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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북유럽 인테리어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엮음, 정연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1년 6월
품절


결혼 전에는 인테리어 잡지에 제법 관심도 많았고, 나도 이렇게 꾸며놓고 살고 싶다는 바램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어릴적 나만의 방이 없을 때부터 말이다. 예쁜 벽지로 도배되고 침대가 있는 나만의 예쁜 방, 여동생이 있어 항상 방을 같이 쓰다보니 어릴 적 좁은 방에서 침대를 놓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서울에서 자취를 할 적에는 자취 살림에 무슨 침대람? 하면서 그냥 되는대로 실용적으로 살자라는 주의가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나면 못 다 이룬 인테리어의 꿈을 이루고 살아야지 했는데, 웬 걸. 결혼 준비하면서 집을 리모델링하는데 벽지 고르고 가구 고르고 하는데 하나하나 눈에 드는 제품으로 고른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심이 있어도 어떻게 할 줄을 모르기도 했거니와 당시에 직장일로도 무척 쫓기던 때라 인테리어 업자를 쫓아다니면서 많은 연구를 하고 독촉할 그런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뭐든 그냥 무난무난한, 그리고 가구는 때아닌 앤틱으로 신혼 살림에 웬 중후한 느낌의 가구를 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흰색은 딱 싫다라 말하는 신랑 앞이었기에 그래, 그럼 앤틱으로 가지 뭐 하고 마음 먹었던 듯.

그리고 결혼해 살고 보니 사실 인테리어를 대단하게 꾸미고 산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결혼 후 제법 시간도 많았지만, 이미 완성된 인테리어를 뜯어고칠수도 없고 (당시 내 머릿속 생각으로 인테리어란 업자가 한번에 해주는 리모델링이다란 생각이 강했다. 레테 등의 diy카페를 이용해 스스로 직접 리모델링하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밖에 안 나왔다.) 하면서 시간만 보내다보니 어느 덧 아기가 생기고, 아기의 성장과 더불어 하나둘 아이 장난감, 가구 등의 분량 큰 짐들이 늘어나다보니 우리만의 멋드러진 인테리어란 어디론가 쏙 들어가버린 그런 상상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오랜만에 묻혀있던 인테리어에 대한 내 소망을 살짝 건드려준 그런 책이 되었다. 예전에는 따로 책을 찾아보기 보다 은행이나 미용실 등에서 만난 잡지 속 예쁜 집 인테리어에 만족하곤 했는데, 일본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열광하고있는 북유럽 인테리어 스타일을 따로 모아, 그것도 전시용이 아닌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거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하나하나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책이 되었다.


얼마전 읽은 안나리사의 가족 이라는책에서 역시 북유럽 출신의 아내인 안나 리사가 워낙 재활용과 오래된 것을 물려받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참 알뜰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물려받은 것을 오래도록 사용하고, 고쳐 쓸수 있는 것은 리폼해서 쓰는 것이 전반적인 풍토로 깊게 자리잡았나보다. 책 속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삶이 뭍어나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은 낡고,못 쓰는 것으로 생각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기는 했다. 오래 쓰고 싶어도 잘 망가지고 고쳐 쓰고 싶어도 또 다시 고장날까 두려워 새로 사게 되는 일상의 반복을 생각해보면 (아니면 정말 가구의 경우 몇십년 쓴게 지루해 큰 부서짐 없이도 바꾸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 대를 이어 물려받는 그들의 가구 사랑은 존경할만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꾸며진 그들의 집이 하나도 낡았거나 구차해보이지 않고 참으로 멋스럽게 가꿔진 것을 보면 인테리어란 돈과 새 물건으로만 꾸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야 빛을 발하는 것이구나를 새삼 실감했다.


고물가의 일본 못지 않게 좁은 평수의 집에서 살고 있는 북유럽의 사람들, 그들의 좁지만 넓게 쓰는 인테리어 노하우서부터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집을 넓히지 않고도 가구 배치를 바꿈으로써 아이의 공간과 작업 공간 모두를 공유하게 되는 노하우들까지 아이 엄마로써 관심있게 읽을 내용이 많았다. 특히 남자 아이 하나가 있어서 남자 형제의 귀엽게 꾸며진 방 같은 경우에는 패브릭서부터 장난감, 가구들까지 하나하나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역시 자기 관심사가 가장 크게 보이나 보다.



조명, 패브릭, 물려받은 가구 등을 활용해 멋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북유럽인들의 삶, 그 속에서 우리에게 어울릴 멋드러진 하나하나의 인테리어를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풍성한 그런 새로운 책이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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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품절


"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게 잘못이지." 헬리콤터 조종사는 변명이라도 하듯 이런 대답을 날렸다. ...<중략>....

2007년 7월,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두 대의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미군 조종사들은 이때 불행히도 무고한 <로이터 통신> 통신원 두 명을 사살하고 말았다. ..이 때의 총격으로 모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럭 운전사의 두 아이들은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119p



언제나 옳은 일만 하는 듯 가정하고 싶었던 미국입장에서 이라크에서의 민간인, 그것도 아이들까지 무차별 사살하려했던 이 동영상이 세계에 유포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위키리크스가 세상을 놀라게 한 문건은 엄청난 양(25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위키리크스의 엄청난 기밀문서 폭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당시 뉴스 기사 헤드라인만 보고 든 생각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맞설 생각을 개인이 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 주인공인 줄리언 어산지는 미국인이 아니라 호주 출생이기는 했다. 그가 미국과 영국 등의 강대국을 분노에 휩싸이게 할만큼 대단한 용기를 지녔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렇게 해서 그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너무나 이해타산적인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사람들의 알 권리를 위해 비밀 문건을 누설했다고 보기보다, 어쩌면 그와 위키리크스의 인기몰이를 위해 누설한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뾰족이 자리잡았으니 말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위키리크스의 고발.

이 책에서 다룰 내용은 무명의 한 해커에서 갑자기 세계적 유명인사로 떠오른 줄리언 어산지란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유명인사로 대접을 받기도 했다. 다시 말해 추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기소되면 감옥에 갇혀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20p



소소하게 비밀을 폭로하던 그가 갑자기 세계적 거물급, 그것도 미국의 제 1순위 공공의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브래들리 매닝이라는 사람의 방대한 양의 군사 기밀 정보 제공에 있었다. 책 속에서 줄리언 어산지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에도 내내 브래들리 매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실제 매닝이야말로 그 방대한 비밀을 제공한 원조자였지만 정작 그는 레이디 가가의 cd에 몰래 숨겨빼내온 비밀 문건이 위키리크스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게 한 반면 자신은 감옥에 투옥되어 언제 다시 빛을 볼지 모를 그런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어산지, 그는 정보 메시아인가, 사이버 테러리스트인가!

자유의 전사인가, 반사회적 인물인가!

양심적인 십자군인가, 자아도취에 빠진 정보 사기꾼인가! 37p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영화나 책 등을 통해 나라를 대상으로 개인이 힘을 쓴다는 것은 거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격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줄리언 어산지의 위키리크스 기밀 문건 공개를 위대한 영웅의 행보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정보 제공원인 브래들리만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 사실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강대국들이 잘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릴적부터 워낙에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고 자란 세대라 , 미국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우방국인양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 자라면서 그 환상이 철저히 깨져나감을 깨닫고 얼마나 허망하던지.. 헐리웃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국 지상 주의조차 나중에는 비웃으며 보게 될 정도였다.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라 믿고 있는 그들이기에 자신들의 실수가 세상에 까발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었을까?

위키리크스의 폭로 이후, 그녀(힐러리)는 2010년 11월 급히 마련된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대한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20p



줄리언 어산지의 의도야 어찌 됐건 미국이 덮어두고 싶어했던 수많은 문건들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비단 미국 뿐이 아닐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위키리크스 등에 의해 공개될 수많은 비밀 문건들이 억울한 사람들의 비밀을 함께 한채 묻혀 있을 것이다. 의도는 알수 없지만, 위키리크스에 의해 많은 이들이 올바른 진실을 알게 되었다. 강대국에게 심한 타격이 될 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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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절판


스도쿠 살인사건.



여름이라 그런지 유난히 더 추리소설, 심리 스릴러 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 벌써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나를 겁먹게 한 소설이었다.



스도쿠는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창안한 게임이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으며, 1984년 일본 잡지 <퍼즐 통신 니코리>가 붙인 수독 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보급된 숫자 퍼즐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라는 얘기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스도쿠를 아직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나 주위 이웃 중에는 스도쿠에 빠져든 이들이 꽤 많았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스도쿠 관련 책들이 꽤 인기를 끌고있는 것을 보며 두뇌개발에 좋겠다 막연히 생각만하고 있었다. 스도쿠와 관련된 추리소설이라 어떤 내용일까. 스도쿠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은 나의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어주었다. 살인사건의 마지막 현장에 스도쿠가 잠시 등장하기는 하나, 소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았다.



분명 살인사건이 나오고, 주인공이 억울하게 살인용의자로 내몰리는 상황이지만, 사건은 아주 심각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의 고모인 프루던스 할머니의 집요한 중매서부터 마을 사람들과 서장과의 악연들이 시트콤처럼 펼쳐지면서 사건을 가벼운 터치로 좀더 밝은 분위기 속에 이끌어 간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극적이고 피 철철 흐르는 장르에는 좀 서먹한 감정이 있는 나로서는 이런 가벼운 터치의 "코지 미스터리"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로 가벼운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장르라 심한 마음의 부담감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는데, 그런 장르가 바로 코지 미스터리인가보다. 이번에 배웠다.



천재 수학자 케이트는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존경해오고 벗으로 삼아온 퍼즐 박물관의 주인 애번데일 교수의 부름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후 교수가 참혹하게 살해를 당하고, 교수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케이트가 살해 용의자로 꼽힌다. 교수님 살해 당시에 풀고 있던 스도쿠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스도쿠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케이트, 암호처럼 풀리지 않는 스도쿠에 갑갑하고, 흥미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과 냉철한 미쉘 서장, 그리고 처음부터 엇나가기만 한 박물관 비서 제니스까지.. 휘청휘청하는 박물관 재정과 함께 그녀에게 주어진 짐은 한도 끝도 없이 무겁기만 하다.



"편지는 필요 없어?"

케이트가 물었다. 다행이다. 해리가 범죄와 관련된 편지를 들고 돌아다니는게 마뜩잖았는데.

"예. 여기 담아놨어요."

아이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케이트가 활짝 웃었다. 또 한 명의 영상 기억 보유자라니. 336p



케이트와 해리. 나이는 차이 나지만, 두 사람 모두 다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었고, 어릴 적 왕따를 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애번데일 교수의 극진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퍼즐을 통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공통점까지도 말이다. 심하게 꼬여서 사건이 미궁으로만 흘러갔다면 갑갑함을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예상 외의 사건들까지 진행되면서도 케이트를 둘러싼 주변 사건들이 의외로 가벼운 터치로 진행되는 점이 읽는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분명 살인사건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필두로 스도쿠와 죽음의 밤, 스도쿠 연쇄 살인사건 등의 시리즈를 내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한다. 케이트라는 동일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나, 이후의 소설들은 좀더 스릴러 요소가 강하다 하니, 케이트가 어떤 일들을 새로이 겪게 될지 기대되는 후속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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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는 성폭행범을 죽도록 싫어했다.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해 무력을 동원하는 변태 족속들, 그 중에서도 그가 혐오하는 부류는 어린 아이에게 그런 몹쓸짓을 하는 짐승같은 부류였다. 48p

 

읽어내릴 수록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킨 소설 비스트의 도입부분이었다. 최악의 어린이 성폭행 살인범 룬드를 호송하던 안데숀은 자신의 이런 감정을 참아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룬드에게서 개새끼 등의 욕을 먹으며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딱 내 심정이 그랬다. 극도로 성폭행범, 특히 어린 아이에 대한 천인 공노할 짓을 저지르는 짐승만도 못한 놈들에게 법은 너무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가상의 공간에서도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이런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라니.. 사실 머나먼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어린 아이를 무참하게 짓밟고, 심지어 가혹한 방법으로 살인에 이르거나 반병신을 만드는 사람(?), 또 새로이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에게 법은 지나치게 관대하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가끔 헷갈릴때가 있었다. 만인 평등이라 과연 그들의 목숨이 수많은 죄없는 어린 아이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어렸을적에 내가 들었던, 혹은 신문 등에서 접했던 사건들에 대한 공포는 요즘 일어나는 사회 범죄에 비하면 공포도 아닐 정도가 되었다. 이제 내가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그 범범자들에 대한 분노 게이지는 극을 달하고 있다. 비스트. 이 소설은 꽤나 많은 부분 담담한 문체로 씌여있지만 그럼에도 쉽게 끓어오르는 나는 화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보다 귀한 딸을 무참히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죄자를 그냥 놔둘 것인가. 아니면 내 나름의 방법으로 그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라는 부분에 답을 못 내리고 망설였다고 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내게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보다 못한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 물론 그를 죽인다고 프레드리크의 딸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었으나 그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방범죄, 영웅 심리.. 그는 그런것을 염두에 두고 룬드를 처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했던 딸아이, 다시 찾을 수 없는 딸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참을 수 없는 회한으로 자신의 앞으로의 남은 인생까지 포기해가면서 룬드를 쫓았던 것이다.

 

실제 어린아이때부터 여러차례 성폭행당했던 경험으로 범죄자가 되어버렸던, 그러나 지금은 바른 길로 되돌아온 저자, 출소자들의 또다른 갱생을 위해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는 헬스트럼과 국영방송 사회부 기자로 활동한 루슬룬드의 글이었기에 평범하지 않은 저자들의 이력이 너무나 생생한 범법의 세계를 그려내고 말았다. 있어서는 안될, 그러나 너무나 끔찍하게도 자행되고 있는 그런 범죄, 그리고 범법자들에 대한 개인적 복수가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화두를 던져주는 느낌이었지만.. 아이 부모가 되기 전의 사람이라면 좀더 객관적일 수 있겠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절대로 참을 수 없는 분노임에, 프레드리크에 동감할 수 밖에 없음에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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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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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책을 좋아하셔서 늘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는데, 조정래 작가님의 책은 항상 아빠께 먼저 권해드리는 편이다. 이번 책도 먼저 읽어보셨기에 어떠셨냐고 여쭤보니 "늘 그렇듯 무척이나 글을 잘 쓰시지.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이 그대로 드러날만큼, 그런 글을 잘쓰시는 분이지." 라고 말씀하셨다.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없이 읽어내려간 책이 바로 비탈진 음지였다.



40여년전의 무작정 상경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책, 농촌의 산업화로 인해 땅을 버리고, 도시로 흘러와 살아남기위해 버둥거려야했던 많은 이들의 눈물과 애환이 담겨있는 책, 전라도 말투가 하도 구수하게 살아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또한 놀라기도 했던 책. 글 속에 삶을, 그리고 한스러운 가난한 이들의 삶을 이렇게 잘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은 아마 조정래 작가님만이 가진 능력이 아닐까 싶었다.



며칠만에 몸살에서 풀려난 복천은 코끝에 스멀거리는 묘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속을 뒤집는 역한 냄새였다. ...그건 서울만이 지니는 서울의 냄새였던 것이다. 그 후로 복천은 그 서울 냄새를 심심찮게 맡으며 오늘까지 살아오고 있었다. 목이 타들어가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어서도 물 한 그릇 얻어마시지 못한 오늘 오후 같은 때는 서울 냄새는 유난히 역하게 속을 뒤집는 것이었다. 162.163p



1973년에 발표한 중편 비탈진 음지를 거의 새로 쓰다시피해서 장편소설로 펴낸 책이 바로 동명의 제목인 이 책 장편 비탈진 음지다.

주인공인 복천 영감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동네 마을 사람의 소를 몰래 팔아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상경한 서울 인심은 참으로 야박하기만 하다. 다행히 같은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 (말투만으로 반가움에 덥썩 손을 잡고팠을 그였고, 그리고 그렇게 만난 대부분은 그와 중요한 연분으로 자리잡았다.) 생활 터전에서부터 할일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얻게 되지만,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이었기에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 역시 행복한 일 보다는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 또한 여러 직업에 도전해보지만, 서울의 각박한 인심을 뚫고 살아남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뭐요? 아, 병 하나에 몇 푼 한다고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까지 싸워요. 병 여섯개가 아니라 60개를 팔아보시오. 그 돈으로 이 핏값이 나오나. 그까짓 병 여섯갤 가지고 괜히.... 200p



이제나 저제나 복천영감의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건만, 소설 속 상황은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볕이 들지 않는 비탈진 음지, 두 아들 딸을 어떻게든 고이 길러보고 싶은 (딸은 벌써 동생과 아버지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마음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건 부자들의 학대와 멸시, 그리고 같은 가난한 사람들조차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괴롭히고 자신의 영역에서 몰아내는 핍박을 견뎌야하는 것 뿐이었다.



가난한것은 죄가 아닌데도 가난한 사람은 그리도 모진 설움과 학대를 벌로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옛날자신이 그러했고, 지금 그 아가씨가 또 당하고 있었다. 247p



서울에서 만난 그나마 정이 되고픈 사람들, 그 인연들이 참으로 슬프게 풀리기만 한다. 어쩜 다들 이렇게 일이 꼬일까..

그의 카알 가아씨오. 소리를 듣고 반가움에 한걸음에 달려왔던 정 많던 식모 아이는 결국 부잣집 사람들의 농간에 의해 여자로써 겪어선 안될 일을 겪으며 인생의 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똥낀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그들을 전라도라 그렇다 몰아세우고 욕을 퍼부어대던 부잣집 안주인의 말이 맴을 돈다. 사람들이 이렇게 패악스러울 수 있구나. 그들이 겪는 수모가 이게 끝이 아니길 바래고 또 바래는데..



일찌감치 집 나간 큰 아들의 알려지지 않은 행보가 끝까지 불안한 궁금증을 남기면서, 복천영감네 볕들지 않는 슬픈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휴가 기간내에 두 권의 책을 꾸려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차 안에서고 숙소에서고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몰입했던 책이었다. 작가님이 말해주고픈 대로, 가난이 그들의 죄가 아닐진대 학대와 설움을 끝없이 감당해야하는 과거의 그들은 우리가 아는 그 누구일수도 있고, 정도의 차가 있을지라도 우리 부모님, 혹은 또다른 친척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난의 고리를 못 끊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기에 이 책은 여전히 다시 읽혀져야 한다고 씌여 있었다. 모든게 아쉽고 힘들었던 시절, 요즘은 정말 물자나 뭐든 넘쳐나기에 아낌없이 헤프게 쓰는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 역시 그러기 일쑤였다.



버려지는 모든 것들, 가난한 우리 선조들, 그리고 이웃들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물자일수 있었다.

콜라 한 모금의 비싼 가격이 아쉬워 수돗물을 얻으려했다가 그것도 얻어마시지 못하고, 결국 돈 주고 사먹는 수돗물로 목을 축여야하는 복천영감의 신세와 돈 한푼 못 받고, 헌 옷, 끼니 식사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공짜 식모살이를 해야했던 식모 아이의 이야기들은 정말 그러던 때가 있었구나, 다시 읽어도 가슴 아픈 그런 이야기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 가난을 조금 벗어났다 하더라도, 허리끈을 좀 동여메고 아끼고, 아쉽게 살아갈 수 있어야함을 다시 깨닫게 되는 그런 소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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