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서」 🔭 - P161

집을 치우다 보니 오래된 앨범이 나왔다. - P163

13년 전 가을, 나는 열여덟 살이었다. 그리고 유스케는 열아홉살이었다. - P163

동급생 중에 유스케가 가장 나이가 많고 내가 가장 어린 셈이었다. - P164

원래는 나 혼자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 P165

"서로 정반대 경로로 도는 거야. 그래서 나중에 누가 더 재미있는 여행을 했는지 겨뤄보자고." - P165

따로 행동하기로 했지만 출발은 같이 하기로 했다. - P166

"아무튼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나홀로 여행이라니, 너한테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거니까." - P167

그래서 늘 남의 뒤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 남이라는 건 대개 유스케였고, 덕분에 그는 친구가 의지하는 그릇이 큰 청년 역할을 해낼 수 있었으니까. - P168

유스케는 늘 리더 역할이었고 나를 조수나 졸병처럼 취급했다. - P168

하지만 이제 와서 차분히 돌이켜보면 유스케가 내게 그런 역할을 맡긴 것은 단순히 이성을 의식했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 P169

적어도 유스케 자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우월감을 맛볼 수있는 것이다. - P170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정신적으로 나 자신을 강인하게 단련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십수 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유스케와 나 사이의 역학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 P171

하지만 통로 중간에서 그를 돌아보았을 때 한순간 불안한 기색을 드러낸 것은 뜻밖이었다. - P172

어쩌면 나를 바꿀 만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 P173

그래, 이게 동해구나 싶었지만 기대한 충격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아 슬그머니 맥이 풀렸다. - P174

"혼자 여행하시는 건가요?" - P175

"그렇다기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걸 해 두려고요."

"여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맞아요. 여기는 숨은 명소죠. 특히이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최고예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 P177

등대지기 남자는 고이즈미 - P177

태평양 쪽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는 건 봐도 가라앉는 건 보지 못하니까. - P178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면서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것은 그가 한 말이었다. 어떻게 내가 막차를 타고 온 걸 알고 있는 것일까? - P179

그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 P180

바다에 면한 비탈길 중턱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 P181

등대에 묵는 정도면 나 홀로 여행의 에피소드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82

게다가 유스케는 나를 제대로 된 숙소가 아니면 묵지 못하는 도련님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 P182

"여행을 한다고 해서 억지로 그 지역의 명물을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지요. 그런 건 단순한 자기만족이에요. 중요한 건 어떤 느낌을 받느냐 하는 거죠." - P183

X역행 임시 버스 - P184

학생이 혼자 여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려 했는데 그 호의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일까? - P185

"흠, 나는 일본술밖에 마시지 않아. 위스키니 브랜디니 하는 건 비싸기만 하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 P186

그 아이의 아버지가 해외근무를 나가게 돼서 자연스레 걔도 미국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고요. - P187

우리의 이별 의식 - P188

이 등대지기와 함께 있는 것이 점차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P188

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았다. - P190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려니 까무룩 잠이 드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술기운이 도는 모양이었다. - P191

생각해 보면 그가 생면부지 학생에게 친절히 대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 P192

그러면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취향의 젊은 남자를. - P192

내게 유일한 희망은, 그가 아직 힘으로 욕망을 채우려 하지 않고 먹이가 얌전히 숙면에 빠지기를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 P193

배낭을 짊어진 채 죽을 힘을 다해 그것을 타넘었다. - P194

등대 밑이 어둡다. - P194

아직 오지 않은 유스케를 기다리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을 정리했다. - P195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악의가 깃든 계획이었지만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P196

도호쿠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한테는 전설적인 장소라나 봐. - P197

유스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의 배낭에서 버번 병을 찾아 늘 가지고 다니는 수면제를 넣어둔 것이다. - P198

모리오카에서는 메밀국수 식당을 겸하는 여관에 묵었다. - P198

그 기사가 지금 이 앨범에 붙어 있는 것이다. - P199

앨범을 덮기 전에 다시 한번 오래된 기사를 읽어보았다. 작은 곳의 등대지기가 살해된 사건을 보도한 기사다. - P199

임시 숙소 담요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어 있었다. - P200

어쨌든 나와 유스케의 좋은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 P200

친한 친구에게만 알려주는 비일 여행지 〈등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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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어주오」 - P258

천운영 - P256

《바늘》 - P256

《명랑》 - P256

《그녀의 눈물 사용법》 - P256

《엄마도 아시다시피》 - P256

《생강》 - P256

《잘 가라, 서커스》 - P256

각자 저 좋아하는 곳에서 저 하고 싶은 대로하면서 살고 싶다. - P258

그러면 내 아버지가 이렇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 - P258

오십 년 부부 관계가 그렇게 끝이 났다. 낙제점을 받아 합격증을 챙긴 셈이었다. - P259

나 안 버릴 거지?
어머니는 그저 피식 웃었다. 아버지가 재차 물었다.
진짜 버리는 거 아니지? - P259

자식들이 자리를 찾아 앉고, 음식을 시키기도 전에, 아버지는 이혼을 공표했다. - P260

아버지는 떠나온 지 육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았고, 폐가를 포함한 천 평의 대나무 밭을 구입한 다음, 삼 년에 거쳐 터를 닦고 축대를 세우고 집을 지었다. - P260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들을 덮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는지도 몰랐다. - P261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향해,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고 살지 그러셨냐고,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 P262

내친김에 그동안 내 어머니가 감내해왔던 희생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 P262

나는 좀 억울했다. 단지 어머니 편에 섰을 뿐인데, 꿈에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어머니에게서 듣다니. - P263

나는 혼자 남았다. 내가 배웅을 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를 두고 떠난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두려움이 이해됐다. - P264

어머니는 스물한 살에 나를 낳았다. 결혼식은 그로부터 육 개월뒤 신문회관에서 치렀다. - P264

어머니와 아버지는 직장에서 만났다. - P265

어머니는 문선공이었다. - P266

어머니에게 첫 사회생활은 호칭만 바뀐 여고생활의 연장이었다. - P266

그때 빈대떡이라는 걸 처음 먹어봤네. - P267

아버지는 문선부 한자 파트에서 일했다. - P268

군대를 마치고 어머니보다 두 달 먼저 입사한 아버지는, 새로들어온 문선부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에 단연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 P268

나하고 연애합시다, 명자 씨. 어머니는 당황했다. - P269

어머니는 임신 육 개월이 될 때까지 내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그만큼 무지했고 미숙했다. - P270

그때 나를 살린 것은 아버지의 두려움이었다. 대기실에서 수술 차례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무서웠다. - P270

4개월 후 나는 서울에서 제일 좋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다. - P271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내가 태어난 것을 알렸다. 태어난 일과 시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271

편지에는 내 이름과 함께 딱 한 문장만 적혀있었다.
삼칠일 지나 오니라.
할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 P272

밝을 명에 자식 자를 써서 명자라 이름 짓고, 같은 이름의 나무를 구해와 마당에 심었다. 애기씨나무, 명자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 P273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지키는 파수꾼, 문지기가 될 것이었다. - P274

어머니와 함께 있어서 한눈을 팔지 못할 거라는 자매들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할아버지 곁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 P275

할아버지가 옛 노래를 흥얼거리면 어머니가 박자를 맞췄다. - P276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명대로 삼칠일이 지나자마자 길을 나섰다. - P277

눈빛이 좋으니 되었다.
그 순간 맞아 죽을 각오로 문지방을 넘었다던 아버지는, 울었다.
생애 처음 받아본 믿음과 인정이었다. - P278

이제부터 네가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줘라.
어머니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 P279

사랑을 주는 아버지도 없고 뒤를 봐주는 엄마도 없고. - P279

난 희생한 적 없어. 그냥 하루하루 사랑하면서 살았지. 내가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네가 그걸 그저 희생으로만 생각했다면, 그게 그저 희생과 인내였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거야. - P280

나는 어머니에게 배웠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281

그런데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서 정말 뭔가를 배우긴 했을까. 사랑을 받는 법을 사랑을 주는 법을. 어머니가 가르치려 했던모든 것을. - P282

완벽한 날에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 날에 네가 생긴 거야. 완벽한 날에. - P283

완벽한 하루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오얏꽃 피던 밤이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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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날, 건물 입구에서 운 좋게도 바로 택시를 잡았다. 완벽한 날이다. - P267

동네를 벗어나려는 찰나 노점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305호가 보였다. 잔뜩 승리감에 취해 이 동네와의 마지막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다. - P267

겉으로는 세 보이고 당당해 보이지만 마음은 물렁해서 상하기 쉽다. - P268

평소와 달리 택시기사의 재미없는 질문에도 전부 대꾸해줄만큼 상쾌한 기분이었다. - P269

302호 우편함을 뒤적이고 있었어요. - P271

또렷하던 글씨가 녹아내려서 고개를 창가로 돌리니 도시의모습도 녹아내린다. - P271

돈에는 이름도 안 쓰여 있잖아. 주인도 없는 돈, 주인 만들어주겠다는 것뿐이야. 아니지, 내 걸 도로 찾아가는 거야. - P272

어차피 너 경찰서에도 못 가잖아. 잠깐 자고 일어나면 돼. 아버지, 그냥 여성 노숙자 쉼터에 내려다주죠? - P273

옅은 의식이 분노로 가득 차자 화염이 일었다. - P274

툭, 모든 연결은 끊기고 나는 꺼졌다. - P274

에필로그 - P275

The Third Eye. - P277

제 3의 눈, 내 절망을 가리기 위한 눈은 오히려 내 브랜드가 됐다. - P277

오늘은 브랜드 아래에 슬로건을 추가했다. ‘More than meets the eye.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P277

서로 무관심하게 떨어져 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운명공동체일 것이다. - P278

처음 터널의 입구는 넓었다. 터널의 끝에는 달콤한 성공이 날기다리고 있었다. - P279

306호 아주머니와 함께 있던 남자의 자동차번호예요.
택시였어요. - P280

너무 걱정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 P280

저 물고기들은 304호를 찌를 흉기였다가 각성제였다가 금세정성스런 선물로 변했다. - P281

자연의 법칙은 강한 자가 살아남지만, 문명의 법칙은 깨닫는 자가 강하다고 - P281

내 죄책감과 양심이 저 물고기 인형들처럼 예쁠 순 없지만 마음을 다잡으려면 평생을 간직해야 한다. - P282

작은 물고기 파편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바닥에는 놀라운광경이 펼쳐졌다. - P283

304호 어머니와 잠깐 연락이 됐지만 알리바이가 밝혀지자마자 연락을 끊더군요. 아마도 장애를 가진 딸이 숨기고 싶은 존재였나 봅니다. - P284

304호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니, 내다 버렸다. 숨긴 자식도 바닥에 반짝이는 물건들의 소유권도 전부 다. - P284

나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 P285

똑, 똑, 똑, 똑,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유령처럼 조용히 사는 여성들이 모인 원룸 건물.

실패라는 무거운 공포가 깔린 이곳에는 원칙이 있다.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만 절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룰.

닿을 듯 닿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합의.

스스로를 지키는 것 외에 타인의 영역에 무관심해야 하는 생존 법칙.

그러나 어디에든 법칙을 깨려는 자들이 있다.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들이……..

"벼랑 끝에 몰리면 사람이 짐승이 되기도 하니까요."

궁지에 몰린 여섯 명의 여자들, 그리고 한 남자의 죽음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을 몰아붙이는 놀라운 필력 !

Kㅡ미스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러

케이시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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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무당이 무슨 상관있나요? 미래를 알면 왜 301호는 이동네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 P240

"내가 말하는 것은 사회나 기술적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미래를 말하는 겁니다. 인간의 팔자, 운명 같은 거 말입니다." - P241

여기서 지박령이 되면 306호처럼 늙어 죽는 거예요. - P242

"나는 은행을 절대 안 믿습니다. 그래서 점을 봐줄 때도 현금으로만 받습니다. 돈에도 귀신이 붙어 있으니까." - P243

"돈을 귀신에게 보여주면 더 많이 갖고 싶어 합니다. 사람의습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귀신도 사람이었으니까요." - P243

301호는 부자가 된다는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왜 동네를 안떠나는 줄 알아요? 힘든 영혼들이, 너무 많아. - P244

같은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도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 P245

"귀신이 돈맛을 보면 정신 못 차립니다. 돈이 있으면 재앙이있지만 돈이 없으면 더 큰 재앙이 찾아오는 법이지요." - P246

10여 분 동안 301호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해괴해 보이기까지 하는 의식은 비교적 빠르게 끝났다. - P247

"원래 첫 번째 파도보다 두 번째 파도가 큰 법입니다. 내일은더 많은 귀신을 부를 테니 더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주세요." - P248

말리부에 오렌지 주스 섞으면 음료수 같아서 술술 잘 넘어가요. 저도 잠이 안 오면 종종 마셔요. - P248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303호가 남자를 두 명이나 만나는게 정말 부러웠다니까요." - P249

"실은, 옆집이라 다 들렸어요. 한 남자는 거칠고, 또 한 남자는 다정하게 애무도 오래하고..…." - P250

"근데 어제 말했던 이 집에 살던 사람 말이에요. 어떤 사람이었어요? 계속 생각나서요. 궁금해서 잠도 못 잤어요." - P251

"사실은 여기서 살던 여자가 생활고로 자살했거든요. 경찰이그랬는데 통장에 잔고가 아예 없었대요. 사업에 실패한 건지, 방탕한 생활을 한 건지." - P252

"저도 한동안 힘들었죠. 지금도 생각나요. 정말 착한 친구였는데..." - P253

나는 소파에 앉아 이사할 계획을 세우며 공상에 빠졌다. 새로사귄 친구들을 보니 문득 오빠 가족이 보고 싶었다. - P254

나는 순간 겁에 질려 온몸이 굳어버렸다.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눈동자만 정처 없이 흔들렸다. - P255

많이도 썼다 싶어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주머니에 엽서를 구겨 넣었다. - P256

302호에 있는 돈은 다 내 것이다. 어차피 돈에는 이름이 없고, 내 트렁크에 모두 옮기 담았으니 내 돈이다. 남자친구의 보험금도 어차피 내 것이다. 2년을 기다렸는데 그 이상을 못 기다릴 이유도 없다. - P257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에 파쇼나토, 빠르고 힘차게. - P257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 - P258

A 씨는 친구들을 늦게 발견했다는 자책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P258

301호  [ 302호 ]  303호
306호    305호    304호 - P259

나는 친구를 잃은 피해자, 운 좋은 생존자가 되어 있었다. - P259

심리상담사와 오랜 시간 이야기할 생각에 작은 기쁨이 피어올랐다. 그동안 너무 대화 없이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 P260

사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 P261

303호의 복지관 동료들, 301호의 오랜 고객으로 보이는 몇몇, 그 사이로 경찰과 건물주, 306호의 모습도 보였다. - P261

301호의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303호의 가족은 장례식이 끝날 즈음에야 얼굴을 비췄다. - P262

그마저도 303호의 얼마 안되는 유산을 가족별 지분으로 나누는 몰염치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가족은 필요 없는 존재였다. - P262

날 것 그대로, 편집되지 않은 전체를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 P263

나를 계속 다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 P263

나를 해치려는 전남자친구를 해결한 것도, 날 이용하기만 하는 오빠 가족들을 떼어놓은 것도 고기와 가스였다. - P264

내가 이 세상의 일원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연결고리다. - P265

마음 약해지기 전에 오빠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모두 나를 이용하려는 포식자들이다. - P265

그동안 미뤄둔 조울증과 망상장애 치료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 P265

난 인정받는 디자이너, 정글의 생존자이며, 무엇보다 침략자들로부터 내 영역을 지켜낸 승리자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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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해야 하는데」 🌙 - P125

호놀룰루를 향해 - P127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은 다음 나오미와 함께 버스를 타고 렌터카 회사로 갔다. - P128

오아후 섬 최북단 - P128

하지만 나오미에게 고백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녀와의 결혼을 화려하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 P129

노부히코 - P130

 비행기를 함께 탄 노부부 - P131

"멋진 부부네요. 결혼하고 50년이 지나도 저렇게 지낼 수 있다니 근사해요." - P132

망설여서는 안 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나오미와 달콤한 세계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 P133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게는 그녀를 안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 P134

스스로도 소름이 끼칠 만큼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네가 히로코를 죽인 거냐?" - P134

히로코는 죽은 딸아이의 이름이다. - P134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 P135

그 행동을 나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 P136

그 편의점에서 사건에 휘말렸다. - P136

집에 혼자 두고 온 히로코가 마음에 걸려 엑스레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할 생각이었는데 그때 다시 뜻밖의 방해꾼이 나타났다. - P137

"그보다 누나, 부탁이 있는데 우리 집에 가서 히로코가 어쩌고 있는지 좀 봐주지 않을래? 혼자 두고 와서 영 불안하네." - P137

놀랍게도 전화를 받은 건 누나가 아니라 나오미였다. - P138

"아무래도 일산화탄소 중독인 것 같아요. 난롯불이 불완전연소된 모양이에요. - P138

자신의 목소리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마치 짐승이 포효하는듯한 울부짖음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 P139

그날 아침 나오미가 집에 온 것은 새로 장만하려는 가구가 침실에 들어갈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 P140

거기까지 생각을 펼치자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 P140

아침에 난로의 석유 탱크를 보았을 때는 분명 눈금이 거의 바닥을 가리켰는데 지금은 반 가까이 차 있다. 누군가가넣은 것일까? - P140

열흘이 지난 후, 그날 아침에 나오미가 석유 탱크를 뒷문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 P141

난로가 켜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나 거실의 크기로 미루어 볼 때 그 아코디언도어가 열려 있었다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 P143

머릿속에서 나오미에 대한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나오미가 고의로 히로코를 중독사시킨 것은 아닐까 하고. - P143

나오미와의 결혼에서 가장 큰 문제는 히로코였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히로코는 나오미를 좀처럼 따르려 하지 않았다. - P143

그런 아이는 차라리 없는 게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나오미의 가슴에 싹트지 않았을까? 그걸 딱 잘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내게는 없었다. - P144

나오미는 환기를 시키고 난로를 끈 다음 의사를 불렀다. 물론 이미 늦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 P145

나오미에 대한 의혹은 나날이 부풀어 올라 마침내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P145

만약 나오미가 히로코를 죽였다면 내 손으로 나오미를 죽일 수밖에 없다. - P146

"신혼여행인데, 행복해야 하는데." - P146

"나를 죽이고 싶으면 죽이세요." - P147

노인이 물었다.
"속이 좀 안 좋다며 방에서 쉬고 있어요. 별일 아닌 것 같긴하지만요." - P147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몇 년 전 하와이에 왔을때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전처와 함께였다. - P148

사고라면 그나마 체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것이라면 복수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상대가 누구든. - P149

나오미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후배였다. 밝은 성격과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 P149

"굉장히 큰 슈트케이스네요. 저렇게 큰 건 별로 본 적이 없어요." - P151

"부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 P152

"그런가요? 하지만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위기는 찾아오죠. 아니, 서로 사랑하기에 도리어 감정이 뒤얽혀서 굴레를 쓰기도 하는 법이죠." - P153

"오해인지 아닌지는 풀려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거예요." - P154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 쪽으로 꼭 한번 생각해 보세요." - P154

실로 중요한 요소가 거기에 숨어 있었다. 왜 이제껏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 P155

"왜 말해주지 않았어?"
신음하듯이 말했다.
"히로코를 죽인 사람은 나지?" - P155

어젯밤에 나오미의 목을 조르다가 결국 중간에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녀를 믿었기 때문은 아니다. 사람을 죽인다는게 두려웠을 뿐이다. - P156

모든 것은 내 실수였다. 그날 아침 차의 시동을 켜둔 채 집에서 나간 것이다. 그 이유를 지금은 명확히 떠올릴 수 있다. - P157

그리고 상황을 알아차린 나오미는 내 실수를 덮으려 했다. 난로에 석유를 붓고 불완전연소가 원인이 되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킨 것처럼 꾸미려 한 것이다. - P158

내가 히로코를 죽였다는 것도 모른 채 오히려 나를 감싸려고 애쓴 나오미를 의심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그녀를 죽이려 했다. - P158

"넷이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가죠. 오늘 저녁은 우리가 대접하겠습니다. 젊은 두 사람이 새롭게 출발하는 밤이니까요." - P159

딸을 죽인 여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남자 〈달콤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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