았겠지만, 아기라고 해서 식혀준다고 그냥 멋 없게 아기 그릇에 펴 담고, 간을 약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맛 없게 요리를 해주던 내가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아기를 위한 볶음밥을 만들어주면서 처음으로 유기농 아가베시럽도 써보았고, 어른들처럼 예쁜 그릇에 작은 종지에 담은 볶음밥을 뒤집어 담아 예쁘게 해서 주었더니 아기가 너무너무 잘 먹는다. 자기 밥이라고 좋아라 하며 직접 아기의자까지 들고 가기도 했다.



음식은 사랑과 정성이다.

동생도 이 책을 읽더니,"이야..정말 대단하다." "언니, 언니도 우리 조카한테 이렇게 좀 신경써줘. 과자 같은거 그만 먹이고."라고 한다. 가족을 변화시키는 책, 그리고 아이의 건강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책.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긴 좋은 먹거리, "굿 잇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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