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보고」 - P201

야마시타 노리코 - P203

도모미 - P203

그건 역시 그 노리코, 하세가와 노리코가 보낸 편지였다. - P203

추신, 돈이 아까워서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어. 그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동봉할게. - P204

도모미는 거의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사이타마 집에서 통학했지만 노리코는 이시가와 현 출신이어서 자취를 했다. - P205

거기에 찍혀 있는 사람은 노리코가 아니었다. 몸매나 긴 머리는 비슷하지만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 P206

‘혹시 성형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 P207

전화를 받지 않는 것쯤이야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지만 사진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고 기묘했다. - P208

"이쓰키 히로유키가 다니던 찻집을 알고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 P209

‘야마시타 마사아키 노리코‘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 P211

남자의 눈에 경계하는 빛이 서렸지만 도모미는 주저하지 않고 물었다. - P212

‘입주자 모집 중, 가와하라 부동산중개소 TEL XXXㅡXXXX‘ 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P213

부동산중개소 주인은 야마시타 마사아키의 근무처와 보증인이 되어준 노리코의 부모님 주소를 알려주었다. - P213

"그럼 열쇠를 언제 바꿀 건지 내가 묻더라고 좀 전해주지않을래요?" - P214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연기가 서툴렀다. - P215

이 부근은 데라마치(寺町, 절 동네라는 일본어)라는 동네인데 그 이름대로 절이 많았다. - P216

‘내일은 겐로쿠엔과 이시가와 뭐라고 하는 문학관과 옛 무사들의 저택 부근을 돌고 특산품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 P217

여행을 가면서 행선지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다니 분명 이상하다. 게다가 뭘 어떻게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 사진을 친구에게 보낸단 말인가. - P218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다가 요코에게서 수확을 얻었다. - P219

노리코가 자신의 집에 전화한 건 오늘 밤 재워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P220

"그럴 수 없으니까 부탁하는 거잖아. 나 지금 가나자와에 와 있어.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기가 좀 힘들어. 요코, 부탁할게." - P220

그 사진도 그렇고, 노리코가 요코에게 결혼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 P221

‘아무튼 지금은 노리코가 전화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 P222

"어쩌면 별일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네 결혼 보고에 관한 건데 말이야." - P222

원래 오늘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했다. - P223

"만약 그렇다면 네 남편이라는 사람, 정말 말도 안 되게 경솔한 사람이다. 이렇게 전혀 상관도 없는 사진을 넣어 보내다니 말이야." - P224

"여기에 찍혀 있는 남자는 그 사람이야. 그리고 여자 쪽은 그 사람의 전 애인, 아니, 현재 애인이야." - P225

호리우치 아키요 - P225

아키요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마사아키 씨는 지금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고 당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고. - P226

처음에는 어물거리며 적당히 넘어가려하더니 결국 털어놓더라고, 결혼을 전제로 사귄 적이 있다고말이야. - P227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로 야근을 한 건지 그것도 의심스러워. 어쩌면 그 여자와 만났을지도 모르지." - P228

"도모미,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줄래? 이참에 이것저것 매듭을 지어야겠어." - P229

"알겠다. 그 여자 짓이야. 약이라도 올리겠다는 심보로 그 여자가 한 짓이 틀림없어." - P231

그녀는 저와의 관계뿐 아니라 직장이라든지 가족 일로 고민에 빠져서 노이로제 상태입니다. - P232

"그녀가 행방불명이랍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요." - P233

마사아키가 호리우치 아키요의 집에 전화했을 때 마침 그 하시모토 형사가 와 있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 P234

형사 일행이 돌아가자 노리코가 말했다.
"내가 그 여자를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집요하게 물은 거라고." - P235

"연락처만이라도 알려주세요. 경찰이 물어보면 난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 P236

"그런데 말이야, 마사아키 씨가 하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지 않니?" - P237

"그거 잘됐군요. 그런데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혹시 그 사진을 보여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시나요?" - P238

"도모미, 얼른 일어나, 범인이 잡혔대." - P239

"옆집에 사는 남자 사쿠라이가 자백을 했습니다. 여자를 죽였다고요." - P240

나비 표본을 노렸다고 하네요. 사쿠라이 역시 나비 마니아거든요. - P241

놀란 사쿠라이는 시끄러워지면 곤란하다 싶어 그녀의 목을 조른 겁니다. 소심한 남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발작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죠. - P242

알리바이 - P242

"그런데요, 옆집 남자, 그러니까 사쿠라이 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된 거죠?" - P243

지문 조사 - P243

‘정말 어처구니없는 가나자와 여행이 되고 말았네. 제대로구경도 못 했잖아. 그래도 뭐 일이 잘 풀렸으니까. 나중에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고.‘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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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가득 샤미센 가락이 울려 퍼지는데, 정작 연주하는 여인은 그림자 같았다. - P306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끝까지 뜨거운데, 심장은 서늘했다. - P306

죽은 후에도 인터넷 세상에서 ‘야심한 연극반의 남자 게이샤로 떠돌게 될 아버지가 말했다. - P306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입었던 여자 옷을, 그 후로도 벗을 수가 없었어요. - P307

나는 아버지로 인해 태어났다. 엄마 자궁에서 살아남았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가 엄마 옷을 입은 그 순간, ‘별‘ 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로그인하게 된 것이다. - P307

그때 갑자기 미친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남긴 단서와 마주치기 전에 한글학교 에루화를 보고 싶었다. - P308

柳. 버들 류가 새겨진 문패였다.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 P309

낮고 차분한 엄마의 웃음은 모든 방에서 햇빛처럼 쏟아져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 P309

한글학교 에루화는 시영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 - P310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 P311

그 하늘에 엄마 얼굴이 하얗게 떠올랐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아버지 얼굴로 크로스디졸브됐다. - P311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P312

3부

제44회 이상문학상
선정 경위와 심사평 - P313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심사 및 선정 경위 - P314

예심을 제도화하다. - P315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최종 심사 대상 작품 (11편) - P317

화상회의로 진행한 최종 심사 - P318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 - P319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심사평 - P322

계속되는 소설의 질문들
안서현 · 문학평론가. - P323

삶의 비의를 향한 탐색
장두영 · 문학평론가 - P329

한을 녹이는 방식 ㅡ 두마음이 하나 됨에
윤대녕 · 소설가 - P334

가족 사이에 생긴 부채감을 섬세한 결로 풀어낸 중후한 작품전경린 · 소설가 - P339

한국 소설의 심줄 혹은 문장의 가치
정과리 · 문학평론가 - P344

해체된 세계 너머로의 한 걸음
채호석 · 문학평론가 - P353

주제의 관념성을 극복한감동의 깊이
권영민 ·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 문학평론가 - P358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규정
한국의 가장 오랜 그리고 으뜸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것은이 규정에 따른 심사의 공정성과 그 작품성에 있다. - P364

1. 취지와 목적 - P364

2. 수상 대상 작품 - P364

3. 상의 종류 - P365

4. 예심 방법 - P365

5. 본심 방법 - P366

6. 이상문학상 작품집 발행의 목적 - P366

7.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  - P367

이상문학상 작품집선

● 2019년 제43회 대상 윤이형 그들의 첫 번째와 두번째 고양이

● 2018년 제42회 대상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 2017년 제41회 대상 구효서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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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을이 가기 전에 시작해야겠네. - P46

온대와 아열대 수종의 나무들이 섞여 자라는 섬에 눈이 온들 얼마나 올까. - P47

딸깍, 소리를 내며 알루미늄 상자가 다시 열렸다. - P48

묶어놓은 신경줄이 자칫하면 다시 풀어져버린대. - P49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섬인데, 그렇게 멀어지도록두는 것 이상의 무엇을 상상할 수 없었나. - P50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해. - P51

검은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 P52

겨울부터 나무들을 모았어, 경하야. - P53

침묵을 깨며 인선이 말했다.
어쨌든 난 계속하고 있을 거야. - P54

이상하지, 눈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인선이 말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 P55

  처음부터 내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던 듯, 마치 창밖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말처럼 그녀가 이어 속삭였다. - P56

사 년 전 내가 꾼 꿈속의 검은 나무들을, 그 꿈의 근원이었던 그 책을. - P57

도망칠 데가 없다고 느끼며 더듬더듬 - P58

3
폭설 - P59

처음에는 새들이라고 생각했다. 흰 깃털을 가진 수만 마리 새들이 수평선에 바싹 붙어 날고 있다고. - P59

이해할 수 없는 대기의 작용으로 바람이 갑자기 정지하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커다란 눈송이들이 얼마나 느리게 하강하는지, 달리는 버스에서가 아니라면 정육각형의 결정들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P60

중산간 지역 - P61

먼저 도착한 일주버스를 타고 P읍에 도착한 뒤 지선버스로 갈아타고 인선의 마을까지 들어가는 것. - P62

커다란 진홍색 꽃송이들을 무더기로 피워낸 아열대의 나무들이 세차게 몸을 흔들고 있다. - P63

새라니, 라고 되물으려다 말고 나는 지난해 가을 인선의 집에서만났던 작은 앵무새들을 기억했다. - P64

아미가 몇 달 전에 죽어서, 지금은 아마만 있어. - P65

네가 가주면 좋겠어, 경하야. 그 집에서 아마를 돌봐줘. 내가 퇴원할 때까지만. - P66

그렇게 갑자기 환경이 바뀌는 걸 견딜 수 없을 거야, 아마는. - P67

정말로 부탁할 사람이 나뿐인 걸까? 한 달 가까이 제주에 머물며 새를 돌볼 수 있는 사람, 더이상 일도 가족도, 계속할 일상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게 된 사람이? - P67

어디까지 감수꽈? - P68

거의 절망적인 피로가 남자의 목소리에서 묻어 나온다.
버스 앞에 분명히 붙어 있잖습니까? 공항 간다고. - P69

남자는 시종 깍듯한 말씨를 쓰고 있지만, 운전기사가 절반쯤 섞어 쓰는 반말 때문인지 어딘가 울분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 P70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 P71

농구 규칙도 모르면서 보는 거야, 사람들이 많이 나오니까. 집이 외떨어져 있어서 일이 없을 땐 적적해하시거든. - P72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 P73

짐작과 다르게 인선은 카메라를 가지러 되돌아오지 않았다. - P74

네가 늘 할머니 같은 엄마라고 해서, 정말 나하고 외할머니 사이 같은 줄 알았는데. - P75

그런데 그해엔 왜 그렇게 엄마가 미웠는지 몰라. - P76

그냥, 이 세상이 역겨운 것처럼 엄마가 역겨웠어. 나 자신이 혐오스러운 것과 똑같이 엄마가 혐오스러웠어. - P77

조카 언니
엄마의 하나뿐인 언니의 손녀딸 - P78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다짐했어. 언니가 말한 모든 걸반대로 하겠다고,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고, 물론 섬으로 돌아가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을 거라고. - P79

내가 죽지 않은 건 지하수 배수를 위해 쌓아놓은 부직포 더미위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어. - P80

꿈속에서 엄마 몸이 덜덜 떨릴 만큼 그게 무서웠대.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 - P81

치매 초기라고 들었던 인선의 어머니가 예상 밖으로 깔끔하고 차분한 노인이어서 나는 놀랐다. - P82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인적 없는 하얀 거리가 커다란 그림책처럼 펼쳐졌다. - P83

죽으면 사람의 몸이 차가워진다는 걸, 맨뺨에 눈이 쌓이고 피 어린 살얼음이 낀다는 걸. - P84

머리에 더 눈이 쌓여 이젠 마치 흰 털실로 뜬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는 인선이 입을 벌려 말할 때마다 반투명한 불꽃 같은 입김이 흘러나와 어둠 속에 번졌다. - P85

수십 년 전 생시에 보았고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녹지 않는 그 눈송이들의 인과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꿰뚫는 가장 무서운 논리이기라도 한 것처럼. - P86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 P87

사실은 미친 짓이야 - P88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 P89

4
- P90

너무 고요하다. - P91

수만 송이의 함박눈이 내 목소리를 빨아들여 지우는 것 같다. - P92

바람이 멎은 것같이 이 눈도 갑자기 멈춰주지 않을까.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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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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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인플루엔셜

독특한 필명의 케이시 작가의 데뷔작인 이 책, 『네 번의 노크』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소설이다. 작가의 이름도 특이하지만 가벼운 난독증을 가졌다는 이력도 그만큼 특별해 보인다. 공모전이나 평단의 평가 없이, 스스로 제작한 전자책을 온라인 서점에 올려 독자들과 직접 만났다. 미스터리 스릴러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 회자되던 이 소설은 새로운 스토리에 목말라 있던 영화제작자의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영화화 계약을 했고, 뒤이어 단행본 출간 계약까지 따내면서 오직 이야기의 재미와 작가의 필력만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모습도 특별해 보인다. 소설 역시 상큼하고 신비롭다.

소설의 배경은 초라한 동네의 원룸 건물이다. 이 원룸의 3층은 여성 전용으로 301호부터 306호까지 각각 여섯 명의 여자가 방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한 원룸에서 남자가 죽고, 같은 층에 사는 여섯 명의 여자들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독자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301호는 무당, 302호에는 재택 근무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303호는 사회복지사이고 304호는 경증의 지적장애이며 305호는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306호는 원룸의 청소및 관리를 하면서 306호에서 기거하고 있다.

301호 302호 303호

306호 305호 304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속도감 있는 문체, 전형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 소설은, K-미스터리의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등장을 알리는 강렬한 데뷔작이다. 서글픈 결말....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소설을 읽는데 오히려 집중하지 못했다는 작가 케이시는 주인공들에게 이름 대신에 방의 번호인 숫자로 불렀다.

똑. 똑. 똑. 똑.

첫 방문할 때는 대개 노크를 네 번 정도 해야 한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2021. 12. 20.(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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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 이후 5년, 한강 문학이 도달한 곳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_작가의 말에서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1부
- P7

1
결정結晶 - P9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 P9

다시 그 도시에 대한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차가운 손바닥으로 두 눈을 덮고서 더 누워 있었다. - P10

그 도시의 학살 - P11

그걸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이라고, 전율이라고, 돌연한 고통이라고? - P11

못처음 그 꿈을 꾸었던 밤과 그 여름 새벽 사이의 사 년 동안 나는 몇 개의 사적인 작별을 했다. - P12

오랜 시간 나는 일을 해서 생계를 꾸리는 동시에 가족을 돌봐왔다. - P13

잠시도 잠들 수 없었던, 그러나 빠져나올 수도 없었던 침대에서 마침내 내 몸을 일으킨 것은 바로 그 미지의 수신인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 P14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 P15

아니, 새로 써야 한다고, 유성 사인펜으로 겉봉에 유서, 라고 적어둔, 수신인을 끝내 정하지 못했던 그 글을, 처음부터 다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 P16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 P17

착검한 총을 두 손으로 모아쥔 그가 힘껏 내 가슴을 내리 찔렀을 때의 전율만 남아 있다. - P18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수면의 질이 차츰 더 나빠지고 호흡이 짧아지던 ㅡ 왜 숨을 그렇게 쉬는 거야, 라고 아이가 어느 날 나에게 불평했다 — 2013년 늦봄이었다. - P19

누군가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정적에 싸인 그들의 뒷모습 - P20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일행들과 버려진 도로를 걷고 있었다. - P21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죽인 사람들을? - P22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 P23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 P23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자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영화 작업을 했던 친구에게 나는 제안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 P24

처음부터 다시 써,
그건 언제나 옳은 주문呪文이다. - P25

십년, 아니 수백 년 동안 멈추지 않고 내려온 것 같은 눈이. - P26

시간이 없으니까.
단지 그것밖에 길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하길 원한다면,
삶을. - P27

2
- P28

그러나 여전히 깊이 잠들지 못한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여전히 숨을 짧게 쉰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못 견뎌했던 방식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 P28

차츰 밤이 길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간다. - P29

이렇게 내 이름만 먼저 부르는 것은 안부 인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급한 용건이다. - P30

처음 듣는 병원의 이름 - P31

국내에서 제일 좋은 봉합수술 전문병원 - P32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 P33

삼면화 - P34

그녀가 정말로 영화를 그만두고 목수가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 P35

로비 끝에 있는 현금인출기를 향해 걸으며 내 신분증의 쓸모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 P36

마치 손가락이 아니라 목을 다친 사람처럼 성대를 울리지 않으며 인선이 속삭였다. - P37

목을 쓰지 않고 귓속말하듯 속삭이는 건, 말하는 진동만으로도 통증을 느껴서인 것 같았다. - P38

거의 기적 같은 건, 가깝게 지내던 아랫동네 할머니가 마침 제주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아들이 모시러 온 거야. - P39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 P40

새로 선혈이 흐르며 더 성이 나 부풀어오른, 그전에도 부어 있었던 그녀의 손가락들을 나는 뚫어지게 들여다봤다. - P41

지금은 물론 손가락을 지키는 편의 통증이 더 강하지만, 손가락을 포기할 경우 통증은 손쓸 수 없이 평생 계속될 거라고. - P42

내가 인선의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그 순간 생각해버렸다. - P43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 P44

하지만 인선이 이상하다고 한 말은 다른 의미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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