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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지켜라 ㅣ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7
김재경 지음, 김명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소나무를 지켜라
일제 강점기의 슬픔. 난 내가 직접 겪지 않더라도 책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으로 설움이 복받쳐 온다. 우리 민족의 상징, 소나무. 이야기는 송근이 가족이 소나무를 지키려고 할 때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소나무를 지키다가 순사의 욕에 의해 고혈압으로 중풍에 걸리셔 돌아가셨다. 이제 할아버지 대신 송근이가 소나무를 지켜야 한다. 한겨울도 꿋꿋이 이겨내 제자리를 지키는 소나무,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나라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더라도 소나무처럼 꿋꿋이 이겨내는 마음을 가진 송근이는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개코 아버지 같은 일본 앞잡이와 독립 투사 사건에 오해를 받아 감옥으로 끌려간 많은 사람들, 그리고 위안부 등 일본에 의한 많은 슬픔이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독립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나라를 지킨다. 우리는 이런 조상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우리 모두 송근이 같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뒷이야기 상상하기
이제 일제로부터 우리나라가 완전히 독립되었다는 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때 봉수 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그 개코놈 아비를 혼내주러 가자!”
나는 평소에 개코와 개코 아버지를 무척이나 미워했지만 막상 혼내주러 가려니 개코 아버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같은 민족인데...”
만재형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아무리 밉다지만 같은 민족을 혼내주는 것은 안되죠.”
봉수 아버지는 매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사람이 우리에게 한 짓은 용서가 된단 말이냐?”
다른 마을 사람들과 봉수도 거들었다.
“맞아! 우리도 개코를 혼내주자!”
아이들 모두 말을 한다. 왠지 달갑지는 않지만 나는 결국 아이들에게 몰려 개코를 혼내주기로 했다. 개코와 개코의 아버지는 오두막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천황 폐하의 슬픈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개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끝났다. 일본을 앞세우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더니... 너까지 이렇게 만든 내가 나쁜 놈이야.”
“아버지, 아니에요. 제가 아버지를 따라 함께 친일파일을 한 것이에요.”
곧 개코 아버지가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끝이다. 이제 곧 마을사람들이 들이닥치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몽둥이로 얻어맞느니 함께 죽자꾸나.”
잠시 침묵이 흐르고, 봉수 아버지와 몇몇 어른이 문을 열었다. 그 때 마침 개코 아버지가 식칼을 들고 개코를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빨리 개코 아버지를 붙잡았다. 개코는 조용히 훌쩍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약해졌지만 다시 굳게 다짐했다.
‘한 번 일본 놈 행세했으면 우리나라 민족도 아니야. 저런 녀석은 왕따나 되어야 해!’
다음 날이 지났다. 이제 봉수를 제외한 아이들 모두 학교로 갔다. 학교는 정말로 변해있었다. 이제 하얀 바탕에 빨간 원이 그려진 것이 아닌,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아이들 모두 신나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 만만세!”
어느 한국인 선생님 한 분이 와서 농담을 하셨다.
“이놈들아, 벌써부터 대한 독립운동을 하는 게냐?”
아이들 모두 일본 말을 강제로 하느라 일본 억양이 조금 생겼지만, 그래도 한국 역사를 배우고 한국말을 배우게 되었다. 내 꿈이 진짜로 이루어진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고, 아이들 모두 신나게 떠들며 놀았다. 이제 군기를 잡지도 않았고 함부로 매를 돌리지도 않았다. 보지도 못한 천황 폐하따위에 절할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모두들 신나할 때 반장과 개코만은 머리를 푹 숙인 채 밥만 깨작거렸다. 어떤 애들은 개코에게 가서 단체로 놀려댔다.
“일본 놈이래요~ 일본 놈이래요~ 친일파래요~ 친일파래요~ 개코는~ 매국노~”
나는 아이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우리나라를 업신여긴 녀석을 도와줄 마음 따위는 쉽게 나지 않았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 개코는 자신만만한 왕따가 아닌 업신여김 당하는 왕따가 된 것이다. 선생님들도 가끔 아이들을 꾸짖었지만 개코의 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으셨다. 난, 이 일제 강점기를 통해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어느 곳에 대해 찬성하더라도 찬성했던 쪽이 유리해지면 자신만만해 진다는 사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점령했을 때는 일제를 따른 아이가 오히려 칭찬을 받고 일제가 물러나면 일제를 따른 아이가 왕따 당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유리하더라도 반대파를 괴롭히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