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아침밥 - 똑똑한 여우들의 5분 아침밥 전략
김영빈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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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주부의 막중한 임무가 시작된다. 아침 밥상 차리기. 아침잠이 많아 눈뜨기도 힘든 나로썬 무척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랑 아침은 미리 밤에 해놓고 잘때도 있는데 아이와 같이 일어나서, 아이 밥상을 따로 차릴때는 아침에 후다닥 할 메뉴가 생각나지않아 뭔가 제대로 만들려 하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먹게 되거나, 아니면 대충 챙겨 먹일때가 많다. 늘 아쉬움이 많았던 아침 밥상, 5분 아침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을 건강하게 챙겨먹일 수 있는 레시피만 따로 모았다 해서 관심을 가진 책이다. 아이러브 아침밥.


주부 생활로서가 아니라 싱글 시절 혼자 직장을 다닐때도 아침밥 챙겨먹기는 늘 고역이었다. 늦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직장이 멀어서 (서울은 거의 어디든 출퇴근 시간이 한시간이상이 기본 걸리는 느낌이었다.) 스스로 챙겨먹는 아침을 먹기위해서는 도대체 언제 일어나야 할지 감도 안 왔다. 한두번은 죽이라도 끓여먹고 나왔지만 이내 그것도 질려서 그냥 대충 출근해서 직장 근처에서 토스트나 김밥 등으로 간단히 때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제대로 된 밥을 만들줄도 몰랐던 그 때 그 시절이라도 이 책은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굳이 밥이나 거창한 메뉴가 아니더라도 한잔 쭉 들이키거나 간단히 요기할수 있는 그런 훌륭한 아침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바쁜 아침 빠르게 조리할 수 있도록 장본 후 재료 손질해두는 법과 냉동 보관하는 비법부터 하루 전 미리 전처치 해놓는 방법등 손 느린 주부에게 유용할 팁들이 먼저 수록이 되어 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설거지까지 줄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도 곁들여져있다. 차린건 없어도 늘 설거지는 한아름인 우리집 부엌을 보며 한숨이 조금 나온다면 설거지 팁도 반가운 노하우가 아닐수 없다.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수프, 드링크 류 등의 레시피가 먼저 소개되었고 다음은 찬밥과 누룽지로 만든 메뉴가 소개되었다.

그 다음 3장이 빵과 떡으로 된 레시피였다. 냉동떡을 해동해서 먹는 법은 알았어도 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했다. 그 다음이 채소로 응용하는 법, 그리고 주말 브런치로 구성이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블루베리 라씨였다.

안 그래도 건강에 좋다길래, 고민 끝에 코스트코에서 사다 둔 냉동 블루베리가 커다란 팩으로 하나 있었는데 예전에 모 파워블로거님 레시피를 보고 집에서 갈아주니 아이가 입도 대질 않았다. 결국 나만 혼자서 열심히 냉동 블루베리를 먹다보니 줄지도 않고 나 또한 시들해져서 그냥 냉동고 방치신세였는데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이가 먹고 싶다는 메뉴를 따로 만들려다보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우선 아기 요기차원에서 블루베리 라씨를 만들어보았다. 이건 무척 잘먹는다. 만들기도 쉽고 말이다. 먹어보니 내 입에도 잘 맞는다.




아이 눈뜨자마자 처음 만들어본 라씨

그날만 아침 , 점심 간식으로 당장 두번을 해먹었고 이튿날에 친구네 놀러갈때도 만들어 싸갖고, 아이 홈스쿨 할때도 선생님 간식으로 내놓으니 직접 만드신거냐고 놀라워하시며 드신다. 책에서는 블루베리 한컵, 떠먹는 요플레 한컵, 마시는 플레인 요구르트 반 병을 넣으라 했는데 아이들 잘 먹는 플레인 이오 한병 넣고 (병이 작다), 플레인 요플레가 없어서 딸기맛 요플레를 넣었더니 맛이 잘 어우러지고 맛있었다. 사실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다 같은 베리 종류라 잘 어울리는 듯. 나중에 딸기맛 요플레를 다 먹고 없어서 유자맛이 있어 넣어봤더니 블루베리와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아이가 한입 먹다 말았다. 역시 딸기와의 조화가 최고인듯, 아니면 플레인을 쓰거나.


친구네 집 놀러갈때 챙겨간 간식

친구 놀러올때 만들었던 간식, 선생님 오셨을때 만든 간식은 사진찍어둔게 없다. 사진보다 더 많이 만들었던 라씨.
이거 먹는 동안 우리 아들 변도 잘 봤다. 쾌변!



어느 날은 브런치처럼 먹고 싶은 날이었는데 아이가 고기를 구워달란다. 워낙 야채를 잘 안먹으려 해서 궁여지책으로 고민하다 책에 나온 두가지 레시피를 짬뽕하였다. 미니 햄버그도 만들어 얼린게 있긴 했지만 한우안심 이유식용 고기 사다둔게 냉장고에 있어서 냉동실에 있는 햄버거 굽느니 신선한 고기 구워주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냥 고기만 구워주기가 심심해서 책의 베이비 떡갈비 덮밥에 나온대로 버섯과 양파를 같이 양념해 볶아주니 잘 먹는다. 어른들이라면 모닝 네기 스테이크로 구워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네기가 일어로 파라고 한다. 파를 잔뜩 얹어서 간장 소스를 곁들이고, 구운 숙주를 고기 밑에 깔아 곁들여 낸 음식이다. 아침 스피드 레시피 뿐 아니라 주말 브런치 메뉴가 따로 소개되어 있어서 참고한 메뉴들이다.


아침에 요기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아침엔 무조건 밥이라는 신랑을 만난 덕에 다른 쪽으론 눈을 돌릴 생각을 못해봤는데, 아이와 함께 간단히 떼우던 식단을 새로이 구성해봄직하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솔깃한 레시피 제안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더 일찍 일어나 아침도 일찍 먹이기 시작해야하는데 아마 눈뜨자마자 밥을 제대로 먹는 날이 드물지 않을까 싶었다. 그럴때 정말 도움이 많이될 책 같아 미리부터 조금씩 더 활용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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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은행
캐럴린 코먼 지음, 롭 셰퍼슨 그림, 고수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1월
절판


처음에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 앞과 뒤를 보니 사탕같은 것을 빠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채워져있는데, 뭔가 몽환적이기도 하고, 발랄한 듯 하면서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그런 느낌은 아닌 독특한 느낌을 받았네요. 기억은행..어떤 이야기려나..



이 책은 <이젠 괜찮을 거야>로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캐럴린 코먼이라는 작가의 창작 소설입니다. 흑백 그림이 꽤 자주 등장하는데, 보통은 그림은 부연설명처럼 곁들여지는 것이고 글만으로도 주 내용이 전달되는 것에 반해, 이 책의 글과 그림은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구조지요. 그림을 빼버리면 글로 표현되지 않은 또다른 이야기는 생략되고 마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글과 그림을 각각 모두 다 보고 읽어야한다는 점이 독특했네요.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부분도 그림만 봐도 대충 내용이 짐작이 돼요. 글처럼 명확하지는 않지만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맨 처음 아이를 돌보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랑스러워하는모습이 역력했지요. 글을 읽고 나니 모녀지간이 아닌 너무나 사이가 좋은 자매지간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들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부모였다고 하구요. 어떻게 하면 최악의 부모가 될까 싶었는데..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막내 허니가 차 안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아빠가 아이를 차에서 내리게 한후, "걘 잊어버려." 라고 말하고 아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가버립니다. 너무 놀란 언니가 허니를 되돌아보니 아이는 슬픈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아이를 버리고 집에 간후 부모는 아무 반성도 없이 허니의 모든 옷과 살림살이를 내다 팔아버립니다.



헉, 정말 숨이 턱 막히는 부분이었어요. 아이를 잃어버리거나 다치게 할까봐 길을 걸어도 늘 조바심을 내며 아들의 조막만한 손을 꼭 잡고 다니고, 혼자 가면 혼낼 정도로 부산을 떠는 엄마인지라 자신의 아이를 저런 이유로 버리고 온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거든요. 아마 세상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대부분 극진할거라 믿어요. 소설 속 엉뚱한 부모라고 단정짓고 싶어도 아아주 가끔 해외토픽에나 오를만큼 이상한 부모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런 부모 밑에서 상처받을 그런 아이의 마음과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어쨌거나 허니와 언니 호프의 슬픈 이별을 보며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어요.


큰 아이를 외동딸 취급하는 부모, 게다가 그들은 아이들의 방을 차지하고 호프가 어떻게 생활하든 관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잠에 빠져드는 그녀의 잠옷을 제외한 남은 옷들을 모조리 내다 팔아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어느날 전세기은, 전세계 기억 은행이라는 곳에서 호프에게 난생처음 편지가 도착하지요. 그리고 택배회사에서 호프를 배달하기 위해 도착했어요. 부모를 떠나는것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던 호프,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싶어할거란" 생각에 조금씩 기대를 품기 시작합니다. 너무 가슴이 아팠네요. 이런 상처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호프와 허니의 그런 모습에 한 아이의 엄마로써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했답니다. 아주 작은 관심과 배려에도 지나치게 감동하고 마는 호프, 그저 작고 어린 아이들일뿐인데 사랑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부모가 참 원망스러웠어요.



아이들이 못된 사람들에게 못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읽는 내내 조바심을 내야했답니다.

가상의 공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더이상 슬픈일은 당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기억은 갑자기 확 줄어버리고, 꿈만 많이 꾸게 된 호프가 기억 잔액 부족으로 기억은행에 소환되어 버리고, 그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인물들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받고 치유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녀가 불려온 이유는 그게 아니었지만 말이예요.


허니를 계속 찾는 호프, 그리고 허니의 새로운 일행들과의 삶, 허니가 꾸는 꿈, 세 가지 일들이 몽환적으로 진행이 되다가 어느 순간 탁 섞여버리는 구조네요. 무엇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 모르고 살아온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 같기도 했구요. 아이들의 어린 마음이 더 이상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소설이기도 했어요. 엄마가 읽는 소설과 아이들이 읽는 느낌과 관점이 확연히 다를 거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독특한 소재와 시도로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짚어주는 그런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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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종로산책 - 종로에서 찾은 매력 만점 산책 코스 20 동네 한 바퀴 시리즈 2
종로구.남상욱.송소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품절


대학 4년과 직장 생활, 모두를 합해 총 10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이 고향도 아니었고, 또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아닌지라 10년을 살았음에도 몇년이 지난 지금은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온 그런 기분이 든다.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해 친구도 많이 만나고 일도 만남도 꽤 줄기차게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니 내가 다녀 본 곳들이 꽤나 한정되어 있어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볼거리 놀거리 먹을 거리도 풍성한 그곳,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관광지가 아님에도 요즘 수많은 여행서로 서울을 집중 조명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친근한 곳 종로를 산책하며 그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종로구 특화 여행서가 나왔다. 관공서인 종로구가 지은이에 들어가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집필에 참여한 책이기도 하다.


종로는 인사동, 삼청동, 광화문 일대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는 다녀봤어도 여러번 들른 곳들조차 매번 가는 곳만 가서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모르고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음에 놀라게 되었다. 게다가 부암동, 이화동, 사직동, 효자동 등 못가본 곳들이 매력적인 곳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싶다가도 모르면 못 가게 되니 몇년 전 내 모습과 다를 바 없이 가는 곳만 가는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 중에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방 사는 나같은 사람들도 서울에 가면 몇 곳 가봐야겠다 마음먹기 좋고, 서울 사는 사람들조차 색다른 산책 여행을 계획하며 휴일을 아기자기하게 보내기에 유용한 도움이 될 책 같았다.



경복궁, 경희궁 등의 고궁서부터 예쁜 벽화로 채워진 이화동, 가볼만한 카페가 가득한 부암동, 새로이 단장된 이후로 한번도 못 가본 청계천,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한 시장과 낡고 오래되었지만 옛 추억을 되짚어주는 오래된 가옥들, 그리고 조상들의 온기를 느낄만한 종로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명소들. 장소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커다란 사진 등이 시원시원하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책 속 일러스트 지도로 산책 코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도 계획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처음 등장했던 사진 중 눈길을 사로잡았던 초록 향기가 가득한 길은 창성동 한옥마을이라고 했다. 오래된 한옥을 찾아다니다보면 쌍홍문 터를 알리는 표지석을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왜구를 맨손으로 맞서다 죽은 두 형제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쌍홍문을 세웠고 이후 쌍효자 거리로 불리던 것이 나중에 종로구 효자동이 되었다고 한다.


파란 나팔꽃이 시원하게 그려진 멋스러운 벽화는 이화동의 것이었다. 달동네라 불리고,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소외된 지역에 유명작가, 미대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온 동네에 예쁜 벽화가 그려지면서 하늘 동네 이화동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가장 가보고 싶은 동네가 되었다 하였다

청계천이 복원된지 8년이나 지났으니 서울에 살때 얼마든지 가볼수 있는 명소였음에도 직장에서도 워낙 멀고, 따로 약속잡기도 애매해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멋지게 변화된 청계천을 볼 기회가 없었다. 이후 티브이로만 보게 된 청계천은 정말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말이다. 특히 청계천의 "이곳도 놓치지 말자"로 소개된 카페 이마는 한번밖에 못가봤음에도 두고 두고 생각나는 맛을 지닌 햄버그 스테이크로 사진을 다시 보니 다시 짙은 그리움이 생겼다. 인기있는 와플보다도 햄버그 스테이크의 인상이 그만큼 강렬하고도 깊었다.

즐겨 찾던 인사동, 삼청동 등도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지만 못 가본 곳들은 또 여전히 존재한다.

일러스트 지도를 보니 내가 가본 곳보다 못 가본 곳들이 더 많았다. 몇년 전과 유행 명소도 좀 달라진 것 같고, 새로운 명소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었달까


종로구 일대를 한눈에 미리보기로 일러스트 지도를 만들어소개하였는데, 책의 맨 뒷장에 다시 한번 일러스트 지도와 명소가 소개된다. 처음 그 지도를 보고, 숭인동의 나무 앞에 서 있는 소복입은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누굴까? 그 곳은 동망봉으로 바로 비운의 왕비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매일같이 올라가 통곡했다는 곳이었다. 18세에 지아비를 잃은 슬픔을 평생 간직한 그녀였는데 거기에 역적의 아내로 몰려 관노비 신세가 되어 궁에서 쫓겨나 살얼음판 걷듯 위태로운 삶을 64년이나 보냈다고 한다. 단종과 마지막으로 이별했던 영도교와 함께 비운의 왕비 정순왕후의 애끓는 사랑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역사를 기리며 꼭 한번 방문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나 제주, 경주 등 국내 유명 관광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둘러보면 얼마든지 가볼 좋은 곳들이 있다.

랜덤의 동네 한바퀴 시리즈 두번째로 소개된 두근두근 종로산책은 그 묘미를 제대로 살린 책이라 할 수 있다. 살아갈 터전이 아닌 앞으로는 여행할 도시가 되어버린 서울이지만, 친구들 만나러도 자주 올라가고 싶고 (아이가 좀더 크면 이라는 전제가 붙음에도 ) 그 짧은 순간에에도 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던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 서울의 색깔을 살리는 그런 명소를 찾아 한 곳이라도 더 추억을 공유하고 돌아오고픈 마음이 생겼다. 또 아이와 함께 이 곳은 이런 곳이란다. 이야기 한줄 더 섞어 가면서 둘러볼 서울의 명소로 두근두근 종로산책을 참고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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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개정판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펜서 존슨의 <선물>이 2003년 출간된 이후로 한국어판만 100만부 돌파를 기념한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 2003년에는 한참 직장생활을 하던 때라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지냈다. 퇴근 후의 일상은 친구들 만나서 노닥거리기, 집에 돌아와서는 인터넷으로 하염없이 검색하기 등으로 채워졌을 때였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100만부 탄생기념으로 나온 선물을 접하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작가의 또다른 베스트셀러라는데 호기심이 급 상승해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리게 되었다. 이 책은 수많은 명사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특히 김제동, 유재석의 경우는 네이버 지식인, 한겨레 등에서 추천할 책으로 이 책을 꼽을 정도로 깊은 감명을 준 책이라 하였다. 연예인이긴 해도 워낙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모습이 눈에 띄는 사람들인지라 그분들이 추천한 책이라고 하니 관심이 더 높아진 이유도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역시 우화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길래,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또다른 우화인 < 선물 the present>  역시 그런 느낌과 호기심을 강하게 준다. 현명한 사람은 짧은 동화나 우화, 혹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서부터도 교훈을 얻어 자기 계발의 기회로 삼는다. 이 책의 우화 역시 간결하고 전달하는 뜻 또한 명쾌하다.

돌려 말하면 이해하기 힘들 독자들을 위해 다시 짚어 그 중요한 선물이 무엇인지 몇번이고 다시 설명해주고 응용 예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살짝 불안해지는건 내가 책 등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실생활에서 많이 접목해보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느냐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죠.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를 들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죠.어떤 사람들은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할 수도 있을테구요.

그 이야기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우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는가 하는 것이겠고요. 13.14p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100% 만족하고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백억 자산가, 수능 만점자, 수많은 부러운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에게 일일이 물어봤을때 전 정말 만족합니다. 이 이상도 이하도 없을 거예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원하는 것만 많고 이루어야할 것이 많은데 이루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부자건 아니건을 떠나)에게 당당히 스스로 성공했다고 답하고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의 서문에 등장한 빌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겁니다!" 스스로 당당히 말하고 또한 인생에서도 성공한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신화, 전설 같은 일만 머나먼 일이 아니다. 실제 일과 인생에서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삶에 가까워지는 것 또한 참으로 어렵다는것을 짧은 인생이나마 살아본 우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빌을 이렇게 당당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일년전 들은 한편의 이야기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전 직장 동료인 리즈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 소년이 인생을 훌륭히 산 노인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린 아이에게 그 선물은 생일 선물과 같은 것일까 싶은 그런 것이었는데, 어릴때 무척 행복했던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인생의 쓴맛도 경험하게 되고 어릴 적의 행복과 기쁨은 어느새 잊혀진 것이 되고 말았다. 소년의 일생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누구라도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다 생각하는데, 다만 다른 것은 소년에게는 평생을 조언해줄 노인이 있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소년이 몹시 부러웠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이후면 노인과도 같은 멘토를 만나는 것이 이 한편의 우화에 깊이 빠져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함을 알게 될 것이다.

 

어른이 된 소년이 노인과의 대화에서 스스로 얻은 결론은 현재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영어로 현재와 선물은 스펠링이 같은 the present이다. 또 현재에만 충실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현재와 적절히 균형을 맞추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다만 그 중요한 진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하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가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의 초점이다. 또 알고 있는 이야기네, 뭐 하고 흘려버린다면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이 될 것이고 진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소년, 빌과 리즈처럼 자신만의 인생을 완성할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책 속 글귀를 눈속에 넣기 위해 또 노력했고, 쉬워 보이는 한 편의 우화였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시로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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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진관 - 카메라로 쓴 어느 여행자의 일기, 개정판
최창수 글 사진 / 북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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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고 온 지구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여기는 '지구별 사진관'이다. 프롤로그



유명한 명승지의 사진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사진으로 담긴 여행기. 부제에 적힌 카메라로 쓴 어느 여행자의 일기라는 말에 딱 걸맞는 그런 책이었다.

1년 반 정도의 여행을 다니며 저자는 돗자리만큼 큰 지도에 스스로 여행한 지역을 실선으로 그어가며 만족감을 채워나갔다. 집에 걸어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믿기지 않을만큼 뿌듯한 여정이리라. 게다가 그가 열심히 담아낸 사진은 이렇게 책으로 완성이 되어 우리앞에 멋지게

등장했다.


한편 집착에 가까웠던 사진 찍기는 어느덧 억압이 되었다. 여행을 하는게 아니라 마치 촬영대회에 참가한 것 같았다.

실로 마음을 비우고 사진과 여행을 조화롭게 즐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충분히 공감했다. 짧은 일정이라도 여행을 가서 사진기로 찍다보면 눈으로 직접 감상할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되고 사진을 위해 다른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많이 없애는 느낌도 받는다. 또 좋은 사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저자처럼 사진욕심이있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더욱 집착을 하게 될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고 추렸을 책을 보면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 말미에서 인물 사진에 소질이 있음을 스스로 발견한 저자는 이후로 유명한 관광지, 풍경보다는 사람사는 동네에 들어가 사람들과 사진으로 소통하고 인물 사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한번도 배운적 없던 저자가 티베트 라싸 책방에서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집을 보고 충격과 공포 그 자체로 빠져들어 그는 느려터진 동남아의 인터넷으로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을 모아 보고 또 보며 350여장의 그 사진들을 외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그의 사진에서도 인물 사진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그 무언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몽골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네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예멘을 거쳐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까지 총 17개월을 여행했다. 그가 여행한 이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 드는 나라들이 아니다. 선진국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거나 훌륭한 교육 환경에 노출되어 있진 않아도 아이들 표정은 너무나 티없이 맑고 예뻤다. 물론 개중에는 관광 문화에 익숙해져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피사체가 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고 흥정하는 아이들도 있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찍는 사람은 하루 한번 정도겠지만, 그들이 주고 간 팁이나 용돈이 꽤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 생각한 마을 어른들과 특히 그 돈이 더욱 클 아이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일수도 있겠다. 동심을 잃게 만든건 아이들을 찍고 싶은 관광객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가난할 망정 늘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복을 찍는다라는 제목의 사진에 덧붙인 저자의 말 중 하나였다.

인도에서 찍은 그 사진에는 때마침 아기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행복한 표정과 어미개에게 응석을 부리는 강아지의 귀여운 재롱이 한 컷에 잘 잡혔다. 아기엄마다보니 늘 이런 사진이 가장 인상이 깊다. 오늘 여행하고 온 경주 밀레니엄 파크에서도 수많은 토우 중 딱 하나가 한 눈에 쏙 들어왔다. 바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었던 인도의 조드푸르는 영화 김종욱 찾기의 여주인공 지우가 간직한 첫사랑의 기억이 푸른빛으로 감도는 곳이라 한다. 영화를 보고 다녀온 여행이었으면 첫사랑의 기억을 찾았을텐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저자의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메헤랑가르성에서 내려다본 조드푸르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나하나의 벽은 이렇게 파란칠로 되어있었나보다. 멋진 풍경보다도 벽틈 조그만 창으로 밖을 내다보던 아이의 모습이 더욱 눈에 와닿았다.


서커스 기예 연습을 하고 있는 줄 알았던 소년의 모습은 고무줄 넘는모습이었다한다. 내 또래 여자들이라면 많이들 하고 자랐던 (요즘은 할 시간도 없고 더 비싼 장난감이 많아 여아들도 고무줄 하며 자랄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고무줄을 소년이 하고 노는 모습이란다. 다리가 어쩜 저렇게 올라가도 해맑게 웃을 수 있는지.. 운동신경이 둔해 고무줄에 큰 재능을 보이지 못한 나도 입을 떡 벌리게 한 사진이었다.



모든 여행자의 로망,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도 아름다운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어 그 유명한 파키스탄의장수마을 훈자에 왔건만 흥분은 커녕 담담하기만 하다.

여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데,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헉, 정말 다시 보니 눈이 집중할만한 풍광이었는데, 여행이 너무 길어져 감각의 역치가 높아진 탓인지 그의 반응은 무덤덤하고 무료하기만 했단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 읽는 내가 다 흥분하고 있는데 말이다.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 남섬의 풍광에 대한 기대만 컸는데, 모든 여행자의 로망은 따로 있었구나. 여행의 깊이가 얕던 나는 처음 알았다. 이런 멋진 곳이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만큼 나는 '여행'을 살고 있었다.

..마지막 여행지 미얀마 바간이라는 동네에서 수백 년 된 불탑 위에 올라 저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내가 이 지구에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행을 마치며


여행, 사랑, 청춘을 결합한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꿈을 꾸고 있는 저자는 현재 예능 pd로 살아가고 있다.

긴 여행 동안 많은 사진을 담아왔고 그 사진들은 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에게 같은 하늘아래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지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을 읽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감도는 시간이었고, 편안하고 안정된 여행을 추구하는 내가 보기 힘들 장소와 풍경의모습들이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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