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기꾼이었을까, 아니면, 악마……였을까. - P160
먼 이국땅에서 오신 키욜 세바스찬 드 베인 백작 - P161
피아노 소나타, C 마이너, 표제는 경의. - P162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곡은 제친구(이 단어를 꺼내기전에 몇 번이나 망설여야 했다.)인 아나토제 바옐에게 헌정하는 곡입니다." - P163
"그렇게 대단한 연주를 해 놓고 자신이 뭘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계셨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지나친 능청꾸러기가 아니면 정말로 겸손한 분이겠구나 했습니다." - P165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객관적으로만 따지자면 물론 당신의 연주는 훌륭합니다. 너무 완벽해서 정이 가지 않을 정도죠. 하지만 진솔함에 있어서는...… 글쎄요. 저라면 고요 씨에게 표를 던질 겁니다." - P166
사람들은 괴팍한 예술가의 그림에서는 심오함을 느끼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따스함을 느끼지요. - P166
"당신은 고요 씨를 위해 연주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 P167
"하지만 그는 어쩌면.... 바옐이 가장 염려하던 부분을 건드렸는지도 몰라." - P169
거대 은행인 지몬사에서 세운 지몬 홀 - P171
내가 고요만큼 자네처럼 되기를 원하며 죽도록 음악에만 매달렸다면, 나 또한 늘 자네의 빈정기림의 대상이 되었을 걸세. - P172
이렇듯 나의 세계란 끝 모를 깊이의 어둠 속에서 피아노와 나 홀로만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 P176
"바옐밖에 연주할 수 없는, 그런 ‘곡‘이라기보다.....… 그런 ‘연주‘는 그분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느끼셨습니까, 음악에 호흡이 따라가는 것을?" - P179
그래서 누구와도 차별되는, 그런 새 연주 기법을 만들어 보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 P179
만약 그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이 시대를 바꿀 음악적 혁명을 보게 되겠지요. - P179
아마 바옐의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 영원하며 유일한 드 모토베르토, 아나토제 바옐. - P180
그리고 나는 내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길 바란다. 그의 하나뿐인 청중이었던, 고요 드 모르페. - P180
아름다운 음색과 불협화음 그것은 건반 하나 차이 - P181
"이 시체는 아나토제 바옐이 아니라 아나토제 바옐이 만든 시체라고 해야겠지요." - P185
"무엇을 설명하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내가 그 자리를 지나갈 때 시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지 몇 년은 되어 보이는 그 시체의 살인자가 나란 말입니까?" - P187
바옐이 간 곳은, 그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곳은 얼음나무 숲이 있는 장소. 그 멀고 깊은 산속인 것이다. - P190
"며칠 전 마에스트로 바옐과 음악의 결투인지 뭔지, 시답잖은 짓을 했다는 콜롭스 뮈너가 죽은 엘레나의 약혼자입니다." - P191
"그냥……… 마음을 정리하러 갔던 걸세. 가끔 그곳에 가곤 하지. 홀로 산속에서 연주하기도 하고, 홀에서 연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거든." - P193
"이젠..… 지쳤어. 나는 자네를 이해 못해. 처음부터 내가 이처럼 자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왜 나에게 가르쳐 주었나. 단 한 사람, 그리고 그 숲……… 왜 자네를 쫓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을." - P195
"아뇨. 그런 것은 없지만, 당신이 가지 않으면 아나토제 바엘 씨에게 상당히 불리할 겁니다." - P197
바옐은 틀림없이 얼음나무 숲을 찾아가기 위해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엘레나가 들었다는 그 연주는 아마 바옐이 얼음나무 숲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했던 연주일 터. - P200
내가 정말 범인이라면 시체 위에 남긴 악보와 같은 식으로 음표를 그릴 리 없지 않은가. - P204
F에서 시작하는 모르덴트(꾸밈음)와 왼손의 엇박자 화음…… 시체 위에 악보를 남긴 이유는 뭘까. 어떤 괴기한 음악 애호가의 짓일까. - P207
나는 퍽 냉정한 비평가다. 트리스탄의 말대로 나 자신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어쩌면, 드 모토베르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 P208
왜 그 당시엔 알지 못했을까 그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 P209
"그동안 두문불출하신 것은 내일 우리에게 들려줄 위대한 곡을 작곡하시느라 그런 거냐고 물었습니다." - P215
순간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바옐의 그 읽기 힘든 표정 때문이었을까. - P217
장담하지만, 키세는 트리스탄이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었다. 차라리 죽기 전까지 둘이 함께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 P219
"키욜 백작이…… 어쩌면 내 음악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나?" - P219
"내가 누구를 위해 연주하는 것인지, 내 연주가 왜 완벽하기만 할뿐 정이 가지 않는지... 그것은 공허하기 때문이야. 그는 나를 이해했어. 아프도록 찔렀지. 내 연주에 영혼이 없어. 단 한 번도 혼신의 힘을 실은 적이 없으니까." - P220
"역시 그날의 그 음악은…… 내게 답례한 것이 아니었군." - P221
나는 세상에 영원히 남을 천재적인 음악가가 되길 바란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한 음악가에게서, 내 모든 경의를 다해도 모자라는 존경하는 한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다. - P222
입은 벌어져 있고 두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으며 손에는 도살장에서나 쓸 법한 거대한 칼이 들려 있었다. - P223
그의 칼이 매섭게 내려가는 것을 보며 퍼뜩 몸을 일으키던 나는, 갑자기 세상이 뒤집히는 걸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P225
"바옐은 팔과 어깨를 다쳐서 내일 콩쿠르에서…… 연주할 수 없어." - P228
"그러니까 제발 자네마저도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둘 모두 기권해 버리면 난평생 나를 용서할 수 없게 돼." - P229
"내겐 여유가 없어.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걸 느껴 본 적이 없어. 항상 빨리, 누구보다도 먼저 가장 높은 자리에 도달해야 했지. 천재이고 싶었으니까." - P231
그런데도 무섭도록 나를 쫓아오는 자넬 보며 나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어.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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