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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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 그림이 만화같은 그림이라 그런가 책을 갖고 그러면 안되는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신의 손가락이라는 제목을 나 혼자 신의 손꾸락이라고 부르며 빙그레 웃는것. 흘낏 내가 읽던 책을 본 신랑은 "신의 물방울"을 카피한 제목 아니냐고 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폭력을 싫어하지만 천부적인 감을 가진 재능있는 (?) 소매치기 쓰지, 표지도 그렇고 대충 그를 본 누구나 묘령의 미모의 여인으로 볼만한 아담한 체구의 남자 히루마 (그의 직업은 거리의 점성술사, 아카사카의 공주이다.). 이 둘의 만남은 둘다 지쳐있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일어나고,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쓰지가 1년여 남짓의 짧은 복역기간을 마치고 출소한 날, 양어머니와 함께 집에 돌아가다가 자신의 주무대인 전철에서 양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것을 경험하고 상대가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점과 미리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채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 과정에서 쫓아가던 소년의 놀라운 힘에 의해 팔을 부상당하고, 의식이 혼미해져가는 그를 구해준게 친절한 여인, 알고보니 남성이었던 히루마였다. 그날의 도움을 인연으로 어찌어찌 얽힌 그들은 같은 집에 살며 서로와 얽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히루마의 타로 카드를 섞는 손, 쓰지의 소매치기에 사용되는 날렵한 오른손, 처음에는 점성술사에까지 신의 손가락이라는 칭호를 붙이는게 이상했는데, 카드를 다루는 그의 직업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사건이 꽤 촘촘하고도 빠르게 진행이 되어 뒷장이 궁금해 빠르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자존심을 다쳤다고 생각해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에 집착하는 쓰지와 자신을 찾은 손님 중 나가이라는 얼핏 봐도 약하고 무시당하기 좋은 존재였던 소녀의 불운한 카드에 마음이 쓰여 계속 관심을 갖게 된 히루마. 사실 히루마는 아버지와 누나는 잘 나가는 변호사로 둔 남자로, 자신 역시 우등생을 강요당했던 (?) 청년이었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점성술사라는 직업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천성이 여리고 마음 씀씀이가 착한 사람이라 점술만 보는게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데도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사실 중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긴박해지는 사건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단순한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인 줄 알았는데, 감이 좋지 않은 천재적인 소매치기 소년이 그 중심에 있었다.

소년의 등장으로 마리아 비틀의 악마 소년이 자꾸 연상되었다. 어른들이 보기에 성역처럼 여겨졌던 어리고 약할 것 같은 (물론 요즘 청소년들이 굳이 어리고 약하다 표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른에 비히 상대적으로 힘도 연륜도 부족할것만 같은데 ) 아이들의 무대와 그릇이 어른의 것을 넘어서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악인같지 않을 것 같은 악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인가. 어찌 됐건 마리아 비틀의 끔찍한 악마소년이 자꾸 연상되서인지 사건의 중심에 있던 그 소년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더욱 크게 만들어나갔다.

 

쓰지와 히루마를 눈으로 좇아 달려가면서 소년에게 접근해 가는 그 과정을 나 또한 같이 동참해 참여하게 되었다.

결론은 어쩐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산뜻하기까지 한 까까머리였고, 큰 키를 엉거주춤 구부리고 현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히루마는 끝이 무한 반복되는 특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510p라는 에필로그 때문일까? 다시 또 다시 또..

정답 인생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매치기와 도박에 빠졌던 점성술사 두 주인공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은 불편한 감정이 들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는 그런 거부감의 터울을 없애는데 주력해준 느낌이다.

소매치기 사이들 간에도 분명 쓰지의 양할아버지, 니시카타, 쓰지 같은 형사들조차 존중할만한 그런 소매치기들도 존재하는 걸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직업을 가진 이들임에도 그들이 좇는 일이 무사히 해결되도록(?) 마음의 응원을 보내게 되는 건 쓰지와 히루마 안에 있는 참된 마음을 읽게 해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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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5
박정완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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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글이 아닌 그림이 주는 감동으로 새삼 감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림책의 글귀들도 훌륭하지만, 그림만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거든요. 낮잠도 안 자는 네살 우리 아들, 어릴적에는 정말 잠이 없어서 자정 넘어 두시까지도 잠을 안 자곤 했습니다. 돌 전에는 아예 안 자고 낮잠으로만 버텼던 것 같구요. 요즘은 그래도 좀 잘 자는 편에 속하는데, 그래도 초저녁에 졸릴 무렵 재우려고 하면 어떻게든 더 놀아보려고 버틴답니다. 책 읽어줘요. 그림 그려요. 물 주세요. 등등.. 아이가 잠자기 싫어서 하자고 하는 일들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사실 잠 자기전 책 읽어주는 습관이 참 중요한데, 아이가 자기 싫어서 그러나 보다 싶어서 열심히 읽어주기보다 자꾸 건성으로 읽어주려 하는 것 같아 스스로 반성이 되기도 하네요. 잠들무렵 아이에게 읽어주면 딱 좋을 그런 책을읽었답니다.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밤하늘에 별이 총총한 그림이 참으로 정겹고 포근합니다.

동판화와 콜라주를 적당히 활용해 그린 그림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않을 솜씨였구요. 이 작품으로 바로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네요. 그림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어서, 약사인데도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서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림을 잘 살펴보면, 엄마 어릴적 살던 그런 동네를 들여다보는 듯 합니다.

마을이 하나의 지도처럼, 그려진 자잘한 그림 그런데 참 정겹게 느껴져요.

집앞 사루비아 하나하나도 잘 보이구요. 요즘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지만, 그 시절 단독주택, (이층집도 아니고)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그런 그림들이었지요.



파란 지붕에 어둠이 내리고

창밖이 캄캄해지면



우리 아기가 잠자러 가요

자장자장 자장자장



세 명의 소녀가 나란히 인형을 안고 잠자러 갑니다. 자매인가봐요. 세 아이는 키가 조금씩 차이가 있구요. 가장 큰 아이는 곰인형을, 둘째는 토끼인형을 그리고 막내는 생쥐 인형을 안고 자러 갑니다. 생쥐 인형이라 어쩐지 어색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미키 마우스도 생쥐더라구요.


세 아이가 잠드는 과정이 참 푸근합니다.

글밥이 많지도 않고, 그림에 빠지게 하는 구조라 아이와 같이 책을 보면서, 글을 천천히 읽으며 책 속 그림에 함께 빠져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한답니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참 좋아하더라구요. 아기 쥐가 잠자러 가요 읽어주세요 하면서 말이지요.

표지의 하늘은 남색 밤하늘인데, 책 속 밤하늘은 밤색이더라구요. 그래도 참 좋네요. 까만 색이 아니라도 밤 느낌을 참 잘 살려놔서 좋더라구요. 보고 또 보고 아이와 함께 그림을 들여다봤어요. 읽으면서 엄마도 아이도 스르르 잠이 옵니다.


자기 전 너무 재미나게 놀아주면 안된다고 하네요. 아이가 흥분한 상태로 쉽게 잠들기 어렵다고 하니 말이지요.

잠자기전 차분한 이야기로 이런 책을 읽어주면 더욱 잠도 잘 자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아이와 행복한 꿈나라로 가기전 읽어줄만한 참 좋은 책을 만나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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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바나나 목욕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지음, 세브린 코르디에 그림, 이세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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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은 양장본 책이라 글밥만 많은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림과 커다란 글씨로 쓰인 글이 큼직큼직하게 눈에 잘 들어오는 재미난 그림책이었답니다.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책으로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동화 단계에 해당되네요. 아직 38개월, 갓 만 세돌을 넘긴 우리 아들은 아직 혼자 읽을 단계는 아니고 엄마가 읽어주고 있는데 글밥도 적당하고 아이도 끝까지 집중하며 재미나게 들었답니다. 처음 본 책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아했어요. 읽어주고 또 읽어달라 찾고, 자기도 바나나 먹고 싶다고 해서 마침 바나나가 없어서, 얼려둔 바나나를 꺼내주니 아이스크림 마냥 잘 먹더라구요.


아이들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처럼 엠마를 통해 우리 아이들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답니다.

엠마 시리즈는 이 책 외에도 아기를 기다려요, 발레 수업, 미용실에 갔어요 등의 세권의 책이 더 나와 있네요. 다른 책들도 재미날것같아요.

목욕을 좋아했던 우리 아기, 요즘 들어 춥다고 목욕을 매일 하지 않고 거르기 시작했더니 자꾸 목욕하기를 귀찮아 합니다. 이 책을 보며 다시 목욕하자 꼬드기기도 했네요. 엠마도 목욕을 참 좋아하거든요

할머니가 호텔에서 모아오신 샘플들을 모으는 취미도 있고 몸에 바르는 것도 좋아해요. 남아도 그렇긴 하지만 공주님인 여아들이 더 그렇지 않나 (몸에 바르고 예쁘게 치장하기 좋아하는 것을 말이죠) 싶어요. 목욕을 좋아하는 엠마지만, 엄마가 전화한다고 오래 자리를 비우자 엠마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죠. 엄마를 고래고래 부르고 또 부르다가 배고프다고 부르지요. 그리고 바나나를 먹겠다고 생떼를 씁니다. 목욕하다 말고 말이예요.


음, 엠마를 보며 자연스레 우리 아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목욕하다가 뭐 먹겠다 한 적은 없지만, 밥 먹다 장난감 갖고 놀겠다, 그림을 그리겠다는 기본이고, 가끔 절대 안했으면 좋겠다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일들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하겠다고 우기곤 하거든요. 엠마 엄마도 그런 기분이었을 거예요. 엠마 기분도 이해가 갔지만 엄마 기분에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그리고 엄마가 곁에 없어 짜증이 나기시작한 엠마를 보며서는 뜨끔하기도 했어요.

오늘 우리 아들이 그랬거든요. 제가 자꾸 아들 곁을 떠나 다른 일을 하러 다니니 "엄마 엄마"불러서 가보니 하는 말, "엄마가 자꾸 도망가서 불렀어. 여기 있어." 라구요. 허허.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 적 엄마가 자꾸 일한다고 다른데 가시는게 참 싫었는데 네살바기 아들은 오죽할까 싶었네요. 그 마음 백분 이해하면서도 엄마도 해야할일이 많아요. 화장실도 가야하고 부엌에서 설거지며 요리도 해야하고, 빨래도 걷고 널고 개고 청소기도 돌려야하구요. 그러고 남는 시간은 무조건 아이와 놀아주어야하는데 요즘 아이가 좀 크니 꾀가 늘어 옆에서 슬금슬금 책을 보기도 하는 엄마랍니다. 아, 정말 미안해지네요 쓰다보니..



아뭏든 안된다는 엄마 앞에 무조건 생떼를 써서 목욕하며 바나나 먹는 행복을 누리게 된 엠마, 당연히 엄마가 걱정한 일이 벌어지겠죠?

저도 사실 아이가 생떼를 쓰면 안된다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결국 지는 일이 허다하네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정말 아이키우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공감가는 그런내용이었답니다.

엄마와 엠마의 기분을 백분 이해할 수 있던 재미난 동화, 그리고 처음 만난 작가의 글과 그림이라 색다른 기분도 들었던 그런 동화기도 했어요. 엠마 시리즈 처음 만나본 동화인데도 참 푸근하고 공감가는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아들도 재미난지 혼자서도 몰두해서 그림을 들여다보더라구요. 다음 책들도 아이에게 보여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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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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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즐겨 읽다보니 요즘 들어 다양한 일본 작가들의 소설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요즘 유행 같기도 하고. 추리소설 뿐 아니라 가벼운 연애소설, 청춘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읽어도 재미난 책들이 무척 많았다. 생각도 참 다양하면서, 서양 사람들과 또 달리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도 더 많은 것 같고 (물론 도저히 이해안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읽히기도 더욱 편안하게 잘 읽힌다. 그런 와중에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의 책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난 처음인데, 읽어본 사람들은 많이들 열광하는 작가였다.

 

작가의 책으로 처음 읽게 된 책이 7인 7색 러브 어페어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 또한 중요하게 등장한다고 하니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 책으로 나온 소설 몇권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보시던 책이라 그런지 무슨 수상작 이런 책들이었는데 편안하게 읽히기보다 다소 거칠고 어렵고 불편한 느낌, 거기에 섹스를 마치 빼놓으면 안 되는 것처럼 다뤄놓아, 어른이 되어 읽게 될 책에 대해 거부감과 편견이 나도 모르게 자리잡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책들 중에는 추리 소설류에 가끔 자극적인 살해 장면 등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자극적인 소재가 없어도 편안하고 재미나게 읽히는, 그런 책들이 많았다.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해 주로 골라 읽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용에 내가 은연중에 피해 온 내용이 있다고 해서 망설였는데, 웬걸. 이 책 재미나다. 그리고 그 거부감도 쉽게 사라졌다.

 

"어머나 마유씨, 남자 복이 터졌네. 옛 애인하고 현재 애인한테 동시에 사랑을 받다니."

간밤의 일을 들은 사에키 씨는 악의 없는 탄성을 질렀다.

대체 어떻게 남자 복이 터졌다는 초절정의 긍정적인 생각을 할까 31p simply heaven

 

삼년전 연락도 없이 떠난 전 남친이 돌아오고,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고 마유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삼각관계라는 말만 듣고도 지극히 보수적인 나는 색안경을 끼려했는데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비난할 상황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괴상해보이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마유의 입장, 그리고 나중에 소개되는 전 남친 나미키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 들어보면 어느 사랑 하나 소홀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타깝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유도 그렇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여대생 미쓰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이상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사정을 듣고 보니, 아, 이런 하고 공감이 되어버렸다.

 

젊은 아내나 첩을 둘 만한 매력도 재력도 없지만 섹스를 하고픈 노년 남성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를 악물고 싶지만 틀니라서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68p 심신 

 

고구레 빌라라는 제목과 더불어 최근 출간된 또다른 작가의 신간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책도 있어서 고구레가 처음에는 지명 이름인가싶었다. 이 책에서는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고구레 빌라의 주인 할아버지 이름이 고구레다. 표지에 떡하니 심상찮게 등장한 개도 존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이름을 가진 개고 말이다. (정말 그림 속 개의 느낌이 존이라는 이름과 너무 잘 어울렸다.)

아내가 있으면서도 노년의 마지막 섹스를 다른 누군가와 해야할 것처럼 느끼는 할아버지가 참 이해되질 않았다. 하지만 고구레 할아버지는 무척 심각했다. 그리고 사건 돌아가는 상황이 제일로 재미있어서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니, 옆에 있던 아기 왈 "엄마 왜 웃어?" 음, 이유는 말 못한다.

 

그냥 가볍게 책을 한번 잡았을 뿐인데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 뒷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하고 읽다보니 어느새 아쉬운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고구레 빌라에 살고 있는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참하고 성실한 마유와 그의 전애인, 현애인, 여기저기 재미난 조연처럼 등장했으나 알고보면 가슴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미쓰코, 싸이코 스토커같은 관음증을 선보였으나 은근히 괜찮은 남자 간자키, 그리고 고구레 빌라의 개 존과 존을 씻겨주고픈 지나가던 애견 미용사, 애견 미용사 미네와 같은 이름의 개를 가진 마에다, 마유네 꽃 가게 주인 부부와 꽃가게에 정기적으로 꽃을 사러오는 니지코까지..단편 이야기 7편처럼 느껴졌는데,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매 이야기의 주인공이 넘어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이 된채 재미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나긴 고구레 할아버지 이야기가 제일 재미났는데 기억에 남기는 미쓰코와 마유, 그리고 마유를 둘러싼 나미키의 이야기가 가장 잊히지 않는다.

 

미우라 시온, 이 사람 참 글을 잘 쓰는 구나. 꽤 유명하다는 일본 작가들의 책을 몇 편 읽어보게 되었는데 신간이 아닌 예전 책까지 골고루 찾아 읽고픈 생각이 드는 작가는 사실 드물었다. 그런데 미우라 시온, 이 사람 책은 당장 서점을 뒤져서 사야할 것 같다. 벌써 읽고 싶은 책도 몇권 적어뒀다.

 

낡고 무너질 것 같은 고구레 빌라. 그러나 그 안에는 훈기 가득한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7편의 이야기만으로 끝을 보기엔 참 아쉬운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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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드 유럽 - 부부 커피스트의 달콤한 유럽 여행
류상원.변수영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11월
품절


커피는 그저 작은 휴식이었을 뿐이었는데, 입덧 이후 좋아진 커피에 대한 느낌은 더욱 각별한 것으로 와 닿았다. 여행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지만 멀리 나가질 못하니 아기와 함께 근처 가까운 카페 나들이를 다니며 조금씩 숨통을 트인 것이 하나의 소중한 행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혼자서는 테이크 아웃을 하고, 동생이나 친구가 있을 적엔 소소히 수다를 곁들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긴다. 집에서도 나 홀로 커피 믹스로 즐기기도 하지만 역시 커피는 같이 마셔야 더욱 맛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랑이 커피를 즐기지 않으니 집에서 혼자 먹는 커피는 그저 간식처럼만 느껴졌다.


여기 젊은 부부가 신혼여행으로 유럽 카페를 80여일간 돌고 온 기록이 있다. 모든 것이 다 부러웠다.

못 가본 유럽 여행, 그 중에서도 맛있는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를 찾아 테마를 정한 커피 여행, 무엇보다도 부부가 모두 커피를 사랑한 커피스트라는 점까지 말이다. 부부는 사실 커피 교육 기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단다. 둘다 애초부터 커피가 인생의 목표가 될줄 몰랐는데 어느덧 인연을 맺기 시작한 커피가 인생의 중요한 반려자를 만나게 하고, 그들의 꿈의 공간인 <에스프레소 앤 컴패니>까지 만들게 하였으니 말이다. 요즘 사람들, 그냥 노는 것 같아도 여행 하나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다는 점을 정말 다시금 깨달았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부러운 유럽의 카페 문화지만, 커피라는 주제하나로 어떻게 책 한권을 채워낼까 싶었는데, 웬걸, 책의 두께가 일반 여행서적의 두께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러고도 부부는 할말이 남아있는 듯 여전히 쌩쌩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새벽에 일어나 잠깐 읽다 다시 잠들어야지 했는데, 여행의 최종 국가인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 이야기를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가독성도 괜찮다.



여행을 사랑하고, 커피의 향기까지 좋아한다면 이 책, 분명 재미나게 읽힐 것이다.

파리의 카페 문화가 대중화되고 유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커피로 유명한 나라가 이탈리아인줄도 몰랐던 나였는데, 이 책을 통해 커피에 대한 여러 상식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터키에서 최초로 이탈리아에 커피를 들여간 17세기 베네치아 대사 덕에 유럽 카페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탈리아와 터키 두 나라의 커피에 대한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부부는 유럽을 여행하며 하루 7~8잔의 커피를 거의 80여일간 쉬지 않고 마셨다.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단 두 종류의 커피만을 말이다. 에스프레소라면 내 생애 딱 한 번, 밤샘 근무 후 쉬지 않고 낮에 친구를 만나다가 코피를 쏟을 것 같은 현기증이 일어나서, 카페에서 진하기로 유명한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정신이 번쩍 들기보다 그 쓴 맛에 입안이 얼얼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론 연한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데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두 종류의 커피가 카페의 대부분의 맛을 좌우한다고 하니 앞으론 카푸치노에 좀더 사랑을 베풀어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실 카푸치노는 정말 풍부하게 잘 우러난 우유거품을 제대로 깊이있게 내주는 곳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형태만 갖춘 우유거품에 대부분 실망하곤 했는데 최근 체인이긴 하지만 두툼한 우유거품이 제법 고소하고 맛스러운 곳을 찾아 그 곳에서는 카푸치노를, 그리고 또 다른 체인점에서는 잘게 부순 얼음이 돋보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중이다.



어쨌거나 놀랍게도 부부는 속이 쓰리고 입이 질릴만도 한데 끝없이 커피를 마시고 비교하고, 또 갈구한다.

며칠 혹은 몇 시간 못마셔서마시고 싶은거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계속 마셔도 먹고 싶어 카페를 찾아 나서는 그들을 보면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커피가 그리워 찾는다고 나온 대목도 여러번 발견했다.) 정말 천직이구나 싶었다.



오스트리아편에서는 크로아상의 기원과 그 유명한 비엔나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재미난 여행기와 멋진 풍광과 카페, 그리고 맛있는 커피 사진들까지 눈요기도 훌륭하고, 문화적 상식도 조금씩 쌓여가니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입이 너무 궁금해 믹스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금단현상이 나타난다는게 부작용일뿐.



290년의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유럽 카페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플로리안, 그리고 실제 그들이 다녀본 결과 320년 역사를 지닌 오스트리아 빈의 다니엘 모저, 무엇이 진짜 오래 된 유럽 카페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들은 평가하며 그럼에도 플로리안의 고풍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나 아름다움은 쉽게 따라갈수 없는 독특함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백발의 노신사 가르송 또한 얼마나 품위있어보이던가. 고급스러운 카페마다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가르송, 바리스타의 모습이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을, 혹은 그보다 더 나은 품격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커피 값이 7~8유로나 이른다는 점,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커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커피 가격이 너무나 이해되지 않을 텐데, 그 해답은 바 에스프레소 문화에 있다고 한다.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시면 1유로, 테이블에 앉아 가르송의 안내와 서빙을 받으면 팁 값까지 포함해 가격이 그렇게 놀랍게 치솟는다는 것이다. 아, 이탈리아 여행갈때 명심해야겠다. 또 이탈리아 전체, 아니 유럽 저네를 통틀어 놓치지말아야할 카페라고 알려준 바라티 에 밀라노는 화려함 중의 화려함, 최고 중의 최고라 하니 또 별표 체크

최고의 에스프레소 맛을 느끼게 해준 이탈리아와 달리 프랑스의 유명한 카페 문화는 일상이 된 카페 문화긴 했어도 맛으로는 이탈리아 커피 맛을 따라가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카페 드 라 페에서 그들은 파리만의, 세계가 사랑한 파리만의 맛을 찾는다.



커피는 인생이고 사랑이에요

우리는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모금 속에 담겨 있는 인생의 소소하지만 값진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학교에 가는 대신 커피나무에 오르는 어린아이의 상처 난 손을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그 인생이 더 값져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건 커피를 인생의 큰 목적으로 둔 우리나 매일매일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는 모두가 해야할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함께 나눈다면 이 한 모금의 커피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가치 있고 향기로운 보석같은 존재가 될 거예요. -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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