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지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3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6월
절판


33개월난 우리 아들, 요즘 그림 삼매경에 단단히 빠져있답니다. 짬만 나면 종이와 크레용, 종이와 색연필을 찾네요. 그리고 뭔가를 아주 열심히 그립니다.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너클크레인, 소방차, 포크레인, 트럭 등을 그리지만 가끔은 다른 것들도 그리더라구요. 한참을 엄마 아빠에게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귀찮아했었는데, 귀찮아 할일이 아니었어요. 은연 중에 엄마 아빠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보물창고의 난 잘 그려요 시리즈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난 동물을 잘 그려요, 난 사람을 잘그려요에 이은 3탄, 난 뭐든지 잘 그려요가 나왔네요. 우선 기존 책들에 비해 상당히 큽니다. A4보다도 크니깐요. 1탄과 2탄에 비해 아주 약간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아기가 금새 따라하는 것을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우선 앞선 두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따라 그린 그림들을 이용해 새로운 장면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아직은 (당연히) 아이가 책을 보고 따라 그리는 단계는 멀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엄마가 책을 보고 그려주고 언젠가 아이도 따라 그릴 날이 오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깜짝 놀랐던게 첫 페이지의 돼지 그림을 간단히 설명해주고 따라 그려보라니깐.. 그림책을 보면서 따라 그리고 있더라구요.


동그란 얼굴에 세모 귀까지 두개 그리고, 눈 코입도 얼굴안에 그려넣으면 좋으련만.. 코는 밖에 나가 있네요. 그래도 엄마는 영 신통방통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얼굴 같은것 안 그리고 탈 것에 지나치게 빠져 있던 아가였는지라 책 보고 따라 그리려는 그 의지가 너무나 예쁘게 느껴진 게지요.

동그란 것들 그리기에서 사자모습이 나왔는데, 무서워하는 사자도 그림으로 보니 동글동글 따뜻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사자도 갈기까지 제대로 표현해내더라구요. 아, 좋은 그림들 보관을 해두어야 하는데, 그림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그림 그려주지도 않고 옆에서 사진찍으며 지켜 보는 동안 아기는 한참을 책 보며 그림그리고 놀더라구요.

달팽이 편을 펼쳐주자, 암모나이트같은 달팽이를 그려놨어요.


일반 달팽이 무늬는 평소에도 자주 그렸었는데 오늘은 좀 독특하게 그려보네요. 암튼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도치맘 눈에는 마구 하트가 그려집니다

우주로켓을 보더니, 우주선이다~ 하면서 신이 나서 그리구요. 역시 남자아이라 이런게 좋은가봅니다. 아, 전 정말 어렸을적에 공주만 그리고 놀았었는데 우리 아들은 트럭만 그리고 노니, 차이가 실감이 납니다. 이런 저런 그림을 따라 그리게 하면서 엄마도 한참 재미가 올랐습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성 그리기가 나와서, 이건 좀 어렵겠다 싶어하며 아들의 반응을 살피니..

"어? 불이 났네? 애앵애앵 소방차가 불끄러 와요." 하면서 책에 나와있지도 않은 소방차를 그리더라구요.


잘 보시면 트럭 위에 사다리도 있고,제법 형태를 갖춘 모습에 엄마는 감동했답니다. "아, 우리 아이는 훨씬 잘 그려요" 하시는 엄마들도많이 계시겠지만, 이것만도 너무나 만족스럽네요. 뭐든 처음의 순간은 참 행복한가봅니다. 그리고 한참을 불 난 성을 바라보면서 혼자서 소방차를 연구해 그리더라구요.

그동안 엄마 아빠가 그려줬던 소방차들을 떠올리면서 나중에는 트럭 위의 빨간 경고등까지도 그리고, 제법 잘 그려서 얼른 사진 찍어야지 했는데..

갑자기 검정 색으로 색칠을 해버리는 바람에 놓쳐서 너무 아쉽네요.


아이의 폭발적인 반응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던 <난 뭐든지 잘 그려요>, 엄마가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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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 따뜻한 그림백과 29
신은혜 그림, 재미난책보 글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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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에 컬러학습대백과라는 전집이 있어서 사진과 함께 나온 그 책을 참 재미나게 활용하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어린 유아들에게 컬러학습 대백과까지는 무리일것같고, 귀여운 그림과 함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씩 잠재워줄 수 있는 따뜻한 그림백과 정도면 무난히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서너살에서 예닐곱살까지,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세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 생각들이 소복히 담긴 따뜻한 그림백과, 시리즈가 차근 차근 나오고 있는데 그중 최근에 나온 신간, 뼈와 살입니다.

 

아직 어린 아기에게는 뼈와 살 이야기가 낯설기만 한가봐요.

허수아비의 뼈대 이야기부터 눈을 총총 빛내며 바라보던 아이가 근육과 실핏줄을 드러낸 아령 든 팔뚝을 보더니, "앗! 괴물이다." 하면서 놀래더라구요.

음, 그러고보니 우리 아들 괴물은 또 어디서 본 걸까 싶었지만, 어쨌거나 괴물이랍니다. 괴물이 아니라 사람 몸 속을 들여다본거라고 해도 믿기지 않는 눈치더라구요. 처음 만나는 인체 구조도 같은 그림이라 놀라웠나봐요.
 

 


뼈와 살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에서부터 동물들에게까지 이어지고요.

 

어린 아이들에게 뼈와 살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우선 소재가 무척이나 참신해서 엄마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자연, 과학 등에 나오는 딱딱한 이야기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고 뼈와 살의 여러 개념에 대해 두루두루 살필 수 있는 유아 눈높이식 책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갗을 맞대면 금방 친해져요

하지만 아무하고나 친해지면 안돼요.


 

살이라는 것, 피부를 통해 엄마와 아기 사이의 정이 오갈 수 있음을 표현해주기도 하지만, 나쁜 아저씨가 과자로 유혹할때 따라가면 안된다는 것 또한 넌지시 그림으로 알려주네요. 사실 너무 어린 우리 아기에게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안 그래도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가르치는게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현재의 상황에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어요. 워낙 흉흉한 세상이다 보니 아이들 그림책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네요.

 

뼈와 살의 각각의 중요성, 그리고 서로를 대신 할 수 없는 독창적인 존재인 뼈와 살.

 엄마도 책을 통해 배우는게 늘었던 그런 시간이었네요. 강철보다 다섯배나 강한 뼈가 있다는 것을 몰랐거든요. 아빠에게 이야기하니, 두개골이 그럴거라네요. 음..그래서 그림속 아이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그림이 나왔나봅니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는것.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그림책이면서 따뜻한 백과사전인 아이들용 맞춤 백과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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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따뜻한 그림백과 31
박주원 그림, 재미난책보 글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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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얼마나 많이 시간을 보내시나요?



게으른 엄마인 저는 아이와 놀이터에서 많이 놀아주지 않는 편이랍니다. 정말 아주 가끔 갈 정도지요. 미끄럼틀이나 웬만한 아이 장난감, 책등이 집에 있어서 나가 놀 필요가 있을까 싶은게 제생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가 귀찮아서였겠지요. 어릴 적에는 가끔 그네 태워달라고 하고 그러더니 한동안 놀이터에 관심이 없다가 요즘 들어 또 부쩍 놀이터에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마침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새롭게 바뀌어 어린 아이들 놀기에 적합하게 알록달록 예쁘고 안전하게 바뀌었더라구요. 그 전에는 좀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라 아이데리고 아파트 내 놀이터 가기가 꺼려졌거든요. 바뀐 놀이터에는 어린 아이들도 많이들 나와 논답니다. 제가 가끔 베란다를 내려다보며 "놀이터 예뻐졌나보자."했더니..우리 아이도 금방 따라서 자길 안아서 "놀이터 예뻐졌나 한번 보게." 보여달랍니다.



놀이터에 대한 흥미가 한창 최고조인 요즘 놀이터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줬어요.

따뜻한 그림백과에서 나온 "시장"이라는 책을 아이가 무척 좋아했던 지라 놀이터는 얼마나 좋아할지 기대가 되었지요.

아이가 유심히 책을 보더니, 흥미를 갖고 읽어달라 하더라구요.



그네 타는 누나를 보고서는 "위험해. 너무 높아" 라고 말을 하고, 바닥에 앉아 엉엉 우는 아이를 다른 친구가 달래고 있자, 처음에는 좀 격한 반응을 보였어요.

친구가 울고 있는데 밀고 있다네요. 잘못 보면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밀어서 우는게 아니라, 울고 있는 것을 달래주고 있는거야."하고 말해주니 "엄마가 달래주면 되는데 왜 친구가 달래줘요?" 하면서 마음에 안 든다고 가위로 오린다고 해서 혼쭐이 났답니다.


엄마가 워낙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질 않아서 아직 친구가 거의 없어 그런지 친구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절감하질 못하네요. 유치원에 가서 친구랑 사귀고 놀아야지 했더니 유치원 안간답니다. 조금씩 고민이 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우리 아이도 친구와 노는게 더 재미나단 사실을 곧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느긋하다고 동생은 좀 문화센터라도 다녀보라고 핀잔을 줍니다. 저도 좀 부지런을 떨어야할까봐요.



따뜻한 그림백과 시리즈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여러 주제의 이야기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놀이터라고 하면 흔히 시소, 그네, 미끄럼틀에 대한 설명이나 놀이방법, 장면 등으로 한권이 채워질 것 같은 느낌이지만, 따뜻한 그림백과는 다르답니다. 아이도 놀이터 책이라더니, 놀이터가 안보인다고 처음에는 투덜대더라구요. 포괄적인 개념의 놀이터, 그러니까 어른들의 사랑방인 동네 수퍼 앞부터 방에서 숨바꼭질하는 엄마와 아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서관 등등, 즐거움을 주는 모든 공간을 바로 놀이터라고 두루두루 껴안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점은 그림이 무척 세밀하고 정겹게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색감도 좋구요. 시장 편에서도 그런 면에서 무척 만족했었는데 이번 책의 느낌도 참 좋네요.



놀이터에서는 재미있게 놀아요

재미있게 놀 수 있으면 어디든 놀이터가 되지요.



아이들과 숨바꼭질 놀이에서 술래가 된 엄마의 표정이 참 행복해보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표정이네요.


어른들의 놀이터 옆에서 귀여운 여자 아기가 강아지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고급스러운 애완견도 아니고 코끝이 까만 똥개 품종인데 강아지의 귀를 쫑긋하는 표정까지도 잘 살아 있어서 아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했답니다. "멍멍이에게 손을 내미네. "하면서 말이지요.


옛 선조들의 놀이문화서부터 현대의 다양한 놀이 이야기까지..다양한 어른들의 놀이터 이야기 속에 마침내 등장한 표지 속의 놀이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아이들의 놀이터의 한 장면이 두 페이지에 걸쳐 펼쳐집니다. 아이는 그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지요.

우리 동네 놀이터도 이렇게 예쁜 놀이터로 바뀌어 엄마도 이젠 좀 자주 나가놀아줘야겠다 마음먹게되었네요. 스토리가 생생한 아이들의 역동적인 모습들.

치고받고 싸우는 아이들도 있고, 우는 친구를 달래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제법 진지하구요.


아이들이 재미나게 보는 모든 곳들이 바로 놀이터가 된다는 진실을 깨우쳐 주면서 오늘도 따뜻한 그림백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의 모든 것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전해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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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2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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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간단하죠.

그러나 그것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실은 아닌겁니다.

진실은 이것이죠. 내가 부모님의 죽음을 3년간 애도했다는 것. 그 후에야 심적 고통이 무지근한 아픔으로 누그러졌다는 것 말이죠."

 

"하지만 복수보다는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급했어요. 당장 넘지 않으면 안 될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가난하고 신분도 낮았으니까요. 챈드리언보다는 대학에 들어와 만든 적들이 내게는 더 위험한 자들이었습니다." 130.131p


부모님을 잃고, 거렁뱅이와 같은 생활을 하며 몇년간 그 슬픔을 묵묵히 참아냈던 크보스. 그가 비로소 정신이 들어 첫 스승인 벤의 뜻대로 대학에 입학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을 정보를 얻고자 했던 것이 1부의 이야기였다. 너무나 가난해서 대학 등록금조차 낼 수 없어 천재적인 그의 머리만으로 간신히 패스를 했는데, 그 뒤에 뭐든 술술 풀리는 그런 비현실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주인공은 정말 처절하게 가난이라는 현실에 직면한다. 사실 고통과 더불어 그의 재능은 빛을 발휘하기 시작하지만...

 

면접때부터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헴교수의 비아냥을 멋지게 공명술로 복수해내고, 그 덕에 그는 퇴학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스스로를 멋지게 변호해내 퇴학이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은 면하고, 체벌과 대신비 과정 진학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얻어내게 된다. 남들보다 티나게 어린 나이였지만 많은 고생끝에 정신만은 이미 어른에 가까웠던 크보스. 그를 괴롭히는 세력은 학생 내에서도 존재하였다. 잘 나가는 귀족 가문의 엠브로스와 대립하게 되어 대학에 들어오고픈 열망 중 하나였던 도서관 서가 출입을 금지당하게 되기도 한다.

 

도대체 우리의 크보스에게 언제쯤 빛이 열리고 길이 뚫리는 것일까? 물론 뛰어난 두뇌와 엄청난 노력으로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없을 정도로 빠른 진급을 하게 되긴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가 막연한 그에게는 대학에서의 시간이 하루하루 피를 말릴 정도로 부족한 시간이었다.

2권은 그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 그리고 엠브로스, 헴교수와의 대립뿐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지인들을 얻게 되는 것 등등의 대학생활이 가득 펼쳐지게 된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마법학교에서 배우는 일상이 주된 이야기로 흘러가듯이 말이다. 엠브로스와의 악연 또한 갈수록 더 정도가 심해져 안 그래도 힘든 그의 생활이 더 힘들어져 버리기도 한다. 

 

1권에서 무척이나 궁금했던 란레의 이야기 후기와 챈드리언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음이 갑갑했지만, "피를 흘리지 않는 크보스"라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게 한 사건서부터 연대기작가가 그를 자극했던 "그녀"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 2권의 큰 성과라 할 수 있었다.

 

말로는 정말 수많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정말 아주 우연히, 무술을 연마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식의 무협지가 갑자기 떠올랐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같은 행운의 주인공 말이다. 하지만 책 속의 크보스는 머리는 비상하게 좋았을지 몰라도 너무나 가난했고, 제대로 후원받지 못해 사채를 빌려 쓸 형편에까지 이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귀족 자제의 눈밖에 나 여러 농간에 빠져 너무나 하고 싶었던 공부를 방해받기도 하고 말이다. 정말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크보스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고생을 한 크보스, 3부에서는 대학 이후의 크보스의 행적이 어떻게 흘러갈지, 소문 속 그 무성한 이야기들이 3부에서 비로소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2권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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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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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은 후,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버렸다. 이후에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여러 책들은 진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들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글은 읽으면 읽을 수록 그녀 특유의 잔잔한 고백같은 독특한 느낌이 있어 읽을 수록 역시 에쿠니다. 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최근 읽었던 여느 작품보다도 더욱 에쿠니의 강한 느낌을 받게 한 책, 소란한 보통날.

 

어느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이 된다.

그리고 특별하다면 특별한 여러 사건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지나간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라면 (아니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 선에서라면) 급격히 흥분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소란한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그런 날들이 이 독특한 가족의 시선에서는 다소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으로 담백한 에쿠니의 시선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작품의 화자인 셋째딸 고토코.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회사에 취직하지 않은채 그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가족들은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시인인 엄마는 나뭇잎, 주운 돌 등으로 식탁을 장식하기 위해 마치 겨울에 산딸기를 구해오라는 설화 속 주문 마냥 독특한 심부름들을 자식들이 어렸을때부터 시켜왔다. 평범한듯, 무심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들 가까이에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아빠, 그리고 왕따였던 시마코 언니, 여전히 그녀는 독특한 남자들만을 사귀며 착한 성격에 생채기를 내는 듯 하다. 완벽해보이지만 속을 알기 힘든 첫째 소요언니와 그리고 고토코가 몹시 좋아하는게 느껴지는 넷째이자 남매중 유일한 남자인 리쓰. 그들에게는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가족의 여러 문화들. 생소하지만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어 섬세한 에쿠니의 필치를 따라 조심조심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저녁때 목욕을 하면서 '요괴인간 뱀 베라 베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렸을 때, 시마코 언니와 내가 좋아했던 만화영화다.

 

우리는 둘 다 요괴를 동경했다.

그 추악함을 그리고 그 강한 마음을.

 

시마코 언니는 아직도 그 장소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101p


 

더 독특한 시마코 언니가 있어 그런대로 고토코는 평범해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타자의 시선에서 보면 고토코 역시 사차원 소녀같은 엉뚱함을 간직하고 있다. 나이어린 동생에게 출세하면 갚기로 하고 용돈을 빌려 쓰는 것이나 친구와 있기보다 리쓰를 따라 올라가 놀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일등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가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뚱해보이는 그들이지만, 그리고 자유로워보이기도 하는 그들이지만 자신들만의 정해진 규칙이라는 것이 있고 그 안에서 몹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좋게 느껴졌다. 가족의 따뜻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기에.. 

 


독서놀이란 간단히 말하면 그저 책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놀이'를 좋아하니까, 대부분의 일을 '놀이'라 여기기로 한다.

그러면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각자 책을 읽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독서 놀이하자"하고 읽기 시작하면 다 같이 노는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렇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152p


 

어릴때의 끈끈한 자매애가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행복하게 이어진다. 물론 나 또한 지금도 어느 친구 못지 않게 여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긴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의 느낌은 좀더 다를 수 있는데, 고토코네 가족에서는 가족들간의 융합, 타인이 섞이지 않은 그들만의 행복이 최우선으로 여겨진다.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꼼꼼하게 스토킹한 고토코네 가정. 타인의 일상을 이렇게 깔끔한 시선으로 표현해낼수 있다는게 가장 놀라웠고, 내용도 독특하고 참신했지만 그녀 특유의 말간 그 느낌(처음 표현한대로, 화장을 지운 엄마가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화장수를 바른 후 늘 발갛고 청결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얼굴이 된 상태. 그 느낌이 무척이나 강렬하게 와 닿아서 미지근한 물을 좋아하는 나도 차가운 물에 세수하고 오랜만에 스킨을 듬뿍 발라 반짝반짝해진 얼굴을 느껴보기도 했다.)을 읽어내리는 재미에 책을 읽는 내내 담뿍 에쿠니에 취해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렇게 색다른 가족 얘기를 썼습니다.

-저자의 후기

 

 

떠나 있어도 가족은 늘 가족이며, 집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옮긴이 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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