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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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다!

이럴수가..

책 표지의 여인은 힘없이 가련하게 쓰러져있지만 작가의 의도하에 철저히 속은 나도 이렇게 쓰러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우와. 하는 놀라움과 함께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데 오히려 더욱 놀라고 감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왜 서점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지도 잘 알겠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전설의 걸작이라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 이왕 공유할 거 젊은 이들이 보다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도 와닿았다. 사실 너무 괜찮은 맛집 등이 있으면 (내가 먹거리를 좋아해 비유를 해도 꼭 이렇게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게 싫어서라도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비장의 숨겨진 맛집들이 한 두군데는 꼭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그 집이 유명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또 박수를 쳐 응원해주는 그런 마음도 든다. 아마 미치오 슈스케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그나저나 전설의 걸작이라는 말이 붙은 책은 도대체 어떤 스토리란 말인가.

 

한낱 클럽의 스트립 댄서였던 여자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신데렐라가 되어버렸다.

재벌가문의 외동아들과 만난지 얼마 안되어 전격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남자쪽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둘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고, 남편이 재벌가 내에서는 소문난 바람둥이거나 건달이거나간에 스트립 댄서일지언정 마음만은 순수했던 그녀는 그런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했다. 둘은 너무나 행복해 아무도 그 사이에 끼여들 틈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새 신부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고, 그 소식을 전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풀러 남편이 건너갔다.

 

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18p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19p

 

너무나 명확히 사건의 흐름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측 증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증인 파트, 11장을 읽고 나서 반전도 이런 대 반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놀라운건 내가 오해를 하고 읽었던 때와 오해를 하지 않고 읽었을때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나는 너무나 분명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만들수가 있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책을 읽었지만 그때와 더욱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책을 다덮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시 숨을 고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하는 그런 느낌이 기분나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한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을 누군가 읽게 된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읽으라고, 끝이궁금하다고 절대 뒷장부터 읽으면안된다고 정중히 제안해주고 싶다.

그래야 진정한 그 트릭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게 추리소설의 참맛이로구나. 속아 넘어 가고서도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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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작은 집 - 작은 집도 넓게 쓰는 독일식 정리.수납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1년 9월
절판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 요리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공부한 후 현재 일본의 요리,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타니아의 책이다. 국내의 정리, 수납 책들이 노하우를 담아서인지 대부분 크고 두꺼웠던 것에 반해 이 책은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은 편이어서 처음에는 좀 놀랐다. 하지만 적은 페이지라도 사진과 알찬 정보가 충실한 편이어서 제법 도움이 되었다.

이사를 스무 번도 넘게 다닌 그녀였지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독일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에 대한 애착과 감각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인 그녀였다. 스스로 터득한 인테리어 방법과 어머니께 배운 집 꾸미기 아이디어, 그리고 독일인들의 생활방식을 담은 책이 이 책이라 한다. 주택 가격이 우리나라보다도 월등히 비싸서 대부분 좁은 평수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일본 사람들 (특히 도쿄는 더욱 심하다)에게는 작은 공간을 보다 넓고 효율적으로 쓰는 이런 책이 무척 와닿을것이다. 그리고 우리네에게도 역시 공간을 넓게 쓰는 것은 필요한 인테리어법이다.

그녀의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어느 집이건 거의 갖고 있지 않고 비워두어야 넓게 쓰고 청소하기도 쉬운게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장난감을 비롯한 아이 살림이 많이 늘고, 엄마 아빠도 버리기 싫어하고 무엇이든 쌓아두는 성격이다보니 자꾸만 집이 비좁아지고 청소도 더욱 번거롭고 어려워졌다. 집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둔다는 그녀는 공짜로 주는 소모품도 당장 필요하지않으면 거절하고, 수건 또한 사진에 보이는게 전부라는데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 우리집 같으면 아마 세탁기 한번 돌릴 분량이 저 정도의 수건이 나오고도 남음인데..그만큼 자주 빨고 말려서 쓴다는, 부지런하다는 반증인가 싶어 뭐든 넉넉히 쌓아두고 사는 나와 사뭇 대조를 이루는 그녀를 발견하였다. 우선 수건 양이 적으면 그만큼 공간을 적게 차지할테니 그 점만은 부러웠지만 수건은 많을 수록 좋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정말 충격을 먹은 첫 부분이었다.


수납장소를 정확히 지정하는 것으로 연락없이 방문하는 손님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깨끗한 집을 보여줄수 있다고 한다.(독일인 문화) 누가 온다고 해도 청소하는데 한참 걸리고 해놓아도 빛을 발하지 않는 덜렁이 주부로서는 뭐든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정돈하는 저자의 방식이 놀랍기만 했다.

역시 부지런해야한다. 수퍼도 우리집 식품 창고인양 미리 사두지않고 필요할때마다 사러 간다는 그녀. 매일 장보기 귀찮아서 마트에서 한꺼번에 쓸어오는 장보기를 하는 나로서는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아침 일과 또한 청소로 시작하는 저자였다. 환기하고 침대보를 정리한 후 방 정돈에 들어간다는데(30분 소요) 청소기는 일주일에 한번만 돌리지만 화장실 청소(2~3분 소요)는 매일 한다고 한다. 청소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양 해도해도 청소할 것이 나오는 우리집을 생각하면서 나도 약간만 더 부지런을 떨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워낙 좁은 주방이라지만, 주방 활용도 작은 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용하게 잘 나와 있었다. 전자렌지를 두지는 못했지만, 병원이나 식당 등에서 흔히 쓰는 이동 트레이를 이용해서 물건을 수납해 적절히 잘 활용하였다.

언제나 깨끗해야하는 주방 청소법을 그때그때 닦아내고, 설거지 후에도 최종 정리하는 법까지 귀찮을 수 있겠지만 한번씩만 꼭 따라해보라고 반짝 반짝 주방이 새것처럼 빛나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야길 한다.



커튼 뒤에 수납공간을 만든 것도 정말 주목할만한 아이디어였고, 요리 전문가답게 작은 책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스파게티 레시피와 아인토프, 샐러드 등 독일식 요리에 대한 레시피도 충실히 실어주었다.



작아도 핵심만 쏙쏙 담겨있어 유용하다 싶었는데 안 그래도 최근에 구스다운 침구류를 살까 하고 알아보던 중에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인 구스다운이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독일은 워낙 추워서 딸을 시집보낼때 혼수품으로 우모 이불이 필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딸이 태어나면 집에서 거위를 키워 크리스마스가 되면 고기를 먹고 남는 털은 모아모아 나중에 이불을 만들때 보탰다고 한다. 지금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 풍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우모이불을 필수로 여기는것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정보는 깃털(feather)이 15%이상 섞여있다면 가격이 저렴해도 구매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좋은 품질의 우모이불은 작고 푹신푹신한 솜텅(down)의 비율이 높은 것이란다. 그리고 입체 퀼트로 나뉘어져있을 것을 명심하란다. 우모이불 관리법까지 나와있어서 정말 내가 얇은 책을 읽은게 맞나 싶을 정도로 궁금했던 정보를 얻어 행복한 독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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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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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28이라는 숫자는 20대 초반에는 결혼 적령기로 받아들여졌지만,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자 갑자기 결혼이라는 현실이 막막해졌고, 언제 다가올지 몰라 애태우는 그런 미래의 순간이 되고 말았다. 직장생활은 하고 있으나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나이였다. 내 친구의 경우에는 그 나이에 아니 29세던가? 아뭏든 과감히 회사에서 보내주는 대로 미국 지사 발령에 동참해 2년이었는지 3년이었는지 하는 기간동안 나름 고속 승진을 하고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돌아왔다. 결혼을 하지 않고는, 혹은 결혼할 상대가 정해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와 달리 말이다.

 

여기 스물 여덟, 세 청춘의 이야기가 있다. 당시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던 세 명의 여성 이야기이나 그들이 미국 그것도 뉴욕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라는게 차이라면 차이일뿐. 남자친구가 있는 이도 있었고 없는 이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또 떠나보겠냐는 일념으로 셋은 의기투합해서 일년여간 세계 일주를 하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라는 제목이 그래서 붙었나보다.

사실 제목만 읽고서는 좀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표지와 내용이 여행기여서 놀라기도 했다.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여행기를 쓰고 있어서 읽다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다시 밑을 확인해 이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기도 했다. 여자 셋이 모여 그런지 정말 할말이 많아 여행기가 글로 빼곡히 가득차 버렸다. 첫 부분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는 갈등 같은 구조까지 담아내고 있어서 여행기에 들어가기까지 좀 숨을 골라야 할 정도기도 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부분은 돌아가면서 여행기를 쓰다보니, 앞서 말하기는 정말 최선의 최고의 숙소였다고 대만족했던 호스텔이 뒤에 다른 친구가 말하기로는 최악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입장차가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돌아가면서 글을 쓰다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많았지만, 생각의 차이가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의 입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 아만다와 젠, 할리의 각각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그 점은 신선하다 느껴졌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친구와 셋이 함께 떠난 2박3일의 짧은 홍콩 자유여행이었다.

기간도 지역도 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짧았지만 나이는 비슷한 또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해외여행에 많이 들뜨고 설렜던 나는 거의 한달을 준비해 가고 싶은 곳들, 가야만 할 곳들(?), 그리고 부족한 외국어 실력을 보완해줄 보다 완벽한 정보를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또 수집했다. 친구들과 성격이 달랐던 탓인지 여행 준비는 거의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졌고, 여행지에 가보니 그 많은 곳들을 다 가볼수는 없었지만 참고하기에 충분히 도움은 되었다. 다만, 그 짧은 기간에도, 또 죽이 잘 맞는 친한 친구들이었음에도 여행지에서는 서로 취향의 차이로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었던 친구들, 그러나 명품엔 전혀 관심이 없어 그 시간에 다른 관광이나 특이한 소품 등을 사보고 싶었던 나, 욕심만 앞서 빽빽히 여행하다가도 또 쉬고 싶은 친구들 마음에는 그런 일정이 고되었을 테고, 어느 누구 하나라도 인상이 굳어질 무렵에는 다 같이 웃으며 간식이나 먹고 갈까? 하면서 망고 주스를 찾아 허유산으로 가고 시원한 주스 한잔에 (다들 맛있는 음식앞에선 금새 기분이 풀어졌다.) 기분이 누그러져서 다시 호호 웃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이 세 친구가 (아만다와 젠은 워낙 기존에 알고 있던 친한 친구였고 할리는 아만다의 어시스트였나? 직장 동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을 더욱 좋아하는 할리였기에 과감히 떠나는 여행 앞에서 가장 박수를 보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친구기도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험난하다면 험난할 일정 속에서 충돌 없이 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나 뿐 아니라 세계 많은 곳의 여행지에서 그들의 여행행로를 들은 타인들이 "세 친구가 거의 싸우지 않고 보낸 일년"을 거의 불가사의하게 여겼다 하였다. 사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었다.

 

워낙 일욕심이 많아서 이번 여행조차도 여행작가를 꿈꾸는 자신의 발판으로 삼고 싶었던 아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런 기회를 노트북 등의 문명의 이기에 보내는 시간에 맡기는게 너무나 무모하다 믿었던 젠,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니 여행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오는 것은 정말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어디서 묵건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잘 자는 아만다와 젠과 달리, 어느 오지라도 적응 잘하는 줄 알았던 할리는 오히려 잠을 자는데 있어서는 다인실의 공용 게스트하우스보다 3인실을 원하거나 독실을 원하는 등, 철저한 개인 공간을 원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놀땐 확실히 즐겨도 수면 공간은 제대로 보장되지않으면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말이다.

 

 많은 여행기가 사진과 더불어 짧은 감상 등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말 많은 세 여성의 가득찬 입담으로 글이 채워지다보니, 속을 알 수 없었던 (경험해보지 않은 뉴요커들이기에) 미국 여성들의 생각과 일상 등도 조금씩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로 한국인들의 여행서를 접하다 미국 세여성의 책을 읽으니 그들의 생각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것으로 오해살만하기도 했다. 파티문화를 즐기지 않는 나(친구들과 조용히 즐기는 파티는 좋아한다. 그러나 술마시고 춤추는 광란의 밤은 나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와 달리 그들은 파티 문화를 좋아하고 여행지에서도 그런 기쁨 누리는 기회를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정 조절도 이성 문제가 섞여 있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좀 기복이 큰 편이었다. 20대 후반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기 보다는 천방지축 통통 튀는 대학생 같은 면이 있기도 하고...(생각과 표현이 다소 극단적일 때가 있어서 놀랍기도 했으니 말이다.) 읽다보니 그들이 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었기 때문이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아마존, 브라질, 케냐, 인도, 태국,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 등 참으로 많은 곳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관광일정만 짜여진 것이 아니라 케냐 오지마을에서는 십대 여학생들을 위하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 인도 요가학교에서 심신 수양을 배우기도 한다. 모두의 취향이 아닌 단 한사람의 바램이 있어도 그것이 반영된 것이었기에 할리가 꿈꾸었던 요가는 결국 두 친구의 완성된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혼자만 완료하는 것으로 끝나기도 했다.

 

여행의 전후는 분명히 달랐다. 일년여의 과감한 세계일주를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아만다는 4계단을 건너뛴 초고속 승진으로 캐스팅되지도 못했을테고, 젠은 예전의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이어졌을 것이지만, 그와는 힘들게 결별했어도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한눈에 반한 사랑에 빠져들기도 한다. 두 친구에 비해 안정적인 현실(아파트와 남자친구)로 돌아올거라 믿었던 할리도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로 끝이 났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고 그 꿈을 지속해내기 위해 여전히 박차를 가하며 살고 있다. 

 

내가 다시 28살로 돌아간다면 나도 이렇게 과감히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대학때 못 간 유럽 배낭여행을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경비 마련을 위해) 한달동안 같이 떠나자고 절친한 친구와 굳게 약속을 했었는데, 약국을 다녔던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었던 것과 달리 쉽게 그만두기 힘든 직장(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들었다. 무서운 상사의 눈 부라림에 시달렸달까) 을 다녔던 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그녀를 초면의 룸메이트와 함께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한달 후 친구가 가져온 사진에는 너무나 밝게 웃는 한층 더 성숙해진 그릇의 친구가 담겨 있었고, 고생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다시 못 올 그 기회가 너무나 만족스러웠단 말에 나도 꼭 가봐야지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한달은 커녕 며칠도 짬내기가 어려움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아마 평생동안 나는 그런 여행은 못 가보게 될 것이다. 포기할 것이 많은 그런 모험이 많은 미래를 꿈꾸기에 나는 너무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삶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래도...

그녀들의 에필로그에는 또다시 설레였다.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길을 잃는 것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틀에 박히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익숙한 생활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믿고 뛰어내리지 않으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6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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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달린 두꺼비, 껌벅이 -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 생각숲 상상바다 1
김하은 글, 김준철 그림 / 해와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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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책을 읽어주다보니 수상작품들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지요. 아이 그림책의 경우 수상작이 더 재미나고 교훈적이 내용이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 책은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이라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어요. 그리고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놀랐던 점이 제법 글밥도 많고, 내용이 무척이나 깊고 풍부하다는 점이었답니다.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까요? 책 속에 책,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재미난 구조랍니다.

껌벅이는 다른 두꺼비 친구들과 달리 꼬리가 사라지지 않았어요 늦된 두꺼비라고 할까요?
처음엔 그래서 놀림도 받고 무시도 당했지만 껌벅이가 재미난 이야기꾼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더이상 껌벅이의 꼬리는 놀림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도 다른 것보다도 말이 좀 느린 편이었어요 엄마 등의 기초적인 단어는 일찍 말하고 그 다음에는 말을 하지 않아서 걱정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 늦긴 했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니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너무 말이 많다 싶을 정도로 청산유수가 되었답니다.
친구네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10개월 빠른데 말을 못해서 걱정을 하더라구요. 언제고 되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친구는 걱정을 하더라구요. 음, 언젠가 그런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요. 말이 유난히 늦게 시작된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요.
어릴 적 말은 늦게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누구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이렇게 동화책 작가가 되었다는 작가 소개가 인상 깊었답니다. 마치 껌벅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

껌벅이의 이야기 속에는 반쪽이 등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 이야기도 있구요 (책에서는 껌벅이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나와요 사람들이 껌벅이 이야기를 듣고 개작한 거라고 꾸며내었지요.) 처음 듣지만 그 재치에 놀라게 되는 재미난 이야기들도 나오지요. 아이 그림책이었는데도 정말 심오한 생각을 하게 해서 엄마도 놀라워하며 읽은 책이었답니다.

껌벅이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며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꼬리는 사라지지 않고 남았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두꺼비들조차, 짝짓기 때가 되면 껌벅이가 아닌 다른 두꺼비들에게 가버려서 껌벅이는 한번도 아빠가 되지 못한 아픔도 겪었답니다.

세월이 흐르고 껌벅이 주위의 친구들, 그 손자들까지 모두들 사라지고 없는 그때에도 껌벅이만이 남게 되었어요
나중에는 죽지도 않고 남은 자신을 원망하며 이야기를 만들지 않자 껌벅이의 이야기에 목마른 동물친구들이 껌벅이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게 되었구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다시 짝짓기 대 행렬을 따라 내려오니 너무나 크게 변화한 저수지 모습에 놀라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마구 저수지를 오염시키고 근처에 큰 빌딩들을 지어서 동물들의 살 터전을 엉망으로 해놓은 거였답니다.

차도 너무 쌩쌩 달리고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 두꺼비 떼 앞에 껌벅이가 나서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껌벅이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절대 훼손할 수 없는 그런 힘을 말이지요.
자연환경이 우리만의 것인양 마구 개발하고 훼손해서 많은 동물들의 살 터전을 망쳐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인터넷 뉴스로도 들리는 멧돼지들이 주택가까지 들어와 담을 넘게 된 것도 그들이 먹을 거리도 살 터전도 더이상 없어서 일어난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물론 사람들이 다칠까 염려스러운게 먼저긴 했지만요. 다같이 공존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이기적인인간들만의 무분별한 개발은 사라져야할것같아요.
껌벅이의 이야기로 아이뿐 아니라 엄마까지도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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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여행 가방 비룡소 창작그림책 32
선현경 글.그림 / 비룡소 / 2008년 6월
품절


아이 책을 사주러 인터넷 서점 등의 유아 책 베스트셀러 등을 검색하다보니 이모의 결혼식이라는 책이 눈에 띄더군요. 안 그래도 여동생이 결혼을 아직 안하고 있어서, 그 책을 사줘볼까 했다가, 아이가 이모는 왜 결혼 안해? 라고 안 그래도 결혼이 더뎌지는 여동생 가슴에 비수를 꽂지는 않을까 싶어 동생 결혼 이후로 책 사기를 미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읽게 된 엄마의 여행 가방, 글과 그림이 너무 좋아 작가 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이모의 결혼식의 작가 작품이더군요.



아이와 부부, 이렇게 세 가족이 오손도손 멕시코에 다녀온 여행기가 그림책으로 완성이 되었어요.

엄마 아빠가 여행을 무척 좋아하나봐요 신혼여행도 1년이나 다녀와서 책으로 만들기까지 하였다네요. 멕시코 민박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깊이 정이 들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그림이 하도 정감있고 자세해서 보는 맛이 더해졌어요. 정말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기분과 화려한 색감에 아이들 눈을 쏙 고정시켜버리는 효과까지두요.


멕시코의 마지막 날 가족은 멋진 결심을 합니다.

우리는 오늘,

마지막으로 밤이 샐때까지 멕시코 거리를

걸어다니기로 했어요.

날을 샌다는 것 자체가 틀을 깨는 느낌이라 신선한데, 타지에서 밤새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다음 이야기를 접하니

"으악! 내 가방. 내 분홍색 가방 못 봤어?"

라는 엄마의 비명이 더해져 그날의 계획의 무산되고 말았지요. 여권 및 중요 물품이 다 들어있는 그런 가방이라는데 말이예요.

여행을 나가면 정말 여권이 너무나 중요하지요. 여권을 잃어버려본적은 없지만 혹시나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사진도 따로 준비해가고 그러긴 했는데 막상 잃어버리게 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사실 저도 덜렁대는 성격인지라 여권 등의 중요 물건은 되도록 신랑에게 맡기는 편이예요 깜빡깜빡 건망증도 심하고 덜렁대기도 하고.. 꼼꼼한 신랑이 저보다 중요물건은 더 잘 챙기는 것 같아요.


민박집에 도로 돌아와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다시 가방을 찾아다니기로 했는데 주인집 콘치따 할머니는 아이에게 걱정 인형이 든 상자를 보여줍니다.

걱정이나 소원을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자는 동안 인형들이 내 걱정들을 다 가져가고 소원을 들어준대요.

와.정말 좋은 인형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모 보험회사에서 걱정인형을 홍보하면서 마케팅하는 것을 보았는데 원래 멕시코 등지에서 있던 문화풍습인가봅니다.



아이를 달래는 할머니 너머로 거실에서는 걱정스러운 엄마 아빠가 전화로 여기저기 알아보는 모습이 보여요. 정말 사실감 있는 동화였답니다.

그리고 가방을 찾아 어제 다녀본 곳들을 다시 다녀보기로 하는데 화가 프리다 칼로의 집, 디에고 리베라 아저씨 집부터 시작해 각종 가게들, 그리고 막대사과를 사먹었던 시장까지.. 무덤들이 있는 곳도 가고 점심을 먹었던 바로 그 식당까지 갔어요


가방을 찾지 못하면 고양이들도 못 만나고 파티도 못하고 한국에도 못 돌아오는데 어떻게 될까요? 음 사실 가방을 못 찾았더라도 여권을 다시 발급받아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돌아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겠지요. 어쨌거나 가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정말 아이와 함께 눈으로 하는 그림 여행이 이렇게 즐거울지 몰랐어요. 직접 여행을 다녀온듯한 생생한 그림이 사진보다도 훨씬 더 잘 와닿았구요 아이도 눈을 빛내며 보더라구요. 아이와 해외여행이라곤 딱 한 군데밖에 못 가봤는데 아이가 세살 때 다녀온 곳이라 잘은 기억을 못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겠지요. 해외에 나가서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재미나게 누비고 다닌 아이의 경험담, 민박집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감칠맛 나는 재미난 여행그림책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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