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리언스 선마을 건강 레시피 88 - 자연이 차려준 밥상 맛있게 건강하게
Denstory 편집부 엮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1년 10월
품절


결혼 전부터 신랑이 누누히 강조하던 것이 냉장고에 고기보다 채소를 가득 채우는 식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신랑의 입맛은 채소, 해산물 등을 좋아하는 비교적 건강한 입맛이고 (라면과 술, 매운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건강한 식단에 위배되지만) 그에 반해 나는 고기와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건강에 좋지않은 서구식 입맛을 갖고 있었다. 채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쌈채소, 약간의 나물 등을 제외하고는 요리법조차도 서투르고 생소하기 일쑤였다. 건강을 위해서는 아이와 신랑, 그리고 나를 위한 밥상에 제철 채소와 싱싱한 해산물 등을 많이 올려야할텐데 늘 식단은 나의 부담이고 고민이 되었다.



요리책에 관심을 갖고 찾아 읽다보니 미국 등지에 살고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퓨전 자연 건강식서부터 정갈하기로 소문난 사찰요리,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 붐이 일다보니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된 마크로비오틱 요리등 다양한 건강식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힐리언스 선마을 레시피를 만났다. 책을 읽기전까지는 힐리언스 선마을이 어디 있는 곳인지도 몰랐다. tv에서 많이 뵈었던 이시형 박사가 촌장으로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은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곳으로 제약회사, 풀무원, 매일 유업등이 공동투자해서 만든 국내 최초의 웰니스 센터라 한다. 이왕이면 우리나라식으로 이름을 붙였으면 좋았을 것을 다소 거리감 드는 외래어 표기 합성어로 이름을 붙인게 좀 아쉬웠다.

뜻은 과학적 건강과 경험적 치유를 뜻하는 헬스 사이언스, 힐링 익스피리언스의 합성어라고 한다.



책에는 요리법 말고도 건강 증진을 위한 힐리언스 선마을의 건강 프로그램 몇가지가 소개되어 있었다.

아이 밥을 먹인다고 신경쓰다가 정작 나는 남는 밥을 먹거나 그냥 간식으로 떼우기 일쑤였고, 저녁에만 폭식을 하다보니 하루 토탈 먹는 양은 많지 않은데, 늘어난 체중은 쉽게 줄어들지를 않았다. 건강하게 먹는 즐거움을 찾으라는 것, 이 책의 이야기처럼 내가 지켜야할 점이 아닌가 싶었다.



식전 야채 샐러드 등으로 배를 채워 소식을 하고 국물 요리는 되도록 적게 먹고, 요리는 최소한의 양념과 조리법으로 만든다는 것.

입맛이 자극적인 양념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겐 이 책의 레피시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정해진 분량을 지켜달라고 나와 있었다. 어제도 외식을 하며 너무 매운 낙지 볶음을 먹고 하루종일 화장실 신세를 진것을 생각하면 내 위와 장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럼에도 입의 행복을 좇아 몸의 고생을 마다않고 있으니 너무 무모한 행동이 아닌가도 싶었다.


풍족한 소스 등에 적신 샐러드만 보다가 거의 생것으로 보이고 소스도 적어보이는 샐러드를 보니 와~ 맛있겠다 하는 시각적 효과가 강하게 일지는 않았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니 앞으로는 이런 식사를 좀 늘려야겠단 생각은 든다. 또 드레싱도 시판 드레싱 말고도 청국장이나 수삼 유자 등으로도 맛있는드레싱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건강 레시피로 더욱 각광받을 듯 했다. 특히나 마늘 수삼샐러드는 수삼을 씹어먹는 그 느낌이 사진 그대로 생생히 살아났다. 각 레시피마다 건강 팁이 소개되어 이 레시피가 몸의 어디에 좋은지 쉽게 찾아보고, 요리를 할 의욕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재료만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면 단맛과 매운맛, 짠 맛등으로 재료의 맛을 감출 필요가 없다. 여기 나온 국과 찌개, 탕 등도 그런 원리를 이용하였다. 국 자체를 적게 먹기를 권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식사 중에 국물을 많이 섭취하면 소화력이 떨어지고 위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되도록 국물은 적게 먹기를 권한다. 힐리언스의 국들은 된장을 푼 국이나 재료의 맛을 살린 맑은 국이 대세를 이룬다 한다.


마침 집에 재료가 모두 있어서 바지락 된장 찌개를 끓였는데, 주로 멸치 육수로만 끓이다가 감칠맛이 강한 바지락을 잔뜩 넣고 시원하게 끓였더니 맛보기로맛을 본 신랑이 시원하다며 너무 맛있다고 흡족해하였다. 안 그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늘 간이 걱정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바지락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베타인, 그리고 타우린이 풍부해 간세포를 재생하고 간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한다. 베타인과 타우린은 간의 지방 축적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여 지방간 환자에게 좋은 성분이라고 한다. 바지락으로 주로 칼국수 등만 끓여줬는데 시원한 된장국도 즐겨 끓여줘야겠다 마음 먹게 되었다. 김치찌개와 달리 된장찌개는 어떤때는 비리다고 할때가 있어서 끓이기 조심스러웠는데 이번 레시피는 특히나 마음에 들어해서 요리를 한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멸치육수를 낼때 어머님 방식대로 멸치를 무척 많이 넣는 편이라 자체로도 국물에 간이 되어 있어서 된장을 풀때 한 큰술 적게 넣었다. 집집마다 된장 맛과 간이 다르니 간을 보고 된장을 풀어야할것이다. 처음에 그걸 몰라서 된장찌개를 간도 안보고 레시피대로 끓였다가 너무 짜서 못 먹은 기억도 있다.)




건강하게 식사하고 생활하는 습관.

힐리언스 선마을까지 찾아가 체험을 해보는 것도 직접 건강을 실감해보는데 좋겠지만 그런 여유와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들이 고안해낸 이런 레시피를 책으로 만나 집에서 하나둘씩 해보는 것도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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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아이 밥 - 1일 필요 영양에 맞춘 108가지 일품요리
김영빈 지음, 이선경 감수 / 수작걸다 / 2011년 11월
절판


우리나라 한식 밥상은 국, 찌개, 반찬, 김치 등이 골고루 갖춰져야해서 상을 차리는 주부들에게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손에 익은 베테랑 주부님들은 차자작 멋지게 차려내겠지만, 주부 경력 몇년째지만, 여전히 손이 더딘 나로써는 반찬 한두가지 만드는데도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그래서 한그릇 밥상을 많이 차리는 편이었다. 어른들 입맛에 맞는 한그릇 요리는 많이 봤어도 아이용 한그릇 요리책은 처음 봤다. 평소 한그릇 요리를 좋아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



우리 아들이 이제 네살, 만 세돌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매운 음식도 하나도 못 먹고, 언젠가부터 채소도 잘 먹지 않는다. 어른들에 비해 간도 약하게 해야하고, 스리슬쩍 어른 밥상과 반찬 비슷하게 먹여도 된다는 집들도 많지만 아직 우리집은 아이반찬과 어른 반찬이 구분이 가는 편이다. 한그릇 요리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아이 따로 신랑 따로의 반찬을 챙기다보니 나중에는 아이반찬을 해놓고 신랑에게 강요한다거나 콩나물국, 어묵탕을 끓여도 냄비 두개에 따로 끓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식 요리 연구가이자 곧 6살이 될 귀여운 딸아이의 엄마이다. 10년만에 얻은 딸이니 오죽 소중했을까. 바쁜 직장일을 병행하다보니 아이의 건강과 입맛까지 챙겨가면서 키우기가 무척 어려웠을테고, 그 결과 빠르고 손쉽게 차리게 되는 한그릇 요리에 주목하게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영양소는 골고루 들어있을까 (사실 난 거기까지 신경 못 쓸때도 많다. 다만 고기만 먹는다 싶으면 야채를 추가해야할텐데 정도의 고민만 했는데 사실은 어른뿐 아니라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 밥상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일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리라. ) 고민 많은 엄마들을 위해 매일 아이 밥을 놓고 고민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책이자 해결서입니다 라고 저자가 내놓은 책이다.



아이와 신랑 밥상 앞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은 나뿐 아니라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년여를 밥상전쟁을 치루다보니 아이가 어느덧 어른다운 식사를 하게 되어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골고루 먹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어른들과 나란히 아이가 밥을 먹게 된다면 정말 우리집에도 밥상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며 4~11세를 위한 한그릇 아이밥 책 읽기에 들어갔다

책에 나온 메뉴와 양들은 모두 6~8세 아이를 기준으로 정해진 양이다. 그러므로 좀더 어린 우리 아이는 양을 약간 더 줄이고, 더 나이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조금 더 늘리면 된다. 아이 반찬에 대한 여러 레시피북을 갖고 있는데 나이까지 고려해 이렇게 꼼꼼하게 나온 책은 보기 드물었다.



한그릇 메뉴는 참으로 다양하기도 하다. 세끼를 모두 한그릇으로 해결할수도 있고, 간식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손이 빠른 엄마들에게는 웬 게으른 발상이냐 싶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레시피북이 아닐수 없었다. 또 메뉴들도 평범한 메뉴도 있지만 전혀 처음 보는 색다른 메뉴들도 있어서 요리를 잘하는 기존 주부들이 참고하기에도 좋을 그런 메뉴들이었다 생각한다. 오징어땅콩 후리가케 비빔밥 등은 오징어, 어묵, 쇠고기 등으로 촉촉한 후리가케를 만들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참신한 메뉴였다. (저자는 일본인 친구네 집에 가서 생선살로 만든 촉촉한 후리가케를 처음 먹어봤다고 한다.)

아침으로 먹기 좋은 스프, 죽, 간단한 밥 메뉴등서부터 점심에는 좀더 칼로리가 높으면서도 든든한 메뉴들이 소개된다.

오후에 간식 한그릇으로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고 저녁에는 가볍게 소화잘되는 요리로 마무리를 한다. 칼로리까지 계산된 메뉴들이니 여기 나온 메뉴들의 칼로리를 참고해 식단을 짜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었다.

아이가 아플때 먹이기 좋은 한그릇 요리도 따로 소개되어 있었고, 소스까지 엄마표로 정성껏 만들어주라고 케첩, 돈까스 소스, 마요네즈 등의 홈메이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게으른 나는 소스는 아이용으로 나온 것으로 구입해 사용하였는데 첨가물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자의 추천대로 직접 만들어 쓰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매번 비슷한 메뉴를 하면서도 늘상 식구들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묻곤 한다.

신랑에게도 매일 물어봤는데 이젠 아기에게도 물어본다. 제법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래도 좋아하는것만 찾다보니 새로운 것을 아이에게 먹이기가 참 어렵기만 하였다. 색다른 방식으로 도전하면 먹게 되려는지.. 아이가 잘 먹지 않으려는 야채 등을 어떻게든 좀 섞여 먹여보려고 노력중인데 너무 색다르게 도전하면 아예 밥을 안먹을까 싶어서 아이에게 친숙한 메뉴를 섞어 천천히 다른 메뉴들도 범위를 넓혀가려 한다.


책을 넘기다 새우 파인애플 볶음밥이 소개되었기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파인애플 대신에 사과를 깍둑썰기해서 넣고 만들어주었다. 사과의 달콤한 맛과 아이가 좋아하는 새우 달걀 볶음밥의 맛이 잘 어우러졌는지 제법 잘 먹었다. 외식할때도 구운 파인애플이 들어간 볶음밥이나 철판 요리등을 잘 먹는 아기였던 지라 다음에 기회가 닿을때 파인애플도 사다가 볶음밥에 활용해주리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아이가 입맛은 없어하고, 밥은 먹여야겠고 무얼 해줄까 고민하다가 양송이미트볼 덮밥을 보았다.

홈메이드 소스는 아니었지만 우리아이 케첩인가 아이용으로 사놓은 케첩이 있었고 돈가스 소스도 있었기에 야채는 아쉬운대로 버섯과 양파 등으로 대신하고 미트볼은 얼마전 만들어서 냉동시켜둔 햄버그 스테이크를 꺼내 오븐에서 구운 다음 4등분해서 미트볼로 둔갑을 시켰다. 아이 밥을 챙겨주면서 햄버그 스테이크 하나를 더 구워 나는 미트볼 스파게티를 해서 치즈를 얹어 구워먹어야지 (엄마인데도 아이 입맛이라 파스타 등을 좋아한다.) 했는데, 이런, 새로 산 파스타 소스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미트볼 덮밥은 그새에 모두 완성되고 파스타도 삶아놨는데 말이다.


아이밥을 후다닥 챙겨준후에 남는 소스에 우스터 소스와 케첩을 한 큰술씩 더 넣고 면 삶은 국물을 추가한후 면에 간이 배게 졸여서 먹으니 색다른 파스타 맛이 났다. 아이와 내 요리를 각각 만들어 먹으니 약간 귀찮기는 했어도 아이도 잘 먹고 나도 맛있어서 좋긴 했다. 햄버그 스테이크 소스보다 이게 더 맛이 있는지 제법 밥을 잘 먹는 아기를 보니 다음에 또 해줘야겠다. 싶었고, 이왕이면 소스도 내가 만든거면 좋읉텐데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그 날 저녁은 전날 사둔 게살로 게살 스프에 도전을 했으니, 그날은 나름 며칠간의 부실한 식탁을 살짝 덮어쓰기 한 그런 날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내일 국으로 신랑은 매콤하게 청양고추를 넣은 된장국을, 아이는 순두부를 맑고 고소하게 끓인 탕을 해놓고, 남은 두부를 보며 뭘할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요리를 보니 두부로 만들 덮밥 메뉴도 제법 잘 나와 있었다. 매콤하지 않은 마파두부, 곰보할머니의 두부라고 하면 아이가 더 잘 먹는다고 하니 그 두부 덮밥을 해줘볼까 싶다. 반찬 한가지 휑하니 해놓으면 아이 식판이 참 무색해지게 마련이었는데 한그릇 밥상으로 영양까지 챙긴다 생각하니 요리시간도 짧아 수월하고 아이 건강 걱정도 덜하게 될것같아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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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품절


책을 좋아하면서 더불어 하나 더 얻게 된 잇점이, 혼자 책을 읽을 때면 모르고 지나쳤을 좋은 책들을, 책까페 등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통해 놓치지 않고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책들 중에는 작가의 유명세때문에 작가이름만 보고도 열광하기도 하고, 그 전작이 뛰어나 열광하기도 하고, 혹은 나는 몰랐지만 외국에서 유명한 수상작품이라 읽을 가치와 재미가 있다고 해서 열광하기도 하는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이다.

나는 오가와 요코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작가의 이름을 듣고도, 처음 보는 작가라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까페의 사람들이 박사가사랑한 수식의 저자라며 흥분하는 모습에 제목만 들어봤을뿐, 영화도 소설도 보지 못했던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가, 사람들의 열기에 조금씩 동요되기 시작했다. 그래? 그 이름만으로도 그렇게 괜찮은 작품이라는 거야?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은 서서히 나를 젖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은 지금 나는 올해의 명작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제목과 신간 소개글을 읽어도 전혀 감이 안 왔고, 게다가 체스는 전혀 문외한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수있을지가 읽기전부터 고민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소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소개에 처음에는 좀 놀라기도 했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내 아이의 외로움의 감정이 내 안의 것인양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나 책 등을 접할때 작품성이 뛰어나다보면 상업적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지 못한 내게는 작가의 시도가 너무 난해하거나 무모해 보일때가 많았다. 어려워보여야 예술이라 굳게 믿는 사람들인양 그들을 멀리하기도 했다. 난 쉬운게 좋아라면서 말이다. 작품성이 뛰어난 글이라도 있는 그대로 와닿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재미를 포기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소수를 이해시키는 작고 높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상업적 재미로만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이 외면할정도로 재미없는 책도 아니다. 그게 참 오묘하고도 신기했다. 사실 난 평범을 벗어난 기이함을 사랑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심하게 뚱뚱하고, 너무 작고, 입술이 붙어 태어나고 등등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영화나 이미지로 그려지기에 아름다울 소재는 아니었다. 작가가 집착한 주인공의 입술과 그 위의 털이라던지, 수영장에서 죽은 운전기사의 털이라던지 하는 부분은 자꾸 연상되면서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그게 소설의 전부가 아닌지라 곧 소년이 말하고자 하는 체스의 세계로 빠져들수있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체스의 명기사. 체스로 시를 쓰고, 우주를 논할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이긴 해도 소년 리틀 알레힌의 불행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생애와 체스의 심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시각에서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읽었어도 너무 재미났을 이소설을..

생활을 하는 짬짬이 쪼개 읽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금방 집중해서 그 다음, 그 다음을 힘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연결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묘하게 따뜻해지기도 했다.

리틀 알레힌이 미라와 체스로 편지를 주고 받고, 그 아름다운 사랑앞에선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단언짓기가 어렵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작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이기에 너무 거리감 있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동화란 이런 것일까 싶게 만드는 이런 작가가 천재구나 싶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표현력이 부족해 마음 속 감동을 제대로 옮겨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입술이 붙은채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입을 가르고,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 바로 입술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후 소년의 입술에는 정강이와 같은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소년은 유독 말수가 적었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독특한 자기만의 사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가 좋아한 것은 백화점 옥상에서 덩치가 커져 내려가지 못한채 평생을 보내야했던 코끼리 인디라와 너무나 좁은 벽 사이에 갇혀 죽은 소녀의 미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로 삼고 대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간 버스 독신자 숙소에서 마스터를 만나 자신의 전생애와 연결짓고, 또 미라를 실존인물로 만나게 해준 체스를 만나게 되었다.







내 친구는 모두 아무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뿐이었거든



한명은 움직이지 않는 버스에 살았어. 또 한명은 옥상에 살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그리고 또 한명은...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자기가 원한 것도 아닌데 다들 정신이 들어보니까 그렇게 돼 있었어. 그렇지만 아무도 빠져나가려고 버둥대지 않았어.

불평도 하지 않았고. 그런가, 나한테 주어진 곳은 여기인가. 하고 말없이 받아들이곤 거기에 몸을 두었어. 183p







자신에게 체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두 가르쳐준 마스터가 늘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게 되자, 세상은 그의 시체를 존중하는 대신 기사화하면서 놀림감으로 삼았다. 소년은 그후 커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갇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고 몸집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다가 스스로 성장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체스의 인형안에 갇혀 스스로 체스의 운명이 된 어느 소년의 이야기인 것이다.



몸은 자랐지만 피터팬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던 소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었다. 리틀 알레힌 인형의 소유주였던 노파 영양,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평생 그의 귀에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를 남긴 마스터, 소년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딸을 잃고 헹주를 단 한번도 빨지않고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소년의 할머니, 그리고 마음의 친구에서 현실의 친구로 다가온 놀라운 미라, 그가 진심으로 따랐으며 그녀 또한 소년을 진심으로 아꼈던 간호부장까지도..


안타까운 이야기면서도 체스로 쓰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사랑과 우주 이야기를 펼쳐보였던 리틀 알레힌의 기적, 이 책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그런 책이 되리라는 굳은 믿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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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9
셀린느 라빅네뜨 지음, 김동성 그림, 이경혜 옮김 / 현북스 / 2011년 11월
절판


눈부시게 아름다운 견우와 직녀를 만나다.



견우와 직녀 설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어려서부터 많이들 듣고 자라는 이야기이다.

한창 네살인 우리 아이, 외할머니께서 옛날 이야기와 이솝우화 등을 조금씩 들려주시니 가끔씩 옛날 이야기해달라 조르는 분이 유일하게 외할머니다. 아이 생각으로는 외할머니랑은 옛날이야기, 할머니랑은 놀이터, 이런 식으로 작은 공식이 생겨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이제 조금씩 전래동화를 보여줘도 될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견우와 직녀는 한국인들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이야기이면서도 그러기에 더욱 그림과 내용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단행본 하나가 묘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우선 엄마 눈에도 쏙 들 아름다운 그림.

동양화의 느낌이 살아있는 미녀와 미남 그림에 너무나 멋지게 잘 어울리는 잘 완성된그림이라고 해야할까?

위엄과 기품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장비를 연상케 하는 옥황상제의 당당한 풍모, 그리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일곱 공주의 아름다움. 오작교를 건널때의 감동적인 장면까지도..

그림책을 볼때 그림도 중시하는 엄마 눈에는 쏙 든 작품이었다.



그리고 글, 작가의 이름이 셀린느 라빅네뜨이다.

프랑스인 작가의 견우와 직녀라니..

사실 이 책을 출판한 프랑스 출판회사의 대표가 한국에서 입양된 프랑스인이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관심을 갖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한국의 아름다운 옛 이야기를 전 세계 아이들에게 소개할 멋진 그림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표현자체가 예술로 소문난 프랑스 작가의 표현으로 살아나고, 그림은 우리나라 화가의 작품으로 동양의 미와 신비를 한껏 더욱 잘 살려내었다. 그림을 프랑스인이 그렸더라면 서양의 느낌이 가미되어서 좀 생뚱맞게 동떨어졌을수도 있었을텐데..이 묘한 궁합이 더욱 신비감을 자아내면서 견우와 직녀를 멋드러지게 빚어낸 느낌이다.


은하수와 견우성과 직녀성, 그리고 칠월칠석에 걸친 옛 이야기.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일곱 딸 중 가장 아름다웠던 막내가 바로 베짜는 처녀 직녀였다고 한다.

그녀가 짠 베는 사계절을 아름답게 수놓는 그림과도 같은 것이었다.



천상의 만족스러운 삶도 직녀에게는 뭔가 부족함을주었던듯. 어느날 그녀는 지상으로 내려와 목욕을 하다가 견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비슷하면서 갑자기 나무꾼과 선녀이야기가 섞이는 듯 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글을 보고서,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으로, 그들의 천진스러운 서구적 사고방식이 발로된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씌여 있었는데 사실 견우와 직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나라에도 많이 전해지는 이야기라 한다. 특히 중국이 한나라때부터 벽화에 견우성과 직녀성이 있는것으로 미루어 그 첫 기원을 중국이 원조가 아닌가 짐작한다는데 견우가 직녀의 옷을 훔치는 바로 그 장면이 중국의 견우와 직녀에는 포함된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가 보기엔 당황스럽기도 했던 이 조합이 중국 설화까지 끌어안고 있어서 나타난 결과였던 것이다.


1년에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그들의 간절한 사랑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너무나 아름답고 빛이 날 그런 영원불멸의 러브스토리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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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co.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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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삼국을 통일한 신라, 만주 너머로 대륙을 향해 긴 포효를 남긴 고구려를 제외한 백제에는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었다. 일본에 중요한 문화를 많이 전파했다는 정도로만 기억을 하고, 백제는 자꾸만 축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황산벌 전투와 의자왕과 삼천궁녀 등 패망할때의 이야기만 강조가되고 말이다. 역사는 패자의 기록이 아닌 승자의 기록이다. 그래서 아마 왜곡된 역사도 많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 속의 추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와 고구려는 건국 설화 자체가 화려하지만 백제는 그에 비해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범해보였던(?) 건국 설화를 갖고 있다. 주몽의 아들인 유리왕자의 등장으로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은 고구려를 떠나 백제를 세우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때 비류와 온조의 어머니였던 소서노에 대해서는 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는 거의 등장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는 소서노의 비중을 크게 보고 있다.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은 (소서노를) '조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창업 여대왕이며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사람이다'라고 평가한다 하였다. 96p


나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 옛 백제에 뿌리를 둔 충청도 지역이었으면서도 백제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던 사실이 많았다.

웅진, 사비 등으로 천도한 것에만 주안점을 두다 보니 삼국 중 가장 먼저 한강 지역(지금의 서울 지역인 한성)을 수도로 정하고 500년이나 (그 긴 시간은 조선왕조 500년과 맞먹는다) 도읍으로 유지했던 나라였다. 삼국 중 가장 먼저 번성하였던 것이다. 서울에서 살 적에도 풍납 토성, 몽촌 토성 등을 잇는 올림픽 공원에 종종 놀러갔으면서도 그 곳이 백제의 유적지인줄도 몰랐다.


잊혀진 왕국이라 불리우는 백제, 파괴되고 사라진 그 문화가 지금 발굴되고 있는 여러 문화재등을 통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읽는 만화라 여느 역사 만화와 달리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보물 찾기 시리즈에서 늘 비중이 낮았던 이조교의 비중이 높아지는 스토리다.

이조교가 도토리와 김복남을 태우고 가던 중에 갑자기 차에 뛰어든 정체불명의 남자가 백제왕의 저주라는 의문의 말을 남기고 이조교의 팔에 팔찌를 채우고 사라졌다. 이후로 이상하게 이조교에게 안 좋은 일들이 생기자, 정말 예전 이집트 고대왕의 저주처럼 백제의 저주가 시작된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실제 1970년대 백제 25대왕이었던 무령왕의 무덤을 발굴하면서 성급한 발굴 탓이었는지 발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불행한 일을 당하는 사례가 있었다 한다. (공주 무령왕릉이 워낙 유명해 박물관 등에 어려서 가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사실 책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이집트 파라오의 저주가 사실은 어느 희대의 살인마 한 사람이 계획한 일이라는 뉴스가 뜨기도 했다. 어느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사실은 저주가 아닌 어느 광신도 한 사람에 의한 계획적 살인이었다는 것이다.


토리와 김복남은 팔찌를 둘러싼 저주가 거짓이라는 것을 풀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하필 이조교가 며칠전 소개팅에서 만난 폭탄남이어서 다시 만나야 함이 곤혹스러움에도 사건을 추적하다가 단순 저주가 아니고 도굴왕과 관련된 일임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백제의 금동 대향로.

잊혀졌던 백제의음악과 문물까지 되살리게 한 주요 유물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기만 했다.

금동 대향로 하나에 새겨진 원숭이나 코끼리를 통해 동남아시아와의 교역을 짐작케 하였고 소, 적, 완함, 금, 북을 연주하는 악사들이 새겨져있어 백제의 악기를 재현해 백제 음악을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과 조각 등만으로 음악까지도 복원해낸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였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무령왕릉의 성급한 발굴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개탄치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백제 무덤 중 전혀 도굴되지 않은 유일한 것으로 묘지석에 있는 사마라는 말로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백제고분이기도 하다는데 삼국시대 유적 중 최고로 손꼽힐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유적을 몇달에 걸쳐 발굴하지 못하고 하루만에 마무리하였다는것이 정말 기가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초등학교때 공주에서 멀리 살 적에는 일부러 무령왕릉을 찾아 가기도 하고 박물관도 둘러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대전에서 살고 있고 차도 있어 언제든 둘러볼수있음에도 정작 찾아가질 않고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박물관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물론 엄마의 노력이 더 필요하겠지만) 가장 꼼꼼히 둘러보게 될 곳이지 않을까 싶지만, 어릴때부터라도 조금씩 박물관 문화를 접하게 해주는 것도 좋겠다란 생각이 든 것이,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무령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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