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의 모험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5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오미숙 옮김 / 현북스 / 2011년 6월
구판절판


어렸을 적에 이런 상상 정말 많이 해보시지않나요?

그리는 대로 실제가 되어버리는 마술연필에 대한 상상 말이지요.

앤서니 브라운님의 책에서는 하얀 꼬마곰이 바로 그 마술 연필을 갖고 다닌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http://melaney.blog.me/50110736668)에서 만났던 꼬마곰을 또 반갑게 만났어요.

담을 뚫고 나가는 꼬마곰을 보면서 어쩐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모습이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바로 그 모험편으로 이렇게 이어지네요. 이야기가 비슷한듯 하지만, 이번 모험편은 좀더 새로운 이야기가 접목되어 있답니다.


매 이야기마다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이 바로 세계명작에서 만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라는 것이지요.

아주 사나워 보이는 배고픈 늑대와 맨처음으로 만나게 된 꼬마곰.

늑대 뒤에 눈썰미 좋은 분들은 쉽게 찾으셨을테고 저처럼 나중에서야 어? 정말 그렇네 하고서 찾는 뒷북을 잘 치는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찾았겠지만 바로 빨간 두건 소녀가 살짝 엿보입니다.



배고픈 늑대 앞에 꼬마곰이 그려준 것은? 두구두구두구...


늑대를 겁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아저씨 돼지네요. 아마 아빠 돼지인가봅니다. 흰 돼지 너머로 알콩달콩 아기 돼지 삼형제가 벽돌집에 살고 있는 모습이 엿보여요. 책을 볼때는 하나하나의 무서운 존재들을 물리치는 꼬마곰의 재치가 엿보였는데, 그 이면에 이렇게 세계명작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이 역시나 앤서니 브라운님의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한 장면이었어요.


곰세마리 가족은 노래에서도 반갑게 만나지만, 옛 이야기 속에서는 산책나간 곰세마리네 집에 들어온 불청객의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그래서인지 곰세마리 가족도 심기가 불편해보였어요. 하지만 귀여운 꼬마곰은 재치껏 즐거운 상황으로 바꾸어 줍니다.



전편에서 만났던 셰이프 게임은 이번 편에서도 어김없이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셰이프 게임인지도 모르고 학창시절에 몇번비슷한 걸 해본적이 있어요.

매일하지는 않았어도 얼룩 같은게 진 모습을 보고 거기에 덧대어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였던 기억이 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끼리 아무거나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새로운 것으로 스토리를 부여한 그림을 그린다면 상상력이 마구마구 샘솟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도 재미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유익한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봅니다.


손에 잘 안 뭍는 크레용을 사주었더니, (어쩌다보니 12색, 18색, 24색 세가지를 다 갖고 있게 됐어요.)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외출할때까지 항상 크레용을 챙기며 그림을 그리는 아들이 며칠전에는 미끄럼틀에 자기만의 세상을 펼쳐놓았더라구요. 벽이나 바닥에 낙서를 거의 한 적이 없었는데 (외가에서만 한두번 하고요 ) 미끄럼틀에 하나둘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하루만에 완성(?) 시켜놓은 모습을 보니, 아, 이거 언제 지워? 하는 생각이 아니라, 우와~ 작품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엉덩이에 뭍는 것 같으면 얼른 지워주겠지만 손에 잘 안뭍는 크레용이다 보니 옷에도 잘 안뭍어나더라구요. 아이가 만든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에 지우기도 아까워서 감상하고 있답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기차와 뭐 이것저것을 그렸다고 설명하는데 어느날 깨끗이 지워져있으면 가슴이 아플 것 같기도 해요.

벽이든 어디든 종이가 아닌 신세계에 그림을 그리는게 무척 재미나 보이는 어린 아이들, 꼬마곰처럼 실제로 만들어지는 마술연필까지 갖고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우리 아들에게는 크레용이 마술연필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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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고마워요!” 하는 거야 - 사회성키우기 (예절.배려)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1
황윤선.황정임 글, 송수미 그림 / 노란돼지 / 2011년 6월
품절


수줍음이 많은 우리 아들, 밖에 나가 어른들을 보면 낯설어 그런지 인사를 잘 하지못합니다. 예쁘다 해주셔도 고개를 푹 숙이고, 엄마 뒤로 숨거나 하지요. 어른들이 예쁘다 관심 가지시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해서,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 하고 뒤늦게 가르쳐보지만 잘 되지가 않네요 무엇보다 아이가 먼저 겁을 먹으니 말입니다.



낯선 어른들 뿐 아니라 친한 가족들,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해주시는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이모, 삼촌 모든 가족들이 선물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바라보는 아이가 하나뿐이다 보니 더욱 그런 일이 많은데, 고맙습니다 먼저 이야기하면 참 예쁠텐데 식구들 사이에서도 엄마가 "고맙습니다"하는 거야~ 하고 말을 하면 그제서야 살짝 고맙습니다를 이야기하네요.



엄마가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줘도 아이가 잘 수긍하고 따라하지만, 책에서 보는 것만큼 더욱 실감나는 교육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가 잘 읽는 책 중에 작은 자동차 주인공 옆에 커다란 덤프트럭이 지나가 작은 주인공이 깜짝 놀라니 "내가 좀 시끄럽지? 미안하다."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이는 그 장면을 외워서, "어, 미안해."라는 말을 혼자서도 종종 입에 달고 살지요.

그래서 미안하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입에서 나오는데, 정작 고마워라는 말을 잘 하지 않아서..

고마운 마음이 들때 제대로 입밖에 표현하는 그런 책을 찾고 있었어요.


이 책은 저와 아들이 모두 좋아하는 노란돼지의 책이네요. 여태 만나본 몇권의 그림책 모두 아이에게 대박북이 될 정도로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독창적이면서 만족스러운 게 많았거든요. 이 책은 예절, 배려에 대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책이면서 그림이 얼마나 따뜻하고 예쁜지 보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랍니다.

이 세상 고마운 존재는 참으로 많아요 우유를 줘서 고마운 젖소서부터 시작해서 소중한 생명을 위험한 불길에서 구해주시는 소방관 아저씨도 당연히 고마운 존재시구요. 정말 이렇게 하나하나 다 고맙다 느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겠다 싶었던 것이 무척이나 순수한 마음이 가득 담긴 내용이 많아 그랬답니다.


자동차가 바퀴가 빠진 상태로도 잘 놀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아이, 맛있는 밥을 먹게 열심히 일하시는 고마운 농부아저씨

세상에 고마운 존재는 참으로 많습니다.



우리 똥강아지하시며 허리와 다리가 아파도 업고 또 업어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도 코끝이 찡해졌네요

아이 예방주사 맞히러 가는 날 이제는 많이 자라 무거우실텐데도 등에서 내려놓지를 못하고 내내 정성으로 업어주신 어머님이 생각났거든요.

친정 엄마도 그러시구요. 아이가 한동안 보채느라 어른들께 가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반항기가 금방 수그러들고 며칠만에 다시 업어보시고, 채성일 업으니 살 것 같다. 힘드신 와중에도 그렇게 예뻐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지요.



똥강아지란 표현에서는 웃음도 났구요. 대부분 똥강아지라고 많이들 부르시는데, 우리 아기는 제가 주로 울 강아지 예쁜 강아지 이렇게 불러서 그런지 똥강아지라는 말을 낯설어하더라구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여행가셨을적에 영상통화를 했더니 이모할머니가 아기 보고 싶다 하셔서 바꿔주신 통에 너무 예쁘단 뜻으로 "똥강아지" 라고 하시니 아이가 질겁을 했어요. 별거 아닌 표현이었는데도 아이는 정색을 하면서 " 똥강아지 아니야. 똥강아지는 풀밭에 있어요. " "아기는 그냥 예쁜 강아진데 왜 똥강아지라고 불러요." 하고 말하길래 너무 웃음이 나서 크크 웃다가..똥강아지도 나쁜 표현이 아니다 예쁘다 하신거다라고 아무리 말을 해줘도 자기는 똥강아지 아니랍니다. 책속 할머니가 아이를 똥강아지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또 우리 아들 며칠만에 정색을 해서 아들의 항변을 들어줘야했지요. 몇번을 설명해주다가 지금은 "그래, 우리 아기는 똥강아지 아니야."로 결론을 맺고 말았네요.



세상 그 모든 소중한 인연들, 그 중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를 외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

고마워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이 세상에 엄마 아빠를 만나러 와주어서 라는 맺음글을 읽고서는 다시금 아이를 꼭 끌어안게 되었지요.



요즘 안 그래도 엄마 팔 안쪽, 다리 하나를 붙잡고 뽀뽀하고 소중히 안아주는 아들을 보면서 행복한 마음이 더욱 샘솟고 있었는데..

아이가 고맙게 느끼고 표현하는 그 이상으로 엄마는 아들이 온 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거든요.

진짜 고맙다는 말은 사실 제가 해야하는 말 같았어요.



그래도~ 아이의 고마워라는 말은 계속 진행되어야겠지요.

이 책이야기를 재미나게 더욱 즐기다보면,미안해가 입에 붙었듯이 고마워도 입에 붙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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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 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
박임순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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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마불을 통해 만났던 세계일주라는 단어, 어렸을적부터 꿈처럼 느껴졌던 그 일은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비용도 문제지만, 부모와 아이들 모두 다니던 직장, 학교 등을 그만두고 다녀와야하기에 쉬운 결심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여기 한 가족이 과감히 직장, 그것도 학교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부부 모두가 그만두고, 아이들도 한창 사춘기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성적에 엄청 신경을 쓸 나이의 세 아이들이 모두 중학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세계 일주를 떠난다. 어딘가 엇나가 힘들었던 가족을 바로잡기 위해, 남들이 모두 "미쳤다" 말하는 어려운 여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가족 중 누구라도 배낭여행에 일가견이 있다거나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행 생초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처음에는 정말 지도 한장 들고 아프리카로 향할 정도로 무대뽀 배낭 여행가족이었다. 그래도 연습여행으로 인도 여행을 계획해 다녀와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챙겨 본 여행을 떠나게 되고, 너무 무거운 짐에 결국 중간에 배낭 한개분의 짐을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배낭 무게가 꼭 인생 무게 같네! 많이 갖고 있으면 그만큼 고통도 큰 법..."

17살짜리 딸의 독백에 남편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그리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연습여행인 인도에서, 물건 값을 깎기 위해 상인들과 며칠에 걸쳐 흥정한후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구입한 아이들의 용기 또한 대단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았다. 갓난 아이때부터 자라서까지 부모 눈에는 한없이 어리게 보일 1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어른들보다 더 꼼꼼히 그들은 세상과 만나고 있었다.


매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우화, 가요, 등 저자가 풀어내고 싶은 주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인용이 되고, 그 다음에 본론에서 가족들의 좌충우돌 세계배낭 여행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맺음말이 또 따로 정리되어 각 여행에서 가족들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들, 그리고 저자가 느낀 그런 교훈들이 소개되는 것이다. 일정한 틀이 있는 형식으로 글이 쓰였고, 맨 끝에는 사진과 함께 기억에 남을 말들이 적혀있었는데, 여행기도 그렇고 인용된 글들 모두 귀에 쏙쏙 잘 들어와서, 제법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술술 재미나게 다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유아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10대의 대부분의 자녀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 나도 이렇게 트인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다 하면서 흥미롭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들은 여행을 그저 돈을 많이 들여 펑펑 놀고 즐기다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이들도 깨달아야 할것이다. 한정된 돈으로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숙소도 식사도 그리고 여행 교통수단조차 최고급만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부모의 돈이 내 돈이라 느끼는 대부분의 한국 자녀들이 많겠지만은 아이들은 나중에 여행을 마치며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부모님의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돈을 벌어 해봐야겠다. 라고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은 스스로 먼저 짠돌이가 된다.미국 캠핑 여행을 위해 텐트를 사러 가서, 텐트는 잠만 자면 된다며 가장 싼 것을 알아보고, 여행 말미에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진 부모님을 위해 부모님들은 빠르고 좋은 쾌속정을 타고, 자신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저렴한 야간 페리를 타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남미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졸라, 안티구아에서 숙소를 정해 학원에 다니게 해주니, 하루 10시간을 공부해도 너무나 재미있다는 ,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 아이들의 반응이 되돌아온다.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전기세를 아끼려 일찍 불을 끄는 집을 피해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자 하고, 그들의 학업열기는 부모를 놀라게 한 것은 물론 책을 읽는 나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전혀 배우지 않은 스페인어에대한 열정이 그토록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했다.



세계일주를 마치며 영어를 배우고 싶다 말하는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건너가 몇개월간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 기회를 주기도 한다.

부모가 필요하단 생각에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아닌, 자신들이 여행을 통해 정말 필요하고 배우고 싶다는 열성이 생겨서배우게 된 언어들, 미국에 남아 계속 공부하고 싶다던 아이들은 부모님의 뜻대로 우선은 한국에 돌아오기로 했다.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한 세렝게티, 이과수 폭포의 말로 표현못할 대장관, 우유니 소금사막의 아름다움 (우유니 소금사막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 읽은 여행 에세이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사진이었는데, 책속에 착시 효과를 이용한 여러 사진이 실려 더 흥미롭기도 했다.), 볼리비아에서 목사님 가족에게 받은 최고의 환대.. 한권의 여행책에 세계 곳곳의 명소들이 담겨있고 가족의 성장기가 담겨 있었다. 정말 고생스러운 상황도 많았겠지만, 처음에 그들에게 쏟아졌던 "미쳤다"라는 반응을 그들은 멋지게 뒤엎어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자녀들 스스로가 선택한 진로는 대학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살리고 개발하는 것들이라 어린 자녀들이었지만 그들이 정말로 성장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든든한 마음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모습도 정말 멋있었고 말이다.



이 책을 아버지께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다.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셨는데, 여행과 책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사실 해외여행은 거의 못 다녀오셨다. 책이나 티브이 등을 통해 세계 곳곳을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나 또한 아버지와 함께 이런 여행, 아니 이렇게 대단한 여행은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곳들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부쩍 들었다. 여행에 앞서 이 책을 먼저 보여드려도 재미난 줄거리와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아이들의 멋진 성장에 무척이나 만족하실 책이 아닌가 싶다.



한 박자 느리게 산다는 것은 곧 도태되는 것이라고 여겼던 우리 가족에게 세렝게티는 천천히, 더 천천히 살아가라고 말해주었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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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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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님의 장편 소설 몇권을 읽다보니, 일제치하서부터 6.25 동란 이후의 혼돈기, 그리고 그 이후의 시기까지..그 아픈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 무척 많았다.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무시무시해 자꾸만 잊고 싶은 그런 아득한 이야기들. 자꾸만 무책임하게 외면하려는 나를 작가님은 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똑바로 보아라. 하며 그 앞에 데리고 가는 듯 하였다. 물론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그 시대를 살아온 여인들의 한이 온통 응축된 그런 소설이었다.



나라를 잃은 슬픈 현실 속에서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 외모가 예쁘다는것은, 아니 한떨기 어린 소녀라는 것 자체가 재앙일 수 있었다. 오늘날 수많은 할머니들이 정신대 일로 고통을 받고 있듯이.. 소설 속 점례는 억울하게 고문을 받고, 거의 반죽음이 된 부모를 살리기 위해 17 어린 나이에 일본 순사의 첩, 아니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다. 부모의 목숨을 빌미로, 도망가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든 벌레같은 인간. 그녀는 그의 아들까지 출산하게 되었고 아들이 돌 지났을 무렵 해방이 되어 자기네 나라로 도망을 가버린 순사 탓에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그런 삶을 절대 원치않았던 그녀만의 몫이 되어버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들 하나 키우며 막막한 인생을 살던 그녀를, 보다 못한 어머니와 큰 이모가 합세하여 새로 시집을 보내게 되었고, 사랑 없는 출산이었으나 피붙이에 대한 정으로 차마 아들을 두고 시집갈 수 없었던 점례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기만 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조선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그녀의 일생동안 가장 행복한 짧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두 딸을 낳았고, 남편이 인민위원회 간부로 일하다 미군의 반격 후에 북으로 혼자 피신을 가버린 탓에 그녀는 또다시 낙동강 오리알, 아니 그보다도 심한 빨갱이 취급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젖먹이 아이를 업은채 취조를 받다 아이는 이질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녀의 신원 보증을 서준 댓가로 푸른 눈의 미군 장교의 현지처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게다가 낳기가 겁이 났던 푸른눈의 아들까지 낳고 보니, 미군 장교는 다시 미국으로 훨훨 떠나가버리고 그녀와 세 아이만 세상에 남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자식을 지켜내기에는 전쟁의 물결은 너무나 거세고 무정했다. 항아리가 실히 한 길이 넘는 구덩이에 내려졌다. 점례는 흙을 항아리 위에 뿌렸다. 점점이 떨어지는 붉은 황토 위에 남편의 얼굴이 어리고 있었다. 얘들 잘 키워 열두 폭 병풍 해서 시집보내 줘야지. 남편이배냇짓을 하는 작은딸의 눈을 들여다보며 한 말이었다. 228p



전쟁 후의 홀아비들의 구애가 있었음에도 그녀는 꿋꿋이 자신을 추스려 아이들을 키운다. 외모상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일본 순사의 아들인 첫째는 자신의 출생을 모른 채, 셋째 혼혈 동생의 존재만을 멸시하고, 조롱한다. 주위에서 자신에게 쏟는 그 손가락질에 대한 울분을 동생에게 한풀이를 하는 것이다. 유일하게 사랑으로 낳았던 둘째 딸 세연은 듬직하고 자상했던 아빠 만큼이나 다정다감하고 성실한 딸이었다. 언제나 상처받는 동생을 감싸고, 엄마를 위로하고,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틈틈이 퇴근 후 엄마의 일을 돕기에 바빴다.



여자로써 정말 최악의 상황이란 상황은 모두 겪어가면서 단지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강인하게 버텨와야했던 점례.

그녀의 한 많은 인생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끔찍한 야마다 순사의 아들이었지만, 자식에게는 그런 내색 하나 없이 오로지 사랑으로만 키웠다. 아이에게는 원망도 무엇도 없었다.

게다가 셋째는 외모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비난어린 시선을 받게 만드는 혼혈아였다. 그녀가 원치 않았어도 그들에게 그녀는 양공주였으리라.

유일한 사랑으로 낳은 딸 세연이가 있었지만, 그녀는 세 아이 모두 똑같이 사랑으로 키웠고, 자식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뭉치기만을 바랬는데, 그 하나의 소원만도 이뤄지질 않는다.




민족의 비극, 시대의 아픔이라는 너무나 큰 사안을 한 여자의 가녀린 몸뚱아리 하나로 견뎌내기엔 너무나 잔혹한 인생이었다.

편안한 시대에 나고 자란 것조차 죄송스럽게 느껴지는 이 깊은 밤, 한동안 황토 속 점례의 슬픈 사연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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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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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은 성인 문학에 비해 순수한 느낌이 살아 있어 좋다. 사춘기 소녀들의 갈등이라던지,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의 불안과 방황? 뭐 이런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면 (사실 많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그런 문제를 끌어안고 살고는 있지만 ) 청소년 문학이라도 구태의연하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일상에서 캄보디아로 휘릭 던져다 준 독특한 환경이 눈에 띈 작품이었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세작품이 모두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기에 4회 수상작인 이 책에도 거는 기대와 관심이 높았다. 앞선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한 나조차도 이 작품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읽을 지언정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역시 읽길 잘했어.

 

캄보디아의 한국인 소녀 수아가 주인공이었다. 캄보디아에 관광차 놀러간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 이혼과 아빠 사업 부도로 빚을 진 후 야반도주하다시피 떠나온 캄보디아였다. 엄마는 이 곳에서 가이드로 일을 했고, 수아는 태국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동남아의 엽서를 팔고 원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수아는 거지같아라는 생각을 서슴지않고 한다. 읽다보면 그녀가 참 까칠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어른 대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나 철이 좀 없어보이긴 하지만 엄마 대하는 것은 극단에 가깝다. 한국에서 아빠랑 살고싶은데 캄보디아까지 끌고 와 나를 고생시키나 싶어 엄마에게 날카로운 칼이 될만한 말도 마구 내뱉는다.

 

삶이 지옥이라는 줄 알았는데 엄마의 이름도 지옥이다. 그리고, 수아 또한 수아 리 라는 영어식으로 이름을 표기하면 수와이가 캄보디아말로 망고라, 망고라고 부르는 옆집 삼콜 할아버지도 있다. 수아는 그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운 친절함도 싫다. 가이드 보조를 하는 쩜빠랑은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가 안좋기도 하다. 수아가 캄보디아에서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 싶다.

 

게다가 그녀에게 오늘은 더욱 최악인 날이었다.

술에 가득 취해 들어온 엄마는 아침부터 또 가이드 일을 펑크내려 했고, 오늘까지 펑크냈다가는 회사에서도 낙인찍혀 더이상 가이드 생활을 할 수도 없는 상황, 억지로 엄마를 깨웠더니, "네가 대신 할래?"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온다. 어찌어찌 엄마를 깨워 억지로 내보냈는데, 웬걸. 엄마가 공항에 가지 않고 도망을 가버렸다. 돈도 없는 양반이..하고 생각해보니, 아뿔싸.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 가려고 내가 아르바이트 해가며 못 쓰고 모은 돈 오백달러까지 들고 도망을 갔다.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는 처지. 수아는 스스로 엄마 대신 가이드로 나서기로 한다.

 

그리고 다행히 숙련된 현지 보조가이드인 쿤라가 있어 안심이었는데, 이튿날부터 쿤라도 갑자기 아파서, 쩜빠까지 대신 보조가이드로 뛰게 되었다. 일행을 여섯명만 맡기는 했지만, 중년의 아저씨 부부가 유난히 까칠하다. 5일간의 일정동안 삐그덕대는 초보 가이드, 초보 보조 가이드 (둘다 10대 소녀인) 들의 좌충우돌 캄보디아 안내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만약'이란 말은, 삶은  시금치처럼 아무런 힘이 없다. 125p

어린 소녀가 하기엔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도, 부모의 이혼을 겪고, 엄마의 뒤치닥꺼리에 진력이 나버린 수아로써는 어느새 산전수전 다겪은 어른 마냥 그런 소녀답지 않은 생각, 특히나 비관적인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쩜빠, 압살라 춤을 잘 추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으나 돈이 없어 그 꿈을 실현하기 힘들어하는 어린 소녀. 그 쩜빠를 보면서 수아는 만약이라는 말을 다시 되새긴다.

그리고, 가이드를 하면서 삐걱대기만 했던 쩜빠와의 관계도 개선되기 시작하고, 서툰 안내였지만 사람들의 호응도 얻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엄마를 이해할 계기가 생기게 된 것.

 

저자가 소설속에 캄보디아 현지 사정을 제법 잘 녹여내었기에, 관광여행을 한번 다녀온 것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 나고 자랐거나, 내지는 수아처럼 몇년이라도 살아본 사람인줄로만 알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경우에도 무지개라는 소설을 쓴 것이 타히티 섬 여행을 다녀오고 난 감상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짧던 길던, 엄청나게 자료를 수집하고, 내지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더 열심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아가 너무나 생생하게 잘 살아 있어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수아가 처음에 무척이나 싫어했던 캄보디아는 변화하지 않았다. 변화한 것은 수아일뿐.

아-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 256p

그리고 그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그녀의 행복한 기운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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