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씌우기 1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진명 작가님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분이 최초로 추천사를 써준 책이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고, 대부분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던 평소와 달리 추천사서부터 작가의 들어가는문까지 꼼꼼히 읽고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정보를 접하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좌절된 우리나라의 핵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팩션, 아니 팩트 사실에 가까운 비화를 담고 있어서 조심스럽다라고 작가가 언급한 것이 돋보인다. 그냥 작가의 상상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실제 방송 pd로 활동중인 저자가 보도형식으로 다루기엔 민감한 사안이고, 오프더 레코드 약속을 깰수도 없어서 소설 형식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핵개발 비사다. 즉 남핵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개발에 대해서는 잘 아는 독자도, 지난 10년 진보정권에도 핵개발 비사가 있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14p 들어가는 문 중에서

 

소설은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던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빌미로 많은 군 수뇌부에 누명을 씌워 잡아들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우뚝 서면서 박대통령의 핵개발을 싫어했던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간의 핵개발을 백지화하려는 일들이 담겨있었다. 연구소를 급습하고 과학자들을 살해하고, 핵개발을 포기하며 스스로 자주독립국가이길 거부한 듯한 그 느낌이 참으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핵포기는 물론이고 무기 국산화 사업을 포기해 무기는 전량 수입하겠다는, 말그대로 미국의 수족이 되어 놀아난 느낌이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 우리 자주 국방 사업을 내주고 있소. 세상에 이렇게 정신나간 군인들이 또 있겠소?" 129p

 

'모자 씌우기'란 표현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는, 어떤 사물의 내용이나 본질을 가리기 위하여 겉으로 내건 명목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223p

 

박대통령 시절 핵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였던 민박사가 살해당하고, 이후 20년이 흐른 후 그의 아들이 미국 정부와 여러 기업에서도 스카우트를 할 정도로 레이저 분야에서는 이름을 날리는 박사로 성장하였다. 그에게 의문사로 죽은 아버지의 일기장이 도착하고, 그는 조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숙원사업의 뒤를 잇기 시작한다. 노태우 정부의 비핵화 선언때문에 자발적으로 핵 개발의 모든 끈을 놓아버린 우리나라의 불운한 처지에 그는 절망했지만 현 대통령조차 나서지 못하는 그 비밀스러운 연구개발을 같은 연구소내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리에 붙여가며 (자발적인 미국의 스파이들이 숨어있기에)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이끌어내었다.

 

더 답답한 것은 한국의 비대칭 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엄청난 액수의 재래식 무기 구매를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무기 구입액 규모 3~4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또한 그 해외구입 대부분은 바로 미국으로부터다. 그것도 그들이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10년 정도 뒤진 무기들이며, 이것이 벌써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235p 

 

문제는 우라늄이었다. 핵개발의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될 우라늄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이 문제를 두고 예전 아버지의 친구분이었던 황공필 논설위원을 찾다보니 한창혁 박사와의 끈이 이어지고, 숨겨두었던 우라늄까지도 찾아내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마치 손바닥위에 놓고 바라보는양 하나하나 감시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도 느꼈지만 제대로 된 시설 설비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절대 뒤지지않을 기술 개발력을 발휘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 긍지까지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저자는 소설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강조했으니)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의 농간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내렸다. 김진명 작가님이 단숨에 원고를 다 읽어내려갔다는 말에 나또한 공감하게 되었다. 조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박대통령 시절에 그토록 대접받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추풍낙엽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개발, 그것이 무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물품일지라도, 이 제한되는 것은 과학 산업을 육성시키던 과거의 정책이 지금은 많이 묻혀졌기때문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본다.

 

이 소설의 끝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나라의 핵 개발 현주소를 2부가 들려주게 될것인지 기대감을 갖고 2부를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품절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바라는 만큼 다닐 수 있게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질 않아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얻곤 한다. 여행 가이드북으로 미리 여행 계획을 구상해보기도 하고, 여행 에세이 등을 통해 다닐때의 여러 노하우, 혹은 풍경의 멋진 모습등을 미리 즐기게 된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여행서로 많은 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았지만, 일생에 한번은 몽골을 만나라를 선물받고도 여태 읽어보질 못했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에 관한 문화, 소설, 다양한 여행서적등을 접하다가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반갑게 집어들었다.




여행 에세이라기보다 인문서적에 가깝다고 말하는 저자의 표현대로 맛집과 여행에 관한 직접적인 후기등을 기대한다면 번짓수는 살짝 틀렸다. 하지만, 딱딱한 인문서로만 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풍부한 경험과 학식이 녹아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지에 대한 상식과 배경 등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께서 더욱 좋아하실 장르란 생각이 들었다. 나만큼이나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시는터라 여러 여행서를 읽어보시지만, 읽어보시면 늘 호불호가 갈렸기때문이었다. 이 책은 정말 과감히 추천드릴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매혹적인 표지를 보고서도 반했지만 책 중간의 피렌체 모습을 보고서는 한폭의 그림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지경이었다. 피렌체는 토스카나의 주도이다.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번 미치게 한다. 도착할때 한번, 떠날때 다시 한번.

저자는 어디에선가 이런 글귀를 읽고, 그동안 등한시했던 (조상 잘 둔덕에 풍요롭게 잘 사는 그런 부류의 나라라며) 이탈리아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를 왜 잊었을까? 하며 르네상스를 중심 테마로 이탈리아 여행기를 계획하게 되었단 이야기였다.

과거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 중심에 있었던 이탈리아. 1000년 가까운 문화적 번성도 모자라 그 역사적 자취와 흔적만으로도 로마의 이름을 전세계에 드높이고 있는 나라.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데 서비스 정신은 그에 많이 못 미쳐 아쉽기도 한 곳. 아직 못 가본 유럽, 또 이탈리아지만, 가보지 않고 이탈리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귀가 먼저 열리는 느낌이었다.


볼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은 곳이지만, 조심해야할 소매치기와 속지 말아야 할 상술이 난무하는 곳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는 것 ( 이 책 뿐 아니라 유럽 미식 등의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숱하게 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예술가들을 반하게 하고, 수많은 작품을 낳게하고 또 작품 속 배경으로 당장하는 이탈리아-그 중에서도 베네치아 ,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진미가 있는 볼로냐,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 피렌체, 세계의 중심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그 문화적 구심점으로 자리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전설, 원형과도 같은 로마 등을 여행하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카사노바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아니 꽤 길게 등장했지만 그 다음 세대의 카사노바라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 깊었다.

'어느날 아침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다'라는 그의 말처럼 하루아침에 베네치아에서 유명해졌고 순식간에 그곳 여성들을 타락시켰다. 49p 유명해졌다라는 말이 시인으로서의 유명세를 말하는줄 알았는데 여성들에게의 인기, 오늘날의 아이돌 스타와 같은 인기를 말하는 것이었나 싶어 놀라웠다.



university와 college의 어원이 되는 설명도 재미났다. 학생조합과 교수조합이 장군멍군식으로 생겨난것이 오늘날의 대학의 기원이 되었고, 결국 볼로냐 대학이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으로 학문의 모교라는 뜻인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룸으로 이름을 개명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을 불러일으킨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가슴아프게 들렸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이 작품에 얽힌 사연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 책에서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14살의 어린 베아트리체는 너무나 예쁜 외모로 친아버지에게 겁탈을 당하기 시작해, 감금된 상태에서 22세까지 숱한 성폭행을 당해야만했다. 그녀를 불쌍히 여긴 계모와 오빠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체포되었을때 그녀의 사연을 알고 불쌍히 여긴 동네 주민들이 탄원을 냈지만 가문의 재산을 몰수할 욕심으로 교황은 그들을 사형에 처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 베아트리체가 단두대에 오르던 그 모습을 본 귀도 레니가 그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아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또 그 그림을 보고 스탕달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여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한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왔다기보다, 전반적인 재미난 이야기들을 모두 듣고 온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에 열광하는 구나 싶었다. 이탈리아에 가도 그가 책속에서 들려준 이야기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도 우리도 미래그림책 120
천 츠위엔 글.그림, 이도영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2월
절판


우리 아이는 잠을 늦게 자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바로 얼마전부터 몹시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들어 다음날 일찍 일어나더라구요. 아빠가 늦게 퇴근하다보니, 아빠를 기다리고, 아빠 식사하신후 같이 놀고 잠들다보면 늘 늦게 잠들곤 했는데,아빠 퇴근전에 잠들고, 출근 후에 일어나서 결국 며칠째 아빠를 한번도 못보게 되었어요. 아이가 잠드니 아빠도 휴식 시간이 생기긴했지만 아빠도 어딘가 애닯아 하고 아이는 아빠와 놀 시간이 부족해 아쉬워했고, 그런 아이 모습을 보니 제 마음까지 찡해져왔습니다. 그냥 좀더 늦게 자게 놔둬야하는걸까.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지금 패턴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참 여러모로 고민이 되었답니다. 결국 아이는 며칠만에 졸린 것도 꾹 참고 아빠 퇴근 시간을 기다려 실컷 놀고서야 잠이 들었지요.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 놀기도 하구요. 그렇게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인것을..



퇴근이 늦고 출근이 이를지언정, 장기 출장이 있는 직업은 아닌지라 아빠와 떨어져 잠을 자본적은 없었네요 그런데 친구 아빠들을 보면 집에 들어와 잠자는 시간이 무척 부족하거나, 아니면 수시로 해외 출장을 나가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더욱 부족한 경우가 많기도 하더라구요. 어느날 친구 딸이 아빠에게 그랬답니다. "아빠는 왜 매일 집에서 자?" 라구요. 그전에는 매일 집에 못 들어왔던 것이지요.

책 속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따뜻한 곰돌이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그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가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그림톤도 글도 그렇게 차분하게 와닿더라구요. 내용이 그래서일까요. 정말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인지라 코 끝 찡한 느낌으로 읽고, 아이에게 읽어주었어요.

아빠가 아주 먼 곳으로 6개월이나 장기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삼남매와 엄마만 두고 말이지요. 엄마와 아빠도 모두 떨어져 사는 일에 걱정이 되었어요. 아이들도 슬펐겠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떨어지는 의미를 잘 몰라 그런지 해맑은 모습으로 나왔답니다. 아니면 아이들이기에 더욱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꿋꿋이 그리움을 이겨냈는지도 모르겠구요

슬퍼보이는건 우선 엄마와 아빠였지요.

떠나는 날 아침 아빠는 일찍 일어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아빠를 기억할 선물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잊지 않았구요. 출장 간 그곳에서 아빠는 밥도 혼자 먹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바쁘게 일만 하다가 아무도 없는 텅빈 숙소로 돌아와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며 가방을 연 순간 가족의 사랑스러운 선물을 발견하고, 힘을 얻게 되지요.

그 마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코끝이 괜히 찡해졌답니다. 이 책은 아빠와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담긴 그림책이라 엄마보다도 아빠가 읽어주어야 더욱 와닿을 것 같아요. 아빠와 잠깐 떨어져 잠잤던 기억이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 아빠 근무하는 동안 외가 식구들과 여행 갔을때 딱 한번 있었네요. 아빠는 놀러간 식구들을 그리워했고, 우리도 아빠가 그리웠지만 놀다보니 잘 적응했다는 슬픈(?) 후기를 남기렵니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 기대가 되기도 하였구요 역시 가족은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힘을 내어 지내다가 비로소 가족이 한데모여 다시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였답니다.

아빠와 떨어져지내는 가족이 있다면 코끝 정도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이 찡해올, 그런 따뜻한 동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디세이
가레스 하인즈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절판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었다.

오디세이는 어렸을 적 율리시스라는 만화를 보면서, 그 끝은 어찌 되는지, 실제 원작의 내용은 어떤지 궁금했지만 당시에 내가 구할수있는 책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궁금해했던 내용이었다. 기원전 8세기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특히나 고전, 해양모험 문학의 효시로 불리울 정도라 한다. 그 내용 또한 오늘날에 읽어도 흥미진진할 정도로 재미나다. 그 옛날 그런 상상을 해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오디세이-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 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 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오디세이는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여의 트로이전쟁을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포세이돈의 아들,키클롭스에게 해를 입혀 저주를 받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후 10여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적에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운명의 주인공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오디세우스가 살아남기 위해 무찔렀던 괴물 키클롭스때문이었다. 그리고 고향에는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가 20년가까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젊은이들의 구애를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갓난아기였던 아들은 어느새 자라 성인이 되었으나 부모의 재산을 축내며 먹고 마시고 자기들끼리 즐기는 구혼자들을 혼자 힘으로 무찌를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픽 노블의 첫 시작은 오디세우스를 그만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신들의 의논으로 시작된다. 특히 아테나 여신이 나서서 아버지 제우스신께 간청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오디세우스의 뒤를 돌보며 그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이후에 10여년간 겪은 일 또한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많아 흥미진진하였다. 사람을 잡아먹는 눈이 하나인 키클롭스 괴물 뿐 아니라 황홀경에 빠지는 유혹의 열매를 주는 섬, 바람을 부리는 재주가 있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 왕의 섬인 아이올리아,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야만적으로 응대한 거인족의 나라, 사람들을 가축으로 만들어버리는 여신 키르케, 죽은 자들의 땅에서의 죽은이들을 만난 조언, 세이렌의 섬, 머리 여섯 달린 스킬라 괴물, 절대로 소(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선 안되었던 트리나키아 섬 등, 오디세이가 수많은 만화나 책의 소재가 될 수있는건 바로 그런 기이한 해양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서 걸리버 여행기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느낌으로 오디세이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쓰여진) 를 다시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신들과 각종 기이한 존재들이 가득한 이야기가 인간 세상사와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게다가 글로 가득한 책이 아닌 그래픽 노블- 일반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소설과 만화의 중간쯤 있는 단계로 느껴진다. 이전에도 몇권의 그래픽 노블을 읽어봤는데 우선 그림에도 꽤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 많고,(이 작품은 특히나 그림의 완성도가 더욱 높았다) 글 또한 많은 내용을 담아내다보니 일반 만화보다는 대화의 내용이 좀 긴 편이었다. 어쨌거나 글로만 읽어도 재미났을 오디세이를 운 좋게도 그래픽 노블로 읽어서 정말 생생한 그림으로 재연해서보니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깊은 밤 읽기 시작해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걱정했지만 걱정도 잠시, 어느 새 다 읽고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날 발견하였으니 말이다.



오디세이.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소설로 읽어도 좋겠지만 이렇게 그래픽 노블로 훌륭한 그림과 함께 보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글만 가득한 고전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그래픽 노블이라면 호기심에서라도 금새 끝까지 다 읽어내리지 않을까 싶다. 아직 유아인 우리 아이조차 엄마가 보는 이 그래픽 노블을 보더니 읽어달라고 해서 앞부분은 읽어주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

모두 제목만 익히 들어 귀에 익은 책들이고 아직 읽어보지 못해 아쉬운 책이기도 했다. 책읽기전부터도 귀에 익을 정도면 꽤 유명한 책이란 사실만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로마 서브 로사의 작가인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에 대한 소설 두권이 새로 나옴을 알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최근에 로버트 해리스 저 임페리움과 루스트룸을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기에 더더욱 로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기도 하였다.

 

이 책은 로마의 건국에서부터 카이사르의 후계자에 이르기까지의 천년의 드라마를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현해낸 작품이었다.

책을 읽기전 다른 이들의 리뷰를 먼저 읽으니 파스키누스라는 호신부가 두 귀족 가문과 연관되어 계속 이어지는 그런 줄거리라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어디에고 파스키누스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지 않아, 사람 이름과도 비슷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파스키누스가 , 유피테르 (우리가 제우스, 주피터로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최고의 신)보다 훨씬 먼저 등장한 최초의 신을 통한 징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증표로 남겨진 것은 모양이 참으로 독특한 것이었고, 그 첫 전수과정을 보고 앗, 설마 이렇게 계속 전수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살짝 얼굴을 붉혀야했다. (이것이 힌트)

 

최초에 신처럼 등장해 계속 영험한 힘을 발휘할 것 같았던 파스키누스도 가문의 멸망과 화 등을 피해갈수는 없었던 것 같다.

신화로 시작했으나 이야기는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다만 파스키누스가 끊이지 않게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놀라웠을뿐.

최초로 파스키누스를 몸에 달게 된 여인에서부터 그 후손이 헤라클레스, 혹은 카쿠스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흉칙한 외모와 사람들의 괄시로 결국 괴물이 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혈통인지 모를 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 이후로 포티티우스 가문이 로마의 명문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피나리우스 가문 역시 헤라클레스 제사에 같이 참여하는 명문가였으나 제사 당일 늦게 왔다는 이유로 포티티우스 가문에게 내장 먹는 주요 의식을 빼앗기고 늘 선수를 빼앗긴 위치처럼 되고 말았다. 후에 포티티우스의 후손 한 사람의 행보로 그의 가문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피나리우스 가문만 굳은 명문가로 살아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의 이름, 남편의 이름을 따서 아들, 아내의 이름이 정해지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로마에서는 아주 당연시되는 일이었나보다. 귀족과 평민의 이름이 다르고,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몇 세대를 내려가면서도 같은 이름이 계속 쓰이고 있어 헷갈리기도 했다. 앞의 가계도를 다시 살펴보면서 어떤 관계인가 다시 짚어보고 넘어가기를 부지기수로 했던 것같다. 어느 소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로마의 길고 긴 역사를 개국에서부터 왕정, 공화정 등의 정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들이 다르게 등장하기에 (그들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바로 파스키누스이다.) 어디까지 이야기가 흘러왔는지 다시 살펴보곤 하였다.

 

막연하게 알았던 로마의 공화정과 호민관, 집정관 등의 귀족과 평민의 대립과 충돌 이야기.

루크레티아와 베르기니아 두 비운의 여성의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중요 사건이 얼마나 크게 나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루크레티아의 이야기도 비극적이었으나 부르투스가 자신을 배반한 두 아들을 처형해야 했던 비극이나 베르기니아가 정욕을 위해 갑자기 노예라는 누명을 쓰고 사로잡혀 강간을 당하는 사건은 생각하기도 무서운 끔찍한 상황들이 아닐 수 없었다. 평민들은 분노했고, 그들을 괴롭힌 귀족들에게 가차없이 복수하였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고귀한 혈통인 포티티우스 가문의 피를 타고 난 아이를 노예로 만들어버리는데까지 불똥이 튀기도 하였다.

 

귀족의 아이가 노예가 되어 다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 궁금했는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로마의 갈리아인들의 침공사건과 맞물려 신녀와의 이루어질수없는 사랑 이야기로 전개가 되었다.

정말 놀랍기만 하였다. 이것이 바로 허구인가. 파스키누스 호신부만이 허구일까. 물론 그 시대의 모든 이야기를 현대의 저자가 꿰뚫고 있을 수는 없으니 상당부분 허구이겠지만 정말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져 허구라는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생생한 그 시대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 했다.

 

로마의 길고 긴 역사를 두 가문의 희비의 교차, 그 중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더욱 비극적인 연인들의 이야기 등이 맞물려 그냥 나열했으면 지루하기만 했을 그 역사가 너무나 흥미롭고 몰입도가 큰 그런 이야기로 새로 구성이 되었다. 정말 재미있어서 내리 읽고 싶었으나, 읽는 내내 잠시 여운을 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보니 책 읽는 호흡이 길어졌다. 그러나 분명 무척 재미있었다는 데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지루한 역사가 아니라 흥미로운 역사였음을, 로마의 역사를 다시 알게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