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래스팅 - 완결 이모탈 시리즈 6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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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행은 여기서 시작돼."

노파는 우리 발을 가리켰다. 아니, 진흙을 가리킨 건지도 몰랐다.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노파와 다시 눈이 마주쳤을때 노파의 말이 진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여행은 진실에서 끝나." 86p

 

에버모어로 시작했던 에버와 데이먼과의 만남은 이제 6권 에버래스팅을 끝으로 결말로 다가가고 있었다.

1권에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에버가 혼자서만 살아남고, 그 배후에는 데이먼이라는 불사자가 관련되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에버 또한 그의 도움으로 불사자가 된 것이다. 윤회를 거듭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데이먼과 엮여지는 에버였지만 결국 그녀를 죽이는 또다른 불사자에 의해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에버모어 시리즈로 전개된다. 계속 죽임을 당했던 에버가 불사자가 되었고, 자신을 계속해서 죽인 드리나를 죽였다. 그리고 완성될것같았던 그들의 사랑은 또 다시 등장하는 새로운 불사자들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또한 에버의 친한 친구였던 헤이븐까지도 에버를 적으로 돌리고 증오하는 대상이 되었다.

 

불운한 연인이었던 데이먼과 에버가 둘다 불사자가 됨으로써 드디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믿었지만, 뜻하지 않은 방해로 둘은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직접 접촉하면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그런 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해독제를 가진 로만이 죽음으로써 둘의 사랑은 이대로 묻혀지는 줄 알았다.

 

서머랜드라는 아름다운 환상의 장소에서 둘은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환상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장소인 섀도우랜드로 불사자 몇을 보내고 나자 서머랜드의 진흙탕, 어두운 곳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느낌의 중심에 에버를 향해 자꾸만 뭐라 중얼거리는 웬 늙은 노파가 있었다. 에버래스팅은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데이먼은 자꾸 외면하려고 하지만, 에버는 자기도 모르게 그 할머니에게 이끌려 서머랜드에 들어가게 된다. 자꾸만 늘어나는 진흙탕이 자기 탓인 것만 같았고, 그 해결의 열쇠가 에버에게 있다고 하니 아니, 정확히는 에버를 아델리나라 부르며 아델리나에게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에버래스팅에서는 놀라운 진실이 밝혀진다. 데이먼이 불사의 삶을 살기 시작한 그 이전의 전생이 밝혀진 것이다. 데이먼 뿐 아니라, 에버와 드리나, 헤이븐 등 그들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그 최초의 전생에 맞닿아있었다.

 

불사자들의 사랑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사실 이야기가 시작되던 때부터 몹시 궁금했었다. 그냥 한번에 유야무야 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에는 재미있다가도 뒷힘이 부족해 결말은 흐지부지한 영화와 책등을 많이 봐왔던 터라 걱정도 앞섰는데 다행히 이 시리즈의 결말은 그렇게 무책임하지가 않다.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사랑이야기기는 해도 충분히 책임감있는 결말을 보여줘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나의 이 짝 말고 또다른 짝을 만나 사랑하는 일을 많이 겪고, 전생에는 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거라 믿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단 하나의 사랑, 변치않는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윤회를 거듭하면서도 그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사랑. 현실에서는 사랑이란 유효기간이 무척 짧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의 사랑은 한평생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몇세기를 거치고, 그 단하나의 사랑을 위해 불사자의 명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불사의 꿈 뿐 아니라 모든 원하는 것들을 바로 그자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었던 사람들, 물질적인 풍요와 육체적 사랑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 책에서는 다시 짚어보고 있었다.

서양의 소설이면서도 인도의 차크라, 불교의 윤회 사상 등을 다루며 동양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쉽게 바라보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말해주는 사랑은 보다 더 특별한 것이 되지 않을까싶었다.

지금의 내 인연이 그렇게 쉽게 이뤄진것이 아닐 거라는 그런 믿음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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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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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기둥서방 아이돌 스타에게 나쁜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지금 가즈오가 맡은 일이다. 내가 무슨 모기향이냐. 제대로 된 젊은이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130p

 

가즈오는 회사에서 후배의 억울한 일에 분통을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덤벼들었다가 연예인 매니저라는 한직과도 같은 일을 맡게 되었다. 상대는 호시조노라는 꽃미남 스타 워처. 꽃미남 얼굴에 우아한 손짓(남자인 가즈오가 보기에 역할 정도로,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무척이나 잘 먹히는 매력적인? 동작인 모양이다)등으로 가즈오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다. 그의 첫번째 임무가 호시조노가 어느 산장 홍보를 위해 참여하게 된 일정에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딴 산장에는 호시조노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여성을 고객 타깃으로 지목해서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사람들을 특히 모았다)이 모여들었다. 아카네라는 유명 방송작가와 그녀의 비서 아사코, UFO 신봉자 사가시마, 호시조노와 매니저 가즈오, 그리고 그들을 불러모은 사장 이시가와와 그의 비서 사이노, 정체를 알 수 없는 호들갑스러운 두 여성 유미와 미키코 그들이 모인 산장에서 의문의 살인이 발생하고, 때마침 눈사태가 일어나 산장에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즈오는 호시조노의 외모와 행동만으로도 경멸감이 들었으나, 실은 호시조노가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행동임을 듣게 되자 그에 대한 사죄의 마음과 동시에 존경심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는 몹시 총명한 사람이라, 살인 사건에 대한 탐정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가즈오는 그의 조수로 그를 열심히 조력하게 된다.

 

호시조노는 극히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영업용으로 쓰는 기둥서방의 얼굴 뒤에 엄청난 지성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듣고 있는 이쪽은 머리에서 김이 피어오를것같은데 저쪽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391p

 

추리소설에서는 평범하게 보이는 사건의 설정, 고립된 눈 내리는 산장의 살인,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 모두가 한곳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라는 점, 연쇄 살인 등의 설정에다가 정공법으로 펼쳐지는 소거법까지.. 흥미롭기는 했으나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호시조노가 조목조목 짚어 설명하는 부분 (아마 이 부분을 이해하는게 백미일듯)에서는 가즈오와 다른 여성들뿐 아니라 나까지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었다.

 

소거법에 의하면, 어느 누구나 혐의를 벗게 된다. 그러나 그 중 반드시 범인은 있다. 탐정 호시조노의 말을 따라가며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다가 숨이 턱 막힐뻔했다. 헉, 그런 거였어? 그랬는데 놀라운 반전이 다시금 뒤따랐다.

 

단락별로 짤막하게 언급되는 줄거리 요약과도 같은 부분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정공법으로 달려가는 소설도 이리 재미있을 수 있음을 다시 알게 해준다. 저자인 구라치 준은 냉장고가 텅빌때까지 책을 쓰지 않아서 17년 저자 생활동안 단 12편의 작품만 내놓았다고 한다. 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결말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되는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상큼(?)한 시도의 반전이 눈에 띄었던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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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씌우기 2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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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씌우기 1권도 흥미진진한 단계였지만 그에 비해 2권의 가독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믿기 힘든, 한반도를 둘러썬 미일 양측간의 숨겨진 음모도 드러난다.

 

바로 어제 이란의 핵 물리학자가 미국 CIA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모자 씌우기를 읽고 있던 중이라 더욱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강대국 몇만 핵을 소지하려 하고, 타국이 핵을 소지하려 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으려하는 미국의 음흉한 속셈이 엿보여 책을 다 읽고 너무나 씁쓸해졌다.

1권 초반부에서 다뤄졌다가 잠시 잊혀졌던 과거의 사건들이 20년후 그 연관성을 찾으며 다시 펼쳐진다. 국정원 직원의 의문사로부터 민박사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의 연계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하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 한 민박사의 노력으로 드디어 그 원인을 밝히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 핵연구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민박사를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전문 킬러가 한국으로 잠입한다. 킬러는 숙련된 기계처럼 훈련받은 전문 살인청부업자 화이트 로즈였고, 거기에 변신까지 너무나 능해 꼬리를 잡기가 힘들었다. 그에 의해 민박사의 목숨을잃을뻔한 상황이 몇번이나 발생하였고, 한국의 핵 연구가 이대로 가라앉아버리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1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일본의 핵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한다. 사실 그간 무수히 뉴스에 거론된 북한 핵문제가 형식만 갖춘 대외 협박용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핵을 갖추려 하는데 왜 한국은 안되는가? 의문스러웠다. 미국에 의한 핵 피폭 국가인 일본마저도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단시일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풍문을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이 책은 그 두려운 사실을 꼼꼼히 되살려주었다.

 

일본 정부 말로 퓨렉스 공법은 핵무기로 전용될 위험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 공정 자체가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해내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퓨렉스 공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둘다 뽑아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은 모범생같은 방식입니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질 낮은 우라늄만 분리하고, 위험한 플루토늄은 미량의 다른 핵 물질과 혼합된 상태로 남겨둡니다. 즉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를 따로 추출하거나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일본의 핵 재처리에는 관대하고 한국의 재처리에 대해서는 핵무기 제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지요. 281p

 

다시 동북아를 제패하려는 야욕이 드러나는 일본의 행태에도 화가 났지만, 한국을 보호해주겠다는 명목만 갖췄던 미국이 사실상 일본 핵 무기 제조 전초전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물론 뒷거래를 통해) 나서줬다는 것이 너무나 쓰디쓰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야욕을 모른채 한국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핵에 관련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는 우리네 실정이 아무것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처럼 느껴져 안타까웠다. 진정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우리를 위해 이 책이 씌여진게 아닌가 싶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과거의 우리나라 핵 연구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난다면 이 책은 작가 이름은 그에 못 미치지만, 절대 내용이나 필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도 최근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들, 그리고 책 속 이야기가 사실이기를 바라고 싶은 (동북아 정세가 아닌 우리나라의 핵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마음마저 들었다. 예전에는 나도 우리나라의 핵무기 제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막고 있는 미국의 이중 잣대가 여실히 드러남을 보고 나니 왜 약소국에 대해서는 이리 억압적인지 싶어 분통한 마음마저 들었다. 정말 핵이 필요한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되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건가?  

 

정부 전체가 나서지도 못하고, 몇명의 한국인에 의해(그들의 출생의 비밀이 놀랍게 밝혀진다) 일본의 핵무기 제조를 위한 야욕과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배후에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음도 밝혀진다. 한국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으르렁거리며 덤벼들었던 부시 정부가 자신들의 뒷거래가 밝혀졌음을 알고 얼른 뒤덮으려는(그것 역시 적반하장격이라 더욱 화가 났다) 부분도 참으로 껄끄러웠다.

 

2권을 읽고 나니 모자씌우기의 진정한 재미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이용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철저하게 이중잣대를 사용중인 줄은 몰랐던 미국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내 조국의 힘이 이 정도까지였나. 왜 우리는 자주국방에 한걸음 다가서기가 이토록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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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0배 즐기기 : 부암동.북촌.인사동.신사동.한남동.이태원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권현지.윤혜진.장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절판


서울에서 한 10년은 살고 내려왔기에 웬만한 곳은 가본 곳들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펼쳐보고, 내가 못 가본 곳들이 거의 대부분이란 사실을 알고 나자 '아, 서울은 끝없이 변화하는 곳이로구나'와 '다시 가도 가 볼 곳이 무한해 좋구나' 라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내려온지가 한 5년은 되어가는 것 같다. 한 자리에 계속 있는 남산, 고궁들과 달리 그동안 타임스퀘어, 그리고 각종 카페, 핫 스폿들이 샘솟아나왔다.

버스나 기차로는 2시간, KTX타면 1시간이면 갈 거리지만, 아기가 어려 그동안은 자가용으로만 여행을 다녔기에 서울 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했다. 신랑 학회때 잠깐 하루 들렀다 오는게 전부였는데, 그때마다 최악의 교통 체증을 겪고 나자 차로는 못 갈곳이라는 인상이 신랑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대중 교통을 이용할거라면 몰라도 자가용으로 서울을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이겠지만 잠깐만 차가 밀려도 싫어하는 신랑은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여행하는 것은 머나먼 꿈과 같은 일이었다.

익숙한 곳들이 많겠지 싶었던 처음의 마음이 책장을 다 덮을 무렵에는 내가 지금 본 책이 해외 도시 관광 못지 않은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서울에 살적에도 우스개소리로 해외여행 가서 먹고 즐길 돈이면 한국, 그리고 직장 생활하는 이 서울에서도 충분히 맛집 투어하고, 재미난 즐길거리 마음껏 즐길수있다고 이야길 했었는데 요즘 나오는 서울 즐기기 책들로 인해 그 생각이 꿈이 아닌 현실로 옮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에도 여행을 못가는 사람들이 집을 떠나 호텔에서 1박하며 바캉스를 즐긴다는 뉴스들은 종종 접했다. 여행지도 아니고 서울에서 웬?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은 절대 공감한다. 이제는 서울 시민도 아니고 지방에 내려와살다보니 서울에 올라가면 친척집에 머물지 않는 이상 호텔 등 다른 숙소를 생각해봐야할 형편이다. 제주도 등의 관광지처럼 리조트형 호텔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특급 호텔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서울인지라 비행기 타고 떠나는 여행이 되지않더라도 도심에서의 멋진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또 부티크 호텔이라는 곳도 소개가 되어서 드라마나 뮤직 비디오에 소개된 감각적이고 예쁜 호텔에서 하룻밤을 청할 수도 있다. 아직 부티크 호텔에서는 자 본적이 없었는데 사진상으로 보니 무척 멋져서 한번 머물러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학교, 직장, 집,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의 만남, 나름 재미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거의 일상적이었던 그 생활을 되돌아보면 지금은 못 가본 곳들이 너무 많아 후회되는 삶이기도 하다. 그때도 서울에서 강남, 강북, 송파 등을 찍으며 무척 바쁘게 돌아다녔다 생각했는데 가본 곳이 무척이나 한정적이었던 모양이다. 못 가본 곳들 중에 명소가 무척이나 많아서 서울에 놀러가도 이 곳들을 언제 다 둘러볼수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니 말이다.

세계 맛집 투어가 하고 싶을때 간편히 떠날 수 있는 이태원 맛집 투어, 티브이에서만 많이 봐오고 실제로는 한 곳도 둘러보지 못한 북촌 8경, 청담동에 근무하면서도 막상 가로수길 카페는 한 곳도 둘러보지 않아 아쉽기만 한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 그나마 캠퍼스 투어는 다 둘러본 곳들이라 아쉬움이 덜한 편이었다.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 몇 곳 소개되지 않아(내가 다닌 모교 둘다 안 나와서 아쉬웠다는!) 아쉬웠지만 그만큼 서울에 다른 갈 곳도 많다는 이야기가 될 터이니 열심히 눈으로 사진을 쫓고, 글을 찾아 읽었다.

서울에 살적엔 몰랐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보니, 서울의 맛집 수준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

다시 올라가면 책에 나온 맛집들을 섭렵하고 내려오고 싶다. 고추장 불고기, 홍합밥, 스시, 그리고 다양한 브런치 등

국립 박물관, 전쟁 기념관 등의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도 거의 가보지 못하고, 샤갈전 감상을 위해 들렀던 서울 시립 미술관에 대한 추억만 남아 아쉬움이 짙다.

서울 인근의 가깝게 둘러볼 곳들에 대한 소개도 돋보인다. 해외여행 100배 즐기기에서도 인근 가볼만한 명소들 소개가 나왔듯이 서울 100배 즐기기에서도 그랬다. 인천, 파주, 남양주, 양평,과천 등이 소개가 되었는데 인천 국제 송도같은 경우에 말로만 듣고 가보질 못했는데 최첨단 도시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라고 하니 시간내서라도 들러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친구에게서 온 메일 한통에 더욱 가슴이 뛰었던 서울 100배 즐기기기도 하였다.

학창 시절 4년 동안 2년을 같이 룸메이트로 지냈던 친구, 지금도 동갑내기 아기를 키우며 가끔 전화상으로 목소리를 듣고 친구가 내려올때나 만날수있어 아쉽기도 한 우리의 우정, 얼마전 친구는 신랑 직장 일로 들렀던 캠퍼스 인근에서 예전 나와 함께 나누던 담소와 추억을 다시 떠올렸다며, 올해 꼭 한번 서울에 놀러오라고 같이 신촌을 다시 거닐고, 수다 떨고 그러자고 이야길 했다. 20대에 함께 나눈 그 추억을 30대에 혼자 돌아보려니 너무 아쉬웠다며 40이 되기전에 한번 또다시 같이 추억을 나누면 40이 되어 혼자 신촌에 가도 외롭지 않을 거라는 친구의 이야기에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친구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대에 버스타고, 전철타고, 그리고 걸으며 다녔던 그 모든 곳들을 다시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못 가본 곳들(예전부터 있었어도 못가본, 혹은 새로 생겨서 못 가본)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리움을 채웠다.

어떤 테마로든 즐거운 서울 여행을 찾을수있을것이다.

연인들에게는 근사한 프로포즈 명소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터이고,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고궁, 박물관, 공원 등 둘러볼 곳이 무궁무진한 서울 투어가 될 것이다. 지방보다 몇개월, 많게는 몇년은 빠른 유행이 시작되는 패션의 선두도시 서울에서 미리 쇼핑을 하고 오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책을 다 보고 나니, 서울에 10년 살았다는 말이 무색해지기도 했다. 다시 올라가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둘러보기도 힘들 느낌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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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아이밥상 -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홍신애의
홍신애 지음 / 비타북스 / 2012년 1월
품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가 소설에 붙는 최고의 찬사라면, 이 책대로 하면 정말 맛있다라는 표현은 레시피북에 붙는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예쁘게 잘 만든 책보다 맛있게 잘 만들 수 있는 요리를 가르쳐주는 책이 주부들이 가장 희망하는 책이다. 요리법이 많고 다양한것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대로 만들었을때 (하다못해 계량법까지 그대로 따라해도) 맛이 전혀 나오지 않으면 그게 잘 만든 요리책이 맞는가 의심이 가고, 이후로 그 책에 나온 새로운 요리를 해볼 엄두가 안나기도 한다. 어렵게 만든 요리가 실패작이 되면 그때의 기분은 참 씁쓸하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요리한 주부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이 짧은 경우가 많다. 좀더 자라서 한참 잘 먹을 나이가 되면 뭘 먹어도 잘 먹어서 걱정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조금씩 늘어나겠지만 이유식을 막 마친 유아를 둔 엄마들이면 대부분 야채를 안 먹는다던지, 드물게 고기를 안먹는다던지 아니면 아예 밥 자체를 거부한다던지 하는 편식이나 입짧은 아이의 식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주부 중 하나이다. 엄마가 고기를 좋아해 즐겨해줘서 그런지 고기는 잘 먹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야채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뭇잎이라 부르며 나뭇잎은 안먹겠다고 거부하곤 했는데 요즘 조금씩 노력을 해서인지 먹기 시작한 채소가 늘고 있다. 그래도 친구네 딸처럼 데친 브로콜리랑 생 파프리카도 와삭와삭 과자처럼 씹어먹었으면 좋겠고, 건강에 좋은 견과류와 콩 등도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갈수록 바램이 늘고 있다.


아이 요리책이 집에도 몇권 있는데 사실 손이 가는 요리책은 한정되어 있다. 요리 한두개 해보고 맛있는 레시피북을 골라 계속 그 레시피북만 참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 요리라는게 한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입 짧은 아이에게 맛있고 영양가 가득한 음식을 해먹이고 싶은 심정으로 아이 요리책을 사보고 서평단도 응모하고 그렇게 된다. 이 책의 경우에는 기존 평을 읽어보고 해보니 맛있었다란 이야기가 많아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며칠전 쉽게 만드는 시금치 토장국의 경우에도 보통때처럼 멸치를 잔뜩 넣은 육수로 끓였다가 된장양이 문제였는지 멸치가 너무 많았는지 너무 짜서 아이도 신랑도 잘 먹지 않아 미안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에도 마침 레시피가 나왔길래 만들려고 보니 만능육수, 해물 육수 등 저자가 소개하는 전용 홈메이드 육수가 따로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그냥 에이 내 맘대로 그냥 멸치 다시마 육수로 해야지 했는데 어제는 그래? 해물 육수부터 차근차근 그대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봤다.

마침 재료도 집에 다 있었다. 건새우가 부족해서 육수는 만들었지만 시금치 된장국에 추가로 못넣어서 그게 좀 아쉬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다른 책에도 홈메이드 육수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데 정말 순전히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평소대로 멸치 다시마 육수만 밀고 나갔는데 며칠전 시금치 토장국을 실패한 전적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좀 제대로 맛을 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맛이 나오는지도 사실 궁금했다.

해물육수라고 해서 모듬 해물을 넣어 우리는 줄 알았더니 멸치, 다시마, 건새우, 북어, 표고버섯, 무, 양파 등을 넣고 우리는 육수였다. 총 8리터의 생수가 필요했는데 냄비에 한번에 5리터가 못들어가고 4리터 간신히 들어가서, 재료 분량은 넣으란대로 넣었지만 물만 줄여진 상태로 끓였다. 끓이는 시간도 몇시간,이렇게 적혀있었으면 도전할 엄두가 안났겠지만 몇십분 내외로 오래 걸리는 시간이 아니었고 다 하고 나니 총 한시간 정도면 육수까지 완료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담이 덜했다. 나중에 2리터 정도의 생수를 더 추가했으니 책에서는 8리터, 나는 6리터의 생수, 총 세병의 생수를 부은 셈이다. 그리고 끓이면서 날아간 양, 국 끓이느라 4컵 사용한 것등을 제외하고 나니 식힌 육수를 병에 담으니 4리터가 못되게 양이 나왔다.

시금치 된장국은 짜지않고 달콤한 시금치 맛이 제대로 살아나면서도 은근한 맛이 참 좋았다. 육수 끓일때부터 신랑도 지켜봐서인지 유난히 더 맛있다고 말해주어 고마웠고, 입짧은 아가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이 귀찮아 그렇지 해물 육수를 만들어두고 나니 금쪽같은 육수긴 해도 한동안은 이 육수로 다양한 국과 나물 등까지 책에 나온 여러 메뉴에 도전할 수 있어 더욱 기분이 뿌듯했다. 밑반찬 만들어놓고 행복해하는 주부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내친김에 양지머리를 사다가 만능육수도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레시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음식이라 약간 싱겁기는 해도 신랑 또한 짠 것보다 오히려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해서 아이 반찬 중에 어른도 먹을 만한 메뉴를 만들면 어른 반찬 아이반찬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좋을 듯 하다. 그래서 가끔 매운 반찬으로 신랑 입맛 살려줄때를 빼고는 아이 요리책을 즐겨보고 있다.

든든한 기본 육수로 다른 책에서는 많이 못봤던 감자 양배추국, 콩가루 꽃게탕 등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새우와 감자로 만드는 새우 감자전도 맛있어 보였다. 기본적인 국, 밥, 반찬, 일품 요리등서부터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는 편식하는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따로 있어서 눈길이 갔다.

버섯으로 잡채를 만들어주고 몸에 좋은 천연 재료를 넣어 색색이 고운 알록달록 수제비를 만들어 (모양도 쿠키커터로 찍으면 아이가 더욱 좋아하는 수제비가 될수있다고 한다) 먹는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수제비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 더 맛있게 먹도록 하면 좋다고 하니 언제 아이와 색색 반죽을 해봐야겠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반죽하고 요리를 즐길때 항상 아이에게 멀리 가있으라고 했던 무심했던 엄마는 반성을 하게 된다.

스파게티 하나를 먹어도 동물 모양 파스타로 먹어야 맛있다 하고 주먹밥도 별모양, 하트모양으로 해주면 더 좋아하는데 수제비도 이렇게귀여운 꼴모양 하트 모양으로 찍어주면 너무너무 좋아할것같았다.

메뉴가 참 다양하다. 아플때 먹는 죽, 보양식과 파티요리 ,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평소 먹는 요리서부터 외식할 때 즐길수 있는 요리등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귀찮아도 육수 하나 만들어두면 요리과정이 그만큼 단축되면서 맛내기도 쉽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와 내일은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당장 수제비부터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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