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불꽃」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 P191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한 것이었다. - P191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 P192

둔중히 마비되곤 - P192

그의 미각과 잠자리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그녀는 노력했다. - P193

미안하다는 고백도, 용서를 빈다는 애원도 생략한 채, 단지 아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 P193

나는 당신을 몰라. - P194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간 것뿐이야······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길래······ 거기 서서 기다린 것뿐이야. - P195

귓속이 멍해진디. - P196

하혈 - P196

기쁨과 자연스러움이 제거된 시간 - P196

최선을 다한 인내와 배려만으로 이어진 시간. - P196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 - P197

질벽에 붙은 혀간은 폴립 - P197

여전히 자신의 몸에 상처가 뚫려 있다고 느꼈다. - P198

무덤처럼 지쳐 있었다. - P198

잠결에, 이 순간만 넘기면 얼마간은 괜찮으리란 생각으로 견뎠다는 것을. - P199

이상한 흉통 - P200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 P201

죽음의 얼굴 - P201

자신을 집어삼키는 구멍 같은 고통을, 격렬한 두려움을, 거기 동시에 배어든 이상한 평화를 그녀는 느꼈다. - P202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 P202

텅빈 검은 눈 - P202

······ 네가 정말 미친 거니. - P203

그러던 어느 찰나 일상으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끈을 놓아버린 걸까. - P203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 P202

······ 네가 정말 미친 거니. - P203

고통과 불면 - P203

지우가 아니라면 - P203

자신 역시 그 끈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고. - P204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 P204

캄캄한 숲 - P205

오히려 무자비한, 무서울 만큼 서늘한 생명의 말이었다. - P205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 P206

죽어가고 있잖아. - P206

이제는 더이상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 P207

여러 종류의 손톱깍이 - P207

감금되어 - P208

피해망상증 여자 환자 - P208

모든 근육이 빳빳하게 긴장돼 - P209

의식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을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 P209

몸짓은 크고 거칠다. - P210

고함이 격렬해진다. - P210

싫······어······! 먹기 싫······어······! - P211

오히려 방해만 - P211

보호사의 억센 두 손아귀 - P211

영혜가 목젖으로 식도를 막아 - P212

주사기로 미음을 흘려넣기 시작한다. - P212

튜브를 잡고 있던 간호조무사의 얼굴은 피투성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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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륵 영혜가 웃었다. - P180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 P180

환자들은 사람과 사람의 육체가 지켜야 할 적당한 간격을 무시하고, 시선을 둘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무시한다. - P181

멍한 시선 - P181

명료한 시선 - P181

희주 - P182

경조증 - P182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 - P183

기아난민 같은 모습 - P183

오랜 굶주림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진 탓 - P183

연둣빛의 몽고반점 - P183

정맥주사 - P184

포기하려 - P185

담당의가 - P185

내장이 다 퇴화됐다고 그러지. - P186

나는 이제 동물이 아니야 언니. - P186

살 수 있어. 햇빛만 있으면. - P186

시간은 흐른다. - P187

통조림 황도복숭아. - P187

미동도 하지 않는다. - P188

자신의 안에서 뜨거운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녀는 망연히 들여다본다. - P188

모과차 - P189

그냥 나무가 되고 싶은 거라면, 먹어야지. - P189

살아야지. - P189

죽음을 원해온 것 아닐까. - P189

여기서 나가게 해줘. - P189

내보내줘. - P190

여기 있기 싫어. - P190

······언니도 똑같구나.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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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인사하긴 했지만, 피로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 P155

어둠과 물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영혜. - P155

강렬한 혐오감 때문에 - P156

웅크려 앉아 있었던 - P156

두 갈래 길에서 - P157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닐까. - P157

모성애와 같은 책임감 - P158

때로는 타인처럼 - P158

거의 적막하게 느껴지는 - P159

두 사람 다 비슷하게 말수가 적어서 - P159

남편은 저렇게 날개가 있는 것들을 즐겨 찍었다. - P159

결코 관통할 수 없을 것 같은 침묵에 싸여 있던 남편의 실체를 과연 그녀는 만난 적이 있었을까. - P160

그의 독특한 무방비상태가 - P160

그날 이후 그녀가 그에게 바란 것은 자신의 힘으로 그를 쉬게 해주는 것 - P160

그의 침묵은 고무처럼 질기고, 바위처럼 무거웠다. - P161

자신의 뒷모습 - P161

과분해. - P161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 그가 찍을 이미지들뿐이었을 것이다. - P162

알 수 없는 생명의 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 P162

우리집에 아빠 있어? - P163

빗속의 병사들은 고적하다. - P164

병원 안뜰의 느티나무 - P164

그러니까 꼬박 석달째 한시간 이상 이어서 잠들지 못했다. - P165

신기하게도 그 우묵하고 비좁은 공간이야말로 서른두 평의 아파트 안에서 가장 아늑하게 느껴지는 장소라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는다. - P165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P165

막을 수 없었을까. - P166

값싼 추문 - P166

상식과 이해의 용량을 뛰어넘는 것 - P167

남편의 행동이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 P167

공포 - P168

수개월의 소송과 지루한 구명운동 끝에 풀려났으며, 잠적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 P168

짐승만도 못한 사위를 연상시키는 큰딸과도 연락을 끊었다. - P169

성실의 관성 - P169

모든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았다면. - P170

중환자실로 - P170

신경성 거식증의 경우 십오에서 이십 퍼센트가 기아로 사망합니다. - P171

정신분열증이면서 식사를 거부하는 특수한 경우 - P171

가끔 정상적인 인간들로 가득 찬 평온한 거리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 P172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 P173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 P173

응······ 여기엔 큰 나무들이 있네. - P174

촘촘한 창살들이 세로질러진 창문 - P174

······여기서도 나무들이 보이네. - P175

언니. ······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 P175

집요한 시선 - P176

그 몸에서 어떻게 뿌리칠 힘은 나오는지······ - P176

물구나무서 있는 - P177

생생히 번쩍이는 눈으로 영혜는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 P178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 P179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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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음

창비

뒷모습에 더 중점을 둔 것 - P136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 P137

추억 때문인지, 우정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곧 그가 넘으려는 경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 P137

짐작대로 열렸다. - P137

물감냄새. - P138

조명도, 촬영 따위도 그는 잊었다. - P138

짐승의 헐떡거리는 소리 - P138

괴성 같은 소리 - P138

제대로 보고 싶어서 - P139

지금 두 사람의 몸은 겹쳐진 꽃들 같을까.  - P140

꽃과 짐승과 인간의 뒤섞인 한몸 같을까. - P140

가장 추악하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의 끔찍한 결합이었다. - P140

영원히, 이 모든 것이 영원히······ - P141

침묵 속에서, 그 열락 속에서, 영원히. - P141

그리고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 P141

낙인같은 이 점을 나눠갖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 P142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 P142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 P143

맵고 시큰한 냄새, 달콤하면서도 역하고 씁쓸한 냄새에 섞여, 갓난아이의 몸에서 나는 배냇내 같은 그녀의 체취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P143

캠코더가 보이지 않았다. - P143

6mm 테이프 - P144

식탁에 얼굴을 엎드리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아내였다. - P144

아내가 극도로 감정을 숨기려 할 때의 느리고 낮은, 미세히 떨리는 음성이었다. - P144

아내는 한마디씩 침착하게, 그 자제력이 그녀의 모든 용기를 쥐어짜서 가능한 것임을 느끼게 하며 말을 이어갔다. - P145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두려움, 절망이 함께 - P145

구급대를 풀러놨어요. - P146

"영혜도, 당신도 치료가 필요하잖아요." - P146

나쁜 새끼. - P146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 저런 애를." - P146

모든 것이 담긴,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 - P146

갑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겪어버렸다고, 늙어버렸다고, 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 P147

흡사 햇빛이나 바람과 교섭하려는 - P147

삼층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박살낼 수 있을 것 - P147

그 자리에 못박혀 서서 - P147

활활 타오르는 꽃 같은 그녀의 육체 - P147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 P147

「나무 불꽃」 - P149

마석읍 터미널 - P151

다만 목선이 고운 편이고 눈매가 서글서글하다. - P151

축성 정신병원 - P152

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 - P152

그녀의 여동생 영혜 - P152

실종 환자의 경우 일찍 산을 내려가 이미 마석 쪽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하나 - P153

오히려 산속 깊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다른 하나 - P153

거의 기적 - P153

김인혜 - P154

김영혜 씨 보호자 - P154

아이의 얼굴은 칭찬에 대한 기대로 상기돼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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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았어? - P104

그녀는 놀라울 만큼 호기심이 없었고, 그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았다. - P105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 P105

어떤 격렬함을, 동시에 그것을 자제하는 힘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 P105

모욕이라고, 더럽힘이라고, 폭력이라고 - P106

누선을 건드릴 만큼 강렬한 것 - P106

군더더기가 제거된 육체 - P106

육체만으로 그토록 많은 말을 하는 육체를 처음 보았다. - P106

찬란한 희열 - P107

낯선 존재 - P107

푸른 잔영 같은 몽고반점을 - P108

안 지워지면 좋겠어요. - P109

사찰음식 - P109

꿈을 꿔서······ - P110

미친 건 내 쪽이지. - P111

그는 고통을 느꼈다. - P111

"애가 깊이 잠들어서 말인데………… 나 말이지.
작업실에 다녀올게. 아직 마무리 못한 게 있어." - P112

착잡한 음성 - P113

자신이 퍽 오랜만에 웃었다는 - P114

진공상태와 같은 침묵이 나았다. - P114

어떤 영원한 것을 상기시키는 침묵의 조화. - P115

‘몽고반점 1 ㅡ 밤의 꽃과 낮의 꽃‘ - P115

시늉만 잡아서는 안된다. - P116

경계에 - P116

시퍼런 풀물 - P117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 - P118

침묵이 대체로 긍정을 내포 - P119

이토록 쉽게 체념하고, 그 체념의 앙금이 우울함으로 가라앉는 아내의 성격이 그를 숨막히게 했다. - P119

이십대 후반다운 자신감과 젊음, 여유가 느껴지는 J였다. - P120

간밤에 편집한 테이프가 꼼꼼한 스타일리스트인 J의 마음에 들기를, 호기심을 일으켜주기를 그는 기대했다. - P121

마술적 - P121

어두웠다. - P122

펄쩍 뛰는 J를 구슬리기 위해 그는 애걸하고, 협박하고, 유혹했다. - P123

예상했던 대로 근육도, 군살도 없는 호리호리한 육체가 드러났다. - P124

서렬 같은 진홍의 거대한 꽃 - P125

마치 ‘옷을 입는 것보단 벗는 게 자연스럽잖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P125

연기를 해봐. - P126

마침내 가장 좋은 앵글을 - P126

흡사 거대한 식물들의 교합과 같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냈다. - P127

마치 벌을 서듯 딱딱한 얼굴로 - P128

간절히 껴안고 있는 것을 - P128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온건한 사람이란 걸 오늘 알았어요. - P129

다 젖어버려서······ - P130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 - P131

"내 몸에 꽃을 그리면, 그땐 받아주겠어?" - P132

죽었으면 좋겠어. - P132

가슴이 아니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 P133

처제에 대한 욕망만이 - P134

그가 원하는 수준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 - P134

P는 매우 공을 들여, 천천히 그의 몸에 붓질을 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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