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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판타지 -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
오세아 지음 / 시공사 / 2011년 10월
품절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신랑이 웃었다. "허허, 여행 좋다더니 이제는 모스크바 여행기까지 읽어?" 라고 말이다.
유럽, 뉴욕(미국 중에서도 특히 뉴욕에 대한 여행서가 많이 나와있다.), 일본, 동남아 ,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의 여행 에세이, 가이드북을 읽어봤지만 모스크바,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사실 처음이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 즐겨 다니기를 좋아하고,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막연히 책으로라도 먼저 읽어보고픈 마음에 참 다양한 여행서를 읽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모스크바라니, 다녀 온 사람도 아직 주위에서는 못 봤고, 가끔 티브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러시아 대륙횡단 열차를 탄 청년의 이야기 정도를 접해보았다.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한인이 실제 거주하면서 쓴 여행기를 읽을 수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용도 그녀의 에피소드로만 채워진게 아니라 실제 여행서로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풍부한 사진과 소개 등을 잊지 않고 실어주었다.
표지도 빨간 바탕에 예쁜 마트료시카 인형의 연속으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써 있는 작은 글씨를 보면 웃음이 난다.
쇼핑은 어디서?
지하보도지하보도
그래도 쭘 백화점이.. (백화점 이름이 쭘이다)
나 또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많은 나라 가운데서도 특히 공산당의 중심에 섰던 소련,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당당히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여성은 어떤 생각에 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이자 (국민학교라 불릴때 다니고 반공교육을 받아 그녀 또한 모스크바가 두려웠단다) 모스크바에 대한 두려움이 강했으나 사랑이 앞섰단다. 정말 사랑 하나만 믿고 홀홀단신으로 그 머나먼 모스크바 땅까지 날아간 놀라운 순애보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쁘띠 꾸숑은 한국에서 만난 멋진 프랑스인 남성이었다.
모스크바 하면 몹시 춥고, 살기 힘든 곳이다. 어쩌면 갑자기 스파이로 인식돼 납치될 지도 모르는 무서운 곳이다??란 인식만 강했는데, 이렇게 멋진 곳이 많을 줄이야, 정말 놀랐다.
지하철부터 하나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 정말 이 곳이 지하철이 맞나 싶었다.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라고 해서 정말 모스크바에서의 삶이 그런가 했는데, 글로벌 광고 대행사의 마케터로 일했던 전력이 있었던 지라, 남자친구가 출근하고 집에만 있기 갑갑했던 그녀가 말도 안 통하는 모스크바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 코치 작전을 펼쳐가면서 모스코비치들을 조심스레 따라다니다보니 모스크바 생활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쇼퍼홀릭으로 살았던 그녀가 단조로운 모스크바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 세련된 러시아 여성을 따라가다보니 알게 된 명품 숍과 멋진 백화점, 그리고 지하상가에서 발견한 멋진 숍들, 그녀는 그렇게 하나하나를 배우고 알아간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었다. 무엇보다도 못 가본, 그리고 정보가 많지 않은 모스크바의 삶이라 그런지 사진이 가득한게 정말 고마웠다. 다른 지역 같으면 사진보다 글이 많아도,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크게 궁금하지 않았을 터지만, 모스크바는 정말 내 생애 가게 될지 못 가보게 될지 (후자가 더 높은 확률) 싶은 그런 곳이 아닌가. 소중한 사진들과 (그리고 그 양도 참 많다) 재미난 에피소드, 에피소드와 관련된 알찬 여행정보들까지.. 이 책을 읽고 모스크바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고민이 생길때마다 (그 고민이 참 재미난 소소한 고민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집근처 대 문호들 (톨스토이, 푸쉬킨 등)의 저택을 찾아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고민 해결이 되기도 한다는 평범치 않은 일상부터.. 낯설것 같았던 러시아 음식이 제법 입에 맞았다는 이야기, 또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던 이야기였기에 대리만족하는 효과가 꽤 높았다.
아이들에게는 참 팍팍한 곳일 거라는 편견 (역시 그녀는 내 세대다.)을 갖고 있었으나 사실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는 모스크바 (공원과 동물원, 박람회 등 기타 시설들이 참 잘되어 있었다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때 춥지 않을때 가족이 여행하기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