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판타지 -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
오세아 지음 / 시공사 / 2011년 10월
품절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신랑이 웃었다. "허허, 여행 좋다더니 이제는 모스크바 여행기까지 읽어?" 라고 말이다.
유럽, 뉴욕(미국 중에서도 특히 뉴욕에 대한 여행서가 많이 나와있다.), 일본, 동남아 ,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의 여행 에세이, 가이드북을 읽어봤지만 모스크바,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사실 처음이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 즐겨 다니기를 좋아하고,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막연히 책으로라도 먼저 읽어보고픈 마음에 참 다양한 여행서를 읽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모스크바라니, 다녀 온 사람도 아직 주위에서는 못 봤고, 가끔 티브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러시아 대륙횡단 열차를 탄 청년의 이야기 정도를 접해보았다.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한인이 실제 거주하면서 쓴 여행기를 읽을 수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용도 그녀의 에피소드로만 채워진게 아니라 실제 여행서로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풍부한 사진과 소개 등을 잊지 않고 실어주었다.



표지도 빨간 바탕에 예쁜 마트료시카 인형의 연속으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써 있는 작은 글씨를 보면 웃음이 난다.

쇼핑은 어디서?

지하보도지하보도

그래도 쭘 백화점이.. (백화점 이름이 쭘이다)


나 또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많은 나라 가운데서도 특히 공산당의 중심에 섰던 소련,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당당히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여성은 어떤 생각에 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이자 (국민학교라 불릴때 다니고 반공교육을 받아 그녀 또한 모스크바가 두려웠단다) 모스크바에 대한 두려움이 강했으나 사랑이 앞섰단다. 정말 사랑 하나만 믿고 홀홀단신으로 그 머나먼 모스크바 땅까지 날아간 놀라운 순애보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쁘띠 꾸숑은 한국에서 만난 멋진 프랑스인 남성이었다.


모스크바 하면 몹시 춥고, 살기 힘든 곳이다. 어쩌면 갑자기 스파이로 인식돼 납치될 지도 모르는 무서운 곳이다??란 인식만 강했는데, 이렇게 멋진 곳이 많을 줄이야, 정말 놀랐다.

지하철부터 하나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 정말 이 곳이 지하철이 맞나 싶었다.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라고 해서 정말 모스크바에서의 삶이 그런가 했는데, 글로벌 광고 대행사의 마케터로 일했던 전력이 있었던 지라, 남자친구가 출근하고 집에만 있기 갑갑했던 그녀가 말도 안 통하는 모스크바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 코치 작전을 펼쳐가면서 모스코비치들을 조심스레 따라다니다보니 모스크바 생활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쇼퍼홀릭으로 살았던 그녀가 단조로운 모스크바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 세련된 러시아 여성을 따라가다보니 알게 된 명품 숍과 멋진 백화점, 그리고 지하상가에서 발견한 멋진 숍들, 그녀는 그렇게 하나하나를 배우고 알아간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었다. 무엇보다도 못 가본, 그리고 정보가 많지 않은 모스크바의 삶이라 그런지 사진이 가득한게 정말 고마웠다. 다른 지역 같으면 사진보다 글이 많아도,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크게 궁금하지 않았을 터지만, 모스크바는 정말 내 생애 가게 될지 못 가보게 될지 (후자가 더 높은 확률) 싶은 그런 곳이 아닌가. 소중한 사진들과 (그리고 그 양도 참 많다) 재미난 에피소드, 에피소드와 관련된 알찬 여행정보들까지.. 이 책을 읽고 모스크바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고민이 생길때마다 (그 고민이 참 재미난 소소한 고민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집근처 대 문호들 (톨스토이, 푸쉬킨 등)의 저택을 찾아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고민 해결이 되기도 한다는 평범치 않은 일상부터.. 낯설것 같았던 러시아 음식이 제법 입에 맞았다는 이야기, 또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던 이야기였기에 대리만족하는 효과가 꽤 높았다.


아이들에게는 참 팍팍한 곳일 거라는 편견 (역시 그녀는 내 세대다.)을 갖고 있었으나 사실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는 모스크바 (공원과 동물원, 박람회 등 기타 시설들이 참 잘되어 있었다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때 춥지 않을때 가족이 여행하기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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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해 - 같이 있어서 더 행복한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절판


어렸을 적에 읽은 책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덩치가 아주 큰 암컷 고릴라가 어린 아기를 어르고 싶어하다가, 사람들이 걱정을 하니, 나중에는 남자 어른을 번쩍 안아 어르며 아기인양 돌봤다는 그런 내용의 실화였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 같았는데, 처음에는 공포스러워했을 사람들조차 그 고릴라 (오랑우탄이었을지도)의 따뜻한 모성애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고, 어릴적이지만, 무서우면서도 따뜻한 그 내용이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종들간의 사랑,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 물론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사례는 많았지만, 거꾸로 동물들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티브이에도 종종 나올 정도로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는 하다. 그런 여러 사례를 모아놓은 책을 읽게 되었다.


사진과 함께 실제 동물들의 사연이 실려 있는 이야기 모음집같은 책이었다.

개와 고양이, 사자,호랑이,곰, 표범과 암소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물들의 우정과 사랑이 그려진 책이었다.

개 중에는 자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어울리게 된 사연도 있고, 일찍 부모를 잃은 탓에 인간의 관리하에 들어오게 되자 스트레스를 받을 어린 아기 동물들을 위해 사람이 일부러 동물 보모를 붙여주거나 친구를 붙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고전으로 회화가 될만큼 꽤유명한 코코 고릴라의 이야기가 이번 책에 실려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1984년의 이야기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접하였을 그런 이야기. 꽤 지능지수가 높아 수화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고릴라 코코였던지라 그의 마음을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고양이에 대한 동화책을 많이 보여주니, 생일 선물로 고양이를 사달라고 했단다. 고양이를 직접 고르게 해주자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골라 너무나 정성껏 사랑해주고 돌보았다한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정말 너무나 가득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영화 킹콩을 본듯한 애잔함이랄까?

고양이에게는 고릴라 코코가 킹콩처럼 느껴질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킹콩에서도 여자 주인공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나 그 마음을 사람들이 너무나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안타까움이 느껴지지 않았던가.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비극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코코가 사랑했던 첫 고양이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크게 상심을 해서,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서도 슬픔이 느껴졌고, 침묵에서도 알 수 있었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에서도 드러났다. 21p 코코의 친구를 잃은 슬픔이 너무나 깊었기에 나중에 다른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작은 아기 고양이에 대한 무한 애정, 사람도 아마 그런 극진한 애정을 기울이기 힘들었을것이다. 여러 장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었는데 다시 잘 보니, 네 발로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레 안고 있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털북숭이 친구들을 좋아하는 투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고양이와 제일 친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들을 좋아하는 투견 , 먹고 먹히는 관계일거라 생각했던 선입견을 깨고, 고양이와 투견은 병아리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특히 투견 샤키는 "네 애기들 어딨어?" 라고 물으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아이들을 찾아다녀요 그리고 아이들을 자기 주변에 모아놓고 싱글벙글 웃죠. 58p

그 아이들이란 바로 샴고양이 맥스와 매년 봄마다 새로 태어나는 병아리들이란다.


사진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놀라운 공존과 평화로운 우애의 관계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위 이야기 외에도 2010년 발리에서 기록된 긴꼬리 원숭이 (수컷)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례라던지, 같이 동거하던 눈먼 개를 보살피던 고양이의 이야기 등이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하물며 동물들도 이렇게 서로를 위하고 사는데 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사랑이 사진과 글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을 받으니 마음이 한결 따뜻하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이렇게 더 깊이 사랑을 베풀고 나누고 살아야지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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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고마워 -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준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절판


책의 시작은 <네가 있어 행복해>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남편 존의 생애 첫 친구인 너구리 이야기로 시작이 되었다. 언제나 함께 한 작고 귀여운 아기 너구리 밴딧의 이야기. 나도 어릴 적에는 무척이나 동물을 기르고 싶어했고, 친구가 되고 싶어했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강아지 고양이 금붕어 등의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물이 아닌 다른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함께 즐겨찾는 마트에서 토끼, 기니피그는 물론 이구아나, 거북, 다른 마트에서는 다람쥐 등까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요즘은 참 우리 어릴적과 달라도 많이 달라진 환경이란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사오는 애완동물말고도 아주 우연히 기회가 닿아 친구가 되는 그런 동물들도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중에도 스스로 제 발로 들어온 강아지도 있었다.
아버지께서 강아지를 몹시 좋아하셔서 키우고 싶어하셨는데 때마침 엄마가 밖에 나가셔서 대문 밖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시는데, (재활용 분리수거 시행하기 전이었다.-주택에 살적에) 강아지 한 마리가 대문 안으로 쏙 따라 들어오더란다. 주인을 잃은 강아진가 싶어 주인을 찾아주려 노력했는데 결국 찾지 못했고, 집에 들어온 동물을 그냥 내보내는게 아니라 해서 결국 우리집에서 키우게 되었다. 루루라는 이름의 강아지였다. 그 이후에도 몇 마리의 강아지를 더 키우게 되었고, 그 중 부모님의 사랑을 가장 극진히 받은 것은 얼룩 강아지 아롱이와 다롱이, 그리고 그들의 새끼인 희동이였다. 희동이야말로 이사올때 엄마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든 장본인 강아지였달까. 아마 나도 옆에서 희동이 낳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더라면 같이 울었을 것이다. 아파트에 데려다 키우자고 말이다. 너무 울어서 그 이후로는 동물에 정을 못 주시겠다 하셨던 엄마, 이사오시면서 아롱, 다롱, 희동이 모두를 괜찮은 주인에게 맡기고 왔지만 그래도 늘 마음 한켠이 짠하고 안 좋았다 하셨다.

여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동물들, 그것도 종이 다른 동물들간의 우정과 사랑, 행복에 관한 사진과 일화로 채워진 사연들이다.
저자 뿐 아니라 번역한 이도 번역을 다 하고 나서는 벅차 오르는 감정에 안락사 위기에 처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또란 이름의 고양이, 맨 끝에 그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도 담겨있다.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 편집자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누구라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

60년을 사는 코끼리 중 생후 6개월밖에 안된 어린 코끼리가 엄마를 잃고 말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후 6개월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였는데 코끼리 중에 양어머니를 찾지 못해 결국 사람들의 관리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적응하지 못하는 코끼리를 위해 연구하다가 양을 보모로 붙여주기로 했단다. 아니 웬 양? 하고 놀랐는데 의외로 양이 지능지수도 높고 한번 친해지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얼굴을 잘 잊지 않는데다 (음,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나보다 낫군) 상대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고 한번 친해진 동물에게는 매우 특별하게 대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 타고난 본성을 이용해어떤 동물들 사이에 두어도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35p 이 책을 통해 새로이 배운 사실이었다.

짧은 동화같이 느껴지는 어여쁜 동물들의 사연을 읽다보니 가슴까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영화를 찍을때도 동물과 아기 등이 등장하면, 그 영화를 대부분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이기에 큰 관심을 끄는게 아닌가 싶었다.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는 이 이야기가 그래서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된게 아닌가 싶었다.

톰과 제리로 기억되는 고양이와 쥐 이야기, 사실 굳이 우리가 어릴적에 봤던 톰과 제리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천적이고 둘은 앙숙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애완쥐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친구가 된 고양이의 이야기가 있다. 게다가 쥐 또한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아 주인은 어려움 없이 고양이와 쥐를 동시에 키우게 되었다 한다. 2009년의 미국 오하이오의 이야기였다.

2002년의 케냐의 이야기는 더욱 경이로웠다.
암사자가 새끼 영양을 잡아먹지 않고 마치 자기 아기인양 돌본 사례였다.
사자와 아기 영양이 평화롭게 함께 누워 있다니 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메시리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ㄷ르은 이 사자의 이름을 '카뮤냑'으로 지었다. '축복받은 존재'란 뜻이다. 152p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었고, 인류학자 사바 더글라스 해밀턴이 2주동안 이들을 따라다니며 관계를 관찰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사연도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동물들이 어릴 적에는 아무래도 서로 더욱 친밀해질 계기가 많은 듯 싶다. 그때는 포식자의 본능보다도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는 정도가 (배고픔이 해결되는 전제하에) 더 높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아기 동물일때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어주면 더욱 친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많은 듯 했다. 동물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야생 습성등과 해당 동물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국 야생으로 방사하거나 따로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해 서로 떨어질수밖에 없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억지로 짝이 맺어진 경우보다 어른이 된 동물들이 인간의 개입없이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욱 와닿는 사연이었다. 다양한 동물들의 사연이 놀라움을 만들어 내는 책, 아담한 사이즈라 편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그들의 우정 앞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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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절판


이 책은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8작가의 단편동화로 이루어진 모음집이었다. 신인작가들이라 참신한 느낌도 있고, 초등학생 아이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도 있지만 눈물이 나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에 표지와 제목만 보고서 철부지 아빠와 철 든 아들의 장편 이야기인줄 알았다가 짤막짤막한 동화임을 알고 또다른 재미를 느껴가며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집에서 느낄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을 정말 마술연필과 같은 터치로 재미나게 그려내었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아 한권의 책이었지만 참 많은 책을 읽은 듯한 그런 느낌도 받았다.

특히 내 얼룩이 같은 경우에는 너무 많이 슬퍼서, 눈물이 날 지경이기도 했다. 코시안이라고 불리우는 혼혈 아이, 아이들에게서 깜씨라 놀림받고,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아 혼자 왕따가 되어버렸다. 그런 주인공이 우연히 구해준 동네 똥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는데, 겁이 많은 강아지였음에도 목숨을 구해준 아이를 믿고 따르며 언제나 잘 어울리는 고마운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동네 아이무리에게 으르렁대기까지 했으나 석철이네는 나쁜 마음을 먹고, 주인공에게 직접 개를 향해 돌을 던지라고 시킨다. 그래야 놀아줄거라고, 거부하면 계속 왕따를 만들겠다고..

아이는 개가 피하길 바라며 돌을 던졌으나 개는 몇번을 맞고,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이 곁을 지켰다. 너무 눈물이 났다. 끝까지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네가 죽인거다? 하고 도망치는 아이들은 더이상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커서 뭐가 되려고 어렸을 적부터 저럴까? 싶은 마음이 다 들었다. 아이때부터 저렇게 혼탁해있다면.. 생각만 해도 징그러워졌다.


입양, 부모의 실직과 가출, 왕따와 구타, 미혼부, 사실상 다루기 어려운 그런 주제들이 많이 다뤄졌지만 아이들 동화다보니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대부분은 오히려 찡한 감동을 주면서 재미있기까지 했다.

특히 나의 철부지 아빠에 나오는 아빠는 아들의 생일도 잊고, 매일 어린 아들에게 반찬가게에 가서 반찬을 사오게 하면서도 마지막 남은 김 한장을 아들에게 양보하지 않는 철딱서니 없는 아빠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 나름대로는 열심히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엄마없이 자란 아이를 돌보다가 병까지 나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아팠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날, 아빠가 먹고 설거지도 안해둔 냄비를 닦아서 사온 육개장을 쏟다가 그만 씽크대는 난리법석이 되어버리고, 아이를 보러 잠깐 들른 할머니 품에서 결국 아이는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얼마나 속상했을까. 여느 아이들보다 훨씬 당차게 잘 크고 있는 아이였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가 아닌가. 몸이 아파 아이곁을 떠나있는 할머니도 속상하고, 아이도 속상하고...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을 예고하며 기분좋게 마무리된다.


공짜 뷔페의 이야기도 잊을 수 없었다.

아이엄마다 보니, 어디선가 아프거나 울고, 또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다 내 아이 같아서 마음이 시리고 안 좋았다.

이 책의 이야기가 그랬다. 나라에서 준 꿈나무 카드로 밥을 해결해야하는 어린 동생이 김밥왕국에서 상처를 받고 돌아온다.

"계산하는데 어떤 아줌마가 '어머, 얘는 무슨 애가 벌써 카드를 긁고 다니네!' 이랬다. 그랬더니 주인 아줌마가 '공짜 밥! 나라에서 주는 거!' 이러면서 웃었어." 102p

자기네가 공짜로 밥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비웃기까지 하는 (동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들이 제법 일어나는 것으로 안다.) 몰인정한 어른들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아이들은 엄마가 가출을 해서 어린 두 형제만 간신히 끼니를 해결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동생이 너무나 부페를 먹고 싶어해서 형제는 두렵지만 결혼식 뷔페에 가서 적은 돈이나마 봉투에 넣고 식권을 받을 생각을 하고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얼마 후 형이 아프자 동생 혼자서 그렇게 하다가 (사실은 형에게 맛있는 음식을 갖다 주고 싶었단다.) 그만 어른들에게 걸려 혼쭐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속상했다. 돈을 벌러 나갈 사정이었으면 아이들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거나 어떻게든 살 방편을 마련해주고 나갈일이지, 어른들도 없는 아이들 곁을 후딱 떠날 수 있는 엄마가 참 이해되지 않았다. 그럴 거면 왜 낳았냐고.. 혼자서 흥분하기도 하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아이들이 밥도 굶게 만드는 그런 어른들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진짜 철부지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을까.



하루종일 참 바빴음에도 책을 쉽사리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짬짬이 읽다보니 어느새 후루룩 다 읽고 만 동화책.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는 책이라면 이런 책을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드는 고마운 책이었다.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도, 또 부모가 된 어른들에게도 모두 필요한 그런 책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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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1 - 인생의 거칠기가 사포의 그것과 같다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 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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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네이버 웹툰을 빠짐없이 구독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신랑은 요일별로 좋아하는 웹툰 보기를 빼먹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던 웹툰 중 하나가 바로 낢이 사는 이야기였다. 한동안 책 읽는다고 웹툰을 끊었더니,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단행본 편은 거의 내가 못 본 이야기가 많았다. 이럴수가. 그래도 못 읽은 웹툰을 한권의 만화책으로 읽으니 그 또한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재미까지 곁들여져 좋았다.

주인공 서나래 양, 줄여서 낢이라고 나온다. 읽기 힘들겠지만 남이라고 부르면 맞을 것 같다. 처음 웹툰에서 만날적에는 남동생 식이, 언니,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몇년이 흐르는 새에 언니는 시집을 갔고, 동생 식이는 군대에 입대했다가 제대를 했고,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시면서 식이와 낢 둘이서 서울에 남아 독립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일상 이야기다보니 그녀의 삶 이야기까지 본의아니게 꿰게 되어 사생활 침해는 아닐런지 좀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력으로만 빚어낸 이야기보다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웹툰 작가들의 이야기가 사실 더 재미나긴 하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 (초창기가 더 재미났다.), 요즘 나오는 웹툰 중에서는 생활의 참견, 엄마새와 아기새의 일상을 다룬 육아웹툰 일상날개짓 등..

이번 편에서는 29세 즈음의 근황을 다룬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연세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알고 있는데 (미모도 뛰어나다고들 한다. 본인은 아닌척하지만,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29세 어른으로 살아가는 낢양의 이야기 속에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억지스러운 코미디의 그것을 능가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 이야기.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강렬하게 와닿는 캐릭터다.


벽이 없다 편에서는 아줌마들의 편견없고 스스럼없는 태도에 놀라는 낢양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30대 아기엄마인 나도 조금씩 아줌마 대열에 들어서고 있음을 깨닫고 놀라게되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무척이나 낯을 가렸던 내가 아기엄마가 되고 나니, 다른 아가를 보거나, 우리 아가보고 예쁘다 하는 어른들만 보면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네고 있거나 나누고 있는, 혹은 나누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더이상 내 중심의 세계는 지나버린듯, 내 주변의 세상은 우리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낢 양이 궁금했던 그녀의 엄마 이야기, 역시 지존급이다.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너무나 친하게 웃고 떠들어서, 죽마고우인줄 알았다는 낢. ㅋㅋ


그리고 낢 양의 새로운 가족 고양이들의 이야기.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왜냐.. 어릴 적 집안에서 고양이가 왔다갔다했던 기억이 있긴 한데 직접 길러본건 강아지를 기른 기억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의 그림과 일상 속에서는 강아지보다 주로 고양이가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고양이가 더 매력적인가? 취향의 차이라 잘 모르겠지만 웹툰 속 고양이들은 상당히 귀엽고, 시니컬한 반응조차 웹툰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주요 등장인물이 되어준다. 낢양의 고양이만 해도 웅노인(행태가 노인이라고)은 닫힌 문을 싫어해 직접 문을 열고 다니며, 맹군은 물구경을 좋아한다 하지 않는가? 생각만해도 웃긴데, 그림으로 보니 더 재미나다.



낢과 식이보다 더욱 빛난 캐릭터 엄마의 활약은 벽이 없다 선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 엄마표 반찬 편에서는 아줌마들의 대표 모습을 보이시면서 더욱 분발하시어 건망증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게 해주셨다.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수십년의 베테랑 주부 실력을 뽐내시는 우리 엄마처럼, 낢 어머니도 그렇게 멋드러진 솜씨로 반찬을 금새 만들어주시고 내려가신다 한다. 그 와중에 깜빡하고, 가스 불을 냄비가 아닌 뚜껑만 올린 쪽에 켜 둔 탓에 냄비 뚜껑이 타게 되었는데, 몇 주 후 그 사실도 잊으시고, 낢에게 "너희 집 냄비 뚜껑은 좀 탔더라? 태워먹었냐?" 하시는 부분. 으하하하..

책을 펼치자마자 휘리릭휘리릭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서 중반 이후를 금새 넘어가고 말았다. 중간에 살림이며 육아며 해야할 일이 있어 잠깐 끊을 수 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금새 다 읽고 말았다. 정말 재미나다. 그녀의 일상, 들여다보면 우리네와 닮은 듯한 구석도 참 많고, 정겹기만 하다. 만화 사이사이에 그녀의 실제 일상을 다룬 사진들 (인물보다 주로 고양이라던지 주변 사물을 찍은 사진들로 신비주의를 드높이지만) 이 있어 만화가 곧 생활로 이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20대 후반의 아가씨들이 보면 더욱 공감하려나? 30대 부부가 봐도 여전히 재미난 내용, 낢이 사는 이야기,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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