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아빠, 엄마 하면 이름만 불러도 다들 애틋한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라는 여자가 워낙에 엄마에 대한 따스하고도 깊이있는 사랑을 담고 있어서 아빠라는 남자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감동을 줄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잠시 당황했습니다. 어? 조금은 낯선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우리 아버지와 닮은 점을 조금씩은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엄마가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엄마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더 많은 경우가 많지요. 저자분의 경우에는 아빠의 성격이 좀 급하시고 호통을 잘치셔서 어릴때부터 눈치를 많이 본데다가, 딸들에 대한 애정표현이 서툰 면이 있어서 더더욱 엄마와 같은 그런 애정을 갖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언제나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버지에 대한 은근한 사랑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엄마라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부담없는 에세이와 함께 만화 형식이 교차적으로 소개되는 이야기인데, 성격면에서는 우리 아빠보다는 이모부와 비슷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모습들, 그리고 그 간단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생각나 웃음짓기도 했는데, 아빠,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을 이렇게 되새겨보고 글까지 쓰는 일이 참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빠 탐구생활 중에 아빠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보며, 싱긋 웃으며, 못 참을 거예요.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건 아니예요. 하는 대목이 어째 씁쓸하기도 해야하는데, 고개를 옆으로 까딱 하고, 싱긋 웃는 장면이 만화가 아닌 무슨 cf를 보는 듯 해서 갑자기 웃음이 나기도 했네요. 재치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지요. 음, 그래도 아빠가 보심 속상하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딸과 아빠가 가까워지는 것은 좀 어렵긴 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도 많으시고, 밖에선 누구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시는 아빠신데, 집에만 들어오시면 엄격한 아빠로 바뀌시는 듯, 어렵긴 어려웠거든요. 이유없는 호통이나 강제성은 없었지만 엄마보다 아빠가 훨씬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었답니다. 엄마에게는 자주 꼭 안고 애교도 피우고 하면서도 아빠에게는 그게 잘 되지 않았지요. 언젠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 참 어색했었는데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생각해보면, 아빠와의 여행이 쉽지는 않아도 종종 해볼만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지금은 아기가 있어서 그때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말이예요.



게다가 대학생때 동생이 그런 말을 해줬어요. "언니 집에 전화해서 아빠 받으시면 아빠랑 통화 좀해. 엄마만 바로 바꿔달라고 하지 말고."

아빠가 늘 애들이 전화하면 왜 엄마만 찾느냐며 서운해하셨다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할 이야기가 따로 없어도 아빠와 반드시 통화하고 엄마를 꼭 찾았지요. 왜 엄마랑은 무궁무진한 수다가 아빠랑은 말문부터 막히는지. 하지만 그때 알았답니다. 아빠도 우리를 사랑하는 만큼 자식들의 거리감이 서운하셨다는 것을요.



놀란것은 어른이 되어 아빠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제가 아이를 낳고 나니 손주를 대하시는 아빠의 모습이 정말 어찌나 다정다감하신지 주위 사람들이 다들 놀라워할 정도였답니다. 어머님 말씀에도 아버님께서도 아들들 대할때와 손자 대할때가 이리도 달라질수있느냐 하셨는데, 아버님 예전 모습을 몰라 전 실감 못했지만 우리 아빠를 보면 정말 제대로 실감케 되더라구요. 어릴적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전에 무서웠던 근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으시고 오로지 귀여운 손주만 바라보시는 손주 바라기가 되셨거든요. 아기 낳고 출산이 심한 충격이었는지 꽤 오래 불면증이 지속되었는데 조리원 들어가기전까지 (너무 밀려서 쉽게 방이 나지 않았어요.) 산부인과 병실(독실이라 보호자 침대도 따로 있는 곳이었어요)에 있었는데 신랑이 감기에 걸려서 같이 잠을 못자니, 아빠와 엄마가 교대로 주무시고 가셨어요. 특히 엄마보다도 아빠가 더욱 열성적이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요.아기 백일때는 한번도 안해본 기저귀 빨래, 그것도 아기 똥싼 기저귀 빨래를 해주신 적도 있구요. 아이가 워낙 잠을 못 자서, 안아서 팔에서만 잠깐 눈을 붙이곤 했는데, 할머니 등에 업히기 전에는 안아서만 재워야해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거든요. 힘드실텐데도 늘 오셔서 아기 안아서 재워주시고, 아빠 표정에는 언제나 빙그레한 미소만 가득했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외할아버지가 안아주시면 아이가 스르르 잠들곤 해서, 여태까지도 어머님께서 그 일을 두고두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인상 깊으셨나봅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완벽하게만 보였던 (엄마, 아빠는 특히 아빠는 실수 같은거 절대 안하실 것만 같았고 모든게 완벽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 아빠도 실수도 하실 수도 있고, 그렇구나 하는 인간적인 면도 많이 보게 되었답니다. 아빠도 별거 아닌일에 화내실수 있는 거고, 엄마가 속상해하시는 모습 보면서, 결혼해 살고 있는 제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아, 남자들은 다 비슷한가? 싶은 그런 점을 말이예요. 물론 저도 화나고 엄마도 화나는 그런 상황이겠지만 여자들처럼 꼼꼼하게 끝까지 챙겨서 일하기 힘들고, 의외로 여자들보다 대범하지 못한 점들을 발견하면서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 수다를 떨게 되는 그런 일들이 생겨났지요. 저자의 이야기중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요. 결혼한 여동생은 주부 동지로써 엄마와 교감한다라는 식의 내용이요.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듯 싶네요.



얼마전 동생,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동생이 왕만두 먹고 싶대서 산 적이 있었어요. 양이 많은 포장이라 쪄서도 먹고, 설에 떡국에도 넣어야겠다고 당일에 떡만두국에 넣었더니 아빠왈, "난 이렇게 큰 만두가 싫어. 작은 만두가 좋아." 하셨다네요. 반찬 투정 전혀 안하실 것 같아도 은근히 반찬 투정 많이 하신다고, 만두 크기까지 따지신다며 "물만두 따로 사야겠다."며 엄마께서 웃으셨죠. 우리 신랑도 음식에 관한한 나름 고집같은게 있거든요. 사실 남자만 그런게 아니라 저 역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호불호가 분명하면서도 웬지 남자 어른들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낯설게 느껴진답니다. 저자분의 아빠는 어릴적 딸이 담아준 밥을 보고 "난 이렇게 담은 밥은 싫은데."라고 말해서 딸을 긴장시킨 적도 있다고 하네요. 그것 보고서 아빠의 만두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또 저자의 아빠는 된장국에 얼음을 넣어먹을 정도로 음식을 빨리 먹어야하고, 어려서 마음껏 먹지 못하고 자라서 고구마 줄기는 먹기 싫다며 누누히 역설하곤 하지요. 지금도 보리밥을 싫어하는 우리 아빠와 닮은 면이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이 여행을 자주 다닌다기에 그럼 아빠는? 하고 궁금해졌는데, 성격이 급하고 독불장군같은 면이 있어서 은근슬쩍 엄마도 아빠와의 여행을 피하시는 것 같아요. 아빠가 자꾸 홋카이도로 여행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못 들은 척 하다가, 혼자서 다녀오시라고 하신다네요. 음, 여행에 대해서도 아빠와 단둘이 다녀오시는 여행에 양가 어머님들이 힘들어하시는걸 보면 정말 그런가도 싶고, 굳이 독불장군이 아니더라도 남편과의 여행이 좀 힘든 면이 있나도 싶었어요. 사실 우리 신랑도 같이 여행가서 즐겁게 놀다오면 무척 좋을텐데 힘들면 힘들단 내색을 심하게 하고 입이 뽀로통해 있어서 여행을 즐기려는 맛이 좀 반감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전 아직 다음 여행은 꼭 신랑과 가야지 하는 마음이 남아있네요.


가정적이든 그렇지 않든, 아빠들은 분명 가족을 사랑합니다. 여자들처럼 아기자기하게 그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해도 말로는 못해도 늘 그 안에는 가족을 챙기려는 마음과 가족을 위한 마음이 가득 들어있지요. 아빠를 봐도 알수있고 신랑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저자도 아빠가 짧은 거리라도 차로 바래다주고, 또 어릴적 저자가 물에 빠질까 걱정하는 그 마음에 대해 아빠가 구해준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시는데서 안도했듯이 늘 그 든든한 울타리를 느끼고 살고 있을 거예요. 그렇죠. 그런게 아버지의 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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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기차 - 2009년 라가치 상 뉴호라이즌(New Horizons Award) 부문 수상작 뜨인돌 그림책 29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2월
절판


라가치상 수상작품으로 예전에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라는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라가치상 수상작으로는 그래서 두번째 책을 읽게 된 셈이었네요. 두 권의 책 다, 제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띄는 점이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거예요.


이야기 기차는 그림책 표지가 신선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몇번이나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기차의 느낌을 살려 놀았을 정도지요. 표지에서 이렇게 옆으로 책을 빼내면, 스르르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보통 그림책에 한번더 포장이 되어있는 겉표지나 띠지는 엄마는 꼭 끼워놓는데 아이는 빼서 휙~ 버려버리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 기차 표지는 아이 마음에 들었는지 항상 끼워놓고 좋아하더군요.


한 부인이 아이 셋을 데리고 기차에 탔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개구질때인지, 동석한 다른 손님은 아랑곳않고, 각자가 자랑하는 개인기(옆에서 보는 사람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로)를 자랑하며 부산을 떱니다. 아저씨는 아주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구요.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인은 조용히 시키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시작하지요. 착한 아이가 착했기때문에 목숨을 구한다라는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도 아이들은 재미없어하고, 같이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가, 또다른 이야기를 꺼내 아이들을 매료시킵니다.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심하게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은 또 착한 이야기야? 하며 지루해할뻔 하다가 심하게, 엄청나게라는 표현에 매료되어 아저씨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보다보니, 이 착하다는 아이,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예쁜 모습을 닮은게 아니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준 부인과 눈매며, 얼굴, 그리고 머리위 빨갛고 어색한 리본까지 똑 닮았습니다.



엄청나게 착해서 메달을 세개나 받은 소녀 베르타, 말 잘 듣는 상, 공부 잘 하는 상, 바른 생활 상 세개의 메달을 쩌렁쩌렁 걸고 다녀서 온 마을에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었고 왕자님에게까지 초대를 받기에 이르지요.



착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려서부터 저도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담은 이야기, 그림책을 주로 읽고 자랐고,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자라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육아서에도 잘 나와있지요. 착하지? 우리 아들,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야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착한 행동만 강요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나 아이가 얌전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성격이라고 더욱 그런 성격을 강요하면, 앞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위치와 나이가 되어도 절대 자기 주장 하나 마음껏 내세우지 못하고,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져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착한 것을 강요하는 책이 옳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늘 들어왔어요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런 책이 많구요. 특히 전래동화가 그렇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확 벗어난, 어른조차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제대로 그 깊이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야기 기차에는 쏙 빠져들었는데 책 내용에는 끝까지 집중을 못했지요. 게다가 끝의 결말은 저도 들려주기 살짝 무서울 정도였어요. 아이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그런 결말이라면 두려워할게 뻔했거든요. 되도록 발랄하게 후다닥 끝을 마무리하며 읽어주려고 했는데 좀더 자라서 현실과 이상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면 겁을 덜 내고 읽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착하다는 것을 강요받기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때 이 책이 와닿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진정 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물을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겠지요. 통속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신선하기도 했고, 그냥 와닿기보다 한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독특했던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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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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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님이 요즘처럼 티브이에 자주 얼굴을 내미시기 전에도 종종 티브이에서 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저자분의 책을 아직도 한권도 읽어본적이 없음에 말이지요. 그분의 일생 이야기 한토막 한토막 듣다보면 특이한 기인이 아니신가 싶었는데, 글을 읽기 않았다니요.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괴물, 황금비늘,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모두 귀에는 익은 제목들인데 그만큼 베스트셀러는 되었으나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분의 신간 절대강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냥 저자분이 살아오신 이야기만 전해들었을뿐 책속에서 만나뵙는건 처음이었는데 글이 참으로 와닿아 더욱 놀랐습니다. 시일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고 짧고 간결한 글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여백의 미를 살리는 수묵화의 장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글은 짧으나 그 안의 생각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이외수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그분의 이름을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어 그런지 그분 아드님을 만나본 일은 기억이 나네요 저랑 동갑인것으로 아는데 대학생때 친구의 친구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답니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인물도 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미인인 엄마를 닮으셨나? 싶었답니다. 히힛



대하기 어려운 지나친 무게와 깊이를 자랑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글로써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님 댁 앞에서 제자로 받아들여달라며 무릎꿇고 며칠 기다렸다는 어느 청년은 무얼 배우고 싶냐는 저자분 말씀에 "무술"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자분이 무술도 잘하시던가요? 아뭏든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


절대강자.

이외수님의 책이기에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괴롭히던 그 쓸데없는 고민들을 몰아낼수있을 것 같아 펼쳐든 까닭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 다닐때야 이런 저런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결혼 후 방콕하고 있으니 고민할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중원이 되는법,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쌓다보니 좋은 일만 있다기 보다 상처입을 일도 많이 생겨났답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더불어 일(?)로 만난 어중간한 사이에도 그렇게 마치 자신이 상사인양 정나미 떨어지게 대하는 사람을 보니, 제가 직장에 취업이라도 한건가? 직장 다닐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싶은 것이 황당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절대강자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다스려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자분 또한 당했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머처럼 숨겨져 나옵니다. 처제의 일기장 이야기는 다른데서 패러디된 이야기를 제가 전해들은 건지 , 저자분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겪으신건지, 아뭏든 다시 읽어도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입체느낌이 잘 살아있는 유물 그림은 또 어떻구요. 정태련님이 그린 그림이라는데, 우리나라 아름다운 유물의 느낌을 잘 살려 그린 것이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이외수님의 글을 잘 닮아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면서 존경하고, 그러기에 두려워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잘 드러나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이 바깥일도 잘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화장품 한번 안사주냐 묻는 아내에게, 당신같은 미인에게 화장품을 사주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받아칠 수 있는 은근한 낭만이 있는 남편, 얼마전 모 유머란에 아내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다닌다는 어느 남자의 글귀가 생각나 더욱더 비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여자랑도 사는데,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는데 라는 식의 댓글에 웃음보다는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신랑 뭐가 예뻐서 뒤치닥꺼리 다 해주고 살까 싶은 그 아내분이 말이지요. 이외수님 같은 분이라면 아내들도 힘이 나서 신랑을 위해 정성껏 내조할 자신이 생겨나겠지요. 저도 자상한 우리 신랑 앞으로 더욱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탁 막혀 답답한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실비실 웃음도 새어나오고, 잠깐 쉬어가는 여운도 느끼고 여러모로 휴식을 느끼게 될것 같네요. 개인사만 갑갑할까요. 나라일 돌아가는 것도 속상하고 갑갑한 일 투성이인데, 담아두고만 살면 쌓여서 폭발하지 않을까요. 누가 이렇게 글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테 진거 아니거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우리는 이미 절대강자인지 모릅니다. 소중한 우리 인생, 절대 하찮은 일로 쉽게 포기하거나 깊은 절망에 빠져있지 않도록 건져내고 다독이시길 바랄께요.

이외수님께 깊은 한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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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4
루이사 비야르 리에바나 지음,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이선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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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연재만화를 보니 아들이 어릴적에 자동차를 좋아하다가 좀더 크니 공룡에 홀릭하기 시작한 공룡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들도 대단한 자동차, 특히 중장비와 소방차 홀릭이라 조만간 공룡을 좋아하겠거니 했어요. 동물들 중 징그러운 악어에도 관심을 갖고, 뽀로로의 크롱도 좋아했거든요. 공룡 책 보여줘도 무서운 거 싫어하는 우리 아들임에도 무척 즐겨봤구요 새해부터 다섯살이니 이제 좋아할 시기가 된건가 ? 했는데 얼마전부터 상상의 친구로 공룡이를 만들어냈어요.



엄마 공룡이가 현관에 들어와있어 혼내줘. 나 무섭게 하니까 혼내줘.

공룡이가 어지럽히고 청소 안했으니까 혼내줘.

이런 식으로요.

물론 아이도 알고 있어요 공룡이는 예전에 다 죽고 세상에 없어서 책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이는 늘 상상 속 존재를 투명 친구 삼아 이야길 한답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은 우리나라에서 친숙한 용의 그림이 아니예요. 오히려 공룡에 가깝지요. 서양의 용은 우리가 기억하는동양의 길고 날씬한 용과 다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익룡의 모습도 많이 나오고, 여기서도 그 모습에 더 가까운데 좀 체구가 커서인지 날개가 너무 귀엽게 나와버렸네요. 어찌 되었던 공룡과 흡사해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는 용입니다.



그거 알아요?

용들은 백년에 한번 잠에서 깨어난대요.

백년에 한번씩 깨어난 용 고도프레드는 친구들 용을 만나러 갑니다. 용은 사람들뿐 아니라 들국화며 자신을 상대하는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나봅니다. 용들을 축하하기위한 공연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처음 들은 고도프레드는 그대로 그 음악에 반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바이올린을 만져보다가 그만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너무 안타까웠지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친구인 들국화가 추천해주는 일부터 시작해서요. 특히 불을 끄는 소방관, (음, 불뿜는 용이 불끄는 소방관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은 옷도 멋지고 출동할때까지만 근사했어요.

소방관일에 실패하고 고도프레드는 다시 바이올린이 생각났으나 친구는 다른 일을 권합니다. 여행가는 어때? 운동선수는? 고도프레드는 바이올린 생각이 간절했지만 친구들의 조언을 따라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추천받은 일을 해야하니 원하지도 않는데 하려해서 그런지 자꾸만 실패하게 되고 그럴수록 바이올린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깊어졌지요. 연주회에 다시 갔다가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욱 멋진 신비한 소리를 내고 큰 크기의 콘트라베이스를 만나게 되었어요.

드디어 고도프레드가 찾던 악기를 만나게 된 것이었지요 콘트라베이스라면 고도프레드 키에도 잘 맞고, 바이올린처럼 망가지지도 않을테니까요.



백년만에 깨어난 잠이어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어렵고 보람있게 느껴졌을텐데, 계속된 실패로 좌절해 있기만했다면 고도프레드가 진정으로 찾던 일을 찾아내지 못했겠지요.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뭐가 하고 싶은지를 계속 생각해왔기에 결국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연주자의 꿈을 이룬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꿈을 심어줄 고도프레드의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바이올린이 용에겐 너무 작은 사이즈지만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도프레드의 일화를 통해 배웠듯이 아이들도 꿈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패를 너무 두려워말라는 그런 교훈이 인상깊은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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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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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항상 애틋한 존재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어디있어?"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 집에오면 습관적으로 엄마를 찾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고, 늘 엄마는 포근하고 안정된 집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시면서는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어릴적에 충분히 곁을 지켜주신 것만으로도 소중한 안식이 되었다. 예전 직장 선배중 한분은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 어릴적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겠다고 호언장담하신 적이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었던 엄마가 늘 바빴기에 집에 가면 늘 열쇠로 혼자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씁쓸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분은 아기를 낳고 아직도 직장에 다니고 계시지만..



어릴적 내 모든 것의 기본이었던 엄마, 내 사랑의 가장 큰 원천이었던 엄마, 그 위대한 이름이 드디어 내게 붙었다. 아직 난 우리엄마처럼 그런 위대한 이름이 불리워질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나를 보고 엄마라 부르고 뽀뽀해주고 꼭 껴안아준다. 엄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우리를 대해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내 아이에게 하고 싶은데 마음은 그런데 늘 정신은 딴데 가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처럼, 희생적으로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그 반의반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 속 저자는 싱글이기에 결혼한 여동생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말을 한다.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한번 집에 다녀오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일년에도 여러번씩 집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마음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첩 보는 시간 역시 허투루 여기지 않고 엄마의 진심을 위해 없는 질문까지 생각해내면서 엄마와의 대화시간을 즐기는 그녀, 참으로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보러 도쿄에 올라오는 엄마께는 꼭 엄마의 패션을 칭찬해 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에 10여년 떨어져 살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결혼하고서도 친정에 가까이 살게 되어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막상 일일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드린단 생각은 못해봤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내게는 그런 딸이 없는데, 아들만 하나 있는데..엄마는 그런 날 보며 딸을 꼭 낳아야할텐데 하신다. 사실 나와 동생 모두 엄마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실제 대할때는 자기도 모르게 퉁퉁 거릴때가 많았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엄마 연세 드시는 생각은 못하는건지) 어릴때와 달리 엄마를 짖궂게 놀리기도 하지만(예를 들어 건망증이라던지, 엄마의 독특한 습관 등) 그럼에도 엄마는 우리를 늘 사랑으로 대하신다.

여행갈때 손톱깎이까지 갖고 다닌다는 저자의 엄마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바로 같은 경우를 겪고 나서 깔깔 웃고 말았다. 논산에 다녀올일이 있었는데 아이 손톱이 긴데도 미처 깎아주질 못해 아이가 자꾸 얼굴을 긁다가 상처가 생겨 걱정만 하면서 차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손가방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시는게 아닌가? 오잉? 책 속의 엄마가 여기도 계셨네.



편안한 에세이와 함께 저자의 만화가 에피소드로 다시한번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후딱 다 읽고, 우리 엄마를 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참 열심이신 엄마, 직장 일도 집안일도 모두 만능으로 척척 잘해내시고, 우리에게도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시는 내 영원한 사랑, 그 사랑을 이젠 나에 이어 우리 아이에게까지 이어주고 계시니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요 녀석이 그렇게 예뻐해주신 공도 모르고 자꾸 외할머니에게 퉁퉁거려서(최근에 무척 바쁘셔서 좀 못놀아주셨다고 아이가 좀 토라졌나보다) 나까지 죄송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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