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 김치
강순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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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김치 한 그릇 있으면 밥 한그릇이 그냥 뚝딱이다. 아니, 한 그릇 더를 외치게 되기도 한다. 우리 엄마 세대만 해도 김치를 담가 먹을 줄 아시는 분이 대다수에 이르지 않나 싶다. 그런데 바로 우리 세대, 피자와 햄버거 등에 익숙한 우리 세대만 해도 김치를 담글때 옆에서 보조를 하거나, 어깨너머로 보기는 했어도 평생 내가 직접 담가 먹게 될까에 자신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일년에 몇천포기 (도대체 감이 오질 않는다)의 배추를 절이고, 200여종이 넘는 김치와 130여 종의 장아찌를 담그며 나주 나씨의 종가의 맛을 지켜온 종부 강순의님의 글이 있다. 그렇게 많은 김치는 이름을 대라해도 못 댈정도인데, 직접 담그고 손님상을 치뤄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24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남편 얼굴을 일년에 한두번 볼까 말까하며 새벽 네시에 일어나 솜씨 좋은 시어머니와 시할머니에게 배운 솜씨로 오늘의 김치 명인이 되었다는 강순의님.

강순의님의 김치 솜씨는 우리나라의 요리연구가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솜씨이자 해외에서도 배우려고 찾아오는 그런 국보급 솜씨라 하였다. 예전에 즐겨보던 인간극장에도 나오셨다는데 요즘에 인간극장을 못 본지가 오래 되어서 (티브이 자체를 못 보고 살아서) 미처 티브이에서는 만나뵙지 못하였다.


그녀의 여문 손맛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그녀가 사회에 조금씩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어려운 형편에 부조대신 보냈던 폐백음식과 이바지 음식 솜씨에 그녀가 곁들여 보냈던 장인의 김치맛까지 더해져 입소문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맛을 함께 하는 신랑은 행복한 사람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자랐으나 엄마가 없이는 더 이상 그 맛을 보기 힘든 아들들은 불행하다란 말도 언급되었다. 정말 남편이 솜씨좋은 어머니 밑에 자란 며느리들은 그 입맛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국보급 솜씨를 지닌 그녀의 아들들이라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겠다. 나 또한 다른 것은 요리책을 보고 흉내를 내겠지만 김치 만큼은 어머님들의 영역 같아서 도저히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하지만 워낙 먹거리에 장난을 많이 치는 세상이다보니 사먹는 김치는 못 믿겠고, 지금처럼 어머님들의 양가 김치 맛을 평생 보며 살 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내가 김치를 손수 담가야겠지 하는 막연한 불안함이 생겨 좋아하는 레시피북으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 중 우리나라 최고 요리사들도 부러워하는 솜씨를 지녔다는 강순의님의 요리 비결이 나왔다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시사철 참으로 풍성한 김치 반찬이 나온다.

보기만 해도 뜨끈뜨끈 흰밥을 곁들여 쭉 찢어 한입 턱 먹고 싶은 그런 맛깔스러운 김치들, 사진을 보자마자 입에 침부터 고였다.


레시피에 앞어서 명인이 되기까지의 고된 인생이야기와 더불어 양념과 재료 고르는 법 등이 소개되었다.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데 정성스럽게 고른 좋은 재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래 보관해야하는 김장김치에 새우젓이 아닌 생새우를 넣어야 김치 맛이 개운하면서도 시원하다는 것은 처음 배운 사실이었다.



요리레시피북에 최종 완성 사진뿐 아니라 중간중간 요리과정 샷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어야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된다. 재료와 양념 등은 기본이고 요리과정도 작은 사진으로 수록이 되었다. 종부의 노하우는 레시피 밑에 따로 수록이 되어 기억하기 쉽게 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요리마다 종부의 이야기가 더해져 봄동 겉절이의 경우, 펼쳐진 모양으로 자라 떡배추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봄동의 설명서부터 맛있는 요리에 얽힌 집안 풍경등의 이야기가 살갑게 더해진다. 말 그대로 스토리가 있는 레시피북이 완성되었다.



시금치와 콜라비 등으로도 김치를 담고, 미나리 물김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보인다. 미나리에 있을 거머리를 제거하기 위해 한시간 정도 놋수저와 함께 담가두면안심이 된다고 한다.

익숙한 김치들도 많이 선보이고, 가지 김치 등 예상치 못한 재료로 만드는 김치도 색달랐다. 몸을 차갑게 만드는 가지는 여름에 더욱 어울리는 채소라 한다. 색이 짙고 생기가 있어보이는 것을 골라 소금물에 살짝만 절여 세우서 절이는 것이 포인트.

노하우를 이렇게 집에서 앉아 배우다보니, 40년 손끝에 김치물을 들여가며 하루종일 종종 걸음으로 배운 종부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들었다.


봄, 여름, 가을 , 겨울 사 계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김치를 배우고 나서는 종가 음식 소개가 이어진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달걀찜 등의 기본 반찬서부터 멸치 고추장 무침, 잡채, 애호박 들깨탕등이 이어진다. 정월 대보름에 해먹으면 좋을 나물 14가지가 소개가 되고, 자연을 담근 140여가지의 장아찌 중 계절에 알맞는 장아찌 몇십종이 소개가 되었다.

언젠가 울릉도의 명물이라는 명이나물 장아찌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맛이 좋았다.

친정 엄마께서도 도대체 이런건 어떻게 만들까 궁금해하셨는데 그 명이나물 장아찌도 레시피가 소개되어 엄마께도 알려드리고픈 소중한 레시피였다. 나같은 초보 주부뿐 아니라 수십년 노하우를 간직한 베테랑 주부들조차도 이 책에는 미처 안해본 김치와 장아찌 등이 많아 따라해보고픈 요리가 많을 소중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의 김치를 하나하나 따라하다보면, 초보자 맞냐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김치 하나만으로 밥 한그릇 뚝딱하겠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가까이 함으로써 든든해지는 고마운 노하우를 얻은 그런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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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대장일까? 동물지식그림책 1
김영주 글, 손동우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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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 밀림의 왕이라는 존칭 뒤에는 늘 사자나 호랑이가 따라붙었던 것 같아요. 사자가 있으면 사자가, 사자가 없는 경우 늘 호랑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곤 했지요. 다른 동물들보다 힘도 세고, 잡아먹는 포식자 중 으뜸에 있으니 동물의 왕으로 손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산중호걸이라는 노래에도 호랑이 이야기가 등장하잖아요. 그런데 그 생각에 살짝 반기를 든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로 누가누가 대장일까? 예요.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호랑이가 가장 먼저 앞장을 섭니다. 자기가 가장 힘이 세니 대장이라구요.

하지만 힘도 덩치도 무척 센 코끼리를 비롯해 다른 동물들도 이번에는 뒤지지 않고 맞섭니다.

그래서 결국 사육사 아저씨에게 가서 물어보기로 했어요.



사육사 아저씨는 "이빨이 가장 많은 동물을 대장으로 하자!" 말합니다.

"이빨이 많으면 지혜롭대. 지혜로운 동물이 대장이면 좋잖아." 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나라 임금의 기원이 되기 시작한 신라 시대의 이사금이라는 명칭도 이빨의 수와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옛말에 이[齒]가 많은 사람, 즉 연장자는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聖智人)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하였으며, 김대문(金大問)도 치리의 방언이라고 설명하였다. 유리왕과 탈해왕이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가, 이의 수효를 세어 유리왕이 먼저 즉위하였으므로 왕호를 이사금으로 하였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사육사 아저씨의 답변도 여기에서기인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동물들의 이빨 개수 자랑이 시작됩니다.

또 사육일지를 통해 동물의 이빨 개수에 따른 식성과 식습관 그리고 독특한 치아 설명 등이 곁들여지는게 특색이 있네요. 자연관찰을 살짝 겸할 수 있는 동화인 것 같아요.


호랑이가 의기양양해 30개나 되는 이빨을 자랑했는데 코끼리는 이가 여섯개뿐이지만 절대 뒤지지 않는 쓸모를 갖는다며 이야기합니다.그런가 하면 방울뱀은 100개나 넘는 이빨이 있다고 하네요 방울뱀의 등장에 두꺼비는 거품물고 쓰러져버렸지만 말이예요.


이빨이 많은 동물도 등장하지만, 이가 없이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홍학 등의 이야기도 소개가 되지요. 이와 동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상어, 돌고래, 등등까지 등장해서 누가누가 이빨개수가 더 많나를 경쟁합니다.

도대체 동물원에서 이빨수가 가장 많은 동물은 누가 될까요?

누가누가 대장이 될까요?

아무래도 호랑이는 아닌 것 같네요.



벌써부터 밀리기 시작했으니 말이지요.

아이와 함께 동물들의 입안을 함께 들여다볼 재미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거울을 들여다보며 우리 이빨 개수를 세어보는 것으로 즐거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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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타면 안전해요 - 교통사고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Safe Child Self 안전동화 2
최승필 지음, 이경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11월
품절


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들, 카시트가 있는 아빠차 말고도, 수시로 삼촌, 이모,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차 등을 즐겨 타게 되었다. 차를 탈때 뒤에 잘 앉아가곤 하지만 한때는 조수석에 앉아서 앞에 있는 이런 저런 장치를 만지겠다 하여 깜짝 놀라 못하게 하길 수십번이었다. 어릴적부터 무척 주의를 주어도 핸들서부터 아이가 만지고 싶은 것이 무척이나 많은 듯 했다. 모든 아이들이그렇겠지만 남아는 특히 그게 더 심한 것 같다.



친구 딸 같은 경우에는 아이챌린지 등을 보고 차 안 이것저것을 절대 만지지 않는다 하였으나, 우리 아이도 똑같이 본 호비였으나 자동차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다보니 금새 잊어버리고 또 만지고 싶다고 떼쓸때가 많았다. 안된다 타이르면 말 들을때도 있지만, 뭔가확실히, 안되는 까닭에 대해 그림책 등을 통해 설명해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아이와 무척이나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의 의도와는 별개로 아이가 스스로 궁금한게 무척 많은 눈치여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하나하나의 사례를 그림동화처럼 읽어주니 왜 안되는 건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 등등을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고 하는 식이었다. 책에서도 아이들이 실수로, 혹은 잘 몰라서 부주의해서 큰 사고가 날뻔한 그런 일들이 종종 소개가 되었다.


자동차가 서 있다고 근처에서 안심하고 놀다가 (요즘은 워낙 아파트 전체가 주차장이 되다보니 서있는 자동차가 무심결에 안전하게 느껴지니 큰일이다) 사고가 날뻔한 이야기서부터 초록불이라고 깜빡거릴때 뛰다가 신호가 바뀌어 당황한 이야기. 알루미늄 풍선을 들고 전철을 타다 그만 전철과 승강장 사이 구멍에 발이 끼인 사고, 요즘 아이들 사망사고로 이어져 너무나 무서웠던 유치원 버스 기다리기, 아빠 자가용 등을 탈때의 예절 등등 우리 아이에게 안 그래도 들려주고 싶었던 교통 질서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모두 한데 모여 있었다.


이렇게 하지마, 큰일나. 그 큰일난다는게 아이들에게는 당장 결과를 알수없으니 막연하게만 느껴질수도 있다. 그래서 정작 큰일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게 문제였다. 예전에 티브이를 보니, 일본 유치원 아이들은 유치원에 갈때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다니고,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죽을수도 있어요." 하고 아이들이 태연하게 대답해서, 리포터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문율처럼 그런 말은 금기시 되곤했는데, 오히려 큰일나 등의 애매한 말이 아이들에게 별거 아니란 인상을 주게 되므로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극단적인 경우까지도 아이가 알아야 교통 질서를 지키는 가장 큰 기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그래서 나도 무서운 말일지언정 아이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느냐, 등을 물어보면 사고가 나면 다칠수도 있고, 그 다음엔? 하고 물으면 죽을수도 있다고 답해주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이번에는 어머님 오셨을때 자동차를 부딪히며 아저씨가 죽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번 강조해 말을 해서, 도대체 누가 죽었다는 것을 가르쳤냐 걱정하시는 바람에 몸둘바를 모르기도 했다. 아이 교육은 참 어렵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나기 전에, 왜 조심해야하는지 원인서부터 가르치는 것은 꼭 필요한 일 같다.

특히나 앞으로 3월부터 당장 아이가 놀이학교에 다니면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니 그런 주의가 꼭 필요하단 생각이었다.

차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고, 남보다 먼저 타고 싶고, 등등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위험해, 안돼, 하고 엄마가 붙잡고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아이 스스로 간접 체험을 해보고 깜짝 놀라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도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수 없다.



안 그래도 아이에게 꼭 필요한 설명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한권의 그림책에 모여있어서 아이에게 바른 교통 안전 교육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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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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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책의 목차가 모두 이소룡의 영화 제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소룡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그와 혼연일체가 되고 싶었던 짝퉁 인생, 영화만 보고서도 스스로 무술을 닦아가면서 무도인의 길을 걸으려 했던 나의 이소룡 삼촌의 영화와도 같은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책 초반에 서출 이야기가 나와서, 설마 홍길동전의 그 서출? 했더니 역시나 ..내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었다.

공부는 잘했지만, 남의 감정 고려않고 불쑥 말 내뱉기를 좋아했던 형이 밥상머리에서 삼촌이 서자출신이냐고 물었던 것처럼, 삼촌은 나와 우리 형과 몇살 차이 나지 않은 형제같은 연배였으나 할아버지의 숨겨놓은 아들, 즉 이 집안의 서자 출신이었다. 그러다보니 문중 사람들이 대부분인 씨족사회 농촌에서 삼촌은 어려서부터 늘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었고, 눈치를 주지않아도 스스로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신세기도 했다. 그런 그를 받아들여준건 할머니였고, 살가운 정을 베풀어주진 않았어도 늘 울타리처럼 삼촌에게 기댈 그늘막이 되어주는 존재기도 했다. 공부는 잘 못했지만 몸 쓰고 싸움 하는 일에는 재능이 있어, 이소룡의 무술 영화에 심취하여 혼자서 영화를 보고 무술을 닦은 솜씨가 제법이 될 정도로 짝퉁이지만 그 나름대로는 처절한 나름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어릴때 문중 제사에 나서야 해서, 그 후로 말을 심하게 더듬게 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터라, 자신의 무술 솜씨를 과시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에게 괜히 시비를 걸어온 도치를 비롯한 여러 불량배 앞에서 나중에는 아비요~ 소리를 절로 내며 홀연히 상대하고 사라지는 학원계의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 되기도 한다.

 

초반은 그렇게 쿡쿡 웃음을 주는 일들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독극물의 귀재가 되어버린 오순이, 하루 호떡 100개씩을 먹다 결국 토사물로 장관을 연출해낸 도치와 수렁에 빠진 토끼 등등, 삼촌과 그의 주변상황이 알고보면 힘든 인생사들임에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입담이 무척이나 재미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소룡을 갈망하는 그가 앞으로 어떤 역경을 헤쳐나갈지 모르겠다는 암시의 글들을 읽으면서도 배우가 되지 못한채, 혹은 단역배우가 되어 코믹한 일상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잠깐 착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그리 밝은 분위기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 어두운 면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것이기도 하고, 어렸을때부터 언제나 그랬듯이 삼촌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도, 그냥 지나가던 그를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 거의 사람을 반 죽음 상태로 만들어 돌려보내기도 한다. 운좋게 살아남았을뿐, 거의 재미삼아 혹은 본보기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무고한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연관없는 사람이 읽어도 치가 떨리고 두려워질정도로 극악 무도함만이 남아있었다.

 

피해갔으면 좋았을 그런 시절을, 삼촌은 아무 잘못도 없이 수렁처럼 엮여 모진 고초를 겪고 나오기도 한다. 삼촌의 인생에 전과라는 것이 생긴것도 사실 우연과도 같은 일이었다. 자꾸만 꼬여가는 인생, 단지 그는 이소룡을 흠모하고 무도인의 길을 걷고 싶었을 뿐인데 자꾸만 인생은 평범함을 넘어서 시련으로만 치닫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화자는 그보다 몇살어린 나, 조카인 나 상구였다.

그러기에 삼촌의 이야기 속에 중요한 화자로 등장함과 동시에 나의 친구인 종태의 이야기또한무시못할 비중으로 등장했다.

사실 나와 종태는 참으로 가까운 친구라 할 수 있었는데, 나의 치졸한 질투의 희생양이 된 종태는 아버지가 농약먹고 자살한 아들은 교도소나 들락거리는 인생이 되는 거라는 그의 말처럼 처절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린 소년의 질투어린 장난이라고 하기엔 많이 지나치기도 했다.

그럴수도 그럴수도.. 하고 주억주억하던 고개가 차마 더이상 주억거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꼬여버린 삼촌의 인생만큼이나 종태의 그것도 참으로 안타까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이것저것 재어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순박하기만 했던 삼촌과 종태가 어둠의 그늘로 깊이 빠져 앞이 보이지 않는 듯 보이는데,2부에서는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모든 소설은 결국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 천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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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젬 명작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야센 기젤레프 그림,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다양한 버전으로 많이 세상에 나와 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존 테니얼의 삽화서부터 디즈니 특유의 만화 (내가 기억하는 것은 디즈니의 앨리스였다.) ,그리고 팀 버튼의 영화 앨리스까지.. 이번에 어른이 되어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릴적 디즈니 만화에서 본 파란 치마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노란색 긴머리 소녀가 아니라,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앨리스가 등장하고, 공중에 떠다니는 물건 등의 무중력 상태가 그림에서 그대로 전해오는 신비한 삽화의 앨리스였다. 그림을 그리는데만 장장 6년이 걸렸다고 하니 더욱 주의깊게 그림을 보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무섭지 않을까 싶은 표지였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보다는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라 한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읽은 그림책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과는 참 격세지감이다. 요즘 아이들은 백일서부터 그림책을 보여주고 노출시키는데 우리 어릴적엔 그런 일이 많지 않았던 듯)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디즈니 만화로 된 그림동화 앨리스였다. 내용은 많이 생략된 간단한 그림책이었는데 그림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앨리스가 자기 눈물에 빠져 유리병 속에 들어가있는 장면 하나가 아직도 신비하게 기억에 새겨져있다.

 

이 책에서는 원작의 글의 느낌 그대로를 살려내었고, 그림 또한 새로운 기법,고무를 투명한 수채화 물감에 섞어 그려 불투명한 느낌을 살려주는 구아슈라는 공법으로 그림을 그려, 그만의 독특한 색감과 재질감의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아마 존 테일러 이후 수많은 삽화가들의 작품이 있어왔으나 존 테일러의 그림의 인상이 워낙 깊어 새로운 작가의 그림이 빛을 발할 기회가 없었기에 (원작을 넘어서는 후속작은 만들기 어렵다는 속설처럼) 더욱 고심을 해서 자신만의 앨리스를 완성해낸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성이 깃든 그림이라 작품을 대하는 심정으로 보고 또 보게 되는 끌림이 있었다.

 

어릴적에 읽은 앨리스는 그냥 스토리 그 자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버린 앨리스의 이야기였는데, 원작을 잘 살린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영미 문화권의 아이들에게는 더 재미났을 영단어 말장난 같은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번역이 되면 그 뜻이 많이 무색해졌을테니.. 우리 어릴적에 그런 대화가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기억나는건 왜 공작부인의 아기가 뭘로 변했냐, 무화과냐 돼지냐 묻는 체셔 고양이의 질문이었다. 무화과와 돼지가 어쨌다는 거지? 뜬금없이 등장한 무화과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무화과가 영어로 fig이고, 돼지는 pig이니 잘 못 알아들었으면 그렇게 물어볼만도 한가보다. 아뭏든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갖고 비슷하게 말장난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 이상한 나라의 여러 설정 뿐 아니라 놓치지 않았어야할 부분들이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니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었다.

 

"우리는 바닷속 학교에 다녔어. 교장선생님은 연세가 많으셨어. 우린 그를 종종 민물거북 선생님이라고 불렀어."

"바다거북을 왜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어요?"

앨리스가 물었다.

"우리를 가르치셨으니까 민물거북(tortoise)이라고 부른거야! 넌 정말 둔하구나!"(영어로 '우리를 가르쳤다(taught us)'와 '민물거북(tortoise)'는 발음이 비슷하다-옮긴이) 169.170p

 

어릴 적 이 장면은 왜 있는건가 싶었던 부분이 모자장수와 3월 토끼, 그리고 겨울잠 쥐의 다과회에 끼여든 부분이었는데, 특히나 맨 끝부분 찻주전자에 겨울잠쥐를 집어넣는 모자장수와 토끼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휘그당과 토리당을 상징한다는 모자장수와 토끼, 그리고 그 사이에 어정쩡 불편하게 끼어있던 겨울잠쥐는 바로 국민이라고 한다. 원작뿐 아니라 옮긴이의 말에 우리가 몰랐던 앨리스의 배경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어른들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양 정당이 어떻고, 국민이 어떻고 이렇게 이해하며 복잡다단하게 책을 이해하려 들지만,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저 재미날 뿐이고 (지금 읽으려니 어릴 적 읽던 재미보다는 더 난해하게 느껴졌다. 지금 백프로 이해를 다 해야만 읽을 수 있다 믿었던 그림책들이 아이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어릴적, 또 어른이 되어 읽은 앨리스의 차이를 인정하며 느끼게 되었다.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은 충분히 다르고 받아들이는 감정도 다르다.) 그 재미를 진정 느끼기 위해서는 단어의 말장난까지 이해할 수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홍학과 고슴도치로 크리켓을 치고, 몸이 계속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말하는 토끼와 카드 여왕, 병정들을 만나보는 경험도 충분히 색달랐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진 배경이 저자 루이스 캐럴이 같은 대학 총장의 어린 딸 앨리스를 위해 들려주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얼마전 다른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어릴적에야 저자의 작품 서술 후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바였고, 자신은 정작 아이가 없는데 어린 앨리스를 무척이나 예뻐하여 이렇게 길고도 긴 이상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주게 된 배경을 생각해보니 (옥스퍼드 대학강사였던 루이스 캐럴과 옥스퍼드 대학 총장딸인 앨리스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국 옥스퍼드에 가서 앨리스를 떠올린다는 그런 이야기를 영국 여행서적에서 읽었다.)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좀더 언급이 되었다. 저자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은 옥스퍼드에서 장학금을 받을때의 조건이었다한다. 독신으로 살며 성직자가 될 것이라는 단서하에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가 독신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으니 그 사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최고의 고전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하였으나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위해서는 참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더 사달라 말할 것도 없이 그저 있는 책만큼만 읽었던 어린 시절이기에 또 지금처럼 검색이 원활히 이뤄지는 시기도 아니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나와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이 쓴 아류작도 아니고, 루이스 캐럴이 쓴 원작 후속편이라고 하니, 조만간 꼭 찾아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짬짬이 케이블 티브이로만 보았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제대로 찾아 처음부터 다시 보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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