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선생님 365 -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세상의 모든 것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4월
품절


365일,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선생님으로 하여,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깨닫게 하는 책 학교 밖 선생님 365이다.

365가지나 되는 가르침을 찾기 위해 억지스런 이야기도 다소 들어갔다고 하나 선생님의 자질이 부족하다 탓하지 말고 너그러이 받아들여달라는 작가의 첨언이 애교스럽다. 노란 표지에 감각적이고 예쁜 글씨가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편안하면서도 짧은 글 속에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글귀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그런 것들을 새삼 다시 되뇌게 만드는 신선한 책이었다. 예전에 광수생각의 박광수님은 주로 그림과 함께 짧은 글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랄까? 이 책에는 그림은 좀 적은 편이고 주로 글이다. 저자는 27년차 카피라이터이자, 광고를 꿈꾸는 사람들의 뛰어난 선생님이기도 하다. 벌써 몇권의 책을 낸 분이라는데 처음 이 작가님의 책을 읽음에도 사물을 관찰하고 유쾌하게 해석해내는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그런 책이었다.



46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재미난 아이디어들을 한장씩 읽어가다보면, 짬짬이 읽은 내용이 상당히 쌓여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혹은 샘터, 좋은 생각 등을 읽듯이 하루에 딱 하나씩의 분량만 읽어 1년을 채우고, 하나의 이야기당 더욱 깊이 있는 통찰을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책이니 말이다.


각 글마다 큰 제목과 작은 제목, 그리고 내용이 들어간다. 큰 제목과 작은 부제만으로도 어느 정도 오호라~ 하는 감이 오는데, 그에 대한 부연설명같은 느낌의 글이 참 와닿는다. 물론 모든 글이 다 와닿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해시켜주고자 하는 내용들이 참 참신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학교, 선생님..이라는 글들이 들어가, 실제 교직에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가 좀더 가벼이 그리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인생 조언집임을 알고 놀라면서 마저 읽어내려간 책이었다. 말랑말랑한 글귀들도 마음에 들고, 짧은 글이라도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그런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다.

광고 카피라는 것이 바로 순간을 포착하는 창의성이라 사물에서 교훈을 발견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아뭏든 발상의 전환, 무척이나 신선하다.


친구의 또다른 이름, 거시기. 친구를 거시기라 부른다는 것 만으로도 사실 웃음이 났는데 글을 읽다보니 우정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음, 친구와 거시기라 이야기하지는 않더라도, 같이 기숙사에서 살고, 하숙을 할때는 굳이 일일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는데 꽤나 오래 떨어져 있다보니, 지금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도 간혹 생기곤 해서 안타까운 느낌이었다. 친구와, 예전의 우정을 되찾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대화를 망치는 세가지 습관이라.. 무슨 할말이 그리 많길래, 이야기하다보면 상대의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짧게 듣고 길게 말한다라는 부분이 무척이나 찔렸다. 자꾸 그러다보니, 어쩔땐 어머님 말씀하시는 중간에도 내 이야길 할때가 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싶은 순간이다

주방장과 최악의 부하직원은 무슨 조합인가 싶었다.

못하는 요리가 아무 것도 없다고 장담하나,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물론 최악의 부하직원이 꼭 이런 사람은 아니겠지만 정말 이렇게 잘난척만 하고, 스스로 일을 찾아 할줄 모르는 그런 바보같은 부하직원이 들어오면 무척이나 골치를 썩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조언, 교훈을 담은 책들을 읽다보면 때로는 나와 모두 다 맞는 상황을 만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책 속의 내용을 읽다보면 공감가는 내용은 상당히 많다. 이 책도 그랬다. 새로운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인생 수업은 참으로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딱딱한 가르침이 아니라 더 좋았고, 그냥 편안히 읽으며 배울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책 한권도 친구인양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책, 학교밖 선생님 365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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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단골가게 - 마치 런던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이혜실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5월
절판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런던 여행 또한 좋아하리라 감히 단언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여느 유럽 나라와 비교해도 런던은 아기자기하고 세심하며 예쁘다. (같은 섬나라여서 그런지 이 두 나라는 닮은 점이 꽤 많다.) 빅벤이나 타워브리지 같은 런던의 대표 관광 명소만 둘러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냐며 반문하겠지만, 소호의 뒷골목인 카나비 스트리트나 브릭레인 로드 마켓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이런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줄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위트 넘치고, 때로는 과감한 런던 구석구석의 숍들, 그리고 갤러리들을 이 책에 담았다. -PROLOGUE

여행책은 실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읽기도 하지만, 여행을 갈 상황이 못 되어도 마치 여행을 간듯한 설레임과 대리만족을 주는 그런 효과까지 끌어안고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누누히 말하지만, 어린 아기를 둔 엄마라 혼자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어서 마음껏 다니지 못하는 아쉬움을 수많은 여행책을 통해 대신 누리고 있다. 여행 책을 읽다보니 여행 준비에 충실한 가이드 북서부터, 자신의 관광, 혹은 주민으로써의 실생활 체험 등을 다룬 여행 에세이 등도 있고, 이 책처럼 특별한 주제에 맞춰진 맞춤형 여행책까지 꽤 다양하게 분류되어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다. 부즈펌의 단골가게는 도쿄, 단골가게를 먼저 읽고 홀딱 반했었다. 그리고 아직 못 가본 도시 (사실 도쿄도 못 가봤지만 워낙 여행 책을 두루 섭렵하다보니 이미 다녀온 듯한 친근함을 느낀다.) 유럽, 그 중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오랜 명성을 누렸던 런던에 대한, 런던, 단골가게가 나온것을 보고 못가본 곳을 일상처럼 그려낼 이 시리즈가 무척이나 읽고 싶었다.


비행시간만 해도 꽤나 장거리기에 한번 찾아가기도 어려운 유럽이고, 또 긴 휴가를 낼 상황이 되지 않아 혹은 자금 부족으로 유럽여행을 계획하더라도 길고 긴 시간을 머물다 오는 경우는 드물다. 작가 말처럼 어학연수, 유학 등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짧은 일정, 길어야 한달 정도까지의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런던만도 아닌 유럽 여러곳을 ) 훑다보니 런던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아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동생만 해도 런던, 파리 등 유럽에서도 두개 도시만 여행하고 왔음에도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어서, 런던에서 길어야 2박 3일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안다.



이 책의 저자 이혜실님은 디자이너 출신이고 지금은 캐릭터 회사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꽤 오래다니던 직장을 접고, 6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을 런던에서 현지인처럼 휴대폰을 만들고, 플랏을 정해 지내다 돌아왔다. 관광객들이 짧은 일정으로는 찾기 힘들었던 추천 쇼핑 숍들을 그래서, 저자는 6개월의 충실한 삶을 통해 단골가게를 만들고, 우리에게 친절학 사진과 함께 소개해줄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지를 그냥 훑고 오는 여행을 주로 했던 나는, 이런 책이 참 좋다. 쇼핑 스폿도 관광객 바가지 씌우는 그런 가게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기고, 현지인들의 안목으로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장소들이라 더 유익한 정보가 아니었나 싶다. 여행을 가기전 정보를 얻기 쉬운, 말뿐으로는 제품의 정보와 디테일을얻기가 어려운데 충분한 사진이 실림으로써,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게를 선택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지도와 커다란 지하철 노선등이 수록되었는데, 뜯으면 혹시나 여행갈때 잊어버릴까봐 고이 모셔두고 있는데 런던 여행할때 과감히 찢어 여행을갈까 한다

런던도 주로 여행 책들을 통해 대리 체험을 해봤는데, 허운데기라는 곳은 빈티지샵이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책에서는 빠진 정보지만, 다른 책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또, 영국하면 차가 유명하니, 수많은 홍차 애호가들이 선호할만한 그런 티관련 제품이 많은 곳일 것이다. 위타드라는 브랜드 또한 여행정보등에서 주워들은 정보였는데, 런던 여행에서 꼭 빼놓지 않을 머스트 해브 쇼핑 아이템이라니, 선물용으로도 무척 유용할 것 같다.



탑샵이라는 브랜드의 감각적인 옷들은 가격대비 품질이 무척이나 착하고, 뛰어난 센스를 가진 런던패션을 주도하는 명소라 하니, 기억해둘만한 곳이었다.


또 내가 아기엄마라 아이 옷이 괜찮다는 그런 매장을 보면 예사로 넘길 수가 없었다.



물가가 무척이나 비싸 쇼핑에 많이 망설여지는 런던, 그러기에 제대로 된 쇼핑, 그리고 식사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더 꼼꼼한 여행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이런 책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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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사카 고타로.

그 이름만으로도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 꽤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명 소설 작가.

그의 유명한 작품 중에서 골든 슬럼버를 처음 읽어보았고, 이 책이 두번째로 만나는 책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사카 고타로를 읽었고, 그의 신간인 바이바이 블랙버드에도 열광을 하는 듯 하다.

 

사실 책을 읽기전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이..이 책이 완전한 창작이 아닌 다소 독특한 구성으로 시도되는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자이 오사무의 열혈팬이라, 본인은 그 작가의 소설을 절대 읽어보지도 않는 고집을 부렸다 한다. 그런데 편집부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미완성 작품인 굿바이의 속편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오랜결심을 꺾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것. 굿바이의 내용은 다섯 애인을 둔 남자가 어떤 여성을 만나면서 과거의 애인들에게 차례로 이별을 통고하는 그런 줄거리라고 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그 주된 골자만 그대로 차용하고 그만의 색깔을 입혀 새로운 소설을 내놓았다. 어느 유명 영화나 소설의 속편이라고 하면 대부분 전작을 능가하기가 무척이나 힘든 일이 많았는데, 전작인 굿바이를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이 책이 충분히 재미있음에 먼저 감동을 하였다.

 

사실 양다리도 싫어하는, 바람이라는 자체를 무척이나 혐오하는 나로써는 다섯다리나 걸친 문어인간같은 주인공이 처음에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자는 그가 천사처럼 느껴진다 평을 하였으나, 아니 아무리 착하다 한들 다섯다리나 걸친 남자는 애초에 글러먹은 남자가 아닐까 생각되었기때문이었다. 주인공이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란 점과 실패하기 좋은 확률인 유명 소설의 속편이라는 핸디캡을 끌어안고 있음에도, 단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후회가 없었다.

 

바람둥이의 조건일것같은 매력적인 외모와 대단한 능력, 계산된 언행. 이 모든 것들이 주인공 호시노 가즈히코에게는 없는 것들이다.

다섯 다리나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산적으로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진심이었고, 이별의 순간까지도 그는 상대방 여자들을 걱정한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각 이야기는 가즈히코가 만난 여자들과의 에피소드와 이별로 이뤄진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회색으로 구분된 페이지는 가즈히코와 여성들의 첫 만남 부분이다. 그녀들이 어떻게 가즈히코에게 끌리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고, 원래의 흰 페이지로 돌아오면, 모든 여성들의 반응이 신기할만큼 닮아있다.

그것도 거짓말이었어? 라는 거짓말에 대한 부분으로 말이다. 나와 만나면서 갑자기 헤어지자 하는 것은 나를 처음에 유혹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냐는 것이다. 하지만, 가즈히코는 모두가 진심이었고, 유혹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그의 일상 속에 묻어나는 작은 관심, 혹은 배려의 행동들이었다. 독특한 사람. 페이지를 넘겨갈 수록 천사라 느끼기는 힘들지만, 자기 자신 하나 지키기 힘들어보이는 이 남자가 마음만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애초에 한 사람을 선택했어야지. 하는 식의 작은 동정론도 펼쳐본다. 물론 이 남자가 처한 위기는 다섯 여자를 만나기때문이 아니다.

 

남자는 어떤 이유로 막대한 빚을 져서 사채업자에 의해 어디론가로 끌려갈 버스에 실릴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남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붙여진 감시관리인은 180 cm,에 180kg의 거구의 여성이다. 그녀는 몹시 잔인한 취미까지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대놓고 기뻐하며 즐기 악취미를 갖고 있는 것. 그녀의 사전에는 (실제 검은 마커칠이 된 사전을 들고 다닌다.) 동정, 배려, 이런 단어는 눈꼽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말하는 그가 끌려갈 버스는 다섯 명의 인간이 타서, 되돌아올때는 너무나 혹독한 일을 겪은 나머지 다섯명의 "인간 아닌 것들"이 돌아오는 그런 끔찍한 곳이라며 그에게 친절한 설명까지 해준다. 궁금증이 일지만, 너무나 공포의 대상일..그런 버스. 우리나라의 삼청교육대, 실미도 영화 등이 떠오르기도 하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다가 아기를 재우려 옆에서 깜빡 같이 잠이 들었는데, 꿈에 이 책의 이 줄거리가 잠깐 소개되어 놀라 깨기도 했다.

 

남자가 버스에 오르기 전, 그러니까 자신이 무자비하게 지옥같은 곳으로 끌려가기전, 갑자기 연락이 끊겨 걱정할 애인들을 걱정한다는 것.

남자를 절대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그는 어린 시절, 잠깐 외출하고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엄마의 사고사를 알게 된 충격이 남아, 통고없는 이별을 애인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를 너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줘. 나는 산수나 계산을 엄청 싫어하며 산 인간이니까."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아, 그랬군'하고 생각했다. 계산을 싫어했다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인간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218p

 

무거울 수 있는 여러 상황 속에서도 (지옥의 미지의 버스에 끌려갈 운명이라는 것, 그리고 이별에 소금치며 기뻐하는 마유미라는 거구의 여인을 바라봐야한다는 것 등등) 재미를 유지할 수 있던 큰 요소들이 이사카 고타로의 유머로 등장을 한다. 그만의 유머. 참으로 무서운 마유미옆에 있으면서도 참 솔직한 그는 생각도 하지만, 실제로 그녀 앞에서 해선 안될 말들까지 하고 만다.

 

딸기밭에서 만난 전 불륜녀, 바람핀 남편에게 충격받아 이혼한 아이가 있는 이혼녀, 로프와 만화를 사랑하는 사차원 만화녀, 성실하고, 계산에 능한 계산녀, 그리고 뛰어난 미모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탑 영화배우 그녀까지.. 다섯명은 아주 직업도 다양하고 그와 만난 사연도 다양하다. 놀라운 점은 그녀들의 사랑에 대한 허점(?) 같은 취약점에 그가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순수함이라는 코드가 그녀들의 그것과 맞아떨어졌다고 해야하나?

 

이별 통고에 게다가 그 사연이 마유미와의 결혼이라는 위장 조건(?)이 붙어 있어 그녀들은 그 극한 슬픔을 감당하기도 힘들면서 무섭기도 한 마유미와의 결혼에 어이상실의 이상한 기분까지도 맛 봤을 것이다. 각각의 여인들이 아픈 마음에 일일이 자극을 주어 상처에 소금을 뿌린 마유미의 행각이 참으로 못마땅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착한 주인공 덕분에 희한하게 둘이 콤비를 이뤄 그녀들의 뭔가를 해결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뛰어들려 하는 이야기들이 놁랍기도 했다.

 

중간에 끊기가 힘들 정도로 (아기를 재운다던지 하는 피치 못할 사정 외에)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어서, 그리고 책을 다 덮을 무렵에는 이 한심해보였던 바람둥이 남자가 하나하나의 사람들에게 모두 다 진심이었고, 모두를 걱정하는 그 마음이 참으로 어여뻐, 배타적인 감정을 좀 자제할 수 있었다. 아마 세상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인류를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가즈히코는 자신보다 마유미를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이사카 고타로, 그의 신작에 반하여 남은 그의  작품들도 마저 챙겨 읽고픈 마음이 진지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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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지팡이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1
에스텔 민스 글.그림, 이주영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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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는 오스카라는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 아들에게도 유미라는 좋은 친구가 있지요. 아기 어릴적부터 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으면 아기가 친구들도 더 많이 사귀고 그랬을텐데. 유미만 많이 만나고 다른 친구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친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그게 걱정이었답니다.

올해부터 일찌감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유미와 달리 6개월 늦고, 걷기나 말하기가 좀더 유미보다 느렸던 우리아이는 내년부터나 생각해볼까 막연히 그러고 있었지요. 사실 일찌감치들 유치원 알아보고 그런다던데 알아보지도 않고 있는 엄마랍니다. 어쨌거나 아이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서 내년에 유치원 가자했더니..단호한 대답이 돌아와 놀랐지요.



"아니, 집에서 엄마랑놀거예요."

"왜? 유치원 가면 친구도 많고 좋잖아."

"포크레인도 뺏기잖아요."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습니다. 밖에 나갈때 갖고 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형아들이 달라고 하면 어떡해? 하고 말해놨더니 이런 부작용이 생겨버렸네요. 한동안 단호한 아이의 뜻을 꺽을 수 없어서 친구와 우정에 관한 그림책을 주로 읽어주면서 아이의 반응을 살펴봤는데 책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많이 자란 것인지 요즘은 친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서부터 내려온 엄마 친구들 딸들도 두명이나 우리 아이와 동갑이어서 모두들 한데 어우러져 노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기만 했구요. 낯 가릴 줄 알았는데 같이 뛰놀며 금새 친해지더라구요. 나중엔 친구라고 찾기도 하구요. 그리고 얼마전부터 시작한 요미요미 수업에서도 두 명의 여자친구들과 수업을 하다보니 친구의 개념이 명확히 자리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모 레스토랑의 놀이방을 보더니 아이가 처음으로 말했답니다. " 친구들이랑 가서 놀래요."라구요. 예전 같으면 놀고 싶어도 다른아이들이 있으면 들어가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남자아이 둘이 노는 걸 보고 자기도 같이 어울려놀겠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을 엄마가 괜한 걱정을 잠시 했었나봅니다.

참. 오스카와 릴리 이야기는 언제 해줄거냐구요? 내 정신 좀 봐.


릴리에게는 무척 많은 장난감이 있어요. 장난감들을 갖고 놀려니 재미없고 지루한 생각이 들어 친구 오스카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다 숲에서 별 모양이 달린 예쁜 요술 지팡이를 발견하지요. 오스카도 이내 만나게 되구요. 뭘 달라고 소원을 빌까 궁리하다가 빌려달라는 오스카와 실랑이를 하다가 그만 요술지팡이가 뚝~ 부러지고 말았어요. 너무너무 화가난 릴리는 오스카에게 다신 같이 안 놀겠다는 선언을 하고 돌아오지요.


선물에 더 큰 선물을 얹어 줄 수 있는 요술지팡이 (사실 요술 지팡이는 아니겠지만 유아들에게는 정말 요술공주의 마법 지팡이로 느껴졌을 수도 있으니 어마어마한 일이지요. )와 소중한 우정을 이어온 친구, 릴리는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책의 결말을 보면서 어른보다 큰 아이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진짜 요술지팡이였으면 어른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싶어서요.

귀여운 릴리와 오스카처럼 소박한 소망을 빌지도 않았을테고, 로또 1등이나 세계 일주 등 거창하고도 원대한 소망 등을 펼쳐놓았겠지요.

그리고 그 앞에서 친구와의 우정을 가늠해야한다면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선택하기가, 그리고 사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동심을 유지한 어른들이라면 충분히 릴리와 오스카처럼 해결했겠지만 말입니다.




요술지팡이는 아니지만 자기 포크레인을 친구들이 가져갈까봐 걱정했던 우리 아들, 이 책을 읽으며 장난감보다 더 소중한 존재를 깨닫지 않았을까 싶어요. 친구와 같이 공차기 하고, 뜀박질하고, 미끄럼틀 타는게 혼자 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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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 - 엄마가 폭발하지 않고 아이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법 자녀 양육 시리즈 7
매리 S. 커신카 지음, 이상원 옮김 / 물푸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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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4개월인 우리 아들은 어릴적부터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편이었다. 일부 어른들은 소심하고, 겁이 많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런 표현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에게도 우리 아들은 신중하니까..하고 늘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내 마인드와 일맥상통하는 그런 이야기여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흔히 아이들이 쌀 등 처음 보는 사물이 눈앞에 놓이면 선뜻 손부터 넣어 만지려 들겠지만 우리 아기는 어렸을적부터 한참을 먼저 살펴보고 안전하다고 확신이 든 후에 조심스레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지지 않아, 낯가림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걸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조금 낯이 익었다 싶으면 무척이나 잘 지내고, 또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들과 함께 하면 하루 온종일을 온통 행복한 목소리와 애교로 함께 하며 모두를 기뻐하는 양가 집안의 재롱둥이여서 부족함 없는 사랑에 아이가 밝게 자라고 있다 믿고 있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아이의 사회성이었다.

어렸을적부터 워낙 둥글둥글 잘 웃는 성격이라 날 닮아 외향적인가 했는데 클수록 아빠처럼 좀 내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의 테스트 결과도 엄마는 정말 완벽한 외향적 성격으로 나오고, 아기는 아직 더 지켜봐야알겠지만 양쪽을 모두 타고 났으나,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쉬 풀어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거기엔 엄마의 주의도 한몫을 했다. 어린 아이에게 그런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낯가림이 없어진 후 어른들을 마구 좋아하고 따르다보면, 나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들을 유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하여 (그런 육아서를 제법 많이 읽고) 아직 어린 나이지만, 누가 같이 가자고 하면 낯선 사람을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고 단단히 일러두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경계심을 풀기 어려운데 엄마의 이야기는 아마 쐐기를 단단히 박게된 계기가 되었으리라.

 

아기가 낯선 환경을 싫어해 문화센터도 다니다 말았고,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30개월이 넘은 요즘 소수정원의 미술놀이 등을 공개수업으로 진행시켜보니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도 제법 잘 어울리고 친구라며 잘 노는 모습이 새롭게 포착되어 드디어 아이의 사회성도 발달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책에는 남들보다 "좀더" 강한 기질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활력이 넘치는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외향성이 짙은 아이만 표현하는게 아니라, 고집이 세고, 격렬하고, 예민하고 지각능력이 뛰어나고 적응이 더딘 그 모든 성향들을 한데 아우르는 말이 활력이 넘치는 아이이다. 내가 점수를 좀 보통에 많이 두고 평가를 해서인지 몰라도 우리 아이의 경우에도 활력이 넘치는 아이 초기 정도로 나왔다.

 

평소에는 잘 웃고 기분이 좋다가 아주 가끔 별 일 아닌 일로 고집을 피우고, 심하게 떼를 쓰며 울때가 있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할아버지댁에 갔는데, 도착하니 안 들어가겠다 울고불고 떼쓰고 유모차에서도 안내리려고 해서.. 결국 다시 길을 돌아와야했던 것. 얼마전 한 며칠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들, (엄마 아빠를 제외한 할머니, 할아버지 등)에게도 싫어요 미워요 등, 처음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하고, 예전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어디로 갔나 했지만 곧 돌아올거라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던 내게..기적처럼 아이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안해요 보다는 웃음과 사랑을 표현하는 귀여운 왕자님으로 말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그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아주지 말 것.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아이는 그 꼬리표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엄마도 아이도 더욱 힘들어지고..이왕 같은 기질을 표현할 거라면, 긍정적인 꼬리표로 바꾸어 달아줌으로써, 엄마가 느끼기에도 발전성이 있는 아이처럼 느끼게 되고, 아이 또한 긍정적으로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느끼게 되면 그에 맞는 칭찬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예측불가능한'은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으로' 불안한'은 '조심스러운'으로 '까다로운'은 '신중하게 선택하는'

 등으로 꼬리표를 바꾸어주는 것.

 

"누군가 우리 아들이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아이라고 말하면 저는 감정이 워낙 풍부해서 그렇다고 대답하지요. 그러면 상대는 잠시 움찔하지만 몇 분만 지나면 제 말이 맞다고 동의하더라구요. 몇 번 제가 그 말을 하고 나자 아이 할머니도 '얘, 네 풍부한 감정이 다시 나타나는 구나. 음악을 틀고 함께 노랠르 좀 불러볼까' 라고 말씀하시게 되더군요."

남들이 당신 아이에게 상처 주는 꼬리표를 붙이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아이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당신이 그 꼬리표를 바꿔주면 된다. 싸울 필요는 없다. 긍정적인 어휘로 상대의 생각을 살짝만 바꿔보자. 43p

 

전체의 10~15%를 차지한다는 활력이 넘치는 아이. 우리 아이가 정확히 그 범주에 들어가는 것같지는 않지만 ( 책 내용에 맞추어 볼때) 육아에 임하는 엄마의 성향을 깨닫고, 피드백이 필요한 엄마라는 사실, 그럼으로 내가 먼저 즐거워야 아이육아 또한 즐거울수 있다는 사실들을 깨달을 수 있어서 고마운 책이었다. 아이가 가진 성향이나 성격이 엄마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해 꽤 많은 부모들이 자신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객관적인 느낌으로 아이를 분석하고 성향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꼬리표로 아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즐거운 육아를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골자가 아니었나 싶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세요.

보통 아이들보다 '좀더' 활력이 넘쳐나는 기질을 지닌 당신의 아이는 '좀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4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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