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 보름달문고 45
한윤섭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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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찰리가 땅에서 열쇠를 파내어, 동물원 우리를 열고 다른 동물들 우리까지 드나드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분명 해리엇이라는 175년이나 살았던 거북이 이야기라는데, 소설은 찰리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어린 원숭이 찰리가 엄마와 떨어져 동물원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야생의 동물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까지 갈 여력이 없어, 자가용 타고 슝 ~ 달려가 볼 수 있는 동물원 동물들에게 대단히 만족을 하고 살았는데, 그 동물들의 잃어버린 자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티브이에서 종종 나오는 동물원 동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얼마전 읽은 동물원을 샀어요. 라는 실제 에세이 등을 통해 약간을 추측할 수는 있지만, 동물들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에서 본 관찰이라 관찰자적 시점이었다. 이 책은 동화라는 장점을 갖고 있기에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봉주르,뚜르라는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준 한윤섭님의 새로운 작품 해리엇.

봉주르 뚜르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 본 동화였는데, 그림과 글의 느낌이 너무나 좋아 봉주르 뚜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원숭이 찰리는 동물원 우리에 바로 수용된 것이 아니라, 동물원을 운영하는 사람의 아들이 찰리를 애완동물 혹은 친구처럼 키우고 싶어해서 데려온 동물이었다. 엄마와 함께 왔으면 좋았으련만, 동물들에 대해서 엄마와 아이를 떼어놓는 것에 사람들은 참으로 엄격한 것 같다. 그게 참 아쉽다.



사실 우리집에서도 예전에 강아지를 길렀을때 어미 젖도 떼지 않은 그 어린 강아지들을 데려다 키웠던 생각이 난다. 어린 두 마리 강아지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아기 엄마가 되고 나니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도 아기와 엄마를 떼어놓는 일이 참으로 못할 짓으로 느껴졌다.



찰리는 고독한 상황에 처했지만, 일년을 인간 아이와 함께 지내며 적응하게 되었다.

하지만, 원숭이 우리에 있던 특히나 난폭한 성격의 개코 원숭이무리들은 인간과 함께 살았던 찰리를 참으로 마땅찮아 한다.

특별대우를 받았던 동물에 대한 질투와 핍박, 찰리가 계속 아이와 함께 살았으면 좋으련만. 인간은 언제나처럼 무책임하게 (필요하지 않으면 애완동물에 대해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떠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아이도 학교에 돌아가는것이라 어쩔수없는 일이긴했지만..



찰리는 동물원 우리로 들어오게 되고, 개코 원숭이 두목인 스미스는 그런 찰리를 매일 구박하고 협박한다. 찰리가 아주 우연히 열쇠를 갖고 온것을 알고 더더욱 그를 괴롭힌다. 개코 원숭이들의 괴롭힘과 돌팔매질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던 아기 원숭이 찰리를 도와준 것은 바다거북 해리엇이었다. 그는 동물원의 원로로써, 그리고 속깊은 이해심으로 찰리를 받아들이고, 스미스 일당으로부터 지켜내게 된다. 신기하게도 사육사까지도 해리엇의 뜻을 이해하게 되어 찰리를 원숭이 우리 근처에서 떨어진 해리엇과 흰 너구리 올드 등의 우리로 옮겨주게 되었다.



종이 다르지만,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된 찰리.

나이든 해리엇과 올드 등과의 사귐은 찰리에게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몇년이 흘러 해리엇의 목숨이 다하는 때가 온 것이다.

175년이라..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해리엇의 고향 또한 너무나 머나먼 땅 갈라파고스였고, 그는 마지막까지 옛날이야기를 원하는 어린 동물을 위해, 생명이 다해가는 그 힘든 순간에도 자신의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이 곳에 이르기까지의 그 여정을 말이다.


오랜 친구인 해리엇의 이야기를 들으며 찰리는 그 속에서 또 하나의 발견을 한다. 그리고 해리엇을 위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한다.

해리엇, 거북이의 무뚝뚝한 이름처럼 느껴졌던 책이었으나 읽는 내내 참으로 가슴따뜻했던 그런 동화.

찰리와 해리엇의 진하고 깊은 우정은 인간 사회에도 적용할만한 깊은 감동을 주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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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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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며칠 사이에 이렇게 더워질 수가 있을까?

비가 오던 지난 주엔 여행을 가서도 가랑비를 맞으며 그럭저럭 돌아다녔건만, 폭염이 쏟아지니 어디를 가지도 못하고 그냥 숙소 안에서만 방콕하고 에어컨을 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사실 이게 가장 재미난 바캉스가 아닐까 싶었지만.. (여행이 길었던게 아니라 두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꽤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책에 대한 호기심에 미리 다른 님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새로이 읽은 그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 줄거리만으로는 와닿을 수 없는 느낌이랄까. 아뭏든 그랬다.



미국 고등학교에 퀸카 그룹이 존재하고 (아마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치어리더 그룹 같은 모임이 아닐까?) 그들은 학교내에서 누릴 수 있는게 너무나 많아 누리지 못하는 그 밖의 "불쌍한"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 좀 예쁘고 인기 좀 많다는게 그들이 가진 최대의 자산, 사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에 많은 거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좀 예쁜 아이들이 도도하게 다른 아이들을 짓밟고 흉보는 이야기가 무슨 대수람?



최고의 이슈메이커와 같은 린지, 그리고 린지의 추종자격인 세명의 아이들, 그 중 하나인 샘은 린지가 자신을 선택해줌으로써, 인기없는 절반의 무리에서 인기 높은 무리로 계급상승한 기쁨에 하루하루가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자유라 누린 그 방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사이코라 불렀던 줄리엣 사이크스, 거의 맹목적으로 그녀를 놀림감으로 삼고, 괴롭혀왔는데 그녀는 샘의 마지막 날 이상하게 자꾸만 얽혀들게 된다.



그렇다.

한창의 나이, 10대에 최고의 고등학교 파티를 즐기고, 또 그날 밤은 학교 최고의 킹카와 첫날밤이 예정되어 있는 샘에게는 특별한 하루였다.

그날 남자친구 롭이 너무나 만취한 나머지 별다른 일 없이 자기 무리들과 집에 가다가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엄청난 고통, 그리고 다시 그녀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날은 바로 어제의 그 날. 그녀들이 최고로 치는 큐피드 데이이다.

학교 친구들에게 받는 장미 갯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큐피드 데이. 공부는 못해도 인기를 최고로 치는 그녀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행운이 주어지는 날이다. 그녀가 누리는 그 많은 행복들, 하지만 그녀가 죽었던 하루를 다시 산다는 것은 그녀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동시에 두렵게도 만드는 일이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동원해보지만, 어제와 조금 다른 듯 하지만, 조금씩 일이 틀어지는 것 같아도 분명 어제와 비슷한 상황으로 일이 꼬여만 간다.



영화 데스티니와 이프 온리를 동시에 떠올리게 했던 소설, 이 책은 헐리웃에서 영화화 될 예정이라 한다. 죽음과 환생이라는 그것도 바로 죽는 날 하루뿐인 환생이 연거푸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끔찍함이라는 데서 이 책은 독특하게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 같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그것도 그 하루가 내가 죽는 그 마지막 날이라면..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샘은 처음에는 피해보려고 갖은 애를 써보고, 그 다음에는 미친듯 방종한 삶을 살기도 해보다가 몇번의 죽음 끝에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야했던 그녀가 미처 모르고 죽을뻔했던 사실들. 그녀는 다행인지, 괴로운 죽음을 몇번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 하루뿐인 삶, 죽음에 이르는 그 하루의 삶이 반복적으로 계속된다는 것은 저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녀에 의해 조금씩 변화되기도 한다. 그녀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일까? 누가 그녀에게 그런 열쇠를 쥐어준 것일까?

나라면? 내가 당시의 샘이라면? 샘과 참 다른 삶을 살아와서인지 대신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끔찍한 일에서 다시 살아나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을 깊이 생각해보려했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간절히 드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참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의 끈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토끼같은 아기 얼굴을 보고 있으니 더욱 살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아이에게 해 줘야만 하는 이야기를 결국 하나도 하지 못하게 되리라. 296p



샘도 그랬다. 발음도 불분명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해주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 여동생 이지에게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는 언니가 되어버리고 만다.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사랑 표현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질풍노도의 잘 나가는 여고생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참으로 많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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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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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어렸을 적에 정말 재미나게 봤던 TV시리즈였어요. 아빠없이도 동물 친구들과 꿋꿋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삐삐의 삶이 자유분방해보이면서도 모험이 가득해 무척이나 신선했던 내용이었지요. 삐삐의 성우를 맡았던 분의 맛깔나는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귀에 생생히 들리는 듯 해요. 재미난 시리즈였던 삐삐가 스웨덴의 유명한 동화 작가 린드그렌이 쓴 이야기라고 하네요. 딸에게 잠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삐삐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책 외에도 꽤 많은 훌륭한 작품으로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동화작가가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책의 그림은 린드그렌의 동화를 주로 그린 일론 비클란트가 맡았답니다.

책을 읽으며 로타라는 주인공 속에서도 삐삐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보다는 좀더 공손한 아이긴 했지만요.



로타의 언니, 오빠는 로타와 부활절 마녀옷을 입기로 약속한 날,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면서 하루종일 언니오빠만 눈빠지게 기다린 로타만 놔두고 생일 파티에 가버립니다. 게다가 "넌 언제나 화나있잖아." 라는 말로 로타를 더욱 화나게 만들지요.언니오빠가 가버리고 로타가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슬프지도 않고 외롭기만 했답니다.


언니, 오빠가 올때까지 뭘할까? 뭔가를 생각해내는 건 로타가 아주 잘하는 일이에요.

로타는 엄마를 찾아가 엄마가 하시는 일을 보고 그리고 나서 베르크 아줌마네로 갔어요. 옆집에 사는 베르크 아줌마는 몸이 아파요. 그래서 로타가 아줌마의 잔심부름을 해드리곤 한답니다.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아이가 아닐 수 없어요.



그리고 부활절 토끼 (부활절에 대해 잘 몰랐기에 그저 계란먹는 행사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부활절 토끼가 사탕, 초컬릿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나봐요)가 혹시나 바실리스 아저씨네 가게에서 부활절 달걀을 사러 가지 않을까 싶어 아저씨네 사탕가게에 들러봤어요.


"아저씨, 사탕이랑 초컬릿은 다 어디 있어요?"

"없다. 가게 문 닫았어."

아저씨는 울었고, 로타도 울기 시작했어요.



가게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은 아저씨의 슬픔을 어린 로타가 함께 합니다. 아, 정말 바라볼수록 예쁜 아이였어요.



"울지마. 넌 언제나 기푼 좋은 아이가 아니었니."

그리스에서 온 아저씨라 기푼이라고 말했네요.



로타의 오빠는 로타더러 언제나 화가 나있다 말을 하는데, 바실리스 아저씨는 언제나 기분 좋은 아이라고 말해주네요.

아저씨의 슬픔을 진심으로 공유해준 로타에게 갑자기 기적이 일어납니다. 로타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저씨는 팔리지 않은 크리스마스 산타 초컬릿을 로타에게 한박스 가득 안겨줍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로타지만, 우선은 숨겨두고 혼자서만 보물을 간직할 생각을 하죠.

어쩌면 어린 아이니 당연한 생각일 수 있어요. 게다가 언니 오빠는 로타만 놔두고 놀러가버렸잖아요.

신이 나서 보물을 숨긴 로타에게 뒤늦게 언니오빠가 돌아와 부활절 마녀 분장을 하자고 합니다.



셋이서 열심히 마을을 돌아다녀도 너무 늦어 그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동네사람들이 없었어요.

게다가 최악인 것은 부활절 토끼가 진짜 있다 믿은 로타를 비웃으며 오빠가 진실을 들려주죠. 진실은 바로 아빠의 1인 3역이라구요. (크리스마스의 산타까지..) 아빠는 바실리스 아저씨 가게가 문을 닫아서 부활절 토끼가 늦게 올 수 밖에 없다 해명합니다.



아이들의 꿈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봉착했어요. 아, 어쩌면 좋을까요.


귀여운 로타를 아주 실감나게 잘 그려낸 그림이 돋보였어요. 그리고 아이 그림책치고는 제법 글밥이 많았지만, 덕분에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그런 책이 되어주었구요. 글밥이 다소 적은 책에 익숙한 우리 아들은 아직 책을 다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알록달록한 색감이 무척 예뻤는지 이 책을 참 마음에 들어하더라구요. 아마 긴 글밥에 익숙하게 되면 더욱 좋아하는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로타, 발랄하고 언제나 기분 좋은 우리의 로타는 어린아이답지않은 깜찍한 생각을 해냅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주인공이었다 생각합니다. 기분좋은 로타를 또 만나고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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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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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도시는 수많은 언론과 책 등의 지탄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렇게 도시를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도시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교외, 시골에 대한 예찬론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고, 자연에 기반을 둔 건강한 삶을 추구하려는 현대의 참살이 붐에 입각한 현상일 수도 있다.



건강한 삶= 교외에서의 여유있는 삶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나이가 들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은 당연히 교외를 선호할 거라는 막연한 편견까지 생기게 되었다.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복잡한 도시를 딱 질색으로 여길거라 생각했는데, 나의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뒤집어주신 분이 바로 근처에 계시니 시부모님이 그러하셨다. 특히나 어머님은 도시에서만 나고 자라서, 시골의 삶을 살아본적도 없고, 동경해본적도 없으시다. 젊으셨을때부터 도시에서도 중심부에서만 살아오셨고, 지금은 구도심이 되어버렸지만, 나중에 이사를 가더라도 교외 등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생각은 없다고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운 법이고, 아픈 곳도 많은데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가까운 도시에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어머님의 지론이셨다. 이 책에서 바로 어머님의 생각과 일치하는 꽤 많은 내용을 읽어내고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하버드대의 경제학과 교수로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지 40여년이 되었다. 그가 살아온 도시의 삶에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도시에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해묵은 편견에 반발하고자 세계적 도시들의 흥망성쇠와 그에 따른 문명의 발전 등을 다뤄낸 이 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갖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나 또한 가끔 나가게 되는 교외에서 마시는 시원한 공기 등에 매료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를 떠나 교외로 이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삶의 터전은 언제나 도시가 될 것이고,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혜택과 이점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수많은 이점을 당연스레 누리고 살면서 도시에 대한 고마움은 덜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도시는 녹색이다. 고밀도 지역에서 살면서 걸어다니는 것이 저밀도 교외지역에서 살면서 어디를 가건 운전해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친화적이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한 행동때문에 생긴 환경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합리적인 환경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한 탓에 미국은 위험한 반도시적 편향을 창조하고 있다. 468p



어떻게 보면 궤변처럼 들리는 그의 말들이 잘 읽어보면, 정말 그렇구나 하는 대목들이 무척이나 많다. 전혀 정반대의 논리처럼 들리는 부분들도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맞다 하면서 공감하게 하는 부분들이 제법 많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도시는 똑똑한 거주민들을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지만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도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도시는 시장과 문화를 연결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19세기에 뭄바이(당시에는 봄베이라고 불렸다)는 목화가 통과하는 관문이었다. 21세기에 방갈로르는 아이디어가 지나가는 관문이다. 23p



그가 사랑한 도시 뉴욕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도시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분석은 이 책 속에 아주 똑똑한 그만의 견해로 잘 풀어져 있었다.

도시 속에 살면서 도시의 제대로 된 이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써는 꽤나 반성할 거리가 많은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고층 아파트보다 교외 규격형 주택을 선호하는 주택 소유의 우상화 활동과 함께 시골 마을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짓을 중단해야한다. 우리는 장거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해서 서로 지척에 머물고 싶은 우리의 바람과 욕구가 약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 특히 우리는 도시를 도시에 있는 건물로만 보려는 경향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체취로 이루어져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8.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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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람들 NFF (New Face of Fiction)
톰 래크먼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절판




언제나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타인의 삶에서는 내가 조연이거나 엑스트라, 혹은 등장하지도 않는 존재일 수 있다.

여기 11명의 인생이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로마의 영자 신문사와 연관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신문사에 관련된 각종 직종의 인물들, 파리 특파원 로이드, 부고 담당 아서, 경제부 기자 하디, 교정 교열 편집장 허먼, 수석 편집장 캐슬린, 카이로 통신원 윈스턴, 교정 교열 편집자 루비, 뉴스 편집장 멘지스, 독자 몬데레키, 자금관리 이사 애비 피놀라, 발행인 오트 11명의 인생 이야기 사이사이에 신문의 흥망성쇠가 담긴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로 끼워져 있다.



이 소설은 편집자, 기자 등 다양한 언론인 생활을 했던 톰 래크먼의 데뷔작으로 신문사 사람들에 얽힌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상상력이 총 동원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고 아마존 독자와 에디터 선정의 베스트책에도 선정되었으며 브래드 피트의 영화 제작사인 플랜 B에 의해 영화화 예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단편도 장편도 모두 다 각각의 재미가 있어 가리지 않고 읽는다. 여느 단편과 달리 옴니버스식 구성은 하나하나의 단편이 또다른 장편처럼 공통점으로 어울려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맛이 있다. 또 이 책만의 특징으로 각각의 단편이 모두 깜찍한 반전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있었다. 사실 아주 놀랍다기 보다 때로는 예측할 수도 있는 그런 반전도 존재했지만, 인생의 쓴 맛을 느끼게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달콤한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좀 아쉬운 감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해피엔딩으로만 존재하는가? 매 순간순간 이 책 불완전한 사람들처럼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허점과 단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인생이겠지 싶다.



몇번의 결혼 이후 노년기에 결국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다 시피 한 로이드의 이야기부터가 그랬다.

지금은 한물간 특파원, 더이상 기사감도 인기가 없고, 자신의 네번째 처는 맞은편에 사는 애인에게 가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엄마가 다른 딸들은 그에게 쌀쌀맞게 굴고, 아들 제롬 하나만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외무부 소속인 아들에게는 비밀이 너무나 많다. 그는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곤란해하는 아들로부터 억지로 기사감을 짜내려한다. 한심해보이는 로이드였지만 그에게 측은지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제롬의 문제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아, 어쩌면 좋을까. 로이드는 그의 삶을 비로소 반성하게 된다.



오늘날까지, 그녀가 아는 한, 그녀를 존중하는 유일한 사람은 보스턴에 사는 아버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영리하게 굴거나, 거하게 요리를 해야했다. 아버지의 애정만이 무조건적인 것이다. 118P



마흔을 바라보는 경제부 기자 하디, 그녀는 아파트를 도둑맞은 후 같은 도둑에게 당한 20대 아일랜드 청년 로리와 사귀게 되었다.

이 책의 편집자가 가상 영화 캐스팅을 할 적에 하디 역으로 르네 젤위거를 꼽았다. 무척이나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여배우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약간은 주책맞은 노처녀 연기가 아주 일품이어서 아마 그렇게 선정했나보다. 하디 편을 읽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르네를 떠올렸다.

그녀는 너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였다. 심지어 로리의 취직까지 도와주지만, 그는 공개석상에서 그녀를 화제거리로 삼으며 철저하게 조롱을 하였다. 그녀의 친구가 듣고 비분강개하지만, 하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소중한 선물까지 훼손해가면서 로리를 지켜내려 한다. 아,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다소 환상같기는 하지만, 멋진 남자친구가 나타나 로리쯤은 뻥 차 줄 수 있는 하디가 되면 오죽 좋을까나. 워낙 브리짓처럼 엉뚱발랄한 캐릭터를 사랑하다보니 가장 비분강개하며 읽었던 인생사였다.



어렸을적에는 꽤 많은 집에서 종이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해 보곤 했는데 요즘은 종이신문을 보는 가정이 많이 줄었다. 아니, 거의 보기 힘들지 싶다. 대부분 인터넷뉴스를 통해 웬만한 헤드라인 소식을 종이신문보다 더 빨리 접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양의 기사와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기에 꼼꼼히 종이신문을 읽으며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종이신문의 창간에서부터 폐간까지..

신문사의 인생사와 함께 펼쳐지는 11명의 인생 이야기. 그 속에서 보다 큰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지만, 거창한 희망보다는 약간의 우울함이 섞인 회색빛 희망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써내고, 조화롭게 구성해냈다는데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범하게 나열되는 소설에 비해 분명 새로운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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