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여행,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정인수 글.사진 / 팜파스 / 2011년 6월
절판


직장 생활을 할 적에 무척이나 바쁜 날에는 오전 나절 정말 눈썹이 휘날리게 일하고, 점심때 밥을 먹다보면, 일하는 속도로 전투적인 자세로 밥을 우겨넣어 이건 먹은 건지 마신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성급히 구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었다. 체할 것만 같아서 정신 좀 차리고 먹자고 나 자신을 추스리고 나니 그제야 잠깐 숨을 돌릴 여유가 생기던 그런 날들. 결혼 후 일을 쉬고 아기를 낳고 살림만 하면서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신랑이 밖에서 혼자 일하고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백분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 나름대로 반복되는 육아와 살림이라는 일상을 벗어나고픈 마음에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좀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쉬고 싶은 신랑과 코에 바람 좀 넣고 싶은 아내와 아들. 주말마다 놀러가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신랑이 짬을 내어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줄때는 아무리 가까운 곳만 둘러보고 와도 참 행복한 느낌이 든다.



사실 그랬다.

대학 졸업 직전 과에서 가장 먼저 결혼했던 친구가 결혼 후 바로 아이를 하나, 둘씩 낳고 다른 친구들이 바쁘게 일할때 혼자서 프로 주부가 되어 가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신혼 초에는 신랑과 집앞 수퍼에만 같이 나가도 무척 행복했었어. 아이들 낳고 나니 그럴 짬도 없네." 라며 말이다.



결혼 후 정말 신랑과 마트 나들이, 산책, 아니면 집근처 드라이브 등만 해도 어찌나 행복하던지.. 거창한 해외여행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바쁜 신랑과 함께 하다보니 얼굴 보고 손 잡고 같이 걷는 그 길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바쁘단 이유로 평일의 그 여유도 갈수록 사라져버리고 있지만..

지금도 아이 유모차를 끌고 같이 아파트 한바퀴만 돌고 와도 (그리고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즐겁기만 한데, 조금 더 눈을 넓혀 혼자 보기 슬플 정도로 아름답다는 그런 명소들을 가족과 함께 둘러보고 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늘 바쁘다. 그래서 소풍 같은 여행의 맛을 잊어가는 것 같다. 이곳 상당산성에서라면 그 맛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걸으며 풀과 나무, 새들의 노래를 듣는거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숲속 벤치에 앉아 쉬고, 출출하면 산성마을에 들러 맛난 음식을 먹는거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가볼 거예요." "돈만 있으면 누군들 그렇게 못합니까?"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좀 바쁠때 시간을 내려 노력해보고, 약간 모자란듯해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얻어가는 것이 있다.

137.138p 청주 상당산성



청주라면..

나보다 더 길치인 신랑이 금강 휴게소에 데려다 주겠다며 고속도로를 탔는데 하행선을 타야하는데 상행선을 타서.. 청주로 들어가버렸던 기억이 난다. 상당산성이라는 멋진 곳이 있음을 알았더라면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방문해서 좀 걸어보고 느껴보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낯선 길을 가다보니 얼른 원래의 길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헤메다 돌아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여행 장소보다는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책. 쓰면서 다시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 무척이나 즐거웠다는 작가의 이야기.

너무나 아름다운 장관 앞에서 혼자 걷는 그 길이 가슴아프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그런 고독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족과 함께 꼭 여행을 가고픈 곳들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봄이면 흩날리는 벚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 유명한 쌍계사 십리 벚꽃길은 다른 곳의 가랑비 꽃비와 달리 연분홍 소낙비 수준이라 한다.


길, 숲, 물, 곳의 네가지 테마로 소개되는 잔잔한 쉼표 여행기, 쉼표라는 이름이 붙어서일까? 아니면 바쁜 일정으로 쫓기듯 훑고 오는 일정이 아니라 여유를 찾기 위해 쉬다 오는 여행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는 순간마저 참으로 편안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멋과 운치가 있는 곳곳을 느끼면서 길을 걷고, 쉬어 가고 하는 여정들.



바쁘고 힘든 일상이라도 잠시 쉼표 하나 찍고, 추천해주는 그곳을 여유있게 둘러보고 잘 보았다, 환하게 웃고 돌아오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empted 유혹 하우스 오브 나이트 6
P. C. 캐스트.크리스틴 캐스트 지음, 홍성영 옮김 / 북에이드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여태까지는 조이 중심의 이야기가 흘러왔는데, 6권에는 각 장마다 조이, 스티비 레이, 헤스 등 각 장의 중요 인물이 언급되어 조이 중심의 이야기에서 조연들에게도 초점을 맞춰 사건을 전개해가고 있다. 조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죽고 나서는 첫번째 붉은 새내기가 된 스티비 레이는 그들의 세계에 국한해서는 최고 여사제라 불릴만한 그런 위치까지 승격이 된다. 물론 반대일당에서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기도 하지만..
스티비 레이의 비중이 한층 높아지고, 추악하고 끔찍한 존재로 그려졌던 카로나의 맏아들 르바임을 스티비가 구해주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행보를 걷게 된다. 즉, 스티비가 조이에게 말 못할 비밀이 생겼다는 것이고, 르바임을 구해줌으로 인해 스티비는 목숨을 잃을뻔한 위기에까지 몰린다.



5부에서 카로나와 네페레트를 물리친 위대한 조이의 행보가 그려졌다면, 5부에서는 조이의 이야기가 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스티비와 르바임에게 좀더 포커스가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6부에서는 조이의 남자친구들간의 질투, 혹은 갈등이 많이 드러나고 스티비에 비해 중요한 스토리는 진행되지 않는줄 알았으나(물론 카로나와의 꿈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 될 정도로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조이보다 스티비에게 집중하게 되기는 하였다.) 숨이 막힐 듯한 클라이막스는 거의 끝부분에 다달아 일어난다. 꽤 오랫동안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조이의 한 사람이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 것이었다. 너무나 허무하게..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조이가 처해있을 상실감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뱀파이어 학교, 나이트 하우스에서의 수학과 음모를 꾸미는 네페레트와의 갈등으로 시작되었던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파생되어 담기는 것 같았다. 체로키 인디언 전설로 언급되는 카로나, 아야의 이야기가 그것이었고, 그저 닉스님의 은총을 입은 새내기라 하기에는 조이와 얽힌 일이 참으로 많았다.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각인 관계 (그전 책들까지는 흔적으로 번역되었다.), 여사제와 전사 관계, 그리고 뱀파이어를 넘어선 붉은 뱀파이어의 등장 등 매 권마다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해 16살 어린 조이가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이 너무나 힘들고 무거운 것임을 드러내준다.

 

뱀파이어의 흡혈 문제가 약간은 성적인 코드로 서술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책 속 조이는 정말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싶을 정도로 애정 문제가 많이 꼬여 있었다. 하나하나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서술이 되면서도 자신의 마음조차 어찌할 수 없는 조이의 난감한 상황과 그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 혹은 수긍하나 몹시 아파하는 이들까지.. 나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조이의 애정에 상처받는 남자친구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여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픈 여성들에게는 로맨스, 순정만화와도 같은 맹목적인 애정관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조이가 좀 자중을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건 무리였을까?

 

사실 갈색 음료와 도리토스를 좋아하는 조이, 그리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쇼핑을 계획하는 아프로디테 등, 조이도 매순간 느끼고 자각하듯, 그들이 아무리 험한 상황에 처해있다한들 그들의 연령대가 10대이고, 한창의 청소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조이도 그 상황에 무척 안도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본 성품을 드러내는 친구들의 모습에 오히려 안정을 되찾는것.

 

어린 소녀에게 일어난 일이라기에는 하나하나의 선택이 극단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고, 극복하지 않으면 뱀파이어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지기에 감당하기 힘들 그런 모든 일들.

책의 제목처럼 유혹이라는 말에..

사실 내가 뜨끔했던 것이..

싫어하는 카로나였으나, 그가 조이를 유혹할때 하는 말들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동정론을 잠시 펼쳤다는 것이다. 잠깐 흔들릴뻔한 조이가 이해될만큼, 카로나의 유혹은 달콤했다.

 

7권 열정에서는 클라이막스이자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린 조이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질 듯 하다.

워낙 두툼한 낱권들이라 다음 시리즈가 나올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기다려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지와 함께 배워요 메이지 입체 놀이책
루시 커진즈 지음, 전정숙 옮김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5월
품절


34개월의 우리 아들, 요즘 영어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별건 아니고,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단어들을 우리말은 영어로, 영어는 우리말로 바꾸어 대답하는 놀이에 빠져있는 것이지요. 돌 전에 노부영 한동안 틀어주다가 cd자체를 거의 끊고 살았는데, 영단어 외우기 (물론 철자 등은 아직 모릅니다.)에 재미가 붙다보니, 예전엔 외면하던 영어 그림책들에도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없어져라 초록괴물로 유명한 Go away big green monster도 그 중 하나지요. 엄마가 먼저 읽어줘도 딴 책 갖고 오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그 책을 갖고 와 읽어달라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열심히 하다보니 재미가 붙더라구요. 사다놓은 한솔 영어전집은 선생님 공부 시작하고 싶어도 아직 아이가 엄마랑 할래요 하며 미루는 통에 그대로 모셔둬서 무척 아까웠는데, 할아버지와 하루에 몇단어씩 외운 영어가 재미났는지, 이제는 수시로 영어에 관심을 갖네요.



메이지는 입체북인 뜰이 있는 메이지 하우스를 먼저 구입했어요. 평이 워낙 좋길래, 친구 딸 선물로 사주면서 하나 더 사서 우리 아들에게도 선물해주었지요. 어릴때 사줬던 터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신기한 입체집 갖고 무척 잘 놀았는데,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작은 물건 찾기 놀이하기를 무척 즐겨했었답니다. 그렇게 친숙해진 메이지로 영어 공부, 한글공부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 나와서 요즘 우리 아기에게 무척 잘 맞을 것 같아 보여주었네요.


책 낯가림이 좀 있는 아기인데, 처음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진짜 놀랐어요. 몇달 전만 해도 영어 읽어주면 못알아듣는다는 듯, 다른 책 읽어줘요 했었는데, 영어로 읽어줘도 흥미를 갖고 바라봅니다. 게다가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들춰보기 책이라, 페이지 어느 부분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아이와 함께 찾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 책이었어요. 처음엔 약간 비싼가도 싶었지만, 아이 좋아하는 걸 보니, 게다가 그 책이 영어 책이라는 생각을 하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저 머나먼 별나라로 날아가버렸답니다. 책꽂이에 모셔두는 책이 아닌, 아이가 보고 보고 또 보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하는 책이니까요

장수도 무척 많고, (사실 얇은 책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 책을 나누어 출판해도 될 정도로 내용이 풍성했어요.) 아이가 중간에 지루해하겠다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처음 읽어줄때부터도 끝까지 다 읽어줄때까지 재미나게 집중하더라구요. 아직은 영단어 몇개 외우는 수준이라 (동물을 주로 외웠구요, 색깔은 기본 색상 정도 , 숫자는 거의 시작 정도고..) 문장으로 설명해줄때는 처음이라 그런지 낯설어했지만 다시 한국어로 반복해주고, 영어로 공부하고 놀듯이, 단어만 암기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매 페이지마다 할일이 있으니, 그거 따라하는 재미로 흥미가 더해지는 듯 했답니다.


알파벳 나오는 부분에서는 노래를 불러주니, 세번이나 "또 해줘요. 또 불러줘요."를 요청하더라구요. 처음엔 좀 귀찮았는데 자꾸 그렇게 아이가 반복해서 요구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한글 단행본도 좋아하는 책 몇번씩 읽어달라고 하고서, 나중에 보니 글자는 몰라도 들은 내용을 외워서 혼자 반복해서 암송하고 있더라구요.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요. 동요도 그렇구요 자주 듣다보면 외워지듯이.. 좋아하는 것을 따로 암기할 생각으로 한다기보다 좋아하면 즐기고, 즐기다보니 입에서 노래처럼 흘러나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암기력이 좋은 이 또래 유아"들의 폭발적인 두뇌 발달을 반영하는 것 같았어요. 나날이 노쇠하는 기억력감퇴엄마는 어찌나 부럽던지요.


한 권 다 읽어주고, (무심한 엄마 길게 놀아주지도 못합니다. ) 정리한다고 다른 책과 함께 쌓아놓으니.. 절 따라 서재로 들어와서, 뭔가 쿵 ~ 하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니.. 쌓여있는 책 속에서 이 책을 꺼내 든 후에.." 엄마, 생쥐 나오는 책 읽어주세요." 하더라구요. "이거 아가책이예요." 하면서요. 다른 한글 그림책도 많았는데, 자기는 이거 하나만 들고 갈테니 엄마가 딴거 갖고 나오라고 하대요. 거실로 나와서도 사실 다른 한글 단행본은 관심도 안 갖고 이 책만 다시 또 읽어달라고 해서.. 대충 그림만 설명하려고 하니.. 아이가..아까 재미나게 했던 페이지들을 찾아서 이거 해줘요. 이거 할래요. 하면서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영어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다른 학습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그림책, 우리 아이 눈높이에 딱 맞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아요. stripe과 spots의 차이를 알려주는 각각에 맞는 동물 찾기, 재미난 동물 소리 흉내내기, 아이가 좋아하는 각종 자동차들, 소방차, 트랙터 등도 나오구요. 같은 양말 짝 찾기 놀이도 좋아했답니다. 동물 색깔 영어로 말하기, 영어로 숫자 세기 등도 아이가 따라하기 좋은 파트였구요

어떤 느낌인지 촉감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메이지가 양은 폭신폭신하다고 말을 하는데, 그럼 다른 것들의 느낌은 어떨까? 하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고슴도치, (호저일까요? 암튼 아이들에게는 고슴도치), 계란, 그리고 기타 사물들, 또 팝업을 열면 물고기까지..다양한 것들의 촉감을 이야기해야하는데.. 달걀은 느낌이 어떻지? 하고 물어보니...아이가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엄마인 제가 평소에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해주지를 못해서 달걀은 손에 쥐어준적이 없다는 게 떠올랐답니다. 얼른 계란을 하나 깨끗이 씻어다 만져보게 해주니 얼굴에 방긋~하고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미끌미끌해요. 라고 대답도 하구요.


아이가 누워서 책을 보는 걸 본 기억이 없는데, 이 무거운 책 (아이에게는 무거울)을 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보는걸 보고 정말 놀랐답니다.

아이가 지칠때까지 읽고 또 보여주어야 하는데 게으른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네요. 주로 자동차, 스티커, 동물 등의 책을 좋아했는데 영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되어 더욱 즐거웠구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적, 아마 시골에 살때니까, 초등학교 3학년도 되기 전의 기억이었을 것이다. 플라스틱 나비 모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어떤 나일까? 참 나가 맞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잠깐 평범한 순간을 멈추고 그렇게 돌아본 기억은, 다른 모든 추억이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 와중에도 지금도 그때의 찰나가 또렷이 기억나는 신비함을 지니고 있다.

 

아주 가끔 그렇게 일상에 정지버튼을 눌러버릴 때가 있다.

익숙하게 생활한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1을 뚜렷이 바라보고 있고, 익숙한 글자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 글자가 왜 그렇게 불리는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여행을 갔을 적에,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현실을 생각하며, 그때가 꿈인가 생신가 싶은 마음으로 잠시 스탑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잠깐 멈추어 섰던 말레이시아의 석양, 태국의 바다 등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하나의 스틸컷처럼 또렷이 각인되는 새로움.

 

이 책은 평범한 어느 사람의 일상이 갑자기 낯설어진 3일에 대해 그리고 있다. 나처럼 자신의 의도에 의해 낯설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낯익은 모든 것들이 타인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자명종은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자명종이 아니다. 아내 역시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아내가 아니다. 딸아이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딸아이가 아니다. 강아지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강아지가 아니다. 스킨도, 휴대폰도, 어디론가 발이 달린 것처럼 제 스스로 사라져버렸다. 이 돌연변이의 기이한 현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섀도 박스.

같은 종이를 여러겹 오려 필요한 조각을 만든 후 실제 상황에 맞춰 입체감있게 재배치해서 만든 전위적 예술 공간. 종이를 여러겹 쌓았기 땜누에 옆에서 보면 그림자가 지고 그로 인해 입체감이 느껴지는 3차원의 공간, 그 상자 속에 K가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K가 겪고 있는 이 수수께끼의 상황은 섀도 박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 3의 입체 공간일지도 모른다. 54.55P

 

친숙해보이지만, 너무나 거리감이 있는 그리고 매일매일의 일상이 똑같은 듯 하지만, 깨어날때부터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기이한 경험들.

그 낯선 경험에서 주인공 k는 참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나 중복되는 우연의 일치라기엔 무섭기까지 한 사람들과의 만남, 마치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묘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후반부로 가면서 그가 깨닫는 바가 생긴다.

 

도대체 어떤 결말로 이야기가 진행이될까?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말이라 이야기한것처럼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신분열증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쪽이 아니었던 것. 희한한 경험 속에 거의 미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꼬여가는 상황들. 심지어 자신의 누나 이름도 기억을 못하고, 누나를 만나서도 성욕을 느낄 정도로 이상한 감정은 극대화가 되어버린다. 친숙한 모두가 이상하다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러기에 내릴수 있던 결론. 그리고 소설이 이끌어 가는 결말.

투병중이라 너무나 힘든 와중에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솟아올라 원고지에 만년필로 눌러 쓴 (컴퓨터를 쓰지 않고) 장장 2달만에 써내려간 최초의 전작 소설, 무엇이 최인호 작가님으로 하여금 힘든 몸을 이끌고 엄청난 열정을 이끌어내게 하였는지..결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또 궁금증으로 쉬지않고 넘겨가던 장이 갑자기 무거워지면서 k뿐 아니라 결말에 드러나지 않는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까지 낳게 되었다.

 

스스로를 위한 최초의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작가님이 말하는 인생 제 3기의 소설의 시작이었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성에 물주기 - 반짝이는 순간을 쓸고 닦고 물을 주는 일
공혜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5월
장바구니담기


매일 아침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익숙한 오늘 속에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낯선 오늘들이 숨어 있는 것이라면..

소소하다 못해서 시시하기까지 한 내 하루의 기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익숙함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더듬이에 집중하며 쌓여가는 지금들을 곡곡 씹어 맛을 보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프롤로그


일상기록공작가라는 작가의 직함이 생소하다. 100여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에도 특정 직함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반복 수련 중독자, 방DJ, 뒤태애호가, 집요함 애호가, 주치의 주파수 탐색가, 틈식물 기록가 등등 어디에서고 들어본 적 없는 특이한 직함에 눈이 휘둥그레지게 된다.

평범함과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무척이나 창의적으로 느껴졌다. 어른들이 보면, 아이구, 할일 없구먼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요즘의 발랄한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멋으로 다가올 그런 이야기들이다. 하나하나 따라해봐도 좋고, 아니면 그녀를 따라 상상만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감성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의 나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삐익~ 아니올시다이다. 이 책은 정말 예쁘고도 재미나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잠깐 되돌아볼 여유가 한심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작은 편견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이 나올 줄이야. 상상도 못했지만, 직접 읽어보니 무척 마음에 든다. 블로그에 하나둘씩 연재가 되었어도 무척이나 인기를 끌었을 재미난 혼자놀기 방법들, 그 속에는 참 다양한 멋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마치 디자인인듯 보이는 어느 장면이 소개되었다. 놀랍게도 아침마다 엄마와 마시고 남긴 컵 바닥의 커피 자국이란다. 일상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하나하나를 사진찍어 모아놓은 사진들. 먹고 남은 찌꺼기라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는 얼핏 보면 멋지게 디자인한 어느 그림같아 보인다. 생각의 전환, 참신한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작가의 여러 생각들은 우리의 죽어있는 감성에 촉촉한 물주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문방구 부흥회회원 같은 경우에는 언제고 시도해보고 싶은 그런 일이기도 했다.

1. 무료하고 늘어져 의욕이 없는 날, 주머니에 만원을 챙긴다

2. 책상을 둘러보며 풀이나 지우개 같은 소모품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3. 동네에 오래되고 물건 많은 문방구로 간다.

4. 필요한 소모품 등을 주인에게 물으며 어색함을 없앤다.

5. 소모품들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게 안을 둘러보고 눈에 띄는 것들을 찍어둔다.

6. 있지도 않은 초등학교 1,2학년 조카들을 들먹이며 그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류를 주인에게 슬쩍 물어본다.

7. 주인에게 어릴적 쓰던 장난감들의 안부를 묻는다.

8. 조카 것을 구입하는 것처럼 내가 사고팠던 것들을 구입한다. 될 수 있으면 모두 만원을 채운다.

8. 커다란 봉투에 문구류들을 가득 채워 들고 나오면서 주인과 가볍게 인사하며 눈도장을 찍는다.



저자의 문방구 방문 매뉴얼이었다. 후후 정말 읽는 그대로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방문 매뉴얼까지 있는 저자의 용이주도함. 나야 아기 엄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척 문방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수 있지만, 나만의 문방구 장난감이나 문구류를 고른다는것은 정말 오랜만에 만원한장으로 누리는 최고의 쇼핑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각종 놀이들, 저자의 무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그런 깜찍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