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이라는 이름이 눈에 걸렸다. 16일 11시 01분, 통화 시간은 51초였다. - P283

ㅡ 신유나 님, 11번지에서 주문하신 등산용 로프를 대문 앞에 배달 완료하였습니다. - P283

신유나와 졸개들 - P284

억센 주먹에 명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진 속에 그와 노아가 등을 지고 누워 있었다. - P285

엄지만 움직여 그의 눈두덩을 쓸었다. 쓸어가는 그 속도가 어찌나느리고 섬세한지, 엄지의 표면 질감이 느꺼질 지경이었다. 지문의요철과 그 밑에서 피어오르는 모세혈관의 열기까지. - P287

"아니, 우리에겐 잠보다 위로가 필요해." - P288

지유는 영리한 아이였다. 예민한 데다 자의식이 강하고 감정을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엔 아주 위험한 조합이었다. - P289

이는 엄마와 이모가 서로 자기를 떠넘긴다고 판단할 터였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고, 이는 자기 존재에대한 회의로 이어질 터였다. 어린 시절,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 P289

놀랄 이유가 없었다. 깜박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오는 건 가장 유나다운 행동이었다. 지유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막을 마음도 없었다. - P291

유나에게 인간은 딱 세 종류였다. 승자, 패자, 모르는 자. - P291

상대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랐다. - P291

승자에겐 입안의 혀처럼 굴고, 패자에겐 송곳니로 군림했다. 모르는 자는 입 냄새쯤으로 취급했다. - P292

그녀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민영이 말한 K는 김진우였다. - P295

언제 그렇게 이모랑 친해졌느냐고, 지유를 족칠 거라는 데 자신의 손가락을 걸 수도 있었다. - P296

이것은 단순히 짐을 싸고 난 현장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찾느라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고 보는게 적절했다. - P297

이 집에서 사라진 물건이 뭔지 알려주는 단서였다. 지유의 여권이었다. - P299

흡사 카드로 만든 집을 보는 것 같았다. 한 장만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질 거짓의 집. - P302

이슈트반. - P304

이제 겨우 문턱에 섰는데, 그녀는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문을 열면 돌이킬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설 것 같았다. - P305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자신을 서대문경찰서 강력계 형사 김기범이라고 밝혔다. 그녀에게 서준영을 아느냐고 물었다. - P306

‘도를 아십니까‘와 비슷한 어조였다. 김기범이 ‘쪼기‘를 맡았다면, 애송이는 ‘아양‘ 담당인 모양이었다. - P308

그녀는 그의 어조에서 경멸을 읽었다. - P312

민영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자신이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 P313

두 번째는 순진히 감징직인 이유였다. 말해주기 싫었다. - P313

유나와 준영과 우혜리 집,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전의 죽음들이 어떤 식으로 연관이 돼 있는지 확인하기 전엔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 P316

그렇기는 하나 준영이 그 집에 있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 P316

김기범이 사자 이빨을 드러내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러 오기 전에. - P320

자신이 얼마나 이 아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목 밑에서 울컥 치미는 뜨거운 기운이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 P320

자신은 이제 바싹 마른 가랑잎 같아서 쥐어짜봐야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거라 여겼다. - P321

아이의 부름은 울음처럼 들렸다. - P325

유나는 단순한 엄마가 아니었다.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자였다. 유일무이한 세계였다. - P327

유나를 잃는다는 건 모든 걸 잃는다는 의미였다. - P327

아이에게서 유나를 빼앗는 일. 아이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일. - P327

"유나의 가족은 차은호 씨지, 제가 아니에요." - P330

네모인간 - P332

ㅡ 유나와 관련해 여쭤볼 게 있어요. 카톡이나 전화로 나눌 얘기가 아니라서, 직접 뵀으면 합니다. 시간 많이 뺏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 P334

3부

완전한
행복 - P335

기억 속에서 두 장의 사진이 튀어나왔다. 지유와 서준영, 자신과 노아. - P339

"나도 말할 줄 알아. 입도 달렸고." - P340

그가 보기에 서민영과 신유나는 같은 과였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사람들. - P342

그는 조급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럴수록 이 교활한 여자는 패를 꺼내지 않을 테니까. - P343

"경찰이 교촌을 기점으로 각 도로의 CCTV를 확인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시각에 지나간 차량 중에 새언니나 신재인 씨의 차가 있는지." - P345

이 여자는 자기 생각을 확신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고 있었다. 더하여 입증할 수 있는 것과 직관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P346

목이 탔다. 안달이 났다. 여자의 입을 쫙 벌려서 안에 든 말을 통째로 꺼내보고 싶을 만큼. - P347

"새언니는 대학 시절에 어떤 남자와 동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남자는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졸음운전이었대요. 새언니와 헤어지고 짐을 빼러 간 날이었죠. 근데 그때 같이 갔던 사람은 용케 살아있다네요."
서민영은 턱을 치켜들고 그와 눈을 맞대며 덧붙였다.
"바로 선생님 친구분이에요." - P347

"아마 경고였을 거예요. 너도 갈 수 있다는 경고요." - P348

"내가 뭘 물어보러 왔는지 알고 있지? 아마 언제쯤 오나 보자이 멍청이가, 했을 거다." - P352

"점심때 너랑 똑같은 걸 궁금해하는 사람과 만났거든." - P353

예상한 대로였다. 두 번째 폴라로이드 사진의 주인공과 바이칼 호수에서 진우가 들먹인 지운이라는 남자는 동일 인물이었다. - P354

유나는 삶의 매 순간에 몰입하는 여자였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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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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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여름

이정명 지음

은행나무

큰 딸의 생일이건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생일파티도 내일로 미루고, 어제의 급작스런 산행의 여파로 벌레 물린 다리를 긁적이며 뒤늦은 리뷰를 쓰고 있다. 굵직한 소재를 소설적 상상력에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부서진 여름』은 제목 그대로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려서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지수, 한조, 수인이라는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여기서 말하는 세 남녀가 지수, 한조와 수인인지, 아니면 한조, 해리와 수인이 되는지는 또 다른 과제로 남겨놓아야 할 듯 싶다.

여고생인 지수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이 죽음을 둘러싼 한조와 수인 두 형제는 용의자로 몰리고 두 형제의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어 그렇게 정리가 되는 듯 했다.

그리고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화가 한조의 아내가 된 해리는 성공의 절정이 된 순간에 의문스러운 소설 하나를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한조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모든 것을 일궈낸 아내가 사라지고나니 한조의 삶이, 성공이, 인생이 모두 파괴되어 버리는 것 같다.

뒤늦게 지나간 과거를 들춰내는 한조.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 같다. 너무 늦은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갔고, 이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부서진 여름!' 소설의 제목이 강렬한 만큼, 소설의 내용도 강렬하다. 이미 부서져버린 그 여름의 잔재를 수습하며 도서관을 통해 이정명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2021.6.22.(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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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에는 히가시라 유노의 사진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쉬하오란은 충분한 정보를 얻지 않았을까. - P69

"경찰청 형사부 수사1과의 쿠도라고 합니다." - P71

"위험한 일을 하는 가혹한 노동 조건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면 피해망상에 빠지기 쉽습니다." - P76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고, 같은 오오타구의 실종자라는 이유로 확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 P78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거친 말로 인권을 유린당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 P80

ㅡ 2장 ㅡ - P83

‘쿠도‘라는 형사는 방심할 수 없는 상대 같았다. 과거에 코타리가 수사를 받았을 때 형사는 상냥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가차 없이 수사를 했었다. 쿠도라면 그보다 더 가혹하게 수사를 할 것 같았다. - P85

쉬하오란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고, 오른손에는 스포츠가방을 들고 있었다. - P90

철과 기름, 그리고 그 둘이 산화 반응을 할 때 나오는 냄새가 섞인 냄새로 - P92

‘론도 베어링‘이라는 공장 - P92

연삭 슬러시(sludge) - P95

봉투 안에는 사람의 팔이 들어 있었다. - P95

그러고 나서야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지문.
시신의 팔이나 봉투에는 자신의 지문이 묻었다. - P97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이 있는데, 괜한 호기심 때문에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 P98

옆방에 사는 쉬하오란은 정말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미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9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지만 당장이라도 쉬하오란이 어깨를 붙잡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 P102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서 녀석의 지문이나 족적이 검출되면 바로 체포되겠지. - P109

코타리가 자신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봉투를 회수해 간 것이다. - P113

왜 쉬하오란이 만만치 않은 살인마라는 사실을 깜빡한 거냐고! - P114

이번에는 잠기운이 아니라 자기혐오와 무력감이 몰려왔다. - P114

그는 어젯밤에 만났을 때의 미소가 아니라, 뱀이 개구리를 노려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P116

버틸 수 없는 위압감이었다. 살인에 익숙해진 맹수만이 뿜을 수 있는 살기였다. - P117

어째서 피해자인 자신이 스토커 같은 짓을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 P120

‘냄새.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냄새다. 그렇다면 그 끔찍한 냄새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P121

‘사사키 섬유‘ 뒤편에 있는 폐기물통에서 발견되었어. - P123

사사키 섬유 공장 내에서 발견된 시신의 일부는 실종된 히가시라 유노 씨(25)로 판명되었다. - P125

카마타의 주택지에서 시작된 연쇄 토막살인 사건 - P127

두 번째는 오오이후토 - P127

세 번째는 오오타구의 공장지대 - P127

‘그런 게 아니야. 여기는 위험해.‘ - P130

"옆방에 연쇄살인범이 산다고...?" - P133

지금 넌 당연히 쉬하오란을 두려워하고 있겠지만 그거 말고도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어. 두려워하는 대상이 두 개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거잖아. - P135

한편, 코타리는 사호리의 말대로 신분을 밝히고 경찰에 제보할 수 없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사호리에게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밝힐 수 없었다. - P136

무라세 형사 부장 - P137

키리시마 형사 반장 - P137

시신 훼손에는 크게 네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 P137

첫째, 피해자에 대한 강렬한 원한 - P137

둘째, 돌발적 성 충동 - P137

셋째, 피해자의 신원 은폐 - P138

넷째, 시신의 용이한 운반 - P138

5월 8일 카마타의 주택지에서 발견된 시신은 ‘카타쿠라 에이미‘라는 25세 여성이었다. - P138

8월 20일 오오이후토의 간척지에서 발견된 두 다리는 ‘쿠니베 쥰코‘라는 27세 여성이었다. - P138

이상 성욕이라는 두 번째 원인과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네 번째 원인만 남는다. - P139

"사실 ‘쉬하오란‘이라는 자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카츠라기 형사를 붙여두었습니다." 쿠도가 말했다. - P141

하지만 그는 왜 익명으로 신고했을까? - P142

운전경력증명서 - P147

면허증에는 길쭉한 얼굴에 째진 눈매의 남자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둥근 얼굴과 아래로 내려앉은 눈매를 지닌 현재의 코타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 P148

ㅡ 3장 ㅡ - P151

고죠 미키히데 - P153

카바시마 공업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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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확인하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최 상사였다. - P195

유나에게 최 상사는 해고를 당하도록 힘을 쓴 사람이었다. 그냥 뒀다면 그건 신유나가 아니겠지. - P198

2부

그녀는
누구일까 - P199

안 돼요, 아빠. 반달늪을 넘어가면 안 돼요. - P202

선명하게 보이는 게 있다면 우비 자락 아래로 드러난 파란 장화뿐이었다. - P204

요망한 생쥐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창턱에 앉아 있는 걸, 엄마가 봤을까. - P207

아빠는 왜 가버렸을까. 아침에 다시 오자고 약속해놓고. - P211

살짝 뚜껑만 열어봐.
요망한 생쥐가 또 요망하게 부추겼다. - P212

왕벌 참이 달려 있는 아빠의 가방이었다. - P212

아빠가 입었던 옷이었다. 상자 밑바닥에 놓인 갈색 운동화 역시 아빠 것이었다. 운동화 속에는 아빠의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 P213

지유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화덕 안에서 타고 있는 게 뭔지. - P214

화덕 안에 쌓인 잿더미를 보자 그만 울고 싶어졌다. 꿈이 아니었다. 엄마는 진짜로 가버린 모양이었다. - P216

시골집을 나선 건, 일요일 오전이었다. - P220

"괜찮아. 그건 엄마 물건이 아니니까. 아빠가 버리고 간 거야." - P221

비밀의 규칙 - P222

아빠는 왜 휴대전화를 놔두고 갔어요? - P222

엄마는 노아 방으로 들어갔다. - P227

"지유, 이모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지난주에 엄마랑 아빠랑 시골집에서 지냈지?" - P231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대답도 할 수없었다. 그것은 비밀이었으므로. - P232

그는 이 일이 사고임을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확하게말하자면, 살인 혐의를 벗어야 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으나, 누구나 의심하는 바였다. - P233

"아무도 믿지 마라." - P234

그나마 손톱만큼 남아 있는 의지력을 술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 P237

또 아이를 갖는다는 건 무책임을 넘어 범죄에 가까웠다. - P239

ㅡ 난 내 새끼 죽고 쓰러져 있는데, 넌 네 새끼랑 행복한가 보네? 죽은 내 새끼는 네 새끼가 아닌 모양이지? - P241

그가 아는 자신의 나쁜 잠버릇은 지나치게 자주 깨어난다는 것이었다. - P243

폭발하듯 터지는 섬광, 빛이 사라지기 직전에 본 하얀 손, 덮쳐오는 어둠, 그는 얼어붙은 호수 밑에 갇혀 몸부럼치다, 비명을 토하며 깨어나곤 했다. - P245

다만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때가 있다. 농담도, 비난도, 배려도, 위로도,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때. - P248

지금이 그랬다. 그가 아내에게 원하는 건 딱 하나였다. 자신에게서 떨어져줬으면 했다. - P248

눈자위가 서늘하게 굳어졌다. 호의를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아내 특유의 한기였다. - P249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것 - P251

그들에게 자신은 이미 동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불운한 아빠도 아니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자였다. 그러고도 태연하게 출근한 개자식이었다. - P252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운전석에 앉았을 때, 진우가 차 문을 잡고 말했다.
"나한테 물어볼 게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 P254

지금껏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자기 꼬리를 외면하는 개와 다름없이, 삶의 행로는 꼬리만큼 길고 분명한 것이었다. 꼬리를 자른다 하여 사라지지도 않는다. 양쪽 엉덩이 사이에 꼬리가 있었다는걸 적어도 한 사람은 기억할 테니까. 바로 자신은. - P256

혹시 용서받기를 바라고 있다면, 그 바람 고이 접어둬.
행여 죄를 벗길 원한다면, 그 희망 포기해.
우리는 절대로 도망칠 수 없을 거야. 나는 아이를 버린 내 죄로부터, 너는 아이를 죽인 너의 죄로부터. - P256

너는 매트리스를 서너 장씩 겹쳐 쌓아도, 그 밑에 머리핀 하나만 깔려 있으면 잠을 못 자는 인간이야. 기절하도록 술을 마셨거나, 수면제라도 한 움큼 집어삼켰다면 또 모를까. - P257

수면다원검사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자는 동안 뇌파와 심전도, 호흡양상, 근육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검사라 했다. - P258

잠시 생각을 정리해봤다. 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자신은 뭘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 그 증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 P258

그에겐 자신이 노아를 죽이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단서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실치사든 아니든, 자식을 죽인 아비로는 살아갈 길이 없었다. - P258

늘 느끼는 바이지만, 아내에겐 안아주고 싶게 우는 비범한 재능이 있었다. - P260

더하여 정확한 자리에 칼을 꽂는 재능도 겸비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는 와중에 그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 입을 닥치게 만들어버렸다. - P260

"신유나 씨 전남편인 서준영 씨가 실종됐습니다. 지지난주 화요일이니까 오늘로 13일쨈니다. 현재 탐문 수사 중인데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 해서 들른 겁니다." - P262

껌껌해진 시야에 하얀 손이 번득 나타났다 사라졌다. 느닷없는 질문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불을 껐던가. - P266

의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보편적인 경우는 아닌데, 오른쪽으로만 움직입니다." - P267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문자였다. 아내가 가출할 때마다 그가 보내던 문자와 똑같았다. - P269

네가 날 닮아서 노루잠 잔다고네 아빠가 노상 투덜댔잖니. 그렇게 송장처럼 잔 건 맹장 수술하느라고 마취했을 때 이후로...... - P271

안개 같은 혼란이 그를 덮쳐왔다. 1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 이혼녀가 아닌 유부녀였다는 사실 말고는. - P274

그중 한 남자는 그도 아는 사람이었다. 13년 전 사진이고 얼굴도 흐릿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진우였다. - P276

그는 알고 싶었다. 맹목적으로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고, 견디기힘든 성격의 몇 가지 측면을 제외하면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아내가 누군지. - P278

서파수면 상태 - P281

김진우, 통화 시각은 어제 오후 2시 37분이었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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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에 킬러가 산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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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반전의 제왕이라는 표현대로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로 서스펜스와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옆방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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