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사랑한 늑대 - 수의 쓰임 456 수학동화 1
김세실 글, 김유대 그림, 강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월
품절


어렸을 적에는 무서운 동물도 곧잘 좋아했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무서운 동물을 싫어하게 되었다. 또래 여자 친구는 사자도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한다는데, 무서운 동물이 꿈에 등장을 했는지 우리 아이는 무서운 동물이 겁주는 스토리 등을 유달리 싫어한다. 이 책은 늑대가 등장해서 아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표지를 보자마자 아이가 "이건 눈이야?" 하고 물으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정말 늑대의 두눈이라기엔 너무나 똘망똘망해보이는 귀여운 늑대 모습의 표지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노란색 퍼즐도 들어있었다. 수학동화 시리즈에 같이 즐길 여러 게임거리가 들어있지만 특히나 퍼즐은 아이가 요즘 한창 관심이 높은 게임이라 동화책 다 읽자마자 냉큼 꺼내달라고 해서 알록달록한 퍼즐을 열심히도 맞추어냈다.


수학동화 시리즈가 4~6세 용이라 그런지 4세인 작년부터 우리 아이가 즐겨보고 있는 시리즈이다. 다섯살이 되니 한해가 또 달라서 작년보다 확실히 이해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4세 등의 어린 나이에는 우선 스토리 위주로 재미나게 읽어주면서 가까이 하게 하면 좋을 것 같고, 뭔가 좀더 똘망똘망해진 올해부터는 제대로 숫자 개념을 익힐 무렵이니 숫자와 함께 스토리를 깊이있게 이해하게 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양을 한마리씩 잡아먹기만 하던 늑대가 어느날, 양치기 소년이 양을 세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숫자를 깨닫기 시작하였다. 숫자 세기에 재미들리던 늑대. 한참 그 재미에 빠져서 더이상 양도 잡아먹지 않게 되었는데, 살은 빠지고 힘이 없어졌지만 숫자 세기의 재미를 잃어버릴 수가 없었다.


심술궂고 못된 늑대에서 숫자를 셀줄 아는 늑대가 되어, 친구늑대들은 이해못하는 지성 늑대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반짝반짝 재미난 발상인가?

숫자를 몰라 그저 감으로 몰려다니던 다른 늑대들과 달리 수를 아는 늑대는 시끄러운 새가 울고 있는 나무가 몇번째 나무인지, 통통한 토끼는 몇번째 굴로 숨어들었는지 등을 너무나 쉽게 알아맞힌다. 게다가 빨간 두건 소녀를 만나 (이건 모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라, 동화를 아는 친구들은 아마도 더욱 반갑게 읽었으리라) 원작대로 스토리가 흘러갈뻔했는데, 늑대가 수를 알고 있다는 그 한가지 차이점으로 인해 반전과도 같은 스토리로 이어진다.



친근한 친구처럼 느껴지는 늑대의 이야기.

더이상 늑대가 무섭게 느껴지지도 않고, 숫자를 안다는 친구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늑대의 이야기이에 귀여운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재미난 이야기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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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 대한민국 숨어 있는 맛집 90
한국여행작가협회 엮음 / 예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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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에서 잠깐 외식을 할라쳐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검색에 들어가는데, 하물며 여행을 가서 아무거나 먹고 온다는것은 이제는 어불성설이 되어버린듯 하다.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집이 충분히 있거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맛없고 값만 비싼 음식을 먹고 여행의 기분을 망치는 건 아깝게 시간내어 간 여행에 대한 기본 도리가 아니란 생각도 들어서, 여행에 앞서 가장 먼저 준비하게 되는 건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숙소와 더불어 주변 맛집 정보가 되었다. 먹기 위해 떠나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행의 소소한 재미이자 큰 몫을 차지하게 되는 별미를 빼놓을 수가 없으니 내게는 먹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여행을 업으로 삼는 여행작가들의 여행지의 맛집은 어떤 곳일까? 그들의 맛집은 분명 특별할게 틀림없다. 그리고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한 사람도 아니고, 여행작가 협회의 일원들이 모여 낸 책이라고 하니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우리나라 곳곳을 탐방하면서 찾게 된 숨은 맛집, 혹은 기존에 유명하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먹어보고 추천할만하다 하여 실리게 된 맛집들이니, 검증된 입맛들이 아닐까 싶었다.


막국수를 즐겨 먹지 않았었는데 춘천에 가서 막국수 맛을 한번보고 나서는 그 맛에 단단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한번 더 맛보고 싶어서 도심에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을 찾아다녀봤지만 춘천의 그 맛을 살려주는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로지 막국수 하나만을 먹기 위해 춘천으로 여행하기도 여러번. 그 중 책 속에 언급된 샘밭 막국수도 내가 즐겨찾던 곳 중의 하나였다. 매콤달콤한 그 맛, 입에 착착 감기던 그 맛을 서울이나 대전에서는 찾아내지 못했었다. 제주도는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가는 기분으로 갈 수있는 곳이라 좋아하는 여행지였고, 전국의 또다른 여행지 중에서 춘천을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것은 오로지 막국수 때문이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니었다. 그만큼 맛집은 여행의 큰 일부를 차지하게 되었다.



저자들의 맛집 소개에는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도 곁들여져있다.

어릴적 한상 가득 차려진 밥상을 받고 싶어서 생일상을 그렇게 받고 싶다고 울며불며 보채니, 엄마가 난생 처음 장에 나가 무를 팔아 사오신 해물과 생선으로 상을 차려주셨다 한다. 그리고 엄마는 감기를 심하게 앓으시고 말이다. 저자는 이후 한정식보다도 엄마가 해주신 무밥, 시래기 밥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되었다 한다. 식당에서 무밥을 파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저자가 찾아낸 무말랭이밥과 시래기 밥상을 차려주는 맛집들이 소소한 서민의 입맛을 살뜰히 챙겨줄성 싶었다.



짬뽕도 맛집에서 먹으면 격이 다르다!

어릴적부터 짬뽕과 짜장 사이에 고민을 많이했다는 친구들과 달리 매운 짬뽕은 늘 내게는 배제 대상이었다. 어릴적에 내 고민은 우동과 짜장이었고, 거의 짜장의 일반적인 압승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짬뽕으로 소문난 집에 가서 짬뽕을 먹어보니, 짜장의 맛을 잊게 할 정도로 정말 매콤하게 어우러진 해물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엄청나게 허름한 집에서 할아버지가 무뚝뚝하게 말아내시던 짬뽕, 지저분하기도 해서 식욕이 떨어질때도 있었지만 큼직큼직한 양배추와 풍성한 해물들을 떠올리면 다시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에는 인천, 서울, 수원의 독특하고도 맛있어 보이는 짬뽕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갈비와 해물을 접목시킨 짬뽕서부터 해물탕인지 해물 짬뽕인지 헷갈릴정도로 풍성한 해물을 자랑하는 짬뽕까지..

짬뽕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니, 맛있는 짬뽕을 찾기 위해서라면 맛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도 아쉬움이 남지 않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입맛이 아직 어른스럽지 못하다보니, 곰치국, 민물고기, 어죽 등은 여행지는 커녕 아예 먹어볼 시도조차 하질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들과의 여행이라면 시도해봄직하단 생각이 들었다.늘 내 입맛 위주로 식단을 짜다보니 부모님들 좋아하실 곳을 찾아보지 못했었는데, 대전에서 가까운 충북 옥천에도 어죽으로 유명한 식당이 두군데나 있다고 하니 옥천에 가면 늘 먹었던 올갱이 국밥 외에 어죽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처 먹어보지 못했던 경남지방의 별미 돼지 국밥, 경주에 놀러갈적마다 맛집을 못 찾아 늘 전전긍긍이었는데 종가의 전통 한정식맛을 볼 수 있다는 경주의 요석궁, 밥도둑 게장의 진정한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게장 맛집들까지.. 가보고 싶은 곳들을 열심히 골라 적어두게 되었다.

여행도 좋아하고 가서, 맛있는 요리까지 챙겨먹기를 바라는 나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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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올 에이지 클래식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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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그림 동화집이 당연히 그림이 있어서 그림동화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독일의 그림 형제가 모은 동화집이라 그림동화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단 이야기를 나중에 접하고 당시엔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이 책에는 우리가 어려서부터 많이 접해온 그런 고전이 될만한 동화가 많이 실려있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브레멘시에 고용된 악사들, 개구리 임금님 등 너무나 유명한 아이들 동화가 한데 모두 모여있다. 그림 형제가 창작자가 아니라 그들이 모은 전래동화 86편이 어린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옛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중 19편의 익숙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재미난 아이들의 동화이야기.

사실 원작은 더욱 끔찍한 이야기입네 해도, 역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읽었던 책만큼 재미난 것은 없다. 아직은 어려서 그림이 많은 동화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지만, 곧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얼마든지 재미나게 읽을 단편 동화들이 한아름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신데렐라로 알고 있는 재투성이 아가씨도 독일어로는 아셴푸텔이라고 한다. 신더와 아센이 재를 뜻하기에 영어식 이름으로 바뀐 것이라는 것. 

 

이 책도 그림은 드물게 등장하고 주로 글로 채워져있다. 글씨 크기가 좀 작은 편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금새 재미나게 빠져들기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드물게 등장하는 그림들도 흑백이라 그렇지 원작의 느낌을 풍성하게 잘 살려낸 느낌이었다.헨젤과 그레텔이 과자집을 방문했을때의 모습은 어리고 앳된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또한 아서 래컴이라는 고전 삽화 전문가가 그린 것이라서 고전 동화의 느낌 그대로를 잘 살려낸 삽화로 완성이 되었나 보다.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도,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듯 입에서 한마디도 안나올때가 있었는데, 이런 동화책을 다시 읽고 나니 다시 이야기보따리 풀어내듯 이야기 하는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아이가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고,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하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게 아이손이 잘 닿는 곳에 두면 좋을 고전중의 고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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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도시, 황홀한 디저트 - 아메리칸 제빵왕의 고군분투 파리 정착기
데이비드 리보비츠 지음, 권수연 옮김 / 톨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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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한국인으로써, 미국인의 프랑스 생활 적응기를 읽고 있으려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동질감을 느껴야한다면 미국인 쪽의 생활이 우리것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스스로 파리지앵이 되었다 느낀 순간은,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갔다 오기 위해 편한 추리닝을 벗어던지고 면도까지 마치고, 빳빳한 바지와 셔츠까지 챙겨입고, 나서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하였다. 아, 적응 안돼. 파리의 삶이란 그렇단말인가?

 

참으로 까탈스러운 나라가 아닐수 없다.

아직 못 가본 파리, 그곳에 대한 내 환상이 살짝 부숴질뻔 하기도 했다.

바나나도 껍질을 벗겨 접시에 담은 후 나이프와 포크로 먹어야 하고, 가게에 가서도 직원들에게 봉주르 하고 인사를 건네지 않으면 상대를 무시한 것으로 여겨져 싸늘한 냉대를 받기 일쑤다.

미국의 슈퍼가 스파 등 여러 시설을 갖춘 문화적 공간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는 동안, 그가 다닌 파리의 프랑프리의 이미지는 마치 루마니아 감옥의 그것과 흡사했다고 한다. 구강치료를 받기 싫은 것만큼이나 그곳에 발을 딛기가 싫었다는 저자의 설명.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미국의 유명한 셰 파니스라는 레스토랑에서 13년간 페이스트리 셰프로 일하며 빵과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 후 여러 요리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올리기도 했던 그였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 이후 크나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 변화란 바로 파리로 떠나 사는 것이었다.

 

도망치지말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은 도피가 아닌 변화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과 철저히 다른 파리지앵들의 삶을 느끼며 때로는 그들의 까다로움과 일처리방식에 넌더리를 내기도 하지만,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있는 빵과 디저트들, 그리고 까칠한 파리지앵들에게서 그들만의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에 그는 파리지앵으로써의 삶에 만족해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어쨌든 잇태리의 저자 박찬일, 라꼼마 셰프는 책 구석구석에 초컬릿칩처럼 박혀있는 너무도 완벽해서 나만 갖고 싶은 훌륭한 레시피는 보너스라고 말하였다. 프랑스풍 제빵, 멋진 디저트 등을 사실 아직 만들어본적이 없어서 저자가 사진 한장 없이 소개한 레시피들이 처음에 멀게 느껴졌는데, 전문가들의 눈에 너무나 완벽한 레시피라고 하니, 나도 제빵을 시작해보면 이 레시피를 활용해 멋진 요리를즐겨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또한 그가 다녀본 파리의 맛집들도 책 말미에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블로그 생활을 즐긴다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주소도 공개를 해놓아 관심있는 사람들은 직접 들어가 그의 삶의 이야기를 좀더 세세히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기건, 레시피북이건 워낙 많은 사진에 익숙했던 지라 사진 한장 없는 설명과 이야기가 아쉬움으로 자리잡았다. 허나 한국인 눈 뿐만 아니라 미국인 눈에도 여전히 낯선 파리지앵의 삶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책보다도 유쾌하게 잘 담아낸 책이 아닌가 싶었다.

그저 흉내만 내는 파리지앵의 삶이 아닌, 투덜대면서도 그들 가까이를 겪고 느낀 책이기에..

멋드러진 그들이 되기위해 어설피 시도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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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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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엇갈린 세 청춘의 슬픈 운명의 이야기라는 것을 미리 접하고, 책을 읽기 전부터 걱정을 하였다. 그리고 책 뒷표지의 "열일곱의 어린 거짓과 위선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를 되뇌이며 읽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뎅..

주인공의 갈갈이 찢기는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해받는 듯 하였다.

 

미치오 슈스케.

지난 해 <달과 게>로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의 책 중에서 내가 읽어본 책은 가벼운 코믹물인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하나뿐이었다. 그의 책은 꾸준히 나오키 상 수상 후보에까지 올랐었는데 이 책 구체의 뱀도 후보에까지 올랐던 책 중의 하나라 한다.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고, 아버지는 아들을 두고 혼자 도쿄로 전근을 가버렸다.

따라가지 않겠다 버텼던 어린 토모를 받아준건 이웃집에 어렵게 살고 있는 오츠타로 씨였다.

사요와 나오, 두 자매만 두었던 오츠타로는 토모를 아들처럼 귀히 여기며 친자식처럼 사랑해주었다.

몇년전 화재로 아내를 잃고, 반년 후 큰 딸 사요마저 잃어버렸지만, 나오와 오츠타로 두 사람은 토모와 함께 셋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토모는 오츠타로씨를 도와 흰개미를 박멸하는 그런 일을 돕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어릴 적 짝사랑했던 사요와 분위기가 너무나 닮은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 토모코를 동경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집에 숨어들어가 그녀와 나이 많은 남자의 정사 장면을 몰래 숨어보곤 하였다. 사요를 닮았다 느낀건 토모 뿐이 아니었다. 오츠타로, 나오도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느꼈다.

 

얌전하고 말수가 적어 보이는 이면에 잔인한 일면을 감추고 있는 것을 알아챈 토모였지만 어린 소년의 눈에 사요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연상의 여인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서일까? 자꾸 쓸데없는 추측을 하다보니 (소설가가 생각하는 반전을 내가 맞춰보려는 시도를 자꾸 하다보니 쓸데없이 삼천포로 빠지길 여러번 하였다.) 잔잔한 내용을 읽다가 자꾸 혼자서 샛길로 샜다가 돌아오곤 하였다.

 

죽은 사람은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가슴에 상처를 묻고 살아간다.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 내가 그렇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죄책감은 스스로를 살인자로 낙인찍으며 비참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낙인 찍힌 그 회한을 없애기 위해 또다른 누군가에게 비수를 꽂고, 그것이 더할나위없는 끔찍한 사건으로 숨이 턱 막힐 만큼 슬프게 되돌아오고 말았다.

 

잔인하거나 공포스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 스노우 돔 등의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그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치오의 글이 다소 어둡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다른 십이지 시리즈는 또 어떠할지..

나 또한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혼자서 곱씹거나 삭이기 일쑤였는데, 그 생채기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되새겨보니,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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