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해 봄, 한조는 하워드 주택의 사계를 그린 네 점의 채색화를 완성해 교내 미술전에 출품했다. - P50
자선행사와 동창 모임에 적극 참여하라고 아내의 등을 떠민 건 ‘정치는 남자가 하지만 선거는 여자가 한다‘는 정치판의 불문율 때문이었다. - P52
사십대 초반의 형사는 남부 경찰서 수사과 윤산 경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P54
윤산은 그녀가 지난봄 새로 배치된 초임 순경 남보라라고 소개했다. - P55
실종자 전단용 사진을 선택하는 기준은 최근 것이 우선이었다. 아침, 저녁 사이에도 얼굴이 달라지는 십대의 경우 감정이 드러나거나 웃는 표정은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 P57
단순가출로 분류되었던 사건은 사흘 만에 강력사건으로 전환되었다. - P60
댐 시설 감시와 설비 유지, 갑문 관리 - P62
지수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댐에서 2km 남짓 떨어진 보림천 가운데였다. - P64
윤산에게 살인사건 수사는 단순히 누가 죽였느냐를 밝히기보다 의문과 비논리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과정이었고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정합성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 P65
두 눈을 감은 딸을 본 희재가 맨 먼저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다. - P66
강력계장 강일호를 반장으로 정직 후 복귀한 최태곤, 형사 김인식과 윤산이 편성되었다. 남보라는 가족 연락관으로 합류했다. - P69
피해자 장지수, 나이는 18세, 그러니까 만으로 17세였고요, 해밀고 2학년이었습니다. - P69
외상 소견; 신체 전반에 42개소의 찰과상과 타박상, 인위적인 폭행, 혹은 얕은 유량과 와류로 인한 수중 장애물 충격. - P70
내과 소견; 폐포에서 녹조 플랑크톤과 미세 토사 검출, 위장에서 물500ml 가량과 미량의 플랑크톤 검출, 장기 파열 징후 없음. - P70
비뇨기 소견, 사체 내 소량의 정액 검출, 유전자 감식 요망. - P71
"지수의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 P73
"유전자 감식을 맡겼으니 결과가 확인될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 P74
"중학생이 된 후로 이런 식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빈틈이 없고 아무렇게나 웃지 않는 아이였거든요." - P76
"이진만이라고 해밀 학원 관리인이 우리 가족사진을 찍어주곤 했어요. 하워드 박사에게서 물려받은 중고 라이카 카메라가 있거든요." - P77
참혹한 사건이 정치를 꿈꾸는 희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순한 추측과 완벽해 보이던 가족에게 닥친 불운에 대한 호기심 어린 동정이 난무했다. - P79
"널 본 사람이 없으면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아. 그런데도거기에 너 혼자였다는 말이 사실이야?" - P81
그 단어들은 진실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진실을 구축할 것이다. - P83
그들의 형제애는 거짓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그 거짓은무엇보다 강하게 그들을 결속할 것이다. - P83
왜 갑자기 청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 P85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그 밤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 - P87
빨랫감은 세탁기 옆에 있는 빨래 바구니에 담아두라는 미란의 말을 세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무시했다. - P88
남편이나 두 아들 중 누군가가, 아니면 그들 모두가 지수의 죽음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가능성. - P90
한조의 발목이 힘겨운 세트 승부를 끝내고 벤치로 돌아온 테니스 선수처럼 잘고 빠르게 떨렸다. - P94
그날 일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P95
"가족 연락관의 임무는 알리바이 조사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케어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나?" - P98
"그건 자살의 단서라기보다 피해자가 반항하지 않은 증거로봐야 합니다. 범인이 면식범이라는 얘기죠." 김인식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장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 P100
"전과가 있으시더군요. 결혼 전에……… 그러니까 스물여섯 살때였던가요?" - P105
20여 명으로 구성된 작업 조장이었던 저는 노조 설립추진위원회 간부였습니다. - P106
그토록 열심히 일하며 가족을 돌보고 이웃과 신뢰감을 쌓아왔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공포를 감당할 수 없었다. - P108
"이거야! 장지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진만과 함께 댐으로갔어." - P111
"동기는 잡아놓고 족쳐야 나오는 거야. 사진이 나온 이상 놈은 끝장난 거야." - P113
"싫어요! 저녁에 아버지가 직접 와서 얘기하세요." - P116
"그 새끼들은 아무것도 못해. 억지로 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도 법정에 가면 밝혀질 거야." - P119
이산 여고생 피살사건은 종결되었다. - P120
삶을 지탱하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진 후에도 자신의 내부에 아름다움을 상상할 능력과 그것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남았다는 사실이 그는 두렵고도 설레었다. - P122
화실로 향하는 돌계단을 내려설 때 그는 저승으로 내려가는 오르페우스가 된 기분이었다. - P125
아내는 실종된 게 아니라 떠났을 뿐이니까. - P126
그녀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고 참회할 기회. - P126
왜 이런 터무니없는 글로 자신을 수렁에 빠뜨리려는 건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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