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비 온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13
피터 스피어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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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하나 없어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 <야호 비온다>
안 그래도 비와 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아기, 이 책을 보여주니 처음부터 무척이나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더라구요.

요즘같은 땡볕에도 우산을 항상 들고 밖에 나갑니다.

"밖에 비 와?" 하면서 말입니다. 아무리 비가 안온다 이야길 해도, 자기는 꼭 지팡이처럼 우산을 챙겨갖고 나가네요.

아, 크레용도 하나 챙겨요. 아기 지갑, 아기 가방이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칼데콧 수상작가인 피터 스피어의 비오는 날의 즐거움에 대한 84컷의 그림들, 아이와 같이 들여다보는 내내 엄마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감기 걸린다, 피부병 생긴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였지만, 엄마도 어릴적엔 이렇게 비오는 날을 즐기고 놀기도 했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던가? 무릎에 물이 찰만큼 비가 많이 왔던 어느 장맛날, 그림책 속 아이들처럼 하수구 구멍 위로 가득한 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이왕 비 맞은거 모르겠다 하고서) 여름날 물놀이하듯, 철벅철벅 재미나게 놀다 집에 간 생각이 납니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더러운 물이었는데, 그땐 참 재미나더라구요. 요즘처럼 수영장이나 계곡, 바다 등으로 물놀이 자주 가던 때가 아니라 그런 재미가 흔하지 않았답니다. 온세상이 물바다,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는 즐거운 세상이었어요. 물론 요즘처럼 물난리가 나면 절대로 안되겠지만 말이지요. 너무 어렸던 때였어요. 그냥 수영장같았던 당시 상황을 잠깐 즐겼던 그런때.


그러니 요즘 네살난 우리 아들이 물놀이에 흠뻑 빠진것을 이해해줘야하는데, 옷이 찬물에 젖고 하는 것이 못마땅해 물놀이 (아이의 물놀이는 베란다에서 물을 잔뜩 받아다가, 양동이에서 다른 대야로 바가지로 옮겨 담는 것입니다. 혹은 바가지에 물을 떠서 꽃에 물을 주는 것이지요)를 못하게 하는데, 외가에 가면 꼭 그러고 한참을 노네요. 어른들도 못하게 하시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 울고 불고 떼를 쓰니 도통 반대하시기 힘들어하시지요.



이 책 속에 담긴 예쁜 그림들은 정말 많아요. 그리고 그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비 오는 날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잊고 있던 동심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글자 한 자 없어도 내용이 무궁무진함을 새삼 새로이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도 정형화된 책을 읽어주기보다 (그건 사실 엄마가 더 편한 일인데 ) 그림만 있는 책으로 내용을 설명해주는 책도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게다가 이런 책에는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버릴데 없이 설명할 거리가 풍성해서, 읽을 수록 이야기가 많아지는 그런 책이랍니다. 아이 또한 책 속 남매처럼 이렇게 비오는 날을 첨벙첨벙 즐기고 놀고 싶을텐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요.



집에서 토끼도 키우고, 잘 보면 마당 한켠에 수북하게 패어놓은 장작도 보입니다. 물을 받는 나무 통도 보이구요. 우산도 요즘 아이들이 흔하게 들고 다니는 알록달록 우산이 아니라 검정색 단조로운 우산이예요. 언제 씌여진 책일까? 찾아보니 1982년 작품이네요. 30년 전 이야기인데도 요즘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달라진게 있다면 비가 너무 인체에 안 좋은 비가 되었다는 것 뿐, 산성비, 방사능비..) 그런 이야기네요.


빗 속에 여기저기 뛰논 아이들이 엄마의 걱정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비가 퍼붓는 밤동안 집안에서 재미나게 논 후에 잠자리에 드는 장면, 그리고 다음 날 맑게 개인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참으로 따스한 그림으로 와닿습니다.

보면 볼수록 또 꺼내 보고 싶은 그런 삽화집의 느낌이었어요. 아이도, "야호 비온다 또 읽어주세요 "(물론 읽을때마다 조금씩 설명이 달라질테지만요) 하면서 자꾸 조르는 책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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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구판절판


레이디버그, 레이디비틀, 무당벌레는 영어로 그렇게 불린다. 그 레이디는 마리아님을 가리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않는다.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여준 기억이 있는가하면, 도서관에서 펼친 책에 쓰여있었던 기억도 났다. ...마리아님의 일곱가지 슬픔을 등에 지고 날아간다. 그래서 무당벌레는 레이디비틀이라고 불린다. 554p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만으로 많은 팬층을 흥분하게 하는 일본의 작가, 나 또한 그의 이름만으로 이 책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다려졌다.

신칸센에 모여든 킬러들, 그리고 그 안에 가장 위험한 악마의 화신 (의외로 그는 중학생이다. 사실 그게 더 끔찍할 수도)이 타고 있다. 읽는 내내 너무나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중학생의 잔인함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린 아이에 대한 괴롭힘"의 수위가 정도를 넘는다.



사건의 시작은 전직 킬러인 기무라가 자신의 사랑하는 6살 아들을 옥상에서 일부러 떨어뜨린 대상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신칸센에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게 참 이상했다. 아니, 어째서 상대방은 그렇게 오픈된 공간에 떡하니 자신있게 타고 있는 것이었을까? 역시나 그 상황은 함정에 지나지 않았다. 약해보였던 그 중학생은 악의로 똘똘 뭉친, 정말 악마의 화신같은 존재였다. 킬러 출신이건, 킬러건 어른이고 아이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못 주무를 사람이 없고, 사람 목숨 없애는 것쯤 재미나게 여기는 ,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그런 사람이었다.중학생이라는 설정이 가혹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이름에 왕자라는 한자가 들어가 왕자로 불리는 그는 아이들을 조종해, 세상의 악마로 군림을 한다.



나 또한 아이 엄마로써, 얼마전 아무 잘못 없는 지나가는 어린 아이를 하이킥으로 날린 여중생들의 즐거워하는 동영상에 엄청나게 분노한 적이 있었다. 일본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 지나가던 아이에 대한 테러는 그 일 하나로 그친게 아니었다. (뉴스에는 종종 그런 말도안되는 사건들이 등장했다) 단지 즐거움을 위해서 동년배도 아니고, 너무나 어린 아이들에게 대해 조롱거리로 장난을 일삼던 그 여학생들, 자신보다 훨씬 더 센 힘을 가진 어른에 의해 무차별 폭력이 가해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무라처럼 복수란 좋은 생각이 아니었지만, 왕자와 같은 악마에게 세상의 법으로 공정히 다스려짐이 옳지 않듯, 그때 그 단순 유희를 위해 아이들에게 테러를 가한 학생들에게 관대한 처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 그냥 발로 차 넘어뜨려, 이빨 몇개 부러뜨린건데?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다만.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엄마가 된다면? 자신의 아이가 밖에 나가 그런 일을 겪을때, 괜찮아, 세상 살다보면 그런일도 있는거지? 소리가 과연 나올까 싶었다. 아, 다른 사람일에 너무 흥분해버렸나? 아뭏든 아무 힘 없는 어린 아이들을 농락하고 괴롭히는 사람들, 게다가 정말 순수하게 즐거움만으로 어린 유아에게 전기충격기를 대보고 싶어하고, 죽일 생각으로 옥상에서 떨어뜨린 "왕자'를 보면서 끝없이 분노했다. 나를 흥분하게 하는 스위치는 아주 단순했다. 어쩌면 세상 모든 엄마들을 분노하게 할 스위치일수도 있을것이다.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는, 세상의 행운은 모조리 나에게 따라준다는 대단한 착각속에 빠졌던 소년, 그에게는 어울리는 결말이 펼쳐진다. 아주 속시원히 말이다. 그 끝을 보지않으면 불편할 독자들을 위해 작가는 간접적인 장치로 살짝 소개를 해주기도 하였다.



전직 킬러, 그리고 지금의 킬러, 여러 상황이 한데 모여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여 기 한편 펴기 힘들것같던 아이가 머리를 요리조리 써가며 다른 사람들을 농락하는 장면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인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생각과 사건들, 착한 모범생같은 목소리와 행동으로 어른들을 쉽게 속여가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



아이에 대한 복수로 신칸센에 탔다가, 결국 아이의 목숨을 위협받고 손쉽게 왕자에게 제압당하고 조종당하는 기무라, 어릴적 우연히 사람을 죽게 만든 이후로 인생의재미를 이상한데서 느끼게 된 악마의 화신 왕자, 왕자와 반대로 하루종일 불운 투성이인데다가, 트렁크 들고 다음역에서 내리는 일도 못해내는 나나오(하도 엉성해 그가 제일 불안했는데..), 이름만 비슷한게 아니라 쌍둥이처럼 여겨지는 현직 최고의 킬러라 불리는 밀감과 레몬 (성격과 혈액형도 정 반대, 그럼에도 그들은 참 잘어울리는 한쌍의 킬러다) 그들이 트렁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200km로 질주하는 신칸센 내에서 피말리는 접전을 펼친다.

그래스 호퍼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속편격인 책이었다. 미처 그 책을 읽지 못해 예전 책의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하는 잔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같이 읽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가워했다. 사실 나라도 예전 책에서 만난 등장인물이 다른 책에 등장하면,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듯한 반가움을 느꼈을테니 그래스호퍼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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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2 -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 넘버 세븐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2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8월
품절


스토리가 무척이나 참신한 소설이었다.

얼마전 읽은 윙스 시리즈에서 트롤과 요정과의 대립구도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다 싶었는데, 아이 엠 넘버 포 1에서 느꼈던 감정의 데자뷔였다. 이 책에서는 트롤, 요정 등의 신비한 환타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초능력 외계인들이 등장하여 대립을 한다. 로리언과 모가도어, 두 행성의 외계인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로리언을 보고 있으면 요정 세계가 생각나고, 모가도어의 잔인함과 데리고 다니는 괴물들까지 생각해보면 트롤에 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뭏든 이 책의 참신함은 사실 따로 있다. 대여섯살 정도의 어린 로리언의 아이들 (가드)아홉 명과 그들을 보살피고 가르칠 아홉명의 어른 (세판)이 지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린 가드들이 자라서 일정 나이가 되어야 자신만의 초능력인 레거시가 발현되어 그 막강한 힘들을 모아 모가도어로부터 로리언을 되찾고, 지구까지 구해낼 수 있는 막중한 임무가 너무나 어린 아이들의 어깨에 짐으로 주어진 것이었다. 그 전에 모가도어인들은 싹을 자르기 위해 방어력이 거의 없을때 뿔뿔이 흩어진 로리언들을 찾아 하나씩 죽인다. 넘버 원에서 나인까지.. 그들에게는 강력한 주문이 걸려 있어 순서대로 죽이지 않고서는 죽일 수 없는 그런 결계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억지로 로리언을 죽이려 하다가는 똑같은 복수를 모가도어인에게 겪게 되는 저주, 그러나 벌써 어린 로리언들이 하나 둘씩 죽어, 넘버 쓰리까지 죽었고, 넘버 포, 이 소설의 주인공 차례가 되었다.


자신이 살아남아야, 그 이후의 로리언 가드들 모두를 살릴 수 있다. 게다가 로리언 행성 전체의 존폐가 가드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였던 것.

전혀 새로운 구도로 만났던 로리언 행성의 어린 가드들의 이야기, 1권에서 넘버 포와 식스가 만나게 되는 장면, 모가도어인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맞서 싸우다가 테러범으로 오해받아 지구인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 것까지.. 1권의 대강의 줄거리가 그러했다 한다면..



2권에서는 보다 더 다양한 로리언 가드들이 등장한다. 특히 부제로도 등장한 세븐은 막강한 힘, 아픈 사람과 동물 등을 낫게 하는 치유력을 가졌고, 지나치게 현실적이 된 세판이 수녀로써의 삶에 안주하려 해서,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세월을 혼자 보내야했다. 불안과 고독, 그 많은 상처를 딛고 혼자서 레거시를 깨닫고, 수행도 하지 못한채 숨죽이며 살고 있는 세븐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1권에서 인간 세라와 사랑에 빠졌던 넘버 포에게 앞으로 로리언인과의 사랑이 암시된 구절이 있었는데, 로리언인들의 경우 한번 사랑을 하게 되면 평생 그 상대와의 인연만 지속된다는 암묵적인 협약 같은 것이 있었고, 넘버 포에게도 미래를 약속한 (물론 너무 어릴적이라 부모님들이) 상대가 있었다는 것이 암시되었다. 넘버 포의 새로운 상대로 등장한 로리언 가드, 그리고 포, 식스, 세븐 외에 나인, 텐까지.. 넘버 포가 드문드문 기억했던 기억 속에 어린 아기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텐이었다.



읽는 내내 정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너무 재미있어서 신랑에게도 마구 자랑을 했더니, 자신은 넘버 포 영화를 재미없게 봤단다. 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넘버 포 1도 재미있었지만 2는 좀더 긴장감있게 진행되어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고, 영화 상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해졌는데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영화로 만나기보다 책으로 만날 3권에 더욱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로리언 가드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막강하게 맞설 수 있는 모가도어인들의 수장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2부에서 살짝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인 포가 사사로운 정때문에 친구들과 자신들의 임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아니라 두번씩이나.. 물론 그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변명거리가 있긴 했지만, 어느게 더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십대의 로리언 가드가 다소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이 무조건 강력하고 완벽하다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질테니, 약간의 허점도 갖춘 인물로 아니면, 인간적인 인물로 비추어서 극의 재미를 높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이 엠 넘버 포 !

3권에서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는 파이브, 에잇의 행방과 그들의 레거시가 어떤 것인지가 밝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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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대한민국 365일 사진여행
조계준 지음, 황중기 사진 / 성안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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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유난히 현실적이었던 나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바다는 갈 필요조차 없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물놀이를 하지 않아도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바다 여행을 즐기고 있다. 바다 뿐 아니라 여행 자체도 마찬가지다. 직접 다녀야 제대로 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사실은 시간과 금전적 제약으로 마음먹은대로 항상 여행만 다니며 살기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럴때 여행 관련 책들, 에세이, 가이드북 등의 다양한 책들을 통해 마치 내가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으로 채울 수 있다. 예전엔 떠나지 못하는 여행, 남들이 다녀온 여행, 배만 아프지 싶었던 내가, 어릴적 들어가지않은 바다를 지금은 사랑하듯, 책 또한 여행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아니 언제 가게 될지 모를 그 수많은 곳들을 대신 만나며 즐거움을 누리는 일에 기꺼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나 여행책의 묘미는 뛰어난 풍광이나 볼거리를 재현해내는 사진에 있다. 여행에세이를 읽을 적에도 사진에 큰 기대를 하게 되는데, 순전히 글로만 거의 빼곡한 여행책을 받아들면 약간은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여행책을 통해 여행지를 선택할 적에도 열마디 글보다, 하나의 뛰어난 사진이 여행지를 정하게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진의 힘은 강력하다.

얼마전 읽은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라는 책에서 정말 사진집을 보는 듯한 우리나라 풍경의 아름다움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면, 사진의 비중이 워낙 커서 여행지 소개는 좀 많이 약화된게 아쉽기는 했다. 이 책은 두 사진 작가가 쓴 책으로, 사진 뿐 아니라 여행 시기, 숙소, 맛집, 주변 관광명소, 축제, 교통 지도 등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 여행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다가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수도권 위주의 여행지 소개가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 펼쳐진 여행지들 중에 내 고장에서 가까이 갈만한 곳들이 제법 많이 소개되어 실제 여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었다. 눈으로도 즐겁고, 실제 여행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책.

목차를 보면, 매 달 가볼만한 여행 추천지대로 소개가 되어 있어, 매달 여행 계획을 수립할때 참고하기 좋게 짜여있다.

7월의 추천지로 나온 대천 해수욕장은 때마침 적절하게 잘 다녀왔고, 8월의 여행 추천지는 태안반도, 비응도와 새만금 간척지, 태백 고원 생태 식물원, 영덕 풍력발전단지였다. 8월의 여행을 제주도와 부산으로 계획하고 있어 책의 일정과는 좀 엇갈리게 되었지만, 책을 읽기전부터 계획했던일정이라 우선은 그냥 진행하려 한다.

10월에 너무나 아름답다는 대둔산 도립공원의 단풍은 사실 며칠전에 다녀왔다. 여름이라 단풍은 못 봤지만 말이다. 친정오빠 휴가에 맞춰 가까운 어딘가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나섰다가 대둔산 케이블카나 타자 하고 떠났는데, 아기가 아직 어려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등을 건너 정상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고, 말 그대로 케이블카만 타고 갔다 매점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내려왔다. 잠깐의 휴식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무척이나 행복했는지 아기가 며칠째 계속 케이블카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사실은 너 대둔산 케이블카 두번째란다. 생후 8개월에 낮밤이 일주일째 바뀌어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그때도 외삼촌과 엄마가 널 데리고 케이블카 타러 가서, 계속 낮에 재우지 않고 강행군을 하니,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그때 이후로는 밤에 잘 자더구나. 라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려 말해줘도 이해하긴 힘들것같았다.) 다시금 또 가봐야지 싶은 곳이다. 단풍이 멋지다니 가을에 또 가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훑고 다닌 끝에 멋진 사진들과 함께 이렇게 남들 앞에 소개할 수 있는 여행집까지 낼 수 있는 작가들의 능력이 참으로 부러웠다. 아주 가까운 곳이면서도, 그리고 최근 몇년간 신랑의 직장이 있던 곳이라 자주 놀러갔던 옥천에서 보고 온것은 봄철에 피는 벚꽃이 전부였는데,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지형이 있는 멋드러진 곳이 바로 옥천이라는 사실은 이 책에도 소개가 되지만, 최근 읽은 여러 책에서 접한 정보라 가까운 시일내에 가봐야겠다 마음 먹게 되는 여행지였다. 그곳에 갈적마다 즐겨 찾는 별미 올갱이의 올갱이 국밥도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내가 가본 맛집이 소개가 되어 있는 걸 보며 맛집 정통성에 믿음도 쌓이는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식당을 올렸다기 보다 제대로 된 맛집도 같이 끼여있으니 말이다.

대학 동기의 고향이라 다녀왔던 봉평도 다시 만나 반가운 여행지였다. 비록 소금처럼 하얗게 펼쳐진 흐드러진 메밀꽃밭은 보지 못하고 왔지만 이효석 생가에서 마셨던 메밀커피와 정취는 아직도 잊을 수없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친구들과의 모처럼만의 여행이라 더 멋지기도 했고 말이다.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이제는 언제 다시 모여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봉평이었다.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33곳의 여행지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끼워가며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보고 또 볼수록, 같은 풍경을 봐도 이런 색감으로 멋드러지게 사진을 찍어낸다는 것은 손떨림이 심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어느 곳엔가는 나도 다녀왔고, 또 가보지 못한 곳들은 다음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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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 권력을 희롱하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1
김종년.이미옥 지음, 이은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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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읽는 토끼전의 느낌은 또 달랐다. 사실 아이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토끼와 자라에 초점을 맞추어 읽느라, 목숨을 구하기 위한 토끼의 재치에 놀라기도 했지만, 참 영악한 토끼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토끼란 동물이 얼마나 약한 동물인가를 생각해보니, 힘없는 백성에 비유된다는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며, 용왕이 탈이 나게 된 계기도 그러하고, 토끼의 간을 구하러 뭍으로 나가기 싫어, 점잔만 빼며 서로를 헐뜯고, 책임을 전가하는 가신들의 행태도 참으로 볼쌍사나웠다. 너무 흥청망청 많이 차린 음식과 술에 취하다보니, 그 욕심이 과해서 생긴 병이 용왕의 병이었고, 가신들 또한 실제 높으신 분들의 잇속 다툼을 보듯, 참으로 흉한 몰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이라면 눈에 안 들어왔을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렇게 낱낱이 까발려진 이야기일 줄이야. 다시 읽은 토끼전, 권력을 희롱하다 라는 제목에 비할 만 하였다.



"그럼 올챙이는? 볼록한 뱃속에 보고 들은 것도 많이 들었으니 올챙이를 보내면 어떠할꼬?"

"일단 뭍에 오르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없습니다. 한두달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올챙이는 개구리가 될 터인데 그때 가서 올챙이때 일을 기억이나 하겠습니까? "33p



고전 토끼전을 읽으면서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을 웃게 될줄 미처 몰랐다. 현대에 다시 읽어도 재치 넘치는 풍자와 해학, 그 모든 것이 담겨있는 토끼전 이야기, 다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재미난 고전이었다.

어른의 시각으로 봐도 이해가 가능한 그런 해석, 아이들 눈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그런 부분까지 세세히 짚어 다시 읽기가 가능한 휴이넘의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시리즈 중 한권이다. 심청전 역시 토끼전과 마찬가지로 무척 잘 알려진 고전임에도 휴이넘의 다시 읽기로 읽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고, 이 책 토끼전에서도 역시나 예전에 몰랐던 이야기들까지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로 토끼는 약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토끼전의 토끼는 권력의 상징인 용왕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권력의 진정한 근본은 토끼로 상징되는 백성인 것이지요. 이는 무너져 가는 조선을 되살릴 수 있는 힘이 토끼 같은 백성에게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으로 이어집니다.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 백성에게 있다는 연야한 토끼의 위대한 반란,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11p



그동안 작고 힘이 없어 얼마나 설움을 겪었던가! 산 속 짐승들은 툭하면 토끼를 업신여기고 하찮게 여기며 모욕을 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에야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으니, 이 아니 반가울쏘냐? 그러나 토끼는 일단 점잔을 빼기로 했다. 80p



별주부의 토끼 유혹하는 솜씨는 정말 고단수급이었다. 괄시받던 토끼를 한껏 추켜세움으로써, 의기양양하게 만든 것, 그는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한 차근차근한 작전에 돌입하였다. 달콤한 꼬임에 쉽게 넘어가는 토끼. 하지만, 그는 위기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내기도 한다.



권력을 희롱하는 토끼의 모습은 참으로 발칙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약자라고 해서 언제나 우롱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과거 조선시대에는 백성은 한낱 이용가치가 있는 대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였을지라도 민초에게도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꿈이 있었을 것이다. 토끼를 통해 대변되는 민초들의 의지, 그 꿈과 용기가 바로 토끼전에 잘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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