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반부는 좀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중반부터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일반 가정이 이런 모습일까. 어쩌면 현대 우리네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한 그런 모습이 엿보여 놀라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작품을 너무나 사랑했다는데..정작 나는 가슴이 갑갑해오고 아파옴만 느낄 수 있었다.

 

독불장군으로만 살아온 아버지 앨프레드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그의 아내 이니드는 우유부단하면서 남편의 뜻을 크게 거스르지 못한채 평생을 살아왔다. 부부의 세 자녀인 개리, 드니즈, 칩은 처음에 겉보기로는 성공한듯한 인생으로 보였으나 이내 속속들이 곪아있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기에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쩌면 놓친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의 부모가 갑갑해 보이기는 할지언정 그렇게까지 자식들이 외면하고 벗어나려한 모습일까 싶은 면도 있었다. 특히나 엄마를 불쌍해할지언정 아버지에 대해서는 원망이 많았던 아들들과, 그에 반해 아버지를 사랑했던 딸 드니즈. 아무튼 아버지 앨프레드가 끝까지 자식들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고,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혼자서만 독불장군으로 고집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원인이 아버지에게 있는 양 서술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였다. 자식들이 어려서의 영향이 쭉 이어져와,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살고 있는 것은 가족 모두를 위해서도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며느리의 입장임에도 사실 개리네 가족 이야기는 가장 불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칩의 타락해가는 과정이나 드니즈의 놀라운 변신 등에는 아예 공감이 가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고부간의 갈등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였으나 캐롤라인의 이기적인 거짓말과 이간질은 정말 정도를 벗어난 것이었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착한 아들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던 개리는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애써야하는 슬픈 가장이 되었다. 아내는 세 아이들 중 두 아이를 철저하게 자기 편으로 만들어 남편을 조종하고, 바깥일로도 이미 충분히 지치고 돌아온 그가 집에서 아주 당연하게 저녁을 차리고, 치우기까지 하며, 아내가 차려주는 식탁은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은 (나 역시도 살림을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제 3자의 시각으로 ) 부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아내의 태도, 모든 것이 시어머니의 잘못이라고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남자 개리를 못견디게 힘들게 할 부분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시댁에서 보내지 않기 위해 밖에서 다친 몸을 어머니의 전화 때문에 다쳤다 하질 않나. 남편이 뭐라 말만 해도, 우울증이라며 몰아세우고,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일을 조종하고, 아버지를 신용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마저 아버지가 우울증이니 잘해드리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 결국 남편을 무릎꿇게 만들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 그는 아내를 저버리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모를 욕보이고 놀리기까지 하는 아내를 용인해가면서) 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나는 며느리의 입장임에도 캐롤라인에게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오히려 내가 신랑에게 못 해주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눈에 띄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너무나 우울한 이야기들만 가득해 읽는 내내 가라앉는다는 이야길 접하기도 하였다. 이 작가분의 책은 처음 읽었지만 정말 내용 자체는 휙휙 잘 넘어가는 그런 내용이었다. 쉽게 흥분하게도 만드는, 나의 상황이 아님에도, 어쩐지 작가의 생각대로 너무나 내가 잘 이끌려 다닌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그런 필력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생이 이렇게 어두운 면만 있는건 아니지 않을까.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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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본기 2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2년 2월
품절


논어를 읽고 감히 리뷰를 쓴다 할 적에는, 사실 자신은 없으나 그냥 논어를 내가 펼쳐들고 읽었노라는 생각에서 쓴 부끄러운 리뷰였다.

그 글에 그런 덧글이 달렸었다. 논어를 그냥 한번 읽은 것이냐, 아니면 여러번 읽고 또 읽어 내 것으로 만들고 난 후 읽었다 말한 것이냐 라는 덧글이 말이다. 물론 나의 경우는 전자였다. 논어를 한번 읽고, 나는 논어를 읽은 사람이다 말하기는 부끄러웠으나 그때 내 심경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 논어를 사실, 거리감을 없애고 펼쳐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있다 생각되어 쓴 후기였는데, 그분 눈에는 많이 미흡한 글이었으리라 생각되었다. 같은 연유로 사기는 더더욱 내게 어려운 책이 되고 말았다. 특히나 앞 부분을 보고서, 꽤나 망설이고 말았는데, 이후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면서 정말 역자이신 김영수님 말씀마따나 소설처럼 재미나게 읽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가르침을 주는 글들인 논어와는 또 다른 재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되었다.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을 선고받고서도 일생일대의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치욕적인 삶을 살아야했던 사마천.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서는 세계사 시간에 처음 듣고서 그가 받은 궁형이라는 잔인한 형벌에 대해 치를 떨기도 하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고대 역사에 이뤄졌던 형벌들은 궁형 외에도 꽤나 잔인하고 무서운 형벌들이 많았다.

끓는 물에 삶아 죽인다거나 육형이라 하여 손발을 자른다거나, 혹은 육형을 폐지한다며 곤장으로 대신한다고 하면서도 심한 곤장으로 결국 사형에 처하게 되는 일들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끔찍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계사, 국사 시간에 언급되는 고전들에 대해서 저자와 저서 등을 매칭해서 외우는 것에만 급급했을뿐 정작 그 작품들을 읽어볼 생각은 많이 해보지를 못했었다. 전공이 전혀 달라서라는건 나의 변명일 따름이었고, 관심이 크게 없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다. 다만, 남들과 다른 깊이와 그릇으로 위대한 글을 써낸 사마천에 대해서는 그의 작품 사기가 이렇게 방대한 분량인지도 모르고, 언젠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사기가 나오긴 했으나 사기에 대해 특히나 20년 넘게 전문적으로 연구해오고 계시다는 김영수님.

이분의 글을 사기로 처음 만나보았으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자니, 사기에 대해서라면 김영수님이 거의 우리나라의 일인자에 해당하시는 대단한 분이시라는 사실을 뒤늦게 접할 수 있었다. 바로 그 김영수님의 완역 사기 본기 2편.

이 책에는 진시황의 이야기서부터 항우본기, 고조 본기, 여태후 본기, 효문 본기, 효경 본기, 그리고 사마천을 힘들게 했던 효무 본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역자는 본기의 시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총 51일 1224시간을 들여 25000킬로 미터 이상의 공간을 이동했다. .... 본기 1권에서도 밝혔듯이 앞으로 훨씬 더 긴 답사 여정이 역자를 기다리고 있다. 100여차례 정도 되는 탐방 횟수가 150차례, 200차례 순차적으로 쌓여갈 것이다. 역자가 이렇게 현장을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마천의 역사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사마천은 누구보다도 역사의 두 축인 시간과 공간을 예민하게 의식했다. 8p



사마천의 사기를 완벽히 전달하기 위해 역자분은 직접 오늘날의 중국을 돌아보고, 현대의 사진을 찍어, 과거를 회상하며 해당 파트에 사진을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딱 맞을 법하였다. 항우의 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였던 그 곳이 지금은 시골의 어느 풍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라거나 하는 것들이 말이다.



진시황의 이야기보다도 패왕별희로 유명한 항우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가, 고조 본기와 여태후 본기를 몰입하여 읽게 되었다. 사마천이 가장 극찬했던 왕은 문제였으나 막상 눈길이 가는 것은 항우를 멸망시킨 한 고조 유방의 이야기였다.



공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리 밖 승부를 결정하는 일이라면, 나는 자방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고 전방에 식량을 공급하고 양식 운반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내가 소하만 못하다. 100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웠다 하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였다 하면 틀림없이 손에 넣는 것이라면 내가 한신만 못하다. 이 세사람은 모두 인걸이고, 내가 이들을 쓸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항우는 범증 한 사람만 있는데도 믿고 쓰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내게 덜미를 잡힌 까닭이다. 329p

책의 표지에도 인용된 말이었다. 그 세사람은 누구이고,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한 고조 유방의 이야기였던 것이었다. 마오쩌둥 또한 사기를 즐겨 읽으며 장제스와의 겨룸에서 많은 용기를 얻게 된 것이 바로 항우와 유방의 겨룸이었다 하였다. 오늘날의 정치가나 기업가들을 보면 유명한 고전들을 읽으며 귀감으로 삼고, 그 안에서 교훈을 얻으려 많은 노력을 함을 알 수 있다.

손자병법 뿐 아니라 사기 등의 많은 고전들이 오늘날에도 똑같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유익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활용해보지 못한 내게는) 더욱 인상깊은 일이 되었다.



사마천은 누가 되었건 시대를 단절시키지 않고 천하 형세를 장악했다면 본기에 편입해야한다는 진보적인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천하정치의 중심이 어디에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본기를 수립했는데, 바로 이런 점이 사기의 창조성이자 매력이다. 기계적 중립이나 소신이 결여된 답습 내지 모방이 사기에 자리잡을 가능성은 애당초 없었던 것이다. '시세'와 '대세'를 주도한 자의 기록, 이것이 바로 본기다. 380p 이러한 까닭으로 다른 사가들의 기록에서는 본기에서 빠졌을 진본기, 항우본기, 그리고 여태후 본기 등이 사기에는 온전하게 올려져 있었다. 사마천의 분석에 의하면 여태후는 잔인한 성격과 권력욕을 보였으나 백성들은 힘들지 않은 삶을 살게 한 치세를 펼쳤다 하였다.

자신의 아들 효혜제 마저 정이 떨어지게 만든 잔인한 여태후의 이야기는 사기를 읽으면서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되었는데 무서운 여자의 보복심리를 (물론 남자라도 보복을 할 수는 있겠으나, 모성을 생각하면 좀 유약할 것 같은 여성이 이렇게 잔인한 면을 갖고 있다는 것에 상대적으로 더 놀라게 되었달까) 느끼게 해주었다. 여태후의 실각으로 여씨 후손들이 반씨 성으로 바꾸었다는 것도 인상깊었다.



고조가 총애를 했던 척부인의 아들을 태자로 삼으려했던 데에 불안함을 느꼈던 여태후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왕에 올리는데 성공하였음에도 척부인에 대한 증오와 원망을 삭일 수가 없었다. 척부인의 아들을 불러들여 죽이려 하자, 마음씨 착한 효혜제가 자신이 배다른 동생 여의를 감싸고 보호하였다. 결국 효혜제가 새벽에 일찍 사냥을 나간 틈을 타, 여태후는 여의를 독살하였고, 척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를 멀게 하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여 돼지우리에 살게 하고는 사람돼지라 부르도록 명하였다. 392p 효혜제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자, 어머니의 잔인함에 질린 아들은 이후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한채, 날마다 술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다가 병이 생겼고 결국 어머니보다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람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가는 말로 세계사 시간에 들었던 것도 같은데, 다시 들어도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였다. 어쩜 이리 잔인할 수가 있는지..

한사람의 정리라 말하기에는 정말 방대한 분량이 아닐 수 없었을텐데..사마천은 그 3000년 통사를 기록해내는 것을, 그것도 올바른 사관을 갖춰 기록해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과거의 고대 중국사를 훌륭한 기록으로 김영수님의 번역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한문을 거의 수록하지 않고, 되도록 한글로 거의 번역을 하였기에 읽는 데 거의 부담이 없었고, 의문이 갈만한 부분들은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뒤에 부연해 붙여넣었다. 또 본문의 내용을 다시한번 정리해주어, 한번을 보았음에도 두번 읽은 듯, 깔끔한 정리로 마무리해주는 것이 눈길을 끄는 사기였다. 사마천의 해석에 덧붙여 김영수님의 설명까지 이어지니, 처음 사기를 접하는 나였지만, 부담을 덜 안고 편안히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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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그려요 고미 타로의 생각 그리기
고미 타로 글.그림 / 살림어린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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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기, 특히나 탈 것 그리기를 너무너무 좋아해 하루에도 수십장씩 (거의 스케치북 한권씩)을 그리던 아들이 얼마 전부터는 레고놀이에 빠져서,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고 있어요. 정말 그림만 몇달 아니 거의 일년 가까이 그리곤 하였거든요. 그림 한참 그릴 때에는 나날이 그림 실력이 늘더니, 또 안 그리다 그리려니 약간 퇴보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46개월이랍니다.



억지로 그림그려라 보다는 아이의 그림에 대한 관심을 다시 자연스레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미 타로의 생각 그리기 시리즈는, 기존의 다른 비슷한 책들이 있어서 아이가 덜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고미 타로라는 이름에 열광하시는 엄마 분들이 여럿 계셔서,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어요. 친구네 집에도 마침 고미 타로가 그린 그림책이 있더라구요. 막상 친구는 작가의 이름을 잘 모르고 보여줬던 동화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전 고미 타로 그림책을 아이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는데, 생각 그리기 시리즈 중 동물을 그려요를 아이와 한번 해보고 나니, 쉬우면서도 아이가 급격하게 흥미를 보이는 것에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자유 그림 그리기를 할 적에 주로 탈것만 그리던 아이였던 지라 일부러 동물을 선택해 그리게 하였는데, 하나하나의 동물을 잘 그리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서 엄마가 다 뿌듯해졌답니다. 어떤 그림에건 무조건 자동차를 그리던 아이가, 이제는 제시어에 따라서 생각대로 그림을 그리려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지시어를 제시해주고, 간단한 미완성 그림을 준 후 아이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을 그리도록 되어 있어요.

또, 스케치북 뜯어서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들었는데 (친구네 딸만 해도 그렇다네요. 무조건 뜯어서 그리려 한답니다.) 이 책은 정말 깔끔하게 스으윽~ 뜯어지는 구조라, 예쁘게 뜯어서 그림을 그린 후에 활용하기에도 무척 좋아요.

마치 액자처럼 한장한장마다 테두리가 멋지게 둘러져 있어서, 액자로도 또 테이블 매트로도 활용 가능하지요.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가면,아이들 흥미를 위해 색칠공부용 테이블 매트 종이를 따로 주는 곳들이 있더라구요.

이 책에서도 딱 테이블 매트 사이즈인 이 책의 종이를 뜯어서, 아이들 식탁에 올려놔주고, 아이의 그림을 화제로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하였답니다. 외출할때 몇 장 뜯어 가도 좋을 것 같고 아이 친구가 놀러와도 한권의 책을 나누어 그림그리기에 좋으니, 아이들 싸울 일도 없겠더라구요.



처음에는 아이가 책에 직접 그림을 그렸는데, 한장씩 뜯어주니, 자기가 뜯어보겠다 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뜯는데 더 재미들릴 정도였지요. 부드럽게 잘 뜯기는데, 그 느낌이 참 좋거든요. 갑자기 재미들려서 한참을 뜯고 그리고 그러다 간신히 잠이 들었답니다. 더더~를 외치는 바람에 달래느라 애먹었어요. 게다가 뒷장이 공란이라 뒤에다가 자유 그림 그리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어 더 좋았어요.


낚시바늘이 그려져있고, 무엇이 걸려있을지를 묻는 장면이 있었어요.

전 당연히 물고기 한마리 그려넣을 줄 알았는데..

웬걸, 낚시줄을 연결해서 낚시대와 손잡이를 먼저 그리더라구요.

펭귄 집 그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아이가 이글루를 알까 싶었는데 오호~ 어디서 본걸까요. 요즘 펭귄만 따로 보여주거나 한 적이 거의 없고, 이글루라는 것에 대해 잘 알려준적도 없었는데 동그란 돔형으로 이글루 형태를 그려내었어요. 도치 엄마 눈에는 모든 것이 예뻐보입니다.

이후로도 아이의 그림을 보며 한참 웃었습니다.

멍멍멍멍! 강아지가 인상을 쓰며 짖어대는 장면에 무엇때문에 짖어댈까요? 하는 란이 있었어요.

그 앞에 네모난 박스부터 그리길래, 뭘 그리려는 걸까? 싶었어요. 보통은 더 큰 동물이나 같은 개, 뭐 그런 것들을 떠올리잖아요 어른들이라면 말이지요. 아이가 그린 것은 적십자 표시가 그려진 "병원"이었어요. 강아지가 병원을 보고 짖고 있다네요.

무슨 뜻일까요?

아이가 병원이 싫다는 뜻일까요?



또, 바구니를 보더니, 이건 뭘 그리는거냐 물어보더라구요.

새끼 고양이가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대. 고양이를 그려봐~ 하니, 갑자기 웬 쥐 같은 것을 그립니다. 하지만 아이 눈엔 분명 고양이래요.

자고 있는 거라 눈을 감았대요.

그리고 옆에 졸라맨 같은 아저씨 하나를 그립니다. 바구니를 들고 가는 아저씨래요.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연상하는 대로 그림의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답니다.

뭔가를 하고 싶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 같았어요. 우리 아이 하는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금붕어 가족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라 하니, (마침 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이 그림이 그려지기 전의 이 제시어를 보고 그런 말을 했었어요. 아이들이 어항 속에 그린 금붕어 가족을 보면, 아이의 가족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구요. 그래서 더욱 관심 갖고 지켜본 장면이었는데) 금붕어를 여럿 그리길래 어느게 엄마, 아빠, 아기야? 하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기상천외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엄마 물고기가 두 마리, 아빠는 회사에 갔고, 아기는 밑에 있대요.

응? 이건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엄마가 두 마리라는건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좋을까요?



구멍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를 보더니 아이의 눈이 반짝거립니다. 개미 등을 기대했던 엄마에게 아이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 하네요. 모래 하면 생각나는건 아이가 좋아하는 포크레인. 갈수록 특징 잡아 정교하게 잘 그리던 포크레인을 오랜만에 그리니 참 간소하게 그리네요. 포크레인이 구멍을 파고 있구요. 옆에 소방차가 기우뚱해서 아저씨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래요.



아름다운 나비 모습 그리기에서는 파란색을 살짝 두른 분홍 나비를 색칠해주었어요.

아이들이 동화속에서 많이 만난 인기 캐릭터 무지개 물고기도 등장했는데요.

물고기 한마리가 그려져있고 바닷속 최고 멋쟁이 무지개 물고기를 그리라 하니, 색색의 크레용으로 멋진 줄무늬를 그려내었답니다.

밤을 좋아하는 동물을 그리는 까만 종이도 있었어요.

밝은 색으로 그려야 보인다고 밝은 크레용을 쥐어 주니, 나방과 박쥐, 그리고 돼지(?)를 그렸어요.

멧돼지는 밤에 돌아다닌다고 이야길 해줘서 돼지를 그린거냐 물어보니, 그냥 돼지가 밤을 좋아한다나요? 아이의 궤변은 가끔 능청스레 이어지기도 합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걸어가는 돼지보다도 날아가는 나방과 박쥐, 특히 박쥐 날개가 인상 깊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장 자석을 찾아다가 냉동고에 붙여놓으니, 그게 또 자랑스러웠나봐요. 다음 그림도 붙여야한다면서 냉동고에 자기 그림을 한 가득 붙이려 하더라구요. (자석을 많이 붙이면 냉동고 효율이 떨어지니) 그림은 한번에 두장까지만 붙일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해주니 금방 수긍합니다.

아이와의 그림 그리기 시간, 고미타로의 생각 그리기로 하니 정말 즐거운 놀이가 되었어요.

그림 그리기 싫어하거나 무엇을 그릴지 몰라 막막한 아이들도 모두 금새 따라하며 즐겁게 자기 작품을 완성해나가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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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다섯살난 쌍둥이 아이들이 방화로 인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연쇄 방화사건으로 소중한 이웃들의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들이 발생하자, 낙하산인사로 마지못해 근무중인듯한 경찰 폴레키가 못 미더운, 신문 기자 멀리건은 취재가 아닌, 방화범을 잡아 마을을 위험에서 구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방화사건에 몰두한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절대로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잔인한 일을 겪은 같은 신문사 사진기자 글로리아와 어릴적부터의 친구이자 소방서장인 로지의 안타까운 일까지 끔찍한 이 모든 일들이 분명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몇 명의 사람에 의해 자행된 것이었는데,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냉정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조금은 더 흥미진진하게 몰두해도 좋았을 것을, 냉정함을 잃지 않다보니, 다소 단조로운 기분으로, 긴장감이 떨어져서 읽게 됨이 아쉬웠다.

 

작가의 사진을 들여다보니, 정말 범상치 않은 포즈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악당들의 섬에 나오는 주요 인물을 맡으셔도 될 법한 모습이었다. 베테랑 언론인이자 주목받는 스릴러 작가라는 브루스 디실바의 이 글은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 매커비티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또한 할런 코벤 등의 추천을 받기도 한 작품이기에 처음부터 지나친 기대를 안고 읽어내려간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큰 흐름보다도 소소한 기자의 일상이나 주변 신변 잡기적인 일들이 더 재미나다. 다소 점잔치 못한 표현도 등장하지만, 그런대로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길법한 일들이기도 하다. 짧고 굵게, '개기사'를 강요하는 편집장이나 시도때도 없이 전화해, 욕설로 부아를 돋구는 아내, 신문사 사장의 아들이라 신의 아들이라고 멀리건이 아무리 비꼬아도 우직하게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메이슨의 행동들, 하나하나를 훑어보면 재미난데, 악당들의 섬이라 이름 붙여진 연쇄 방화 범죄가 일어나는 로드 아일랜드의 사건 추적은 그리 흥미진진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2012년 5월에 악당들의 섬 후속작인 클리프 워크를 발표했다고 하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작품에서 여전히 냉소적이면서도 몸으로 뛰는 현실파 기자 멀리건이 주인공이 되는지, 어떻게 내용이 이어지는지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쩌면 작가의 첫 작품이기에 지나친 재미를 기대한 내가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후속편에서는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사실 책 자체는 술술 잘 읽히긴 하였고, 좀더 긴장감이 더해지길 바랬던 것 뿐이기 때문이다. 후속편에서는 현실감이 덜해지더라도 좀더 재미난 긴박감이 더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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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인형 스케치북 진선아이 스케치북 시리즈
제시 엑켈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절판


어렸을 적에 엄마가 너무나 좋아했던 종이인형.

그때는 몇십원짜리 종이인형을 한장 사다가 열심히 오려서 만들곤 했는데, 한 인형당 옷이 많지 않아서 늘 아쉬움을 느끼곤 하였다.

요즘에는 아이들 문구사에 가보지 않아서 종이인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나무에 자석으로 된 인형 옷입히기 세트가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인형 옷입히기는 여전히 인기있구나를 실감하였었다.

그리고, 얼마전 소녀의 패션스케치북의 다양한 그림과 인형들이, 종이인형을 만들어 놀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예 진선아이에서 종이인형 책이 나와 더욱 큰 기쁨을 주었다.

이건 아우트라인은 그려져있고, 색칠이나 디자인 등은 추가로 아이가 직접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과 인형 옷인 것이다.

공주님을 키우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을텐데 아들만 하나 두고 있다보니 집안은 온통 바퀴달린 자동차로 가득하고, 레고로 발디딜틈 없는 거실 공간을 보며 한숨만 나오곤 하였다. 아빠는 레고로도 잘 놀아주지만, 사실 엄마는 레고로는 조립은 해주어도 도둑 경찰놀이나 뭐 이런게 영 재미가 없어서 말이다. 이 책이 엄마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건만, 아들은 처음에는 보는둥 마는둥 하였었다.



그러다가 아이 공부하는 튼튼영어에서 인형 옷 오려 입히기가 본문에 등장하자, 뒷장에 본문이 나와 있어서 오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오리자고 졸라대었다. 마침 이 책이 생각나서, 이 책은 마음껏 색칠하고 오려도 되는데, 튼튼 영어는 뒤에 글씨가 씌어 있어서 오리면 책이 망가진다고 달래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화려한 드레스 이런 것보다, 고양이 옷, 의사, 간호사 가운 등 남자아이들도 흥미를 보일 만한 옷부터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색칠보다 그림그리기를, 그리고 오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바로 오리기부터 하자 하길래, 우선 색칠부터 하자고 하였다.

집에 물감처럼 사용하는 색연필이 있어서, 색연필로 대강 칠한후 물칠을 살짝 해주니, 물감과 색연필 느낌이 부드럽게 섞여 재미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사인펜으로도 색칠해보고, 가장 흔히 사용하는 크레용으로도 색칠해보았다.

넓은 면적에 어울리는 크레용과 좁은 면적에 어울리는 사인펜의 차이를 아이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려나? 따로 일러주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만 네살을 향해 가는 다섯살 우리 아들, 색칠하기에는 아직 큰 흥미가 없는지 조금 색칠하다가 우르르~ 칠해버리고, 얼른 오리기부터 하려고 하는 등 조급함을 보였다. 하지만, 오리고 나서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엄마가 한번 옷입히는 시범을 보여주니 이내 다른 옷도 오려서 만들자면서 열을 올리며 재미나게 오리고, 옷을 입히고 즐거워하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형은 미아와 체리라는 두 여자친구이다. 책 표지의 딱딱한 도화지로 인형이 앞 뒤 날개에 하나씩 그려져있어 오려서 사용하게 되어있고, 안쪽 좀더 얇지만, 일반 종이보다는 두꺼운 종이에 옷과 장신구, 신발 등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앞뒤면이 다른 그림이라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앞뒤 그림 또한 일치하지만, 한쪽에만 디자인을 넣어서 뒤 그림과 양면으로 새로이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아이디어였다.

두 인형의 옷 또한 교환할수 있다. 인형의 신체동작이 같아서 (종이인형을 오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작이 다르면, 다른 인형의 옷을 입힐 수가 없다.) 얼마든지 호환할 수 있으니 안 그래도 많은 인형들의 옷과 소품이 둘이서 나눠 쓰니 더욱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양면 활용이라면 그 두배 수라고 할 수 있겠다.)


좀더 나이가 있는 여아들처럼 알록달록 예쁜 인형옷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아들의 손길로 다듬어진 옷을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오려서 인형에게 입히고 노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한두개 오리고 말줄 알았는데 아들이, 좀더를 자꾸 외쳐서, 고양이의상, 의사, 간호사,의상, 슈퍼 걸 의상, 여름철 바캉스 패션, 드레스, 빨강 망토 패션 등 다양한 의상들을 오리고 활용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그러고서도 할머니댁 가는 데도, 지퍼백에 (책에 인형 옷 옷장만들기도 있었는데, 아직 만들기 전이어서 쉽게 지퍼백을 활용했다.) 인형과 옷을 담아서 갖고 가 놀겠다면서 챙겨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는 바람에 할머니댁에 인형을 두고 왔다면서, 잠투정을 겸해서 인형 갖고 오라고 떼 쓰는 바람에 잠깐 난감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인형 옷 입히기를 즐거워했다는 사실. 의외의 성과였다.

남아들도 재미나하는구나.

하기사, 소꿉놀이도 정말 재미나게 잘 노는 거 보면 인형 옷 입히기라고 크게 다를까 싶었다.

남아가 이 정도로 좋아한다면 여자아이들은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분홍색 매니아라 분홍공주님 친구 딸, 분홍 표지의 이 책을 보면 열심히 색칠하고 꾸민 후에 오려서 자기만의 인형을 만들어 갖고 놀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 딸을 위해 이 책을 주문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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