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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체로키 인이었다던 포리스트 카터의 작은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가 이 따뜻한 책을 처음으로 만난 날은 바로 추석이었다.
추석때 나는 항상 어머니가 내주신 과제를 다 끝내고 한창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 그런 나를 보고 어른들은 뭐라고 하지만, 나는 도저히 자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멈추는 순간이면 조금만 더 하고 싶은데,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이 내 맘속에 계속 남는다. 그러다가 잠깐 머리나 좀 식혀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둘러본다. 4학년때는 이 책장에서 연탄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읽으면서 이 사회에 얼마나 불쌍한 사람이 많은가, 하고 느껴보며 1편에서 3편까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 이야기도 아직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책은 없을까? 하면서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가끔 가다가 나는 정말 어떤 책을 보면 바로 이 책이다, 하는 것을 느껴보는 때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뽑아서 읽은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시간이 없어 아쉽게 처음 부분의 조금만 읽고선 집으로 향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군대에 가있는 형의 책에 함부로 손댈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남긴채 집으로 향했는데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저 사고싶은 책이 한 권 있는데..."
"뭔데? 말해봐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고 있거든요? 얼만지 보고 구입해주시면 안될까요?"
"아, 그 책 우리집에 있는데?"
이 말을 듣고서 나는 살짝 충격에 빠졌다. 내가 이 말을 내뱉을 용기를 낸 것은 이 책을 읽기위해 무척 오래도록 기다리다가 거의 몇주가까이 되어서 내뱉은 말이었다. 우리집 책장에서 잘 꽂혀 있던 책을 보며 허무함을 느낌과 동시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도 제쳐두고 이 책을 시간나는 사이 계속 읽었다.
작은 나무라 하는 이 책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는, 어릴적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친척들이 찾아와 양육권을 얻겠다며 서로 다툰다. 하지만 이 작은 나무는, 굳게 앉아 계셨던 할아버지를 택했다. 그러고선 할아버지의 다리를 꼬옥 잡았다. 친척들이 이 아이를 할아버지의 다리에서 떼어내려고 하자, 할아버지는 말이 거의 없으심에도 "내버려 둬."라는 한마디에 친척들이 금방 손을 뗐다. 그러고선 할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 할아버지가 바로 혼혈 체로키 인이었으며, 할머니 또한 순수 체로키 인이었다. 이렇게 자연에 융화되어 살아가고 계셨던 조부모님 밑에서 작은 나무는 숲의 한 작은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자연을 깨달아간다.
작은 나무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위스키를 만들면서, 자신의 집을 들리는 온갖 사람들로부터 얻는 삶의 교훈... 작은 나무야말로 그 나이에 무척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하지만 이 지식들을 이 책에 등장한 목사님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작은 나무가 사생아라면서 결코 예배도 보지 못하도록 하고, 또한 짝짓기를 하고 있는 사슴들의 사진을 보고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맞혔음에도 더럽고 망측한 것이라며 피가 날때까지 매질을 했다. 이 부분을 보면서 목사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의 뜻은 모두를 평등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주 앞에서는 모든 대륙의 사람이자 모든 인종의, 모든 일을 겪은 사람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몸을 파는 여자에게도 죄를 짓지 않은자만 돌을 던지라며 그녀를 보호했으며, 결국 이는 만인에게 해당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를 매질하고 있는 이 사람때문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 내 영혼이 회계를 하고, 점점 더 따뜻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내 영혼이 정말로 따뜻한 순간에는 자연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겠지. 나는 아직도 자연을 깊게 좋아하지 못하니, 참 어리석은 것 같다. 당장이라도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