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네 집은 누가 지킬까? 아라미 사회 동화 5
치사토 타시로 글, 케이트 웨스터런드 그림, 박선주 옮김 / 아라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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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토 타시로의 따뜻한 생쥐 그림들이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에 출품된 작품들이었다네요. 직접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 또한 무척이나 좋았구요 전시회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작품들이 하나하나 그림책의 명장면으로 거듭난 동화, 생쥐네 집은 누가 지킬까?에서 직접 그림들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표지서부터 따뜻한 그림, 하지만 생쥐들의 이야기에 들어가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창의적이고 따뜻한 너무나 멋진 집을 보면서 어릴적 정말 무한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기분이 정말 너무 좋아지는 그런 그림책이었어요.


아라미 출판사의 책을 예전에 <충치괴물들의 파티: http://melaney.blog.me/50100117115>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꽤 만족스러운 그림책이었고,게다가 이번 그림책은 그림 하나하나가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미리 접하면서 보게 되니 더욱 기대감이 높아진 책이었지요.


털 색깔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다섯마리의 생쥐 구레, 치비, 타로, 쿠로, 시로.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성격까지 표현을 하면서 주인공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참 그림은 치사토 타시로지만 글은 케이트 웨스터런드네요. 글도 참 재미났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느낌은 상당히 다르지만, 그림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은 '로베르토 인노첸티' 이후 처음이었네요

착한 생쥐 다섯 마리가 자꾸 무서운 일이 생기는 지하를 떠나 안전한 다른 곳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글밥은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그림이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볼거리가 풍성하니 아이가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동안 읽어줄 시간이 충분히 있더라구요. 그림이 너무 단순하거나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다 읽기도 전에 그 다음장으로 아이가 넘겨버리곤 했거든요.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쿠로가 사람들이 버린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을 발견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이용해 근사한 집을 짓기로 하죠.

다섯마리 생쥐가 열심히 뜻을 모아 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우와 정말 열심입니다. 친구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아직 형제가 없는 우리 아들, 친구도 하나뿐이라 어울려 노는 진정한 재미를 모르는 것 같아 늘 안쓰러웠는데 힘든 일을 척척 같이 해내는 생쥐 친구들을 보니,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도 좋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고 마음도 잘 통해서 뭐든 씩씩하게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래게 되더라구요.


빨간 의자로 지붕을 만들고, 깨진 화분으로 빗물을 받고, 목욕탕을 만들었습니다.



좋은 집이 될 거야 멋진 집이 될거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집이 될거야.

생쥐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저까지 감탄하게 되었어요. 사실 아이디어가 너무너무 멋졌거든요. 진짜 생쥐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들을 작은 인간으로 보고 이렇게 멋진 상상을 해냈다는게 놀랍기만 했어요 그리고 그림으로 펼쳐지니 상상이 사실이 되는 환상에 빠져듭니다.

벽시계로는 그들의 음식을 채워넣을 멋진 창고를 만들었어요. 보기만 해도 푸짐하네요. 그야말로 환상적인 보금자리가 완성됩니다.



엄마 어렸을 적에 말괄량이 삐삐라는 영화를 보면서 막무가내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삐삐가 참 이상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재미난 보금자리에서 사는 모습은 좀 부럽기도 했거든요. 독특하지만 본인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아늑한 보금자리, 상상이 꿈이 되는 곳, 다섯마리 생쥐 친구들은 그 꿈을 조금씩 실현해갑니다. 낮잠 자는 방을 보게 되면 부러운 마음에 모두들 입이 딱 벌어질지도 몰라요.

누구나 부러워할, 심지어 보고 있던 아기도 부러워할 그렇게 멋진 집이 완성되고 저마다 자기만의 특별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려왔어요.

야~아아~옹!



헉..생쥐들의 천적인 고양이 소리네요. 이를 어쩌지요?

열심히너무나 예쁘게 지어놓은 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덫에 걸린 엄청나게 커다란 고양이를 보면서 생쥐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다들 혼이 빠질 듯한 모습이 되었어요.

생쥐네 집은 누가 지킬까요? 놀이시설에 전용 엘리베이터와 목욕탕까지 갖춘 멋진 집을 말입니다.


하나하나 완성되어가는 멋진 생쥐들만의 러브하우스를 보면서 아, 정말 행복한 그림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스토리 또한 빠지지 않게 훌륭한 작품이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이지만 엄마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감동적인 책이었네요. 아이에게도 엄마가 기분이 좋아 한번이라도 더 보여주려고 자꾸만 꺼내들게 되는 책이 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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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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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보드카보다 더 독한 년을 만났어요. 이건 독한 것도 아니에요. 1부 91p

 

광고계가 워낙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힘들게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도 책 속에 등장하는 김준희 대리의 회사는 정말 광고회사의 환상을 깨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힘들게 몰아부치는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팀 전체를 이끌어간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 김대리의 실력은 탁월한 수준이었다. 소위 빽이라 말하는 배경이 너무나 빈약했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실력 하나로 어릴 적 꿈이었던 "회사원"이 되어 밤샘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일과 사랑을 모두 손에 넣을 그런 꿈에 다가가고 있는 서른살이었다.

 

어느 날 그녀 앞에 그녀가 가지지 못한 너무나 큰 후광을 뒤에 입은 로열패밀리가 상사로 부임해온다. 부회장의 딸인 사라. 그녀보다 나이도 다섯살밖에 많지 않고, 몸매마저 육감적이다.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못해 그녀가 오랜동안 짝사랑하고 고백도 못한 최대리마저 가로채가버린다. 그리고 어디서고 들어보지 못했던 너무나 가차없는 질타와 모욕, 믿었던 라인이 사라지고 난 후 버려진 정도가 아니라 이것은 정말 김대리가 견뎌낼 수 없는 극상의 고통이었다. 물론 나중에 그녀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친구들의 회사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정작 명함도 못 내밀 상황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무시 당하고 백으로 통하는 사회에서 사라라는 이름의 로열패밀리 상사 앞에 철저히 뭉개지는 것은 김대리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아마 김대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로열 패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사 중에 자신의 위치를 충분히 악용해 부하직원들을 괴롭히는 사람 밑에 있어 본적이 있는 터라 김대리의 고충이 참 뼈저리게 느껴졌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맘대로 부려먹어도 되고, 일 안하고 뺀질뺀질 잘 놀아도 자기 눈에만 들면 얼마든지 예뻐하는 그런 세태.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라인을 잘 탄,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잘 버티고 있는 조부장과 이차장의 이야기가 그려지기는 한다. 그 후  아무 힘도 못 쓰고 그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지란 식으로 회사를 떠났던 나와 달리, 끝까지 남아 당당히 사라에게 맞설 생각을 한 (물론 정면 승부가 힘든 상황이라 그녀처럼 교묘한 술책을 쓰기 시작했다.) 자체가 놀라웠다. 소설이라 가능했을 상황들이 여럿 보였지만 사실 읽으면서 대리만족이 되어 무척이나 후련한 것은 사실이었다.

 

철저히 복수를 하면서도 김대리가 정말 중요한 것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꼬이고 꼬인 드라마와 달리 이 책은 마무리도 참 깔끔해 좋았다. 실천하기는 힘들 그런 대안들이었지만 말 그대로 혹독하게 그녀를 당하게만 만들지는 않아서 그게 더 좋았는지 모른다. 도대체 로열 패밀리에 맞설 생각을 하는 평범한 대리가 과연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꿋꿋이 그녀의 자리를 지켜 나갔다. 때로는 같이 웃기도 하고, 때로는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져 그 웃음이 씁쓸해지기도 했지만.. 매끄러운 문장력과 스토리에 읽는 재미가 꽤나 좋았던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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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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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고기와 술을 자제하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신채로 알려진 양념은 왜 자제하는지 궁금하였는데,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무척 궁금해해서 설명해주시는 부분이었다. 오신채란, 고추도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추는 빠져 있었다.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가 오신채라 한다.

항암식품으로 알려진 마늘을 예로 들면 마늘은 인체의 힘을 일시에 모아 쏟아내는 기능이 있다.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므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암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제하는 것이 좋다. 오신채가 지닌 성질은 바깥으로 치닫는 힘이료, 들뜨게 하는 에너지이다. 힘 자랑하는 사람이 힘으로 쓰러지듯이 흥분제 역할을 하는 오신채를 먹으면 자꾸 바깥으로 치달아 오히려 기력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고요히 마음을 지켜보고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신 집중을 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오신채는 적당한 음식이 아니다. 46.47p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 절에서 사찰 음식을 접해본적이 없었다. 다만, 고기와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으니 무척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날 것이라는 상상과 파, 마늘을 쓰지 않고 어떻게 맛을 낼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사찰 음식으로 유명한 선재스님은 이 책에서 요리 이야기 뿐 아니라 사찰 음식에 깃든 정신, 경전 말씀을 바탕으로 한 음식 철학, 수행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담은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 끝에 1년 여의 준비 과정 후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간이 약해서 어려서부터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곤 했는데 간 때문인지도 몰랐다가 졸업 논문 준비로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고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20년 전에 간경화라는 큰 병을 얻었다. 의사도 1년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는데, 담당의사의 자연식을 통해 간 기능을 개선하고 항체를 만든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한마디에 자신의 논문이었던 "사찰 음식 문화연구"를 펴놓고 식단을 바꾸고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이 까맣게 망가진 상태에서 일 년 만에 1000명 저우 한 명도 못 만든다는 항체를 만들었다. 아직도 사진을 찍으면 여전히 간이 까맣지만 사찰 음식으로 17년 동안 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32.33p

 

간경화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선천적으로 간이 안 좋으셨던 친구 시어머니께서 결국 간암으로 진행이 되어 아들의 간을 이식받으시는 것을 전해들으면서 타고난 것은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식습관 개선 등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해야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1년밖에 안 남았다는 질병을 극복하게 만든 사찰 음식. 건강에도 좋고, 심지어 약으로까지 생각할 수도 있는 건강한 그 음식을 소개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처음 음식으로 소개된 것은 바로 엄나무 순이었다.

 

만성 간염과 간경화에 좋은 엄나무 순밀 전병무침과 엄나무 순전.

얼마전 외가에 갔을 적에 아버지께서 밭에 있는 웬 나무 잎을 따고 계시길래 그게 뭔가 했더니, 엄나무 순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표 나물로 맛있게 무쳐서 드시면서 엄나무 순을 무척 좋아하신다 하셨는데, 나물에 대해 워낙 문외한인 나는 엄나무 순을 먹는 것조차도 처음 알았다. 밀가루도 많이 쓰지 않고 엄나무 자체의 맛을 살려 지져낸 전은 평소 내가 먹던 밀가루 범벅의 튀김과 전과 사뭇 달랐다. 건강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싶었다.

 

각종 레시피들마다 어느 질환,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따로 부연 설명이 곁들여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약보다 더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좋았다.

 

약이 되는 레시피들 뿐 아니라 두부와 우엉 조림으로 만든 김밥도 무척 맛있어 보였다. 떡볶이도 맛있어 보였는데 사진만 살리고 레시피가 안 나와 궁금하였다. 양념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양념이 적게 들어가고, 자연의 맛을 살린 사찰 음식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았다. 건강한 동양의 음식을 찾다 보니 사찰 음식의 진정한 참 맛을 그들이 먼저 발견한 것이리라.

 

레시피 외에도 꽤 많은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진정한 깨달음이었다. 종교가 달라 불교의 교리와 사상까지 깊이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사찰 음식의 건강함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조미료를 안 쓴다 생각하는 일반 가정들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진간장의 해로움이라던지 인스턴트, 외식 등으로 인해 조미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지적도 따끔하였다. 집간장으로 진간장을 만들어 쓰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눈여겨 봄직 하였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 식탐도 많은 편이었고 덕분에 살이 많이 쪄 이래저래 건강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었는데 스님의 책을 읽으며 적게 그리고 바르게 먹고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부쩍부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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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 간편하게 즐기는 주먹밥과 도시락
메이 지음 / 나무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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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처럼 쉽고 간단하게 만들고 먹을 수 있는 아이템도 드물다. 사용하는 재료가 무궁무진하고,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데다, 보관이 쉽고 모양도 예뻐 선물하기에도 좋다. 게다가 소금을 발라 만들면 간도 되고, 염분 때문에 쉽게 상할 염려도 없어 도시락으로도 좋다. 이러한 오니기리를 사 먹기보다 직접 만들면 좋을 텐데 아주 작은 팁만 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오니기리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prologue

차려진 밥상을 먹던 생활에서 이제는 내가 차려야 하는 주부가 되고 나자 하루 세번 있는 식사때마다 메뉴 정하고 상차림하는게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밑반찬과 주 메뉴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베테랑 실력도 아니고, 장을 보러 가면 사올만한 것도 마땅찮은 것 같아서 상차림이 부실해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짧은 시간에 쉽고 빠르게 차려낼 수 있는 오니기리라, 구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분 만에 만드는 간편한 한 끼라는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

살아오면서 오니기리 먹어본 숫자보다 편의점 삼각김밥 먹어본 숫자가 더 많지만, 그래도 맛은 오니기리라 좀더 나았던 것 같다. 차디찬 삼각김밥에 비해 밥도 좀더 부드럽고, 반찬으로 들어있는 내용물도 약간 더 푸짐했던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오니기리 전문점이나 식당 등에서 사먹다보니, 집에서 만들 엄두를 내보지 못했는데 오니기리만 전문으로 하는 레시피 북이 소개되어 어떤 오니기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진지한 호기심으로 펼쳐들었다.



중요한 밥짓기서부터 꼼꼼히 잘 나와 있어서 몰랐던 부분도 새로 배우고, 그리고 밥의 양까지 정확히 찾을 수 있어서 밥 한 공기당 세개 정도의 오니기리를 만들면 좋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오니기리에 붙이는 김도 그냥 대강 잘라 붙이는게 아니라 여러 모양으로 쉽고 간단히 자르는 방법이 소개되어 대충 눈대중으로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책으로 제대로 배우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기본 오니기리의 레시피에 들어가보면 처음에 일본 사람들이 반찬으로도 참 즐겨먹는 우메보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게 무슨 맛일까? 싶은 매실장아찐데도 그들은 참 맛있게 즐긴다. 또 삼각김밥으로 즐겨먹었던 참치도 오니기리로 정통으로 만날 수 있는 레시피가 소개되었다. 참치마요서부터 매콤하면서 부드러운 참치 오니기리까지.. 익숙한 맛이라 친근함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메뉴였다.



반찬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서 재료 준비하느라 손질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저 오니기리와 편하게 떠먹을 국물 정도만 갖춰놔도 한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맛까지 보장되어야 먹는 사람도 즐거이 먹을 수 있겠지만 저자이신 메이님의 레시피는 소박한 한그릇이라는 책으로 맛을 검증받은 적이 있는 터라 오니기리의 맛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높아졌다.



후리가케를 직접 만들어두고 반찬 없을때 작게 동글동글 빚어 아이를 위한 주먹밥을 만들어준 것 외에는 특별히 따로 오니기리라고 할만한 것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틀로 만들수 있는 삼각김밥서부터 손으로 동글동글 빚는 여러 모양의 오니기리들까지.. 재료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해질 오니기리들을 이제는 내 손으로 다양하게 재현해보고 싶었다.


한권의 책에 오니기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기본 오니기리들 서부터 응용편에는 우리가 일식집에서도 만났던 군함 말이 등도 응용 오니기리로 분류되어 소개되어 있었다. 또 오니기리로 만든 디저트서부터 오니기리의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일식 등 (한끼 식사가 충분히 되는 덮밥류가 주를 이룬다.) ,보기에도 너무 예쁜 아이들, 어른들 도시락과 오니기리로 한상차림의 예시들까지.. 그야말로 오니기리의 집대성이었다. 그에 곁들이는 반찬과 국의 레시피도 소개되어 따로 다른 책을 참고할 필요가 없어 더 용이했다.


입맛 없을때 한식 가정식에서 조금 벗어나 닮은 듯 조금 다른 일본의 가정식에 도전해보는 것도 잃었던 입맛을 되살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적은 재료로 손쉽게 만들수 있기에 김밥보다 만들기 쉽고, 또 새로운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주목도 받을 수 있다. 아이와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인 지금, 친구네 가족 혹은 우리 가족끼리 오붓이 떠나는 여행에라도 김밥 쌀 시간이 부족하거나 할때 김밥 가게에 가서 사가지 않고 집에 있는 반찬으로 후다닥 예쁜 오니기리를 만들어 싸간다면 솜씨있는 주부로 인정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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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박완서.한말숙.김양식 외 지음, 숙란문인회 엮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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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이 타계하시고 나자 비로소 유작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학창 시절 열심히 읽던 책을 중학교 이후로 놓아버리고, 그 이후에는 한참 시간이 흐르니 인터넷이나 티브이, 영화처럼 손쉽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상 매체에 비해 책은 한참의 집중을 요하는 일인지라 다시 책을 손에 들게 되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그렇다고 해도 핑계를 대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집은 박완서님의 유작이자 이 책의 제목인 <행복하게 사는 법>을 포함해 박완서님의 숙명여고 동문인 많은 선후배 동기 여성 작가들의 주옥같은 수필, 시 등이 실린 책이었다. 한 명문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유명한 작가분들이 배출되었음이 놀라웠다. 다양하게 한국 문학사에서 활약중인 숙명여고 출신의 동문들이 모여 숙란문인회를 만들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낼 정도가 되었으니 그들의 쟁쟁한 이름과 작품을 접함에도 우선 부러움이 들었다. 아마 예전에 시험을 쳐서 어렵게 들어갔을 학교였을지라 (우리때처럼 평준화가 되어버린 연합고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일)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무척이나 뛰어났고, 그 자긍심은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나와있어서 지방에서 평범한 고등학교를 나왔기에 대학에만 명문이 있는줄 알았던 내게 또다른 발견을 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박완서님의 <행복하게 사는 법>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납니다.서로 사랑하게 되는 거지요.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42p

 

상대방의 단점이 아닌 장점만을 보려하는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보다 특히 남에게 인색한 요즘 풍토에는 더욱 힘들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을 대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로 하였다.

 


흔히 개성 사람은 깍쟁이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제게 단 한번도 깍쟁이셨던 적이 없습니다. 제가 서울에 갈때마다 손수 밥을 해서 먹여 주셨습니다. 제가 서울에만 가면 선생님께선 손수 빨간 냄비에 김치찌개 끓이시고, 제주도에서 갓 올라온 싱싱한 갈치를 구워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그렇게 귀히 대해 주시니까 작년에는 큰 따님 원숙씨까지 저를 자기 집에 불러다 삼겹살 넣은 묵은지찜과 굴비를 구워 주었습니다. 186p

 

박완서님의 작품 뿐 아니라 그 분을 기리는 작품도 소개되어 박완서님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인이자 숙란 문인회의 또다른 멤버인 이영주님의 글 <옳고 아름다웠던 박완서 선생님> 글 중 한 대목이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 대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씀씀이까지 느낄 수 있게 하는 수필이었고, 다른 작가님들의 여러 수필 역시 연륜이 뭍어나고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글들이라 느끼는 바가 컸다.

 

이경희님의 <현이의 연극>은 앞부분부터 너무나 낯익어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글인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중학교 국정 교과서에 게재되어 교과서로 만났던 글이었던 것, 읽으면서도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글이다 싶었는데 아이엄마가 되어 다시 읽으니 여학생일때 읽었던 느낌과 새삼 또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숙란문인회의 전공은 참으로 다양하다. 대부분 국문학과 출신이 많으셨으나 영문과, 언어학과, 게다가 약학과 출신도 세분이나 글이 실렸고, 지리교육과, 간호학 등 문학과 무관한 전공을 하신 분들도 참으로 많아보였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공을 불문하고 빛이 났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선배님 글이 두분이나 실려 있어서 반가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같은 과 동기 중에서도 글을 쓰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직은 평범하게 아기엄마로 지내고 있다. 글을 읽는 것은 좋아해도 쓴다는 것은 너무나 대단한 창조작업이라 생각하는 나로썬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지만, 다양한 전공에도 불구하고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숙란문인회의 여성 작가분들을 만나니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친구들의 글 또한 책으로 만날 날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준 사람들은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 내 것이지만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 많이 쓰는 이름, 내 이름을 노래처럼 다정하게 불러 준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고 싶다. 그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특권이며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축복이기도 하니까..... <이름에 관한 단상>, 김미라 255p

 

재미를 위해 쓰여진 글들이 아니었지만 인생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가 주를 이루어 꾸미지 않은 깊이가 있어 좋았다.

글을 읽고 인생을 만나고, 그리고 내 추억 속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책, 지금 나의 여고동창들, 대학 동기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깊은 밤, 잠도 못 이루고 오랜만에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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