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재 감동 한국사 5 : 조선 중기에서 대한제국 성립까지 - 아침의 해 돋는 나라 이희재 감동 한국사 5
이희재 지음, 오정현 감수, 유호선 정보 집필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지금 누가 나더러 국사책을 다시 보라고 한다면 다시 펼쳐들 수 있을까 싶은데, 학습 만화라 그런지 전혀 그런 부담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 하나도 아이 유치원 보내고 나서 얼마전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대학때 억지로 다니던 학원이 아닌, 자발적으로 시작한 학원이다보니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재미있더란다. 흥미가 있다면 학습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 이희재 감동 한국사가 그랬다

전권 5권으로 되어있고, 완간편인 5권이 바로 조선 중기에서 대한 제국 성립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영정조 시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용이 세도정치니 각종 외세의 침략이니 해서 어두운 역사가 많아 국사 공부를 할때도 마음 한켠이 찝찝하고 답답해지는 부분이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제 치하부터 시작해 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보니 대원군과 명성황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또 새로이 접하게 되면서도 자꾸 몸과 마음이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지식을 자꾸 밀어내려 한달까?
조선이 일제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여러 상황을 자꾸 재검토해보게 된다.
그래서 재미나게 배우던 국사 공부가 세도정치, 구한말, 일제 치하 등의 어두운 일면을 배울 적에는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만화로 다시 보면서 학창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도 거부감이 적게 드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학생들도 그렇지 않을까?
코스트코 등의 마트에 가보면 자리를 잡고 열심히 학습만화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볼 수가 있다. 아이세움에서 나온 학습만화만도 정말 종류가 무궁무진해 (거의 과목별이다 싶을 정도로) 놀라웠는데, 가장 적용하기 좋은 학습만화의 장르는 바로 국사와 세계사 등 암기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역사 파트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많은 지명과 인명, 그리고 다양한 내용이 전개되어도 만화로 다뤄지니 너무나 흥미롭게 펼쳐진다. 교과서 펴기 싫은 아이들도 만화책이라면 거뜬히 달려들지 않는가. 이 책이 그러했다.

게다가 만화체가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했더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그린 작가분이시란다. 이희재님, 이름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는데 어릴적 봤던 보물섬에서 악동이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열심히 만났던 기억은 분명 남아 있었다. 그 분의 역사만화를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어 다시 보고 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알고보니 이문열의 삼국지를 만화로 그려낸 분도 바로 이희재님이셨다. 역사적 인물들과 궁합이 잘 맞는 생생한 만화그림이라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부패한 양반들덕에 너무나 짓밟혔던 민초들이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들이 만화로 잘 묘사되어 있으니 더욱 생생히 와 닿았다. 책으로 만나는 간단한 말들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는데 (역사적 사건의 서술에 지나지 않으니) 만화로 스토리를 담아 이야기하니 장면도 기억하기 쉽고, 여러 제도와 정황 등을 시기별로 기억하는데 만화와 스토리만한 것이 없는 듯 하였다.
박세당이 벼슬을 버리고 농촌으로 들어가 40년을 보내며 직접 농작물, 약초재배 등의 다양한 농민의 실생활 경험을 지식을 다룬 책으로 집필해 낸것이 박세당의 색경이었다. 박세당의 색경, 유형원의 반계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짧은 지식 등으로 줄줄 암송했던 지식들은 지금은 거의 희미한 기억이 되고 말았는데 양반이 직접 농사를 짓고 종자 처리법 등을 배우는 과정을 만화로 표현해내니 무척 인상깊게 기억되는 듯 하였다.

외척에 의해 삼정(군정, 전정, 환곡)이 문란해진 순조 때 유배지인 전라도 강진에 내려가있던 정약용은 애를 끊는 백성들의 찢기는 고통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갓난아기마저 군적에 올리자 화를 이기지 못한 아이 아버지가 칼을 들고 자신의 생식기를 잘라버리고 만 것이었다. 세도가들의 권세를 등에 업은 양반들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교과서 밖에나 수록될 다양한 일화등을 만화와 더불어 읽게 되니 더욱 인상깊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나중에 아이가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도 학습만화를 통한 재미난 국사 기억하기를 자연스럽게 노출하기 시작하면 국사를 배울 적에 공부하는 부담감이 한결 덜해질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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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4 : 아이돌 스타의 비밀 - 과학 심리 추리 동화 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4
황문숙 지음, 김이랑 그림, 정윤경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0월
절판


11세의 두 꼬마 탐정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명탐정 과학 수사파일의 네번째 이야기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에 대한 이야기였다. 심리 탐정 한마음군과 과학탐정 이지성양, 몇편의 사건 해결을 계기로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래서 지성의 이모할머니는 심심해할 지성이를 위해, 또 집에서 홀로 있을 안타까운 한마음을 위해 자주 한마음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다. 둘은 만나면 티격태격하지만 사건을 해결할때만큼은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지성이의 옆학교인 세움중학교에 너무나 예쁜 아이돌 이예린이 전학을 왔다는 소문에 아이돌을 만나고픈 한마음은 지성이네 학교에 놀러가고 싶다고 하였다. 미인을 봐도 황금비율을 이야기하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이지성, 역시 냉철해도 냉철해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보통은 남자들이 냉정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지성은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실험 분야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이예린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학교 소개를 해달라고는 했는데, 아주 딱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될 줄은 몰랐다. 사립 초등학교라 시설 수준이 남달랐던 지성이네 학교에서 쓰레기 처리장은 단순 시설이 아닌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였다. 그런 소개를 받고 있던 와중, 흐느껴 우는 이예린과 두 아이가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아이를 보더니 갑자기 돌변한 이예린은 마치 불량학생처럼 돈 있냐고 물은 뒤 빵을 사오라고 한다. 한마음은 허겁지겁 명령에 응하고, 이지성은 그런 이예린과 한마음이 영 마땅찮았다.

놀랄 정도로 무섭게 먹어대던 이예린은 아무일 없다는 양 돌아가면서 만원을 다시 돌려줄테니 다음날 같은 곳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하였다.
그 다음날 이지성과 한마음이 다시 찾아간 그곳에는 시체처럼 쓰러져있던 응급상황의 이예린만이 있었다. 너무 놀라 우선 병원으로 후송하고, 이예린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사건 수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돌이지만, 백수면서 딸을 팔다시피해 돈을 흥청망청 쓰는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고 있어 보호해주기 어려운 엄마 밑에서 이예린도 나름대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수사 과정에 등장하는 과학적 분석 외에도 아이돌이라는 특정 아이콘을 등장시켜서 아이들이 바라보는 브라운 관 속의 멋진 모습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부잣집에서 뚝 떨어진 아이돌도 있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실제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부단한 노력 끝에 스타로 자리매김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나이어린데도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학교 교육도 못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더 심한 일도 많이 겪지만 아이들 책이라 그런 부분은 등장하지 않는다.) 생명과도 같은 체중을 불리지 않기 위해 건강을 위협하는 다이어트도 서슴지 않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재는 잠시뿐, 그들이 그 위치에 있기까지가 얼마나 피곤하고 험난한 길인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아이들 책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게 된 아이돌 스타의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참 재미나게 읽었다. 게다가 이예린을 그렇게 만들만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지금의 매니저, 전 매니저, 이예린을 대놓고 위협하는 아버지,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 등등 누가 그녀를 쓰러지게 한 범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때 꼬마 탐정들이 어른들이 난항을 겪은 문제들을 속시원히 해결해주었다. 이번에는 아버지 한말단 형사가 아닌 이수철 형사와 함께 사건을 맡았지만 말이다.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것이 잘못 이용하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그런 소설이었다. 실제 이예린처럼 하는 위험천만한 학생들은 없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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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적에는 추리소설이라 하면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서양 작가밖에 몰랐고,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장르였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한 책읽기 중에 유독 독보적으로 보이는 장르가 바로 일본 미스터리였다. 혼자서 책 읽기에 몰두했다면 아마 몰랐을, 대중의 인기를 많은 북까페 등 활동을 하다보니 일본 미스터리가 참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쩌면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독가를 설레게 하는 이들이 있는 그런 곳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조금씩 일본 작가들의 미스터리를 읽다보니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탄탄하고 새로운 구성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서 읽는 재미가 참으로 톡톡한 그런 맛을 주는 작가들이 많았다.
 
그 중 우타노 쇼고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제목이 무척 길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 작품이라 작가와 작품 이름만 기억을 하고, 여태 못 읽어보고 있었다. 그 작품으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았다하는데, 그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이 바로 이 <긴집의 살인>이란다.
 
작가의 유명한 베스트셀러를 먼저 읽기보다 이렇게 데뷔작보다 읽어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았다.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중에서도 지금의 우타노 쇼고를 있게 한 작품, 쾌조의 스타트, 우타노 쇼고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단연 이 책을 추천한다. 라는 평이 있었다.
 
5인조 학생밴드 메이플 리드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 연습을 위해 게미니 하우스를 찾았다. 그 곳에서도 여전히 독설을 내뿜는 까칠한 도고시.
합숙 첫날밤, 졸리다며 먼저 자러 간 도고시가 사라지고, 다음 날 그가 묵었던 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80kg의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시체로 자신의 방에서 발견된 것이다. 분명 방에는 도고시도 짐도 없었는데..
경찰은 80kg의 그를 단시간내에 옮길 힘이 없는 학생들을 배제하고 (다들 그를 살해할 시간과 명분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알리바이가 되는 상황), 학생운동 등으로 인해 전과 경험이 있는 게미니 하우스의 힘있는 주인을 의심해 물고 늘어진다.
 
끈을 이용한 교살, 시체와 짐이 사라진다. - 우연이라 해도 너무 닮았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도고시의 경우에는 살해당한 후 시체 발견까지 하루 가까이 걸렸지만, 미타니의 경우에는 30분 이내로 짧았다는 점이다. 192p
 
그리고 몇달 후 끔찍한 기억을 아로새긴채 멤버들은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마리, 유일한 여성 멤버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했다.
 
점성술 살인작가의 작가 시마다 소지가 미스터리 역사상 길이 남을만한 대담한 아이디어, 미스터리의 원점이다 라고 평했던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점에 주목을 하면서 읽었다. 사실 미스터리라는게 알고 보면 별 일이 아닐 수 있지만, 해결방안을 들었을때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도저히 그 밀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끙끙대기 일쑤였다. 물론 심증은 간다. 하지만 그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데서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마리는 왜? 라는 대목에서도 말이다.
 
경찰도 풀지 못하고 친구들도 난항을 겪는 이 문제를 의외의 해결사가 등장해 속시원히 해결해준다.
또다른 멤버이자 천재적 능력을 갖췄으나 어느날 갑자기 탈퇴하고 떠났던 또다른 멤버 시나노가 등장한 것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천재형이라 부르는 그는 정말 절묘한 그 트릭을 손쉽게 알아내고 100% 확증이 생길때까지 숨겨두었다가, 속시원히 풀어내주었다.
책의 곳곳에 정말 오해를 할만한 부분들이 많아서, 처음부터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과 동기가 동시에 풀어졌다.
여기저기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장치를 해놓은 작가가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그것도 데뷔작이라는데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어느 작가의 작품을 읽고 매혹당하고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가운데 내가 느끼는 것은 늘 식상하다는 감각이었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의 작품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과감한 반전과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유머감각이 싫지않다. 325.326p
추리 소설뿐 아니라 다작을 하거나 비슷한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특정 작가의 경우, 몇편 읽지 않아도 나중에는 쉽게 결말을 예상하거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어 식상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시마다 소지앞에 나타났을 적에도 그 흔한 습작 경험 하나 없이 나타났다 한다. 우타노 쇼고는 작품 속 시나노처럼 천재는 아니나 천재형인 사람일지 모른다.
나는 반대로 천재형이야. 이것은 천재'형'일 뿐이지 소위 말하는 천재라는 의미는 아니니까 오해하지는 말아줘. 그저 살아갈 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천재형이야. - 270p 극중 시나노의 대사
말이 길어지면 자꾸 스포일러를 하게 될까봐 참기로 했다.
자꾸 입이 근질거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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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판타지 -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
오세아 지음 / 시공사 / 2011년 10월
품절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신랑이 웃었다. "허허, 여행 좋다더니 이제는 모스크바 여행기까지 읽어?" 라고 말이다.
유럽, 뉴욕(미국 중에서도 특히 뉴욕에 대한 여행서가 많이 나와있다.), 일본, 동남아 ,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의 여행 에세이, 가이드북을 읽어봤지만 모스크바,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사실 처음이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 즐겨 다니기를 좋아하고,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막연히 책으로라도 먼저 읽어보고픈 마음에 참 다양한 여행서를 읽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모스크바라니, 다녀 온 사람도 아직 주위에서는 못 봤고, 가끔 티브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러시아 대륙횡단 열차를 탄 청년의 이야기 정도를 접해보았다.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한인이 실제 거주하면서 쓴 여행기를 읽을 수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용도 그녀의 에피소드로만 채워진게 아니라 실제 여행서로 참고해도 좋을 정도로 풍부한 사진과 소개 등을 잊지 않고 실어주었다.



표지도 빨간 바탕에 예쁜 마트료시카 인형의 연속으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써 있는 작은 글씨를 보면 웃음이 난다.

쇼핑은 어디서?

지하보도지하보도

그래도 쭘 백화점이.. (백화점 이름이 쭘이다)


나 또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많은 나라 가운데서도 특히 공산당의 중심에 섰던 소련,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당당히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여성은 어떤 생각에 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이자 (국민학교라 불릴때 다니고 반공교육을 받아 그녀 또한 모스크바가 두려웠단다) 모스크바에 대한 두려움이 강했으나 사랑이 앞섰단다. 정말 사랑 하나만 믿고 홀홀단신으로 그 머나먼 모스크바 땅까지 날아간 놀라운 순애보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쁘띠 꾸숑은 한국에서 만난 멋진 프랑스인 남성이었다.


모스크바 하면 몹시 춥고, 살기 힘든 곳이다. 어쩌면 갑자기 스파이로 인식돼 납치될 지도 모르는 무서운 곳이다??란 인식만 강했는데, 이렇게 멋진 곳이 많을 줄이야, 정말 놀랐다.

지하철부터 하나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 정말 이 곳이 지하철이 맞나 싶었다.


스파이처럼 여행한 26가지 에피소드라고 해서 정말 모스크바에서의 삶이 그런가 했는데, 글로벌 광고 대행사의 마케터로 일했던 전력이 있었던 지라, 남자친구가 출근하고 집에만 있기 갑갑했던 그녀가 말도 안 통하는 모스크바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 코치 작전을 펼쳐가면서 모스코비치들을 조심스레 따라다니다보니 모스크바 생활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쇼퍼홀릭으로 살았던 그녀가 단조로운 모스크바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 세련된 러시아 여성을 따라가다보니 알게 된 명품 숍과 멋진 백화점, 그리고 지하상가에서 발견한 멋진 숍들, 그녀는 그렇게 하나하나를 배우고 알아간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었다. 무엇보다도 못 가본, 그리고 정보가 많지 않은 모스크바의 삶이라 그런지 사진이 가득한게 정말 고마웠다. 다른 지역 같으면 사진보다 글이 많아도,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크게 궁금하지 않았을 터지만, 모스크바는 정말 내 생애 가게 될지 못 가보게 될지 (후자가 더 높은 확률) 싶은 그런 곳이 아닌가. 소중한 사진들과 (그리고 그 양도 참 많다) 재미난 에피소드, 에피소드와 관련된 알찬 여행정보들까지.. 이 책을 읽고 모스크바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고민이 생길때마다 (그 고민이 참 재미난 소소한 고민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집근처 대 문호들 (톨스토이, 푸쉬킨 등)의 저택을 찾아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고민 해결이 되기도 한다는 평범치 않은 일상부터.. 낯설것 같았던 러시아 음식이 제법 입에 맞았다는 이야기, 또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던 이야기였기에 대리만족하는 효과가 꽤 높았다.


아이들에게는 참 팍팍한 곳일 거라는 편견 (역시 그녀는 내 세대다.)을 갖고 있었으나 사실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는 모스크바 (공원과 동물원, 박람회 등 기타 시설들이 참 잘되어 있었다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때 춥지 않을때 가족이 여행하기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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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해 - 같이 있어서 더 행복한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절판


어렸을 적에 읽은 책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덩치가 아주 큰 암컷 고릴라가 어린 아기를 어르고 싶어하다가, 사람들이 걱정을 하니, 나중에는 남자 어른을 번쩍 안아 어르며 아기인양 돌봤다는 그런 내용의 실화였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 같았는데, 처음에는 공포스러워했을 사람들조차 그 고릴라 (오랑우탄이었을지도)의 따뜻한 모성애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고, 어릴적이지만, 무서우면서도 따뜻한 그 내용이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종들간의 사랑,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 물론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사례는 많았지만, 거꾸로 동물들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티브이에도 종종 나올 정도로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는 하다. 그런 여러 사례를 모아놓은 책을 읽게 되었다.


사진과 함께 실제 동물들의 사연이 실려 있는 이야기 모음집같은 책이었다.

개와 고양이, 사자,호랑이,곰, 표범과 암소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물들의 우정과 사랑이 그려진 책이었다.

개 중에는 자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어울리게 된 사연도 있고, 일찍 부모를 잃은 탓에 인간의 관리하에 들어오게 되자 스트레스를 받을 어린 아기 동물들을 위해 사람이 일부러 동물 보모를 붙여주거나 친구를 붙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고전으로 회화가 될만큼 꽤유명한 코코 고릴라의 이야기가 이번 책에 실려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1984년의 이야기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접하였을 그런 이야기. 꽤 지능지수가 높아 수화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고릴라 코코였던지라 그의 마음을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고양이에 대한 동화책을 많이 보여주니, 생일 선물로 고양이를 사달라고 했단다. 고양이를 직접 고르게 해주자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골라 너무나 정성껏 사랑해주고 돌보았다한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정말 너무나 가득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영화 킹콩을 본듯한 애잔함이랄까?

고양이에게는 고릴라 코코가 킹콩처럼 느껴질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킹콩에서도 여자 주인공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나 그 마음을 사람들이 너무나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안타까움이 느껴지지 않았던가.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비극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코코가 사랑했던 첫 고양이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크게 상심을 해서,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서도 슬픔이 느껴졌고, 침묵에서도 알 수 있었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에서도 드러났다. 21p 코코의 친구를 잃은 슬픔이 너무나 깊었기에 나중에 다른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작은 아기 고양이에 대한 무한 애정, 사람도 아마 그런 극진한 애정을 기울이기 힘들었을것이다. 여러 장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었는데 다시 잘 보니, 네 발로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레 안고 있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털북숭이 친구들을 좋아하는 투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고양이와 제일 친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들을 좋아하는 투견 , 먹고 먹히는 관계일거라 생각했던 선입견을 깨고, 고양이와 투견은 병아리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특히 투견 샤키는 "네 애기들 어딨어?" 라고 물으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아이들을 찾아다녀요 그리고 아이들을 자기 주변에 모아놓고 싱글벙글 웃죠. 58p

그 아이들이란 바로 샴고양이 맥스와 매년 봄마다 새로 태어나는 병아리들이란다.


사진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놀라운 공존과 평화로운 우애의 관계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위 이야기 외에도 2010년 발리에서 기록된 긴꼬리 원숭이 (수컷)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례라던지, 같이 동거하던 눈먼 개를 보살피던 고양이의 이야기 등이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하물며 동물들도 이렇게 서로를 위하고 사는데 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사랑이 사진과 글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을 받으니 마음이 한결 따뜻하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이렇게 더 깊이 사랑을 베풀고 나누고 살아야지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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