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고기와 술을 자제하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신채로 알려진 양념은 왜 자제하는지 궁금하였는데,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무척 궁금해해서 설명해주시는 부분이었다. 오신채란, 고추도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추는 빠져 있었다.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가 오신채라 한다.
항암식품으로 알려진 마늘을 예로 들면 마늘은 인체의 힘을 일시에 모아 쏟아내는 기능이 있다.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므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암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제하는 것이 좋다. 오신채가 지닌 성질은 바깥으로 치닫는 힘이료, 들뜨게 하는 에너지이다. 힘 자랑하는 사람이 힘으로 쓰러지듯이 흥분제 역할을 하는 오신채를 먹으면 자꾸 바깥으로 치달아 오히려 기력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고요히 마음을 지켜보고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신 집중을 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오신채는 적당한 음식이 아니다. 46.47p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 절에서 사찰 음식을 접해본적이 없었다. 다만, 고기와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으니 무척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날 것이라는 상상과 파, 마늘을 쓰지 않고 어떻게 맛을 낼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선재스님은 이 책에서 요리 이야기 뿐 아니라 사찰 음식에 깃든 정신, 경전 말씀을 바탕으로 한 음식 철학, 수행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담은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 끝에 1년 여의 준비 과정 후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간이 약해서 어려서부터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곤 했는데 간 때문인지도 몰랐다가 졸업 논문 준비로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고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20년 전에 간경화라는 큰 병을 얻었다. 의사도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는데, 담당의사의 자연식을 통해 간 기능을 개선하고 항체를 만든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한마디에 자신의 논문이었던 "사찰 음식 문화연구"를 펴놓고 식단을 바꾸고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이 까맣게 망가진 상태에서 일 년 만에 1000명 저우 한 명도 못 만든다는 항체를 만들었다. 아직도 사진을 찍으면 여전히 간이 까맣지만 사찰 음식으로 17년 동안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32.33p
간경화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선천적으로 간이 안 좋으셨던 친구 시어머니께서 결국 간암으로 진행이 되어 아들의 간을 이식받으시는 것을 전해들으면서 타고난 것은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식습관 개선 등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해야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1년밖에 안 남았다는 질병을 극복하게 만든 사찰 음식. 건강에도 좋고, 심지어 약으로까지 생각할 수도 있는 건강한 그 음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처음 음식으로 소개된 것은 바로 엄나무 순이었다.
만성 간염과 간경화에 좋은 엄나무 순밀 전병무침과 엄나무 순전.
얼마전 외가에 갔을 적에 아버지께서 밭에 있는 웬 나무 잎을 따고 계시길래 그게 뭔가 했더니, 엄나무 순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표 나물로 맛있게 무쳐서 드시면서 엄나무 순을 무척 좋아하신다 하셨는데, 나물에 대해 워낙 문외한인 나는 엄나무 순을 먹는 것조차도 처음 알았다. 밀가루도 많이 쓰지 않고 엄나무 자체의 맛을 살려 지져낸 전은 평소 내가 먹던 밀가루 범벅의 튀김과 전과 사뭇 달랐다. 건강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었다.
각종 레시피들마다 어느 질환,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따로 부연 설명이 곁들여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약보다 더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좋았다.
약이 되는 레시피들 뿐 아니라 두부와 우엉 조림으로 만든 김밥도 무척 맛있어 보였다. 떡볶이도 맛있어 보였는데 사진만 살리고 레시피가 안 나와 궁금하였다. 양념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양념이 적게 들어가고, 자연의 맛을 살린 사찰 음식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았다. 건강한 동양의 음식을 찾다 보니 사찰 음식의 진정한 참 맛을 그들이 먼저 발견한 것이리라.
레시피 외에도 꽤 많은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진정한 깨달음이었다. 종교가 달라 불교의 교리와 사상까지 깊이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사찰 음식의 건강함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조미료를 안 쓴다 생각하는 일반 가정들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진간장의 해로움이라던지 인스턴트, 외식 등으로 인해 조미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지적도 따끔하였다. 집간장으로 진간장을 만들어 쓰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눈여겨 봄직 하였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 식탐도 많은 편이었고 덕분에 살이 많이 쪄 이래저래 건강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었는데 스님의 책을 읽으며 적게 그리고 바르게 먹고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부쩍부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