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텀포드! 내인생의책 그림책 32
낸시 틸먼 글.그림, 공경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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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앙증맞고 귀여운 고양이는?

낸시 틸먼이 사실적으로, 그러나 그러면서도 너무나 귀엽게 그려낸 이 고양이는 말썽꾸러기 텀포드이다.

숨지마 텀포드로 만났던 고양이 동화를 2탄, 그만해 텀포드로 다시 아이에게 읽어주게 되었다.

고양이를 그려냈지만 하는 행동은 지금 말 안 듣는 5살 꼬마, 우리 아이를 보는 듯 했다.

텀포드처럼 말썽꾸러긴 아니지만, 오늘 하루종일 우리 아들 엄마에게 많이도 혼났다. 나도 참, 아이에게 왜 그랬을까

엄마가 혼내고 있는데 방글 웃으며 하기 싫다고 하는 아가를 보며 더욱 열이 올라 소리를 질렀던 나.

참 부끄럽기만 하다. 후회할 것을 왜 혼을 내는 건지.



귀여운 아기가 떠오르는 고양이 텀포드를 보면서, 엄마 혼자 새벽에 미안해하고 있는 중이다.

텀포드는 보통 남자아이들처럼 장난치고 떠드는걸 좋아해! 이렇게 책은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들을 대입해 텀포드를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존재, 사랑받는 존재임을 다시 짚어주는 책인데, 오늘 난 참 어린 아이가 엄마 하라는 거 안하려 한다고 몹쓸 말들을 많이도 했다. 아이가 잘못한 것만은 아닌데, 왜 그랬을까.


텀포드가 한 장난들을 보면 이렇다.

아침부터 시끄럽게 온 동네방네 소리내고 다니기

밥그릇에 대고 보글보글 물뿜는 소리 내기 (이건 울 아이도 물컵에 종종 하다가 물 흘리기도 하는거라, 나도 불때마다 혼내고 있는 중이다.어쩌면 텀포드의 이야기는 동네 개구쟁이 꼬마 아이를 대입해 대신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닌가도 싶었다.)

그리고 빵먹다 트림하기.


그러자 엄마 아빠는 그만해 텀포드! 하고 말았다.

음, 사실 우리나라보다도 서양에서는 식사 중에 커억 트림하는 소리 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본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말썽꾸러기 데이빗이라는 또다른 서양작가의 그림책에서도 데이빗이 식사 중 트림하는 것을 못된 장난 중 하나로 그려놓았다. 이 책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식사중 코를 푸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 생각하지만 그들은 괜찮다 여기고, 오히려 트림하는 것을 우리나라는 괜찮다 생각하지만 그들은 예의에 어긋난다 생각한다는 것이 각각 다른 식사 예절의 차이였다.


어찌 됐건 텀포드는 하지 말라는것만 골라서 계속 하였다.

엄마아빠가 그만하라고 해도, 텀포드는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일뿐. 관심이 무조건 사랑이라 착각했던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정말 그래서일수도 있는 것일까?

가만히 있으면 엄마 아빠가 안예뻐해줄까봐?




동네 사람들이 놀러왔을때 방귀까지 뀌어가면서 장난을 치다가 결국 반성하는 방에 갇히고 말았다.

음, 나도 티브이에서 반성하는 방, 반성하는 의자 등을 보며, 가끔 우리 아이에게도 해보곤 했는데, 제대로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리 빽빽 지르기보다 오히려 그게 잘 먹힐 수도 있겠지만 욘석 요즘은 반성하는 방에서도 자꾸 혼자 놀려 하니, 이게 효과가 있나도 싶고.



어찌됐던 불쌍한 텀포드를 위해 관심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와 함께 일러주었다.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없는 거라는 것은 아이도 인지했을 것 같다.

엄마가 싫다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

그래도 난 재미있는데? 하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일러주기.



그만해 텀포드 아이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읽게 해주는 재미난 그림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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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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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최고의 웹툰으로 꼽히고 있는 미생.

바둑과 사회 생활에 대한 이야기란 말을 듣고, 나와 전혀 상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나의 큰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물론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절절히 공감될 이야기들이고, 짧게 경험을 하였든 그렇지 않았던 온갖 사회 생활 경험을 해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재미나게 읽힐, 리얼 웹툰이었기 때문이었다.

 

철저한 준비로 뒷받침된 탄탄한 토대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라는 그 정수를 깨닫게 해주는 웹툰이었다.

사실 난 웹툰으로는 보지 않고, 처음부터 최근 출간된 4권까지 쭉,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만을 읽어왔다.

이 책 표지만 보고 크게 관심 보이지 않던 신랑과 오빠까지 모두들 미생에 빠져들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단행본의 힘이었다.

지금은 신랑이 먼저 미생 웹툰 연재일을 기억하며 업데이트 시간까지 챙겨서 보고 있다니 정말 빠져들었구나 싶은 만화가 이 책이다.

 

이번 편은 특히나 장그래의 활약이 돋보이는 코너라 더욱 재미가 있었다.

사실 장그래가 속한 팀은 처음에는 힘들어보였지만 진국 사람들로만 구성이 되었고, 하나같이 괜찮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직장에서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는것, 정말 축복이 아닐런지.

충혈된 눈으로 다녀서 보통 악역으로 오해받기 쉬운 캐릭터지만, 일에 지쳐 그런 것일뿐 실상은 정말 괜찮은 리더인 오과장

그리고, 합리적이고, 장그래에게도 멋진 멘토가 되어주는 참일꾼 김대리.

그 밑이 장그래인데, 정식 직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스펙이 화려하고 일을 잘하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그는 고졸에 (오로지 바둑에만 힘을 쏟았던 인생이었던 터라,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이 사실 그에게는 힘든 시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바둑을 떠나 정면 승부를 하고 싶었다.) 전공도 전혀 다른 (전공이래봤자 바둑 하나인지라) 사람이어서, 전문 용어와 약어부터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바둑의 세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장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둑으로 오묘한 인간 관계의 철학을 많이 배울 수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인상을 통해 회사에 많이 적응하고, 또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가 실제로 일을 하게 될 부서에서는 실제 그의 업무 능력의 향상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였다.

잔인할 수 있지만 오과장은 솔직하게 그 점을 짚어낸다.

언제까지 신규일 수 있냐고. 김대리에 기대지말고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라고 말이다.

오과장의 따끔한 그 일침과 그에게 내려진 김대리의 과제. 장그래는 비로소 현실을 깨닫는다.

 

병원, 회사 등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 어쩜 저기 나오는 사람들은 일은 거의 않고 사랑타령인가 싶을때가 많다.

드라마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일의 비중이 어찌 저리 하찮게 그려지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만을 드라마로 그려낸다는 북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보고 (극비리에 보는 것이겠지만) 우리의 현실이 정말 드라마 속처럼 재벌들살 듯이 모두가 잘 살고, 대부분 다 일 안하고 사랑 타령이나 하고 놀러나 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생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중요하고, 그 실타래를 잘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회사원이다. 각자가 맡은 일이 있고, 거기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는 그 현실을 처절하게 짚어낸다.

 

회사원들이 특히나 공감하면서 읽는다는 그것을 정말 하나하나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장그래는 기죽지 않는다. 힘들지만, 하나하나 부딪쳐 나가기 시작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를 해결하며, 상사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라는 존재. 회사의 암적인 존재의 무서움까지도 밝혀내는데 일조를 한다.

이번 편은 그래서 더 극적이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미생!

언제 8권의 끝을 보나 했는데, 벌써 4권까지 읽었다는게 너무너무 아쉬울 판이다.

작가분의 또다른 책인 이끼도 언제 찾아 읽어봐야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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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야매요리 1 역전! 야매요리 1
정다정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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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야매요리.

야매토끼로 유명한 이 만화를 처음 알게 된건 신랑이 네이버 웹툰을 먼저 보고 소개해줘서였다.

책을 읽기전엔 나도 웹툰을 빠짐없이 즐겨 보았는데 요즘엔 웹툰을 잘 보지 않고 있어서 새로운 웹툰은 늘 신랑을 통해 접하는게 많았다.


채널예스24의 정다정님 인터뷰 중에서



처음에 같이 보고. 아니 이게 뭐지?

이 먹기 싫은 비주얼. 그리고 거친 말투. 등등을 따져보아 당연히 작가는 남자일거라 생각했으나.

의외의 반전. 저자가 여자, 그것도 1991년생의 꽃띠 어여쁜 처자란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역설의 재미가 있는 역전 야매요리!

역전 야매요리를 미처 못 봤던 사람들도 저자 분의 이름은 들어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다정, 그녀의 이름이 꽤 여러번 네이버 검색어로 등극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야매토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직 그런게 분명한데 어린 처자가 웹툰을 만들다보니 이런저런 맘고생도 하게될 일이 종종 생겼던 것같다. 그래도 꿋꿋하게 재미난 만화 그려주시길~



만드는건 쉽다, 다만 먹기가 어려울뿐.

의도치 않게 나도 요리 초창기땐 그런 요리를 했던 것같다.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김치 숭덩숭덩 맹물 한강만큼 부어 끓이니. 다시다로도 살아남기 힘든 이상한 요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맛있다고 해야 또 만들지. 맛있다고 해야해."

아버지, 맛있다. 이후의 말씀을 제 귀에는 안 들리게 해주셨어야죠.

어찌 됐건, 너무 맛없다의 반증을 그렇게 듣고 말았다. 저 솜씨로 어떻게 시집을 보내나 걱정스러우셨던 아버지.

상견례 자리에서, 시댁 어른들께 우려를 표하셨다.

밥을 거의 안해본 아이라, 어찌 밥상을 차릴지 걱정이라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말씀을.

다행히 우리 어머님은 웃으시면서, 다 결혼하면 잘 살게 되어있다고 괜찮다고, 부모님들 걱정보다 요즘 젊은 사람들 훨씬 잘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어머님의 믿음 덕분인지.

나의 엄청난 레시피 사랑 덕분인지, 그냥저냥 신랑 입맛 맞춰가며 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신랑 또한 맛없는 요리엔 안색부터 변한다. 맛 없는걸 그리 온몸으로 표현할 줄이야.)


정다정님의 요리는 어쩌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나 계속 보다 보면.. 에이 못 먹겠구나 싶은 그런 요리들이 나온다.

소금을 소금소금뿌리고 후추를 후추후추 뿌리는 요리.

1 아빠 숟갈은 이해가 되어도 1 슈퍼타이 숟갈은 정말 참기 힘든 표현이랄까. 마치 설탕이 아닌 진짜 슈퍼타이가 들어갈 것 같은 그 긴장감에 말이다.


그녀는 토끼지만, 만화상으로는 거의 여성임을 알 수 없는 토끼지만, 엄마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거북이인것으로 나온다. 아니 왜?

토끼와 거북이가 결혼을 했을까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말기로 하자. 아빠는 잘 등장하시지 않지만, 엄마는 주로 그녀의 요리 후 엉망이 된 주방을 설거지한 대가로 그녀의 등짝 스매싱 인물로 등장하시고, 동생 북북이는 누나에게 초를 다투는 요리를 언급하면서, 엄마가 해준 맛이 나 ~ (칭찬이 아니라고 함)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역전 야매요리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한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라하고 싶은 레시피는 아니지만, 깊은 밤 보면서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리 사진임엔 분명하지만 그녀만의 말투와 화법, 그리고 그 처참한 결과물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다이어트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여러 요리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2012년 흑룡해를 기념해 만들었던 흑룡롤과 용용이 떡국이었다.

아, 그 비주얼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정말이지. 꽃다운 아가씨의 머리에서 어쩜 요리 상콤한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게다가 리얼 주방의 현주소

블로그에 올라오는 주방마다 하나같이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것 같고, 스튜디오 촬영인양 호감가득한 요리 과정들은, 집에서 직접 따라해보는 내게는 정말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이었는데 (그들은 연예인일까?) 그녀의 주방은 정말 현실 그대로다.

그대로 폭소를 터뜨리게 했던 부분이 그녀가 케잌을 만들기 위해 케잌 반죽을 섞고 나서 밥통을 열어보니, 먹다 만 밥이 그대로 들어있네.

흐흐. 이것이 우리네 주방의 현주소가 아니던가.



암튼 넘 재미나다. 거리낌없는 이야기. 다소 과격한 말투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어쩐지 귀엽게 넘겨지는 이야기.

야매요리의 매력은 바로 이런데있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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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졸업하다 -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에세이
김영희 지음 / 샘터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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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님의 <아이를 잘만드는 여자>가 나온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한다. 그 책을 읽은지 그리 오래 세월이 흘렀던가.

이후에도 몇권의 에세이를 내셨지만 내가 읽어본 책은 김영희님의 첫 에세이뿐이었다. 티브이에도 김영희님이 가족과 오손도손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고, 이제는 기억에서 잊혀질 무렵, 많은 나이차이와 국적까지 극복하고 결혼했던 독일인 남편 토마스와 이혼하셨다는 이야기도 접하게 되었다.

 

닥종이 인형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시절, 김영희님의 작품을 보고, 이렇게 우리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을 독일인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라웠었는데, 한국 아이 셋을 데리고 독일까지 날아가, 토마스의 아이 둘을 더 낳고 살고 계신 김영희님의 이야기, 이후로도 쭉 행복하였다라는 해피엔딩을 듣고 싶었으나 그러진 못했던 이야기, 그 후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엄마를 졸업하다.

이제 일흔이 넘어 아이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비로소 엄마를 졸업하게 되었는가 생각하지만, 자식들이 되려 엄마를 챙기는 신세가 되어 눈치도 보고 그런다는 이야기부터 시작이 된다. 워낙 똑똑하고 다부지게 자란 맏딸 유진은 이제 엄마의 보호자로 자처하려는 모양이었다.

본인은 한번도 아이들에게 그 친구랑 놀지마~ 이야기한적이 없다는데, 딸은 이웃 아줌마와 놀지 말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엔 어느 정도 교양 있어보이던 옆집 아주머니였는데, 딸이 밤중에 동창과 함께 길을 걷다보니, 그 아주머니가 평소와 달리 요란하게 차려입고 젊은 사람들과 희한하게 어울리는 모습에 충격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이랑 어울리지말라는 딸의 조언을, 무시하고도 싶었지만 엄마가 자녀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단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엄마 이야기에 자꾸 참견도 하게 되고 그런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마의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딸을 꼭 두어야한다는데, 때론 잔소리꾼이 되지만 친구보다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또한 딸이 아니었던가. 아들만 하나 있는 난 그래서 딸 둔 사람이 부러워졌다.

 

엄마를 졸업하다란 제목으로 시작해 그런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엄마같은 맏딸 유진, 실속있지만 알보고니 똑 부러지는 큰 아들 윤수,자꾸만  정이 가는 장수, 누구보다 똑똑해서 믿음이 갔던 봄누리가 준 충격, 그리고 사랑이 크기에 더 아픔도 컸던 프란츠

 

다섯아이의 엄마다보니 각양각색의 경험을 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

철저하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독일인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한국인의 정서.

그녀가 잘 살고 잘살기를 바랐던 마음이었는데, 만년 소년 같았던 남편 토마스는 친자식인 프란츠를 사랑하기에 더욱 혹독하게 가르치고 뛰어나길 바랬다 한다. 독일인들이 은근히 잔인함도 있었는데, 어린 천사같은 프란츠에게 그렇게 대함은 아이를 비뚫어지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한다. 조금더 부드럽고 조금더 섬세하게 다뤄졌어야 할 아이였는데, 그녀는 늘 프란츠가 가슴아프고 신경이 쓰였지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열 여덟에 자신 스스로 독립시키기로 한다.

 

아이들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독일에 살면서, 늘 이방인 같은 그 느낌, 한국에 오면 달라질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그녀에게서 이방인의 느낌이 난다며 이야기하면, 그게 참 속상할 것 같았다. 한국에선 그저 한국인이고 싶은 그녀였을테니.

30년을 독일에서 살아왔지만, 어렵게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이라 제대로 독일어를 따로 시간내 배울 시간도 없었고, 아직도 그녀는 독일어에 자신이 없다 하였다. 그래서 독일어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게 무척 어렵다는 그녀. 인터뷰도 웬만하면 사양했지만 다행으로, 그녀의 작품을 보고 온 기자가, 이미 '아이들-그녀의 작품'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괜찮다~고 위로해주어 안심이 되었다 하기도 하였다.

 

여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나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남들 다하는 일상 수순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아이 엄마가 되고보니, 이젠 내 세상이 아닌, 아이의 세상이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아이의 가장 큰 보호자가 되는 거였고, 그 딱지는 아이가 독립을 할때까지 쭈욱 이어질 것이었기에 처음 한동안은 아이덕분에 밤잠을 제대로 (아니, 사실 아이 돌이 가까워오도록 바닥에 등대보고 잔 적이없었다.) 자지 못하는 사실에 기겁을 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아이와 같이 팔베게하고 잠도 잘 자고 그러지만, 언제 그런 신생아 시절이 있었나 싶어 아득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두고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아이 엄마가 된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엄마를 졸업하다니..

과연 졸업이 있을 순 있을까 싶은데.

엄마 졸업장을 멋지게 따고 싶다는 김영희님의 이야기가 그녀 나이 일흔이 되어 풀어내는 이야기다보니 (늦둥이 아가 둘 때문에 더욱 늦어진 졸업 나이였겠지만) 공감이 아니 될 수 없었다. 정말 다섯 아이를, 늦둥이 둘까지 포함한, 다섯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난 후면, 이젠 좀 한시름 놔도 되겠다 싶을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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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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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좋아 제주도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다보니, 이제는 제주 정착기를 다룬, 제주이민자 (?)들의 에세이에도 발을 넓혀가며 읽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제주 보헤미안이라는 책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트위터엔 수시로 출몰하셨던 것 같은데 내가 트위터도 안 하고, 메가님은 거의 웹툰에서만 만나뵈었던지라) 메가쑈킹님의 근황을 발견하고 정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니,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를 지으셨단 말이야? 쫄깃 센타란다. 제주 보헤미안(http://melaney.blog.me/50141341562)에는 13인의 제주 정착 리얼 다큐가 실려있었는데 그중 쫄깃 센타의 사연은 가히 틀을 깨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메가님이라 가능하셨을게야. 싶었는데, 먹을 것을 워낙 좋아해 그런지, 메가님이 아침마다 끓여서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내놓는다는 메뚜기 수프, 메뚜기를 넣은게 아니라 오뚜기 수프에 제주산 감자와 양파, 청양고추 등을 아낌없이 팍팍 넣어 끓인 특제 수프란다. 그때도 그 수프가 먹고 싶어서, 집에서 인스턴트 수프 사다가 양파랑 감자 넣고 끓여먹은 적이 있었는데, 이젠 한권의 책에서 쫄깃 센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

정말 오랜만에 택배가 도착함과 동시에 하루에 다 읽어버렸다.

요즘처럼 책이 와도 며칠 묵혔다 읽고 있는 (본의는 아니고 읽던 책을 다 못 읽어서) 상황 속에서 쫄깃은 말 그대로 한번 손에 붙들면 내려놓을 수 없는 묘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짤막한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만들어 읽으니, 훨씬 더 자세하고 재미나다. 정말 구상서부터 실행 그 자체까지 믿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드라마 내지는 만화 같은 스토리랄까?

내 친구 메가는 그런 녀석이다. 심심해서 저지르는 일을 진지하게 하고야 마는. -강풀

그러고보니 강풀님 웹툰이나 일상 이야기에서도 메가님 이야기를 가끔 접하곤 했었는데, 두분 막역하신 사이셨구나.


염통이 쫄깃해진다라는 둥, 다른 사람들은 미처 떠올리지 못할 과감하지만, 그러나 어쩐지 애정이 가는 그런 용어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만화계의 유행어 제조기 같은 메가쑈킹님, 원래는 홍대에 친구들과의 아지트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워낙 임대료가 비싼 곳이라 홍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바다가 마냥 그리웠던 그는, 뜬금없는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를 구상하고 친한 동생, 친동생 등과 의기투합하여 제주도에 내려가 살 계획을 하게 된다.

제주도에 내려와 사는 경우는 참 다양한 예를 읽어보았는데 메가님의 경우는 좀 즉흥적으로 보였으나 그럼에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그대로 실행되는거 보면 그의 작품으로 인한 인덕인지, 아니면 정말 우러나오는 인품에서의 인덕인지 부러울 따름이었다.


쫄깃 센타는 우선 생지옥, 생각을 지워주는 옥빛 바다라 이름 붙인 너무나 유명한 협재의 바다가 보이는 주택을 사면서 시작이 된다. 그러나 그대로는 안되었다 거의 대부분을 새로 짓다시피 했는데, 쫄깃센타에는 처음 주축 멤버 세명 외에 무료로 숙식제공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게스트하우스 이용을 할 수 있으나, 무임으로 와서 공사 일을 거들 사람들을 모집한다고 해서 뽑은 쫄깃 패밀리 네명을 추가로 뽑게 되었다. 무료로 내려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아무도 믿기 힘들었으나 메가님이 계획한 무모해보이는 일들은 의외로 실행이 착착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건물 벽 하나를 고래로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딱 하나의 커플룸에는 애기공장이라는 참으로 엽기스러우나 한자를 풀이하면 사랑의 기운이가득한 장소라는 뜻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여간 읽는 족족 웹툰의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 웹툰 못지않게 재미난 무용담이랄까.


개는 기르지 않겠다 하였으나 너무나 불쌍해보이는 강아지 한마리가 쫄깃센타 앞에 오는 바람에 저절로 키우게 된 다행이.

다행이는 발견 당시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한 상태라 하마터면 죽을 위기에 처해있었다한다. 지금은 너무나 귀여운 강아지로 탈바꿈. 개를 기르지 않겠다 했던 메가님도 이제는 다행이의 눈과 코, 세 까만 점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게 되었다.


제주도를 좋아해 제주여행을 매년 1~2회 정도씩 다녀오고 있는데 아기가 있어서 대부분 호텔에 머무르는 여행만을 선호하였다.

최근 몇년 사이에 부쩍 게스트하우스를 머물며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단 이야기는 누누히 들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썼는데 메가쑈킹님의 게스트하우스, 쫄깃 센타를 보니 이런 곳을 찾을 수 있는 "젊음"이 부러워졌다. 커플룸이 있다곤 해도 아가와 함께 찾기에 난 너무 이미 몸도 마음도 안이해져버린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들의 젊음과 소통방식이 부러웠고 (메가님은 나보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부러웠다. 싱글들이 있으시다면 친구들과 쫄깃 센타 여행 고려해보시라 하고 싶어졌다.


메뚜기 수프 레시피에는 이제는 삶아진 쫄깃쫄깃한 마카로니가 추가되었고, 한때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한 자찾생의 사연도 소개가 된다. 자아를 찾으러 온 중학생이라는 비주얼 20대 정도로 보이는 이 막강 노안 청소년. 메가쑈킹님의 쫄깃 센타 건립과정을 지켜봐온 (인터넷으로) 학생 어머니가 정신 차리라고 아들 혼자 덜렁 제주도로 내려보냈다 한다. 게임에만 빠져있던 소년을 졸지에 떠맡게 된 메가님이지만, (무척 황당하셨을터지만) 짧았던 기간이 일주일 또 그렇게 연장이 되어가며 메가님과 게스트하우스 식구들과 끈끈한 정을 이어가게 되었다. 내려올땐 우거지상이었지만 올라갈땐 밝은 미소로 올라갔다는 자찾생 때문에 자녀분들을 보내시겠다는 의뢰가 쇄도하나, 이제는 사양하신다나? 흐흐 정말 메가쑈킹님의 팬들은 팬 분들도 메가쑈킹하신 분들이 많으신 듯 하다. 생각이 트였다고 볼 수도 있고.


너무나 재미났던 쫄깃센타와 메가쑈킹님의 이야기.

그동안 즐겨봤던 웹툰들을 한동안 못봐 아쉬웠는데 이 책 한권으로 메가님의 근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옥빛 바다와 비양도를 한폭의 그림처럼 볼 수 있는 창앞에 앉아, 메가님과 이웃님들이 모아놓은 책장에서 내 마음대로 책을 뽑아 읽을수도 있고, 아침이면 메가님이 끓여주시는 뜨끈하지만, 절대 고소하지만은 않은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가득한 메뚜기 수프로 (메가님이 끓인 오뚜기 수프) 간밤의 술로 달린 속을 달래봄도 좋을 듯 하다.


특히나 그 공간들 중에서도 창가에 앉아 채을 볼 수 있는 그 공간이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보고 또 봤는데, 여러 분들이 그 명당자리를 고수하는 듯 하였다. 심지어 쫄패들이 모여 담소하는 와중에도 한분은 명당에 누워계시더라는.


꿈을 이뤄가는 곳, 머릿속 상상을 실천해낸곳, 이젠 쫄깃센타를 게스트하우스를 넘어선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내신다 한다.

궁금하다 그 완성된 모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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